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거짓말은 무수한 거짓말을 낳는다.연정훈은 한치의 후회도 없이 안시연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소현주를 보러 갔어.”안시연은 순간 숨이 턱 막혀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잠시 후에야 안시연은 겨우 입을 뗐다.“그때 한 번뿐만이 아니죠?”“...”“우리가 병원에서 그분을 만났던 날, 아, 두 분이 다시 만난 날이기도 하겠네요. 그날도 정훈 씨는 소현주 씨를 만나러 갔어요.”연정훈은 여전히 평온함을 유지하며 말했다.“그때는 얘기할 게 있어서 만난 거야.”“무슨 얘기 했는데요?”안시연은 한 걸음 한 걸음 연정훈에게 다가가며 몰아붙였다.“정훈 씨가 얼마나 소현주 씨를 그리워했는지, 아니면 소현주 씨가 정훈 씨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나요?”연정훈의 미간은 더욱 일그러졌다.연정훈은 잘못한 것도 맞고 그것 때문에 안시연에게 미안한 것도 맞았지만 무엇보다도 안시연을 좋아했다. 하지만 뼛속에 새겨진 하늘을 찌르는 자존심만은 꺾이지 않았기에 사형 선고 같은 안시연의 촘촘한 의심에 반감이 들었다.안시연은 술을 마셨지만 머리와 발음은 오히려 평소보다 더 또렷해졌다.안시연은 입술을 한번 축이고 잔뜩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몸을 돌려 찬물 한잔을 따라서는 선 자리에서 벌컥벌컥 들이켰다.“그 두 번 말고도 만나 적이 있나요?”“없어.”“아직도 절 속일 건가요?”안시연은 소파에 기대앉은 채 어이없다는 얼굴을 하고 말했다.“재단을 그 사람에게 주는 게 얼마나 큰일인데 어떻게 사적으로 몇 번 만나서 소통도 하지 않고 결정할 수 있나요?”‘그래서 그랬던 거구나.’연정훈은 그제야 알아챘다.연정훈은 안시연의 연약함을 보아냈고 사태가 더는 악화하도록 내버려 두고 싶지 않았다.“재단에 관한 일이라면 이해해.”“말해보세요, 듣고 있잖아요.”안시연은 옅은 웃음으로 회답했다.하지만 안시연이 침착할수록 상황은 더 심각하다는 것을 연정훈은 알아챌 수 있었다.연정훈은 생애 처음으로 범죄자처럼 심문을 당했지만 하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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