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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의 독점적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411 - 챕터 420

540 챕터

제411화

연정훈이 회사로 돌아간 건 정말 급한 볼일이 생긴 게 맞았다. 한 시간 정도면 충분히 해결할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꽤 복잡한 문제가 생겼다.한참 바삐 움직이는데 진수빈이 연락을 와 소현주 사건을 해결했다고 전했다.사인하던 연정훈의 손이 뚝 멈춰 섰다. 연정훈은 굳은 얼굴로 통화를 종료했고 소현주 연락처 차단을 풀었다.얼마 뒤 소현주가 전화를 걸어왔다.연정훈은 차가운 얼굴로 통화 버튼을 눌렀고 두 사람은 한참 침묵을 유지했다.결국 참지 못한 소현주가 피곤한 목소리로 먼저 말을 걸었다.“오늘 저녁엔 고마웠어.”연정훈은 펜을 내려 두고 의자 등받이 몸을 기댔다.“내가 전에 했던 말 잊었어?”“기억해...”“그럼 오늘 직접 신고했어야지.”그 말에 소현주가 냉소를 터뜨렸다.“정훈아, 내가 신고했다면 앞으로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그건 네가 알아서 해결해야 할 일이야.”냉기가 도는 연정훈의 목소리에 다른 사람이었다면 바로 전화를 끊었을 것이다.하지만 소현주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었다. 한때 연정훈의 사랑을 받았던 사람으로 연정훈의 차가움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정훈아, 아직도 나한테 많이 화가 나 있다는 걸 알아.”거의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연정훈은 무표정으로 다시 펜을 들고 문서를 처리했다.차단을 해제한 건 소현주와 과거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한 주일 시간 줄게. 안시연 외할머니를 다른 의사에게 넘겨.”차단을 푼 게 겨우 이 이유인 것을 소현주는 예상하지 못했다.소현주는 한발 늦어버렸다.“난 내 힘으로 정당한 경로로 취직했어. 안시연 씨 만난 건 단지 우연일 뿐이야.”소현주가 덤덤하게 변명했다.“세상에 그렇게 많은 우연은 존재하지 않아.”“나랑 자주 만나는 게 불편하대?”“이런 이유라면 너 정말 실망이야.”연정훈은 소현주가 잔꾀가 많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니 안시연은 소현주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연정훈은 안시연을 선택했으니 안시연을 감싸고 도는 게 당연했다.소현주는 한참 침묵했다.“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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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화

배신은 말 그대로 배신이었고 그 어떤 이유를 대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연정훈에게 있어 이유는 결국 변명이었고 굳이 듣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연정훈이 아무 말없자 소현주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 낮은 목소리로 얘기를 꺼냈다.“널 처음 만난 순간부터 나와는 다른 세상 사람이라는 걸 느꼈어. 넌 재벌가 도련님이었고 난 내 최선을 다해 겨우 좋은 학교를 나왔지. 그래도 우린 대화가 잘 통했고 바라보는 미래도 일치해 어쩌면 어울리는 한 쌍이 될 거라고 생각했었어.”“그래서 우리가 결혼하고 함께 그릴 미래를 꿈꿨지.”소현주는 덤덤하게 말을 꺼냈으나 자꾸 목이 메어 목소리가 낮아졌고 어느새 눈시울마저 붉어졌다.“그런데 그 사건 이후로 난 너에게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매일 밤 악몽에 시달려 잠을 잘 수 없었고 넌 나와의 결혼을 약속하지 않아 더욱 불안에 휩싸였지.”소현주의 목소리는 덜덜 떨리고 있었다.소현주는 겨우 마음을 가라앉히며 연정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나한테 무슨 일이 생겼는지 궁금하지 않아?”연정훈은 이런 소현주의 모습에도 전혀 미동이 없었으며 차가운 얼굴을 유지했다.소현주가 두 눈을 감더니 가방에서 USB 하나를 꺼냈다.“내가 널 떠나게 된 건 네 어머니가 사람을 시켜...”목이 메어 한참 뜸을 들인 소현주가 다시 말을 이었다.“날 성폭행했어.”큰 사무실에는 기이할 정도로 침묵이 찾아왔다.연정훈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소현주는 조용히 손에 쥔 USB를 테이블 위로 올렸다.“그날 차 안의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이야.”연정훈이 인상을 찌푸렸다.자신의 어머니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연정훈은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사람을 시켜 아들의 여자 친구를 성폭행하다니 김세연의 할 법한 행동이 아니었다.연정훈이 믿지 못하자 소현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공휘라는 사람 알지?”그 이름에 연정훈이 표정을 팍 찡그렸다.공휘는 김세연의 사촌 동생으로 늘 철없이 허송세월하는 사람이었다.“그러니까 어머니가 삼촌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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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화

연씨 저택 거실에서.“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니?”김세연이 불같이 화를 냈고 잠이 확 깨었다.“내가... 내가 사람을 시켜 뭘 했다고?”김세연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무서운 얼굴의 연정훈을 보며 김세연은 뒷말을 차마 할 수가 없었다.“난 공휘를 시켜 소현주의 배경을 캐보라고 한 적은 있어.”“삼촌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삼촌을 시킨 거예요?”김세연은 말문이 막혔다.그래서 어깨까지 내려온 외투를 다시 걸치며 소파에 앉았다. 이어 애써 침착하게 과거의 기억을 되짚었다.“공휘 그 녀석도 참 멋대로였지. 처음엔 쓸모 있는 정보를 넘겨줬지만 그 후엔 소식이 뜸했어...”김세연은 말을 뚝 멈췄다.그리고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공휘가 정보를 주지 않은 이유가 설마...’김세연은 고개를 번쩍 들고 연정훈과 탁자 위의 USB를 번갈아 보았다.“이 안에 든 걸 확인해 봤어?”연정훈은 입을 꾹 다물었다.김세연은 제 아들을 잘 알고 있었다. 확인하지 않았다면 이 야밤에 굳이 자신을 찾아오지도 않았을 것이다.그래서 조금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과거 공휘의 설명되지 않던 행동과 소현주가 갑자기 에릭과 눈이 맞았던 그 이유가 순간 납득이 되었다.“난...”김세연은 몸을 일으켜 연정훈에게 다가가며 변명했다.“공휘를 시켜 조사를 해보라고 했지. 소현주에게 손을 댈 줄은 나도 몰랐어...”연정훈은 지금 이 기분을 말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정말 갑자기 뺨을 세게 맞은 것처럼 분통했는데 더 화가 나는 건 되받아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연정훈의 표정을 살피며 김세연이 목소리를 낮췄다.“그럼, 사람 시켜 다시 조사해 보는 게 어떨까?”김세연은 잘못을 혼자 뒤집어쓰고 싶지 않았다.연정훈은 두 눈을 감고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사람을 시켜 삼촌을 국내로 데려올게요.”김세연이 손을 휘휘 저었다.“그럴 필요 없단다.”김세연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야. 몇 달 전 약에 취해 하마터면 죽을 뻔한 걸 병원에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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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4화

“시연 언니, 아직도 기다리고 있어요?”벌써 새벽이 되고 아이들은 위층에서 잠이 들었다. 하지만 반우희는 안시연이 신경 쓰여 여태껏 안시연의 옆을 지켰다.시간을 확인해 보니 아마 연정훈은 오지 않을 것 같았다.이곳에서 기다리기로 약속을 했으니 안시연은 그저 가만히 기다리다가 연정훈에게 문자나 보낼 뿐이었다.[많이 피곤하죠? 일찍 돌아와요.]연정훈은 한참 뒤에 회답했다.[그래.]안시연은 문자를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반우희에게 말했다.“저도 이만 돌아가 보려고요. 같이 있어 줘서 고마웠어요. 우희 씨도 빨리 올라가서 쉬어요.”반우희는 눈꺼풀이 천근만근이었다. 그러나 돌아간다는 안시연의 말에 빠르게 몸을 일으켜 버릴 쓰레기봉투를 대신 챙겼다.방금 눈이 내린 경인은 날씨가 쌀쌀했다.안시연이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기사가 기다리고 있었다.그래서 외투를 고쳐 입고 차에 올라탔다.눈이 내린 도시는 아주 예뻤고 집에 돌아가 우유 두 잔을 데워 놓으면 연정훈이 잠들기 전에 마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인덕원에서.연정훈의 차량은 별장 밖에 한참 대기하고 있었다. 차에서 내린 연정훈은 별장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담배 반 갑을 태웠다.어느새 추위에 몸이 꽁꽁 얼어붙자, 큰마음을 먹고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소현주는 연정훈을 기다리고 있었다.연정훈이 이곳으로 올 거라고 예상했는데 정말 얼굴을 마주했다.문을 열자 느껴지는 온기에 연정훈은 마음이 더 불편해졌다.이 별장은 연정훈이 소현주에게 선물한 별장이었다. 이곳에서 같이 살지는 않았지만 많은 추억이 묻어있었다.시선이 마주치고 소현주는 말없이 연정훈에게 슬리퍼를 꺼내주었다.그러나 연정훈은 슬리퍼 대신 맨발로 집안에 들어섰다.소현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어 따뜻한 물을 연정훈에게 건네주고 맞은편에 앉았다.한참 침묵 끝에 연정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소현주는 잠시 고민하다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경인에 남아 교수님 밑에서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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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5화

인덕원 별장 거실에서 소현주는 최근 일상을 연정훈에게 모두 전했다.소현주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연정훈의 인상이 점점 더 찌푸려졌다.“지난달 엄마가 엘라국에서 병에 걸려 돌아가셨어.”“에릭은 그쯤에 바람을 피웠고 내 전화를 받지도 않았어.”“그래서 자주 과거의 선택을 후회했지. 내가 왜 그 사건으로 너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 건지. 그리고 결혼하지 않겠다는 네 말에 충동적으로 에릭과 결혼을 한 것도 너무 후회돼.”눈물을 뚝뚝 흘리는 소현주는 애써 미소를 지었지만 울기보다 더 슬퍼 보였다.“급하게 성산시로 돌아와 너에게 전화를 걸었어. 너무 힘들어서 네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거든. 혹시라도 네가 아직도 날 기다리지 않을까 생각했어.”“그냥... 빨리 돌아와 널 만나고 싶었어.”연정훈은 인상을 찌푸린 채로 입을 꾹 다물었으나 연정훈도 점점 먹먹해졌다.지금 담배 생각이 간절했다. 아니 담배보다 더 센 무언가가 연정훈의 머릿속을 점령해 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대체 소현주에게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를 몰랐고 그 어떤 말을 해도 소현주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물질적인 보상 외에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그래서 강경한 태도를 보였고 소현주는 이미 잃을 걸 모두 잃은 사람으로서 포기하지 않고 매달렸다.“우리,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거지?”소현주가 마지막으로 물었다.“네가 원하는 건 다 해줄 게.”연정훈의 대답에 소현주가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뜻인지 잘 알겠어.”소현주는 숨이 점점 가빠졌고 연정훈의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 고개를 숙였다.“난 원하는 게 아무것도 없어. 대신 부탁 하나만 들어줘.”“말해.”“아무한테도 나한테 생긴 일 얘기하지 말아줘. 특히 안시연 씨에게는 비밀로 해줘.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날 동정한다면 난 정말 죽어버릴 것 같아.”소현주가 부탁하지 않아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생각이었다.그래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할게.”“이걸 제외하고 다른 건 필요 없어.”소현주가 힘겹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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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화

연정훈이 집에 도착했을 때 안시연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소음에 안시연은 금세 잠에서 깨어났다.연정훈은 외투를 벗고 조용히 뒤에서 안시연을 안았다. 그런데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안시연은 그의 품에서 몸을 돌리려다 진한 담배 냄새를 맡았다.“왜 이렇게 담배를 많이 피웠어요?”안시연은 일부러 싫은 척하며 몸을 일으켜 연정훈을 밀었다.“어서 가서 씻어요.”연정훈은 밤새 두통에 시달렸지만, 안시연을 보자 조금 나아지는 기분이었다.그는 손을 들어 안시연의 턱을 살며시 잡고 말했다.“사나워.”안시연은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연정훈이 일 때문에 피곤하다는 걸 알았기에 연정훈을 진짜로 싫어하는 건 아니었다. 연정훈의 지친 얼굴을 보며 안시연은 다가가 두 손으로 그의 관자놀이를 부드럽게 주물렀다. “왜 이렇게 늦게까지 일한 거예요? 몸도 좀 아껴야죠.”연정훈은 안시연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원래는 집에 안 오려고 했어. 거의 회사에서 잘 뻔했지.”“근데 왜 다시 돌아왔어요?”안시연은 이미 답을 알면서도 장난스럽게 물었다.연정훈이 말했다.“네가 혼자서 잠을 못 잘까 봐.”“혼자서도 잘 자거든요.”안시연은 그의 볼을 콕콕 찌르며 말했다.“골초 정훈 씨 없이 더 잘 잘 수 있어요.”“골초?”“네!”안시연은 연정훈에게 가까이 다가가 장난스럽게 코를 찡그렸다.“정훈 씨, 완전 담배 냄새에 절인 것 같아요.”연정훈의 지친 얼굴에 진심 어린 미소가 떠올랐다.그는 눈을 감고 안시연을 어깨에 기대게 했다.“샤워 안 하면 안 될까? 나 좀 싫어하지 말고.”안시연은 연정훈의 귀에 바짝 다가가 한 글자씩 천천히 속삭였다.“그건 꿈도 꾸지 마요!”연정훈은 고개를 돌려 미소를 띠었다.안시연은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연정훈을 일으켰다.“어서 씻으세요. 제가 옷을 챙겨드릴게요. 씻고 나면 편안하게 쉴 수 있어요.”연정훈은 안시연을 바라보다가 체념한 듯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안시연은 만족하며 돌아서서 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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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7화

연정훈도 안시연을 속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일은 소현주와 관련이 있었기에 진실을 말하지 않는 한 소현주를 만난 사실을 드러내는 순간 재앙이 닥칠 게 뻔했다.최단 시간 내에 소현주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고 소현주와 확실히 선을 긋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연정훈은 일을 흐리멍덩하게 만드는 것을 가장 싫어했지만, 이 일만큼은 결코 단호하게 처리할 수 없었다. 소현주에게 요구를 강요할 수 없었고 소현주의 고통에서 연정훈의 마음을 죄책감 없이 떼어내지 못했다.연정훈은 안시연을 안고 누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안시연은 손을 뻗어 연정훈의 찌푸린 미간을 부드럽게 펴주며 말했다.“잘 자요.”“잘 자.”...최미란은 병원에 이틀 더 입원했는데, 상태가 조금 나아지자 다시 퇴원을 원했다.안시연은 말려 보았지만 소용없어 결국 의사에게 건강 상태를 물어보았다.마침, 당직이었던 사람이 소현주였다.소현주는 얼굴이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환자의 상태를 이야기할 때는 매우 집중한 모습이었다.“할머님의 상태는 이제 꽤 괜찮습니다. 퇴원하셔도 됩니다. 다만 약은 제때 드셔야 하고 퇴원 후에도 주의 깊게 상태를 살펴보셔야 합니다. 다시는 지난번처럼 되지 않도록 하세요.”소현주는 안시연에게 명함을 건네며 말했다.“여기에 제 연락처가 있으니 퇴원 후에 일상적으로 궁금한 점이 있으면 연락하세요.”안시연은 미묘한 감정을 억누르고 명함을 받았다.안시연이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자 소현주는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의사로서 사적인 감정이 제 일에 영향을 주지 않아요.”안시연은 어이없었다.“...”소현주의 말은 오히려 자신이 편협하다는 것을 지적하는 듯했다.“소현주 선생님의 전문성을 믿어요.”“그렇다면 다행이네요.”대화는 짧게 끝났고 안시연은 소현주의 사무실을 둘러보며 그녀의 생활 습관을 살펴보고 공기 중의 냄새까지 세심하게 맡았다.소독약 냄새만 가득했다.안시연은 속으로 자신을 비웃었다‘미쳤어. 어느 의사가 근무 중에 향초를 피우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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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8화

원장은 노련하게 더는 안시연을 압박하지 않고 대화를 적당히 마무리했다.안시연은 병원에서 외할머니의 퇴원 절차를 모두 마치고 오후에 외할머니를 모시고 나왔다.소현정에게서 몇 차례 전화가 왔지만, 매번 내일 돌아오겠다고 하면서도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안시연은 마음속에 쌓인 불만이 커지고 소현정에 대한 혐오감도 더욱 깊어졌다.외할머니는 안시연을 타일렀다.“너희 엄마도 힘들어.”“남의 가정에 끼어든 건데 부인께서 더 힘들었겠죠.”안시연은 무심코 말대꾸했다.외할머니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자신의 감정이 격해진 걸 깨달은 안시연은 약간 후회하며 목소리를 낮췄다.외할머니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너희 엄마가 잘못한 건 맞아...”외할머니는 본래 성실한 사람이었기에 딸이 저지른 일이 영광스러운 일은 아니라고 여겼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딸은 딸이었다. 도저히 끊어낼 수 없는 존재였다.안시연은 그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집은 제가 깨끗이 청소해 놓았어요. 들어가셔서 보시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제가 다시 사러 갈게요.”외할머니를 퇴원시키기 위해 온 차는 연정훈이 준비한 고급 차량이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이렇게 화려한 차를 타는 것이 불편했다.“무슨 돈을 그렇게 함부로 쓰니. 아깝잖아.”낡은 아파트에 도착한 후 안시연은 외할머니를 부축하며 올라갔다.문을 열고 들어서자 평범한 집 안의 거실이 보였고 두 사람은 왠지 눈시울이 붉어졌다.과거 외할머니가 병을 앓았을 때 안시연은 더 이상 외할머니를 퇴원시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이젠 괜찮아. 다 지나갔어.’외할머니는 눈물을 닦으며 안시연의 손을 잡고 말했다.“착한 우리 시연아. 그동안 정말 수고 많았구나.”“외할머니만 건강하시다면, 어떤 고생도 할 수 있어요.”안시연은 외할머니를 의자에 앉히고 무릎을 꿇고 다리를 주물러 드렸다.사람이 없을 때 외할머니는 슬쩍 안시연에게 물었다.“오늘 밤 여기서 자고 갈 거니?”안시연은 외할머니가 자신과 연정훈의 관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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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화

12월31일, 연정훈은 일부러 시간을 비워두었다.연정훈은 안시연의 외할머니가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에게 안시연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확인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일찍 가는 것이 외할머니의 마음을 편하게 해드릴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이 일정들을 다 내일로 미루는 건가요?”비서가 취소된 일정을 확인하며 물었다.연정훈은 소매를 정리하며 가볍게 대답했다. 동시에 지시했다.“기사에게 밑에서 대기하라고 해.” “알겠습니다.”비서가 막 나가자, 연정훈의 핸드폰이 울렸다.연정훈은 안시연인 줄 알고 화면을 확인했지만, 저장되지 않은 번호였다. 기억력이 좋은 덕분에 지난번 소현주가 걸었던 번호임을 금세 알아챘다. “...여보세요?”“연정훈, 나야.”“응.”연정훈은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게 대답했다.“무슨 일이야?”“오늘 새해 전날이잖아. 아줌마가 집에서 몇 가지 요리를 준비했는데...저녁 같이 먹어줄 수 있어?”소현주가 조용히 말했다.연정훈은 잠시 침묵했다.“이미 저녁시간인데 그쪽으로 가는 건 적절하지 않아.”“아직 어둡지 않았어.” “...”소현주의 목소리가 차분하게 이어졌다.“걱정하지 마. 집에 아줌마도 있어서 우리 둘만 있는 건 아니야. 다른 뜻은 없고 그냥 부탁할 일이 좀 있어서 그래. 얼굴 보고 얘기하자.”“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지금 말해.”연정훈은 쉽게 응하지 않았다.수많은 사람과 매일 머리를 굴려 가며 상대하는 그였기에 소현주가 의도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이유를 모를 리 없었다. 소현주는 그저 연정훈이 거절할 수 없게 만들고 싶을 뿐이었다.소현주는 잠시 침묵했고 깊게 숨을 내쉬며 다시 입을 열었다.“와서 나랑 저녁을 같이 먹어줘. 밥 먹으면서 이야기하면 좋겠어. 딱 30분이면 충분해. 해가 지면 네가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가도 돼.”“집에서 기다릴게.”소현주는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연정훈은 대화 종료 화면을 보며 이마를 깊게 찌푸렸다.바로 그때, 안시연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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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화

안시연은 양혁수를 더 이상 설득할 수 없음을 느끼고 그냥 동의했다. “알겠어요.”“시간은 내가 정해도 돼?”양혁수가 물었다.안시연은 조심스럽게 말했다.“혁수 씨, 몸이 확실히 다 나아야 해요. 무리하게 노는 건 안 돼요.” “그리고...”그리고 잠시 망설이던 안시연은 덧붙였다. “정훈 씨한테 물어봐야 해요. 정훈 씨가 괜찮다고 해야 나갈 수 있어요.”이 말을 듣자, 양혁수는 비웃듯 웃음을 터뜨렸다.“하!”안시연은 침묵했다.“...”“너 독립한 사람 맞아? 자유는 있어? 연애 좀 한다고 연정훈한테 너를 팔아넘긴 거야?” “혁수 씨는 남자고 저는 여자잖아요. 그리고 정훈 씨는 내 남자친구죠. 혁수 씨랑 단둘이 나가려면 당연히 정훈 씨한테 말해야죠.”양혁수는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안 놀아!”양혁수는 불만스럽게 말했다.안시연은 차분히 말했다.“그래도 좋아요. 집에서 잘 쉬고 있어요. 다 나으면 제가 혁수 씨 집으로 보러 갈게요.”양혁수는 화가 난 듯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꿈꾸지 마.” “물어봐. 정훈 씨가 뭐라고 대답하는지 보자. 만약 정훈 씨가 진짜 남자라면 우리 셋이 같이 나가자.”연정훈은 그렇게 유치하지 않다고 안시연은 생각했다.가끔 양혁수를 보면 마치 성숙하지 않은 아이처럼 행동한다고 느꼈다. 속셈도 많고 온갖 나쁜 생각이 가득하며 가끔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본심을 드러낸다.그렇게 생각에 잠겨있던 찰나, 양혁수가 다시 말했다.“시간 좀 봐서 좋은 날 골라서 우리 둘이 몰래 만나자.”봐, 또 시작이다.에휴....한편, 연정훈이 인덕원에 도착했을 때 소현주는 이미 사람들에게 요리를 차리도록 지시해 놓았다.소현주가 거짓말하지는 않았다. 집에 아줌마들이 있었고 그것도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이었다.하지만 아줌마들이 아무리 많아도 소현주가 사는 집에는 여전히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소현주는 연정훈을 문 안으로 들였지만, 지난번처럼 슬리퍼를 건네주지 않았다. 심지어 수저와 젓가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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