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Chapter 1831 - Chapter 1840

1957 Chapters

제1831화

인명진은 은서우를 바라보며 끝내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했다.“언제까지 감을 거예요?”은서우는 그제야 자신이 붕대를 너무 많이 감았다는 것을 깨달았다.“아, 방금 말을 거셔서 잠깐 정신이 팔렸어요. 조금 풀게요.”그녀가 바깥쪽 두 바퀴 붕대를 풀고 나니 보기에 훨 나아졌다.은서우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어쩌다 다쳤어요? 방금 칼을 손으로 잡은 거예요?”인명진이 불편한 곳을 교정하니 손에 붕대가 더 자연스럽게 묶였다. 그리고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아니요. 그냥 살짝 긁혔어요.”은서우의 미간이 순식간에 꼬였다.당장 경찰서로 달려가 그 남자를 한 대 때리고 싶은 충동이 생겼지만 지금 인명진의 표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상처가 그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흔한 일처럼 보였다.심지어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도 없었다.하지만 어떻게 자신의 몸에 이렇게 무관심한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은서우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냥 간단하게 처리한 것뿐이니 돌아가서 꼭 약 바르시고 상처에 물이 닿지 않도록...”“서우 씨, 그렇게까지 나 신경 쓸 필요 없어요.”인명진이 말하자 은서우는 어리둥절했다.남자는 자기 손을 힐끗 보더니 내려놓았다.“그냥 내버려 두면 혼자 낳을 거예요. 이젠 서우 씨도 어서 일하러 돌아가요. 나 이따가 수술 있어요.”이 손으로 수술하러 간다니.이 말을 들은 은서우는 목청을 더 높였다.“안 돼요! 다친 손은 오른손이잖아요? 게다가 상처가 이렇게 큰데 어떻게 수술을 해요?”수술은 아주 정교한 작업이었다.특히 내과 수술은 더욱 조심해야 하며 의사의 손은 그들의 목숨만큼 중요했다.인명진은 오른손을 자주 사용하는데 부상도 오른손이었다. 방금 붕대를 풀 때 그녀는 상처가 너무 깊어 속으로 놀랐다. 비록 정맥과 동맥을 아슬하게 피했지만 힘줄에 닿을 정도로 깊은 상처였다.이 정도로 다쳤는데도 인명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꾹 참았다.그래서 은서우는 그가 수술하러 간다고 했을 때 크게 흥분했다.“지금 명진 씨 손으로는 큰 수술을
Read more

제1832화

수술까지 거의 두 시간이 남았다.은서우는 다른 사람에게서 임시로 큰 수술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녀는 1분 1초도 낭비하지 않고 환자의 정보를 확인했다.인명진도 가만히 있지 않고 몸을 약간 앞으로 기울여 진료 기록을 짚으며 말했다.“이 환자는 관상 동맥 질환을 앓고 있고 여러 가지 증상으로 인한 혈관 막힘이 많아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기절한 상태였어요. 환자 나이가 50이 넘었기 때문에 수술 할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하고...”남자의 목소리는 잔잔하여 마치 조용히 흐르는 시냇물 같았다.은서우의 불안함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보조 의사가 인명진을 부르러 왔고 사무실 노크 소리가 들렸을 때 그녀는 이미 마음이 진정되었다. 막 일어나려는데 옆에 있던 인명진이 그녀와 함께 일어섰다.“함께 가요. 내가 현장에서 지도하면 서우 씨가 더 안심될 거예요.”인명진이 말하자 은서우는 몇 초 동안 어리둥절했다.곧 노크한 사람이 들어왔고 한 남자 의사였다.은서우를 본 그는 의아해하며 말했다.“은 선생님 원장님을 찾으러 오셨어요? 죄송하지만 지금 응급 수술이 있어서 원장님을 모시고 수술실에 들어가야 해요.”“시간이 촉박하니 바로 가시죠. 원장님. 그렇지 않으면 늦을지도 몰라요.”인명진은 대답하고 옆에 있은 은서우를 바라보았다.은서우는 또 긴장하기 시작했다.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방금 두 사람만 있을 때는 인명진 앞에서 호언장담할 수 있었다고 해서 다른 사람 앞에서도 자신만만한 건 아니었다.그녀는 그 정도로 뻔뻔하지 않았다.그러나 인명진은 전혀 걱정 없이 은서우를 가리키며 말했다.“이 수술은 은 선생이 집도할 거예요.”이 말에 남자 의사는 깜짝 놀랐다.“무슨 그런 농담을 하세요 원장님. 이번 수술은 절대 쉽지 않아요. 경력이 부족한 은 선생님이 감당할 수 있는 케이스가 아니에요.”인명진은 마음을 바꿀 생각이 없었다. “내가 선택한 사람이니 내가 가능하다고 하면 가능한 거예요.”남자 의사는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인명진을 설득할 수 없자 그
Read more

제1833화

그들은 이미 인명진을 인정했고 심지어 문제가 생겼을 때도 제일 먼저 그를 떠올렸다.인명진이 현장에 있다면 안심할 수 있었다.가는 길에 은서우는 인명진이 시종일관 자기보다 앞서가는 뒷모습을 보며 은근히 주먹을 쥐었다.그녀는 항상 자신이 진보했다고 생각하지만 매번 그를 따라잡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서 이 기대를 저버리면 안 되었다.곧 은서우는 수술실로 들어가 수술을 시작했다.갑자기 집도의가 바뀌었으니 수술실의 보조 담당 간호사와 다른 의사들이 모두 놀랐다.하지만 수술실은 안정을 유지해야 하고 모두가 얼굴에 소독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고 마음속으로만 걱정하고 있었다.인명진은 앉을 곳을 찾았다.은서우는 한 눈 팔지 않고 모든 주의력을 동원해 세심하게 수술에 집중했다. 때때로 옆 사람에게 핀셋이나 보조 도구를 건네주라고 했다.그러나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간호사가 갑자기 소리쳤다. “환자의 혈압이 올라가고 있어요!”은서우는 손을 떨지 않고 기기를 보았는데 정말로 눈에 보이는 속도로 혈압이 올라가고 있었다.아무래도 경험이 부족한 그녀는 약간 당황했다.그때 인명진의 침착한 목소리가 마치 진정제처럼 들려왔다.“당황하지 말고 호흡을 가다듬어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라고 내가 가르쳤는지 잘 생각해 봐요.”은서우는 무의식적으로 몇 번 심호흡했다. 그렇다. 그녀는 지금 진정해야 했다.인명진의 말에 그녀는 기억을 떠올렸다.순간 그녀는 눈이 반짝이더니 지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냈다.은서우는 침착하게 주변 간호사에게 자신을 보조하라고 분부했다.한 시간 후, 수술이 끝났다.수술실을 나오기 전 그녀는 먼저 피 묻은 장갑을 벗었다. 마치 마음속의 무거운 돌멩이를 꺼낸 듯 긴 호흡을 토해냈다.“은 선생님 방금은 정말 위험했어요. 그래도 선생님께서 해결방법을 찾았으니 다행이에요. 전에는 저희가 은 선생님을 과소평가했어요.”동료들은 말하면서 쑥스러워 자기 코를 매만졌
Read more

제1834화

환자 가족의 환한 미소를 볼 수 있다면 그건 가치 있는 일이었다.곧장 원장실에 갔지만 그는 자리에 없었다.텅 빈 사무실을 보니 인명진의 기운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약간 막막했다.그는 어디로 갔을까?그때 누군가 다가와 물었다.“원장님 찾으세요? 방금 옷 갈아입고 나가는 걸 봤어요. 이미 퇴근 시간이니 갈 때도 되셨죠.”은서우는 이미 어두워진 밖을 보고 문득 깨달았지만 이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인명진은 퇴근할 때 늘 그녀에게 말하고 나갔고 매일 차로 그녀를 집으로 데려다줬다. 만약 혼자 퇴근했다면 왜 미리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을까?순간 그녀는 자신의 뺨을 때렸다. 힘이 좀 세서 짝 소리가 울렸다.“은서우,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거야! 원장님이 퇴근하는데 왜 나한테 보고해야 하냐고?”그렇게 말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은서우는 생각하지 말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그런데 어질러진 진료실을 치우고 창턱으로 나왔을 때 참지 못하고 중얼거렸다.“그냥 오늘은 집에 가지 말까? 원장님 집 근처에 꽃집이 하나 있는 것 같던데...”지난번 이준서가 그 패랭이꽃을 망가뜨린 후 그녀는 다시 사지 않았다.지금 마침 시간이 있으니 가보는 것도 좋았다.물론 이것은 은서우가 자신을 위한 핑계일 뿐 진정으로 보고 싶은 것은 꽃이 아니라 사람이었다.인명진이 말도 없이 떠난 데다 오늘 좀 이상한 반응을 보이니 은서우는 왠지 신경이 쓰였다.그녀는 마음을 정한 후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바로 택시를 타고 인명진이 사는 동네로 갔다.초인종을 눌렀을 때 도우미가 문을 열었다.문 앞에서 조금 오래 기다린 은서우는 찬바람에 으스스 추워 지나가는 말로 물었다.“아주머니 왜 이렇게 늦게 나오셨어요?”도우미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목소리를 낮추었다.“서우 씨, 왜 지금 오셨어요? 오늘은 그냥 돌아가세요.”“왜요? 원장님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요?”“아니요. 원장님께서 지금은 사람을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을 것 같아서요.”도우미가 다급해진 은서우를 위
Read more

제1835화

도우미는 위층을 쳐다보더니 말했다.“선생님께서 돌아오셔서 잠이 드셨는데 또 악몽을 꾸신 것 같아요. 그러니 지금은...”은서우는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으로 뛰쳐들어갔다.도우미가 막으려야 막을 수 없었다.그녀는 미친 듯이 2층으로 달려가 침실 문을 여는 순간 가슴이 조였다.평소에 차갑고 냉담하던 사람이 지금 고통스럽게 침대에 누워 눈을 꼭 감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 입술을 꼭 깨물고 있었다.은서우는 침대 앞에 쪼그리고 앉아 남자의 한쪽 손을 잡았다. 놀라울 정도로 차가운 손이었다.“인명진 씨, 내 말 들려요? 나 왔어요. 나 은서우예요. 일어나봐요.”인명진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그녀는 인내심 있게 잠시 머뭇거리더니 그의 손바닥을 자신의 볼에 대보았다. “당신은 지금 악몽을 꾸고 있을 뿐이에요. 깨어나면 다 괜찮아질 테니 두려워하지 마세요.”은서우는 남자가 무서워하는 걸 눈치챘다.정말 신기했다. 인명진의 경쟁자가 이를 알게 되면 절대 믿지 않을 것이다. 특히 이준서는 절대 거짓이라고 생각할 것이다.사실 은서우가 처음 왔을 때도 도우미가 말한 인명진의 모습을 믿지 않았다.하지만 들어와서 본 이 모든 것들이 인명진에 대한 오랜 인상을 깨뜨렸다.놀라움도 잠시 그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자리를 잡았다.“그만 자고 어서 일어나봐요. 아주머니가 당신 아직 밥도 안 먹었다고 하던데 어서 일어나서 우리 같이 밥 먹고 다시 자요. 네?”남자가 깨어나지 않자 그녀는 손을 남자의 얼굴에 얹고 땀을 닦아 주었다.그런데 순간 남자가 눈을 번쩍 떴다.강력한 팔의 힘이 다가오더니 통증과 함께 하늘과 땅이 빙빙 돌았다.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침대에 눌려 있었고 목에 남자의 손이 더해져 목을 조이고 있었다.“선생님... 내가 누군지 잘 봐요.”호흡을 빼앗긴 은서우는 억지로 버티며 겨우 말을 내뱉었다.그러나 남자는 흔들리지 않았고 그녀는 곧 현기증을 느꼈다.은서우는 이것이 저산소증로 인한 첫 번째 반응이라는
Read more

제1836화

그녀는 일어나다가 실수로 발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그러자 인명진이 그녀를 안았다.이렇게 되면 은서우는 인명진의 마음이 좀 헷갈렸다. 방금은 그녀를 차갑게 내쫓았는데 왜 이럴까?사실 은서우뿐만 아니라 인명진 자신도 놀랐다.완전히 무의식적으로 나온 행동이었다. 그녀가 곧 넘어질 것으로 보이자 아무 생각 없이 가서 그녀를 받았는데 마치 그의 마음이 입보다 그녀에게 더 가까이 다가간 것 같았다.은서우가 궁금한 것을 묻기도 전에 남자는 그녀를 놓아주고 방금 자신의 행동을 해명하듯 말했다.“어쨌든, 방금 일은 고마웠어요. 택시 잡기 편해요? 내가 데려다줄 수 있어요.”은서우는 마음이 얼음처럼 차가워졌다.“괜찮아요. 나 혼자 갈 수 있어요.”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자기 자신을 비웃었다.제멋대로 생각한 결과가 이거였다.남자는 단지 그녀가 넘어질까 봐 호의로 잡아준 것인데 그녀는 계속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었으니... 정말 답이 없었다.은서우는 기대를 품고 왔다가 넋을 잃고 떠났다. 그녀는 혼자라고 생각하며 어둠 속으로 들어가 주변과 하나가 되었다.그러나 뒤에서 누군가가 오랫동안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녀가 비틀비틀 걷는 것을 보며 하마터면 달려갈 뻔했다.하지만 결국 참았다.도우미가 옆에서 지켜보다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 “선생님 지금 시간이 늦었어요. 정 마음이 안 놓이시면 데려다 주세요.”인명진은 고개를 저으며 앞을 바라보았다. “이 아파트 단지는 보안이 좋고 도로도 좋은 편이에요. 교차로에 도착하면 바로 택시를 잡을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난 서우 씨 휴대폰 위치를 공유하고 있어요.”이 위치 공유는 다른 목적이 아니라 애초에 소씨 가문 때문에 은서우가 매일 잘 먹지 못하고 잠을 잘 수 없을까 봐 걱정돼서 위치를 공유하자고 제안했었다.이 말을 들은 도우미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졌다. 분명 은서우를 걱정하면서 왜 계속 참고 있는 걸까?이렇게 걱정할 거면 나가 보는 것도 좋을 텐데. 계속 집에서 이런 얘기만 하고 있으니 그는 대체 누구를
Read more

제1837화

이혜성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너랑 누구야? 인 원장님?”“내 친구 얘기야.”은서우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했다.이혜성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표정을 지었다.“서우야 제발, 핑계를 댈 거면 다음엔 좀 더 그럴싸한 거로 찾아. 이런 핑계는 이미 오래전에 쓰고 닳았어.”이혜성은 투덜거리더니 다시 디테일을 묻기 시작했다.내용이 궁금할 뿐만 아니라 진심으로 은서우를 돕고 싶었다.은서우는 자신에 대한 인명진의 태도를 모두 그녀에게 말했다.그걸 들은 이혜성은 목청을 돋웠다.“내 생각에는 네 남자친구가... 아, 네 친구의 남자친구에게 말 못 할 사정이 있는 것 같아. 네 친구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뭔가가 있는 거지.”은서우는 미간을 찌푸렸다.“아니면 왜 네 친구를 그렇게 대하겠어? 정말 관심이 없다면 네 친구가 넘어질 때 급해 하지도 않았어.”은서우는 이혜성의 말을 귀담아들었다.머릿속으로 어제 일을 회상해 보았다. 감정이 북받쳐 오르지 않으니 어제 인명진의 눈빛이 평소와 다르게 쥐 죽은 듯이 고요한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다만 어제의 그녀는 너무 억울하고 괴로워 그 부분을 놓치고 말았다.그녀는 벌떡 일어나 밥도 먹지 않으려 했다.“고마워. 나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갈게.”“밥 먹는 거보다 중요한 일이 어디 있어? 은서우! 돌아와!”은서우는 인명진을 만나러 달려갔다.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지금처럼 치열하고 기대감으로 가득 찬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어제의 억울함과 슬픔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고 가슴 가득한 뜨거운 열기만 남은 것 같았다.지금 당장 인명진을 만나고 싶었다.복도 모퉁이에서 은서우가 갑자기 멈춰 섰다. 여기가 원장실로 가는 길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만나려는 사람은 지금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인명진이 앞에 서 있었다.“원장님, 이번 프로젝트는 상대방이 원장님의 체면을 봐서 맡긴 겁니다. 만약 완성한다면 우리 병원의 의료 환경이 크게 개선될 겁니다... 원장님 듣고 계세요?”몇 번이나 불렀지만 응답
Read more

제1838화

그런데 인명진은 식당이 아니라 그녀를 데리고 자기 집으로 갔다. 오늘은 주말이라 도우미가 없었다. 냉장고에 마침 남은 식자재가 있으니 직접 만들어 먹어도 되었다.은서우는 개봉하지 않은 크림 한 병을 꺼내 물었다.“크림 버섯 수프 드실래요?”거실에서 곧 응답이 왔다.남자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은서우는 안심하고 재료를 준비해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요리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 금방 한 상 차려졌다. 그러다 보니 은서우는 너무 바빠 인명진에게 하고 싶던 얘기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다행히 인명진이 젓가락을 들고 있는 걸 보고 문득 생각이 났다.“몽유병은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아주머니 말로는 자주 그런다고 하던데.”은서우는 인명진과 알고 지낸 시간이 짧지 않아 꽤 친하다고 말할 수 있었지만 지금까지 그에게 몽유병이 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없었다.즉, 인명진이 이 일을 계속 숨겼다는 뜻이다. 보아하니, 짧은 시간 숨긴 것이 아니라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된 것 같았다.은서우는 걱정이 태산 같았다. “몽유병은 절대 작은 병이 아니에요. 얼른 의사에게...”“오늘 서우 씨를 부른 것도 그날 밤 일 때문이에요. 이따가 밥 먹고 다시 얘기하죠.”인명진이 덤덤하게 말했다.그러나 은서우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하고 싶은 말이 굴뚝 같은데 이 상황에서 밥을 먹으면 소화가 안 될 것 같았다.다만 인명진의 말투는 덤덤했지만 타협의 여지가 없어 은서우는 잠시 망설이다가 숟가락을 들었다.이번 식사는 그녀의 예상대로 유난히 조용히 먹었다. 억압적인 불안함이 만들어낸 고요함이었고 이러한 고요함이 사람에게 주는 것은 평온함이 아니라 불안함이었다. 그래서 먹기가 힘들었다.은서우는 대충 식사했고 더 이상 먹을 수 없어 눈을 들어보니 인명진은 이미 입을 닦고 있었다. 그도 역시 많이 먹지 않은 것을 보니 아마 그도 입맛이 없는 모양이었다.은서우는 숟가락을 놓자마자 말했다.“이제 말해도 되죠?”남자의 표정을 보니 뚜렷한 거부감이 없자 그녀는 심호
Read more

제1839화

이토록 침착하고 자신만만하며 의술이 뛰어난 인명진을 도저히 노예라는 단어와 연결할 수 없었다.그녀는 입술이 약간 떨렸고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는 듯했지만 잠시 말이 막혔다.인명진은 은서우의 놀란 모습에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계속했다.“그 어두운 곳에서 나는 매일 다양한 약물 실험을 받아야 했고 정신과 육체적 고통을 겪었어요. 그 사람들은 나를 도구로 여겼고 나의 생사는 전적으로 그 사람들의 손에 달려 있었어요.”은서우의 마음속에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다. 그녀는 인명진이 어떤 고난을 겪었는지 상상하기 어려웠다.“그럼 어떻게 빠져나왔어요?”그녀는 마침내 한마디를 짜냈다.인명진의 눈빛은 추억에 잠긴 듯 그윽해졌다.“우연한 기회였어요. 그들이 나를 옮기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고 난 온 힘을 다해 겨우 탈출할 수 있었어요. 그 이후로 나는 이름을 숨기고 열심히 의술을 공부했어요. 내 인생을 다시 장악하기 위해, 그리고 나처럼 운명에 농락당한 더 많은 사람을 돕기 위해서요.”은서우의 눈물이 핑 돌았다. 그녀는 인명진의 처지에 마음이 아프면서도 그의 강인함에 감탄했다.“그럼 그 몽유병도... 그때 일과 관련이 있는 거예요?”인명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 약물 실험들은 내 몸에 몇 가지 후유증을 남겼고 몽유병도 그중 하나예요. 다른 사람에게 들킬까 봐, 다시 괴물로 취급받을까 봐 오랫동안 이 사실을 숨겼어요.”은서우는 손을 내밀어 인명진의 손을 살짝 잡았다.“당신은 괴물이 아니에요.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가장 대단한 사람이에요.”은서우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고 눈에는 안쓰러움이 가득했다.그녀는 다른 한 손을 천천히 들어 인명진의 얼굴을 어루만졌다.“그동안 많이 힘들었죠?”인명진은 은서우의 안쓰러움을 느끼고 마음이 복잡해졌다.자신이 겹겹이 쌓아놓은 위장을 누군가 이토록 쉽게 간파하고 그의 마음속 깊은 곳의 연약함을 보아낼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는 입을 벌렸지만 목에 뭔가 걸린 듯하더니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다 지나간 일이에요.
Read more

제1840화

이훈은 열정적이고 명랑한 젊은이로 기계를 능숙하게 다루며 끊임없이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 기계가 오늘 심술을 좀 부리네요. 불편을 끼쳐 죄송합니다.”은서우는 웃으면서 괜찮다고 대답했다.이훈은 고개를 들어 은서우와 인명진을 쳐다보고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다.“두 사람 아주 잘 어울리시네요. 데이트 나오신 거예요?”은서우의 얼굴이 살짝 붉어지며 막 설명을 하려는데 인명진이 먼저 나섰다.“고마워요. 오늘 모처럼 시간이 나서 함께 영화 보러 왔어요.”은서우는 약간 의아한 듯 인명진을 쳐다보았지만 속으로 흐뭇해했다.이훈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이었다.“이 영화가 요즘 너무 핫해서 많은 커플이 보러 오세요. 때마침 잘 오셨어요. 좀 더 늦었으면 표를 사기 어려웠어요.”인명진이 예의 바르게 답했다.“그런가요? 다행이네요.”티켓 발권 후 은서우는 팝콘을 파는 코너로 향했다.직원이 활짝 웃으며 그녀를 반겼다.“안녕하세요, 오늘 팝콘 특별 이벤트가 있어요. 팝콘 라지 사이즈를 구매하시면 초콜릿 팝콘이나 스페셜 카라멜 팝콘 작은 사이즈 무료로 드립니다. 이 초콜릿 팝콘은 수입 초콜릿을 사용하여 깊고 진한 맛을 내고요. 카라멜 팝콘의 카라멜도 저희가 정성껏 만들어 달콤하고 맛있어요.”은서우는 약간 설레서 고개를 돌려 인명진에게 물었다.“어때요? 라지 사이즈도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인명진은 초롱초롱한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서우 씨 말대로 해요.”은서우는 클래식 크림 팝콘 라지를 선택하고 무료로 초콜릿 팝콘을 받았다.그녀는 팝콘 통을 껴안고 아이처럼 흐뭇하게 웃었다.그리고 크림 팝콘을 집어 인명진의 입에 건넸다.“먹어봐요. 방금 나온 거라 아주 맛있어요.”인명진은 고개를 약간 숙이고 팝콘을 살짝 물고 시선은 내내 은서우의 얼굴에 머물렀다.“네. 맛있네요.”두 사람은 자리를 찾아 앉았고 은서우는 서로 가져가기 편하도록 팝콘을 두 사람 사이에 놓았다.영화가 시작되자 은서우는
Read more
PREV
1
...
182183184185186
...
196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