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자신이 강윤슬한테 이런 말투로 얘기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네 진심을 짓밟은 적 없어. 네가 한 프러포즈, 난 한 번도 받아들인 적 없고. 만약 나였다면 처음 거절당했을 때 너랑 거리를 두었을 거야. 나한테 넌 친구야. 그런데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래? 어떻게 나한테 이런 말을 하냐고? 프러포즈를 거절한 게 그렇게 잘못이냐? 어떻게 다른 여자를 데리고 와서 내 앞에서 연기를 해?”그녀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고 그를 바라보는 눈빛에 슬픔이 담겨 있었다.지석훈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잘못은 아니지. 선배한테 그럴 의무도 없고. 하지만 선배의 부름에 나도 꼭 달려가야 한다는 의무도 없어. 그리고 허튼 생각 하지 마. 딴 여자랑 연기 같은 거 한 적 없으니까. 나랑 함께 선배 집으로 갔던 그 여자는 내 약혼녀야.”“이젠 무사하니까 핸드폰 옆에 두고 갈게. 무슨 일 있으면 가족들한테 전화를 하든가 아니면 간호사나 의사 불러.”말을 마치고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병실을 떠났다. 그녀는 그가 단지 화가 났을 뿐, 조금 있으면 다시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가 자신을 이렇게 내버려둘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시간은 일분일초가 흘렀고 그는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그가 이번에 이렇게 화를 낼 줄은 몰랐다. 한편, 문지원은 밤에 기숙사에 가지 않고 일부러 출근 시간에 맞춰 낮에 찾아갔다.사람들이 그녀가 열쇠를 가지고 숙소 문을 여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한눈에 눈치챌 수 있으니까. 이내 동료들이 지석훈한테 문자를 보내왔다.[지 선생님, 언제 여자 친구가 생긴 거예요?][숙소에 오신 그 여자분 되게 괜찮아 보이던데요. 결혼은 언제쯤 하실 예정이에요?][지 선생님, 두 분 완전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이와 비슷한 문자가 수도 없이 쏟아졌다. 문지원에 저녁에 숙소로 갈 줄 알았지 이 시간에 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문지원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그의 마음을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