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서우는 인명진에게 메뉴판을 건네며 말했다.“봐봐요. 못 드시는 음식 있어요?”인명진은 간결하게 대답했다.“없어요.”은서우는 다시 메뉴판을 받아 들고 현재 자신의 경제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요리를 몇 개 주문했다.“이 정도면 될까요?”인명진은 은서우를 힐끗 쳐다봤다.분명히 덤덤한 눈빛이었지만 은서우는 쪽팔려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밥을 사주겠다고 큰소리쳐놓고 겨우 이 정도밖에 못 산다는 게 창피했다.‘분명히 날, 별로라고 생각하시겠지.’은서우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인명진이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좋아요. 그리고 내 생각만 하지 말고 은서우 씨가 좋아하는 걸 주문해요.”인명진도 은서우가 자신의 입맛을 고려해 주문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속마음을 들킨 은서우는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주문한 음식이 올라왔고 은서우는 익숙하게 젓가락을 가져왔다.“이 식당은 젓가락을 직접 가져와야 해요. 여기요. 전부 소독한 거예요.”은서우의 말에 인명진은 기분 좋게 젓가락을 받았다. 의사들은 아무래도 어느 정도 결벽증을 가지고 있었는데 인명진도 예외는 아니었다.그는 물끄러미 은서우를 보며 말했다.“이런 것까지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은서우는 인명진의 눈길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저도 의사잖아요. 직업병인가 봐요.”은서우의 말에 인명진은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무심코 주변을 훑어보던 인명진의 눈길은 갑자기 누군가에게 멈췄고 은서우는 자신이 제일 존경하던 원장의 표정이 갑자기 바뀌는 걸 즉시 알아차렸다.인명진은 누군가의 이름을 조용히 불렀다.“온지유?”자신의 이름에 여자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고 여자의 얼굴을 올려다본 은서우의 눈에는 놀라움이 스쳤다.온지유는 인명진을 발견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윤별의 손을 잡고 다가왔다.“명진 씨가 여기 왜 있어요? 병원이 바쁜 줄 알았는데 아닌가 봐요?”말을 마친 온지유의 눈길은 은서우에게 멈췄고 그녀는 잠깐 멈칫하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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