전북망은 급히 장군부로 돌아왔다. 주창이 소식을 전할 때 그는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는 이방의 성격을 너무 잘 알았다. 그녀는 비록 모순적이고, 강인하지만 두려움이 많기에 절체절명의 순간까지 발버둥을 칠 것이고, 절대 쉽게 항복하지 않을 것이다.그녀와의 감정이 이미 사라진 지금 이방이 생존을 위해 무엇을 할지 전북망은 정말로 알 수가 없었다. 최근 그녀는 진성을 떠나고 싶어 했지만 길상거를 나서는 것이 두려웠다. 암살 사건이 그녀를 겁먹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방이 미리 준비할까봐 염려되어 서경 사자가 요청한 일을 미리 알리지 않았다. 길상거에 도착한 전북망은 목에 검을 대고 있는 이방의 모습을 보자마자 마음이 무너졌다. “이방, 검을 내려놓으시오!”이방은 표정이 싸늘했고 두 개의 눈동자가 날카로운 검처럼 날아왔다. “전북망!”왕정도 두 명의 금군을 데리고 도착하자마자 전북망을 막았다. “너무 가까이 가지 마십시오.”전북망은 복잡한 눈빛으로 왕정을 바라보았다. 그는 왕정이 걱정하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이방, 주 대인과 함께 형부로 가시오.” 전북망은 왕정을 사이에 두고 이방을 설득했다. “일을 번거롭게 만들지 마시오. 조사에 협조하면 형부는 부인을 괴롭히지 않을 것이오.”“헛소리!” 이방의 눈에서 매서운 불꽃이 튀었다. “괴롭히지만 않는다면 저는 차라리 장군부에 있는 것이 좋습니다. 전북망, 한 가지만 여쭙지요. 부군은 지금 나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습니다. 그렇지요?”그러자 전북망은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 “이건 우리 둘의 사적인 일이오. 먼저 형부의 조사에 협조하시오.”이방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협조? 좋습니다. 서방님이 직접 나를 직접 끌어가세요. 어차피 어전시위령이잖습니까?”전북망은 움직이지 않아 이방의 분노는 점차 가라앉았고 곧 슬픔이 스며들었다. “서방님, 우리는 함께 성릉관 전장에서 싸우며 죽음을 넘나들었습니다. 녹분성으로 가는 길에 나에게 뭐라고 했는지 기억하십니
이방은 두 손이 뒤로 묶였고 엎어질 때 자갈에 얼굴이 긁힌 탓에 몇 군데에 피가 흘렀다. 그녀는 전북망을 한 번 쳐다보았는데 그의 눈에는 실망이 가득했다. 곧이어 그녀는 다시 송석석을 향해 노려보았다. 송석석이 입고 있는 관복은 그녀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었는데, 이제 그녀는 그것을 만질 기회조차 없어졌다.송석석은 채찍을 거두고 이방 앞에 섰다. 서로 눈이 마주치는 순간, 하나의 눈빛에는 원망과 증오가 가득 차 있었고 다른 눈빛엔 감정을 숨기지 못한 분노로 가득했다. 송석석은 이번에 이방에 대한 증오를 숨기지 않았다. 부모의 위패 앞이기에 그녀는 어느 정도 이런 감정들을 억누르려고 했지만, 오늘은 그 증오를 억제할 수 없었다. 이방은 그녀의 가족을 해쳤고 외할아버지까지 끌어들였다. 이 원한은 결코 풀 수 없다.이런 증오 앞에서 이방의 질투와 달갑지 않은 마음은 아주 하찮게 보였다.그녀는 눈을 돌려 전북망을 바라보았는데, 이번에는 진정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전북망은 복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아까 왕정에게 자신을 일부러 막게 했을 때 실제로는 그가 먼저 왕정을 막고 있었다. 이방이 자신을 인질로 삼는 것은 무의미하지만 형부시랑을 인질로 삼으면 모든 관리들이 물러날 것이었다.그는 이방의 의도를 단숨에 파악했으며 둘 사이에는 여전히 마음이 통했다. 성릉관에서의 1년 동안 그와 이방은 함께 전투를 겪었다. 이 묘한 일치는 마음이 통했던 시절의 연장선이었다. 이방은 그에게 만약 그녀가 위험에 처한다면 그는 어떻게 할 것인가고 물은 적이 있었고 그는 모든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녀를 구하고 심지어 목숨을 희생할 수도 있다고 대답했다. 지금도 그는 그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설령 그 대가가 관직을 잃는 것이라 하더라도 말이다.하지만 송석석의 출현은 그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그는 이방에 대한 약속을 지키고 싶었으면서 왜 송석석와의 약속은 지키지 못한 것일까? 마음이 복잡해지며 발목에 느껴지는 통증이 그를 다시
송석석이 있는 자리에서 이러한 모욕을 당하자 왕청여는 서서히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왕정, 말조심 하거라! 네가 금군 통령이 되었다고 대단해진 줄 아느냐? 너의 통령은 결국 여인에게 지배당하고 말 것이다."왕청여는 왕정이 자존심이 강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한때 그가 송석석에 대해 불복했던 사실도 알기에 일부러 송석석 앞에서 그들의 불화에 대해 언급하며 그를 모욕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도 모르는 것이 있었다.시만자를 사부로 맞은 후, 왕정은 자기 사부가 매산에서 어떻게 송 대감에게 무력으로 제압당했는지 여러 번 들었다. 또한 송석석과의 대결을 통해 과거의 자기가 얼마나 오만했던지 깨닫게 되었다.왕정은 헛웃음을 지으며 비꼬듯 말했다. "내가 금군 통령이 된 것은 대단한 일이지. 꼬우면 너도 한번 해보던지 그러느냐! 여인이라서 안 된다는 말은 하지 말거라. 송 대감님은 네 부군을 관리한 적도 있고 이제는 내 상관이기도 하다. 내 능력이 부족하다는 건 인정하지만, 너는 인정하느냐? 여인에게 지배당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란 말이냐? 집에서는 누구나 아내에게 지배당하는 법인데, 그러는 넌 전북망을 지배할 수 있느냐?"왕청여는 얼굴이 푸르게 변했지만 왕정과 논쟁이 불리하다는 것을 느끼고 여전히 멍한 표정인 전북망을 향해 소리쳤다. "왜 가만히 있는 겁니까? 저 말에 화가 나지도 않습니까?"하지만 전북망은 그저 송석석을 바라보기만 했다. "나는…""잠시 사적인 질문을 해도 될까요?" 송석석이 그의 말을 끊고 물었다.전북망은 고개를 끄덕였고 얼굴이 약간 창백해졌다. "좋소. 편전으로 모시겠소.""왜 단둘이 간다는 겁니까?" 왕청여는 위기감을 느껴 급히 물었다. "여기서 못할 말이 무엇입니까? 제가 들으면 안 되는 연유라도 있습니까?"송석석은 왕청여를 바라보며 말했다. "왕정도 들을 수 있는 이야기 입니다."왕청여는 단독 대화가 아니라고 하니 그제야 조금 안심했다. 적어도 사적인 일은 아닐 테니 말이다. 장군부의 편전의
전북망은 잠시 회상에 잠겼다. "녹분성에서 곡식을 태우자는 것은 내가 제안한 것이오. 그 당시 서경은 연속으로 패배하고 있었고 철수할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오. 소육야는 우리와 서경은 언제나 이렇게 소규모의 전투를 진행했고 진짜 싸움이 시작되면 서로 자제를 할 것이니 서경이 철수하면 우리가 쉬워진다고 했소. 헌데 서경이 갑자기 강력한 공세를 퍼부었고 소육야는 그 전투에서 부상을 당했지…""틀렸습니다." 송석석은 다시 그의 말을 끊으며 반문했다. "장군님이 성릉관에 처음 갔을 때 제 삼촌은 전란 속에서 팔을 절단했습니다. 그때 전투 상황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증명하는 것이지요. 양측이 서로 자제를 한다면 증원도 필요 없을 것입니다."전북망이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자제해 오다가 그런데 왜 갑자기 치열해졌냐면, 수란키가 전선에서 철수하고 수란석이 전장에 나와 지휘하게 되었기 때문이오. 그는 수란키의 아우인데 매우 잔인하고 용맹했소. 이전의 수란키 전술을 변경해 적을 압박하고 경계를 설정하려고 했었지.""그 당시 남강 전투는 중요한 상황이었고 성릉관에서 군대를 파견했기 때문에 수란석이 빈틈을 타고 들어온 것이오. 그래서 폐하께서 내게군대를 지원하라고 한 것이고, 이것은 알아보기만 하면 바로 알 수 있는 것이오."송석석은 진작부터 이를 알고 있었기에 전북망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니까 서경이 퇴각할 거라 생각할 때 수란키가 전장에 돌아왔다는 것입니까?""맞소." 그는 소 대장군과 함께 모여 논의했던 것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때 소육야는… 아니, 소 육대장군은 수란키의 전술이 항상 그러하다며, 큰 싸움을 원하지 않으며 많은 인명을 희생하기 싫다고 하셨지. 게다가 우리도 손해를 보지 않아 그저 지키기만 했소. 허나 수란키가 갑자기 수란석으로 바뀌더니 강력한 공격을 퍼부어 우리를 당황하게 만든 것이오."송석석은 곧바로 그의 말을 듣고 분석했다. 수란석이 전투를 지휘할 때, 수란키는 서경의 태자를 전장에서 막기 위해 돌아가야 했고 그때 서경 황제는
송석석이 떠나자 왕정도 자연스럽게 그 뒤를 따랐다.왕정은 입이 무거운 편이 아니기에, 오늘 송석석과 전북망이 나눈 이방이 민간인을 살해했다는 이야기는 이미 퍼졌다고 봐도 무방했다.하지만 이 일에는 소 대장군도 연관되어 있었고, 그는 그 당시 중상을 입어 거의 죽을 뻔했기 때문에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평화 협정에 서명한 이가 이방이라는 소문이 난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왕정은 소 대장군의 억울함에 대해 분개하며 금군위소로 돌아가 그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금군 중에 송회안 대장군과 소 대장군을 존경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왕정의 말에 많은 이들이 소 대장군의 억울함에 대해 분개했다.물론 금군들은 직접 나서서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자연스레 외부로 퍼져 나갔다.송석석의 첫걸음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녀는 외조부가 백성들로부터 믿음과 존경을 얻도록 하고, 동시에 수도 내 무장과 무관들로부터 지지를 받게 하려했다. 이런 일들이 차근차근 쌓여야 이후 큰일을 도모하는 데 필요한 요소들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다행인 것은, 과거 성릉관 대첩에서 황제가 전북망과 이방을 키우고자 하여 모든 공을 그들에게 돌렸다는 사실이었다. 이는 황제가 그들을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젊은 무장으로 만들려 했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황제가 송석석의 외조부와 외삼촌에게는 크게 포상을 하지 않았었다. 원수의 공을 무시하고 아랫사람을 치켜세운 전례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과거 송석석의 아버지도 그렇게 진급했으나, 그는 착실한 군공으로 인한 진급이었고 이방과 같이 조작된 사기와는 달랐다.이방이 옥에 갇히자 형부에서 즉시 심문이 시작되었다. 이 심문은 비밀리에 진행되는 것이었으나 황제는 전북망과 오월을 동행시켰다. 오월은 동궁의 시위장이자 동궁 시절부터 숙청제를 따라온 인물이다. 숙청제는 그동안 비밀리에 인력을 키워왔으나 이들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만약 드러난다면 그가 쥔 모든 패들이 노출되는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숙청제가 태자
사여묵이 가까이 다가가 송석석의 손을 잡으며 위로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우리가 결코 상황을 최악으로 몰고 가게 두진 않을 것이오.”송석석은 그의 장담이 실은 확실한 방도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사람 마음은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다. 특히나 서경의 신임 황제는 태자에 오른 후부터 녹분성 사건을 서경에 퍼뜨려 백성들의 분노를 부추겼다. 그런데 이제 황제가 되었으니 원하는 대로 다 할 수 있다. 염선생이 정보를 정리해 결론을 내렸다. “정원제는 황제 자리에 큰 미련이 없어 보입니다. 다만 그 엄청난 권력을 이용해서 그의 태자 형과 학살당한 백성들을 위해 정의를 되찾고 우리에게 국경선에서 물러서라고 요구하려 합니다. 심지어 그는 전쟁을 발발하려는 듯합니다. 다만 서경이 사국을 도왔던 일로 인해 병력을 크게 잃었고, 우리와의 오랜 대치 속에서 성릉관에서도 대규모 전투를 겪었기에 서경 역시 재정비가 필요한 상태입니다. 조정에서도 전쟁을 반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고, 냉옥 장공주가 그 주축이 되어 전쟁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냉옥 장공주가 사절단을 이끌고 오는 것은 정원제가 우리와의 협상에 양보할 의지가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아마도 이번이 유일한 양보일 겁니다. 만일 협상이 결렬된다면 전쟁을 반대하는 이들은 완전히 힘을 잃게 될 겁니다.”냉옥 공주는 서경 선황제의 적장녀로, 선태자와 지금의 정원제의 친누나이기도 하다. 정원제가 즉위하면서 그녀는 자연스레 장공주가 되었다.정원제를 황위에 앉힌 것도 사실 그녀의 힘이었다. 당시 서경 선황제의 병세가 깊어지자 그녀가 대신 국정을 다스렸고, 서경에서 그녀는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서경에는 이런 말까지 있을 정도였다. "장공주가 여성이 아니라면 반드시 태자로 책봉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서경에서는 여성이 정치에 참여하고 벼슬을 할 수는 있어도 황제로 즉위할 수는 없었다.심청화가 문득 입을 열었다. “장공주와 몇 번 마주친 인연이 있는데, 그녀는 술수도 있고 결단력도 대단하더
사여묵은 밤새 조용히 송석석을 품에 안고 잠을 청했다. 송석석은 어떤 작은 움직임도 없이 그의 품에 조용히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마치 숨소리 하나하나가 계산된 듯 고르게 이어졌다. 사여묵은 단숨에 그녀가 깨어있다는 사실을 알아 차렸다. 송석석은 단지 사여묵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성릉관 소 장군부 안에 황제의 뜻을 전하는 어명이 도착했다. 남강으로 어명을 전달하러 가는 이는 바로 치석정찰대의 제방과 노홍이었다. 물론, 어전시위와 금군도 동행하였다.제방과 노홍은 현재 사품무관으로, 아직 황제가 본격적으로 그들을 등용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이번 명령 전달이 그들의 첫 임무라고 볼 수 있다. 이 일을 잘 수행하면 황제의 신임을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그러나 이 임무는 그들에게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대부분의 무장과 병사들은 소승과 송회안을 존경의 대상으로 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임무가 단순한 명령 전달이 아니라 사실상 압송과 같아 제방과 노홍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원래 어전시위 척귀가 오늘 당장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제방과 노홍이 모든 반대를 무릅쓰고 소 대장군에게 가족과 작별인사를 나눌 시간을 주기 위해 출발을 하루 미루었다.오늘 저녁의 장군부는 평소와 다름없이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올렸고, 평소 먹던 몇 가지 음식만 차려졌다. 오늘이라고 해서 음식을 더 추가하지는 않았다.이 날이 언젠가는 올 거라는 것을 모두 마음속으로 준비하고 있긴 했지만, 이 식사에서 소 대장군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한입도 제대로 삼킬 수 없었다.“아버지!” 소삼야가 젓가락을 내려놓고 붉어진 눈으로 나이 든 아버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아버지와 함께 가겠습니다!”소승은 침착하게 음식을 먹으며 가볍게 말했다. “그럴 필요 없다.”"황제께서 팔야에게 군권을 맡기셨으니, 제가 아버지와 함께 돌아가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 어차피 저는 한쪽 팔을 잃은 몸이니 어떤 책임이라도 제가 혼자 짊어지겠습니다."“허튼소리 하지말거라!” 소승은 그를
남씨는 속이 상해 머리 꼭대기까지 화가 났다. 자신의 남편이 전북망을 구하려다가 한쪽 팔을 잃었고, 그 덕에 평생 갈고 닦은 무예 실력은 반으로 줄어버렸다. 다행히 그동안 전쟁이 발발하지 않아 한 손으로 검술을 연습하며 나름 무예 실력을 유지하려 애썼으나, 이제 긴 창은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도와준 것은 도와준 것이라 쳐도, 상대가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자라니. 더군다나 그들의 눈앞에서 이방과 몰래 관계를 맺고 있었다니! 어째서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것인지, 그때는 정말 눈이 멀어 있었던 게 틀림없다. 그들이 당시 좀 더 세심하지 못했던 탓도 있었다. 그때 알아챘더라면 성릉관에서 바로 혼쭐을 냈을 텐데…… 어찌 그들을 돌려보내 석석을 해치도록 두었단 말인가!남씨는 송석석을 무척 아꼈다. 그녀가 태어났을 때도 남씨는 마침 진성에 있었는데, 그렇게 사랑스럽고 보드라운 아기는 본 적이 없었다. 마치 옥을 깎아 만든 것처럼, 그녀는 세상 그 무엇보다 귀한 보물이었다. 송석석이 세 살이 될 때까지 남씨는 며칠에 한 번씩 진북후부에 달려가 귀한 아이를 안아보곤 했다.그 후 남씨는 남편을 따라 성릉관으로 향했다. 초반에는 두 해에 한 번씩 진성으로 돌아오곤 했지만 아이들이 자라면서 학문과 무예를 익혀야 했고, 성릉관과 서경 사이의 마찰도 끊이지 않아 점차 자리를 비울 수 없게 되었다.송회안과 그의 아들 일곱 명이 희생되었을 때, 남씨는 남편을 따라 한 차례 고향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때 석석은 매산에서 무예를 익히고 있었기에 돌아오라는 연락을 받지 못한 탓에 그녀를 만나지 못했다. 이후에 일어난 일들은 모두 편지를 통해 알게 된 것이었다.석석이 전북망과 이혼한 후 돌아왔을 때, 남씨 부부는 함께 돌아가 그녀를 보고 싶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석석이 이미 남강 전장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고, 이어서 그녀가 공을 세워 돌아와 북명왕 사여묵과 혼인했다는 소식도 전해 들었다. 그렇게 그들은 다시 진성으로 돌아갈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그들은 녹분성에서
복소의의 태는 안정적이었기에, 태의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겨울이 지나면서 태가 점점 불안정해져, 두 번의 출혈을 경험했다. 금태의는 그녀의 태를 지키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그 덕분에 그녀는 겨우 안정을 찾을 수 있었지만 계속해서 침상에 누워 있어야 했기에 바닥에 내려갈 수가 없었다.갑자기 이런 상황이 발생하자, 태의는 신중히 식단과 궁에서 사용하는 모든 것들을 점검했다. 하지만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아마 황제가 장기간 약을 복용한 탓에 태아가 불안정해진 것일 가능성이 있었다. 숙청제는 그녀의 태에 매우 긴장하고 있었다. 숙청제는 그녀가 침상에서 요양을 시작한 후 거의 이틀에 한 번씩 그녀를 보러 갔으며, 가끔은 같이 식사를 하기도 했다.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는 수빈의 궁에 자주 가지 않았고, 삼황자를 어서방에 불러 들이지도 않았다.덕비는 후궁을 관리하는 일을 맡고 있었기에 시간이 날 때마다 이황자와 함께 복소의를 보러 갔고, 이로 인해 황제와 함께 몇 번의 식사를 함께했다.복소의는 첩여 시절 후궁에서 자신이 의지할 사람을 찾으려 했고, 비밀리에 수빈과 덕비에게 아첨하며 양쪽을 오갔다. 하지만 수빈은 늘 거만하게 행동했으며, 그녀가 한때 황제의 총애를 얻었기도 했기에, 복소의는 수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반면 덕비는 후궁에서 유명한 온화하고 자애로운 인물로,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며 위치가 낮은 여인들까지 보살펴 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복소의는 점차 덕비에게 더 접근했지만 지금은 조금 고심했다. 황제가 그녀에게 올 때, 덕비가 여러 번 이황자를 데리고 왔고, 그 목적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수빈의 성격에 이런 일을 할 리가 없었기에, 그녀는 오히려 수빈의 도도함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결국 불만을 마음속으로에만 토로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덕비는 후궁을 관리하는 권한이 있기에 그녀를 적대할 수도 없었다. 이러한 날들이 지속되자, 그녀는 덕비가 오지 않
후궁에서는 황제의 병에 대해 추측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지금 복소의가 임신을 했다고는 하지만, 단신의가 궁에 들어와 치료하고 있다는 사실은 황제의 몸이 단순히 요양을 하면 괜찮아질 상태가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황제의 편애가 계속될수록 몇몇 사람들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특히 황후는 더욱 불안해했다. 그녀는 황제의 병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지금 단신의가 궁에 들어와 치료하고 있지만 치료의 효과는 확실하지 않다고 생각해, 그녀는 황제가 심각한 상태라고 여겼다. 황후는 복소의의 임신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아이의 성별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을 뿐더러, 설령 황자가 태어난다고 해도 그에게 까지 순서가 올 리 없었다. 그러나 삼황자에게 집중된 황제의 편애는 그녀에게 위기의식을 가져다 주었던 것이다.황제는 그녀에게 선택권을 주었을 때 그녀는 황후 자리를 선택하며 생명을 보장받았다. 하지만 며칠의 시간을 보내자, 황후는 황제가 대황자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요즘 대황자가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며, 태부와 황숙도 그를 칭찬하고 있었다. 황제도 대황자의 그러한 모습에 매우 만족해 한다고 전해 들었다.이황자와 삼황자는 그녀에게 모두 위협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황후는 황제가 이황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여겼다.최근 몇 달 동안 그녀는 거의 이황자를 본 적이 없었고, 또한 이황자가 이제는 예전처럼 열정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후는 강력한 뒷배경이 없는 덕비가 여전히 유력하지 않다고 여겼지만 수빈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수빈의 아버지는 형부상서이며, 사여묵과 같은 공문이었다. 공무의 일이든 사적인 일이든 접촉이 분명 많았을 것이고, 수빈의 어머니인 이씨 부인은 송석석에게 잘 보이기 위해 공방에 많은 돈을 기부했다. 어쩌면 이미 그녀를 손에 넣었을지도 모른다.“마마, 오늘 대황자께서 또 왕야의 칭찬을 받으셨습니다.”란주 상궁이 들어오며 웃으며 말했다.황후는 별다른 감정을 보이
숙청제는 신하들을 어서방에 불러들였고, 그들은 밤늦게까지 논의했다. 논의는 결국 단신의가 들어가서 시간이 많이 늦었음을 알리며 중단을 요청할 때까지 지속되었다. 숙청제는 팔을 뻗고 웃으면서 말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다니. 그럼 궁문도 이제 잠가야겠으니 다들 돌아가시게.”그는 여전히 기운이 넘쳤고, 특히 지금은 얼굴에 혈색이 돌아 병든 사람 같지 않아 보였다.송석석은 논의 중이던 사여묵을 기다렸다. 그들은 함께 궁을 떠나 황실로 돌아갔다. 매우 피곤했던 그녀는 사여묵의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마차가 황실 문 앞에 도착하자 사여묵은 그녀를 안아 들었다. 송석석은 그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내려오기 귀찮았기에 그대로 안겨 있었다. 그의 넓고 따뜻한 품은 정말 편안했다.그와 떨어져 있던 세 달 동안 그녀는 성릉관에서만 편히 잠을 청할 수 있었으며, 그 외의 곳에서는 늘 경계하며 지냈다. 이제 집에 돌아오니 자연스럽게 긴장이 풀렸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불안함을 느꼈다. 무언가 뜨겁고 큰 손이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단 백부 말씀을 잊으셨나요?”귓가에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단 백부가 이제 괜찮다고 말씀하셨소.”송석석은 감고있던 눈을 떠, 뜨겁고 열정적인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마주하며 물었다.“정말인가요?”“틀림 없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입술이 덮였다.불꽃이 강렬하게 타올왔다. 침실의 온도마저 높아진 듯 했다.두 사람은 뜨겁게 사랑했다.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기에 마치 새롭게 결혼한 듯한 기분이었다!한 달 후, 상국은 시박사를 설립할 예정이었다. 이는 상국과 해외 북당과의 화물 교류를 담당할 기관이었다.원래의 시역업도 시박사의 운영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며, 상국에서 다른 국가에 판매할 수 있는 화물 목록을 정리하여 서경으로 사신을 파견해 화물 교환 협정을 체결할 것이다.이 한 달 동안 단신의는 약을
10월 15일, 사절단은 드디어 진성에 도착했다.현갑군은 그 자리에서 먼저 해산했고, 이덕회와 홍려사경은 궁에 들어가 황제를 뵈러 갔다. 그동안 몸이 약해져 혼자서는 거동할 수 없었던 진왕은 이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자신도 궁에 가겠다고 말했다.송석석은 이미 성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여묵에게 인도되어 황실로 돌아갔다.그동안 사여묵은 매일같이 성문 앞에서 그녀를 기다렸고, 때로는 낮잠시간에 직접 가서 기다리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이 되어서야, 드디어 기다리던 그녀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이덕회와 그들이 궁에서 황제에게 보고할 때, 송석석은 이미 태비께 인사를 드린 후였다.혜 태비는 송석석이 피곤해 보이자, 가서 씻고 옷을 갈아입으라고 말했다.송석석은 사여묵과 함께 나와서 매화원으로 돌아갔다.목욕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나왔을 때, 송석석의 입술이 어쩐지 조금 부풀어 있었다. 서주는 깜짝 놀라 왕야를 바라보았다. 왕비가 목욕하는데 왕야께서 꼭 직접 모셔야 한다며 들어가더니, 보아하니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 것이 틀림없었다.서방에서는 염선생과 심청화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송석석은 그들에게 서경에서의 일들을 말해주었다. 협상 결과는 그들이 이미 알고 있었기에, 송석석은 길에서 일어난 암살 시도, 원신제의 곤경, 그리고 북당의 안풍친왕이 말한 3년과 5년의 기한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다.사여묵은 두려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들었는데, 서경이 그렇게 혼란스러웠음에도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았음에 안도하며 다행이라 여겼다.안풍친왕이 성릉관을 자유롭게 오고 간 것과 그가 말한 3년, 5년 기한에 대해서, 심청화는 사부에게 편지를 보내면 알 수 있을 거라 말했다. 사부는 그들을 잘 알기 때문에 그 말의 숨은 의미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었다.이야기를 마친 후, 사여묵은 송석석이 휴식을 취하게 하기 위해, 송석석에게 더 이상 질문하지 못하게 그들을 막았다. 그는 오후에 휴가를 내어 일을 쉬려고 했지만, 황제가 사람을 보내 궁에 오라고 일렀다.송석석
성릉관에서 다섯 날을 지낸 진왕은 어느 정도 몸이 회복이 되었다.그가 회복되었다는 것은 이제 다시 진성으로 향해야 함을 의미했다.이별은 너무나 아쉬웠지만, 송석석은 눈물을 삼키며 그저 작별 인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소 대장군 앞에서 여러 번 절을 했는데, 그로 인해 소 대장군도 눈물이 거의 터져 나올 뻔했다.이덕회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바로 소 대장군이었다. 소 대장군은 상국을 위해 수십 년 동안 성릉관을 지킨 노장이었기 때문이다.송석석은 눈물을 삼켰지만, 그는 얼굴을 가리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이 평생 다시는 그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이미 노령에 접어든 듯, 이전에 만났을 때보다 훨씬 더 노쇠해 보였다. 설령 황제가 그를 진성으로 돌아가게 허락한다 할지라도, 긴 여정과 고된 일정을 고려했을 때 소씨 가문 사람들이 그를 돌아가지 못하게 할 수도 있었다.소 대장군은 이덕회와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그러자 이덕회는 더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외숙모 남씨는 회 왕비에 관한 질문을 하지 않았었다가 이별을 앞두고서야 송석석을 옆으로 데려와 그녀의 상황을 물었다.송석석은 회 왕비가 지금 감옥에 있다는 사실과 란이가 그녀를 위해 손을 써주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렇게 힘든 상황은 아닐 거라며, 혹시 태자가 세워지면 대사면이 내려져 그녀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남씨는 살짝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외조부께서 말씀하시지는 않으셨지만, 엄청 신경 쓰고 계실 거다. 세상에 정말로 모진 부모는 드무니까. 네 외조부는 모진 분이 아니시다. 그때 그녀가 란이에게 그렇게 까지 모질게 대했던 게 안타깝다. 란이가 여전히 그녀를 돌보아야 하다니."송석석이 말했다. "걱정 마세요. 란이는 지금 편안하고 자유롭게 지내고 있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더 잘 지낼 거예요.""그렇지. 분명히 잘 지낼 거야." 남씨는 아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송석석을 바라보다가, 이내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귀환길에 오를 무렵, 이미 9월 초가 되어, 날씨는 더 이상 뜨겁지 않았으며, 오히려 약간 선선했다.수란키는 직접 군대를 이끌고 나와 그들을 녹분성까지 배웅했다.이번 귀향길에서는 암살 시도가 없었기에 매우 순조로웠다.이들은 끝없이 이어지는 산을 넘어가 상국의 경계에 들어섰다.소 대장군에게 사전에 도착 예정일을 알리지 않았기에 아무도 마중을 나오지 않을 줄 알았지만, 상국의 경계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전북망이 이끄는 소씨 가문 군대와 마주했다.무사히 돌아온 그들을 보자, 전북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없이 말을 몰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는 말에서 내려 진왕과 이덕회를 비롯한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며 말했다."왕야와 이상서, 그리고 여러 대감님들, 소 대장군께서 저를 시켜 이곳에서 여러분을 맞이하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성릉관까지 호위하겠습니다."그러자 이덕회가 호기심에 차서 물었다. "대장군께서는 우리가 오늘 돌아올 것을 어떻게 아신 것입니까?"전북망이 대답했다. "대장군께서는 모르셨습니다. 매일 여기서 기다리라고 명하셔서 계속 기다린 것입니다.""그렇군요." 이덕회는 소 대장군의 매우 신중함에 감탄했다. 진왕은 오는 동안 몸이 좋지 않았다. 그는 마차의 발을 올리고 한 번 쓱 둘러보았다. 자신이 상국에 돌아온 것을 확인하자, 그는 그제서야 기운을 조금 차리며 말했다. "빨리 출발하게.""예!" 전북망은 재빨리 대답하고 말에 올라 선두를 이끌었다.시만자는 그가 한 손으로 능숙하게 말을 다루는 모습을 보며, 그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말의 고삐를 잡고 송석석에게 말했다. "이 사람 나쁘지 않네. 어머니께서 그 당시 사람을 잘못 본 것이 아니었나봐. 마음을 예측하기 어렵긴 하지만..."송석석은 시만자가 전북망을 칭찬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사실 시만자는 여전히 전북망에 대한 모친의 기대를 저버린 것을 항상 마음에 두고 있었기에, 이 말을 함으로써 모두 안심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송석석은 아무 말도 하
안풍친왕이 말했다."이번 여정은 서경과 상국을 위한 것이지만, 북당을 위한 것이기도 하니 감사할 필요는 없습니다. 국가 간의 교류는 언제나 이익을 우선으로 하니까요. 개인적인 인연이 있을 때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죠."송석석은 깨달음을 얻은 동시에 궁금한 점이 있어 물었다."혹시 제 사부 임양운을 아십니까?"안풍친왕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알지요. 그는 북당에 와서 제 채성루에서 잠시 머문 적이 있습니다. 제 호위 지휘사인 흑영위가 당신의 사부와 매우 친한 사이입니다. 그들은 자주 함께 술을 마셨죠.""그렇군요." 송석석은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 중 어떤 사람이 흑영위 선배인지는 모르겠지만, 만날 수 없다면 정말 아쉬운 일이었다.안풍친왕은 이내 그녀의 마음을 눈치 챘는지 웃으며 말했다.“우리 북당은 3년 혹은 5년 후에 상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그때 흑영위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송석석이 막 감사의 말을 하려는데, 시만자가 말했다."왜 3년 혹은 5년 후인가요? 좀 더 일찍 갈 수 없나요? 왕야와 왕비께서 가시는 걸 기대하고 있습니다."안풍친왕은 미소를 지으며 깊은 뜻이 담긴 말을 했다."지금은 아직 그때가 아닙니다."그들이 말하지 않으니 더 이상 물어보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옆에서 조용히 앉아 있던 안풍왕비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으며, 그저 눈앞의 간식들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아무것도 특별할 것 없는 설탕절임과 육포였지만, 그녀는 그것을 매우 맛있게 먹었다.송석석은 탁자 아래에서 그들이 손을 서로 맞잡고 있는 것을 보고, 그들의 사랑이 누구보다 깊다는 것을 느꼈다.두 나라 간의 교류에 대해 더 얘기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들은 잠시 가볍게 잡담만 나눈 뒤 그들을 보내주었다. 떠나기 전에 안풍친왕비가 먼저 입을 열었다.“송대감, 시 소저, 4년 후에 상국에서 뵙겠습니다."송석석은 급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네. 왕야와 왕비께서는 반드시 오셔야 합니다."그들이 떠난 후, 별관 문이 닫혔다.송석석과 시만자
이틀 동안 돌아본 후, 수란키가 송석석에게 말했다. "귀국에 단신의라는 신의가 계십니다. 그분이 만든 단설환의 한 가지 재료인 설연화가 귀국에서 생산량이 매우 적다고 알고있습니다. 남강에 있기는 하지만, 설산 정상에 자생하고 있어 채집하기 매우 어려우며, 또한 드뭅니다. 하지만 저희 쪽에서는 설연화가 그리 희귀한 것이 아닙니다. 고산지대 어디에서나 볼 수 있지요. 그가 사용하는 설연화는 모두 서경 약장수에게 몰래 사서 쓰는 것으로, 가격이 매우 비쌉니다. 그 가격으로 단설환을 팔면, 한 알을 팔아서 한 알을 잃는 셈입니다."송석석은 단설환이 부족한 이유가 일부 약재를 구할 수 없기 때문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단 백부는 구체적으로 어떤 약재가 부족하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서경과 상국은 그동안 무역을 하지 않았고, 특히 약재는 더 조심스럽게 다뤄졌기 때문에 그가 서경 사람에게 약재를 산 것을 비밀로 한 이유가 이해가 됐다.수란키와 원신제는 한 마음으로 이렇게 세세하게 조사를 진행했으며, 두 나라 간에 상호 교역을 이루려는 계획이 이미 있었을 것이다. 안풍친왕을 불러들인 것도 이 일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단설환은 생명 구제용 약이라, 만약 약재만 부족하지 않다면 평민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어 실로 민생에 큰 이익이 된다. 송석석은 그들이 지나쳤던 약재 시장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럼 왜 약재 시장에서는 설연화를 본 적이 없죠?" 수란키가 웃으며 답했다. "그건 당연합니다. 우리 서경에서 설연화가 많이 자생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희귀한 재료입니다.고산지대를 올라가야만 채집할 수 있기에 위험하기도 하지요. 게다가 약효가 뛰어나지 않습니까. 심장을 강하게 하고 통증을 멈추는 효과가 있어, 시장에서 거래되는 법이 없습니다. 송대감께서 믿지 못하신다면, 제가 지금 당장 사람을 보내서 설연화 한 바구니를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그것을 상국으로 가져가서 단신의께 검증받으시면 됩니다."그는 말을 마친 후 시 사람을 시켜 설연화 한 바구니를 가
그가 앉은 자리는 북당이 이번 협상에서 취한 입장을 대표했다.그는 중립의 위치에 있었다. 송석석은 다시 한 번 국가가 강성한 것이 정말 좋다며 감탄했다. 협상의 처음 부분은 조금 지루했다. 양쪽 모두 똑같은 말을 반복하며 강조하였고, 양쪽의 역관들이 그것을 전달하며, 모두 역사적 문제를 강조했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처음부터 양보를 한다면 계속해서 양보하게 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따라서 첫 번째 협상에서는 아무런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서로의 한계를 시험하는 데 그쳤다. 다음 날, 바로 두 번째 협상이 시작되었다. 역시 초반에는 전날처럼 양쪽에서 강조하는 말들이 오갔다.그러다가 잠시 후, 안풍친왕이 먼저 말을 꺼냈다. "이렇게 계속해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두 나라의 국경 문제는 이미 수십 년간 지속되어 왔고, 이것은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우선 국경 문제는 잠시 제쳐두고, 본왕은 두 나라가 서로 친선을 맺고, 서로 침범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그의 말에, 모두 두 나라가 더 이상 분쟁을 일으키지 않기를 바란다며 긍정적인 의사를 내비쳤다. 안풍친왕은 한 장의 목록을 꺼냈다. 그 목록에는 양국의 상품들이 나열되어 있었고, 그 중에는 곡물, 가축, 비단, 직물, 수공예품, 찻잎, 모피, 도자기, 종이, 벼루, 각자의 나라에서만 자생하는 약초, 향료, 청염, 철광, 옥석 광물 등이 있었다. 양쪽은 그것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처음의 긴장감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막대한 이익 앞에서, 어떤 일들은 협상이 가능했다. 협상이 되지 않으면 잠시 미룰 수도 있었다. 수년간의 전쟁은 두 국가의 국고를 이미 소진시켰기에 양쪽 모두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었다. 북당의 발전 경험에 따르면, 농업을 중시하고 상업을 억제하는 것은 뒤처진 생각이며, 농업과 상업을 동시에 중시하는 것이 살길이었다. 상업세 또한 매우 높았다. 안풍친왕의 이 목록 덕분에 두 나라는 국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