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의 모든 챕터: 챕터 771 - 챕터 780

1380 챕터

제771화

문밖에 서 있던 평양후의 임 집사가 안으로 들어와 몸을 굽히며 말했다. "이 일은 걱정하실 필요 없사옵니다. 사온의 반역은 이미 거의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대리사에서 심문하는 것도 배후를 밝혀내기 위함일 뿐이고 설령 배후를 밝혀내지 못하더라도 대리사는 절차를 밟아야 할 것입니다. 평양후부가 공주부와 혼인으로 맺어진 이상 연루되는 것은 피할 수 없으나, 오늘 나리와 가의 군주만 불러 문초하신 것을 보니 큰일을 벌이실 의도는 아니옵니다. 만약 그렇게 하실 뜻이 있었다면, 군주 주변 사람들까지 모두 불러들였을 것이옵니다." 미란은 이해가 안 가는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정말 알 수가 없구나. 장공주께서는 이미 그토록 존귀하신데, 왜 굳이 반역을 도모하셨단 말이냐? 게다가 저택의 첩들은 백 명이 넘는다고 들었고 대부분 죽임을 당했고 태어난 사내아이들은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니, 어찌 그리도 악독할 수 있는 것이냐?" 그녀는 가의 군주가 아이를 낳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너무 가혹하다 생각하여 입 밖으로 내지는 못했다. 그저 내심 그렇게 생각할 뿐이었다.악행은 결국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법이니까 말이다. 평양후 노부인은 간담이 서늘해졌다. 너무도 잔혹하다는 생각에 오금마저 저려왔다."임 집사, 그녀 주변 사람들을 불러들여 학대를 당한 적은 없는지 물어보거라." 잠시 머뭇거리던 임 집사는 노부인의 눈빛이 깊어지자 어쩔 수 없이 말했다. "그녀의 시중을 들던 시녀들 중 상당수가 이미 사라졌사옵니다. 그들이 팔려버렷다고는 하나, 결코 좋은 결말을 맞이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가서 조사해 보거라. 그녀 방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우리가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이리도 악독할 줄은 몰랐네. 팔려 갔든 죽임을 당했든, 누군가는 이를 처리했을 테니, 그자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노부인 곁에서 효성을 다했던 미란은 노부인에 대해 잘 알았다. 노부인이 깊이 조사하려는 것은 아마도 이혼을 염두에 둔 것이다."전숙은 항상 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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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2화

송석석이 평양후부를 나선 직후, 한참 동안 멍하니 있던 평양후는 서서히 정신이 돌아왔고, 그의 눈동자는 충혈되어 있었다. 그는 갑자기 가의 군주의 옷깃을 움켜쥐더니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그러자 가의 군주가 미친 듯이 소리쳤다. "감히 나를 때려? 네가 감히? 이 비겁한 놈아!" 평양후는 분노로 눈이 충혈되었다. 그는 처음으로 가장의 권위를 보여주었다. "때리기만 할까? 내가 너를 버릴 것이다!" "버려?" 순간 멈칫하던 가의 군주는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다시 한 번 말해 보거라!" "그럼 너 같이 악독한 년이 평양후부를 해치게 놔두란 말이냐?" 그 순간 도자기 주전자가 평양후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치며 '쾅' 하는 소리가 났고, 이어서 도자기 파편이 바닥에 흩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평양후는 비틀거리며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이미 이성을 잃어버린 가의 군주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하늘이 빙빙 도는 듯한 느낌을 느낀 그는 그만 바닥에 쓰러져 버렸고, 이윽고 머리에서는 피가 흘러 나왔다. "나리!" 그 광경에 하인들이 황급히 뛰어와 평양후를 부축했다."어서 의부를 불러라!" "감히 나를 버려? 네가 나를? 어디 한번 끝까지 싸워보지." 바닥에 쓰러진 평양후를 차갑게 내려다보는가의 군주에게서 조금의 애석함도 찾아볼 수 없었다.막 평양후부 대문을 나서던 송석석은 안쪽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필명을 불러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해 보라 지시하고 대리사에 보고하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은 먼저 진술을 정리해야겠다고 했다.평양후부는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다행히도 노부인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저택에 상주하는 의원이 항시 있었기에 신속히 손을 쓸 수 있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으나, 상처는 심각했다. 필명은 상황을 살펴보고 나서 대리사로 돌아와 송석석에게 보고했다. "상처가 심각하더냐?" 평양후의 머리에서 흐르던 피에 필명도 깜짝 놀랐다."의원이 말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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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3화

두 사람은 마차를 타고 궁으로 향했다. 반역 사건 이후로 그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기에 집에 돌아가서도 몇 마디 나누지 못한 채 그대로 쓰러져 잠들곤 했다. 사여묵이 송석석을 품에 안으며 말했다. "당신이 실망하지 않도록 내가 미리 말해야겠소."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습니다. 전하께서 사온을 처형하지 않으실 거란 말이지요?" 송석석은 그의 넓은 가슴에 기대며 눈을 감았다. 전쟁터에서도 지치지 않았던 그녀지만 여기저기 탐문하여 증언을 듣고, 그 속에서 날아드는 비꼬는 말투에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었다. 사여묵이 조용히 분석했다."나는 이미 연왕을 언급했지만, 전하께서는 당신에게 연왕을 조사하라고 하지 않았소. 의심 많은 성격인데 어찌 연왕을 조사하지 않을 수 있겠소? 아마 다른 사람을 보내어 조사하게 했을 것이고 그들은 아마 어전시위와 호위무사일 것이오. 이들은 당신 관할이 아니오. 설령 어전시위가 당신 관할이라고 해도, 그것은 명목상일 뿐. 명확히 조사하기 전까지 사온을 죽이지 않을 것이고 사온이 살아 있는 한 연왕은 하루도 마음을 놓지 못할 것이오." 송석석은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 공주부는 두 가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하나는 반역이고, 다른 하나는 첩들을 감금하고 살해해 많은 아이들의 목숨도 빼앗아 간 죄이지요. 그러니 사온을 처형하지 않으면, 민심을 잠재우기 어려울 것입니다." “죄는 반드시 물어야 하오.”사여묵의 눈에는 서늘한 빛이 스쳤다.“반역이 묻힌다면, 그 많은 생명들은 오직 한 사람만이 짊어질 수 있소." 그러자 송석석의 눈이 번쩍 띄었다."고부진!" 사여묵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소. 그는 결코 억울하지 않소. 그는 이미 공범이고, 자신이 어쩔 수 없었다며 그녀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었다고 변명해도 소용없소. 그는 고후부 사람이오. 그 당시 황조부께서도 아직 살아계신 시점이었으니 사온이 모든 것을 손에 쥐고 있던 것은 아니었소. 그는 굴복을 택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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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4화

숙청제가 송석석에게 물었다. "공주부와 교류가 잦았던 세가들에서 알아낸 것이 있느냐?" 송석석은 사실대로 대답했다. "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았고, 현재까지는 흥녕후부에 고부진의 서녀 한 명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심문 결과, 이 서녀는 아무 임무도 수행하지 않았사옵니다. 흥녕후부의 사람이 된 지 이틀째 되는 날, 그녀의 생모가 죽었고, 그로 인해 사온이 그녀를 통제하지 못하였고 더불어 그녀는 흥녕후세자의 총애를 받아 장공주부와의 관계를 끊었사옵니다." 숙청제의 눈에 한 줄기 날카로운 빛이 스쳤다. "흥녕후부에서 그녀의 신분을 아는 자가 있는가?" "흥녕후부에서는 모른다 하였고, 하인들에게도 물었사오나 고부진의 서녀는 거의 문밖을 나서지 않았다고 하였사옵니다." 그러자 숙청제가 물었다. "그렇다면 고부진의 서녀는 아직도 후부에 있는가?" "그녀는 입문 후 아들과 딸을 낳았기에 쫓겨나지는 않았습니다. 지금은 사찰로 보내졌다 하옵니다." 말이 마치자마자 숙청제가 명령했다. "흥녕후부는 경계하여야 하니 주의 깊게 지켜보아라. 또한 그들이 예전에는 누구와 자주 교류했는지 조사해 보라." "폐하께서는 염려하실 필요 없사옵니다. 이미 조사 중이옵니다." 하지만 숙청제는 여전히 만족하지 못한 기색을 보였다. "고부진이 보낸 서녀가 그리도 많다더니, 찾아낸 자는 왜 하나뿐이더냐?" "그들을 관리하던 자들은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교체되었고 교체된 자들은 대부분이 살해되었사옵니다. 또한 한 명만은 아니옵니다. 승은백부에 들어간 기생 출신 여인은 본명이 고청무이고 지금은 이름과 외모를 바꾸었사옵니다. 부중의 관리가 자백한 바에 따르면, 그녀는 이미 진성을 떠났다고 하옵니다." "계속해서 찾거라. 모두를 찾아내 더 이상 이용당하지 않도록 해라. 그들은 모두 불쌍한 자들이로다." 숙청제의 한숨에 송석석은 약간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사실 그 서녀들의 거처를 이미 알아냈지만, 아직 직접 방문하지 못했다. 예를 들면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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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5화

사여묵은 그녀의 판단을 존중했다. 결국 모두 억울하게 누명 쓴 사람들이기에 그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이미 이용당할 운명이었다. 이 점만 보아도, 장공주는 불충한 마음을 품고 있은 지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 사여묵이 사건의 주모자 아무리 지껄인들 황제는 믿지 않으실 것이며, 문무백관과 백성들 또한 믿지 않을 것이다.“이미 그들을 보호했으니, 이제는 잘 감시해야 하오. 그들 중 많은 자들은 여러 해 동안 귀족 가문에서 지내왔으니, 집안의 약점을 알고 있을 것이오. 그러니 그들이 누구에게도 이용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오.”"명심하겠습니다. 분명 잘 처리할 것입니다." 지의가 하달되어 가의 군주는 신분을 박탈당했고 식읍마저 회수당했다. 그녀는 더 이상 내명부의 봉록을 받지 못하고, 평민으로 강등되어 평생 명예를 회복할 수 없게 되었다. 이는 사람을 죽인 혐의가 없더라도 평양후가 그녀의 명예 회복을 신청할 수는 없다는 뜻이었다. 반면 그녀가 사람을 죽였거나, 죽이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법에 따라 처벌될 것이다.지의를 들고 평양후부에 찾아온 이는 오대반이었다. 가의 군주는 미친 듯이 오대반에게 달려들었다.“차라리 나를 죽여라!” 그러자 금군이 급히 오대번 앞을 막아서더니, 그녀에게 발길질을 서슴치 않았다. 그 충격에 가의 군주는 바닥에 쓰러지며 피를 토했다.평양후의 노부인은 당장 그녀를 내쫓지 않았다. 그녀는 먼저 조사하도록 명하였고 조사가 끝나기 전까지는 감금시켰다.내치는 것은 확정된 것이었다. 평양후를 죽일 뻔했던 그녀이기에 평양후부에서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었다.다음날, 송석석은 필명과 함께 위국공부를 찾아갔다. 위국공은 과거에 송석석을 꾸짖으며, 증거도 없이 경위를 이끌고 연왕부로 간 것이 왕실의 체면을 무시한 행위라고 비난한 적이 있었다. 위국공은 성격이 곧고, 성질이 급하기로 유명하였으며, 나이가 들었음에도 불의를 보면 참지 않았다.그는 송석석이 감히 경위를 이끌고 위국공부에 온다면, 들어올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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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6화

위국공부, 관직이 있는 아들들은 이미 외출하였고, 그 외 모든 이들을 정청에 모이게 하였다. 밖에서는 주기적으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위국공은 모든 감정을 얼굴에 그대로 드러내는 자로 한치의 숨김이 없었다. 그는 전장에서 공을 세워 얻은 위국공이었으며, 비록 그의 아들과 자손들이 조정에서 벼슬로 지냈지만, 관직이 높지 않아 시기를 받거나 황제의 의심도 받지 않았다. 하여 그가 살인을 저지르지 않는 한, 누구도 감히 방자하게 굴지 못했다. 현갑군 지휘사라고 하지만, 그는 '현갑군'이라는 세 글자만 중시했을 뿐, 지휘사는 하찮다고 여겼다. 문 두드리는 소리가 다시 들리자, 위국공은 천천히 차를 들이켰다. 그러더니 긴장한 얼굴로 서 있는 자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신경 쓸 필요 없다. 저대로 내버려두어라." "문전박대는 지나치지 않겠습니까? 어찌 되었든 황명을 받고 일을 처리하는 중이지 않습니까?" 위이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위이준은 무장 출신으로, 한때 금군 지휘사로 있었으나, 선제께서 붕어하시기 전에 물러났다. 그는 위국공부의 세자였고, 위국공이 세상을 떠나면 그가 국공의 작위를 이어받을 것이었다. 국공의 작위는 3대째 이어지고 있었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부귀는 이어질 것이었다. 하지만 온화한 성격의 위이준은 항상 신중했다. 반면 그의 부친인 위국공은 과단성이 없다 여기어 그를 썩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위국공은 다섯 아들 중에서도 특히 넷째 아들, 위해철을 가장 아꼈다. 위해철은 서자였고, 넷째였기에 적장자가 있는 데다 둘째, 셋째까지 있어 그가 작위를 물려받을 가능성은 없었다. "뭐가 지나치다는 것이냐?" 위국공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뭘 두려워하느냐? 소심한 것이 대업을 이룰 기질이 없구나. 한낮 여인이지 않더냐!" 위해철은 아버지의 말을 거들었다."맞습니다, 형님. 헌데 대체 무엇이 두려우신 것입니까? 내버려두시지요. 저러다 돌아갈 것입니다." 그는 병부에서 무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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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7화

위국공은 평소부터 위해철의 말을 가장 일리가 있다 여겼다. 게다가 그의 생각과 위국공의 생각은 항상 일치하였다. 사실 위국공도 전에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위해철의 말에 다른 이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하였다. 무엇보다 위국공이 먼저 그 의견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위국공은 위해철을 아낌없이 지지했다.위이준의 반대는 무력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의견을 표명했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경위는 그들만의 방식이 있다. 송석석은 장군가 출신으로 남강에서 공을 세운 바 있다. 그녀에게 능력이 없다면 전하께서 그녀에게 중책을 맡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단순한 사건이 아니고 반역이니 황명을 받아 일을 처리하는 위치로 우리를 대리사로 데려가서 심문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리하지 않고 직접 여기까지 행차하여 벌써 반 시진이 지나도록 기다리고 있으니 이는 우리 위국공부에 대한 충분한 존중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부친께서도 아시다시피 이번 사건은 범위가 매우 넓습니다. 그들도 여유가 없으니,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방문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차라리 그들이 묻는 것에 협조하는 것이 더 나을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부친과 아우가 말한 대로 그들이 우리 위국공부를 이용해 위세를 떨치려 한다면, 오래도록 밖에서 기다릴 이유가 없었을 것입니다. 오히려 그녀가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우리 위국공부에 대한 배려일 것이고 부친을 향한 존중때문이 아니겠..." 장황하게 늘어놓은 위이준의 말에 마음이 불편해진 그는 말을 끊고 책상을 내리치며 소리쳤다."닥쳐라! 정말로 존중했다면 아예 찾아 오지 않았어야 했다. 우리가 장공주부와 어떤 교류가 있었단 말이냐? 장공주가 그렇게 많은 초대장을 보냈어도 고작 몇 번이었다. 게다가 그것은 혼처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위이준이 조심스레 말했다. "그렇다면 왕래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겠지요…." "닥치라고 하지 않았느냐?" 위국공은 분노에 차 외쳤다. 그는 이 아들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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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8화

위해철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뒤에 있던 시위들에게 호통을 쳤다. "어찌 된 일이냐? 분명 문을 열지 말라고 했거늘, 누가 문을 연 것이냐!" 송석석이 차분하게 대답했다. "내가 스스로 들어온 것이오. 반 시진을 기다려도 문은 열지 않고 오히려 오물을 퍼부어 부득이하게 실례하게 되었소." 그러고는 앞으로 나아가며 방 안을 둘러보았는데, 가장 연로한 이는 위국공이었고, 그 옆에 있는 두 사람은 아마 그의 동생들, 즉 이방과 삼방의 사람으로 보인다.송석석은 미리 조정에 출사한 위국공부 사람들의 초상화를 본 적이 있어 대강 알아볼 수 있었다. 그중 청색 비단옷을 입은 중년 남성은 초조해 보였고 그녀를 보더니 약간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이 사람은 분명 위국공의 세자, 위이준일 것이다. 방금 화를 내며 말하던 이는 그녀가 아는 인물이었고 위국공의 넷째 아들 위해철이었다. 그는 병부의 무기고를 관리하고 있었고 이번에 그녀가 찾아온 것도 위해철과 그의 첩, 유청 때문이었다. 위국공은 그녀가 스스로 들어왔다는 말을 듣고 더욱 분노했다."감히 내 허락도 없이 들어왔단 말이냐? 일품 국공부에 감히 무단침입을 하다니 무례하다!" 예의를 다하였지만 통하지 않으니, 무력을 행사할 수 밖에 없었다. "국공께 실례를 범하였소." 하지만 위국공은 참지 않고 탁자를 세차게 두드렸다."당장 여기에서 나가지 못할까! 그렇지 않으면 내 손에 죽는 것을 면치 못할 것이야!" 송석석이 응수했다. "그대는 이미 충분히 불친절하였소. 하지만 묻고자 하는 것을 알아내기 전까지는 절대 떠날 수 없소. 화가 나신다면, 전하께 아뢰어도 되오." 위국공은 일생 동안 누구에게도 굽힌 적 없었기에 후배의 도발이 못마땅했다. 그는 즉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하인에게 명령을 내렸다. "여봐라! 이자를 당장 끌어내리거라!" 송석석의 관복은 넓은 소매로 이루어져 있어 싸울 때는 다소 불편했지만, 소매를 휘두르는 기술을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송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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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9화

더는 참을 수 없었던 위해철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필요 없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빨리하고 당장 나가시오!" "위해철!" 그러자 위이준도 버럭 화를 냈다."무례하다!" 위해철은 그 태도가 못마땅하다는 듯이 눈을 흘겼다."그리 약해 빠져서 어떡합니까? 두려워할 것 없습니다. 우리는 떳떳하니, 그림자가 비뚤어질 걱정 하지 않아도 됩니다!" 위해철을 바라보던 송석석은 위국공과 많이 닮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위국공은 그럴 만한 능력이 있었기에 감당하기 힘들더라도 세운 군공을 생각해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위해철은 달랐다. 그는 아버지의 권세를 등에 업고,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마구 소란을 피우는 사람이었다. 군부에서도 그의 성질을 알기에 아무도 그와 엮이려 하지 않았고, 그 점이 그를 더욱 오만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송석석은 쉽게 봐주지 않았다."주부를 부를 필요 없다 여기신다면 내가 직접 기억하겠소. 그래도 되겠소? 당신의 유청아씨를 불러오도록 하오. 몇 가지 물어볼 것이 있소." 위국공부에 들어온 지 7년이 된 유청은 아들 둘에 딸 하나를 낳아 위해철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정실부인을 몰아낼 정도는 아니었지만, 정실의 지위는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정실과 다른 첩들이 낳은 아이들은 모두 딸이었지만 유청은 아들을 두 명이나 낳았기에 더욱 아꼈던 것이다.유청이를 찾는다는 말에 방 안의 사람들의 얼굴이 급변했다. 장공주의 서녀들이 여러 가문으로 흩어졌다는 소문을 그들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해철만은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고 상대방이 자신이 유독 아끼는 첩을 찾자 더 크게 분노할 뿐이었다."내실의 여인에게 대체 무엇을 물으려는 것이오? 모욕이라도 하려는 것이오? 할 말이 있으면 나에게 직접 물어보시오!" 하지만 송석석은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한자 한자 정확하고 침착하게 말했다."유청, 성은 고 씨고 아버지는 고부진이오. 본가는 고후부 혹은 장공주부라 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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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0화

고청아는 담청색의 소박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고, 넓게 파인 넥라인은 그녀의 가녀린 몸과 우아한 기품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세 아이의 어머니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여전히 투명하고 흰 피부를 자랑했다. 눈가에 주름 하나 없었고 윤기 나는 검은 머리카락은 구슬로 장식된 비녀로 단정히 묶여 있었다. 진주로 만든 작은 비녀는 그녀의 기품을 한층 더 돋보이게 했고 마치 높은 산에 핀 아름다운 꽃을 보는 듯했다.그 모습에서 국공부에서 호의호식을 누리며 살아왔음을 알 수 있었다. 생활의 고된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으니 그야말로 극진한 사랑을 받고 있는 여인이었다. 지금까지 여러 서녀들을 본 적이 있었지만, 고청아만큼 생활의 고됨이 느껴지지 않는 여인은 없었다. 그녀에게는 사랑을 먹고 살아온 고귀함이 있었다.예의를 갖추며 들어와 공손히 복례를 올린 고청아는 사내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손을 모았다.하지만 이때, 송석석이 "고청아"라고 부르자,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마치 이날이 올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조용히 무릎을 꿇고 고개를 든 그녀는 홀가분한 표정이었다."맞습니다. 제 이름은 고청아입니다. 저에게도 가족이 있고 고부진이 바로 저의 아버지입니다. 장공주부와 고후부는 제 친정이고요." 그녀의 말은 마치 한 줄기 천둥과도 같아 모두들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위해철 또한 충격에 휩싸인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며 무섭게 물었다."방금.. 뭐라 하였소? 지금 너가 고부진의 딸이라고 했소?"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인 그녀는 머리를 조아렸지만,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제가 당신과 모두를 속였습니다." "너…" 위해철은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때리려 했으나, 그녀의 붉어진 눈을 보는 순간 분노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녀는 그가 가장 아끼는 첩이었고, 두 아들의 어머니였다. 그는 천천히 손을 내리던 그때 필명이 경위와 보좌관을 이끌고 들어왔다. 송석석은 보좌관에 기록하라고 지시했고, 방금 나눈 대화를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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