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867화

Author: 유애
송석석은 이 상황이 열받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그녀는 절뚝거리는 사여묵을 부축하며 천천히 산 아래로 내려갔다.

사여묵의 머리는 눈보라로 인해 망가져 버렸다. 머리카락은 다 세로로 얼어붙어서 모양이 괴이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얼굴엔 푸릇푸릇하게 멍이 들었는데 눈에 스쳐 빨갛게 피가 난 곳도 있었다. 다행인 건 크게 다치지 않아 피를 금방 멎을 수 있었다.

심지어 이마엔 거위 알같이 부어올라 송석석은 그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다.

‘무술, 싸움, 벼슬까지 모두 잘하지만 운동은 정말 못하는구나. 스키를 저렇게 타는 사람이 어디 있어?’

세상엔 산을 속이더라도 물은 속이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그건 물이 더 위험하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지 산을 얕잡아보라는 뜻은 아니다. 특히 겨울에 눈이 덮인 산에서는 보이지 않은 것 때문에 더욱 위험했다.

이곳의 지형은 남강과 달랐다. 게다가 전쟁 때는 갑옷을 입었지만 지금은 입지 않았기에

사여묵은 난처함이 극에 달했다. 그는 간단하게 스키를 타기만 했을 뿐인데 이런 망신을

당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모처럼 휴가라서 송석석과 둘 만의 시간을 보내며 나중에 늙어서 함께 추억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을 만들려고 했는데……. 그래 이것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긴 하겠지. 아마 석석은 영원히 오늘을 잊지 못할 것이야.’

“발이 많이 아프시지요?”

송석석은 갈수록 절뚝거리는 사여묵을 안타깝게 보며 물었다.

그러자 사여묵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괜찮소. 사실 날 부축할 필요 없소. 당신이 이렇게 날 부축하니 내가 마치 장애인이 된 것처럼 보이는 것 같아서 말이오.”

하지만 송석석은 손을 놓지 않고 애교 섞인 말투로 말했다.

“난 그냥 당신에게 기대어 가고 싶을 뿐입니다.”

예전 같았으면 사여묵은 분명 기뻐했을 테지만 지금의 그는 낭패하기 그지없었고 발이 아파 죽을 지경이었다. 뼈에 금이 가지 않는 이상 이렇게 아플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송석석이 부축해 주어서 걷기 좀 편했다.

그는 순간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868화

    장대성은 염 선생에게 마당을 쓸라는 벌을 받았고, 때 마침 약왕당의 남작도 도착했다.남작은 단신의의 여섯 번째 제자로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의술이 뛰어나 약왕당에서만 진료를 했다.하지만 오늘은 사여묵이 낙상했다는 소식을 듣고 특별히 진료를 하러 온 것이다. 그의 임무는 사여묵의 전신을 검사하고 급소를 다친 건 아닌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젊은 나이에 아이도 없는 상태이기에 단신의가 제일 걱정하는 부분이었다. 혜태비와 시만자는 거리에 나갔다가 사여묵이 다쳤다는 말을 듣고 급히 달려왔다.남작이 그의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고 송석석은 옆에서 지키고 있었는데 태비가 황급히 달려오는 것을 보고 몸을 수그리고 인사를 했다.“어머님 오셨습니까?”그러자 혜 태비는 대답하며 눈길은 줄곧 자신의 아들을 찾았다. 방에 들어간 후에도 씻을 겨를이 없어 여전히 곤두선 머리카락과 새파랗게 멍든 얼굴, 그리고 이마에 혹이 나 있는 사여묵의 모습을 본 혜 태비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하하, 어떻게 이 꼴이 된 건가? 산에 눈 구경 간다고 하지 않았느냐?”그러자 송석석이 대답했다.“어머님, 왕야님께서 부주의로 넘어지셨습니다.”그러자 헤 태비는 아들의 얼굴을 다시 쳐다보며 말했다.“거 참, 왜 그렇게 조심성이 없는 것이냐?”시만자는 염 선생이 왕야께서 다리를 다쳤다는 말을 듣고 들어가지 않고 문 밖에서 서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남자의 다리를 볼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이때 혜 태비가 물었다.“그런데 왜 부의를 부르지 않았느냐?”그러자 송석석이 대답했다.“부의는 오늘 외출했습니다.”“그러느냐? 앞으론 저택에 의사를 두 명쯤 두는 것도 나쁠 것 같지 않구나.”혜 태비는 사여묵의 부은 다리를 보고 젊은 의사가 그의 다리를 감아 고정시키는 것을 보고 물었다.“상처가 심각한 것이오?”그러자 남작이 대답했다.“왕야님의 다리뼈에 살짝 금이 갔지만 큰 문제는 없습니다. 약을 바르고 열흘 동안 고정하고 있으면 거의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피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869화

    송석석은 급히 돌아와 혜 태비를 달래며 함께 밖으로 나갔고, 혜 태비는 여전히 투덜거렸다. “그렇지 않느냐? 결혼도 했는데 뭐가 부끄럽다고 그러느냐? 어릴 땐 어마마마에게 잘도 말하더니 다 컸다고 말 못 할 게 무엇이란 말이냐? 석석아, 넌 모를 것이다. 여묵이 어렸을 때 그곳에 모기에게 물려 바지를 벗고 나보고 약을 발라달라고…” “어머니!” 방안에서는 사여묵이 포효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송석석은 황급히 혜 태비를 만자에게 부탁하고 궁녀 옥 씨와 궁녀 영 씨에게 뜨거운 물을 준비해 오라고 분부해 직접 사여묵의 머리를 감겨주었다. 목욕탕에 몸을 담그지 못해 사여묵은 욕실에 앉아 머리를 숙여 머리를 씻어야 했다. 그리고 송석석이 머리를 감겨줄 때 발이 젖지 않게 조심해야 했다. 사여묵은 자신이 쓸모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자신의 부인이 손으로 두피를 주무르는 것을 느끼며 어색함 속에서도 달콤한 행복을 느꼈다. 그는 이번 부상이 아니었다면 이런 좋은 대우를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전에 다쳤을 땐 장대성이 도와줬었다. 머리를 감은 후 송석석이 닦아줄 때 그는 한참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 “어머니께서 헛소리하는 것이니 곧이곧대로 듣지 마시오.” “알았어요.” 송석석은 두툼한 수건을 들고 그의 머리카락을 닦으며 말했다. “어머님께서 뭐라고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아요.”그러자 사여묵이 말했다. “오늘 많이 실망한 거 아니오? 어젯밤에 얘기한 후 밤새 기대했을 텐데 오늘 아무것도 보지 못했으니…” 송석석은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요? 나는 매산에서 자라서 등산을 제일 좋아합니다. 게다가 설산의 절경이 너무 아름답고 웅장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당신과 함께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이야기만 나누어도 너무 좋은 걸요.”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실망이 어디 있겠어?’ 사여묵이 등산을 가자고 했을 때 송석석은 오늘 기대할 수 있는 건 왕경루에서 식사하는 것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와 함께라면 무엇을 해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870화

    혜 태비는 종종 선제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때론 선제가 자신에게 잘해줬다고 하고 때론 선제를 원망하는 말도 했었다. 하지만 매번 그에 대해 말할 마다 순수한 소녀 같았다. 혜 태비는 가장 근심 걱정 없이 살았던 후궁이었다. 그녀는 태비의 자리에 있으면서 어떠한 계락도 당한 적이 없었다. 설령 있다고 해도 그녀를 향한 것이 아니었으며 그녀를 향한 것이라고 해도 태후가 그녀의 앞에서 가로막아 주었다. 그녀는 귀하게 자라 자식을 낳았고, 지금은 며느리의 사랑까지 받으며 모든 일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가끔 고민거리를 찾아다녔다. 예를 들면 덕귀태비와 제귀태비를 찾아가 그들과 비교하며 소란을 피우는 것 말이다. 이기면 기뻐서 펄쩍펄쩍 뛰고 지면 입을 삐죽 내밀며 한참 화를 내다가 떠나곤 했다. 그녀는 사온과 가의에게 한바탕 당한 후에도 잠시 화를 내고 털어낼 뿐 그녀의 생활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그렇게 반평생이 지나갔다. 지금 그녀에게 가장 급한 건 손자를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녀가 아이를좋아해 보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라 덕귀태비의 아들인 진왕이 아이를 낳았으니 질투가 나그런 것일 지도 모른다. 아이는 울거나 소리만 지를 뿐 그녀는 아직 아이의 장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송석석은 혜 태비에게 선제의 이야기를 잠깐 듣다가 방으로 돌아갔다.궁녀 옥씨는 달걀로 사여묵의 이마를 굴러주었는데 그래도 꽤 쓸모 있는 것 같았다. 적어도 혹이 전보다 작아져 지금은 시퍼런 멍만 남아있었다.보주가 생강떡을 가져오자 사여묵은 두 조각 먹었다. 그러자 송석석은 저녁 준비를 하라고 했다.저녁 식사를 마친 후 송석석은 사여묵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사여묵은 손을 뻗어 그런 송석석을 품속으로 끌어안더니 다정한 눈빛으로 말했다.“당신 벌써 며칠 밤동안 나를 상대하지 않고 침대에 눕기만 하면 잠을 잤소.”그러자 송석석이 말했다.“다리를 다쳐서 불편하지 않습니까?”뜨거운 손끝이 송석석의 뺨에 닿더니 사여묵이 그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871화

    자수공방은 사람들이 욕을 하든 이해를 하든 계속 홍보를 확대했다. 자수공방이 내년에 정식으로 설립될 수 있는 건 염 선생의 감시과 공로 덕분이었다. 게다가 수속이 일찍 완료되어 노집사가 구매를 책임졌다. 시만자는 은표를 꺼내더니 큰소리를 쳤다. “모자라면 나한테 달라고 하시오!” 노 집사는 혼자 구매하러 가지 않고 병부상서 이덕회의 부인과 함께 했다. 가구와 잡기, 침구와 이불, 냄비와 그릇, 바가지, 베틀, 각종 비단실, 자수바늘과 천, 변기와 타구 등 이 부인이 생각나는 건 모두 구매했다. 몇 년 동안 집안을 관리해 온 이 부인과 황실 서무를 맡고 있는 노 집사가 함께 가니 며칠 만에 모든 물건을 다 장만할 수 있었다. 어떤 주문은 제작을 해야 하는 것이라 아마 후에 모두 도착할 것이다. 자수공방은 소진 소주방이라고 이름을 지었고 심청화가 친필로 쓴 글씨를 현판에 새겨 공방에 걸었다. 백성들은 소진이 누구인지도 몰랐고 이상하다고만 여겼다. 그들은 여자를 수용하는 곳인데 왜 자제당 같은 이름을 짓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알아냈는데 소진이 바로 장군부에서 목을 매고 자살한 장군댁 부인 민 씨의 이름이었다. 그것을 안 사람들은 탄식하며 더 이상 자수공방에 대해 수군대지 않고 오히려 왕비가 정이 많다고 칭찬하기 시작했다. 민 씨가 강에 투신했을 때 왕비가 구한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왕비가 비록 한 번은 구했지만 두 번은 구하지 못했기 때문에 죄채감에 버려진 여자들을 수용할 곳으로 자수공방을 만든 것이었다.때론 비참한 이야기가 담긴 일이 사람들의 동정을 얻을 수 있기도 한다. 그래서 송석석이나 북명왕을 욕하는 사람은 없었고 오히려 그들이 의리를 중시하고 마음이 넓은 사람이라며 칭찬했다. 어느 가문이든 이혼을 했으면 더 이상 부인이 전 부군 가문의 사람들과 왕래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텐데 사람들은 왕야님의 도량이 매우 넓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칭찬하는 사람이 있으면 욕하는 자도 있는 법, 대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872화

    전북망은 슬프고 침통한 눈빛으로 단신의를 보며 말했다. “제가 신의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도 매일 후회하고 있습니다.” “송 씨 가문의 사위를 고를 때 사람이 그렇게나 많았는데 굳이 왜 당신을 선택했는지 정녕 모르는 것이냐?” 전북망은 단신의가 돌아가신 장모님 얘기를 하자 목이 메었다. “알고 있습니다… 장모님은 제가 성실하고 첩을 들이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다 제 잘못입니다. 제가 약속을 어겼습니다.” “그건 수많은 이유 중 하나 뿐이고, 결국은 당신이 책임감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겠지. 솔직히 말해서 군부가 재기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었네. 당신 혼자서는 더욱 어려웠을 것이야. 이 힘든 전정을 치르는 과정에서 그녀는 당신이 예전의 송회안 장군처럼 완강한 의지와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겠지. 왜냐하면 책임 있는 사람은 모두 그렇게 할 것이니까. 그렇게 되면 당신은 바깥일을 책임지고 석석은 가문을 책임지면 당신이 높은 성과는 이루지 못하더라도 전공을 세워 진성에서 일을 도모하는 건 어려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그럼 당신과 석석이 호화롭진 못하더라도 평생 편안히 살 순 있으니까. 그런데 송 부인께서 세상일을 겪은 눈으로 당신을 보는 것은 잘못된 거야. 당신의 조상은 한때 명성을 날렸었지만 당신 아버지 대부터 이미 몰락했는 걸. 가훈이 엄격하지 않고 어머니가 자비롭지 않아 당신은 견식도 없었고 그 어떤 유혹도 받지 않았었지. 그래서 당신은 자제력과 판단력이 부족해졌고, 어깨엔 가족이 강제로 짊어지게 한 짐밖에 없었을 테야. 당신도 장군부를 원래의 상태로 돌려놓길 바랐겠지. 당신에겐 재주가 있었지만 아주 우수한 편은 아니니 한 발 한 발 걸어가다 보면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소 대장군과 석석의 도움하에 자신의 자리는 찾을 수 있었을 것이야.”“허나 이방을 만난 후 당신은 그녀의 자강함에 충격을 받았겠지. 당신이 조금이라도 견식이 넓었다면 그녀가 한 말이 모두 거짓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텐데 말이다. 한 여자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873화

    전북망은 할 수 없이 넋을 잃은 상태로 약왕당을 떠났다. 전북망이 떠나자 홍작이 들어와서 물었다. “사부님, 왜 저 자에게 그렇게나 많은 말씀을 하신 겁니까?” 홍작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사부님은 장군부 사람들을 가장 싫어해서 평소에는 한 마디도 섞지 않으셨는데 오늘은 자신의 휴식 시간까지 희생해 가며 그에게 도리를 분석해 주다니.’ 그러자 단신의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는 송 부인이 눈이 멀어 그런 집안에 딸을 시집보냈다는 말을 듣기 싫었다. 설령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말이야.” 그는 일어나서 숯불을 집어 화덕에 넣고 손을 녹이며 말을 이어갔다. “게다가 그는 확실히 악랄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는 옳고 그름을 분명히 구분할 줄 알았지. 소삼야께서 그를 구하기 위해 팔을 잃었는데 만약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어머니에게 사로잡혀 산다면 소삼야의 부러진 팔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홍작은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사부님께선 누군가를 미워하시면 말도 섞지 않을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사부님, 혹시 다른 일이 있으십니까?” 그러자 단신의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말했다. “더 이상은 묻지 말 거라. 나도 그게 소용없길 바랄 뿐이니까.” 전북망은 약을 구하지 못하고 저택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저택 사람들은 모두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다들 여러 번 빌어도 구하지 못한 약인데 그가 나선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생각했다.게다가 단신의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전북망이니 그가 가면 더욱 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노부인은 아들이 약을 멀쩡한 채로 구해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녀는 아들이 돌아올 때 손에 쥐어진 익숙한 나무상자를 보고 속으로 기뻐서 물었다. “구해온 것이냐?!” 전북망은 눈가의 씁쓸함을 감추고 손마마에게 분부했다. “따뜻한 물을 가져와 어머니께 약을 드시게 하거라.” 손마마는 사정을 알고 있었지만 전북망의 분부에 따라 약을 따뜻한 물에 풀어 노부인에게 드렸다. 그러자 노부인은 황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874화

    26일 저녁, 전 씨 노부인한테 환각이 발생했다. 하지만 몸 상태는 오히려 좋아 보였고 심지어 앉아서 공기를 가리키며 욕까지 퍼부울 정도였다. “너는 꺼지거라. 쓸모없는 것들, 모두 쓸모없는 쓰레기다.” “민 씨, 네가 감히 날 꼬집어? 정말 불효 막심하구나!” 의사가 진작에 노부인에게 있을 정상을 말했기 때문에 아무도 그녀가 본 것이 귀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전북망은 그녀의 두 손을 잡아당기며 소리쳤다. “어머니, 아무도 없습니다. 형수님도 오지 않았습니다.” “민 씨가 날 미워하니 분명 나에게 복수하러 올 것이다.” 노부인은 전북망의 소매를 잡고 얼굴의 흉악함도 놀라움으로 변했다. “민 씨에게 알려주거라. 나는 단지 그녀를 교육시키려고 했을 뿐 죽이려던 게 아니었다고.”“아, 저리 가, 민 씨, 저리 꺼지지 못하겠느냐?!” 노부인은 끊임없이 두 손을 흔들며 전북망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때렸지만, 전북망은 움직이지 않고 노부인이 때리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렇게 반 시진쯤 난동을 부리고 나서야 겨우 진정되었는데 노부인은 이미 숨을 내쉬기만 할 뿐 들어마시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곧이어 의식이 깨어난듯 눈을 뜨고 주위를 돌아보았는데, 전북경과 손자 손녀가 보이지 않자 천천히 입을 벌려 물었다. “북경이는……” 전북망은 침대 옆에서 노부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머니, 물 드시고 싶으신 겁니까?” “북경이…….” 노부인은 애타게 장자인 북경만을 찾았다. “큰 형님께서 잠깐 볼일 보러 가셔서 끝나고 바로 오실 것입니다.” 전북망이 위로했다. 전북삼은 눈물을 닦으며 화가 치밀어 오른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큰 형님께서 너무 양심 없는 것 아닙니까? 어머니가 그렇게 잘해줬는데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도 않다니!”노부인은 그 말을 듣고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임종? 내가 곧 죽는 건가? 우리 장자와 딸도 오지 않고 둘째 집에서도 아무도 오지 않다니, 내가 그렇게 미운 것인가?’ 노부인은 지금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875화

    시만자는 전북망을 동정하지 않았다. “홍현이 그러는데 전소환이 친정으로 돌아가 상례를 치르지 않아 오히려 이방이 노부인을 위해 상복을 입었다고 하더군.” 암살당할 뻔한 일이 있은 때부터 이방은 길상거에서 나오지 않았고, 명절에도 마찬가지였다. 전 씨 노부인이 죽을 때 눈길 한 번 주지 않더니 이제 와서 상복을 입다니, 너무 이상하지 않는가? 만약 누군가가 그녀를 다시 죽이려 한다면 장례를 치를 때, 기회를 틈타 들어가도 이상할 것이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방도 똑똑한 편이기에 역모사건의 조사가 아직 종결되지 않은 지금 아무도 감히 경거망동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장례는 누가 치른 것이냐?” 송석석이 물었다. 왕청여는 조산한 후 몸이 좋지 않아 할 수 없을 것이고 이방은 더욱 나서서 장례를 치르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시만자가 대답했다. “둘째 노부인이 치렀다고 하더군. 동서지간이니 아무리 싸웠어도 할 일은 해야 하는 것이니까.” 송석석이 말했다. “둘째 노부인은 정이 많고 의리가 있는 분이니까.” 그러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둘째 노부인이 정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다들 둘째 노부인을 진심으로 탄복하면서도 전 씨 노부인을 욕했는데 유독 사여묵만이 욕하지 않았다. 그도 당연히 전 씨 노부인을 미웠지만 그녀의 박정함 때문에 그가 석석과 결혼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의 부상은 거의 다 나았지만 걸음걸이는 여전히 부자연스러웠고, 이마의 혹은 약간의 멍만 남아 언뜻 보면 미간에 검은빛이 도는 것 같았다. 염 선생은 그의 미간에 검은빛이 도는 것 같아 불길해 보인다며 장대성을 시켜 그를 붙잡아 분을 발라주었다. 그래서 사여묵은 별다른 일이 없으면 외출하지 않으려 했다.혜 태비께서 궁에 들어갔기 다행이지, 그렇지 않으면 또 끝없이 잔소리했을 것이었다. 날씨가 추워서 태후는 수안궁 난각으로 거처를 옮겼다. 후궁들은 초하루와 보름에 태후에게 문안을 드리러 오고, 황제는 다음 날 아무리 근정해도 잊지 않고

Latest chapter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26화

    며칠 후, 태후궁에서 궁녀의 시신 한 구가 들것에 실려 나왔다.그날 숙청제는 즉시 칙령을 내려 수빈을 혜의궁에서 쫓아내고, 삼공주와 삼황자를 데리고 계란궁으로 이주하게 했다.계란궁은 황궁의 서북쪽 끝, 냉궁과 가까운 곳에 있어 평소 찾아오는 이조차 드물었다.칙령이 내려졌을 때, 수빈은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오랜 시간 멍하니 굳어 있었다.그녀는 한참이 지나서야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나직이 명령했다."짐을 챙기거라."그녀는 이제 자신과 삼황자가 완전히 배제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사실, 그녀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복소의의 아이가 사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이미 각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은 너무 빨랐다. 그녀가 탄 약의 양은 극히 적은 탓에, 반드시 보름 동안 먹어야만 효과가 나타나도록 조절했기 때문이다.그런데 하루 만에 유산이 되었다는 것은 그녀가 심어둔 사람 중 누군가가 황후나 덕비에게 붙었다는 뜻이었다.그러나 그녀는 이제 그 배신자가 누구인지 따질 필요조차 없었다. 그건 더 이상 의미 없는 일이었다. 황제가 그녀의 거처를 옮기기로 했다는 것은 그가 이미 수빈이 복소의의 태아를 해하려 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이었으니 말이다.만약 더 발버둥 친다면, 궁을 옮기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곧장 냉궁으로 내쳐질 터였다.이번 처분이 오히려 최선일 수도 있다. 추후에 더 가혹한 처벌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었다.곧 후궁 전역에 수빈의 이주 소식이 퍼졌다.불과 얼마 전만 해도 혜의궁으로 옮겨갔을 때의 화려했던 순간이 모두의 기억에 선명한데, 이제는 냉궁 근처로 밀려난 신세가 되었다. 후궁의 많은 이들이 이번 사건이 복소의의 유산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 의심했다.하지만 황제의 교지에는 삼황자의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기에 조용한 환경에서 요양해야 하므로, 보다 한적한 계란궁으로 이주하게 한다고 쓰여 있었다.또한, 수빈이 삼황자를 돌보아야 하므로 후궁을 관리하던 권한 당분간 내려놓을 것이며, 덕비와 함께 후궁을 보좌할 적절한 인물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25화

    송석석은 황제라는 위치가 얼마나 갑갑한 것인지 실감했다. 이 권력의 저울질과 계산 속에서 그조차도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없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지금 황제는 대황자를 태자로 세우려는 듯 보였다. 그렇다면 황후는 이 일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대황자는 본래 평범한 인물이니, 만약 황후가 황자를 해하려 한 죄목까지 더해진다면 그가 태자로 자리 잡는 것도 위태로워질 것이었다.그리고 직접 손을 쓴 수빈에 대해서도 황제는 그녀의 부친을 고려해야 하기에 함부로 처벌할 수 없었다.결국, 이 사건은 절대 표면적으로 드러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한 사람도 만만한 이가 없구나."태후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절대적인 권력 앞에서는 누구라도 목숨을 걸고 한 번쯤 싸워보고 싶은 법이다."송석석이 왜 이런 이야기를 자신에게 하는지 물으려 할 때, 태후가 먼저 입을 열었다."너가 궁 안의 일들을 꼭 마음에 새겨 두어야 한다. 사람의 마음은 가장 다루기 어려운 것이다. 폐하께서 한때 북명황실을 경계하더니, 이제는 다시 너희를 신뢰하고 있지않느냐. 누군가 그 자리를 탐낸다면 네게서 빈틈을 찾으려 할 것이다. 후궁의 음흉한 계략은 눈에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어떤 일이든 한 걸음 더 깊이 들여다보고,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송석석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습니다."그러고는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물었다."그럼 이 일은 그냥 이렇게 마무리 되는 겁니까?"태후가 고개를 저었다."저지른 죄를 어찌 그저 덮어둘 수 있겠느냐. 지금은 그대로 둔다 해도, 훗날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업보를 지고 가는 법이다."송석석이 다시 한 번 물었다."이미 모든 의도를 파악하셨는데, 후궁의 평온은 이미 깨진 것이 아닙니까? 이를 막을 수 있으시겠습니까?"태후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방금 말했듯이 사람의 마음이 가장 다루기 어려운 것이다. 한순간 천국을 꿈꾸다가도, 한순간 지옥으로 떨어질 수 있지. 그들의 마음먹기에 달린 일인데, 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24화

    송석석은 사여묵으로부터 복소의의 유산 소식을 전해 들었다.진왕비는 송석석에게 함께 입궁하여 문병을 가자고 제안했고, 송석석도 이를 받아들였다.본래 송석석과 진왕비는 별다른 왕래가 없었으나, 진왕이 그녀와 함께 서경을 다녀온 이후, 진왕비는 동서지간에 자주 왕래하는 것이 좋다며 송석석에게 더욱 살갑게 굴었다.하지만 진왕비는 제씨 가문의 여인으로, 황후의 종매이긴 했지만, 황후가 금족 된 이후로는 단 한 번도 황후를 찾아가지 않았다.즉, 그녀가 말하는 동서지간에 자주 왕래하는 것이 좋다는 말의 진짜 의미는 귀찮은 일이 없을 때는 교류할 수 있지만, 문제가 생기면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뜻이었다.예전에 황제가 북명황실을 경계하던 시기에도 진왕비는 송석석을 철저히 피하며 혹여 화를 입을까 두려워했다.사실 이번에 진왕이 특별한 공을 세웠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저 황제의 가벼운 칭찬 한마디를 들은 정도였지만, 진왕에게는 그 한마디가 두 해나 자랑할 거리였다.그들은 함께 입궁하면서도 특별한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진왕비는 그저 몇 마디 가벼운 이야기만 했는데, 송석석은 그런 진왕비가 영리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때때로 일부러 어리숙한 척 행동하며, 평온하고 안락한 삶만을 바랬기 때문이다.그렇기에 단둘이 있을 때에 그녀는 더욱 쓸데없는 말을 하지도, 남에게 꼬투리를 잡힐 행동도 하지 않았다.입궁하여 복소의를 만나게 되자, 진왕비는 이 아이와 그녀의 인연이 이미 닿아 있었다며, 결국 그 인연 덕분에 품계를 올리게 된 것이니 조만간 다시 태중으로 돌아와 전생의 모자 인연을 이어갈 것이라는 위로의 말을 한 가득 쏟아냈다.그녀가 나긋한 목소리로 덧붙였다."그러니 지금 해야 할 일은 그저 몸을 잘 돌보는 것 뿐이다. 괜히 이 일로 침울해 하면 안된다. 폐하께서 정무로 바쁘신데, 소의가 매일 울기만 하면 보시기에 번거롭지 않겠는가?"진왕비의 말은 빈틈이 없어 송석석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그녀가 한참 이야기하다가 문득 송석석을 향해 한 마디 던졌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23화

    자신의 궁으로 돌아오자, 숙청제는 비로소 실망한 기색을 드러냈다.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 곧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니었기 때문이다.후궁에서 벌어지는 수작들은 때로는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 법이다.단신의가 복소의의 태아를 보전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설령 무사히 태어난다 해도 선천적으로 허약하거나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을 아이일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숙청제는 한때 복소의에게 약을 직접 먹일까 고민한 적도 있었지만, 이 아이가 어쩌면 자신의 마지막 자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끝내 결단을 내리지는 못했다.한 번쯤 걸어보고 싶긴 했다.이번 일은 누군가 개입한 것이 분명했다. 그가 최근 들어 복소의의 궁에 자주 드나들었으니, 누군가는 불만을 품었을 것이 틀림없었다.덕비는 분명 복소의를 배려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복소의는 황제의 총애를 믿고 오만하게 굴며, 심지어는 덕비를 원망하는 마음까지 품었다. 그날 그녀에게 경고를 주었지만 아쉽게도 그녀는 그것을 깨닫지 못했다.덕비는 후궁을 총괄하는 인물이었다. 때문에 그녀와 수빈이 배치한 사람들이 후궁 곳곳에 퍼져 있었으니, 복소의의 태아를 해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그렇다고 해서 덕비가 직접 손을 썼을 가능성은 낮았다. 만약 덕비가 아이를 해하려 했더라면 애초에 복소의를 보호해주지 않았을 것이었다. 게다가 덕비가 이황자를 데리고 자주 드나든 것도 반은 아들을 위한 것이었지만, 반은 복소의의 태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었다.복소의가 황제에게 덕비를 험담했던 것은 반드시 덕비의 귀에 들어갔을 것이었다. 덕비가 이후 더 이상 찾아오지 않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그녀가 복소의에게 손을 떼자, 마음 속에 꿍꿍이가 있던 자들이 움직이기 훨씬 쉬워졌다.그가 실망한 이유는 복소의의 태아를 잃은 것 때문이 아니었으며, 그가 바라지 않았던 후계 경쟁이 결국 벌어지고 말았다는 점이었다.그는 이 일을 벌인 자가 누구인지 거의 확신할 수 있었다. 황후이거나 수빈 둘 중 하나일 것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22화

    혜의궁에서는 삼황자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삼공주는 그의 젖은 머리카락을 닦아주며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어제 막 머리를 감았는데, 굳이 그 고양이랑 놀겠다고 해서 온 머리와 얼굴이 털투성이가 되었잖아. 다음번에도 이러면 엉덩이를 때려줄 거야."도자기처럼 매끄러운 분홍빛 살결의 귀여운 아이가 까만 눈동자를 반짝이며 공주의 품에 기댔다."누이, 고양이는 재미있고 귀여워요. 작은 발로 내 몸을 밟고 지나갈 때면, 포근해서 기분이 좋아요. 안고 있으면 따뜻하기도 하고요."그러자 삼공주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어마마마께서 그러셨잖아. 아바마마께서는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으신다고. 그런데 넌 자꾸 아바마마께 고양이 이야기를 해서…… 그러니 요즘 아바마마께서 널 찾지 않으시는 거야."삼황자는 누이가 머리를 말려주는 대로 꼿꼿이 앉아 있으면서도 입을 다물지 않았다."아바마마와 나는 다른 사람이잖요. 당연히 각자 좋아하는 것이 다를 수도 있는 거지요. 아바마마께서 싫어한다고 해서 나까지 싫어해야 해요? 내가 고양이를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내가 이 아이를 사랑하니, 아바마마께서 아무리 싫어하셔도 나한테 버리라고 하시면 안 되는 거죠."삼공주는 그의 코끝을 톡 하고 건드리며 말했다."말은 참 잘하네."삼황자는 웃으며 말했다."누이가 나를 설득 수 없는 건 누이의 말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이에요. 황숙께서 그러셨는데, 이치에 맞게 말을 한다면 그 누구도 이길 수 있다고 하셨거든요.""그래? 그런데 요즘 왜 황숙께 무예를 배우러 가지 않는 거야?"삼황자는 고개를 기울였다."무예라 해도 기본적인 것만 가르쳐 주시니까요. 그런 건 궁에서도 연습할 수 있어서 이미 다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말 타기는… 아직 말 위에 혼자 올라갈 수가 없으니까 좀 더 자라서 다리가 길어지면 그때 배울거에요.""다 할 수 있다고? 못 믿겠는데." 삼공주가 말했다."정말 할 수 있다니까요!"삼황자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황숙께서 며칠 동안 같은 걸 반복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21화

    복소의는 춘당의 입가에 스친 조소를 알아채지 못했다.춘당은 복소의가 첩여로 승급될 때부터 곁에서 그녀를 모셔왔다. 그녀는 영리하고 침착한 성품을 지녀 복소의에게 여러 차례 계책을 내주었고, 당시 황후가 그녀를 끌어들이려 했을 때도 춘당은 이렇게 말했었다.‘황후마마께서 여러 번 금족 처분을 당하신 것으로 보아, 폐하께서 이미 탐탁지 않게 여기시는 것이 분명합니다. 게다가 후궁을 다스릴 권한도 없으시니, 황후마마께는 겉으로만 응하는 척하고 실질적으로는 덕비 마마와 수빈 마마께 가까이 다가가시는 것이 더 좋을 것입니다.’그리고 춘당의 말은 역시나 옳았다. 덕비는 늘 그녀를 잘 대해주었고, 먹고 입는 것 모두 넉넉히 챙겨주었다. 그 덕분에 더 이상 감히 그녀를 깔보는 자도 없어졌다.예전의 덕비는 분명 좋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녀가 아이를 가졌다는 것을 이유로 폐하께 가까이 가려 하는 것 같아 못마땅했다."마마께서는 덕비 마마께서 오시는 것이 싫으십니까?"춘당이 그녀의 머리와 허리를 살짝 받쳐주며 말했다. 침상에 오래도록 누워만 있어 등이 아픈 그녀를 배려한 것이었다.그녀는 춘당을 신뢰했기에 자연스레 속내를 털어놓았다."내 태가 안정되었을 때는 덕비 마마께서 그리 열심히 오시지도 않으셨는데, 이제 와서 이렇게 자주 찾으시는 것이 진심이겠느냐? 분명 폐하를 의식해서 오는 것일 것이다. 게다가 폐하께서 날 아끼시기에 자주 찾아와 주시는 것인데, 매번 덕비 마마와 이황자가 끼어드는 바람에 폐하와 두세 마디도 제대로 나누지 못하지 않느냐."춘당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하며 말했다."마마께서는 그저 몸을 잘 돌보시면 됩니다. 그 외의 일은 신경 쓰지 마세요."복소의는 한숨을 쉬었다."이렇게 밤낮으로 누워만 있어야 하다니…… 폐하께서 오실 때만 겨우 앉을 수 있구나. 이 아이는 나를 참 힘들게 한다. 부디 황자가 되어주기를 바랄 뿐이지. 내가 이 고생을 한 보람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춘당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반드시 마마께서 바라시는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20화

    복소의의 태는 안정적이었기에, 태의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겨울이 지나면서 태가 점점 불안정해져, 두 번의 출혈을 경험했다. 금태의는 그녀의 태를 지키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그 덕분에 그녀는 겨우 안정을 찾을 수 있었지만 계속해서 침상에 누워 있어야 했기에 바닥에 내려갈 수가 없었다.갑자기 이런 상황이 발생하자, 태의는 신중히 식단과 궁에서 사용하는 모든 것들을 점검했다. 하지만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아마 황제가 장기간 약을 복용한 탓에 태아가 불안정해진 것일 가능성이 있었다. 숙청제는 그녀의 태에 매우 긴장하고 있었다. 숙청제는 그녀가 침상에서 요양을 시작한 후 거의 이틀에 한 번씩 그녀를 보러 갔으며, 가끔은 같이 식사를 하기도 했다.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는 수빈의 궁에 자주 가지 않았고, 삼황자를 어서방에 불러 들이지도 않았다.덕비는 후궁을 관리하는 일을 맡고 있었기에 시간이 날 때마다 이황자와 함께 복소의를 보러 갔고, 이로 인해 황제와 함께 몇 번의 식사를 함께했다.복소의는 첩여 시절 후궁에서 자신이 의지할 사람을 찾으려 했고, 비밀리에 수빈과 덕비에게 아첨하며 양쪽을 오갔다. 하지만 수빈은 늘 거만하게 행동했으며, 그녀가 한때 황제의 총애를 얻었기도 했기에, 복소의는 수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반면 덕비는 후궁에서 유명한 온화하고 자애로운 인물로,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며 위치가 낮은 여인들까지 보살펴 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복소의는 점차 덕비에게 더 접근했지만 지금은 조금 고심했다. 황제가 그녀에게 올 때, 덕비가 여러 번 이황자를 데리고 왔고, 그 목적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수빈의 성격에 이런 일을 할 리가 없었기에, 그녀는 오히려 수빈의 도도함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결국 불만을 마음속으로에만 토로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덕비는 후궁을 관리하는 권한이 있기에 그녀를 적대할 수도 없었다. 이러한 날들이 지속되자, 그녀는 덕비가 오지 않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19화

    후궁에서는 황제의 병에 대해 추측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지금 복소의가 임신을 했다고는 하지만, 단신의가 궁에 들어와 치료하고 있다는 사실은 황제의 몸이 단순히 요양을 하면 괜찮아질 상태가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황제의 편애가 계속될수록 몇몇 사람들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특히 황후는 더욱 불안해했다. 그녀는 황제의 병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지금 단신의가 궁에 들어와 치료하고 있지만 치료의 효과는 확실하지 않다고 생각해, 그녀는 황제가 심각한 상태라고 여겼다. 황후는 복소의의 임신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아이의 성별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을 뿐더러, 설령 황자가 태어난다고 해도 그에게 까지 순서가 올 리 없었다. 그러나 삼황자에게 집중된 황제의 편애는 그녀에게 위기의식을 가져다 주었던 것이다.황제는 그녀에게 선택권을 주었을 때 그녀는 황후 자리를 선택하며 생명을 보장받았다. 하지만 며칠의 시간을 보내자, 황후는 황제가 대황자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요즘 대황자가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며, 태부와 황숙도 그를 칭찬하고 있었다. 황제도 대황자의 그러한 모습에 매우 만족해 한다고 전해 들었다.이황자와 삼황자는 그녀에게 모두 위협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황후는 황제가 이황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여겼다.최근 몇 달 동안 그녀는 거의 이황자를 본 적이 없었고, 또한 이황자가 이제는 예전처럼 열정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후는 강력한 뒷배경이 없는 덕비가 여전히 유력하지 않다고 여겼지만 수빈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수빈의 아버지는 형부상서이며, 사여묵과 같은 공문이었다. 공무의 일이든 사적인 일이든 접촉이 분명 많았을 것이고, 수빈의 어머니인 이씨 부인은 송석석에게 잘 보이기 위해 공방에 많은 돈을 기부했다. 어쩌면 이미 그녀를 손에 넣었을지도 모른다.“마마, 오늘 대황자께서 또 왕야의 칭찬을 받으셨습니다.”란주 상궁이 들어오며 웃으며 말했다.황후는 별다른 감정을 보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18화

    숙청제는 신하들을 어서방에 불러들였고, 그들은 밤늦게까지 논의했다. 논의는 결국 단신의가 들어가서 시간이 많이 늦었음을 알리며 중단을 요청할 때까지 지속되었다. 숙청제는 팔을 뻗고 웃으면서 말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다니. 그럼 궁문도 이제 잠가야겠으니 다들 돌아가시게.”그는 여전히 기운이 넘쳤고, 특히 지금은 얼굴에 혈색이 돌아 병든 사람 같지 않아 보였다.송석석은 논의 중이던 사여묵을 기다렸다. 그들은 함께 궁을 떠나 황실로 돌아갔다. 매우 피곤했던 그녀는 사여묵의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마차가 황실 문 앞에 도착하자 사여묵은 그녀를 안아 들었다. 송석석은 그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내려오기 귀찮았기에 그대로 안겨 있었다. 그의 넓고 따뜻한 품은 정말 편안했다.그와 떨어져 있던 세 달 동안 그녀는 성릉관에서만 편히 잠을 청할 수 있었으며, 그 외의 곳에서는 늘 경계하며 지냈다. 이제 집에 돌아오니 자연스럽게 긴장이 풀렸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불안함을 느꼈다. 무언가 뜨겁고 큰 손이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단 백부 말씀을 잊으셨나요?”귓가에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단 백부가 이제 괜찮다고 말씀하셨소.”송석석은 감고있던 눈을 떠, 뜨겁고 열정적인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마주하며 물었다.“정말인가요?”“틀림 없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입술이 덮였다.불꽃이 강렬하게 타올왔다. 침실의 온도마저 높아진 듯 했다.두 사람은 뜨겁게 사랑했다.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기에 마치 새롭게 결혼한 듯한 기분이었다!한 달 후, 상국은 시박사를 설립할 예정이었다. 이는 상국과 해외 북당과의 화물 교류를 담당할 기관이었다.원래의 시역업도 시박사의 운영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며, 상국에서 다른 국가에 판매할 수 있는 화물 목록을 정리하여 서경으로 사신을 파견해 화물 교환 협정을 체결할 것이다.이 한 달 동안 단신의는 약을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