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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3화

작가: 류한나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2-07 19:00:00
배진호는 고개를 들고 말했다.

“다들 뜻이 다른 것 같으니 이 협력은 여기서 끝마치는 거로 하죠. 저희도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공장의 책임자는 바로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붙잡았다.

“잠시만요. 에이, 뭘 그렇게 성급하게 가세요. 혹시 저희가 제안한 금액이 적은 거라면 일단 가지 마시고 하루 쉬면서 대화를 나눠보시는 건 어떨까요? 여기까지 오시느라 많이 힘드셨을 거잖아요.”

배진호가 거절하려던 순간 권다솔이 헛기침을 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본 후 다시 말을 바꾸었다.

“그러죠. 오늘은 여기서 쉬다 가죠.”

저녁이 되자 하늘이 어둠으로 깔렸다.

배진호는 권다솔을 보며 말했다.

“왜 굳이 남으려고 한 거죠?”

그는 권다솔이 피곤해서 남으려고 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권다솔은 다소 사악한 눈빛을 지으며 말했다.

“이 세상에서 어떤 장사꾼이든 두 손이 깨끗하다고 말할 수 없죠. 전 방금 이 공장에서 불법 행위를 발견했어요. 그래서 이따가 몰래 증거로 남겨둘 생각이에요. 만약 정말로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면 바로 신고해서 이 사람들을 처리하는 거죠.”

말을 하면서 그녀는 다소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배진호가 물었다.

“정말로 제대로 본 게 맞아요?”

만약 정말이라면 그의 인맥으로 바로 이 사람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

“당연하죠. 그래서 제가 그딴 소리를 들어도 가만히 있었던 거예요. 한 번에 시원하게 복수하려고요.”

두 사람은 한다면 하는 사람이었기에 바로 현장을 살펴보러 갔다. 두 사람이 흥미진진하게 현장을 살펴보고 있을 때 뒤에서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배 비서님과 권다솔 씨는 이 야밤에 잠도 안 자고 여기서 뭐 하시는 거죠?”

익숙한 목소리에 배진호는 경직되었다. 이내 고개를 돌리자 손전등을 들고 있는 공장의 책임자가 서 있었다. 어두운 밤 아래 책임자의 얼굴은 더 서늘하게 느껴졌다.

권다솔은 순간 무서움을 느끼며 배진호를 보았다. 배진호는 다소 그녀를 달래는 듯한 눈빛으로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산책 좀 하고 있었어요. 이젠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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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다솔은 무의식적으로 배진호의 손을 꽉 잡았다가 지금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지 배진호를 천천히 내려놓고 주위를 둘러보았다.그녀는 주위에 있던 나뭇가지를 들고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다.“와. 오라고. 난 하나도 안 무서우니까.”배진호가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너무 자극하지 말아요.”뱀은 서늘한 눈을 번뜩이며 혀를 날름거리더니 확 다가왔다.“아악...”권다솔은 나뭇가지를 마구 휘두르며 눈을 질끈 감았다. 뱀은 그녀가 들고 있던 나뭇가지에 감겼고 바로 팔을 물고 사라져버렸다.그녀는 놀라 소리를 지른 후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팔에 난 이빨 구멍을 보며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본능적으로 다시 일어나려고 했으나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결국 눈물을 흘렸다.“배진호 씨, 저 여기서 죽게 되는 걸까요?”배진호는 그녀의 손을 꽉 잡아주었다.“걱정하지 말아요. 절대 죽지 않을 거니까. 일단 마음부터 추슬러요.”말을 하면서 그는 망설임 없이 입을 권다솔의 팔에 가져다 댔다. 권다솔은 일순 놀라 눈을 크게 떴다. 팔에서는 부드럽고 따듯한 그의 온기가 느껴졌다.그녀는 바로 입을 열었다.“배진호 씨, 괜찮아요. 이러실 필요 없어요. 이러면 배진호 씨 상태만 더 나빠질 거예요.”그러나 배진호는 아랑곳하지 않고 빨았고 이내 검은 핏물을 뱉어낸 후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안 돼요. 권다솔 씨는 제가 이곳까지 데리고 온 거니까 반드시 무사히 돌려보낼 거예요.”그 말을 들은 권다솔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배진호는 번지르르한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한 번 뱉은 말은 확실히 지키는 사람이었다.“배진호 씨, 저희 꼭 무사히 여기서 빠져나가요.”말하면서도 목이 메었고 눈가에 눈물도 맺혔다.배진호는 독을 빼낸 후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당연하죠. 우린 꼭 안전하게 빠져나갈 거예요.”그의 목소리에는 어떠한 초능력이 있는 것 같았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으니 권다솔은 이상하게도 마음이 안정되었기 때문이다.배진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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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진호가 이렇게 긴말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평소 그는 사람들과 이렇게 긴 대화를 하는 걸 귀찮아했었다. “더 이상 울지 말아요. 우리가 지금 이렇게 무사히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운이 정말 좋다는 증명 아니겠어요?” 그는 말하며 얼굴에 미소를 지었고 권다솔의 기분이 좋아지게끔 애썼다. 권다솔은 소매로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배진호 씨 말이 맞아요.” 밤바람은 매우 차가웠다. 밖에서 찬 바람이 불어오자, 그녀는 추위에 몸을 움츠러들었다. 그녀의 모습을 본 배진호는 바로 다가갔다. 목을 두어 번 움찔거리더니 약간 쑥스러운 듯 말했다. “둘이 좀 더 가까이 있으면 아마 더 따뜻할 거예요.” 그의 말은 다소 모호했지만, 권다솔은 금방 그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졌고 몸은 아주 순순히 배진호 쪽으로 다가갔다. 배진호는 결국 남자였고 그것도 튼튼한 체격을 가진 남자였다. 그의 몸은 작은 난로처럼 뜨거웠고 권다솔은 순간적으로 안도감을 느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의 허리를 가볍게 감싸안았고 순간 배진호는 온몸이 경직되었다. 그녀가 이런 행동을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권다솔은 얼굴을 그의 어깨에 기댄 채 말했다. “배진호 씨를 만난 건 제 행운이에요.” 그 순간 두 사람 사이에는 뭔가 달라진 감정이 흐르는 듯했다. 배진호는 잠시 멍하니 있었다가 목이 메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권다솔 씨를 만난 것도 내 행운이에요.” 그 순간 숲속에서 시끄럽게 울어대던 매미 소리도 더 이상 거슬리게 느껴지지 않았다. 배진호는 말했다. “우리가 돌아가면 내가 꼭 제대로 쉬게 해줄게요.” 그 말을 들은 권다솔은 굳이 지금 찬물을 끼얹어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녀 또한 마음속으로는 약간의 기대를 품고 있었다. 여기까지 버텼으니, 내일 아침만 되면 길을 잘 찾아서 무사히 나갈 수 있겠지? “그때는 제가 살게요. 절대 저랑 뺏지 마세요.” 권다솔이 말했다. “좋아요.” 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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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밖으로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연못을 발견한 권다솔은 순간 마음속에서 기쁨이 벅차오르며 마음이 놓였다. 그녀는 나무를 찾아 배진호를 기대게 했다. 그녀는 치마 끝을 찢어 천 조각을 만든 후 물에 적셔 배진호의 몸을 닦아주었다. 그녀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배진호 씨, 제발 괜찮아지셔야 해요. 돌아가면, 돌아가면 무슨 말씀을 하시든 다 들어드릴게요.” 그녀는 배진호가 지금 정신이 혼미해진 상태라 아마 자신의 말을 듣지 못할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배진호는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꽉 잡으며 뜨거운 눈빛으로 말했다. “지금 한 말 다 진심이에요?” 권다솔은 깜짝 놀랐다. 만약 배진호의 몸이 계속 뜨겁지 않았다면 열이 나는 척 일부러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녀는 얼굴이 빨개져서 말했다. “저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얼른 놔 주세요.” 하지만 배진호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안 되죠. 저 다 들었어요.” 권다솔은 고개를 숙이고 못 마땅해하며 그를 밀었다. “일부러 열 나는 척하는 거 아니에요?” 그 말을 듣자 배진호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권다솔의 손을 잡아 자기 가슴에 대며 말했다. “자, 내가 거짓말을 한 건지 아닌지 직접 만져봐요.” 뜨거운 체온에 권다솔은 순간 더 이상 장난칠 마음이 사라졌다. 그녀는 이마를 찡그리며 말했다. “지금 이런 상태로는 안 돼요. 제가 데리고 나갈게요.” 그렇게 그녀는 배진호를 끌고 앞으로 걸어갔다. 그때 갑자기 권다솔의 발걸음이 멈췄고 눈에는 기쁨의 빛이 스쳤다. 그녀는 사냥개를 데리고 사냥을 나온 중년 남자를 보았다. 그녀는 급히 다가가 말했다. “안녕하세요, 혹시 이 근처에 사는 주민이신가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급한 기색이 섞여 있었다. 그러자 그 아저씨는 그녀를 한 번 쳐다보며 말했다. “무슨 일이죠?” 권다솔은 바로 대답했다. “이건 제 친구인데 저희가 이곳에 놀러 왔다가 길을 잃었어요. 지금 열이 많이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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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병이 박살 나며 바닥이 깨진 조각들로 가득 찼다.여자는 눈앞의 상황에 깜짝 놀라 화들짝 일어섰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배진호를 쳐다보는 그녀의 심장은 놀라서 요동쳤다."당신 지금 뭐 하는 거야?""비키라고 했잖아."배진호는 마침내 그녀를 바라보았다.그의 눈빛엔 감정이 전혀 없었다. 욕망은커녕 오히려 혐오감만 가득 차 있었다.그 순간, 여자는 철저히 무너지는 기분을 느꼈다.‘내가 그렇게 형편없나?’제 발로 찾아온 여자도 거부할 뿐만 아니라 맥주병까지 깨버리다니."알았어. 가면 되잖아. 설마 내가 당신 아니면 안 될 줄 알아?"그녀도 자존심에 화가 났다.체면을 세우고 싶었던 그녀는 독설을 날렸다."당신 같은 사람 나 말고 누가 좋아한다고 그래? 사람들한테 방해받기 싫으면 여기엔 왜 온 건데?"클럽은 남녀가 자유롭게 어울리는 곳 아닌가?자기가 순진한 남자라도 되는 줄 아는가?배진호는 그녀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주변이 조용해진 뒤, 그는 다시 자리에 앉아 조용히 술잔을 들었다.만약 권다솔이 여기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일 뿐이라는 것을.그가 술잔을 집으려 고개를 숙인 순간, 남태건이 그의 옆을 지나 안쪽 자리로 향했다.권다솔이 그곳에 앉아 있었다.그녀는 자신이 쫓아낸 남자들이 몇 명인지 셀 수도 없었다. 몇몇은 버티며 소란을 피우려 했지만 그녀의 손에 든 맥주병은 그들을 봐주지 않았다.머리를 맞을 뻔한 남자들은 당연히 더 이상 그녀를 귀찮게 하지 못했다.하지만 그들 역시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틈틈이 이쪽을 힐끔거리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그때 남태건이 다가왔다.그는 권다솔의 손에 있던 술병을 순식간에 낚아챘다.“다솔아,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밤늦게 집에 안 들어가고 왜 여기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어?”“이건 내 일이에요. 당신이랑은 아무 상관 없어요.”권다솔은 그의 말을 듣고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권다솔은 방금 뺏긴 술병 대신 새로운 술병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63화

    클럽에는 예쁜 여자들이 많았지만 권다솔 같은 분위기의 사람은 얼마 보이지 않았다.권다솔이 들어서자마자 한 남자가 술잔을 들고 와서 말을 걸었다.“저희 이미 자리 잡았는데 오실래요? 스페이드 에이스도 깠어요. 마시러 와요.”“저 사람 따라가실 거면 그만두고 이쪽으로 오세요. 전 이 클럽 회원이에요. 마시고 싶은 술이 있으면 아무거나 불러요.”하지만 권다솔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그들을 밀어냈다.“비켜주세요.”권다솔은 곧장 카운터로 걸어가서 테이블 석과 맥주를 한 박스 주문했다.그녀는 혼자서 자리에 앉아 기계식으로 맥주를 열고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곧 테이블 위에는 빈 맥주병들이 줄을 지었다.알콜로 정신을 마비시키고 싶었지만 이렇게 많은 술을 마셔도 머리는 점점 맑아지기만 했다.머릿속에는 심지어 배진호의 모습이 그려지기까지 했다.같이 일을 하던 장면들, 행복한 연애를 하던 장면들, 많은 조각들이 모여져 무릎을 꿇고 프러포즈를 하는 배진호의 모습으로 변했다.한때 그녀는 자신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인 것 같았다. 크면서 한 번도 억울함을 겪은 적 없었고 일도 순조로웠다. 배진호라는 사랑하는 남자도 만났고 말이다.하지만 지금은 그저 광대가 돼버린듯한 기분이었다.“웨이터.”권다솔은 빈 술병을 한쪽에 치워두고 휘청거리며 일어섰다.“소주 몇 병 추가해 주세요.”맥주로는 아무리 마셔도 도저히 취하지 않았다.소주라도 더 마셔야 할 것 같았다.취하고 나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더 이상 슬프지도 않을 것이다.머지않은 곳 다른 테이블 석에서 배진호도 한잔 또 한잔 술을 입안에 들이붓고 있었다.잘 생기고 분위기 있는 그의 모습에 고급스러운 옷차림, 게다가 주변에는 다른 여자도 없었다.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바에 있는 여자들의 이목을 끌었다.곧 노출이 심한 복장을 항 여자 한 명이 그의 곁에 와서 앉으며 배진호의 허리를 두 손으로 감쌌다.“오빠, 혼자 왔어? 혼자 마셔도 재미없는데 나랑 게임 할까? 진 사람이 옷 하나씩 벗기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62화

    설마 특수한 취향이라도 있어서 다른 사람의 욕을 듣는 걸 좋아하기라도 하는 건가?“진호 오빠...”석규리는 배진호가 떠나는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그녀는 따라가지 않고 자리에서 묵묵히 일어나기만 했다.배진호가 보여준 혐오는 거짓이 아니었다. 석규리도 바보는 아니니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정미진이 약속한 물건은 너무나도 달콤했다.둘이 결혼을 해서 아이를 갖기만 하면 집안의 모든 것은 아이의 것이 되고 회사도 수중에 들어올 수 있다.여이현도 배진호를 가족처럼 대해주니 그 인맥을 이용해 배진호의 회사는 앞으로도 승승장구할 테다. 지금 이 대우만 참아내기만 하면 그녀를 기다리는 건 호화로운 부잣집 며느리 생활이었다.남편이 잘 대해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시부모의 사랑을 받고 있으니 무서울 게 없었다. 아이의 얼굴을 봐서라도 배진호는 독하게 굴지 않을 것이다. 배진호는 좋은 남자였다. 그를 따내기만 하면 그 뒤에는 달콤한 미래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석규리는 치밀하게 계산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여기서 포기할 수는 더더욱 없었다....권다솔 쪽.그녀는 단걸음에 자신의 방으로 달려와 방문을 잠갔다. 창밖의 풍경을 보며 눈물은 하염없이 흘러내렸다.그녀는 자신에게 한번, 또 한 번 배진호 따위를 위해 눈물을 흘려서는 안된다고 되새김했지만 감정이라는 건 사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었다.“똑똑똑.”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버지가 따라온 것일 테다.권다솔은 마음을 가다듬고 문을 열었다. 하지만 문밖에는 아버지가 아닌 남태건이 서 있었다.“다솔아, 괜찮아? 나도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진호 씨와 여자분이 하도 너무 심한 말을 하길래. 입 밖에 오빠, 오빠라며 얼마나 시끄럽게 구는지. 아버지의 성격도 잘 알잖아. 그렇게 너를 사랑하시는데 얼마나 화가 나셨겠어.”남태건은 한숨을 내쉬었다.“네가 많이 속상할거라는건 잘 알고 있어. 뭔가 있으면 나한테 말해. 말하고 나면 좋아질 거야.”“졸려요. 전 그냥 빨리 자고 싶어요.”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61화

    “다솔 씨, 우리 꼭 이런 결말로 끝을 보아야겠어요?”배진호는 차갑게 식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그의 마음도 덩달아 식어가기 시작했다.이 순간 배진호는 과거의 추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권다솔이 그를 바라보던 눈빛에는 사랑이 가득했었다. 그녀의 시선은 마치 정오의 햇빛처럼 따뜻했다.지금은 모든 것이 바뀌어버렸다.권다솔은 그를 비웃으며 말했다.“여기까지 온건 다 당신 탓이 아닌가요? 진호 씨, 선택은 당신이 했으면서 이제 와서 후회를 하는건 재미가 없어요. 성인인데 자신이 한 결정에는 책임을 져야지 않겠어요?”그가 어머니의 말을 듣기로 하고 석규리와 함께 이 자리에 나타난 순간부터 둘 사이에는 일말의 가능성도 남지 않았다.권다솔은 이 모든 것을 용서해 줄 수 있을 만큼 대인배가 아니었다. 남편이 밖에서 여동생을 만들어 오는 것도, 시어머니가 시시각각 남편에게 바람 상대를 소개해 주는 것도 참을 수 없다.그래도 좋다는 사람이 그와 함께 살면 된다. 어쨌든 권다솔은 사서 고생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다솔 씨, 제가 선택한 사람은 당신이에요. 인터넷 여론도 사람을 시켜서 해결하도록 했어요. 어머니 쪽도 제가 잘 처리할 수 있어요. 우리 좋았던 때로 다시 돌아가면 안 돼요?”배진호는 끊임없이 그녀를 설득하려 했다.권다솔은 손을 뻗어 옆의 나무에서 나뭇가지를 꺾어 왔다.그리고 그 나뭇가지를 배진호의 손에 쥐여주었다.“이 가지를 다시 이어 붙일 수 있어요? 안 되겠죠. 엎지른 물은 다시 주어 담을 수 없어요. 저희 사이는 완전히 끝났으니까 이만 애인을 데리고 돌아가세요.”권다솔은 이미 이 모든 것에 질려버렸다.사랑이며 혼인이며 결국은 다 헛된 것뿐이다. 다시는 남자와 엮이고 싶지 않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배진호는 그래도 권다솔을 쫓아가고 싶었으나 석규리가 그의 팔을 잡아끌며 온몸의 힘으로 멈춰 세웠다.“진호 오빠, 제발 가지 말아요. 오빠가 이렇게까지 맞았는데 또 모욕을 받게 내버려둘 수 없어요!”그러나 배진호는 힘껏 그녀의 팔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60화

    “비켜, 방해하지 말고! 석규리 너 내 손에 죽고 싶은 거야?”배진호는 두 눈을 붉히며 말했다.그는 권용민과 대화를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그런데 어째서 상관없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그의 앞에 나타나서 방해를 해오는 걸까.“진호 씨, 절 죽이고 싶다면 그대로 목을 졸라 죽이세요. 전 상관없어요.”석규리는 턱을 들고 가녀린 목을 배진호 앞에 드러냈다.한 가닥의 투명한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 내려왔다.그녀는 배진호가 아무리 화가 나도 여성에게 손을 대는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모두가 보고 있는 곳에서 그녀는 목 졸라 죽일 리도 없다고 믿고 있었다.모든 일에는 리스크가 따르는 법이다. 이번 일로 정말 그의 노여움을 사게 된다 하더라도 권다솔의 집안의 마음을 완전히 돌려버릴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이었다.권용민은 두 사람이 일부러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여겼다.이곳은 그의 집이다. 드라마 촬영현장이 아니다.차오르는 화를 못 이겨 권용민은 다시 한번 배진호를 향해 발길을 날렸다.“양심의 가책은 무슨!”“아저씨, 때리려면 저를 때리세요! 진호 오빠를 때리지 말아 주세요!”석규리는 급히 배진호의 앞을 막아섰다.권다솔은 메시지를 받고 달려 온 순간 이 광경을 보게 되었다.석규리는 배진호의 앞에 막아선 것도 모자라 권용민을 손으로 밀어내기까지 했다.아버지가 비틀거리는 것을 본 권다솔은 재빨리 달려가서 그를 부축하려 했다.하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 초인이 아닌 이상 그렇게 빨리 도착할수 없었다. 그저 눈앞에서 아버지가 넘어지는 것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다행히 곁에 남태건이 있었기에 권용민은 바닥에 넘어지지 않았다.권다솔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그는 남태건의 손에서 아버지의 손을 전해받고 그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배진호를 보는 권다솔의 눈에는 실망이 가득했다.“가세요. 전 이제 당신 얼굴 보고 싶지 않아요.”“당신 아버지라는 사람이 진호 오빠를 때려서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데 그러고 돌아갈 생각이에요?”석규리는 쉽게 돌아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59화

    “당연히 아니에요. 우리 사이에는 아무 관계도 없어요.”배진호는 급히 해명했다.하지만 석규리의 눈에서는 눈물이 더 쏟아졌다. 그녀는 먼저 배진호를 한번 바라보고 억울한 듯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마치 큰 결심을 한 것처럼 말했다.“저는 진호 씨를 단순히 오빠로만 생각해요. 우리 둘은 남매처럼 지내는 사이입니다. 그러니 제발 저희 관계를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그리고 그런 말씀도 하지 말아 주셨으면 해요.”이 말은 권용민의 분노를 건드리기에 충분했다.그는 멍청하지 않았다. 석규리의 표정만 보아도 이 두 사람 사이가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그런데 무슨 남매 같은 사이라니.“오빠 동생은 무슨. 이혼도 했겠다 집에 가서 실컷 마음껏 해 봐라. 왜 여기서 연극을 하면서 날 역겹게 만드냐!”권용민은 분노에 차서 배진호의 옷깃을 놓고 손을 털어냈다.그는 자신의 딸이 이런 남자에게 소중한 시간을 낭비한 것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아니에요! 우리 사이엔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요. 진호 오빠, 빨리 말 좀 해 봐요! 오빠가 형수님이랑 이혼한 건 저 때문이 아니잖아요!”석규리는 서둘러 배진호의 옆으로 다가섰다.그녀는 손을 뻗어 배진호의 손을 잡으려 하며 연약한 척 그의 쪽으로 기댔다.남태건은 이 장면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사진을 찍어 권다솔에게 보내고 메시지를 덧붙였다.배진호는 석규리를 거칠게 밀어내며 혐오감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꺼져!”그는 어머니가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이유로 석규리를 양녀로 받아들이는 것을 묵인했지만 그것이 자신과 석규리의 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석규리가 계속해서 배진호의 앞에 나타나 관심을 끌려는 행동에 그는 진절머리가 났다. 심지어 이런 상황에서도 말이다.석규리는 남태건과 비등할 정도로 성가셨다. 둘이야말로 천생연분이니 그와 권다솔 사이를 방해하지 말고 같이 살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배진호는 생각했다.권용민은 배진호의 태도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눈에서 보이는 혐오는 거짓으로 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58화

    딸이 결혼 생활 동안 겪은 고통은 얼마나 컸을까!게다가 인터넷에 퍼진 여론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아무 이유 없이 권다솔을 욕하고 악독한 말들로 그녀를 공격했다.이 모든 것을 떠올린 권용민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결국 그는 더는 참지 못하고 분노에 찬 주먹을 휘둘렀다.배진호의 몸에 주먹이 연달아 날아들었다.“아버님, 남태건은 비열한 사람입니다. 남태건의 말을 믿으시면 안 됩니다. 저는 다솔 씨를 때린 적도 없고, 욕하거나 모함하려 한 적도 없어요.”배진호는 권용민에게 손을 대고 싶지 않아 반격하지 않고 계속 몸을 피하며 말했다.하지만 권용민은 이미 분노에 휩싸여 있어 어떤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그는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을 믿으며 말했다.“콩 심은 데서 콩 난다는데 당신 어머니도 좋은 사람이 아니었잖아. 매일 우리 딸을 괴롭힐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당신이라고 뭐가 다르겠어?”배진호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굳어 있었다.그 역시 남자로서 권용민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만약 상처받은 사람이 자신의 딸이었다면 자신도 다른 사람의 해명을 듣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그는 권다솔을 상처 입히고 싶지 않았지만 어머니가 그녀를 깊이 아프게 한 건 사실이었다.그리고 혈연관계는 쉽게 끊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그가 어머니와 다르다는 걸 아무리 말해도 사람들이 그의 말을 믿어 줄까?“이렇게 찾아와서 변명하는 건 무슨 뜻인데? 다솔이 부모님에게 미움받기 싫어서 그러는 거 아니야? 그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회사에 피해 갈까 봐 말이지.”남태건은 이 틈을 이용해 발길질을 더 했다.남태건의 발길은 거칠었다. 특히 한 번은 배진호의 허리를 강하게 찼다. 배진호가 권다솔과 부부였다는 사실, 그들이 모든 친밀한 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이 남태건의 분노를 극도로 자극했다.권다솔은 그의 것이다. 영원히!“네가 우리 딸을 진심으로 대하고 처음에 나와 한 약속을 지켰다면 우리도 널 도와줬을 거다. 내가 소중한 딸을 고생하게 놔두겠냐? 그런데 약속은커녕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57화

    밖으로 가는 도중 남태건은 권용민을 진정시키는 척 불 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말만 계속했다.문 앞에 도착한 그들은 마침 배진호와 마주쳤다.“무슨 담으로 여기에 온 거냐! 딸을 그렇게 해코지해놓고 지금 와서 또 무슨 짓을 벌이려고?”권용민은 소매를 걷고 주먹을 꽉 쥐었다.쭉 신사적인 태도로 살아왔던 그는 말로 처리할 수 있는 일에는 절대 손을 올리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의 그는 딸을 위해 배진호의 얼굴에 한 방 날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아버님, 죄송합니다. 제가 다솔 씨를 지키지 못한 탓입니다. 제가...”배진호는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태건이 그의 말을 끊었다.그는 진실이 밝혀질까 봐 불안해 급히 배진호를 쫓아내려 했다.“두 분은 이미 이혼하셨지 않나요. 지금 이곳에 있을 자격은 없다고 봅니다만. 당장 여기서 떠나세요, 될수록 멀리요. 이미 다솔이를 죽을 만큼 괴롭게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부모님들도 편치 않게 만들 작정인가요!”“태건 씨, 사람을 모함하는 데에도 정도가 있습니다!”배진호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둘은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원수처럼 누구도 물러서지 않으려 했다.남태건은 인품에 문제가 있었다. 그가 한 짓들은 비겁하다는 단어 외에 묘사할 방법이 없었다.하지만 남태건은 그런 짓들을 벌이고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는 비웃음이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진호 씨는 이미 내기에서 졌어요. 당장 다솔이 곁에서 떨어져서 다시는 접근하지 마세요. 뒤에서 꼼수를 부릴 생각은 꿈도 꾸지 말고요.”배진호는 인터넷의 여론을 떠올렸다.다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권용민의 모습을 보고 그는 이해를 할 수 없었다.권용민은 분명 이 모든 것이 배진호가 벌인 짓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하지만 배진호가 권다솔을 해칠 리가 있는가?“아버님, 인터넷의 그...”“퍽!”남태건은 급한 마음에 결국 배진호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그는 배진호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게 하려는 생각뿐이었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56화

    비서가 그에게 모든 일을 설명하고 나서야 배진호는 진실을 알게 되었다.배진호는 자신이 어떤 모욕을 들어도 상관없었으나 권다솔이 상처를 받지는 않았는지가 걱정이었다.“다솔 씨는 제게 미안할 일은 전혀 한 적이 없어요. 이런 말들을 들어야 할 사람이 아닙니다.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한 거죠?”설령 권다솔이 정말로 다른 남자와 함께 있다 하더라도 그 남자가 좋은 사람이면 가슴 아프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배진호가 권다솔에게 험한 말을 할 리가 없었다.권다솔은 좋은 여성이었다. 둘이 헤어지게 된 건 다 배진호가 잘해주지 못해 그녀에게 상처를 줬기 때문이다.“잘 모르겠어요. 누군가가 동영상을 업로드 한것이 지금 곳곳에 퍼져 나가고 있어요. 실시간 검색어에도 올라가서 권다솔 씨 집에서 반격을 하고 있습니다.”비서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모두 전해주었다.배진호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바로 사람을 시켜서 해명하도록 하세요. 함부로 루머를 퍼뜨리고 있는 계정에는 고소장을 보내고요. 앞으로 또 근거 없는 말들을 하면 법적 책임을 묻도록 하겠습니다.”말을 마치고 그는 밖으로 걸음을 돌렸다.배진호는 당장 권다솔을 만나 그녀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었다.비서는 바로 해명 글을 올리러 갔다.하지만 밀접히 인터넷 여론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는 남태건이 이 일을 쉽사리 해명하게 놔둘 리가 없었다.배진호가 해명 문장을 올린다면 그 문장들 사이에서 트집을 잡아내 또 네티즌들을 자극 시키면 된다.동시에 권용민과 김영은에게 배진호가 한 ‘악행’들을 전해주기도 했다.“다솔이는 너무 순진했던 겁니다. 부모님이 어릴 때부터 곱게 키우셔서 사회의 어두운 면을 잘 몰랐던 거죠. 그래서 배진호의 본성을 알아 채지 못한 겁니다. 배진호라는 사람도 정말 지독하죠. 아무리 그래도 부부였던 사이인데 남은 정도 없는 걸까요.”“우리 딸에게 욕받이를 시키지 않으면 분이 풀리지 않는다는 건가!”권용민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힘껏 상을 내리쳤다. 눈에는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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