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Chapter 1861 - Chapter 1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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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1화

진 교수는 자신이 신석림을 설득하겠다고 약속했다. 설득을 못하더라도 논문은 분명 통과시켜 주겠다고 했다.진 교수도 고마웠지만 그녀는 진 교수와 만날 기회를 준 인명진한테 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돌아가는 길에 그한테 선물이라도 사갈까 생각해 보았지만 부족한 게 없는 사람인 것 같았다.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끝내 결정을 할 수가 없었다.바로 이때, 인명진에게서 급한 전화가 걸려 왔다. “진 교수님 만나고 나오는 길이에요?”“네, 이미 나왔어요. 왜요?”그녀는 그의 다급한 목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지금 일이 있어서 잠깐 밖에 나와 있거든요. 방금 요양원에서 전화가 왔는데 염정아가 자살 시도를 했고 지금 응급실로 오고 있다고 하네요.”“네?”순간, 은서우는 핸드폰을 움켜쥐었고 두말없이 그의 부탁을 받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염정아도 마침 병원에 실려 왔고 산소 부족으로 인한 내장 출혈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녀는 급히 응급처치를 했고 한 시간 반이 지나서야 겨우 염정아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 후 그녀는 병상 앞에서 무려 두 시간이나 기다렸고 저녁 7시가 되어서야 염정아는 겨우 정신이 돌아왔다. 은서우는 물 한 모금 마실 겨를도 없이 목이 쉰 상태로 걱정스럽게 물었다.“어때? 아직도 아파?”산소 부족의 결과는 아주 심각하다. 산소 호흡이 안 된다면 단 30분 만에 호흡 곤란 상태가 오고 심할 경우 내장 출혈과 뇌사 상태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다행히 염정아는 제때 발견되었고 그렇지 않았더라면 뇌사 상태에 빠져 누구도 그녀를 구하지 못했을 것이다.염정아는 고개를 저었다. 목에 멍이 든 것을 보니 아마도 밧줄에 의해 생긴 상처인 듯하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아직도 상처가 선명한 걸 보니 얼마나 심하게 조였는지 알 수 있었다.상처를 보니 화가 났지만 낼 수가 없었고 마음만 아팠다. 그동안 지내온 시간들이 헛된 것은 아닌 듯하다.“왜 갑자기 이런 짓을 해? 전에는 괜찮았잖아.”은서우는 다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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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2화

은서우는 거절하지 않았다.남자의 숨결이 너무도 익숙해서 뒤돌아보지 않아도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사실 뒤돌아보지 않은 이유가 더 있었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그녀는 몸에 걸쳐 있는 외투를 잡아당기며 입을 열었다.“예전에 들었던 말이 생각났어요.”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녀가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병원은 교회보다 더 많은 기도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그게 잘 와닿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들어보니까 나도 이미 당사자가 되어있더라고요.”담담한 말투에 서글픔과 탄식이 가득 차 있었다.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그가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꼭 안았다.그의 행동에 그녀는 물론 그도 어리둥절해졌다. 그러나 손을 놓지 않았고 그녀도 그를 밀어내지 않았다. 두 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고 잠시 후 약속이나 한 듯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두 사람 사이에 있던 벽이 지금 이 순간 허물어진 것 같았다. 은서우는 마음속의 이야기를 그에게 털어놓았다. “사실 오래전부터 그렇게 느꼈었는데 오늘에서야 깨닫게 된 것 같아요.”“가끔은 내가 위선적인 사람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지만 도와줄 수가 없었어요. 그저 마음속으로만 불쌍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아니요. 당신은 착한 사람이에요.”“자신을 의심하지 말아요. 이미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충분히 다 했으니까.”병원 복도는 쥐 죽은 듯 고요했다. 은서우는 고개를 숙이고 그에게 잠시 기대어 있었다.다음 날, 그녀는 아무 일 없었던 사람처럼 행동했다. 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불행을 많이 보게 되고 때로는 우울하고 비관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타락할 사람이 아니었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본업에 충실했다. 열심히 일해야만 사람들을 진정으로 도울 수 있는 거니까. 그녀는 여전히 병원 일로 많이 바빴지만 매일 최소 한 시간은 시간 내서 염정아를 보러 갔다. 염정아의 기분을 풀어주고 그녀가 자살하려는 생각이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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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3화

은서우는 염정아 엄마의 태도에 화가 나서 온몸을 떨었다.그녀가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것이 아니라 염정아는 그녀가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그녀의 환자였다. 힘들게 마음을 다잡은 환자가 또다시 우울해지는 모습을 보고 펄쩍 뛰지 않을 의사가 어디 있겠는가?한편, 며칠 사이 안색이 밝아졌던 염정아는 엄마의 방문에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은서우는 염정아의 엄마를 끌어내려고 결심했다. “다른 건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긴 병원이에요. 아무리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환자한테 이래라저래라 할 자격이 없다고요. 이곳에서는 의사만 그럴 수 있는 겁니다.”그녀의 태도는 아주 강경했다. 염정아의 엄마가 약자에게 한없이 강하고 강자에게 한없이 약한 사람이라는 걸 눈치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완강한 태도에 염정아 엄마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잠시 후, 씩씩거리던 그녀가 결국 참지 못하고 뒤돌아섰다. 염정아의 엄마가 떠난 뒤, 은서우는 꽤 많은 시간을 들여 염정아를 위로했다. 다행히도 이번에는 마음을 굳게 먹은 것인지 염정아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여전히 마음이 아팠지만 그녀는 은서우가 했던 말을 가슴에 새겼다.“서우 언니, 걱정하지 말아요. 저 다시는 바보 같은 짓 안 해요. 언니 말이 맞아요. 저들은 그럴 가치가 없는 사람들이에요.”“그래. 울지 마. 많이 울면 눈만 나빠져.”은서우는 다정한 목소리로 그녀를 달랬다. 하지만 병실을 나선 후, 은서우는 난감한 소식을 듣게 되었다.프런트 데스크 직원의 말에 의하면 염정아의 엄마가 떠나기 전에 이후의 병원비를 더 이상 책임지지 않겠다고 했다. “정말 그렇게 말했단 말이에요?”은서우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세상에 자기 자식한테 이렇게 대하는 부모도 있다니. 이렇게 독하게 굴 거면 애초에 뭐 하러 자식을 낳은 건지...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프런트 데스크의 직원이 난처해하는 모습을 보고 그녀는 자신의 카드로 일단 병원비를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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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4화

“2억 정도는 될 거예요.”담담하게 말하는 염정아의 말에 은서우는 말문이 막혔다. 그 순간, 갑자기 자신의 처지가 초래해 보였다. 염정아도 그저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얼마 안 되는 용돈을 받을 줄 알았다. 그러나 그녀가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 있다. 염정아의 집안이 보통 집안이 아니라는 것을. 아버지는 회사의 대표이고 어머니는 디자이너이다. 그런데 염정아가 어떻게 그저 평범한 집 딸이겠는가?마음이 복잡했지만 결국 카드를 그녀에게 돌려주었다.“안 돼. 얼마가 됐든 받을 수 없어. 의사가 환자한테서 뇌물을 받을 수는 없으니까.”“게다가 이 안에 2억이 넘는 돈이 있다며? 이렇게 많은 돈은 더더욱 받을 수가 없지. 이거 받으면 나 해고당하고 감옥에 갈지도 몰라.”그녀는 일부러 심각하게 말했다.하지만 단순히 염정아한테 겁을 주는 것은 아니었다. 뇌물을 받는다면 정말 그렇게 되는 거니까. 깜짝 놀란 염정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카드를 건네받았다. “그럼 나중에 돈이 부족하면 말해요.”은서우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 순간, 염정아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 더 생긴 듯하다. “어쨌든 난 성인이야. 스무 살도 안 된 너한테 도움까지 받아야 하겠니?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편하게 있어.”그녀가 염정아를 위로했다.얼마 후, 간호사가 들어와서 새 링거를 바꿔주었다.은서우가 병실을 나서려는데 갑자기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미간을 찌푸리던 그녀는 염정아의 엄마가 또 와서 소란을 피우는 줄 알고 바로 밖으로 나갔다. 화려한 옷차림의 한 할머니가 빠른 걸음으로 이쪽으로 걸어왔고 그 옆에는 중년 남자가 따라왔다.할머니는 중년 남자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욕설을 퍼부었다.“쓸모없는 것. 네가 직장을 잃을 뻔한 게 그게 왜 정아 탓이야?”“그리고 네 마누라도 그래. 정훈이만 친자식이고 정아는 친자식 아니야? 이 늙은이도 남녀 구별을 안 하는데. 도대체 왜 그런다니?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자기는 뭐 여자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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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5화

염정아는 할머니가 온 걸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할머니,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아이고, 우리 손녀. 얼굴 좀 봐 봐. 왜 이렇게 야윈 거야? 너 아비가 널 제대로 챙겨주지 않은 거지?”할머니는 말을 하면 옆에 있는 중년 남자를 노려보았다. 남자는 염정아를 향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미안해. 아빠가 요즘 일이 너무 바빠서...”염정아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이제는 더 이상 바보 같은 소녀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믿지 않을 것이다.이 세상에 친딸보다 더 중요한 일이 뭐가 있겠는가?이건 분명 핑계였다. 은서우의 말처럼 자신을 버린 사람에게는 잘 보일 가치가 없는 것이다. 염정아는 옆에 있는 아버지를 무시한 채 할머니의 팔을 이끌고 은서우의 앞으로 다가갔다.“할머니, 은 선생님이 그동안 절 돌봐주셨어요.”“저한테 필요한 것들도 많이 챙겨주셨고요.”“할머니도 선생님한테 너무 고마워. 선생님 덕분에 우리 손녀가 이리 무사한 거잖아.”은서우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미소를 지었다.염정아의 아버지가 옆에서 얼마나 난처한지 알고 있었지만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자업자득인 걸 누구를 탓하겠나. 할머니는 은서우한테 염정아의 건강 상황에 대해 물었다.“그리 물으시는 건 정아가 퇴원해도 되는지 그게 궁금하신 거죠?”그 말에 할머니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역시 선생님을 속일 수가 없다니까요. 정아를 데려가고 싶어요. 병원이 집에서 멀기도 하고 정아의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선생님도 알잖아요.”“병원에 있으니 내가 정아를 돌볼 수가 없어요. 정아 부모한테 돌봐달라고 해도 아마 꿈쩍도 안 하겠죠. 그래서 정아를 데려가는 게 더 편할 것 같아요.”은서우는 바로 동의했다.“정말 그래도 돼요?”“네. 며칠 병원에 있으면서 몸이 많이 좋아진 상태예요. 다만 심한 운동은 안 됩니다. 다른 건 주의할 게 없어요.”사실 은서우도 염정아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많이 접촉하기를 바랐다.열아홉, 한창 풋풋한 나이가 아닌가?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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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6화

“갔니? 난 네가 그 아이를 옆에 두고 돌볼 줄 알았어.”물을 마시던 은서우는 갑자기 사레가 들렸고 연속으로 기침을 했다.“그게 무슨 소리야? 다 큰 애를 내가 왜...”성인이 된 여자아이를 입양한다니?은서우도 받아들일 수 없을뿐더러 염정아도 원치 않을 것이다. 게다가 한 때는 연적 사이었으니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혜성의 말에 소름이 돋았다.어떤 면에서 보면 이혜성도 참 대단했다. 그녀는 담담하게 물컵을 들고는 책상 옆에 나른하게 기대앉아 자신이 실없는 소리를 했다는 걸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다.“연구 프로젝트를 맡았다며?”은서우가 고개를 들고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걸 어떻게 알았어?”“내가 누구야? 이 병원의 소식통 이혜성이야 나. 쓸데없는 얘기 그만하고 얼른 자세히 말해 봐.”은서우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아직 결정된 건 아니야. 며칠 뒤에 본사로 가서 시찰한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소식이 없어.”“언제쯤 결정이 될 건지...”말을 하면서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전에도 이런 연구 프로젝트를 맡았기 때문에 이미 익숙한 상황이었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매우 특별했다. 프로젝트 보고서를 받았을 때 깜짝 놀랐었고 그 후로는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까지 소식이 없었다.인명진에게 물어보기도 좀 그랬다. 가뜩이나 바쁜 사람한테 이런 일로 방해하는 건 안 될 것 같았다. “이미 다 정해졌거든. 네가 요즘 염정아 때문에 바쁘니까 너한테 말을 안 한 거야.”이혜성이 박수를 치며 큰 소리로 말했다.“언제?”은서우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얼마 안 됐어. 병원에서는 이미 준비하고 있고. 해외로 간다고 하던데 원장님한테 말해서 나도 좀 데려가면 안 돼?”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일단 한번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그녀는 바로 원장 사무실로 향했다. 하도 급히 뛰어간 탓에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안에 있던 남자는 한창 바쁘게 일을 하는 중이었고 인기척 소리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고는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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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7화

은서우가 미리 알게 되었지만 뭐 상관없었다.그 말에 은서우는 기쁜 표정을 지었다.“그럼 오늘 바로 들어가서 짐 챙길까요?”“그래요. 그리고 이건 상대 쪽 본사의 자료예요. 한번 봐 봐요.”인명진은 자료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그녀는 자료를 살펴보며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화성 제약... 외국계 기업 같지 않아 보이는데요.”“외국계 기업은 아니에요. 우리나라 사람이 설립한 회사이고 작년에 회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탓에 현재 회사의 일은 사위가 맡고 있어요.”“부회장도 있잖아요.”그가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내리깔았다.“부회장은 오래전부터 회사 일에 관여하지 않았으니 신경 안 써도 됩니다.”은서우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안에 어떤 비밀이 있는지는 상관없었다. 그저 상대방이 만든 특효약이 정말 그렇게 신기한지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화성 제약은 이미 몇십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오래전부터 약품을 개발하고 있었고 얼마 전, 그들은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어 항암제를 연구 개발하는 데 성공하였다. 암은 현대 의학에서 여전히 극복할 수 없는 난관이었다. 일부 양성과 초기 단계의 암만이 치료될 가능성이 있었고 말기 암은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 병원에서 근무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몇 달 사이에 은서우는 암 환자를 많이 봐왔다. 현재 암 발병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때문에 이 프로젝트를 알았을 때 그녀는 너무 흥분되었다.“돌아가서 봐 봐요. 내일 오후에 공항으로 갈 겁니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무실을 나서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발걸음을 멈췄다.“왜요?”그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인명진을 빤히 쳐다보던 그녀가 잠시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한 사람 더 데려갈 수 있나요?”다음 날 오후, 은서우가 캐리어를 들고 차에서 내렸다. 인명진은 자연스럽게 다가와 그녀의 손에서 캐리어를 건네받았다.옆에 있던 이혜성은 얼굴에 웃음이 가시지 않은 채 이리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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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8화

말하면서 이혜성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였다.고개를 돌리는데 은서우가 인명진과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다만 무슨 얘기를 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남자는 살짝 눈을 내리깔고 고개를 숙인 채 눈앞의 여자를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은서우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한눈에 봐도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같은 시각, 은서우는 인명진에게 방금 본 우스운 일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보안 검사를 할 때, 한 승객이 우유 한 병을 들고 왔더라고요. 신선한 우유 같아 보였는데 보안 요원이 한 모금 마시라고 했어요.”“그런데 그 사람이 그 큰 병에 든 우유를 단번에 다 마신 거예요. 다 마시고는 계속 해서 딸꾹질을 했어요.”인명진은 그녀의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 곧 비행기에 탑승할 시간이었다.“얼른 자리에 가서 앉아요. 짐은 내가 올려둘게요.”고개를 끄덕이던 은서우는 그제야 이혜성의 생각이 난 건지 사방을 둘러보았다.“이제야 내 생각이 난 거야? 난 두 사람이 날 투명 인간 취급을 하는 줄 알았네.”뒤에서 이혜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은서우는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혜성을 보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이따가 맛있는 거 사줄게.”이혜성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나 인명진과의 관계에 대해 은서우한테 묻지 않았다. 묻더라도 비행기에서 내린 뒤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지금은 적절한 상황이 아니라는 걸 그녀도 눈치챌 수 있었다. 다만 뜻밖에도 은서우의 자리가 바로 인명진의 자리와 붙어있을 줄은 몰랐다. 반면, 이혜성의 자리는 그들과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자리에 착석하고 나면 더는 그들과 함께 할 수 없었다.은서우는 뒤를 돌아보았고 비행기가 아직 이륙하지 않았기 때문에 복도에는 아직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이혜성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그녀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상하다. 왜 저 뒤에 앉아 있지?”옆에서 그 얘기를 듣고 그가 흠칫하더니 시선을 피했다.그 모습을 봤더라면 아마 그가 켕기는 것이 있다는 걸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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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9화

당연히 일어날 수 있었다. 비행기 멀미가 난 것이지 장애가 있는 건 아니니까. 그러나 이렇게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처음 봤다.가까이 있는 남자의 얼굴을 보면서 마음 같아서는 손을 뻗어 어루만지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렇게 보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자신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혼자 할 수 있어요.”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따뜻한 물에 약을 먹었다.약 효과는 그리 빨리 나타나지 않았다. 약을 먹고 난 뒤 그녀는 피곤한 얼굴로 다시 누웠다. 머리가 어지럽고 토하고 싶어서 누워있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그도 그녀가 지금 많이 괴롭다는 걸 알고 있었다. 힘이 없는 은서우를 보며 그가 다정하게 담요를 덮어주었다. “잠깐 눈 좀 붙여요. 조금 있으면 괜찮아질 거예요.”졸음이 쏟아졌던 그녀가 어렵게 눈을 떴다.“담요는 어디서 난 거예요?”아주 부드러운 담요였다. 덮고 나니 편안하고 따뜻했다. 그가 웃으며 대답했다.“승무원한테 부탁했어요. 서우 씨는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얼른 자요.”그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그녀는 이내 눈을 감았고 단잠에 빠져들었다. 다시 깨어났을 때, 비행기는 아직 착륙 전이었다. 주위가 어두컴컴한 것이 커튼이 닫혀 있었다. 밖은 이미 어두워진 상태였다.살짝 움직이는데 옆에 있던 사람도 잠에서 깨어났다.눈을 뜬 그가 멍해 있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의 이마를 짚어보며 물었다.“깼어요? 괜찮아요?”그러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담요를 위로 당겨주었다. 이미 여러 번 해본 사람처럼.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흘렸다. 두 자리가 딱 붙어 있었고 그녀가 자고 있을 때 그도 잠을 청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저도 모르게 붙어서 잠을 잤다.마치 한 침대에 있는 사람들처럼.그 생각을 하니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자신의 속마음을 들킬 것 같았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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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0화

그가 먹여주기까지 하면 정말 어색할 것 같아서 그랬다.물론 이런 걸 원하는 여자들도 있겠지만 은서우는 그게 싫었다. 그녀는 눈 깜짝할 사이에 파스타를 다 먹어버렸다.아마도 엄청 배가 고팠던 모양이다. 그러나 허겁지겁 먹지는 않았다. 옆에 있는 인명진과 똑같이 품위를 유지하면서 먹었다. 두 사람의 모습은 언뜻 보면 판박이였다. 거의 다 먹고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으려는 찰나, 그가 휴지 한 장을 집어 입가를 닦아주었다.“묻었어요.”그 자리에서 몸이 굳어졌다.멍한 표정을 지은 채 그를 빤히 쳐다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냥 입가만 닦아주려고 했는데 자신의 향한 그녀의 시선이 너무 강해서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가 고개를 들었고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 순간, 심장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그녀는 급히 고개를 숙였고 미친 듯이 뛰고 있는 심장을 진정시키려는 듯 가슴을 움켜쥐었다. “여전히 불편한 것 같아요. 접시 좀 치워줄래요?”그가 떠나고 나서야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의자에 누워 방금 그의 행동을 다시 떠올려 보았다.‘일부러 그런 걸까? 아니면 내 착각인가?’비행기는 저녁 9시가 다 되어서 착륙했다. 그들은 공항에서 바로 호텔로 향했다.다행히 인명진이 오기 전부터 묵을 호텔을 예약해 놓았고 은서우와 이혜성이 묵을 방은 인접한 방이었다. 이혜성은 기분 좋은 눈치였고 은서우는 왠지 모르게 조금 실망했다. 그러나 자신이 왜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바로 옆방이니까 밤에 너한테 가기도 편하겠다.”이혜성은 은서우의 기분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친구의 웃는 얼굴을 보니 은서우도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말자고 자신을 설득할 수밖에 없었다.룸 안으로 들어와 짐 정리를 하는데 속옷을 깜빡 잊고 가져오지 않은 걸 발견했다. 순간, 멍해졌다.‘지금 사러 가야 하나? 이 시간이면 다 문을 닫았을 텐데. 그렇다고 인터넷으로 주문하기도 그렇고... 해외는 배송이 빠르지가 않으니.’침대 앞에 서서 한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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