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소태연을 언급할 때마다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침묵했고 지금도 소태연의 이름도 언급하지 않았다. 식사하는 내내 은서우는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린 상태였다. 침묵 속의 식사가 끝난 후 그녀는 소태연의 사진 앞으로 다가가 철통에서 지방 종이를 태웠다. 그 순간 누군가 그녀의 옆에 다가왔다.“도와줄게.”은서우는 굳이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목소리의 주인이 소태훈이라는 것을 알았다.“그때 일은...”은서우가 입을 열자마자 소태훈은 그녀가 무슨 말을 꺼낼지 눈치챈 것인지 빠르게 말을 잘랐다.“지나간 일이니까 그냥 잊자. 너나 나나 앞으로 더는 그 일들에 관해 언급하지 말자.”말하면서 그는 이내 철통에서 불타는 지방 종이를 보았다.“사실 약물중독센터에서 지내는 그동안 수없이 생각해봤어. 우리는 어쩌면 이런 사이가 되지 않을 수는 있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야.”그들의 사이가 이렇게 된 것엔 대체 누구의 탓이란 말인가. 아마도 고태훈이거나 그의 부모님, 또는 소씨 가문 사람 모두에게 책임이 있을 것이다.은서우는 시선을 내리깔고 다 타버린 지방 종이를 확인한 후 기운이 없는 모습으로 소씨 가문에서 나왔다. 그녀가 떠나기 전 소태훈은 문 앞에서 그녀를 한참 동안 보았다. 그녀가 아래층으로 내려가던 때 그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은서우, 앞으로는 오지 마. 예전의 일은 전부 잊고 살아.”은서우는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지만 소태훈은 이미 문을 닫아버렸다. 꼭 오늘을 끝으로 그녀와의 연도 끊으려는 것처럼 말이다. 그 탓에 은서우는 그의 안색이 어떠한지 보지 못했다.“왔어? 어땠어?”인명진은 문을 열더니 안에서 겉옷을 꺼내 은서우에게 걸쳐주었다. 차가운 무언가가 머리 위로 떨어지자 은서우는 고개를 들었다. 하늘에선 눈송이가 휘날리고 있었고 그녀가 입을 열자 하얀 입김이 나왔다.“눈이 내리네요.”“응, 눈이 내리네. 오늘 밤은 아마 제일 춥겠어. 얼른 차에 타. 집으로 돌아가자.”인명진은 눈을 맞아도 괜찮았다. 그만큼 몸 상태가 아주 좋았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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