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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1화

배진호는 바로 자신의 앞으로 끼어든 청년의 어깨를 툭툭 쳤다.“저기요, 줄 서시죠.”그는 확고하면서도 예의를 지키는 어투로 말했다. 청년은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배진호의 말에 바로 짜증스럽게 고개를 돌렸다.“그쪽이랑 뭔 상관이에요. 쓸데없는 참견은 하지 말죠.”남자는 건달처럼 생겼다.권다솔은 배진호의 옷을 잡으며 고개를 저었다.“됐어요. 뭐하러 여기까지 와서 다른 사람이랑 싸우겠어요.”그러나 배진호가 말했다.“괜찮아요. 잘 지켜보고 있어요.”그는 청년의 앞으로 다가갔다. 권다솔은 다소 다급해졌다. 상황을 보면서 싸우기만 하면 바로 신고할 생각을 했다.여하간에 한눈에 봐도 젊은이들은 양아치 같았고 배진호가 그런 양아치들을 이길 수 있을 거란 확신은 없었다.젊은이는 자신의 앞으로 누군가 끼어들자 바로 고개를 들며 짜증스럽게 말했다.“뭐야, 대체...”말을 마치기도 전에 배진호의 예의가 있으면서도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말을 똑바로 해야 할 거예요.”배진호는 말을 하면서 손목과 목 관절을 돌리더니 그간 운동으로 다져진 불끈불끈한 팔 근육을 드러냈다. 한눈에 봐도 힘이 넘칠 것 같았다. 욕설을 내뱉으려던 젊은이는 순간 말을 삼키게 되었다.권다솔은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줄곧 배진호가 아주 허약한 직장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장에 가려진 몸이 저렇게나 다부졌을 줄은 몰랐다.‘한 번만 눌러보고 싶네.'그렇게 생각한 그녀는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 배진호가 마침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무슨 생각 해요?”권다솔은 바로 고개를 들며 감정을 갈무리하며 헛기침을 했다.“큼큼, 별건 아니에요. 그냥 배 비서님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권다솔의 보기 드문 칭찬에 배진호는 눈썹을 튕겼다. 이상하게도 기뻤지만 그는 기쁜 마음을 억누르고 최대한 담담하게 말했다.“됐어요. 얼른 들어가서 먹죠. 이따가 일도 해야 하니까요.”권다솔은 바로 자신의 머리를 콩 때리며 말했다.“아, 내 정신 좀 봐. 저희 얼른 들어가요.”두 사람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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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2화

그들은 권다솔을 위아래 훑어보았다. 예쁜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한 후 바로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그랬군요. 안녕하세요, 권다솔 씨.”“권다솔 씨는 젊은 나이에 벌써 여 대표님 비서가 되셨네요. 보기에도 대단하신 분 같네요.”남자들의 검은 속내가 가득한 말에도 권다솔은 아주 담담했다. 이런 말과 이런 눈빛을 이미 수도 없이 많이 들었었기에 무뎌졌기 때문이다.만약 매번 들을 때마다 발끈하면서 상대한다면 아마 제 명에 살다가 죽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배진호의 눈빛이 싸늘해졌다.“권다솔 씨가 대표님 비서로 된 건 순전히 실력이 있어서입니다. 권다솔 씨의 업무 처리 능력은 심지어 저보다 더 뛰어납니다. 대표님도 권다솔 씨를 인정하고 있고요.”권다솔은 바로 놀란 얼굴로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그녀는 배진호가 그녀의 편을 들어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심지어 그녀를 능력을 높이 치켜세워주고 있었다.그들은 배진호의 말을 듣자마자 바로 눈치를 챘다. 그중에서 나이가 제일 많은 사람이 웃으며 말했다.“배 비서님 말씀이 전부 맞습니다. 배 비서님도 이 아가씨가 엄청 마음에 드시나 봅니다.”싸늘해진 권다솔의 눈빛은 더는 숨길 수 없었다. 이런 무례한 사람들과 다툼을 벌이고 싶지 않았고 그들은 여전히 그녀에게 무례를 저지르고 있었다.배진호가 그녀의 편을 들어주었는데 가만히 있으면 그들은 당연히 그녀를 더 만만하게 여길 것이다.그녀는 고개를 들고 말했다.“다들 일과 상관없는 얘기를 하시는데, 뭐가 어찌 되었든 저는 오늘 대표님의 지시로 현장 조사하러 온 것입니다. 투자하는지, 이 공장의 물건을 납품받으려 하는 지가 더 중요하지 않겠어요?”이익과 연관된 말에 그들은 더는 무례한 말을 하지 않았다.그들은 갑자기 태도를 바꾸며 웃음을 지었다.“권다솔 씨 말씀이 맞으십니다. 대표님께서 저희를 선택하신 것에 절대 후회를 느끼지 않게 하겠습니다. 저희 공장에는 아주 완벽한...”그들은 설명하면서 권다솔과 배진호를 공장 안으로 안내했다. 공장 곳곳을 둘러보니 권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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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3화

배진호는 고개를 들고 말했다.“다들 뜻이 다른 것 같으니 이 협력은 여기서 끝마치는 거로 하죠. 저희도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공장의 책임자는 바로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붙잡았다.“잠시만요. 에이, 뭘 그렇게 성급하게 가세요. 혹시 저희가 제안한 금액이 적은 거라면 일단 가지 마시고 하루 쉬면서 대화를 나눠보시는 건 어떨까요? 여기까지 오시느라 많이 힘드셨을 거잖아요.”배진호가 거절하려던 순간 권다솔이 헛기침을 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본 후 다시 말을 바꾸었다.“그러죠. 오늘은 여기서 쉬다 가죠.”저녁이 되자 하늘이 어둠으로 깔렸다.배진호는 권다솔을 보며 말했다.“왜 굳이 남으려고 한 거죠?”그는 권다솔이 피곤해서 남으려고 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권다솔은 다소 사악한 눈빛을 지으며 말했다.“이 세상에서 어떤 장사꾼이든 두 손이 깨끗하다고 말할 수 없죠. 전 방금 이 공장에서 불법 행위를 발견했어요. 그래서 이따가 몰래 증거로 남겨둘 생각이에요. 만약 정말로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면 바로 신고해서 이 사람들을 처리하는 거죠.”말을 하면서 그녀는 다소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배진호가 물었다.“정말로 제대로 본 게 맞아요?”만약 정말이라면 그의 인맥으로 바로 이 사람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당연하죠. 그래서 제가 그딴 소리를 들어도 가만히 있었던 거예요. 한 번에 시원하게 복수하려고요.”두 사람은 한다면 하는 사람이었기에 바로 현장을 살펴보러 갔다. 두 사람이 흥미진진하게 현장을 살펴보고 있을 때 뒤에서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배 비서님과 권다솔 씨는 이 야밤에 잠도 안 자고 여기서 뭐 하시는 거죠?”익숙한 목소리에 배진호는 경직되었다. 이내 고개를 돌리자 손전등을 들고 있는 공장의 책임자가 서 있었다. 어두운 밤 아래 책임자의 얼굴은 더 서늘하게 느껴졌다.권다솔은 순간 무서움을 느끼며 배진호를 보았다. 배진호는 다소 그녀를 달래는 듯한 눈빛으로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냥 산책 좀 하고 있었어요. 이젠 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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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4화

배진호의 이마엔 식은땀이 흘렀다. 자신의 멍청함에 후회하고 있었다.두 사람은 앞만 보고 달렸다. 권다솔은 점점 체력이 떨어졌다. 비록 힘겹게 따라가고는 있었으나 숨 쉬는 소리가 거칠어진 것을 보아 이미 한계였다.그녀가 말했다.“배 비서님, 먼저 가세요. 전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배진호가 바로 대답했다.“안 돼요. 자, 얼른 업혀요.”권다솔은 순간 멍한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저었다.“아... 아니에요.”“얼른요. 계속 시간을 지체했다간 따라 잡힐 거예요.”그 말을 들은 권다솔은 더는 뜸을 들이지 않았다.그녀는 배진호의 목에 팔을 둘렀다.“저 무겁죠.”다소 양심의 가책을 느낀 그녀는 평소에 운동 좀 할 걸 생각하면서 후회했다. 이런 때에 배진호의 짐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부드러운 그녀의 몸이 배진호의 등에 닿았지만 현재 그는 다른 마음이 들지 않았다. 팔을 두어 번 올리며 자세를 고친 후 권다솔에게 말했다.“가벼워요. 너무 가벼워서 고양이를 업은 것 같네요. 전혀 무겁지 않아요.”배진호의 말에 권다솔은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그는 그녀를 힐끗 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만약에, 아주 만약에 여기서 함께 죽으면 순장이 될까요?”말은 뱉은 사람도, 들은 사람도 멍한 표정을 지었다. 배진호는 헛기침만 할 뿐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들 뒤로 들릴 듯 말 듯 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솔직히 그것도 괜찮은 것 같네요.”배진호는 순간 웃음이 터졌다.“걱정하지 마요. 분명 무사할 거니까요.”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걸음을 멈추었다. 앞쪽에서 몇 개의 돌이 벼랑 아래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추격자들은 거의 쫓아오고 있었고 앞은 벼랑이니 더는 도망칠 수가 없었다.벼랑은 그다지 높지 않아 보였다. 만약 여기서 뛰어내린다면 어쩌면 살길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들에게 잡힌다면 산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그렇게 생각하니 배진호는 고개를 들고 말했다.“권다솔 씨, 많이 무서워요?”그의 어투는 확고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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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5화

권다솔은 무의식적으로 배진호의 손을 꽉 잡았다가 지금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지 배진호를 천천히 내려놓고 주위를 둘러보았다.그녀는 주위에 있던 나뭇가지를 들고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다.“와. 오라고. 난 하나도 안 무서우니까.”배진호가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너무 자극하지 말아요.”뱀은 서늘한 눈을 번뜩이며 혀를 날름거리더니 확 다가왔다.“아악...”권다솔은 나뭇가지를 마구 휘두르며 눈을 질끈 감았다. 뱀은 그녀가 들고 있던 나뭇가지에 감겼고 바로 팔을 물고 사라져버렸다.그녀는 놀라 소리를 지른 후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팔에 난 이빨 구멍을 보며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본능적으로 다시 일어나려고 했으나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결국 눈물을 흘렸다.“배진호 씨, 저 여기서 죽게 되는 걸까요?”배진호는 그녀의 손을 꽉 잡아주었다.“걱정하지 말아요. 절대 죽지 않을 거니까. 일단 마음부터 추슬러요.”말을 하면서 그는 망설임 없이 입을 권다솔의 팔에 가져다 댔다. 권다솔은 일순 놀라 눈을 크게 떴다. 팔에서는 부드럽고 따듯한 그의 온기가 느껴졌다.그녀는 바로 입을 열었다.“배진호 씨, 괜찮아요. 이러실 필요 없어요. 이러면 배진호 씨 상태만 더 나빠질 거예요.”그러나 배진호는 아랑곳하지 않고 빨았고 이내 검은 핏물을 뱉어낸 후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안 돼요. 권다솔 씨는 제가 이곳까지 데리고 온 거니까 반드시 무사히 돌려보낼 거예요.”그 말을 들은 권다솔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배진호는 번지르르한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한 번 뱉은 말은 확실히 지키는 사람이었다.“배진호 씨, 저희 꼭 무사히 여기서 빠져나가요.”말하면서도 목이 메었고 눈가에 눈물도 맺혔다.배진호는 독을 빼낸 후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당연하죠. 우린 꼭 안전하게 빠져나갈 거예요.”그의 목소리에는 어떠한 초능력이 있는 것 같았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으니 권다솔은 이상하게도 마음이 안정되었기 때문이다.배진호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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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6화

배진호가 이렇게 긴말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평소 그는 사람들과 이렇게 긴 대화를 하는 걸 귀찮아했었다. “더 이상 울지 말아요. 우리가 지금 이렇게 무사히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운이 정말 좋다는 증명 아니겠어요?” 그는 말하며 얼굴에 미소를 지었고 권다솔의 기분이 좋아지게끔 애썼다. 권다솔은 소매로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배진호 씨 말이 맞아요.” 밤바람은 매우 차가웠다. 밖에서 찬 바람이 불어오자, 그녀는 추위에 몸을 움츠러들었다. 그녀의 모습을 본 배진호는 바로 다가갔다. 목을 두어 번 움찔거리더니 약간 쑥스러운 듯 말했다. “둘이 좀 더 가까이 있으면 아마 더 따뜻할 거예요.” 그의 말은 다소 모호했지만, 권다솔은 금방 그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졌고 몸은 아주 순순히 배진호 쪽으로 다가갔다. 배진호는 결국 남자였고 그것도 튼튼한 체격을 가진 남자였다. 그의 몸은 작은 난로처럼 뜨거웠고 권다솔은 순간적으로 안도감을 느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의 허리를 가볍게 감싸안았고 순간 배진호는 온몸이 경직되었다. 그녀가 이런 행동을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권다솔은 얼굴을 그의 어깨에 기댄 채 말했다. “배진호 씨를 만난 건 제 행운이에요.” 그 순간 두 사람 사이에는 뭔가 달라진 감정이 흐르는 듯했다. 배진호는 잠시 멍하니 있었다가 목이 메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권다솔 씨를 만난 것도 내 행운이에요.” 그 순간 숲속에서 시끄럽게 울어대던 매미 소리도 더 이상 거슬리게 느껴지지 않았다. 배진호는 말했다. “우리가 돌아가면 내가 꼭 제대로 쉬게 해줄게요.” 그 말을 들은 권다솔은 굳이 지금 찬물을 끼얹어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녀 또한 마음속으로는 약간의 기대를 품고 있었다. 여기까지 버텼으니, 내일 아침만 되면 길을 잘 찾아서 무사히 나갈 수 있겠지? “그때는 제가 살게요. 절대 저랑 뺏지 마세요.” 권다솔이 말했다. “좋아요.” 배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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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7화

밖으로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연못을 발견한 권다솔은 순간 마음속에서 기쁨이 벅차오르며 마음이 놓였다. 그녀는 나무를 찾아 배진호를 기대게 했다. 그녀는 치마 끝을 찢어 천 조각을 만든 후 물에 적셔 배진호의 몸을 닦아주었다. 그녀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배진호 씨, 제발 괜찮아지셔야 해요. 돌아가면, 돌아가면 무슨 말씀을 하시든 다 들어드릴게요.” 그녀는 배진호가 지금 정신이 혼미해진 상태라 아마 자신의 말을 듣지 못할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배진호는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꽉 잡으며 뜨거운 눈빛으로 말했다. “지금 한 말 다 진심이에요?” 권다솔은 깜짝 놀랐다. 만약 배진호의 몸이 계속 뜨겁지 않았다면 열이 나는 척 일부러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녀는 얼굴이 빨개져서 말했다. “저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얼른 놔 주세요.” 하지만 배진호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안 되죠. 저 다 들었어요.” 권다솔은 고개를 숙이고 못 마땅해하며 그를 밀었다. “일부러 열 나는 척하는 거 아니에요?” 그 말을 듣자 배진호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권다솔의 손을 잡아 자기 가슴에 대며 말했다. “자, 내가 거짓말을 한 건지 아닌지 직접 만져봐요.” 뜨거운 체온에 권다솔은 순간 더 이상 장난칠 마음이 사라졌다. 그녀는 이마를 찡그리며 말했다. “지금 이런 상태로는 안 돼요. 제가 데리고 나갈게요.” 그렇게 그녀는 배진호를 끌고 앞으로 걸어갔다. 그때 갑자기 권다솔의 발걸음이 멈췄고 눈에는 기쁨의 빛이 스쳤다. 그녀는 사냥개를 데리고 사냥을 나온 중년 남자를 보았다. 그녀는 급히 다가가 말했다. “안녕하세요, 혹시 이 근처에 사는 주민이신가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급한 기색이 섞여 있었다. 그러자 그 아저씨는 그녀를 한 번 쳐다보며 말했다. “무슨 일이죠?” 권다솔은 바로 대답했다. “이건 제 친구인데 저희가 이곳에 놀러 왔다가 길을 잃었어요. 지금 열이 많이 나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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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8화

혹시 그녀에게 딴마음이 있는 건 아닐까? 그 가능성이 떠오르자, 그녀는 순간 긴장하며 마음속으로 경계했다. 지금 상황을 생각하면 그녀는 아마 이 사냥꾼 아저씨에게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배진호가 아픈 상황이라 그를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었다.사냥꾼 아저씨는 마치 그녀의 속을 꿰뚫어 본 듯이 말했다.“난 당신한테 아무 감정도 없어요. 난 깡마른 사람보다 좀 더 성숙하고 매력 있는 여자가 좋아요.”자신의 속마음을 들킨 권다솔은 순간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 말은 마치 자신이 피해망상에 빠져있고 자아도취라도 된 것처럼 들렸다.“밤새 저 사람 돌봤으니, 아마 내일쯤이면 열도 내릴 겁니다. 그때 제가 두 분을 배웅해 드릴게요. 감사 인사는 필요 없어요. 나중에 시간 되면 좋은 술 두 병만 가져다주면 돼요.”그 말을 들은 권다솔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 마침, 우리 집에 괜찮은 술이 좀 있어요. 그때 꼭 맛보세요.”사냥꾼 아저씨는 술 얘기기 나오자 갑자기 말이 많아지며 웃었다.“보니까 부자 집안이신 것 같네요. 집안에 귀한 술일 텐데 맛이 분명 좋을 것 같네요.”권다솔도 웃으며 대답했다. “절대 실망하게 하지 않을 거예요.”“알겠어요. 그럼 저는 먹을 것 좀 준비할게요.” 말을 끝내고 그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권다솔은 방으로 들어가서 배진호를 살폈다. 그녀는 손을 내밀어 배진호의 이마를 만져보았다. 배진호가 젊고 건강한 탓인지, 아니면 사냥꾼 아저씨가 준 해열제가 효과가 있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배진호의 몸은 벌써 정상으로 회복되었고 이마의 온도도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권다솔은 마음속으로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안도했다. 지금 상황을 보니 내일이면 배진호는 완전히 회복될 것 같았다. 그녀는 일어나 물을 가져오려고 하던 중, 갑자기 손목이 잡혔다. 배진호가 언제 눈을 뜬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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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9화

“고마워요.”갑자기 권다솔의 귀에 배진호의 따뜻하고 진심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그와 동시에 배진호의 깊고 짙은 눈동자가 권다솔을 바라보고 있었다.권다솔은 그 순간, 그가 얼마나 진지한지 느낄 수 있었다.“그렇게 정중하게 굴지 않으셔도 돼요. 배진호 씨도 저를 도와주셨어요. 우리 빨리 상처부터 회복해서 여기서 나가요. 조금 있다가 아저씨한테 핸드폰 빌릴 수 있는지 물어볼까요?”권다솔은 이 산속에서 배진호와 보낸 시간이 충분히 길었다고 생각했다.공장 쪽은 복수심을 품고 있을 것이고, “살아서든 죽어서든 반드시 찾아야 한다.”라는 태도로 그들을 절대 놓아주지 않을 게 분명했다.“그래요. 조금 있다가 내가 얘기해 볼게요.”이 아저씨는 그들을 구해주긴 했지만, 배진호가 핸드폰을 빌려 달라고 부탁했을 때 아저씨는 단호히 거절했다.“나야 늘 산에서 사냥하며 사는데, 핸드폰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죠.”아저씨의 집은 작은 방 하나였지만 있을 건 다 있었다.그런데 핸드폰이 없다니 배진호는 믿기지 않았다.하지만 아저씨 주변에는 정말로 통신할 수 있는 도구가 아무것도 없었다.그래서 배진호는 제안했다.“그럼, 아저씨. 저희를 시장까지 데려다주실 수 있을까요? 거기서 돈을 내고 구조 전화를 할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연락이 닿으면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아저씨는 핸드폰은 없었지만, 그의 옷차림이 절대 간단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좋아요. 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어요.”배진호가 더 생각할 틈도 없이, 아저씨가 먼저 조건을 내걸었다.배진호는 바로 동의하지 않고 물었다.“아저씨, 어떤 조건인가요?”아저씨는 배진호와 권다솔을 번갈아 가며 쓱 훑어보더니 말했다.“내가 그쪽들을 구했지만, 그쪽들은 둘 중 한 명만 떠날 수 있어요.”배진호와 권다솔은 서로를 바라보며 얼굴이 즉시 굳어졌다.둘 중 한 명만 떠날 수 있다니. 누구를 보낸다고 해도 좋을 리 없었다.게다가 아저씨는 지금까지 괜찮았다가 갑자기 다른 사람처럼 변했다. 혹시, 배진호는 순간 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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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0화

“그래도 자신을 조금은 아는군요.”권다솔은 입가에 미소를 더욱 깊게 지었다.배진호는 그 모습을 보며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권다솔은 웃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그녀의 정신력이 아주 강한 사람이었다.배진호는 살짝 미간을 찡그리며 물었다.“분명 의식이 했으면서 전혀 두려워하지 않네요, 당신은.”“우리가 아직도 얼굴 찡그리면서 울상을 지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솔직히 말하면, 우리가 진짜 죽게 된다면 어쩔 수 없는 거죠. 이건 운명이고, 하늘이 우리를 같이 죽게 만든 거라면 우리가 안 된다고 할 수 있겠어요?”배진호가 말을 끝내기 전에 권다솔은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권다솔의 웃는 모습은 고난 속에서 즐기려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배진호는 매우 미안해하며 말했다.“당신을 데리고 출장을 왔는데, 이렇게 일이 생길 줄은 몰랐어요.”예전에는 권다솔에 대해 의심이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일을 함께 겪고 나니 권다솔이 어떤 사람인지 이제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권다솔의 인품이 좋지 않았다면, 이미 그를 내버려두고 떠났을 것이다. 그러나 권다솔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만큼 권다솔이 좋은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만약 미안하시다면, 우리가 이곳을 떠날 수 있을 때 제에 대한 의심을 내려놓는 건 어떠세요? 저는 저 자신을 단련하고 싶어요. 게다가 이렇게 큰 여진 그룹에서 제가 무언가를 한다고 하면 여이현 대표님이 저를 그냥 두겠어요?”몇 년 전, 여이현은 이미 경성에서 명성이 자자한 인물이었다. 게다가 시간이 흐른 지금, 여이현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하였다.“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는 반드시 이곳을 떠날 수 있을 거예요. 대표님께서 우리를 꼭 찾을 거예요.” 비록 지금 여이현은 온전히 온지유와 별이에게 정신이 쏠려 있지만, 그래도! 여진 그룹에서 많은 일은 그가 맡아서 하고 있었다.중요한 순간에 여이현이 그를 찾지 못하면 분명 그를 찾을 거고, 그렇게 되면 배진호와 권다솔이 일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그랬으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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