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Chapter 1901 - Chapter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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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1화

지석훈은 문지원을 클럽 입구까지 데려다줬다.입구에 도착한 뒤 그가 분명하게 말했다.“더 이상 따라오지 마. 당신한테 관심 없으니까. 돈을 벌고 싶다면 여기가 좋을 것 같은데.”이 클럽에는 강윤슬과 임혁수도 있었기 때문에 그는 더 이상 이곳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뜻밖에도 문지원은 그의 뒤를 바짝 따라갔다.“어디 갈 데도 없어?”“아저씨가 나한테 당신을 꼭 따라다니라고 하셨거든요. 당신의 마음을 얻으라고 하셨어요.”그 뜻은 임무를 완수하지 않은 한 절대 떠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말투에 굳은 의지가 담겨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그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얼마가 필요한 거야? 얼마가 필요하길래 굳이 이런 짓까지 하는 건데?”생판 모르던 여자가 지금은 그의 곁을 맴돌고 있는 상황이 어이가 없었다.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아주 많이요.”현재 문씨 가문의 상황에서는 아무도 그녀를 도와주려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도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석훈은 문지원을 빤히 쳐다보았다. 뭐랄까... 불쌍한 강아지 같았다. 지석훈은 생명을 구하는 의사였고 그동안 강윤슬의 곁을 맴돌기만 했다. 강윤슬한테서는 문지원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고 두 사람은 하나도 닮은 구석이 없었다. 그는 자비를 베푸는 사람이 아니었다. 문지원을 어찌 해결하더라도 그의 아버지는 결국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또 다른 문지원을 그한테 보낼 것이다.“분명히 말하지만 난 당신한테 마음이 흔들리지 않아.”그가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사실 문지원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지석훈이 방금 그 여자한테 마음이 있다는 것을. 그렇지 않았다면 그가 먼저 다가가지도 않았겠지. “당신도 이런 일로 피곤해지는 거 싫잖아요. 아저씨가 귀찮게 하는 건 내가 막아줄 수 있는데...”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180cm가 훌쩍 넘는 키, 의사 가운을 벗고 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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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2화

의사로서 직업 윤리에 어긋나는 일을 할 수는 없다.“각서까지 쓸 필요 없어. 난 당신이랑 거래 같은 거 하고 싶지 않거든. 아직 젊으니까 빚을 갚는 일은 천천히 해도 돼.”말을 마친 그가 발걸음을 옮겼고 그녀는 여전히 그의 뒤를 따라갔다.“천천히 할 문제가 아니에요. 방법이 있었더라면 당신 앞에 나타나지도 않았을 거예요. 아저씨와 우리 아버지 두 분은 가장 친한 친구세요. 그러나 지금 이 상황에서 아저씨가 줄 수 있는 도움도 얼마 안 돼요. 그러나 만약 내가 아저씨의 뜻대로 당신의 마음을 얻는다면 모든 것이 달라질 거예요.”지혁진이 원하는 것은 아들이 남들처럼 가정을 꾸리고 아내와 아이들과 행복하게 사는 것이었다. 그 집안의 며느리가 된다면 지혁진도 당연히 더 많이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난 이제 집에 갈 돈도 없어요...”그의 뒤에서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아주 작은 목소리였지만 그는 여전히 똑똑히 들었다.그 말에 그가 피식 웃었다.“돈이 없다면서 여긴 어떻게 온 거야? 정말 이렇게 날 따라다닐 건가?”그녀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아저씨가 당신의 위치를 알려주셨고 사람을 시켜 날 여기까지 데려다준 거예요. 오기 전에 돈도 좀 주셨는데... 그 돈은 빚 갚는 데 썼어요.”정말 창피했다. 살면서 지금처럼 이렇게 초라한 적이 없었으니까. 그러나 지석훈한테 쫓겨나지 않고 그가 자신을 데리고 가길 바라는 마음에 그녀는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그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래서 한 푼도 남기지 않았다고? 설마 나한테 다시 데려다 달라는 말은 아니지? 그건 그렇고 잘 곳은 있어?”사실 그녀를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말을 들어보면 요즘 세상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전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사실 지낼 곳이 없어요. 오늘 집도 압류되고 경매로 넘어갔거든요. 아버지는 지금 응급실에 계시고요...”병원에 들어오면서 병원비를 미리 얼마 정도 냈기 때문에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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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3화

“저기... 우리 아버지와 거래를 했다면 아버지를 찾아가는 게 어때?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니 당신이 원한다면...”“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그녀는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그가 이런 말까지 할 줄은 상상도 못 하였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두 사람은 아무 관계도 아니었고 그가 무슨 말을 하든 그건 그의 자유였다. 목이 타들어 갔다. 지금 상황에서 지석훈은 그녀가 잡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아저씨가 원하는 건 내가 당신의 마음을 얻고 당신을 변하게 만드는 거였어요. 지금 난... 정말 다른 방법이 없어요. 아니면 가짜 애인 행세를 하는 건 어떠할까요?”“아저씨가 꼭 결혼을 해야 한다고 하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 봐요.”“비켜주세요.”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뒤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고 누군가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피하려고 했지만 예상치 못하게 누군가 그녀를 향해 달려왔고 미처 피하기도 전에 한쪽으로 넘어졌다. 바닥에 엎어질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그가 그녀의 허리를 붙잡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얽히고 그녀는 그의 그윽한 눈을 쳐다보았다.이내, 그가 그녀에게서 손을 뗐다.“병원까지 데려다줄게.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그럴 생각 없어. 아버지 쪽은 당신이 대충 알아서 넘겨. 아버지한테서 돈을 받은 건 나중에 갚으면 되니까.”말을 마친 그가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겉으로는 차가워 보이지만 실제로 알고 보면 그는 좋은 사람이었다. 그녀가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아저씨는 분명히 요구하셨어요. 언제까지 대충 둘러댈 수도 없는 일이에요. 그건 사기꾼이나 다름없는 거니까. 석훈 씨, 그냥 애인인 척하면 안 돼요?”두 사람 사이가 가짜라고 하더라도 지혁진은 뭐라 하지 않을 것이다.지석훈은 아무 말이 없었다.한편, 그가 주차장에서 자신의 차를 발견했을 때, 친구로부터 문자가 왔다. [동문회 참석하는 거 잊지 마. 경성에서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다 올 거니까.]강윤슬도 참석할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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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4화

그가 문지원을 데려다주겠다고 한 건 사실이다. 운전을 그녀가 했어도 병원으로 가야 하는 게 아니겠나?그러나 문지원은 그를 이곳으로 데려왔고 이건 그에 대해 낱낱이 조사를 했다는 걸 말해준다. “운전을 나한테 맡겼으니 당신을 먼저 데려다줘야 할 것 같아서 그랬어요.”“그래?”그가 피식 웃었다.“날 데려다주고 나면 당신은 어떻게 돌아가려고 그래?”말을 하면서 그가 그녀를 향해 가까이 다가갔다.이성과 이렇게 가까이 있어 본 적이 없는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게다가 정말 그냥 그를 데려다주고 싶었을 뿐 다른 뜻은 없었다. 그러나... 그는 그녀를 전혀 믿지 못하였다. 한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꽉 잡았다.“묻고 있잖아. 왜 대답이 없어?”대답을 안 하면 그가 자신을 놓아주지 않을 거라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내가 운전 안 하면 어떻게 올 생각이었어요? 사실 난... 별다른 뜻 없었어요. 그리고 걱정하지 말아요. 별장 안에 들어갈 생각이 없으니까. 걸어서 돌아가면 돼요.”그가 가볍게 웃었다.“내가 믿을 것 같아?”그가 어디에 사는지도 알고 있는 여자가 그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는가?게다가 이곳부터 병원까지는 차로 몇십 분이 걸리는 거리였다. 걸어서 돌아간다면 최소한 몇 시간은 걸어야 할 것이다.그가 어두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무리 돈이 없어도 이렇게까지 비굴하게 굴 필요는 없잖아. 여기서 나갔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누가 책임지는데?”게다가 지금은 밤이다. 여자가 혼자 한밤중에 몇 시간 동안 거리를 걸어 다닌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그녀는 입술을 오므린 채 아무 말이 없었다. 지석훈의 말을 듣고 나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사실 처음에는 별생각이 없었다.“그럼 돈 좀 빌려줘요. 택시 타고...”“그러니까 처음부터 병원으로 갔으면 됐잖아. 문지원, 그럴 생각이 없었다고? 내가 세 살짜리 어린애로 보이나?”그의 목소리가 점점 더 싸늘해졌다. 그는 세 살짜리 어린애도 아니고 바보도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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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5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던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말을 마치자마자 그녀가 그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손을 뻗어 그의 손을 잡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석훈 씨, 나 좀 봐봐요. 나 그렇게 형편없는 여자 아니에요. 우리 사이가 진짜이든 가짜이든 난 다 받아들일 수 있어요.”“오늘 밤은 내 차에서 자.”그 말을 남긴 채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차에서 내렸다.그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그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언젠가 자신이 이 꼴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한편 지석훈은 한밤중에 강윤슬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핸드폰 너머 그녀의 고통스러운 신음이 들려왔다. “석훈아, 여기 좀 와줄래? 나 배가 너무 아파... 정말...”그녀의 목소리가 그의 마음을 확 낚아챘다.강윤슬을 사랑하는 그는 그녀가 고통받고 상처받는 걸 지켜볼 수가 없었다.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임혁수는 어디 간 거야? 옆에 없어? 무슨 일 있으면 임혁수를 찾아야지.”“혁수 씨는 딸한테 갔어. 그리고 넌 의사잖아. 나 지금 병원에 갈 상황이 아니야. 제발 부탁이야...”펑!뭔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강윤슬을 신경 안 써도 되지만 의사로서 살려달라는 환자를 외면할 수는 없었다. 결국 그는 강윤슬을 찾아가기로 결정했다.차로 다가가니 운전대에 엎드려 잠이 든 문지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차창을 두드렸다.“왜 여기서 자고 있어? 뒷좌석에서 자면 좀 편할 거 아니야?”그의 목소리에 그녀가 천천히 눈을 떴다. 지석훈을 보고 그녀는 헐레벌떡 차에서 내렸다.차에서 내리자 차가운 밤바람이 불어왔고 검은색 실내복을 입고 있는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녀는 한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가 이 늦은 시간에 뛰쳐나올 줄은 몰랐다.“나랑 갈 데가 있어. 일 끝나고 나면 병원에 데려다줄게.”그는 정말 문지원한테 전혀 관심이 없는 듯했다. 가짜 애인 행세를 하자고 제안해도 그는 전혀 그럴 마음이 없어 보였다.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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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6화

그가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걸 보고 문지원은 그가 이곳에 자주 왔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누구지?’마음속으로 대충 짐작이 가긴 했다. 문이 열리고 지석훈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니 거실 소파 위에 웅크리고 있는 강윤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가 성큼성큼 다가가서 그녀의 상태를 살폈고 문지원도 빠른 걸음으로 뒤를 따랐다. “맹장염이야. 지금 당장 병원으로 가.”문지원이 가져온 의약 상자는 아예 사용하지 않았다.한편, 문지원을 발견한 강윤슬은 조금 의외였다. 이곳에 오면서 그가 문지원을 데리고 올 줄 몰랐던 모양이다. 지석훈이 그녀를 안아 올리려고 할 때, 강윤슬은 그를 밀어내려고 했다.“지석훈, 너 지금 이런 상황에서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데?”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강윤슬의 몸 상태뿐이었다. 맹장염은 심각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바로 수술을 받아야 했다.“전화를 한 건 선배야. 그리고 선배 지금 맹장염이라서 바로 수술해야 해. 죽고 싶어 환장했어?”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그녀의 몸부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억지로 그녀를 안아 들고 밖으로 나갔고 문지원도 빠르게 지석훈의 뒤를 따랐다.지금 상황이라면 문지원이 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강윤슬은 여전히 성질을 부리고 있었다. “그래. 나 죽고 싶어 환장했다. 네가 이렇게 날 화나게 할 줄 알았더라면 너한테 전화 안 했을 거야. 말했잖아. 병원에 안 가겠다고.”“지석훈, 우리는 친구야.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래?”강윤슬은 문지원의 존재를 신경 쓰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지석훈은 지금 강윤슬을 병원으로 데려가 수술을 시킬 생각뿐이었다. 그가 그녀를 뒷좌석에 태우고는 무의식적으로 운전석에 앉으려는데 뜻밖에도 문지원이 이미 운전석에 앉아 있었다. “강윤슬 씨 돌봐요. 운전은 내가 할게요.”강윤슬은 지금 상황이 좋지 않았고 문지원도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그 말에 지석훈은 조금 놀랐다. 문지원은 그와 강윤슬에 대해 훤히 알고 있었다. 사실 그가 운전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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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7화

지석훈의 말에 문지원은 점점 더 어리둥절해졌다.그녀를 데리고 강윤슬을 찾아간 사람도 그였다. 이젠 강윤슬을 병원으로 데려왔고 그녀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그녀한테 무슨 볼일이 있겠는가?계속 연기를 하고 싶었다면 아까 그녀를 불러야 했던 게 아닌가? 이제 와서 왜 찾는 것일까?그러나 지석훈이 말을 하기 전에, 문지원은 함부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그녀는 지석훈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동안 말이 없던 그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돈도 없고 게다가 일반 병실에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잖아. 그래 가지고 아버지를 돌볼 힘이나 있겠어? 이건 병원 숙소의 열쇠야. 평소에 난 거기 살지 않으니까 가서 씻고 쉬어.”말을 하면서 그가 열쇠 하나를 꺼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문지원은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그는 분명 그녀와의 접촉을 꺼렸고 그녀의 제안조차 단칼에 거절해 버렸다. 그러나 열쇠를 그녀한테 주다니... 그녀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 거기 가면 다른 사람들이 오해할 수도 있을 텐데요. 괜찮겠어요?”사실 묻고 싶었던 말은 그녀가 사람들에게 함부로 떠들고 다니는 게 두렵지도 않으냐는 것이었다. 진작부터 그녀의 마음을 꿰뚫고 있던 그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그게 무서웠더라면 당신한테 열쇠를 주지도 않았겠지. 어찌 됐든 집안끼리 잘 아는 사이이고 게다가 오늘 당신은 나랑 같이 사람을 구했어.”문지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지석훈의 말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가 그녀한테 열쇠를 내어준 건 그와 함께 사람을 구하러 가서였기 때문이다.솔직히 말하면 강윤슬 때문인 것이다. 이 남자의 마음속에는 영원히 강윤슬이 최우선이었다. 만약 그가 강윤슬과 연인 관계였다면 지혁진의 요구 사항을 그녀는 하나도 해낼 수가 없는 것이었다.그렇다면 지석훈의 마음을 확인하고 물러나는 것이 도리일 것 같았다. 차마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말이었지만 그녀는 결국 현실 앞에서 용기를 냈다.“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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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8화

“아버지가 이러시는 것도 잠깐뿐일 거야. 결과가 없으면 자연스럽게 포기하시겠지. 난 날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했었어. 그게 얼마나 힘든 건지는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고. 우리 두 사람은 서로 아무 감정도 없는 사람들이잖아.”그는 사랑이 없는 결혼을 원치 않는다. 그 결혼의 최악은 아이가 생기는 것이겠지. 문지원이 먼저 양육권 포기 각서를 쓰겠다고는 했지만 엄마가 없는 아이가 과연 행복하게 자랄 수 있을까? 나중에 아이가 엄마를 원하게 된다면 그땐 어떡해야 할지?다른 여자한테 엄마라고 부르게 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아이 때문에 문지원과 계속 함께한다면 그건 두 사람한테 너무 잔인한 일이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확실히 선을 긋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녀는 그가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할 줄 몰랐다.그 말에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그녀가 모든 것을 포기하기로 할 때, 그는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았다. 아무리 아버지가 재촉하더라도 자신은 그 뜻에 맞출 생각이 없다고...그럼 그녀는... 문지원은 한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럼 돈이라도 좀 빌려줄래요? 나중에 꼭 갚을게요.”“정말 방법이 없어서 그래요. 주변에 날 도와주려는 사람이 없어요. 아저씨가 나한테 많은 요구를 했지만 아저씨는 날 도와주셨어요.”지혁진도 지석훈과 마찬가지로 작은 돈이라면 도울 수 있었다. 그러나 액수가 이렇게 크니 그도 어쩔 수가 없었다. 재산을 다 내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러나 만약 그녀가 지석훈의 마음을 얻어 그의 아내가 된다면 그럼 그녀도 지씨 가문의 사람이 되는 것이었고 한 가족이라면 당연히 무조건 도울 것이다. 그래서 지혁진이 그 제안을 했을 때,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시작이 반이라고 지석훈의 마음을 얻으려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었다. 그러나 그가 자신을 병원에 데려다주고 숙소의 열쇠와 돈까지 줄 줄은 몰랐다. 방금 만난 낯선 사람에게 그가 이렇게까지 하는 걸 보면 그는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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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9화

그는 강윤슬이 수술실에서 나오기를 기다렸고 수술을 마치고 나온 그녀의 곁에서 한 발짝도 떠나지 않고 그녀를 지키고 있었다.몇 시간 뒤, 강윤슬의 정신이 돌아왔다.그녀는 자신이 죽은 줄 알았던 모양이다.“여기가 어디지?”코를 찌르는 소독액 냄새에 머리가 어지러웠고 주위의 낯선 환경도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지석훈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병원이야. 맹장염 때문에 수술을 받았고.”그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강윤슬은 자신이 아직 살아있음에 안심이 되었다.그나저나 지석훈이 옆을 지키고 있다는 건 주변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건가?다른 여자를 그녀의 집까지 데리고 왔으니...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모습에 그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그만 봐. 병실에는 나 혼자 있으니까. 그리고 여긴 VIP 병실이야.”강윤슬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병원에 오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고 그녀가 병원에 왔다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도 않았다.“임혁수한테 전화해. 와서 돌봐달라고.”그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차가운 그의 모습에 강윤슬은 미간을 찌푸렸다.“나 금방 수술받고 깨어난 사람이야. 정말 나한테 왜 그래? 말했잖아. 혁수 씨는 딸한테 갔다고.”“그럼 부모님한테 전화해. 아니면 가사 도우미한테 전화하든가.”그의 말투는 여전히 차가웠고 다정했던 눈빛도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런 그의 모습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가 지금 이러는 건 그녀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 아니겠나?그녀는 아픈 몸을 이끌고 일어나 앉았다. “지석훈, 꼭 이래야 해? 나랑 혁수 씨 사이에 대해서는 너도 잘 알고 있잖아. 그리고 그들에게 알릴 상황이었다면 너한테 전화를 하지도 않았어. 혁수 씨의 말이 맞아. 내가 프러포즈를 거절해서 네가 지금 나한테 이러는 거잖아...”임혁수의 얘기를 하는 그녀의 말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그녀한테 지석훈은 늘 비열하고 파렴치한 인간이었고 해명을 하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그가 조롱이 가득한 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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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0화

그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자신이 강윤슬한테 이런 말투로 얘기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네 진심을 짓밟은 적 없어. 네가 한 프러포즈, 난 한 번도 받아들인 적 없고. 만약 나였다면 처음 거절당했을 때 너랑 거리를 두었을 거야. 나한테 넌 친구야. 그런데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래? 어떻게 나한테 이런 말을 하냐고? 프러포즈를 거절한 게 그렇게 잘못이냐? 어떻게 다른 여자를 데리고 와서 내 앞에서 연기를 해?”그녀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고 그를 바라보는 눈빛에 슬픔이 담겨 있었다.지석훈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잘못은 아니지. 선배한테 그럴 의무도 없고. 하지만 선배의 부름에 나도 꼭 달려가야 한다는 의무도 없어. 그리고 허튼 생각 하지 마. 딴 여자랑 연기 같은 거 한 적 없으니까. 나랑 함께 선배 집으로 갔던 그 여자는 내 약혼녀야.”“이젠 무사하니까 핸드폰 옆에 두고 갈게. 무슨 일 있으면 가족들한테 전화를 하든가 아니면 간호사나 의사 불러.”말을 마치고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병실을 떠났다. 그녀는 그가 단지 화가 났을 뿐, 조금 있으면 다시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가 자신을 이렇게 내버려둘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시간은 일분일초가 흘렀고 그는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그가 이번에 이렇게 화를 낼 줄은 몰랐다. 한편, 문지원은 밤에 기숙사에 가지 않고 일부러 출근 시간에 맞춰 낮에 찾아갔다.사람들이 그녀가 열쇠를 가지고 숙소 문을 여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한눈에 눈치챌 수 있으니까. 이내 동료들이 지석훈한테 문자를 보내왔다.[지 선생님, 언제 여자 친구가 생긴 거예요?][숙소에 오신 그 여자분 되게 괜찮아 보이던데요. 결혼은 언제쯤 하실 예정이에요?][지 선생님, 두 분 완전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이와 비슷한 문자가 수도 없이 쏟아졌다. 문지원에 저녁에 숙소로 갈 줄 알았지 이 시간에 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문지원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그의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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