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Chapter 1911 - Chapter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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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1화

좋은 마음에서 갈 곳이 없는 그녀한테 숙소의 열쇠를 내어준 것이었다. 그렇게 말하면 문지원이 단념하고 물러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녀는 그를 동아줄로 여기고 있었다.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제야 알겠어. 왜 다들 문씨 집안을 나 몰라라 하는지. 당신네 문씨 집안 사람들은 하나같이 못된 사람들뿐이군.”그가 화를 낼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화를 낼 줄은 몰랐다. 그녀에 대해 뭐라 하는 건 상관없지만 가족까지 건드리는 건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도 기분이 상했다.“알아요. 내가 이러는 거 잘못된 일이라는 거. 하지만 방법이 없다고 했잖아요. 그래도 우리 가족한테까지 뭐라 하지는 말아요.”“그렇게 좋은 사람들이 왜 당신한테만 거액의 빚을 남겼을까? 왜 당신 오빠는 행방불명이 된 거야?”이렇게 상처 주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지나친 그녀의 행동에 화가 났다. 좋은 마음에서 도와주려고 한 건데 결과는?단념하기는커녕 그녀는 일부러 모든 사람이 두 사람의 사이를 오해하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이렇게 화가 난 적이 없었고 여자한테 이렇게 모진 말을 해본 적도 없다. 문지원이 그의 호의를 짓밟은 것이다.그의 말에 그녀 또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러나 아버지를 믿고 싶었다. 아버지는 문씨 집안을 위해 위험을 무릅쓴 것이고 뜻밖에 손해를 보고 거액의 빚을 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오빠는 평소에 그녀한테 잘해주었고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었다. 지금 행방불명이 된 건 분명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아니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예요. 아까 숙소에서 사진도 찍어 아저씨한테 보냈어요. 아저씨는 날 믿고 있더라고요. 10억을 나한테 주셨고 당신의 아이를 가지게 된다면 우리 집 빚을 다 갚아주실 거라고 했어요.”지혁진의 제안이 너무 유혹적이라 거부할 수가 없었다. 뻔뻔스러운 여자라고 생각해도 좋았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상황에서 그녀한테는 이게 최선의 선택이니까.그녀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런 모습을 보며 지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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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2화

그가 아버지의 입장이었더라면 그도 아버지처럼 했을 것이다. 그래서 일단 그냥 두기로 했다.“알았어. 아버지한테는 당신이 잘 알아서 해. 미리 말하지만 아버지한테서 가져간 돈은 나중에 꼭 갚아야 할 거야.”그러나 문지원과 아이를 낳을 생각은 없다.그녀도 그의 제안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였다.“알았어요. 빚을 청산해 준다면 당신이 원하는 건 뭐든 다 할게요.”“일단 옷부터 입어.”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다. 의사 생활을 하면서 그동안 많은 수술을 집도했고 그에게는 남녀 구분 없이 그냥 환자일 뿐이었다.그러나 문지원은 그한테 환자가 아니었다.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고 있던 그녀는 지석훈의 말에 이내 옷을 챙겨입었다.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그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인기척이 없자 그는 함부로 고개를 돌리지 못하였고 그 순간 뜻밖에도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옷 다 입었어요.”그제야 그가 고개를 돌리고 그녀를 쳐다보았다.다른 뜻은 없었고 그저 사람을 보고 얘기하는 게 예의일 것 같아서 고개를 돌린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아직도 무릎을 꿇고 있을 줄은 몰랐다. “왜 아직도 무릎을 꿇고 있어? 당장 일어나.”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녀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내 행동이 지나치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정말 방법이 없어서 그래요. 벼랑 끝에 선 나한테 손 내밀어줘서 고마워요. 진심이에요.”“지금 이런 말 소용없어. 얼른 일어나. 아버지 쪽은 당신이 잘 협조해 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하루빨리 제대로 된 직장도 찾아...”그녀가 또다시 그의 말을 끊으며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문정 그룹의 채무만 갚는다면 회사는 예전처럼 정상적으로 운영될 거예요. 그럼 최대한 빨리 돈을 갚을게요.”그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문지원을 쳐다보았다.“회사를 경영할 줄 알고 사업을 할 줄 안다고?”문정 그룹의 아가씨에 대해 만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는 문지원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고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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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3화

지석훈은 자신의 능력으로 유명한 의사가 된 것이었고 그를 찾아오는 환자는 셀 수 없이 많았다.의사가 되지 않았어도 그는 부잣집 도련님으로 잘 먹고 잘살았을 것이다.그의 신분과 지위라면 그가 원하는 것은 말만 하면 다 이룰 수 있었다. “그래요. 난 당신한테 도움이 안 되죠...”“하지만 뭐 단정 짓기는 어렵지. 나중에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르니까.”그가 그녀의 말을 끊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한편, 지혁진은 두 사람 사이에 대해 완전히 믿는 눈치가 아니었다.그가 문지원을 찾아와 물었다.“석훈이가 정말 널 받아들였단 말이냐?”전에는 이것도 싫다 저것도 싫다던 녀석이 왜 문지원이 나타나자 이리 쉽게 받아들인 것일까?따지고 보면 두 사람이 만난 지는 고작 이틀밖에 되지 않았는데. “아저씨, 석훈 씨가 절 받아들인 건 제가 하도 귀찮게 해서 그런 거예요. 그리고 제 모습이 안타까워 보여서 그랬을 거예요.”문지원은 사실대로 얘기했다.두 사람 사이가 사랑으로 시작된 사이가 아니라는 건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솔직하구나. 내가 왜 널 선택했는지 아느냐?”지혁진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알아요.”지혁진이 그녀를 찾아갔을 때, 문씨 가문은 이미 엄청난 빚더미에 올라가 있었다. 그녀는 가문의 빚을 갚기 위해 그 돈이 필요했고 그 돈을 위해서라면 어떻게 해서든 그가 시킨 일을 완수할 것이다. “내가 시킨 일은 끝까지 완수하거라. 임신을 하면 10일이면 검사를 할 수 있다고 하니 오늘부터 보름 동안 시간을 더 주겠다.”지혁진이 기한을 줄 줄은 몰랐다.물론 요구를 하면서도 그는 아주 인간적이었다.“보름 안에 네가 석훈이의 아이를 임신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섭섭지 않게 보상을 해줄 것이야.”그 말인즉 임신을 하든 안 하든 그녀는 손해를 볼 것이 없다는 소리였다. 지혁진도 그리고 지석훈도 모두 최선을 다해 그녀를 도와주고 있었다.너무 고마웠다. “아저씨,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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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4화

다른 사람의 견제를 받지 않으려면 자신감과 실력이 있어야 한다. “고마워요.”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말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줘.”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이 없었다. 지석훈은 말하면 말한 대로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그의 부름에 여이현과 친구들은 바로 달려왔다. 평소에는 지석훈도 아주 바쁜 사람이라 모처럼 한자리에 모이게 된 것이었다.문지원은 지석훈의 옆에서 그들과 일일이 인사를 건넸다. 이때, 최주하가 먼저 장난스럽게 입을 열었다.“뭐야? 두 사람 벌써 사귀는 사이야? 어쩐지 나한테 양보해달라고 그렇게 말해도 꿈쩍도 안 하더니 진작부터 마음에 두고 있었던 거야?”“이름이 뭐야? 애들한테 소개 좀 해줘.”처음에는 지석훈과 최주하가 만나는 관계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석훈에 대해 알아가면서 그녀는 그게 다 소문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지석훈에게는 오랫동안 좋아한 여자가 있었으니까. “문지원이라고 해요.”나도현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이제야 우리한테 이렇게 얼굴을 보여주네. 걱정하지 마. 두 사람 결혼하면 내가 축의금은 두둑이 넣을게. 딸 낳으면 나랑 사돈 맺자.”지석훈이 그를 흘겨보며 입을 열었다. “뭔 헛소리야.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내 딸한테 뭔 같지도 않은 소리야? 최주하한테 얼른 딸이나 낳으라고 하던가. 그렇게 며느리를 얻고 싶으면... 아니지. 이현이한테 딸이 있잖아. 이현이 딸로 해 그냥.”나도현은 무의식적으로 여이현을 쳐다보았다. 하민이와 별이는 아주 친한 친구 사이였고 하민이는 하윤이를 아주 좋아했다.그러나 딸이라면 끔찍이도 아끼는 여이현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는 앞으로 자신의 딸과 결혼할 사람은 반드시 그의 시험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딸이 정략 혼을 하는 걸 원치 않는다고 했다.여이현도 여이현이지만 하윤이에게는 대단한 외할아버지와 친할아버지가 있으니 훌륭한 남자가 아닌 이상 꿈도 꾸지 못할 것이다. 여이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용건부터 얘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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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5화

“좋은 생각이야.”나도현도 그의 말에 동의했다. 문제는 양시은도 바쁘고 권다솔도 바빴고 온지유는 지석훈만 여자 친구를 데리고 왔다는 말에 아무래도 안 가는 게 낫겠다고 했다. 문지원은 남자들 사이에서 조금 난처했다.그러나 이 사람들이 문정 그룹을 다시 되살릴 수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불편해도 꾹 참고 있었다.얼마 후, 화장실에서 그녀는 강윤슬과 마주쳤다.금방 맹장염 수술을 받은 사람이 병원에서 푹 쉬고 있어야 할 사람이 여기에 나타나다니...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고 강윤슬은 문지원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자신보다 더 예쁜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문지원에 대해 조사를 해보니 문씨 가문은 이미 파산하였고 문지원은 바로 그때 지석훈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이 안에는 분명 사정이 있을 것이다.“석훈이가 당신과 거래라도 한 건가요?”강윤슬이 그렇게 물을 줄은 몰랐다.지석훈과 강윤슬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든 간에 그녀와 강윤슬은 아무 사이도 아니었다. 그러니 여기서 강윤슬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었다. “석훈 씨가 나와 거래를 하든 안 하든 그건 당신과 전혀 상관없는 일이에요.”“건방지군요. 그쪽이 석훈이를 찾아오지 않았다면 지금 이 자리에도 없었겠죠.”강윤슬은 그제야 알아차렸다. 어쩐지 문지원이 자신을 보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더라니...정상적인 연인 관계나 약혼녀라면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다. 결국은 그가 문지원과 거래를 하고 그녀를 자극하려고 했던 게 아닐까?잠깐 화장실을 다녀오려고 했던 것뿐인데 이곳에서 강윤슬을 만날 줄은 몰랐고 강윤슬이 이런 말을 할 줄은 더더욱 몰랐다.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내뱉는 모습에 문지원도 더 이상 참고 싶지가 않았다. “내가 어디에 있든 죽든 살든 그건 당신이랑 전혀 상관없는 일이에요. 내가 석훈 씨 옆에 있는 게 불만이면 어디 한번 내 곁에서 그 사람을 빼앗아 가봐요. 석훈 씨가 당신한테 다시 돌아간다면 그것 또한 당신의 능력이겠죠.”말을 마친 문지원은 발걸음을 옮겼다.강윤슬이 무슨 짓을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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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6화

문지원의 말에 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방금 맹장염 수술까지 한 여자가 죽고 싶어서 환장한 것도 아니고 이게 무슨...문지원은 방금 한 말을 다시 반복했고 그는 아무 말도 없이 바로 룸을 뛰쳐나갔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그녀는 강윤슬이 지석훈한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얼마나 지나지 않아 그는 강윤슬이 있는 룸을 찾았다.오늘 강윤슬은 중요한 미팅이 있었고 꼭 참석해야 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그녀는 술을 먹지 않았고 컵에 따뜻한 물을 담아두었다. 사업 파트너도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존경받을 만한 일이니까. 지석훈은 단번에 달려들어 그녀의 손에 있는 컵을 쏟아버렸다.그는 불같이 화를 냈다. “강윤슬, 정말 왜 이러는 거야? 죽어도 좋아? 지금 선배 몸 상태가 어떤지 몰라?”강윤슬은 그가 이렇게 화를 내는 모습을 처음 봤다.‘그래서 뭐?’지석훈이 여기 나타난 건 방금 문지원을 만났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문지원이 그한테 뭐라고 한 거겠지...“미쳤어? 나 지금 미팅 중...”“미팅은 개뿔. 당장 나가.”분노가 가득 찬 호통에 강윤슬과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강윤슬의 사생활에 연루되고 싶지 않았던 사람들은 급히 자리를 떴다. “저기... 강 대표님, 미팅은 다음에 하죠.”“다음은 없습니다.”지석훈은 여전히 화가 나 있었다. 강윤슬의 전화를 받고 그녀가 맹장염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는 정신없이 그녀를 병원으로 데려갔다. 수술을 마치고 병실로 옮겨지기까지 그녀의 곁을 지켰는데, 강윤슬은 그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무렇지 않은 듯 미팅 자리에 나왔다. 이럴 거면 뭐 하러 수술은 하는가? 차라리 집에서 죽고 말지...이내, 룸 안에는 두 사람뿐이었다. 강윤슬은 이렇게 화를 내는 그의 모습을 보며 차갑게 웃었다.“지석훈,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 문지원 씨한테 별 얘기 안 했어. 그게 여기까지 무작정 들이닥칠 일이니?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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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7화

그런데 그가 갑자기 그녀를 확 끌어당겼고 그녀는 그의 몸 위로 넘어졌다. 깜짝 놀란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그런데 그가 그녀의 허리를 더 꽉 끌어안았다. “강윤슬, 내가 너 얼마나 사랑하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래?”“내가 프러포즈를 몇 번이나 했는데 어떻게 한 번을 안 받아주냐?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고 그렇게 강아지같이 꼬리를 흔들었는데 어떻게 내 진심을 이렇게 짓밟는 거냐고?”문지원을 안고 있는 그의 팔에 힘이 점점 더 들어갔다. 그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고 높은 콧대가 그녀의 얼굴을 짓누르고 있어 통증이 몰려왔다.입술이 가까이 다가오자 그녀는 재빨리 그의 입을 막았다. “진심을 짓밟은 게 아니야. 너무 바빠서 그랬어. 난... 일이 중요한 사람이잖아. 사랑 같은 건 나한테 사치야.”문지원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가 자신을 강윤슬이라고 착각하고 있으니 지금은 강윤슬이 되기로 했다.사실 그가 술에 취해있으니 지금이 그를 가까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이렇게 다가가는 건 아닌 것 같았다.그가 자신을 도와주겠다고 약속까지 했는데...오늘도 그는 그녀를 도와주기 위해 친구들을 불러 모았다. 그녀는 양심 없는 사람이 될 수 없었다. “그래?”그가 씁쓸한 미소를 짓더니 혼자서 중얼거렸다. 문지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러니까 매번 너한테 먼저 전화를 하는 거지.”“그럼 내 프러포즈 받아줄 거야. 나랑 결혼할 거야?”“응.”그를 달래고 있을 뿐이었는데 그가 그녀를 더 꽉 끌어안았다.힘이 너무 세서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그녀가 손을 뻗어 그를 밀어냈다. “숨 막혀.”“미안.”그는 이내 그녀를 풀어주었다.만취 상태에도 그는 크게 실수를 하지 않았고 그녀와 거리를 두었다. 그러나 술에 너무 취한 탓인지 자꾸만 휘청거렸다. 소파에 기대는 순간 그가 바로 뻗어버렸고 불과 몇 초 만에 그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를 끌어당길 수 없었던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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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8화

지석훈은 입가에 깊은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그녀는 그가 자신을 조롱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술에 취한 사람을 그냥 두고 갈 수가 없었다. 옆에 그녀밖에 없었으니 그의 곁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떠나고 그에게 일이라도 생기면 결국 그녀의 문제가 될 테니까. 게다가 그가 말한 것처럼 그녀는 지금 명목상 그의 여자 친구였다. 그를 혼자 내버려두고 간다면 사람들이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겠는가?“요즘 세상은 험해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요. 나라도 옆에서 지키고 있어야 할 것 같았어요. 밥 먹으러 가요. 내가 살게요.”“그래.”문지원의 말에 그는 거절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를 데리고 조식 가게로 향했다.“이 집은 소고기 국수가 맛있어요. 한번 먹어봐요.”“여기 자주 왔었어?”이곳은 클럽 근처에 있는 가게였고 그녀의 집과는 거리가 멀었다.이런 곳에 문지원이 소고기 국수를 먹으러 왔다니?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옛날에 친구랑 왔었어요.”그녀의 기분이 우울해진 것을 눈치채고 그는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그런데 이때, 한 남자가 기세등등하게 달려들었다.“문지원, 네가 나랑 헤어진 이유가 이거야?”눈앞의 남자를 본 순간, 그녀는 갑자기 감정이 북받쳐 올랐고 코끝이 찡해졌다.그 모습을 지석훈은 옆에서 지켜보았다. 문지원은 눈앞의 남자를 막아섰다.“할 얘기 있으면 나가서 해. 장사에 방해하지 말고.”“장사에 방해될까 봐 그런 거 아니잖아. 이 남자 때문에 지금 이러는 거 아니야? 문지원, 내가 너한테 못한 거 뭐야?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래?”눈앞의 남자는 불같이 화를 냈고 문지원을 갈기갈기 찢어서 죽이고 싶은 눈빛이었다. 그녀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인생이 순탄하다면 소중한 사람과 소중한 물건을 버릴 사람이 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남녀가 사귀다 보면 헤어질 수도 있는 거지. 원래 서로 마음이 있어야 만나는 거잖아. 나 이제 너한테 마음 없어. 헤어지자는 게 뭐 잘못됐어?”남자는 그녀의 어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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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9화

문지원은 바보 취급당하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팠다. 문지원은 차갑게 웃음을 흘리더니 얘기했다.“혹시, 내가 그렇게 쉬운 사람으로 보여? 속이기 쉬운 사람으로 보이나 봐?”아까 그 여자와 함께 있던 태도를 보면 두 사람이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어쩌면 문지원과 사귈 때도 그 여자랑 연락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주건은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그건 다 네가 손도 못 대게 해서 그런 거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내가 다른 사람을 찾으러 갔겠어?”말을 마친 주건은 문지원을 슥 보더니 비웃으면서 얘기했다.“하지만 지금 보니까 너도 별반 다를 건 없네. 나랑 헤어지자마자 다른 남자랑 붙어먹다니. 왜, 나로는 부족했어?”주건이 더욱 잔인한 말을 뱉어냈다.눈앞의 두 사람을 보면서 주건은 속에 분노가 들끓었다. 그 분노는 이성을 놓아버릴 만큼의 분노였다.주건은 문지원이 본인을 무시한다고 생각했다.다른 남자에게는 쉽게 주면서 본인에게만 비싸게 구니까 말이다.하지만 그 말을 들은 문지원은 멍해졌다. 이런 사람을 좋아했었다니. 순간 수치심이 들 정도였다.‘내가 좋아했던 사람이... 이 정도라고?’“말조심하세요.”지석훈이 차갑게 얘기하면서 문지원을 끌어당겨 본인 뒤에 숨겨주었다.그 간단한 행동에 문지원은 크나큰 안도감을 느꼈다.문지원은 멍하니 지석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지석훈은 그런 문지원의 시선도 모른 채 주건의 말에 반박하고 있었다.“먼저 잘못한 건 그쪽이면서 왜 지원 씨를 욕하는 거죠?”“이건 그쪽이랑 상관없는 일입니다. 꺼져요. 그리고 경고하는데, 우리 둘 사이에 끼어들지 마요.”주건도 지지 않고 반박하면서 문지원을 끌어내려고 했다.하지만 지석훈이 그 모습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문지원과 지석훈의 사이가 무슨 사이든 간에 정상적인 남성의 입장으로 봤을 때 전 남자 친구가 전 여자 친구에게 무력을 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지석훈은 바로 주건의 손을 잡았다. 가늘고 기다란 손가락에서 어마어마한 힘이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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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0화

두근. 두근.문지원의 심장이 세게 뛰기 시작했다.하지만 이내 이성을 붙잡으면서 생각했다.이건 흔들다리 효과다.가장 힘들어하는 시기에 누군가가 나타나 손을 잡아주면 그 사람에게 설레는 것처럼 말이다.지석훈은 문지원을 좋아해서 이러는 것이 아니다. 그저 지석훈이 책임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도와주는 것이다.지석훈이 좋아하는 건 문지원이 아니다.그렇게 생각한 문지원은 집에 돌아간 후 이내 마음을 추슬렀다.지석훈은 여이현에게 연락해 저녁 약속을 잡았고 위치와 시간을 문지원에게 보내주었다.문자를 받은 문지원은 기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잘 됐어! 이번 기회를 잘 이용하면...!”문지원은 떨리는 심정을 감추면서 중얼거렸다.‘아, 드레스도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니야?’그 생각에 문지원은 얼른 옷장에서 드레스를 찾았다.그 움직임에 도우미가 나타나 물었다.“지원 씨, 옷장에서 뭘 찾으시는 거예요?”문씨 가문은 파산했다. 문지원의 아버지는 건강이 악화하여 병원에 입원했고 문지원의 큰 오빠는 사라졌다.평소에 문씨 가문에 빌붙던 사람들도, 친척, 친구들도 모두 사라졌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문지원을 키워온 도우미는 여전히 이 집에 남아있었다.문지원이 가지 말라고 붙잡은 건 아니다.도우미가 가지 않겠다고 한 것이었다. 문지원은 그런 도우미의 뜻을 존중해주고 월급도 평소처럼 주기로 했다.가문이 파산했다고 하지만 지석훈과 지혁진의 도움 아래 문지원은 어느 정도의 돈을 준비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곧 프로젝트를 진행할지도 모르니, 문씨 가문에게 아직 희망은 있었다.문지원은 이 도우미에게 너무 감사했다. 문지원에게 이 도우미는 거의 가족과도 같았다.그래서 문지원은 지금 상황을 도우미에게 설명해 주었다.“아주머니, 우리 가문 다시 살아날지도 몰라요. 곧 다른 대표님이랑 프로젝트 얘기를 하러 갈 거예요. 만약 성공한다면 그 빚을 다 갚고 우리 아빠 병원비까지 댈 수 있을 거예요.”도은숙은 문지원을 바라보았다.문지원은 철없던 여자아이에서, 어느새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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