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Chapter 1891 - Chapter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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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1화

차는 소씨 가문 본가 앞에서 멈추었다. 은서우는 저도 모르게 느껴지는 긴장감에 크게 심호흡했다. 이 긴장감은 연희진이 문을 열었을 때 최대치에 달했다.“너였니?”연희진은 그녀를 보자마자 잔뜩 불쾌한 표정을 지었고 그 뒤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집 안에서는 누군가의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소상태가 연희진에게 누가 왔나 물어보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이내 목소리가 멈추었다. 은서우가 거실로 들어왔기 때문이다.소상태는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잔뜩 불쾌한 눈빛으로 은서우를 보았다.“흥, 오랫동안 집을 떠나서 난 네가 그동안 죽은 줄로만 알았다! 차라리 죽지 그랬냐! 뭐하러 사람 기분만 망치게 돌아왔어!”연희진도 맞장구를 쳤다.“그래. 맞아. 너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니? 집안 꼴도 좀 봐봐. 너 때문에 어떻게 되었는지.”“아는 사람들은 우리가 너를 키운 부모라고 생각하겠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네가 우리 집안 원수인 줄 알겠어!”소씨 가문의 상황은 확실히 연희진이 말한 것처럼 좋지 못했다. 예전에도 그렇게나 부유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원목 소파를 살 정도는 되었고 거실엔 커다란 어항도 있었다.소상태는 차를 즐겼기에 집 안엔 여러 가지 찻잎이 가득했었다. 물론 찻잎을 산 돈은 전부 은서우에게서 빌린 것이었다. 하지만 소태훈이 감방에 들어갔다가 나온 뒤 집 안에는 거의 아무것도 없었다. 거실에도 텅 비어 썰렁했다. 은서우는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했다.“지금 모습이 원래 모습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닌가요?”그녀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 그러자 연희진은 그녀를 노려보았다.“너! 이 재수 없는 X!”은서우는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예전의 그녀였다면 연희진이 한 말에 상처를 받았을 테지만 지금은 달랐다. 더는 예전의 은서우가 아니었기에 이런 욕설쯤은 그녀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굳이 이런 말에 상처를 받아서 뭐하겠는가.서로 속고 속이는 바깥세상보다 더 아무것도 아닌 일이다. 그녀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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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2화

매번 소태연을 언급할 때마다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침묵했고 지금도 소태연의 이름도 언급하지 않았다. 식사하는 내내 은서우는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린 상태였다. 침묵 속의 식사가 끝난 후 그녀는 소태연의 사진 앞으로 다가가 철통에서 지방 종이를 태웠다. 그 순간 누군가 그녀의 옆에 다가왔다.“도와줄게.”은서우는 굳이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목소리의 주인이 소태훈이라는 것을 알았다.“그때 일은...”은서우가 입을 열자마자 소태훈은 그녀가 무슨 말을 꺼낼지 눈치챈 것인지 빠르게 말을 잘랐다.“지나간 일이니까 그냥 잊자. 너나 나나 앞으로 더는 그 일들에 관해 언급하지 말자.”말하면서 그는 이내 철통에서 불타는 지방 종이를 보았다.“사실 약물중독센터에서 지내는 그동안 수없이 생각해봤어. 우리는 어쩌면 이런 사이가 되지 않을 수는 있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야.”그들의 사이가 이렇게 된 것엔 대체 누구의 탓이란 말인가. 아마도 고태훈이거나 그의 부모님, 또는 소씨 가문 사람 모두에게 책임이 있을 것이다.은서우는 시선을 내리깔고 다 타버린 지방 종이를 확인한 후 기운이 없는 모습으로 소씨 가문에서 나왔다. 그녀가 떠나기 전 소태훈은 문 앞에서 그녀를 한참 동안 보았다. 그녀가 아래층으로 내려가던 때 그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은서우, 앞으로는 오지 마. 예전의 일은 전부 잊고 살아.”은서우는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지만 소태훈은 이미 문을 닫아버렸다. 꼭 오늘을 끝으로 그녀와의 연도 끊으려는 것처럼 말이다. 그 탓에 은서우는 그의 안색이 어떠한지 보지 못했다.“왔어? 어땠어?”인명진은 문을 열더니 안에서 겉옷을 꺼내 은서우에게 걸쳐주었다. 차가운 무언가가 머리 위로 떨어지자 은서우는 고개를 들었다. 하늘에선 눈송이가 휘날리고 있었고 그녀가 입을 열자 하얀 입김이 나왔다.“눈이 내리네요.”“응, 눈이 내리네. 오늘 밤은 아마 제일 춥겠어. 얼른 차에 타. 집으로 돌아가자.”인명진은 눈을 맞아도 괜찮았다. 그만큼 몸 상태가 아주 좋았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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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3화

은서우는 긴장한 얼굴로 계단 입구를 보았다. 드디어 소방관의 모습이 보이고 소방관은 누군가를 업고 나왔다. 하지만 상태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얼른 병원으로 데리고 가요. 이 가족 중 아들을 제외한 중년 부부도 연기에 정신을 잃었어요. 상황이 좋지 않으니까 얼른 병원으로 이송해요!”소방관이 큰 소리로 말했다. 다행히 누군가 구급차를 불러두었기에 현장엔 이미 구급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소방관의 말을 들은 차에 있던 간호사들이 얼른 들것을 들고 내려와 사람을 실었다.그들이 사람을 데리고 떠나기 전 은서우와 인명진도 의사의 신분을 밝히며 차에 올라탔다. 빠르게 구급차는 병원에 도착했다.은서우는 겉옷을 벗어 의사 가운을 갈아입을 때 손이 자꾸만 덜덜 떨렸다. 분명 수술은 지겨워지도록 했지만 가족을 직접 수술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 생각에 그녀는 온몸이 차갑게 굳어지는 것 같았다.“은 선생님, 지금 수술복으로 갈아입으시려고요? 방금 듣기로 원장님이 이미 수술 들어갔다고 했어요.”누군가 말하자 은서우는 멍한 표정을 짓더니 입을 열었다.“저도 들어갈 거예요.”그녀는 직접 수술실로 들어가 볼 생각이었다. 수술복으로 갈아입은 뒤 은서우는 수술실로 들어갔다. 그녀를 본 인명진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가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려고 했지만 너무나도 확고한 그녀의 눈빛에 말할 수 없었다. 결국 그녀를 들여보내는 수밖에 없었다.“어시는 네가 해.”은서우는 고개를 끄덕인 후 소독을 마치고 들어갔다.소태훈은 아마도 소상태와 연희진의 보호를 받은 것인지 몸에 별다른 상처는 없었다. 그저 연기를 너무 많이 마셔 정신을 잃은 것뿐이었고 병원으로 실려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안정되었다.하지만 소상태와 연희진은 달랐다. 나이도 나이었던지라 화재 현장 속에 너무도 오래 머물렀던 탓에 연기를 많이 마신 것은 물론이고 몸에 화상도 입었다. 연희진은 얼굴 절반이 화상으로 뒤덮였고 목까지 이어졌다.다행히 정신을 차린 은서우는 메스를 안정적으로 들 수 있게 되었고 더는 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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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4화

소태훈이 자살하고 싶었던 이유는 속죄하기 위함이었다. 그동안 자신이 한 짓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닫고 거기에다 더는 두 다리로 걸을 수 없었던 그는 이대로 삶을 포기하고 싶었다. 그의 설명을 들은 은서우가 입을 열었다.“이렇게 쉽게 목숨을 포기한다고? 그럼 내가 그동안 당한 거는? 뭐가 되는데? 난 그동안 매일 아르바이트 여러 개를 했었어. 하루에 24시간 있는 것도 모자라서 몸이 여러 개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면서 살았다고. 그런데도 난 돈을 모을 수가 없었어. 아파도 병원에 갈 수도 없었다고. 그런 나도 죽을 생각한 적 없었는데 네가 뭐라고 포기하는 거야? 정신 차려!”욕설을 퍼붓고 나니 은서우는 속이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소태훈은 그녀의 말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속죄한답시고 그는 자신의 부모까지 죽음으로 이끌었다. 이런 행동은 원래부터 잘못된 것이었고 그는 아직도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어쩌면 삶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이 현실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만약 정말로 나한테 죄책감을 느끼는 거라면. 그럼 멀쩡히 살아있어. 네가 날 위해 뭔갈 할 필요도 없어.”은서우는 자신을 키운 소상태와 연희진을 죽게 했다는 죄명을 뒤집어쓰고 싶지 않았다.소태훈은 공허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참 보았다. 뭔가 생각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고 이내 낙담한 모습으로 말했다.“미안해. 전부 내 탓이야.”그가 앞으로 절대 쉽게 목숨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난 뒤에야 은서우는 병실에서 나왔다. 소상태와 연희진은 몇 달 동안 입원하게 되었다. 은서우는 두 사람을 살려준 뒤로 신경 쓰지 않았다. 두 사람을 수술해준 사람이 그녀라는 것을 안 뒤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식을 듣긴 했지만 그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어쩌면 그녀는 이미 그때의 일을 진정으로 내려놓은 것일지도 모른다. 내려놓았다고 해서 그들을 깎아내리면서 다니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언급할 때마다 낯선 사람인 것처럼 행동했다.자신들을 죽일 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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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5화

지석훈은 그동안 잘 지내지 못했다. 매일 바쁘게 세미나를 다녔고 수술 일정도 너무도 많았다. 숨 쉴 틈도 없이 바빴지만 그의 아버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에게 선 자리에 나가보라고 했다.그는 어떻게든 피해 보려고 했지만 뜻밖에도 그의 아버지는 병원으로 찾아와 그의 길까지 막고 있었다.“석훈아, 네 친구들은 이미 다 결혼했어. 인명진, 그래 그 병원장한다는 아이도 병원에서 실력이 뛰어나다는 의사와 결혼했다면서. 그런데 너는 뭐 하는 거니? 같은 의사면서 아직도 혼자면 어떡하니! 병원 일은 아직 급하지 않으니까 일단 짝부터 찾아. 설마 네 병원에는 여자 간호사나 여자 의사 선생이 없는 거니? 그리고 잘 봐. 이 아이는 네가 삼촌이라면서 따르던 문용석의 딸이다!”지석훈은 자신의 아버지가 데리고 온 여자에 아무런 흥미가 없었다.“있어요. 여자 간호사든 의사든 전부 있어요. 하지만 제가 왜 친구들이 다들 결혼했다고 해서 저도 따라 결혼해야 하는 거죠?”지석훈은 머리가 아팠지만 그의 말을 들은 지혁진은 기가 막혔다.“그럼 설마 평생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겠다는 거냐? 여이현과 나도현도 이미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어. 그런데 너는? 너 설마 남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지석훈은 어처구니가 없었다.“제가 결혼하지 않고 연애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남자를 좋아한다는 건 아니잖아요.”“예전에는 너와 여이현 사이에 그런 소문이 돌았는데 누가 알겠니? 그런데 이미 여이현도 결혼하고 나도현도 결혼했으니 그럼 설마...”지석훈은 얼른 말을 잘라버렸다.“대체 누구한테 무슨 소문을 들으신 거예요? 설마 제가 최주하와 그런 사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하지만 너와 최주하는 최근에 자주 만나고 있잖아. 둘 사이에 아무것도 없는 게 더 이상하지!”지혁진은 그가 남자인 최주하와 사귀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석훈은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었다.“저와 주하는 그냥 단순히 둘 다 솔로이니까 시간이 많아서 만나는 것뿐이에요.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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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6화

“하지만 콩떡이는 나랑 정말 오랜 시간을 함께한 존재야. 내 가족이랑 마찬가지야. 콩떡이 없으면 나 진짜 못 버틸 것 같아.”여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지석훈은 윤슬 앞에 반쯤 무릎을 꿇고 입술을 꽉 깨물며 고뇌하던 끝에 입을 열었다. “선배, 내가 콩떡이 잘 돌봐줄게. 나랑 결혼하자. 그 사람은 더 이상 돌아오지 않아.” 지석훈은 오랫동안 강윤슬의 곁을 지켜왔다. 강윤슬은 지석훈의 학교 선배였고 그는 첫눈에 그녀에게 반했지만 강윤슬의 마음속엔 항상 다른 사람이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지석훈이 이렇게까지 포기하지 않을 줄은 몰랐다. 지석훈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 속에 비친 그녀는 너무도 작고 흔들리고 있었다.지석훈이 그녀에게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그녀만큼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강윤슬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망설이다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지석훈은 바로 눈앞에 있었기에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그대로 들려왔다.“슬아야, 나 돌아왔어. 괜찮으면…지금 바로 만날 수 있을까?”“어디야? 내가 지금 바로 갈게.”강윤슬이 이렇게 급해하는 사람은 임혁수밖에 없었다. 강윤슬은 전화를 끊자마자 지석훈의 얼굴을 조심스레 감싸 쥐었다. “석훈아 혁수 오랜만에 돌아왔어. 나 지금 가야 해. 콩떡이 부탁할게. 결혼 얘기는… 너도 알다시피 나는 혁수를 정말 오랫동안 사랑해 왔어. 혁수가 돌아왔는데 만나러 안 갈 수는 없어.”임혁수는 항상 강윤슬에게는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고 누구도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없었다.그녀는 임혁수를 위해 지석훈의 청혼도 거절했고 앞으로도 임혁수가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지석훈은 그 순간 자신이 원하는 미래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가 원하는 것은 그저 강윤슬과 함께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었고 그녀가 그를 받아들여 주는 것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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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7화

강윤슬은 얼굴을 찌푸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지석훈, 너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네 고백도 거절했었고, 청혼도 거절했잖아. 나는 너한테 단 한 번도 여지를 준 적 없어.” 강윤슬은 지석훈을 원망스럽게 바라봤다. 그녀의 표정에는 실망감도 함께 묻어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지석훈은 강윤슬이 그런 표정을 지을 때마다 마음이 아파서 그런 표정을 짓지 않게 하려고 했을 것이다. “맞아. 선배는 계속 거절했어. 그런데 선배는 계속 나랑 애매한 관계를 유지했잖아. 선배가 필요할 때마다 나는 항상 제일 먼저 달려갔어. 그건 내가 선배를 신경 썼기 때문이야.” “선배, 이제 혁수가 돌아왔으니까 혁수랑 잘 살아. 콩떡이는 내가 말한 대로 편안하게 보내주는 게 나을 거야.” 말을 마친 지석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임혁수가 돌아오지 않았다면 지석훈은 아마 계속하여 자신을 달래며 그녀의 주위를 맴돌았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임혁수가 돌아왔고 지석훈은 자신이 임혁수에게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비교가 안 된다고 느끼자 지석훈은 굳이 버틸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지석훈은 부자 동네를 떠나 병원으로 가지 않고 클럽으로 향했다.처음엔 최주하에게 전화할까 했지만 그와의 스캔들을 떠올리며 결국 그만두기로 했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자신과 관련된 일에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의외로 클럽에서 최주하를 마주쳤다.최주하는 그를 보고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우리 위대하신 지 선생님 아닌가? 바쁜 사람이 웬일이야? 오늘처럼 한가한 날도 있나 보네. 술 마시러 나오다니.”지석훈은 차가운 시선으로 최주하를 쏘아보며 말했다.“지금 밖에서 어떤 소문이 떠돌고 있는지 알아?”여기서 우연히 마주친 건 그렇다 치고 최주하가 다가와서 이런 말을 한다는 건 분명히 밖의 소문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뜻이었다.최주하는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소문? 똑똑한 사람은 그런 거 신경 안 써. 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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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8화

“너 지금 무슨 뜻이야? 최주하, 설마...”지석훈은 당황한 채로 손가락으로 최주하를 가리켰다. 그동안 최주하를 형제처럼 여겨 농담을 주고받았지만, 그런 쪽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최주하의 말은 다르게 들렸다. 최주하는 지석훈의 손을 툭 치며 말했다.“지금 뭐 하는 거야?”“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내가 분명히 말했지. 아버지가 찾아오는 거 원하지 않는다고. 너 지금 상황 더 키워서 복잡하게 만들려는 거 아니야? 나까지 끌어들여서 죽일 생각이야?”지석훈은 노려보며 말했다. 최주하는 주위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장난스럽게 말했다.“그럼 어때? 일 커지면 좋잖아. 그럼 더 이상 우리한테 결혼하라고 잔소리할 사람 없잖아. 어차피 죽는다고 해도 우리 형제니까 같이 죽어줄게.”“너 그만해. 지금 네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아? 너 나한테 관심 있어?”지석훈은 얼굴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처음엔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최주하의 표정과 말투를 보며 점점 확신하게 되었다.지석훈은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자기 성적 취향을 잘 알고 있던 그는 그동안 최주하와의 관계가 전혀 그런 쪽은 아니었지만 지금만큼은 너무나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 최주하의 태도에서 지석훈은 그가 자신에게 갖고 있는 감정이 친구 이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지석훈은 자신이 전혀 그런 감정을 느낄 리 없다고 확신했지만 최주하의 눈빛과 말투는 그와 전혀 맞지 않게 온몸에 소름을 돋게 했다. 최주하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지석훈, 너 진짜 죽고 싶어? 내가 지금 너 발로 차서 날려줄까?”그때 멀리서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죄송하지만 석훈 씨는 제 약혼자예요.”이어 한 여자가 지석훈 옆으로 빠르게 다가왔다.그 여자는 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지석훈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 지석훈은 잠시 그녀를 쳐다봤다. 이 여자는 그의 아버지가 병원에 데려온 여자였다.“뭐 하는 거예요?”지석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눈썹을 찌푸리며 그 여자를 밀어내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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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9화

문지원이 처한 상황에 비하면 지석훈의 거부감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지석훈이 어디 가든 어떻게든 그 뒤를 따를 것이라는 생각뿐이었다. 어차피 지혁진이 말한 대로 지석훈의 마음만 얻을 수 있다면 그녀는 신씨 집안에 들어갈 수 있었고 게다가 지혁진은 그녀에게 무조건적인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했다.지석훈은 문지원이 여전히 자신의 곁에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가 그렇게 차갑게 말했음에도 문지원은 계속해서 그의 옆에 붙어 있었다.지석훈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당신, 우리 아버지랑 대체 어떤 거래를 한 거야? 솔직히 말하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사람 시켜서 조사할 거야.”지석훈은 그런 일을 조사를 시작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차라리 문지원이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문지원은 진지하게 대답했다.“집에 좀 문제가 생겼고 그때 석훈 씨 아버지께서 석훈 씨를 위해 맞선 상대를 찾고 계셨어요. 그때 제가 나서게 된 거죠. 어차피 저희도 오랜 인연이니까요. 석훈 씨 전에 어떤 성적 취향을 가졌든 지금 제가 이렇게 석훈 씨 옆에 있는 이상 남자를 좋아하는 일은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어요.”문지원은 단호한 태도로 자기 뜻을 확실히 밝혔다.지석훈은 그 말을 듣고 그냥 웃어버렸다.“도대체 뇌에 뭐가 들었길래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그런 거래를 하고 있어? 아버지랑 약속했다고? 이 일을 끝내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고? 진짜 대단하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이 원하는 걸 줄 만한 그런 사람 하나 없을 거 같아?”지석훈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이 났다.문지원은 무척 난감해했다.어쨌든 그녀는 문씨 집안의 큰 딸이었다. 비록 문씨 집안이 지씨 집안이나 여씨 집안보다 못하긴 했지만 집안에 문제가 없을 때는 그녀의 아버지도 그녀를 공주처럼 키웠다. 그러다 보니 이런 모욕을 당한 적이 없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참아야 했다.“저는 이미 당신 아버지와 거래했고 아버지께서 제게 주신 보상도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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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0화

강윤슬은 지석훈을 봤지만 먼저 인사를 건넨 사람은 임혁수였다.지석훈은 대답하지 않고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그가 주의를 기울인 건 바로 강윤슬이 그를 쏘아보는 차가운 눈빛이었다.최주하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그렇다면 친한 사람들이니까 한자리에 모여서 놀까?” 최주하는 지금 문지원이 지석훈의 곁에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더군다나 사람도 많으니 분위기도 편할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하지만 예상외로 지석훈은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그런 자리 마련할 필요 없어. 우리랑은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니까.”말을 마친 지석훈은 문지원의 손목을 붙잡고는 자리를 떠났다.강윤슬이 아니었으면 지석훈은 절대 문지원에게 손을 대지 않았을 것이다.그렇지만 강윤슬은 임혁수와 함께 왔고 자신을 쏘아보는 그 차가운 시선에서 그가 일부러 그녀를 따라온 것이라 오해한 듯했다. 그래도 지석훈은 강윤슬에게 어떤 이유로든 얕잡아 보일 필요는 없었다.그때 임혁수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석훈아 슬이가 네 얘기 자주 하더라. 네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윤슬이는 없었을 거라고.”최주하는 그 말을 듣고는 즉시 관심을 보였다. 지석훈은 일이 바빠서 다른 여자들에게 뭘 도와준 적이 없었다.최주하는 분위기를 보며 아마도 뭔가 흥미로운 일이 있었다고 예감했다.지석훈도 그것을 알지 못했다. 강윤슬이 임혁수에게 모든 일을 이야기했다는 사실은 그가 강윤슬에게 몇 번 청혼했지만 다 실패했다는 사실을 임혁수도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그 사실을 깨닫자 지석훈의 얼굴은 갑자기 어두워졌다.“친구끼리 도와주는 건 당연한 거지. 오늘은 내 약혼녀랑 시간 보내야 해서 바쁠 것 같네.”그 말과 함께 지석훈은 문지원의 손목을 잡고는 자신의 품에 끌어당겼다.문지원은 그의 아버지와 거래했기에 떠나지 않았다. 지금 그녀는 그저 연기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그리고 지석훈은 일부러 강윤슬을 흘끗 쳐다봤지만 그녀는 그를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오히려 임혁수는 강윤슬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석훈이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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