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Chapter 1851 - Chapter 1860

1951 Chapters

제1851화

그 말에 깜짝 놀란 은서우는 인명진을 향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한번 가볼래요?”어찌 됐든 아는 사이니 한 번쯤은 가볼 수 있는 일이었다.잠시 고민에 빠지던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야죠.”무의식적으로 실망한 기분이 들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괜찮아졌다. 한편으로는 인명진이 정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정이 많다는 건 좋은 일이다.그렇게 자신을 위로하고 나니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 바로 그때, 인명진이 그녀를 향해 물었다.“갈이 갈래요? 마침 오늘은 일정도 없잖아요.”병원 원장이니 자연히 병원의 업무에 대해 대충 알고 있었다. 특히 은서우의 일정에 대해서는 가장 잘 알고 있었다.그의 말대로 은서우는 오늘 확실히 일정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제안에 깜짝 놀란 은서우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물었다.“나랑 같이요?”“네. 대학원에 들어가면 뇌의 질환에 관해서도 배우게 될 거예요. 좋은 경험이 될 거예요.”그녀는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사실 가고 싶었다. 게다가 인명진이 말한 이유도 아주 합당했고 이 상황에서 안 가겠다고 내빼는 건 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흔쾌히 가겠다고 승낙했다. 이틀 뒤, 은서우는 인명진의 차를 타고 함께 이동했다. 염정아는 이미 병원에 없는 상태였고 전화를 마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요양원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이건 병원과 그녀의 가족이 결정한 일이 아니었다.그녀 스스로 요구한 것이었다.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 이런 요구가 있을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이미 말한 이상 가족들은 그녀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다행히 요양원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차로 몇 분 정도의 거리였다.“명진 오빠 보고 싶어요. 오빠를 찾아주세요. 오빠 말고 다른 사람은 아무도 원하지 않아요.”가까이 다가가자 목청껏 외치는 소리에 은서우는 순간 멈칫했다.옆에 있던 인명진도 그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그는 훨씬 침착했고 이런 광기 어린 고백을 들어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은서우가 안으로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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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2화

간병인의 마음을 단번에 대변하는 말 한마디였다.간병인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한숨을 내쉬었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다만 어쩔 수 없죠. 어쨌든 이곳으로 온 환자이니 저희가 케어를 할 수밖에요.”간병인은 그제야 인명진 옆에 있는 은서우를 발견하였다. 은서우과 인명진 두 사람은 꽤 친한 사이 같아 보였다.보기에는 교류가 많지 않지만 서 있는 모습을 보면 얼핏 알 수 있었다. 은서우는 저도 모르게 인명진의 옆으로 가까이 다가갔고 서 있는 자세가 오른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었다. 아마도 그녀 자신조차도 그걸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간병인은 눈빛을 반짝이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어찌 됐든 사람을 데려오지 말아야 했습니다.”간병인은 침대에 누워있는 그 여자를 가리키며 말했다.최대한 목소리를 낮춰 말했지만 사실 은서우는 다 들을 수 있었다.은서우의 속눈썹이 불안하게 떨렸고 그녀는 인명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인명진의 안색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들어가도 되겠습니까?”간병인은 자연히 그들의 앞길을 막지 않았고 두 사람은 안으로 들어갔다.침대에 누워있던 여자는 진정제의 효과인 것인지 그를 보고도 감정이 격해지지 않았다. 다만 그를 쳐다보는 눈빛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명진 오빠, 저 보러 온 거예요? 오빠가 올 줄 알았어요.”그녀는 그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애타게 기다렸는지 하소연을 늘어놓았다.반면, 그와 함께 온 은서우는 투명 인간이 되어버렸고 염정아의 눈에는 은서우가 전혀 보이지 않은 듯했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지만 인명진의 행동에 그런 마음도 이내 가라앉았다. 그가 약간 뒤로 물러서면서 그녀의 손길을 피했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우린 네 병을 진찰하러 온 거야.”그는 은서우를 쳐다보며 유난히 다정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의료 기계를 준비하라고 지시하였다.단번에 기분이 풀렸고 자신의 속마음을 들키기라도 한 듯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녀는 쪼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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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3화

하지만 사람을 찾는 일은 지체하면 안 되었다. 더 늦으면 사고가 날 수도 있으니까.그들은 모두 흩어져서 요양원 안을 구석구석 다 뒤졌다.“염정아.”은서우는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여기저기 돌아다녔다.갑자기 앞에서 누군가 낮게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가려져 있어서 보이지가 않았지만 숨어 우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이곳은 각종 이상한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있는 곳이었고 병원과 정신병원에 가기를 꺼리는 환자들을 위한 요양원이었다. 그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이거나 성격과 몸이 건강하지 않은 뇌전증 환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어느 쪽이든 무섭기는 마찬가지였다.그러나 용기를 내어 앞으로 다가갔다. 그들이 찾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염정아? 염정아 맞아?”거의 다가갔을 때, 그녀의 앞에 갑자기 발 한 짝이 나타났고 그녀가 방심한 틈을 타서 그녀를 넘어뜨리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장면은 드라마에서 있을 법한 장면이었다.대낮에 갑자기 눈앞에 발 하나가 튀어나오는데 어떻게 보이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은서우는 그 자리에서 멈추고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만해, 염정아. 너인 거 알고 있으니까 이제 그만 숨어.”“짜증 나 죽겠네.”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뒤에서 눈시울이 붉어진 여자가 눈을 비비며 눈앞에 나타났다. 염정아는 그녀를 노려보며 적개심과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나이가 어리고 통통한 얼굴이라 그런 표정을 짓고 있어도 전혀 밉지가 않았고 화도 나지 않았다.은서우는 다정하게 입을 열었다.“왜 여기 혼자 숨어 있어? 밖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찾고 있었는데. 네가 안 보여서 다들 걱정했잖아.”“제 걱정 해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그 사람들은 제 걱정 안 해요. 우리 부모님도 제 걱정을 하지 않는데... 부모님은 그저 제가 창피한 줄만...”말끝을 흐렸지만 은서우는 똑똑히 들었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름이 아니라 자신의 처지가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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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4화

단 한 마디의 해명도 더 없었다.다행히도 사람들은 그 상황을 보고 더는 묻지 않았다. 그리고 염정아의 행동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할 수가 없었다.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돈을 내고 이곳에 있는 사람이고 그들은 단지 간병인일 뿐인데. 돈을 받고 일하는 입장에서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간병인들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를 떴다. 인명진은 의약 상자에 있는 장비를 꺼내서 은서우에게 검사를 하라고 했다.염정아가 평소처럼 저항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이번에는 콧방귀만 뀌더니 가만히 있었다. 그 반응에 인명진은 물론이고 은서우도 깜짝 놀랐다. 설마 그 몇 마디에 태도가 이렇게 바뀐 걸까?그건 아니었다. 검사를 마치고 난 뒤 염정아는 또 난리를 피우기 시작했고 은서우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선생님이 저한테 그런 말을 했다고 해서 제가 선생님을 좋게 생각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말아요.”“명진 오빠를 저한테 돌려주지 않는 이상 저도 선생님을 가만두지 않을 거니까. 여기서 나가면 첫 번째로 선생님을 찾아갈 거예요.”독한 말이긴 하지만 협박을 당해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은서우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겨우 열여덟짜리가 무슨 협박을 하겠는가?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그래. 기다릴게. 그러니까 얼른 나아.”말을 마친 그녀는 기록된 결과들을 보면서 염정아에게 주의 사항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다. 염정아는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 그날 오후, 두 사람은 요양원을 나섰고 염정아는 많이 아쉬워했다. 그러나 일하러 가겠다는 두 의사를 붙잡아둘 수가 없었다. 특히 원장인 인명진은 더 붙잡고 있을 수가 없었고 아무리 떼를 써도 소용이 없었다. 돌아가는 길, 은서우는 떠나기 전에 간병인을 찾아가 알게 된 정보를 떠올리며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자신이 한숨을 쉬고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한 것 같다.그 소리에 인명진이 물었다.“왜 한숨을 쉬어요? 뭐 기분 나쁜 일 있어요?”은서우는 머뭇거리다가 그를 쳐다보았다. “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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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5화

사실 인명진도 기회를 봐서 염정아의 집에 가보고 싶었다. 어쨌든 그도 염정아의 주치의라고 할 수 있으니까. 환자의 병세가 오랫동안 치료되지 않는 상황에서 주치의가 집에 와서 환자의 거주 환경을 확인하는 것은 매우 정상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초대도 없이 찾아가는 건 예의가 아닌 듯했고 섣불리 찾아갈 수가 없었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은서우도 같은 생각이라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일은 그만 얘기해요. 어차피 당분간은 염정아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니까. 그동안은 우리가 많이 돌봐줘요.”그 후, 은서우는 자주 요양원으로 갔고 매번 갈 때마다 염정아한테 물건을 챙겨다 주었다.시간이 지나면서 염정아는 여전히 차가운 태도였지만 적어도 이전보다는 그녀를 대하는 태도가 훨씬 부드러워졌다. 어느 하루, 은서우는 똑같이 요양원으로 향했고 염정아가 좋아하는 오렌지도 챙겨갔다.오렌지는 특별히 과일 가게에 들러 먹음직스러운 것으로 몇 개 골랐다. 염정아가 오렌지를 보고 기뻐할 표정을 생각하니 은서우는 힘차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도착해서 문을 열기도 전에 안에서 원망의 소리가 들려왔다.“네 동생이 좋은 마음으로 널 보러 여기까지 왔는데 고맙다고는 하지 못할망정, 어떻게 이래? 내가 평소에 널 이렇게 가르쳤니?”“동생한테 잘하라고 한 말들은 귓등으로 들은 거니?”점점 더 입에 담기도 험한 말들을 쏟아냈다. 문밖에 서 있는 은서우도 그 소리를 듣고 마음이 차가워졌다. 그러나 병실 안의 사람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고 결국 참지 못한 은서우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그만하세요.”문이 벽에 세차게 부딪혔고 엄청난 소리에 안에 있던 사람은 이내 입을 다물었다.그러나 병실 안에 있던 여자는 이내 얼굴이 일그러진 채로 들어오는 은서우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그쪽은 누구예요? 들어오기 전에 노크부터 하는 거 몰라요? 예의가 없네.”그녀는 말하면서 몸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아까 문밖에서는 이 여자의 모습이 잘 안 보였는데 이제 들어오니 잘 보였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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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6화

눈물을 닦아주고 은서우는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저들 때문에... 자신을 탓하지 마.”“네?”“저 사람들은 네가 이렇게까지 할 가치가 없는 사람들이야. 저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노력하는 법을 배우는 게 아니라 너 자신을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해.”은서우는 염정아를 쳐다보면서 추억에 잠긴 듯했다. 아마도 예전 자신의 모습이 떠오른 것 같다. 소씨 가문에서의 지난날들, 그녀 또한 염정아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짓밟히고 힘들게 살았었다. 그때는 어려서 잘 몰랐다. 자신이 노력만 하면 소씨 가문에서 언젠가는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많은 시련을 겪고 나니 깨닫게 되었다. 때로는 환심을 살 가치가 없는 사람도 존재한다는 것을. 어쩌면 그 사람한테 비굴하게 비위를 맞춰야 할 때면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이미 끝난 것이 아닐까?“가끔은 포기하는 법을 배우는 것도 좋은 일이야.”방안은 한동안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얼마 후, 염정아가 고개를 들고 물었다.“선생님도 예전에 이런 경험이 있었어요?”염정아가 예민한 것이 아니라 그녀의 말이 너무 티가 났기 때문이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자신의 경험을 차근차근 들려주었다.염정아는 옆에서 열심히 듣고 있었다. 다 듣고 나서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 생각에 잠겼다.한편, 병원에 일이 있었던 은서우는 요양원에 오래 머물 수가 없었다. 그녀는 염정아한테 최대한 그들을 상대하지 말라고 몇 마디 당부한 뒤 자리를 떴다. 병원에 돌아온 후, 그녀는 이전에 계속 내버려두었던 논문이 떠올랐고 그날 저녁 밤을 새워가면서 그 논문을 마무리 지었다.다음 날, 완성된 논문을 들고 그녀는 인명진을 찾아갔다. 논문을 읽으면서 인명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 모습에 은서우는 논문이 통과되지 않을까 봐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어때요?”그가 논문을 내려놓고 그녀를 향해 웃었다.“잘 썼네요. 이제는 선생님이 필요 없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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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7화

은서우는 한숨을 내쉬었다.“논문의 주제가 그들의 핵심 가치관에 맞지 않는 걸까?”“그 말... 다른 사람 앞에서는 절대 하지 마. 또 무슨 화를 불러올지 모르니까.”이혜성은 말을 하면서 두려움에 몸을 살짝 떨었다. 은서우가 이렇게 대놓고 협회의 잘못을 말할 거라고는 이혜성도 생각지 못한 것 같다. 누가 은서우만큼 대담하겠는가?“나도 그냥 해본 소리야. 얼마나 힘들게 쓴 논문인데 통과가 안 됐잖아. 불평도 몇 마디 못 해?”이혜성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았다.“그러니까 왜 쓸데없이 협회 사람들에게 미움을 사서는. 이제 어떡할 거야? 원장님이랑 너 두 사람 협회에서 완전히 낙인찍힌 것 같은데.”그 말에 흠칫하던 은서우는 웃음이 나왔다.진짜 사제지간은 아니지만 두 사람한테만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말이다.인명진의 논문도 전에 협회에 퇴짜를 맞은 적이 있었다. 아마 협회에서는 그들을 끝없이 겨냥할 것이다. 그러나 그녀 또한 이대로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깊은 생각에 잠겼지만 지금 그녀에게는 더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어쩔 수 없이 이 문제는 잠시 제쳐 두기로 하였다.그 후, 그녀는 이 일을 그대로 인명진에게 말해주었다. 인명진은 놀란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저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진작부터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에요. 하지만 저들이 이렇게까지 뻔뻔스러운 줄은 몰랐습니다.”그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은서우는 인명진도 이 일을 그냥 넘길 거라고 생각하고 더는 신경 쓰지 않았다.이틀 뒤, 연구 프로젝트를 맡은 그녀가 들뜬 마음으로 인명진을 찾아갔을 때 인명진은 자리에 없었다. “원장님 어디 가셨는지 알아요?”의사는 그녀에게 고개를 저으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글쎄요.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전 은 선생님께 여쭤보려고 했는데요.”“원장님께서 하셔야 할 수술이 여러 건 있는데. 지금 자리에 안 계시니까 다른 선생님한테 맡길 수밖에 없겠어요.”인명진의 능력은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 이로 인해 매일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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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8화

진호빈 교수는 의과대학의 베테랑 교수로 대학교 2학년 이상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한 달에 수업이 달랑 세 번 뿐이었고 때로는 그마저도 확실치 않았다. 그러나 그의 수업은 늘 학생들로 가득 찼다. 강의가 좋았기 때문이고 진호빈 교수가 가르친 제자들은 모두 다 박사학위를 취득한 인재들이었다.아무리 못하더라도 최소한 대학원 졸업생이었다.신석림이 의학계의 한 축이라면 진호빈 교수도 명실상부 의학계의 다른 한 축이었다.가장 다른 점이라면 신석림은 권력을 휘두르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협회를 설립하고 업계의 인재들을 흡수했지만 진호빈 교수는 권력을 중히 여기지 않았다.자유로운 영혼이라 가끔은 제자들조차도 그를 만날 수가 없었다. 그의 수업을 듣는 건 엄청 어려운 일이었다. 정말 보기조차 힘든 분이니까. 그런데 인명진이 깜짝 놀란 소리를 했다.“진 교수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얻어왔어요. 바로 다음 주 강의예요.”“정말요?”한껏 들뜬 표정을 지으며 폴짝폴짝 뛰는 그녀를 보고 그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네, 다음 주 수요일에 교수님께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실 거예요. 논문에 관한 일은 교수님께서 해결해 주실 거고요.”논문에 관해서는 은서우에게 도움을 줄 수 없었다.그도 협회의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있으니까. 그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껏 그 사람들을 상대하지 않았던 것이다.그러나 진 교수는 달랐다. 그는 신석림과 서로 잘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어쩌면 진 교수가 다른 방법을 제시하거나 그녀를 도울지도 모른다.어쨌든 인명진은 은서우가 자신처럼 그들의 표적이 되어 이런 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다만 그녀는 너무 기뻐서 그의 다른 의미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그녀는 다음 주 수요일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이 깜짝 소식에 논문이 통과되지 않은 일도 별것 아닌 게 되었다.그런 기대 속에서 수요일이 찾아왔다.의과대학 캠퍼스. 울창한 나무들이 숲길을 가득 메우고 있었고 옆에는 운동장이 있었다.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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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9화

은서우가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종소리가 울렸다.빼곡히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며 그녀도 서둘러 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녀의 행동은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의 놀라움을 불러일으켰다. 진호빈 교수의 수업에 청강생이 있다니...예전에는 이런 상황이 한 번도 없었다. 잠시 후, 종소리가 울린 지 한참이 지나서야 나이가 지긋한 진 교수가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손에 물병을 든 채 안으로 들어왔다. 머리는 이미 희끗희끗했지만 활기차 보였고 재킷을 입고 있는 그는 유난히 여유로워 보였다. 수업을 하러 온 것 같지는 않고 소풍을 나온 사람 같아 보였다. “안녕하세요.”그가 강단에 서서 학생들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밑에서 갑자기 소리가 났다.“교수님, 안녕하세요.”은서우도 한마디 따라 했다.그 후 그녀는 수업이 곧 시작될 줄 알고 준비해 온 노트북과 노트 그리고 펜을 꺼냈다.그러자 진 교수가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이번 수업에는 새로운 학생이 와서 기쁩니다.”사람들의 주목을 받자 그녀는 등골이 서늘해졌다.소심한 성격이라 그런 건 아니고 갑자기 이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니 좀 부담스러웠다. 다행히 수업이 시작되고 나니 사람들도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고 수업에 집중하였다. 수업은 역시나 상상 그 이상이었다. 진호빈 교수는 의학계에서 유명한 사람답게 의학에 대한 견해가 깊었고 일반인이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었다. 45분짜리 수업에서 그녀는 여러 번 깜짝 놀랐고 전에 이해되지 않던 점들에 대해서도 답을 얻게 되었다. 수업이 끝났을 때, 조금 여운이 남았고 수업이 너무 빨리 끝난 것 같아서 못내 아쉬웠다. 때마침 주위의 학생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고 누군가 불평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진 교수님의 수업은 다 좋은데 매번 내용을 다 이해할 수가 없어. 강의가 너무 빠르신 것 같아.”“그래? 난 괜찮던데. 진 교수님께서 좀 더 강의를 많이 하셨으면 좋겠어.”은서우도 또 강의를 듣고 싶었다. 그녀가 물건을 다 정리했을 때, 교실 안의 사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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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0화

“앉게나. 명진의 제자라고 들었어. 명진이와는 잘 아는 사이야. 명진이의 제자면 나한테도 제자인 거나 다름없지.”자리에 앉던 은서우가 그 말을 듣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교수님께서 저희 원장님을 알고 계세요?”말을 꺼내자마자 그녀는 자신이 어리석은 말을 물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아는 사이가 아니었다면 인명진이 어떻게 이리 쉽게 수업의 방청석 자리를 구할 수 있었겠는가?진 교수는 그녀의 말실수에도 개의치 않고 빙그레 웃었다. 그저 눈앞의 그녀가 매우 활발하다고 생각했다.“정말 다행이군. 난 그놈이... 됐네. 지금처럼이라도 좋은 거지.”진 교수가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를 은서우는 듣지 못하였다. “명진이한테서 들으니 나한테 도움을 청할 일이 있다고? 그 논문 때문인가? 논문은 가지고 왔나?”진 교수가 말길을 돌렸다.“네, 가져왔어요.”그녀는 조심스럽게 논문을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진 교수는 돋보기를 들고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럽게 보기 시작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논문이 별로인 줄 알아 그녀는 잔뜩 긴장한 얼굴이었다.“이건 제가 처음으로 쓴 논문입니다. 부족한 점이 많을 거예요. 그래도 너그럽게 봐주세요.”그녀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고개를 떨구었다.“아닌데. 난 아주 좋은 것 같아.”은서우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진 교수한테서 이렇게 높은 평가를 받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의 칭찬에 그녀는 몸 둘 바를 몰랐고 말까지 더듬었다.“하지만 협회에서는 제 논문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협회에서 보낸 메일을 보면 논문의 주제가 가치관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했고 내용이 왜곡되었다며 여러 가지 트집을 잡았다.성격이 좋아서 다행이지 다른 사람 같았으면 벌써 화가 나서 펄쩍펄쩍 뛰었을 것이다. 진 교수는 돋보기를 벗고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협회는 늘 이런 식이야. 다른 사람들이 하는 헛소리를 듣지 말게나. 처음으로 쓴 논문이 이 정도의 수준이라면 아주 훌륭한 거라고.”사실 논문이 다시 발표될 수 있다는 기대를 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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