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욕실 공간에 뜨거운 물이 가득 차올랐고 은서우는 빌린 속옷 세트를 바라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사이즈가 커서 입으면 헐렁했고 어깨끈이 자꾸만 흘러내렸다. 아무리 끈을 조절해 봐도 여전히 몸에 맞지 않았고 내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시간을 내서 속옷을 사야겠다고 혼자 중얼거렸다.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나서 그녀는 목욕 가운을 두르고 욕실을 나섰다. 머리카락이 축축하게 어깨에 걸쳐져 있었고 물방울이 머리끝을 따라 미끄러져 카펫 위로 떨어졌다.머리를 닦고 있을 때, 갑자기 초인종이 맑게 울렸고 그녀는 흠칫했다.‘이 늦은 시간에 누구지? 혜성인가?’그녀는 슬리퍼를 끌고 빠른 걸음으로 문 앞으로 가서 밖을 내다보았다. 인명진이 꼿꼿한 자세로 문밖에 서 있었고 그의 손에 무언가가 들려 있었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황급히 목욕 가운을 단단히 감싼 뒤 천천히 문을 열었다. 긴장한 탓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원장님, 이 시간에 어쩐 일로 오셨어요?”빨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뺨을 쳐다보던 그가 이내 시선을 돌렸다.그가 손에 들고 있던 옷을 건네주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급하게 짐을 싸느라고 아마 깜빡하고 못 챙긴 물품이 있을 것 같아서요. 마침 한 벌 더 준비했으니까 아마 쓸모가 있을 거예요.”그녀는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그의 목소리가 어딘지 부자연스러웠다. 확인해 보니 속옷이었고 사이즈는 평소 그녀가 입던 사이즈였다.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라 터질 것만 같았다.어색한 분위기에 발가락이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입술을 오물거리던 그녀가 한참 만에 겨우 한마디 꺼냈다.“정말 고마워요. 방금 혜성이한테서 빌렸어요.”약간 얼굴을 찡그리던 그가 생각에 잠긴 듯했다. 마음속으로 자신의 생각이 짧았다고 생각했다. 은서우가 한발 먼저 남에게 도움을 청할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받아요. 하나 더 준비해도 나쁠 게 없잖아요. 내일 사러 나가기 불편할 수도 있으니까. 게다가 이혜성 씨의 사이즈가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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