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Chapter 801 - Chapter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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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1화

마차가 종인부에 도착했다. 송석석이 사온을 마차에서 끌어 내리자, 황실의 죄수를 관리하고 있는 유은이 나와 인수인계를 받았다. 인수인계를 마친 후, 유은은 곧바로 사온의 전신에 무거운 쇠사슬을 채우라고 명령했다."황제께서 하명하시길, 사온이 혀를 깨물어 자결하지 못하도록 그녀의 치아를 절반가량 뽑아 버리고 손목과 발목의 힘줄을 끊어 버리라 하셨습니다. 송 대감께서도 함께 감시하시지요. 그래야 돌아가 보고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그러자 사온은 이를 악물며 바락바락 애를 썼다."네가 감히 그럴 수 있겠느냐?"하지만 송석석은 가볍게 무시했다."길을 안내하라." 더는 마차에서의 냉정을 유지할 수 없었던 사온은 끌려가면서도 포효를 멈추지 않았다. 종인부는 매우 넓었고, 동서는 널찍한 골목 하나로 나뉘어 있었는데, 동쪽은 사무를 보는 곳이고 서쪽은 죄수를 가두는 장소였다. 종인부는 황실 종친만을 위한 감옥이었기에 그저 작은 뜰로 구분되어 있었지만 높은 벽으로 둘러싸 경비가 삼엄하였다. 송석석은 이미 금군 통령 왕정에게 금군을 파견해 감시하도록 명했다.금군은 이미 도착했으나 왕정은 보이지 않았다. 유은은 종인부의 관리로 이곳의 죄수를 관리하고 있었다. 종인부에도 경비가 있었지만, 사온은 황제의 특별한 조치로 금군을 따로 더 배치했다.자그마한 뜰에 도착한 사온은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거기에는 이미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었고, 허름한 낮은 탁자 위에는 이를 뽑기 위한 집게와 손발의 힘줄을 끊기 위한 쇠갈고리가 놓여 있었다.“놔라!” 거세게 몸부림치던 사온은 몸을 감싼 무거운 쇠사슬 때문에 그만 균형을 잃고 그대로 앞으로 넘어지고 말았다.이런 일들에 이미 익숙한 듯한 유은은 미동도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 "전하께서 비록 너의 공주 신분을 박탈했으나, 여전히 종인부에 보냈구나. 이는 은혜를 베푸신 것이니, 무릎을 꿇음으로써 그 은혜에 감사하거라."말을 마친 유은은 부하들에게 사온을 일으키라고 명령했다. 그 충격에 피를 흘리던 사온의 입술이 다시 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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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2화

극심한 고통에 왕정은 분노가 치밀었고, 결국 계급도 무시한 채 송석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연속으로 따귀를 맞아 비틀거릴 수밖에 없었고, 심지어는 송석석이 어떻게 공격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진성으로 돌아온 송석석은 더욱 다정하고 이해심이 깊어져, 상대가 잘 볼 수 있도록 멱살을 잡아 주먹을 들어올렸다. 그가 급히 두 손으로 막으려 했지만 그녀의 주먹은 아주 정확하게 얼굴을 가격하고 말았다.그리고 뒤이어 날아오는 발길질에 그는 또다시 저만치 날아가 맥없이 쓰러지고 말았다.그녀의 움직임은 이제 선명하게 보였지만 여전히 피할 수 없었다. 느리게 움직이던 그녀의 다리가 갑자기 허공에서 속도를 올렸다. 빠르게 상대의 다음 동작을 예측하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그만 얼어붙었고 그저 또다시 날아오는 발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왕정의 얼굴은 극심한 고통으로 인해 점점 자주빛으로 변해갔다… 묵직하게 들어오는 그녀의 발차기에 한동안 단전의 기를 추스를 수 없었다. 하지만 송석석은 그저 옷소매를 가볍게 털고는 잔뜩 놀란 유은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내가 보고 있을 터이니 이제 시작하거라."놀라 어쩔 줄 몰라 하던 유은은 경외의 눈빛으로 송석석을 바라보며 힘차게 대답했다. “예!”금군의 부축을 받으며 겨우 몸을 가눈 왕정은 더 이상 고개를 빳빳이 쳐들지 못했다.바닥에 얼굴이 짓눌린 채 여전히 발악하고 있는 장공주는 입에 차마 담지 못할 욕설도 서슴치 않았다. 아무런 대꾸도 없이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송석석은 형벌이 시작되려고 하자 냉담하게 한마디 했다. "이제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저리 지껄이는 정도 뿐이겠지."멀쩡한 치아를 뽑는 것이 잔혹하긴 하지만, 사온이 과거에 저지른 죄악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러한 형벌에 익숙했던 종인부는 사온을 거침없이 바닥에 짓누른 후 한 사람이 그녀의 입을 벌리고 다른 한 사람은 집게로 이를 뽑기 시작했다.사온은 대리사에서 형을 받을 때에도 비명은 지르지 않았다. 그때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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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3화

장공주 다음은 고부진 차례였다. 칙명이 전달되자 그의 죄목이 발표되었다. 고부진은 한마디로 감음, 약탈, 살해 등으로 안 해본 악행이 없는 나쁜 놈이다. 이미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한 고부진은 첩들을 만나고 싶다고 간청했다. "그들과 나는 한 때 부부였고 아이도 낳았으니 나를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도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힘겹게 살아온 것도 그들을 지키기 위해서였고 사온에게 살해당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느니라. 허나 결국 그들에게는 몹쓸 짓이니… 그저 무릎이라도 꿇고 사죄할 수 있도록 네가 전하께 말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그는 끝까지 책임을 회피했고 반성할 마음은 눈곱만치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는 고후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고후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보호하려는 것 같았다. 비록 고후부는 후작의 지위를 잃었으나, 황제께서 그들을 조사하지 않으셨기에 아직은 기반이 남아 있어 어렵지 않게 살아갈 수 있었다.사여묵은 한 때 고모부였던 그를 조용히 바라보다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위선적인 가면은 이제 벗으시지요. 당신이 사랑한다 말하던 림봉아조차도 당신을 만나려 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이미 오래전에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사죄하고 싶다면 죽은 후에 한 명 한 명 꼼꼼히 사죄하세요.”고부진은 쓴웃음을 지었다.“죽은 후에도 꼭 사죄할 것이다. 모두 내 잘못이라는 것을 안다. 내가 그들을 지키지 못하였다… 왕야, 내가 그대의 고모부였던 것을 생각해서라도 청란이를 만나게 해다오.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친족을 만나고 싶구나.”그러자 사여묵이 냉소했다. "친족을 만나고 싶다고?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니 내가 곧바로 고후부로 사람을 보내 자손들을 불러오겠다. 아니면 가의 군주라도 괜찮겠느냐?"고부진의 애원 가득한 얼굴은 즉시 굳어졌다. 그는 손을 천천히 내리며 말했다. "아니다, 됐다. 어차피 죽은 목숨이니 만난들 무엇하리? 부디 나 대신 그들에게 사죄의 뜻을 전해주길 바란다. 다음 생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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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4화

고씨 가문에서 은전 오만 냥을 보내왔다. 그러면서 말하길, 여인들의 향후 거처를 잘 부탁한다고 했다. 더불어 고부인은 끊임없이 형편이 어렵다고 울먹거리며 오만 냥은 자신의 전 재산임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송석석은 호통쳤다. "전하께서 십만 냥이라 하셨다. 단 한 푼도 모자라선 안 된다. 삼 일 후에 형벌을 집행할 것이니, 마지막으로 만남을 가져도 좋다."그녀가 열 달 품어 낳은 아들이었으니. 고부인은 마지막으로 아들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고씨 가문의 어르신, 고철갑의 차가운 시선에 그녀는 울먹이며 말을 바꿨다."아닙니다. 본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지겠습니까? 그저 슬픔과… 분노만 더할 뿐이지요. 그가 그런 일을 저질렀으니, 우리 고씨 가문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집니다.""맞습니다. 죄가 너무 크다보니 보지 않는 것이 더 낫겠습니다." 고철갑 또한 같은 대답이었다. 그들은 되도록 고부진과의 연을 끊어내고 싶어 했다. 아들을 아끼지 않아서가 아니라, 어차피 죽을 운명이라면 굳이 가문을 끌어들이지 않는 것이 나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송석석이 이미 고지하였으니 만날지 말지는 그들의 결정이었고, 보지 않겠다고 했기에 은표를 받고 그들을 돌려보냈다.오만 냥만 먼저 들이민 그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잘 알고 있었다. 단번에 십만 냥을 내면 부족함이 없다는 인상을 줄 것이고 공주부에서 몰수한 은전도 일부 내어놓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덜 내려고 했다. 어림없지! 단 한 푼도 줄일 수 없다!…다음 날, 그들은 나머지 오만 냥을 보내왔다. 송석석은 귀가할 수 있는 여인들에게 그중의 일부를 나눠주었고 더는 그 누구도 그들을 첩이라 부르지 못하도록 명했다. 이제 그들은 그들 자신일 뿐, 더 이상 누군가의 소유물이 아니다.그러나 대부분 딸이 있었기에 나이가 적든 많든 떠나길 원치 않았다. 하여 일단 이수암으로 거처를 정했다.고청란은 이수암에 가지 않아 시만자가 그녀의 행적을 책임지기로 했다.휘왕과 함께 살고 있는 고청영 역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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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5화

송석석의 차가운 눈이 제릉서를 응시했다."그대는 사리에 밝다고 여겼는데 제가 착각했던 것 같습니다. 피해자가 아니라는 그대의 가벼운 말한마디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해를 입을지 생각은 해보셨는지요? 이 여인들뿐만이 아닙니다. 그녀들을 들였던 가문들도 연루될 것입니다."송석석이 그를 꾸짖으려는 것이 아니라, 황제의 신임을 받는 그였기에 송석석에게 할 수 있는 발언은 황제께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염려한 것이었다. 황제께서 현재는 덕망을 쌓는 것에 집중하고 있지만 후년에 기반이 더욱 탄탄해졌을 때 그가 한 말을 되새기며 후환을 없애려 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이 여인들은 결코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자신이 방금 실언했음을 깨달은 제릉서도 더 이상 같은 말은 하지 않았다."송 대감께서 저 대신 방장께 고아 신분으로 여기에 머물 수 있도록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그들 모녀가 함께 있을 수 있으니 사실 그녀를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하지만 송석석은 그 말에 냉소하며 답했다. "이것이 그대들의 결정이라면 방장과 상의할 수는 있습니다만. 이것이 최선이라 생각한다니, 저는 그리 보지 않습니다. 부모가 있는 아이를 고아로 둔갑시키고, 어머니와 딸이 함께 있으면서도 서로를 인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 아닙니까? 처음에는 이들을 분리해야 할 텐데, 어떤 아이가 자신의 어머니를 알아보지 못하겠습니까? 고청묘가 아이를 외면할 수는 있어도 그 아이는 분명 어머니를 알아볼 것입니다."그럴듯한 말들로 장황하게 늘어놓는 제릉서의 말을 송석석은 단칼에 끊어버렸다. 송석석은 이미 그들에게 모녀가 함께 머물 수 있도록 제안을 한 적이 있었지만, 제릉서는 계속 모녀 관계를 숨기려 했다. 즉, 모녀가 한 지붕 아래 살 수는 있어도 함께 살을 부대낄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그들의 계획은 송석석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게다가 그들은 전에 아이의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알아서 해결할 것이라 호언장담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렇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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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6화

밖으로 나온 시만자가 의아해하며 물었다.“무슨 일이야?”송석석은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대략적인 상황을 설명했다.“고청묘 주변에 아이가 있어선 안 된다고 하던 제상서가 이제 와서 아이를 보내겠다고 하잖아! 상서가 되어서 말을 번복하기나 하고, 아이를 책임지지도 못하면서 대체 왜 낳는 거야? 아이만 불쌍하지.”시만자도 그런 자들을 혐오했다.“아마 그때는 일시적은 충동에 자신들이 해결하겠다고 했겠지만, 돌아가 다시 생각해 보니 그럴 수 없다고 여겨 여기에 맡기기로 한 거야. 그러면서도 모녀가 붙어있을 수는 없고 고아라 칭하게 만들다니, 정말 어처구니없네. 분명 부모가 있는데도 고아로 살아가게 만드는 건 상서란 직책에 스스로 먹칠하는 꼴이 아니겠어?”“내버려둬. 알 게 뭐야. 우리는 그냥 이들을 잘 안치하기만 하면 돼. 이토록 내치려 하니 이곳에서 잘 보살펴주면 돼. 사실 제상서 부인에게 고청묘와 그 아이는 모두 지극히 잔혹한 존재일 뿐이야.”시만자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이미 깨진 행복을 다시 이어 맞출 수는 없다고 생각해. 정말 그녀가 아무것도 몰랐던 걸까?”“그건 그녀만 알겠지.”“아, 맞다.”명부를 확인했던 시만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덧붙였다. “위국공부의 고청아는 오지 않았어. 그녀가 도면을 훔친 것을 두고 황제께서 따로 처분을 내리실 건가 봐.”그러자 차가웠던 송석석의 눈빛이 조금은 부드러워졌다.“고청아에게는 곤장 20대를 내렸고 위국공부의 위해철에게는 곤장 30대와 감봉 2년을 내렸어. 하지만 고청아의 20대도 위해철이 감당하기로 하여 도합 50대지. 어제 형벌이 집행되었는데 거의 반 죽어버린 상태라 들었어.”“그나마 책임감은 있군. 제상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말이야.”“높은 자리에 오르면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아지는 법이지. 제상서는 자신의 명성을 조금도 더럽힐 수 없었기에 쉽게 포기할 수 있었을 거야. 현재로서는 위국공부의 위해철이 더 책임감이 있어 보이지만, 그도 제상서와 같은 자리에 오르면 지금처럼 고청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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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7화

송석석도 시만자도 머리가 복잡해졌다.“영우야, 이모랑 함께 갈래?” 하지만 시만자는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아기에게 조용히 물었는데, 말을 아직 잘하지 못하는 한 살이라 입속으로 엄마만 찾을 뿐이었다.시만자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래, 우리 함께 엄마 보러 가자.”서로 시선을 맞춘 송석석과 시만자는 마음이 무거웠다. 이 아이는 돌아가더라도 엄마 곁에서 자랄 수 없었고 방장이 다른 사람이 돌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유모가 아이를 등에 업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시만자의 등에 업힌 아기는 유모가 따라오지 않자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시만자는 한참 달래주었고 그렇게 한참 후, 아기가 진정되고 나서야 말을 끌고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조장 밖에는 마차 한 대가 멈춰 서 있었는데, 마차에 있는 상서부의 표식을 확인한 송석석은 잠시 망설였다. 제상서인가, 제릉서인가, 아니면 또 다른 사람인가?그 광경에 시만자도 걸음을 멈췄다. 그녀는 말고삐를 단단히 잡고는 뒤로 손을 뻗어 영우의 엉덩이를 토닥였다.한참 뒤, 마차의 커튼이 열리더니 초췌한 얼굴의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어두운 청색 비단옷을 입은 그녀는 머리에 간단한 보석장식을 하고 있었다.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잠시 송석석과 시만자를 바라보다 입술을 벌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차에는 나이 든 유모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조용히 위로하는 듯했다. 그녀가 바로 제상서의 부인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자 송석석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유모 한 명만 동행했기에 분명 아기를 해치러 온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제상서는 잘 처리했다고 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었다. 그는 부인을 기만했다. 하지만 가문을 이끌어가는 그녀였으므로 그리 순진할 리는 없었다. 그녀는 단지 남편 앞에서만 모른 척했던 것뿐이다.송석석은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고 그녀 역시 다가오지 않았다. 그저 잠시 눈빛만 주고받다가 송석석은 곧바로 말에 올라탔다.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려는듯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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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8화

깜짝 놀란 송석석은 믿기 힘들다는 듯 물었다. “데려가겠다는 말씀입니까? 부인, 이 아기는 아니… 대체 왜 데려가시려는 겁니까?”아이가 제상서의 자식이 아니라고 말하려던 송석석은 차마 거짓말은 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여기까지 온 것을 보면 이미 진실을 알고 있을 것이기에 더더욱 속일 이유가 없었다.제상서 부인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연히 보살피기 위해서지요. 이리도 어린것이 어찌 고생을 견딜 수 있겠습니까?”전숙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아기는 죄가 없지요. 부모를 선택할 수도, 환경을 선택할 수도 없습니다. 잘못을 저지른 건 어른들이니 책임은 그들이 져햐 합니다.”송석석은 그녀의 말에 깊이 공감했고, 또한 그녀가 매우 존경스러웠다. “제상서께서 이 사실을 계십니까? 당신이 이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까?”전숙의 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지만 흘러내리지 않았다. “그는 저를 속였다고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저도 처음엔 믿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것이 명확해졌습니다. 생각해 보니 알아내기 어렵지 않았습니다.”“부인이 아기를 데려가더라도 그는 고마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이 일이 드러나게 될 것이지요.”“철저한 준비를 마치고 온 것이니 비밀로 하려거든 얼마든지 감출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아이가 진소유가 낳은 아이라고 할 것입니다. 어차피 잡안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으니, 밖에서 소문이 돌더라도 인정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아닐 테지요.”송석석은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부인의 마음이 불편하시지는 않겠습니까?”전숙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저는 이미 마흔여덟의 아줌마라 세상의 많은 일들을 꿰뚫어 보았지요. 그가 저를 존중하긴 하지만, 남자의 마음은 워낙 넓은 법이니 많은 여자를 품을 수 있지요. 애초부터 독점할 수 없었으니 한 명 더 늘든 줄든 차이는 없습니다.”송석석은 그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혹시 아기의 어미도 데려가려는 생각이십니까?”전숙은 고개를 저었다.“아닙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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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9화

황혼이 깃들자, 해가 서서히 지며 하늘은 비단처럼 겹겹이 물들어 갔다. 송석석과 시만자는 말을 타고 하산했다.사건이 아직 완전히 끝나지는 않았지만, 잠시나마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순간이었다."내일 고부진이 처형될 텐데, 고씨 가문의 사람들이 나서서 시신을 거두러 올 것 같아?" 시만자가 물었다."잘 모르겠어." 송석석은 아이를 데려가겠다던 제상서 부인의 모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보였고, 그녀의 마음을 읽은 시만자가 다시 물었다.“제상서 부인이 정말로 아이를 데려가겠다고 했어?”“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일시적인 감정에서 한 말인지는 확실하지 않아.”“비록 그 아이들이 모두 사온의 희생양이라 아무런 죄가 없다 해도 왜 이 모든 일들을 그녀가 짊어져야 해? 이 아이의 등장으로 그녀는 기이하고도 힘든 상황에 놓였을 거야. 과거의 행복이 한낱 환영이 된 것 같아 너무 마음이 아파.”“마차에서 내게 만약 이런 상황에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더라.”송석석은 말의 고삐를 느슨하게 풀었다. 비탈길을 걷고 있는 번개는 여전히 꽤나 안정적이었다."만약 장군께서 밖에 외실을 두고 아이까지 낳았다면 내가 어떻게 할 것 같아?"시만자는 깊이 생각할 것도 없이 곧바로 대답했다. "매산에 있던 너라면 아마 그를 없애버리려 모든 힘을 모았겠지만, 지금의 너는 그냥 이혼을 하고 각자 삶을 선택했을 거야."송석석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너와는 너무 가깝게 지내면 안 될 것 같아."그러자 시만자가 그녀를 흘겨보며 말했다."내가 너를 모를까?""그럼 너는 어떻게 할 건데?" 시만자는 그저 웃음만 나왔다."그런 일은 나한테 절대 안 일어나지. 왜냐하면 나는 결혼하지 않을 것이니까 이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어.”"그래." 그러자 시만자가 대뜸 물었다."내가 결혼하지 않으려 하는 것에 대해 너는 어떻게 생각해? 너는 지금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까 나한테 결혼을 부추길 수도 있었잖아?"그녀를 한 번 쳐다보던 송석석이 입을 열었다.“그럴 리가? 네 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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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0화

먼저 자리에 앉은 전숙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릉서야, 문을 닫거라. 우리 셋이 앉아서 할 이야기가 있으니.”어머니의 태도에서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한 제릉서는 아버지를 한 번 힐끗 쳐다보았다. 하지만 제상서는 혼란스러운 듯한 얼굴이었고 입술은 굳게 닫혀 있었다. 문을 닫은 제릉서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가 자리에 앉았다.전숙은 한 손을 팔걸이에 올려놓고, 다른 한 손은 무릎 위에 가만히 두었다. 그동안 그녀는 풍족한 생활을 누렸고, 남편과의 관계도 좋았기에 동년배보다 훨씬 젊어 보였다. 둥근 얼굴에는 고귀한 품위가 깃들어 있었지만, 최근 며칠 부쩍 수척해 보였다.그녀는 제상서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오늘 북명 왕비를 만났습니다.”제상서는 독사에게 물린 듯이 화들짝 놀랐다. “그녀가 당신을 찾았소? 무슨 헛소리를 했든 간에 믿어서는 안 되오!”제상서 부인은 여전히 차분하게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더 이상 반짝이지 않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오히려 품위가 가득했다.“저는 북명 왕비를 잘 알지 못하긴 하지만 그녀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압니다. 게다가 그녀가 저를 찾은 것이 아니고, 조장에 갔을 때 그녀가 아기를 안고 나오는 것을 본 것입니다.”제상서는 입술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급기야 그녀의 시선을 피해버렸다.“아기라니, 그… 그게 대체 무슨 말이오?!”하지만 전숙은 여전히 온화함을 잃지 않았다.“이미 다 알고 있으니 입 아프게 설명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 저는 그 아기를 집으로 데려와 소유에게 맡기려 하였지요. 하지만 왕비께서는 당신들 중 한 사람이 직접 와서 데려가야 한다고 거절하였습니다.”그녀는 아무런 미동도 없었지만, 두 남자는 불가마에 든 개미마냥 안절부절이었다.유독 착잡해진 제상서는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했고 감히 말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제상서 부인이 담담히 말했다. “왜 데려와야 하는지는 당신들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제가 관대하여 이러는 것은 아닙니다. 첫째, 아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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