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Chapter 781 - Chapter 790

1385 Chapters

제781화

위해철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청아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내가 너를 얼마나 아꼈는데 감히 나를 배신해?!" 고청아는 바닥에 쓰러져 버렸고 입가에서는 서서히 피가 흘러 나왔다. 그녀는 두 손으로 땅을 짚으며 무릎을 곧게 세웠지만, 눈물이 쏟아져 나왔고 입술은 덜덜 떨렸다. "죄송합니다.. 저는 죄가 많아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굳이 변명하지 않겠습니다." "네가 우리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위해철은 그녀를 또 한 번 걷어차며 분노했다. "내가 부모님은 어디에 있냐고 물었을 때 너는 뻔뻔하게 안 계신다 했지 않았느냐!” 고청아는 바닥에 엎드린 채 흐느꼈다. 그녀를 향했던 사랑을 이제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송석석은 옆에서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전날 황제께서 직접 말씀하신 덕분에, 국공부는 이 폭풍우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어 다행이였다. 황제께서 직접 이들을 피해자로 여기셨으니, 쉽게 번복하지는 않으실 것이다. 국공부와 제씨 가문을 마지막에 조사한 것은 역시 옳은 판단이었다. 송석석은 바닥에 엎드려 울고 있는 고청아에게 물었다. "네가 훔친 도면에 갑옷과 궁노기도 있었느냐?" 국공부의 대부분은 무장 출신이었기에, 이 질문의 의도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동시에, 송석석이 결코 자신의 명예나 공로를 탐내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녀가 욕심을 부렸다면, 고청아를 바로 끌고 가 그녀가 궁노기와 갑옷의 도면을 가져갔다고 주장할 수도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공을 세울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송석석이 이렇게 묻는 것은, 고청아가 "없었다"고 답하면 사건이 그나마 수습될 여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궁노기와 갑옷이 다른 무기와는 그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두의 시선이 고청아에게 쏠렸고, 위해철은 눈에 핏발이 서도록 그녀를 응시하며 외쳤다. "생각을 잘하고 대답하거라!" 고청아는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었다. 엷게 물든 붉은 그녀의 입술은 떨리고 있었다."궁노기와 갑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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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2화

위국공이 자리에서 일어나 송석석과 함께 서재로 향했다. 걸음을 옮기던 그가 잠시 멈추고 송석석에게 물었다. "큰아들과 함께 가도 되겠소?" 송석석은 그가 바로 위이준임을 알아 차렸고 또한 그가 위국공의 성에 차지 않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물론이오." 위이준은 당황해 잠시 멍해졌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는 평생토록 부친이 자신을 썩 탐탁치 않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혹 그가 너무 유부단하고 느껴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항상 셋째나 넷째와 상의했었고 그를 부르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넷째가 아닌 자신을 부른 것이다. 너무 예상밖이 없던 거이다.서재에 다다른 위국공은 하인들에게 안정을 돕는 향을 피우게 했다. 성격이 급하고 화가 많은 탓에 이 향을 항상 서재에 두었으나, 오늘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송석석을 위해 준비했다. 그는 송석석이 밖에서 반 시진을 기다리고 물세례까지 맞을 뻔한 일을 모조리 잊기를 바랐다. 자리에 앉은 송석석은 말을 돌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숨기지 않고 말하겠소. 전날 전하께 보고하였고 상황을 알게 된 전하께서는 고부진의 서녀와 첩들을 모두 피해자로 인정하셨소. 국공부는 그 후에 찾아왔소." 위국공은 잠시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오?" 그러나 위이준은 이미 눈치를 채고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송석석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송 지휘사께서 국공부를 아껴 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럴 필요는 없소. 나는 국공부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소. 그녀들은 모두 사온의 협박을 받았던 것이고 유청과 같이 생모의 목숨이 사온의 손에 있었으니, 어쩔 수 없이 명령을 따랐던 것이오. 유청과 같은 이는 여러 명이었고 각기 다른 임무를 수행 중이었소. 그러나 국공부의 이 서녀가 가장 위험했던 이유는 장공주부에서 발견된 무기와 갑옷이 병부에서 제작된 것과 유사했기 때문이오. 공부부터 조사하고 전하를 뵈었다면 이 모든 여인들이 공범으로 여겨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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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3화

위국 공부를 하려고 떠난 송석석의 마음이 아직 가벼워지지는 않았다. 내일은 또 제씨 가문으로 가야 했고, 그 외에는 휘왕도 있었다. 사온이 휘왕에게도 사람을 보냈다는 소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송석석은 경위를 대동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사여묵과 함께 방문하여 이 사실을 알릴 계획이었다. 회왕은 자손들이 모두 봉지에 있기에 홀로 돌아왔고, 황제도 그를 경계했다. 특히, 사온의 배후 인물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기에 황제는 지방에 있는 번왕들에 대한 의심을 떨치지 못했다. 밤이 되어 사여묵은 송석석과 함께 휘왕부로 향했다. 손에는 선물이 들려 있었고 당연히 문병의 명목하에 찾은 것이라 했다.저녁 식사를 마친 휘왕은 소위 '취미 생활'을 즐기고 있었으니, 부중에서 있는 가희들이 번갈아 가며 한창 솜씨를 뽐내고 있었다.그들이 도착했을 때, 의자에 반쯤 드러누운 휘왕이 손으로 팔걸이를 두드리며 가벼운 춤을 추고 있었다. 가희는 얼굴을 가린 채 고금을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는데, 그 목소리는 마치 숲 속에서 날아오르는 꾀꼬리처럼 맑고 아름다웠다. 가희의 가늘고 하얀 손가락이 현을 튕길 때마다 고금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산과 물이 흐르는 듯한 선율에 마음이 평온해지고, 모든 걱정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송석석과 사여묵 역시 이름 모를 선율에 점점 빠져들었다. 한 공연이 끝나자 휘왕은 눈을 떴다. 그제야 두 사람은 가까이 다가가 인사를 올렸다. 그러자 휘왕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늦은 밤에 찾아온 걸 보니 좋은 소식을 가져온 것 같지는 않구나." 사여묵은 손에 든 선물을 살짝 들어 보이며 말했다. "숙부님, 선물을 드리는 일이 어찌 나쁜 일이겠습니까?" 송석석도 미소를 띠며 인사했다. "숙부님께 문안 드립니다." 눈을 가늘게 뜨며 송석석을 바라보던 회왕은 입꼬리를 올렸다."상국의 첫 여성 관리라니, 정말 당당하고 기개가 넘치는 모습이구나. 사내놈들에게 조금도 뒤지지 않는구나." "과찬이십니다, 숙부님." 송석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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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4화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집사가 한 여인과 함께 걸어나왔다. 벚꽃이 수놓인 드레스를 입은 여인은 풍만한 체형에 둥글둥글한 복부가 특히 돋보였다.매우 뚱뚱한 것은 아니었지만,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탓에 더욱 살쪄 보였다. 하지만 아무리 살이 쪘어도 미모는 가릴 수 없었고,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와 뽀얀 피부, 붉은 입술이 그녀의 매력을 더했다. 집사는 이미 그녀에게 귀빈들이 누구인지 말해두었기에 들어오자마자 예를 차렸다."고청영, 두 분께 문안인사 올립니다." 그녀의 눈은 별처럼 반짝였고, 예를 다하고 나서도 밝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 모습은 마치 달콤한 과일처럼 사랑스러웠다. "고청영이라니, 정말 예쁜 이름이구나." 송석석은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았는데, 고청영은 다른 고씨 서녀들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그녀는 고청무처럼 요염한 매력을 풍기지도 고청란처럼 강인한 자존심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게다가 고청아처럼 갸냘픈 면도 없었다. 그녀는 그저 밝고 사랑스러웠다. 맑게 빛나는 눈은 어떤한 상처도 받지 않은 듯했다. 고청영도 웃으며 답했다. "저희들 이름은 모두 예쁩니다. 아버지께서 다른 건 몰라도 학식은 좀 있는 분이거든요. 고청영, 참 예쁜 이름이죠. 하지만 뜻은 그닥 좋지 않습니다. 평생 그림자처럼 살아야 한다는 뜻이잖습니까? 여기 휘왕부에서 충분히 누릴 만큼 누렸습니다. 이제 데려가셔도 됩니다.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너를 데려가려 했다면, 밝은 낮에 경위를 대동하겠지, 늦은 밤에 선물을 들고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고청영은 그제서야 눈을 반짝이며 송석석의 얼굴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송 지휘사님은 우리 여인들에게 큰 영광을 안겨주셨습니다. 저도 지휘사님처럼 되고 싶군요... 아니, 이제 그렇게는 될 수 없습니다. 관리는 너무 힘이 드니 차라리 먹고 노는 것이 훨씬 좋을 듯합니다." 송석석은 그만 웃음을 터뜨리며 휘왕을 바라보았다. "예상치 못한 보배를 얻으셨군요. 사랑스러운 여인이 곁에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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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5화

휘왕부를 떠난 송석석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동안 장공주부의 첩들과 서녀들은 마치 무거운 산처럼 그녀의 가슴 위에 올려져 그녀를 숨이 막히게 짓눌렀다.송석석은 여인들이 왜 장공주부로 끌려갔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고, 그들이 불행했던 이유가 장공주 때문이라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녀들은 부모님을 위해 조금의 죄면도 짊어 질 생각이 없었지만, 너무 괴로웠을 것이다.특히나 고통받아 눈빛이 흐려진 여인들은 작은 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라며 온몸을 떨곤 했다.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본 송석석은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그러다가 만난 고청영이 잠시나마 그녀에게 위안을 주었지만 거품과 같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빛을 받아 반짝여 보이긴 했지만 톡 건드리면 금세 어두운 바닥이 드러났다.밤바람이 거세게 불어 마차의 천막이 '퍽퍽'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그녀는 사여묵의 품에 안겼다. 두 사람은 한 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서로의 생각은 다르지만 같은 문제를 곱씹고 있었다. 사온을 공격한 것은 염탐하러 어슬렁 거리던 연왕을 다시 머리 숙이게 했으니 당분간은 도망치려 할 테지만 현재 상황에서 함부로 떠날 수는 없을 것이다. 영태비의 병이 낫지 않았고, 반역 사건도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황제가 사건을 마무리하지 않고 있는 것은 매우 현명한 처사였다. 사건이 종결되지 않고, 사온이 처형되지 않는 한, 연왕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다. 6개월이나 1년 정도야 견딜 수 있겠지만, 시간이 더 길어지면 결국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택할 것이다. 반역의 뜻을 포기하고 조용히 물러나거나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것이다. 연왕에게는 좋은 기회가 찾아왔었다. 하지만 그는 너무 많은 것을 욕심냈으니, 황좌와 명예를 모두를 원했다. 아마 남강을 수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고, 사국인들이 이대로 쉽게 물러날 거라는 것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생각에 잠겼던 두 사람은 동시에 말을 꺼냈다. "당분간은 음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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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6화

사여묵은 30분이나 기다렸지만 제상서의 그림자 또한 보지 못해 결국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제 씨 가문은 뭐가 그리 잘났다고 늦게 오는 거지? 어젯밤에 특별히 사람을 보내 알렸는데 오늘 그림자도 보이지 않다니. 분명 오늘 온 사람이 석석이라고 여기고 오지 않는 거야. 위국공부처럼 문전박대 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잘한 건 아니었다.’ 사여묵은 부인을 엄청나게 사랑했다. 그는 자신을 괴롭히면 안 되지만 송석석을 괴롭히는 것은 더욱 안 된다고 생각했다. 화가 난 그는 제상서가 제 씨 가문의 사람들 앞에서 장공주가 그곳에 배치한 사람을 밝혔는데 바로 베상서가 바깥에서 3년 동안 먹여 살린 여자이고, 둘 사이에는 이미 딸이 한 명 있다고 했다. 말을 마친 후, 사여묵은 염 선생을 데리고 떠나 버렸다. 제 씨 가문의 사람들은 서로 자기가 잘못 들은거 아니냐며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제 씨 가문에서는 대학자가 몇 명이나 나왔는데 예의범절이 엄격해서 위국공부 밖은 말할 것도 없고 저택 안에도 첩이 많지 않았다. 게다가 본처와 첩 사이에는 존비가 분명했는데 첩은 본처의 사유재산이니 정처가 관리하고 매 달 첩이 몇 차례 시중을 드는 것은 모두 본처가 안배했다. 그 규칙은 제제사 때부터 줄곧 지켜왔고 제 씨 가문에서는 국법보다 엄격한 규칙이었다. 게다가 제상서는 원래 욕심을 부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첩을 방에도 거의들여놓지 않았고 한 달에 기껏해야 두세 번 정도 가고 나머지는 대부분 본처의 방에서 묵었다. 그들 부부는 금슬이 좋고 화목해서 진성에서 미담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밖에서 외실을 키우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말도 안 돼. 이건 말이 안 된다.” 제씨 가문의 둘째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저으며 모두 놀라 멍해진 제씨 가문의 아들들을 보았다. 특히 제상서의 장남인 제릉서를 바라보며 말했다. “릉서야, 네 아버지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이 안에 분명 무슨 오해가 있을 것이야.” 제릉서는 삼품관으로서, 지금은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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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7화

그러나 제릉서는 바깥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저택의 사람들은 속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저택 안의 식구가 많아서 반드시 조부와 어머니에게 알릴 것이다. 그는 둘째 숙부를 보며 말했다. “둘째 숙부님, 이 일은 제가 송석석에게 가서 증언을 구하고 소식의 출처를 알아보겠습니다. 만약 바깥 소문을 듣고 감히 아버지가 외실을 키운다는 헛소문을 퍼뜨린 것이라면 저도 가만있지 않겠습니다.” “그래, 어서 가보려무나!” 제 씨 가문의 둘째 어르신이 급히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제씨 둘째 어르신은 절대로 형님이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조상의 가르침이 있는데 형님께서 가문의 가주로서 절대로 저택 외에서 첩을 키울 정도로 어리석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제릉서는 말을 타고 경위부로 갔는데, 송석석이 궁으로 불려 갔다는 말만 들을 뿐이였다. 그는 국부라, 언제든지 입궁할 수 있는 권한은 없지만 황후마마를 뵈러 간다고 아뢴다면 황후가 사람을 보내 그를 데리고 들어갈 수는 있었다. 그는 송석석이 아직 궁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즉시 황후에게 보고해 사람을 보내 마중 나오라고 했다. 장춘궁에 도착한 그는 두말하지 않고 황후에게 말했다. “지금 송석석이 황실 서재에 있으니 동생이 사람을 보내 기다리고 있다가 나오면 여기로 모시고 오라고 하게.” “무슨 일입니까?” 오라버니의 엄숙한 기색을 보자 제 황후도 긴장해서 물었다. ‘송석석이 대리사를 협조해서 모역사건을 조사하는데 설마 제씨 가문을 조사해 낸 건 아니겠지?’ “먼저 사람을 보내거라.” 그러자 제황후는 급히 분부했다. “란주야, 어서 가서 황실 서재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송석석이 나오면 바로 장춘궁으로 데려오너라.” 그러자 란주 상궁은 대답하고 바로 떠났다.란주 상궁이 나가자 제황후는 다른 사람들도 모두 내보냈다. 제릉서는 그제야 제황후에게 입을 열었다. “어제 송석석이 경위를 데리고 위국공부로 왔는데 밖에서 반 시진을 기다려서야 저택으로 들어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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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8화

제황후는 다소 언짢은 말투로 말했다. “어쨌든 아버지께서는 절대로 그런 일을 벌일 분이 아닙니다. 분명 그들이 잘못 조사했을 겁니다. 아직 소문이 나지 않았지요?” “아직은 저택의 사람만이 알고 있지. 둘째 숙부께서도 밖으로 소문내지 말라고 명령한 상태고.” 그러자 제황후가 물었다. “그럼 오라버니가 궁으로 들어올 때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돌아오셨습니까?” “내가 외출할 때엔 아버지께서 돌아오시지 않았다. 난 경위부로 송석석을 찾아갔는데 궁으로 들어갔다는 말을 듣고 그녀에게 물어보려고 부랴부랴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러자 제황후는 냉정하게 말했다. “아무튼 나는 아버지가 밖에서 첩을 들였다는 말을 절대로 믿지 않습니다.” 제릉서도 처음에는 북명왕께서 한 말이라 믿었었다. 그러나 둘째 숙부의 말을 듣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지금은 반신반의한 상태가 되었다. 제릉서는 그 사건은 왕야께서 조사한 것이 아니라 경위가 조사한 것이기에 송석석이 무공은 뛰어나지만 아무래도 여자이니 떠도는 소문을 믿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씨 가문은 요 몇 년 동안 너무 잘 나가 많은 사람들의 불만을 샀고 종종 나쁜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그는 어쩌면 누군가가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감정이 너무 좋은 것을 보고 질투해서 그런 소문을 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진성 귀족들 사이에서 질투심이 강하고 시비를 걸기 좋아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었다. 제릉서가 말했다. “어쨌든 송석석에게 어디에서 얻은 소식인지 물어봐야지. 그렇지 않으면 어머니가 슬퍼할 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명성도 바닥에 떨어질 것이다.” 제황후는 안 그래도 마음속으로 송석석에게 앙심을 품고 있었다. 예전에 황제가 그녀를 입궁시키려 했던 일 때문이었는데 나중에 모든 게 제왕이 북명왕에게 병권을 넘기게 하기 위한 권모술수라는 것을 알았지만 제 황후는 황제가 그녀와 이 일을 얘기할 때 눈에서 발하는 뜨거운 빛을 잊을 수 없었다. 그건 그녀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눈빛이었다. 심지어는 황제가 수민을 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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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9화

한바탕 비교해 보니 장공주부의 갑옷 재료와 기술은 병부의 것보다 더 좋고 섬세했다. 특히 무장이 입는 갑옷이 더 정교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들은 황실 서재에서 실험하였는데 몇 번을 베어도 금만 가고 잘 베이지 않았다. 그리고 활뇌기의 실험 결과도 나왔는데 병부의 것보다 좋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진노한 숙청제의 기색이 그제서야 조금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적어도 두 가지가 다르기에 국공부의 고청아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활뇌기와 갑옷의 도면을 가져가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해철에겐 아마 죄를 물을 것이 분명했다. 그는 병기도면 같은 중요한 물건을 이미 유출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황제는 그 여자들에 대한 생각을 바꾸지 않았고 송석석이 제안한 통일적인 관리에도 찬성했다. 어쨌든 그 여자들의 죄는 확실히 조작된 것이었고 실질적인 해를 끼치지 않았으니 그는 마음이 인덕 하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 승은백부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던 고청우도 숙청제는 저울질을 해보았다. 결국엔 량소가 못난 것이었다. 그렇게 많은 여자들이 세가로 들어갔지만 큰 풍랑을 일으키지 못했는데 유독 승은백부만 난장판이 되었다. 그러니 그들도 큰 책임을 져야 했다. 송석석은 그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숙청제는 병부상서들을 물러나게 하고 송석석만 남게 하고는, 지칠 줄 모르고 역모사건에 정력을 쏟았다. “송 경, 내가 하나만 물을 테니 사실대로 대답하라.” 그러자 송석석이 대답했다. “예.” 숙청제는 높은 자의 압박이 가득한 눈빛으로 송석석을 바라보며 물었다. “사온 뒤에 있는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송석석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실은 이 문제에 관해서 사여묵이 이미 황제에게 보고를 했었는데, 지금 다시 묻으니 송석석은 황제의 뜻을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대답하기 어렵다면 이번엔 내가 묻지. 사여묵은 연왕 숙부를 언급한 적이 있는데 너도 그렇게 생각하느냐?” 송석석은 주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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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0화

송석석이 황실 서재에서 나와 몇 걸음 걷지도 않았을 때 마침 황후 곁에 있던 란주 상궁과 만났다. 상궁이 먼저 웃음을 머금고 인사를 건넸다. “왕비님, 오랜만입니다.” 그러자 송석석이 물었다. “란주 상궁, 무슨 일 있소?” “별일 없습니다. 제 황후마마께서 왕비님을 뵌 지 오래되었고 하니 장춘궁에서 함께 차를 마시자고 하셨습니다.” 송석석은 목이 말랐지만 황후가 자신을 찾는 건 분명 좋은 일이 없다는 것을 알고 거절하고 싶었지만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그럼 길을 안내해 주오.” “왕비님, 가시지요.” 란주 상궁은 웃으며 두 손을 모으고 몸을 살짝 숙이더니 가볍게 걷기 시작했다. 황실 서재에서 장춘궁까지는 거리가 있었는데 다행히도 오늘은 날씨가 좋고 바람이 그리 세지 않아 황실 서재에서 받은 압박감이 조금 사라졌고 두피도 그렇게 조여오지 않았다. 비록 제 황후도 우호적이진 않았지만 황제의 위압감과 압박감보다는 훨씬 대처하기 쉬웠다. 장춘궁에 도착하자 란주 상궁이 그를 안내해서 들어갔다. 전에 들어가자 앉아 있던 한 남자가 일어나 인사를 했는데, 송석석은 그가 제 황후의 오라버니인 제릉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는 삼품추밀학사로서 황제가 즉위하자마자 기용한 관리이며 황제의 심복 대신이었다. 송석석은 먼저 인사를 건넸다. “황후마마를 뵈옵니다.” “일어나시오.” 제황후는 단정하게 정좌에 앉아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제릉서도 손을 모으고 인사를 했다. “송 대인님.” 송석석도 답례를 했다. “예, 제 대인님.” 그러자 제황후가 말했다. “앉으시오.” 송석석은 고마움을 표한 후 왼쪽 의자에 앉았고 제릉서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제릉서는 자리에 앉자마자 급히 물었다. “송 대인, 물어볼 것이 있는데 꼭 사실대로 대답해 주십시오.” 송석석은 목이 너무 마른 나머지 황후에게 말했다. “마마, 혹시 차 한 잔 얻어 마실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황후는 즉시 분부했다. “이리 와서 차를 내오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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