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415화

Author: 라오
인덕원 별장 거실에서 소현주는 최근 일상을 연정훈에게 모두 전했다.

소현주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연정훈의 인상이 점점 더 찌푸려졌다.

“지난달 엄마가 엘라국에서 병에 걸려 돌아가셨어.”

“에릭은 그쯤에 바람을 피웠고 내 전화를 받지도 않았어.”

“그래서 자주 과거의 선택을 후회했지. 내가 왜 그 사건으로 너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 건지. 그리고 결혼하지 않겠다는 네 말에 충동적으로 에릭과 결혼을 한 것도 너무 후회돼.”

눈물을 뚝뚝 흘리는 소현주는 애써 미소를 지었지만 울기보다 더 슬퍼 보였다.

“급하게 성산시로 돌아와 너에게 전화를 걸었어. 너무 힘들어서 네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거든. 혹시라도 네가 아직도 날 기다리지 않을까 생각했어.”

“그냥... 빨리 돌아와 널 만나고 싶었어.”

연정훈은 인상을 찌푸린 채로 입을 꾹 다물었으나 연정훈도 점점 먹먹해졌다.

지금 담배 생각이 간절했다. 아니 담배보다 더 센 무언가가 연정훈의 머릿속을 점령해 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소현주에게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를 몰랐고 그 어떤 말을 해도 소현주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물질적인 보상 외에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래서 강경한 태도를 보였고 소현주는 이미 잃을 걸 모두 잃은 사람으로서 포기하지 않고 매달렸다.

“우리,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거지?”

소현주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네가 원하는 건 다 해줄 게.”

연정훈의 대답에 소현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뜻인지 잘 알겠어.”

소현주는 숨이 점점 가빠졌고 연정훈의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 고개를 숙였다.

“난 원하는 게 아무것도 없어. 대신 부탁 하나만 들어줘.”

“말해.”

“아무한테도 나한테 생긴 일 얘기하지 말아줘. 특히 안시연 씨에게는 비밀로 해줘.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날 동정한다면 난 정말 죽어버릴 것 같아.”

소현주가 부탁하지 않아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래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할게.”

“이걸 제외하고 다른 건 필요 없어.”

소현주가 힘겹게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416화

    연정훈이 집에 도착했을 때 안시연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소음에 안시연은 금세 잠에서 깨어났다.연정훈은 외투를 벗고 조용히 뒤에서 안시연을 안았다. 그런데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안시연은 그의 품에서 몸을 돌리려다 진한 담배 냄새를 맡았다.“왜 이렇게 담배를 많이 피웠어요?”안시연은 일부러 싫은 척하며 몸을 일으켜 연정훈을 밀었다.“어서 가서 씻어요.”연정훈은 밤새 두통에 시달렸지만, 안시연을 보자 조금 나아지는 기분이었다.그는 손을 들어 안시연의 턱을 살며시 잡고 말했다.“사나워.”안시연은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연정훈이 일 때문에 피곤하다는 걸 알았기에 연정훈을 진짜로 싫어하는 건 아니었다. 연정훈의 지친 얼굴을 보며 안시연은 다가가 두 손으로 그의 관자놀이를 부드럽게 주물렀다. “왜 이렇게 늦게까지 일한 거예요? 몸도 좀 아껴야죠.”연정훈은 안시연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원래는 집에 안 오려고 했어. 거의 회사에서 잘 뻔했지.”“근데 왜 다시 돌아왔어요?”안시연은 이미 답을 알면서도 장난스럽게 물었다.연정훈이 말했다.“네가 혼자서 잠을 못 잘까 봐.”“혼자서도 잘 자거든요.”안시연은 그의 볼을 콕콕 찌르며 말했다.“골초 정훈 씨 없이 더 잘 잘 수 있어요.”“골초?”“네!”안시연은 연정훈에게 가까이 다가가 장난스럽게 코를 찡그렸다.“정훈 씨, 완전 담배 냄새에 절인 것 같아요.”연정훈의 지친 얼굴에 진심 어린 미소가 떠올랐다.그는 눈을 감고 안시연을 어깨에 기대게 했다.“샤워 안 하면 안 될까? 나 좀 싫어하지 말고.”안시연은 연정훈의 귀에 바짝 다가가 한 글자씩 천천히 속삭였다.“그건 꿈도 꾸지 마요!”연정훈은 고개를 돌려 미소를 띠었다.안시연은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연정훈을 일으켰다.“어서 씻으세요. 제가 옷을 챙겨드릴게요. 씻고 나면 편안하게 쉴 수 있어요.”연정훈은 안시연을 바라보다가 체념한 듯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안시연은 만족하며 돌아서서 연정훈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417화

    연정훈도 안시연을 속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일은 소현주와 관련이 있었기에 진실을 말하지 않는 한 소현주를 만난 사실을 드러내는 순간 재앙이 닥칠 게 뻔했다.최단 시간 내에 소현주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고 소현주와 확실히 선을 긋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연정훈은 일을 흐리멍덩하게 만드는 것을 가장 싫어했지만, 이 일만큼은 결코 단호하게 처리할 수 없었다. 소현주에게 요구를 강요할 수 없었고 소현주의 고통에서 연정훈의 마음을 죄책감 없이 떼어내지 못했다.연정훈은 안시연을 안고 누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안시연은 손을 뻗어 연정훈의 찌푸린 미간을 부드럽게 펴주며 말했다.“잘 자요.”“잘 자.”...최미란은 병원에 이틀 더 입원했는데, 상태가 조금 나아지자 다시 퇴원을 원했다.안시연은 말려 보았지만 소용없어 결국 의사에게 건강 상태를 물어보았다.마침, 당직이었던 사람이 소현주였다.소현주는 얼굴이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환자의 상태를 이야기할 때는 매우 집중한 모습이었다.“할머님의 상태는 이제 꽤 괜찮습니다. 퇴원하셔도 됩니다. 다만 약은 제때 드셔야 하고 퇴원 후에도 주의 깊게 상태를 살펴보셔야 합니다. 다시는 지난번처럼 되지 않도록 하세요.”소현주는 안시연에게 명함을 건네며 말했다.“여기에 제 연락처가 있으니 퇴원 후에 일상적으로 궁금한 점이 있으면 연락하세요.”안시연은 미묘한 감정을 억누르고 명함을 받았다.안시연이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자 소현주는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의사로서 사적인 감정이 제 일에 영향을 주지 않아요.”안시연은 어이없었다.“...”소현주의 말은 오히려 자신이 편협하다는 것을 지적하는 듯했다.“소현주 선생님의 전문성을 믿어요.”“그렇다면 다행이네요.”대화는 짧게 끝났고 안시연은 소현주의 사무실을 둘러보며 그녀의 생활 습관을 살펴보고 공기 중의 냄새까지 세심하게 맡았다.소독약 냄새만 가득했다.안시연은 속으로 자신을 비웃었다‘미쳤어. 어느 의사가 근무 중에 향초를 피우겠어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418화

    원장은 노련하게 더는 안시연을 압박하지 않고 대화를 적당히 마무리했다.안시연은 병원에서 외할머니의 퇴원 절차를 모두 마치고 오후에 외할머니를 모시고 나왔다.소현정에게서 몇 차례 전화가 왔지만, 매번 내일 돌아오겠다고 하면서도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안시연은 마음속에 쌓인 불만이 커지고 소현정에 대한 혐오감도 더욱 깊어졌다.외할머니는 안시연을 타일렀다.“너희 엄마도 힘들어.”“남의 가정에 끼어든 건데 부인께서 더 힘들었겠죠.”안시연은 무심코 말대꾸했다.외할머니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자신의 감정이 격해진 걸 깨달은 안시연은 약간 후회하며 목소리를 낮췄다.외할머니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너희 엄마가 잘못한 건 맞아...”외할머니는 본래 성실한 사람이었기에 딸이 저지른 일이 영광스러운 일은 아니라고 여겼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딸은 딸이었다. 도저히 끊어낼 수 없는 존재였다.안시연은 그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집은 제가 깨끗이 청소해 놓았어요. 들어가셔서 보시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제가 다시 사러 갈게요.”외할머니를 퇴원시키기 위해 온 차는 연정훈이 준비한 고급 차량이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이렇게 화려한 차를 타는 것이 불편했다.“무슨 돈을 그렇게 함부로 쓰니. 아깝잖아.”낡은 아파트에 도착한 후 안시연은 외할머니를 부축하며 올라갔다.문을 열고 들어서자 평범한 집 안의 거실이 보였고 두 사람은 왠지 눈시울이 붉어졌다.과거 외할머니가 병을 앓았을 때 안시연은 더 이상 외할머니를 퇴원시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이젠 괜찮아. 다 지나갔어.’외할머니는 눈물을 닦으며 안시연의 손을 잡고 말했다.“착한 우리 시연아. 그동안 정말 수고 많았구나.”“외할머니만 건강하시다면, 어떤 고생도 할 수 있어요.”안시연은 외할머니를 의자에 앉히고 무릎을 꿇고 다리를 주물러 드렸다.사람이 없을 때 외할머니는 슬쩍 안시연에게 물었다.“오늘 밤 여기서 자고 갈 거니?”안시연은 외할머니가 자신과 연정훈의 관계가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419화

    12월31일, 연정훈은 일부러 시간을 비워두었다.연정훈은 안시연의 외할머니가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에게 안시연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확인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일찍 가는 것이 외할머니의 마음을 편하게 해드릴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이 일정들을 다 내일로 미루는 건가요?”비서가 취소된 일정을 확인하며 물었다.연정훈은 소매를 정리하며 가볍게 대답했다. 동시에 지시했다.“기사에게 밑에서 대기하라고 해.” “알겠습니다.”비서가 막 나가자, 연정훈의 핸드폰이 울렸다.연정훈은 안시연인 줄 알고 화면을 확인했지만, 저장되지 않은 번호였다. 기억력이 좋은 덕분에 지난번 소현주가 걸었던 번호임을 금세 알아챘다. “...여보세요?”“연정훈, 나야.”“응.”연정훈은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게 대답했다.“무슨 일이야?”“오늘 새해 전날이잖아. 아줌마가 집에서 몇 가지 요리를 준비했는데...저녁 같이 먹어줄 수 있어?”소현주가 조용히 말했다.연정훈은 잠시 침묵했다.“이미 저녁시간인데 그쪽으로 가는 건 적절하지 않아.”“아직 어둡지 않았어.” “...”소현주의 목소리가 차분하게 이어졌다.“걱정하지 마. 집에 아줌마도 있어서 우리 둘만 있는 건 아니야. 다른 뜻은 없고 그냥 부탁할 일이 좀 있어서 그래. 얼굴 보고 얘기하자.”“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지금 말해.”연정훈은 쉽게 응하지 않았다.수많은 사람과 매일 머리를 굴려 가며 상대하는 그였기에 소현주가 의도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이유를 모를 리 없었다. 소현주는 그저 연정훈이 거절할 수 없게 만들고 싶을 뿐이었다.소현주는 잠시 침묵했고 깊게 숨을 내쉬며 다시 입을 열었다.“와서 나랑 저녁을 같이 먹어줘. 밥 먹으면서 이야기하면 좋겠어. 딱 30분이면 충분해. 해가 지면 네가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가도 돼.”“집에서 기다릴게.”소현주는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연정훈은 대화 종료 화면을 보며 이마를 깊게 찌푸렸다.바로 그때, 안시연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바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420화

    안시연은 양혁수를 더 이상 설득할 수 없음을 느끼고 그냥 동의했다. “알겠어요.”“시간은 내가 정해도 돼?”양혁수가 물었다.안시연은 조심스럽게 말했다.“혁수 씨, 몸이 확실히 다 나아야 해요. 무리하게 노는 건 안 돼요.” “그리고...”그리고 잠시 망설이던 안시연은 덧붙였다. “정훈 씨한테 물어봐야 해요. 정훈 씨가 괜찮다고 해야 나갈 수 있어요.”이 말을 듣자, 양혁수는 비웃듯 웃음을 터뜨렸다.“하!”안시연은 침묵했다.“...”“너 독립한 사람 맞아? 자유는 있어? 연애 좀 한다고 연정훈한테 너를 팔아넘긴 거야?” “혁수 씨는 남자고 저는 여자잖아요. 그리고 정훈 씨는 내 남자친구죠. 혁수 씨랑 단둘이 나가려면 당연히 정훈 씨한테 말해야죠.”양혁수는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안 놀아!”양혁수는 불만스럽게 말했다.안시연은 차분히 말했다.“그래도 좋아요. 집에서 잘 쉬고 있어요. 다 나으면 제가 혁수 씨 집으로 보러 갈게요.”양혁수는 화가 난 듯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꿈꾸지 마.” “물어봐. 정훈 씨가 뭐라고 대답하는지 보자. 만약 정훈 씨가 진짜 남자라면 우리 셋이 같이 나가자.”연정훈은 그렇게 유치하지 않다고 안시연은 생각했다.가끔 양혁수를 보면 마치 성숙하지 않은 아이처럼 행동한다고 느꼈다. 속셈도 많고 온갖 나쁜 생각이 가득하며 가끔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본심을 드러낸다.그렇게 생각에 잠겨있던 찰나, 양혁수가 다시 말했다.“시간 좀 봐서 좋은 날 골라서 우리 둘이 몰래 만나자.”봐, 또 시작이다.에휴....한편, 연정훈이 인덕원에 도착했을 때 소현주는 이미 사람들에게 요리를 차리도록 지시해 놓았다.소현주가 거짓말하지는 않았다. 집에 아줌마들이 있었고 그것도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이었다.하지만 아줌마들이 아무리 많아도 소현주가 사는 집에는 여전히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소현주는 연정훈을 문 안으로 들였지만, 지난번처럼 슬리퍼를 건네주지 않았다. 심지어 수저와 젓가락도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421화

    아주머니는 당황한 얼굴로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연신 사과했다.소현주도 순간 얼어붙은 듯 멍해졌다.“연정훈! 빨리 닦아야 해!”소현주는 급히 휴지를 한 움큼 뽑아 연정훈에게 건넸다. 표정에 당혹스러움이 서렸다.연정훈은 무거운 표정으로 휴지를 받아 들고 말없이 일어나 주방 쪽 세면대로 향했다.그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신속하게 얼룩을 처리하였다.소현주는 연정훈을 따라가며 깊은 미안함이 가득한 얼굴로 그를 지켜보았다.연정훈은 소현주의 사과를 끊고 담담하게 말했다.“회장님 쪽은 문제없을 거야. 자료 준비됐으니까, 병원으로 보내 줄게. 이 재단의 주관자는 네가 될 수 있으니 한번 생각해 봐.”소현주는 말없이 연정훈의 흠뻑 젖은 모습을 지켜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곧 안시연을 만나러 가야 하는 거 아닌가?”연정훈은 고개를 들어 소현주를 잠시 응시했다.“이렇게 엉망이 됐는데 안시연이 물어보면 뭐라고 설명할 거야?”소현주는 잠시 주저하다가 조심스레 제안했다.“위층에서 옷을 갈아입는 게 어때? 마침 여기 영훈 씨 옷이 있을 거야.”소현주의 말이 끝나자 연정훈의 눈빛이 어둡게 변했다....안시연은 연정훈이 오지 않자 두 차례나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응답은 없었다.안시연은 그가 바쁜가 하고 생각하며 시간이 꽤 흐른 후 다시 한번 전화를 걸었다.이번에는 연결되었지만, 수화기 너머로 희미한 물소리만이 들려왔다.안시연은 불안한 마음으로 서둘러 물었다.“정훈 씨, 지금 어디예요?”“집이야.”“집에 들어갔어요?”안시연은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연정훈은 짧게 대답했다.“옷 갈아입으려고 집에 왔어. 곧 너한테 갈게.”그의 목소리에서 어딘지 모르게 샤워 중인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왜 회사에서 갈아입지 않고 굳이 집에 갔을까? 회사에 갈아입을 옷이 없었던 건가?’불안한 마음이 스며들었지만, 그녀는 더 묻지 않았다. 대신 살짝 재촉하며 전화를 끊었다.“도착했어?”외할머니가 조용히 물었다.안시연은 얼굴에 미소를 띠며 대답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422화

    연정훈은 제시간에 도착했다. 안시연뿐만 아니라 외할머니도 무척 기뻐했다.외할머니는 연정훈을 반갑게 맞이하며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그러고는 곧 음식을 데우러 부엌으로 향했다.“할머니, 앉아 계세요. 제가 할게요,”안시연이 재빠르게 말했다.“알았어, 알았어,”외할머니는 웃으며 연정훈을 바라봤다.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는 듯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는 표정이었다.연정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건강은 괜찮으세요? 다 회복되셨나요?”“괜찮아요.” “여기서 필요한 것이 있으면 시연이에게 말씀하세요. 저희가 준비할게요.”연정훈이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외할머니는 안시연이 내온 음식을 받으며 활짝 웃었다.“여기 있는 것만으로 충분해요. 나 같은 늙은이가 뭐 그리 대단한 게 필요하겠어요?”연정훈은 따뜻하게 말했다.“그렇게 말씀하시면 시연이가 밤에 잠을 못 자요. 외할머니를 늘 걱정하고 있거든요.”외할머니는 미소 지었다.안시연은 살짝 부끄러워하며 연정훈 옆에 앉았다.그들은 자연스럽게 상을 차렸다. 마치 오래된 호흡처럼 말이 없어도 서로 손발이 척척 맞았다.외할머니는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이 놓인 듯했다. 잔을 들어 연정훈에게 먼저 건배를 건넸다.“연정훈 씨, 사업 번창하고 내년에는 더 큰 성공을 이루길 바라요.”“외할머니도 건강하시고 행복한 한 해가 되시길 바랍니다,”연정훈이 답례했다. “그래요.”안시연은 연정훈에게 음식을 권하며 말했다.“이거 한번 먹어봐요. 이 갈비찜은 외할머니의 메인 요리예요. 정훈 씨가 오지 않았으면 저도 못 먹었을 거예요.”연정훈은 젓가락을 들며 안시연을 바라보더니 미소를 띠며 말했다.“그러면 네가 내 덕을 본 거네?”“그렇죠.”둘의 다정한 모습을 보고 있던 외할머니는 기분이 더 좋아져서 이야기를 멈추지 않으셨다.연정훈은 안시연과 함께 있을 때 자연스럽게 긴장을 풀었다. 게다가 아까 소현주 쪽 일을 마무리하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고 외할머니와의 대화도 편안했다.연정훈은 외할머니의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423화

    거실 밥상 위, 뚝배기에서 여전히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외할머니는 옛날이야기에 푹 빠져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지만, 안시연과 연정훈 사이의 공기는 점점 차가워졌다.“이 반지는 내가 소중히 간직해 왔단다. 언젠가 시연이가 결혼할 때 주려고 말이야.”“외할머니...”안시연은 외할머니를 말리려 눈짓을 보냈지만, 외할머니는 이미 반지를 연정훈과 안시연 앞으로 밀어두셨다.“이제 시연이가 연정훈 씨를 만났으니 나는 더 이상 걱정이 없어. 이 반지를 너희에게 줄 테니, 이걸 끼고 평생 함께 행복하길 바란다.”안시연의 얼굴이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화끈거렸다.연정훈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혹시 외할머니를 빌미로 결혼을 재촉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안시연과 연정훈은 서로 결혼 이야기를 섣불리 꺼내지 않기로 묵시적으로 합의한 상태였다. 외할머니의 갑작스러운 행동이 연정훈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까 두려웠다.안시연은 입술을 꽉 깨물며 반지를 가져가려고 했다.그러나 연정훈이 먼저 손을 내밀어 반지와 상자를 집어 들었다.그는 여전히 평온한 표정으로 외할머니에게 감사를 표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시연이를 잘 보살필 겁니다.”그 말을 들은 외할머니는 기쁨에 얼굴이 밝아지며 연정훈에게 연거푸 술을 권했다.하지만 안시연은 말없이 있었다.그 순간부터 안시연의 마음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연정훈에게 해명해야 할 생각만이 머릿속을 채웠다.저녁 식사가 끝나고 외할머니는 피곤해 보이며 방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안시연은 연정훈을 배웅하며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운전기사가 차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둘은 계단을 내려가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거의 다 내려왔을 때 갑자기 누군가 급하게 밖에서 들어오다 그들과 부딪힐 뻔했다.안시연이 자세히 보니 그 사람은 반우희였다.반우희는 야근을 마치고 돌아온 듯 보였다. 여전히 근무복을 입고 있었으나 얼굴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고 입가에는 멍 자국까지 남아 있었다.안시연은 반우희가 걱정되어 말을

Latest chapter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00화

    집사가 창문을 여는 순간 계단에 앉아 있는 양혁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쯧쯧. 요즘 젊은 사람들은 엉덩이가 안 차가운지 몰라.’아래층에서 변여름은 스스로 제안한 낭만을 즐기려 분위기를 내보려 했지만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곧 후회했다.“오빠, 우리 들어가요.”양혁수는 일부러 모르는 척하며 물었다.“낭만은 벌써 끝난 거야?”변여름이 말했다.“...엉덩이 안 차가워요?”양혁수는 물론 알고 있었다. 앉자마자 속으로 거친 말이 먼저 떠올랐다.그녀를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절대 앉지 않았겠지만 정원 풍경이 제법 괜찮아 기분이 좋아진 그는 곧장 들어가지 않고 차고에 들러 방석 두 개를 가져왔다. 그리고 하나를 변여름이게 건넸다.엉덩이는 보호했지만 변여름은 다시 양혁수 곁으로 바싹 다가앉았다.그는 아무 말 없이 핫초코를 마셨고 그녀 역시 말없이 그와 함께 따뜻한 시간을 나눴다.잠시 후 온몸이 데워진 양혁수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그 소리를 들은 변여름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오빠, 기분 좀 나아졌어요?”양혁수는 그녀가 죽어가는 친아버지를 보고 마음이 복잡할까 봐 일부러 자신을 찾아온 것임을 알아챘다.‘사람이 살면서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진심을 받을 수 있을까.’그는 속으로 꽤 흐뭇했지만 양지원을 제외하고도 어떻게 누군가가 그것도 여자가 자신에게 이렇게 따뜻하게 대할 수 있는지 문득 궁금했다.그는 변여름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물었다.“이렇게 남의 마음을 헤아리는 거 힘들지 않아?”“힘들지 않아요.”변여름은 핫초코를 한 모금 마시더니 마치 오래 준비했던 듯 담담히 말했다.“내가 오빠 좋아하잖아요.”양혁수는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내가 뭐가 좋아?”변여름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답했다.“오빠가 양혁수여서요.”순간 양혁수의 마음은 멍해졌다.변여름은 턱을 괴고 그를 바라보며 천천히 미소 지었다.“오빠가 양혁수인 이상 전 계속 좋아할 거예요.”흔들리는 마음을 숨기려 그는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정원은 고요했고 언제부터인가 그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99화

    변여름은 남자를 유혹할 때 감정을 자극하는 전략에 집중했다.그녀의 이해력과 용기를 보면 오토바이를 배우는 건 식은 죽 먹기였고 양혁수는 각 부분의 기능만 설명해 주면 그녀는 곧바로 탈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변여름은 그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 설명을 다 들은 뒤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어려워요. 오빠는 어떻게 이렇게 잘해요? 이것도 다 알고… 그래도 오빠가 태워줘요. 안 그러면 저, 넘어질까 봐 무서워요.”양혁수는 침묵했다.“...”그는 변여름이 순진하고 귀여운 척 연기할 때마다 마치 덩치 큰 남자가 억지로 애교 부리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하고 싶었다.‘능숙하긴 한데 그런 애교는 이쯤에서 그만두는 게 좋을 것 같아.’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변여름은 작은 가방에서 가죽 장갑을 꺼내 그에게 건네주며 그의 주머니에서 털실 장갑을 꺼냈다.“난 오빠가 장갑 안 낄 줄 알았어요.”변여름은 한숨을 쉬며 끈 장갑을 목에 걸고 장갑을 낀 뒤 손뼉을 쳐가며 그 따뜻함을 느꼈다.양혁수는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따뜻하게 옷을 챙겨 입은 걸 알아차렸다.목도리가 높게 올라와 작은 코를 가렸고 머리에는 털실 모자를 썼으며 짧은 울 코트와 스커트 세트에 검은색 이너와 롱부츠까지 갖춰 입은 모습은 멍청하지도 과하지도 않았다.순진함과 달콤함을 동시에 지닌 그녀를 보며 그는 듬직한 남자가 애교 부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오히려 귀엽다고 생각했다.“모자 벗고 헬멧 써.”그가 말하자 변여름은 고개를 끄덕이며 모자 끝에 달린 털 방울을 잡아당겼다.양혁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날리는 머리카락을 눌러주고 그녀의 손을 잡아 천천히 모자를 벗겼다.변여름이 가만히 그를 바라보자 역시나 양혁수는 직접 그녀에게 헬멧을 씌워줬다.마스크 너머로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자 그녀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마스크를 위로 올렸다.그러자 양혁수는 다시 그녀의 마스크를 아래로 내려주며 말했다.“나중에 차 타고 가면 얼어 죽을 거야. 함부로 벗지 마.”‘네.’그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98화

    오성호가 한창 잘나가던 시절에도 양혁수는 그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지 않았다. 하물며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죽음을 앞두고 짧게 마주한 이 순간엔 더욱 그랬다.묘지 이야기가 끝나자 부자 사이에는 말 한마디조차 스며들 수 없는 침묵이 내려앉았다.오성호는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 올려 그를 바라보았다. 과연 그는 지금 자신의 아이를 보고 있는 건지 단지 피를 나눈 존재를 바라보는 건지 아니면 양혁수를 통해 잊힌 과거를 떠올리며 전혀 다른 누군가를 보고 있는 건지 모른다.양혁수는 그것을 알 수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그는 오성호가 양지원을 만나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했고 오성호는 한참 뒤 남아 있는 힘을 다 짜내 그에게 물었다.“네 엄마는...잘 지내니?”양혁수는 사실대로 말했다.“말씀하신 대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요.”오성호가 웃자 산소마스크에 김이 서렸고 그는 눈을 감은 채 다시 조용해졌다.양혁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다른 부탁은 없어요?”오성호는 양혁수가 떠나려는 기척을 느끼고 다시 눈을 떠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날씨가 추워...빨리... 집에 가...”양혁수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었고 사람들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는 데 익숙했지만 지금 이 사람의 마지막 두 마디가 진심인지 거짓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진심이든 거짓이든 그에게는 더 이상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성호를 마지막으로 한 번 바라본 뒤 돌아섰다.서로 30년 넘게 부자로 살아왔지만 결국 남은 건 몇 마디 말뿐이었다.문을 닫으려던 순간 양혁수는 침대에 누운 이가 힘겹게 문 쪽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뒤돌아보지 않고 조용히 문을 닫고 밖으로 나섰다.올 때와는 달리 밖으로 나서자 마치 어둠에서 밝은 곳으로 나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차가운 달빛 아래 고요한 분위기가 감돌았고 좁은 공간에 갇혀 있던 답답함이 뻥 뚫리는 듯했다.양혁수는 계단에 멈춰 서서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97화

    “나 혼자 가면 돼.”양혁수가 말했다.변여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뒤 끈 달린 장갑을 꺼내 들며 말했다.“알아요. 그냥 장갑 가져다주려고요.”양혁수는 장갑을 보자 절로 웃음이 나왔고 침잠했던 기분이 조금씩 풀렸다.“나가서 끼면 돼.”“분명히 거짓말이에요.”변여름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으나 끝내 그를 다그치지 않고 장갑을 조용히 그의 품에 안겼다.그녀는 그를 배웅하며 갑자기 물었다.“주차장에 오토바이 있던데 내가 타도 돼요?”“오토바이 탈 줄 알아?”변여름은 고개를 저었다.“몰라요. 하지만 배울 수 있어요.”“배울 필요 없어.”양혁수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헝클이며 말했다.“추운 날 오토바이 타면 귀 얼어서 떨어질지도 몰라.”변여름은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러면 나중에 오빠가 가르쳐줘요.”“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자.”양혁수는 계단을 내려갔다.차에 타기 전 창밖 너머로 변여름이 손을 흔들며 목에 무언가를 거는 시늉을 하자 양혁수의 입가에 잔잔한 웃음이 번졌다.오성호가 입원한 곳은 조용한 곳에 자리한 개인 병원이었고 밤 9시가 넘자 주변은 소란스러움이 가라앉았다.저택에서 병원까지는 잠깐이었지만 병원 밖에서 병실까지는 20분이나 걸렸다.양혁수는 정원을 지나 사람 하나 없는 긴 복도를 걸었고 부드러운 조명이 어슴푸레하게 빛나는 개인 정원에 도착했다. 그 사이 그는 오성호의 모습을 떠올리며 최악의 상황을 상상했다.그러나 병상에 누워 있는 오성호의 모습을 보고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그의 얼굴은 검게 그을린 데다 누렇게 변색되어 있었고 양쪽 볼은 부어 있었으며 눈은 천장의 형광등을 멍하니 응시한 채 공허했다.소리를 들은 오성호는 낡은 자루처럼 거칠게 숨을 내쉬며 몸을 움직여 문 쪽을 바라보았다.양혁수가 들어서는 걸 보자 그의 눈에 희미한 빛이 스쳤지만 이유를 알 수 없이 곧 사그라졌고 낯선 이를 보는 듯한 평온만이 남았다.“왔구나...”그가 입을 열었지만 그 목소리는 듣는 이를 거슬리게 할 만큼 거칠고 불쾌한 소리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96화

    변여름은 스웨터와 목도리 장갑 한 켤레를 챙겨 왔다.양혁수가 스웨터를 걸쳐보니 몸에 맞았고 목도리 역시 흠잡을 데 없이 자연스럽게 어울렸다.하지만 그는 끈 장갑을 들어 올리며 살짝 올라간 입꼬리가 미세하게 떨렸다.“여름아, 이런 장갑은 아이들이 잃어버릴까 봐 쓰는 거잖아.”변여름은 말없이 그러나 단호하게 장갑 끈을 그의 목에 걸어주었다.“오빠, 평생 오빠를 위해 장갑을 떠줄 거지만 내가 뜬 장갑은 소중하니까 잃어버리면 안 돼요.”“...”양혁수는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착용은 할 수 있겠지만 끈만큼은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털실 장갑은 별로 따뜻하지 않아. 보온성은 가죽 장갑이 훨씬 낫지.”그가 넌지시 말하자 변여름이 고개를 들었다.“그러면 끈을 가죽끈으로 바꿔줄게요.”양혁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됐어. 됐어.’두 사람은 한참을 고집스럽게 맞서다가 결국 다시 분위기가 누그러졌다.기분이 좋았던 그는 결국 변여름의 달콤한 설득에 넘어가 담요 뜨는 법까지 배우게 되었지만 이내 장난스럽게 시범을 보여달라며 매우 긴 부분은 늘 여름이 대신 떠주곤 했다.“곧 설날이네요.”조용하던 틈에 변여름이 말을 꺼내자 양혁수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잠시 정적이 흘렀고 변여름은 조심스럽게 그를 바라보았다.“오빠, 저희 화서시에 가요.”양혁수의 손이 멈췄다....양혁수는 기억이 시작된 순간부터 오성호에게 호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다른 아이들이 간절히 바라는 부성애가 필요할 나이였지만 그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양지원이 준 사랑이 넘쳐흘렀기에 ‘아버지’라는 감정의 빈칸조차 그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그러나 혈연이란 참으로 기묘하고도 무서운 것이었다. 오성호가 아무리 끔찍한 사람일지라도 그는 분명 양혁수의 친아버지였다.그리고 생사의 경계 앞에서 누구도 완전히 무심할 수는 없었다.결국 양지원은 오성호를 죽이지 못했다. 대신 화서시에 가둬 더 이상 악행을 저지르지 못하게 했다.양혁수는 그 후로 단 한 번도 오성호를 찾아가지 않았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95화

    이튿날 아침, 비바람이 멈추고 햇살이 비춰왔다.악몽에서 벗어난 양혁수는 그제야 어제 충동으로 벌인 일이 떠올랐고 왠지 이제는 후회할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반항하는 걸 포기한 듯한 양혁수를 보며 변여름이 떠보듯 말을 걸었고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난 걸 확인한 뒤에는 다시 악동으로 변했다.변여름은 아침 댓바람부터 서양식 브런치를 먹겠다고 난리였다.변여름에게 오냐오냐 귀여움을 받던 양혁수는 오랜만에 무언가를 부탁하는 변여름에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다.그동안 변여름의 차려준 음식을 실컷 먹었으니 자신도 한 끼 정도는 기꺼이 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리고 서양식 브런치야 식재료를 구우면 그만이었다.그렇게 첫째 날 아침을 무사히 마치고, 이튿날 아침이 되자 변여름은 어제 먹은 브런치가 너무 맛있었다고 또 졸랐다.‘그래, 뭐. 맛있다는 데 해줘야지.’그러나 세 번째 아침엔 변여름이 스파게티가 먹고 싶다고 난도를 높여 버렸다.‘음... 그것도 뭐 얼마든지 할 수 있지.’점심이 되자 변여름은 스테이크와 소갈비찜을 먹고 싶다고 졸랐다.양혁수는 가스레인지 앞에 서서 말없이 스테이크를 구웠고 그 옆에 여유롭게 풍경을 바라보는 변여름을 보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어쭈, 지금 복수하는 건가?’‘평생 밥 해주겠다고 호언장담하고 나한테만 요리해 주겠다더니. 순 거짓말쟁이야.’‘어쩌면 밥은 물론, 언젠간 뜨개질도 해달라고 할지도 몰라.’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변여름이 자리에서 폴짝 뛰어내려 양혁수의 등 뒤를 꼭 껴안았다.양혁수는 제 허리를 감고 있는 손을 바라보며 한 소리 하려 했지만, 스테이크 기름이 튀어나오려 하자 먼저 변여름의 손을 제 손으로 덮어버렸다.변여름이 고개를 빼꼼 내밀며 말했다.“불이 너무 세서 그런 거 아니에요?”양혁수는 속으로 헛웃음을 터뜨렸다.“그렇게 잘하면 네가 하지 그래?”그러자 변여름은 쏙 빠져나와 등 뒤로 숨었고 양혁수의 등에 얼굴을 비볐다.“싫어요.”“난 오빠가 해준 요리가 먹고 싶단 말이에요. 맛이 엉망이어도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94화

    잠을 잘 때에는 변여름도 얌전한 편이었다. 양혁수에게 찰싹 들러붙긴 해도 기껏해야 팔이나 안고 잘 뿐이었다.가끔 양혁수가 밀어내면 잠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슬며시 팔베개할 때도 있었다.변여름은 양혁수에게서 향기로운 향이 난다고 했지만 양혁수는 변여름에게서 끈적한 허니 향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향기에 본인도 취해 버려 정신이 이상하게 된 것 같았다.낮에 하염없이 에든베타를 돌아다녔던 건 양시연에 대한 추억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다른 이유도 있었다.양혁수는 이렇게 외로울 때면 혼자 잠드는 게 너무 싫었고, 오늘 밤 변여름이 옆에 있어 너무 다행이라 느껴졌다.새벽에 잠시 잠에서 깼을 때 제 팔을 베고 자는 변여름이 보였고, 어깨가 너무 시큰거렸지만, 양혁수는 손목을 돌려 살짝 스트레칭만 할 뿐 팔을 빼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불을 당겨 변여름에게 잘 덮어줬다.그때, 창밖에서 무언가 쿵 하고 떨어지는 소리에 변여름이 깜짝 놀라 깨버렸다.변여름은 무의식적으로 양혁수의 품을 파고들었고 양혁수는 자연스레 등을 토닥였다.“괜찮아. 그냥 바람일 뿐이야.”변여름은 용기를 내어 창밖을 바라봤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안심할 수 있었다.그러다가 눈을 비비며 이미 잠에서 깬 양혁수의 손을 잡고 말했다.“오빠 빨리 자요...”양혁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귓가에는 색색거리는 호흡 소리가 들려오고 창밖에는 거센 바람 소리에 이어 굵은 빗방울이 창가를 내리치는 소리가 들려왔다.바람에 커튼이 흩날리고 나무 그림자까지 방안에 비춰오자 양혁수는 심기가 거슬렸다.그래서 침대 헤드등을 끄고 눈을 감았다.어둠 속에서 갑자기 양혁수는 음침한 무덤 앞에 섰다.짙은 안개에 얼굴을 가린 한 여자가 몇 번이고 양혁수의 이름을 불렀다.“혁수야, 혁수야!”“내가 네 엄마잖아. 혁수야!”피를 쏟으며 쓰러지던 그 모습과 똑같았다.양혁수는 온통 피로 뒤덮인 그녀의 얼굴을 보다가 이게 원망인지 슬픔인지 공포인지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오빠?”“혁수 오빠!”그때, 변여름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93화

    두 사람이 소파 위로 함께 쓰러지듯 누울 때도 입술은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양혁수의 무게가 실리자, 변여름은 작게 신음을 뱉었다.그 소리에 양혁수는 잠시 멈칫했고 변여름은 목을 꽉 껴안고 다시 키스를 이어갔다.양혁수는 키스 도중에 눈을 떴고 마침 눈을 깜빡거리는 변여름과 시선이 마주쳤다. 두 사람의 시선은 끈적하게 이어졌고 양혁수는 점점 변여름에게 이끌렸다.술을 마셨지만 정신은 또렷했다. 그러니 지금 양혁수의 행동을 별달리 설명할 방법은 없었다. 어쩌면 너무 추운 에든베타에서 변여름의 품 안이 너무 따뜻해 떨어질 수가 없었던 것 같았다.변여름을 품에 안고 있으면 양혁수는 마음이 가득 차는 기분이 들었다.양혁수는 잠시 이런 생각을 하다가 다시 변여름의 호흡에 맞췄다.사랑에 서툰 부분에 있어 두 사람은 닮은 점이 있었다.변여름은 용기와 재능이 있었지만, 그동안 양혁수가 협조하지 않은 탓에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다.그때 윗입술을 스치더니 입술 끝이 가볍게 빨렸다. 짜릿한 전율이 머리끝까지 번지자 변여름은 저도 모르게 양혁수의 옷자락을 꽉 움켜쥐었다. 다리도 무의식적으로 들렸지만 양혁수의 다리에 눌려 다시 꼼짝 못 하고 그의 품 안에 갇혔다.그렇게 알 수 없는 열기가 어느새 온몸으로 번져갔다.변여름은 양혁수를 꼭 껴안고 싶다가도, 온몸이 힘이 빠져 그저 그의 품으로 가만히 안겨있을 수밖에 없었다.이어 양혁수가 몸을 낮추고, 변여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더 깊고 부드럽게 키스를 이어갔다.호흡마저 뺏겨버렸지만 변여름은 점점 긴장을 풀 수 있었고 무조건적으로 양혁수를 믿었다.서툴던 키스는 점점 익숙하고 완벽해졌다.양혁수는 처음으로 키스만으로도 이렇게 황홀한 기분이 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그래서 자세를 바꿔 더 깊게 변여름에게 다가갔고 쿵쿵거리는 서로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또다시 호흡을 맞췄다.처음엔 행동이 생각보다 앞섰다. 그러나 이젠 상황 판단이 되었어도 행동을 멈출 수가 없었다.양혁수는 그렇게 밀어내던 변여름에게 키스를 쏟아붓다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92화

    처음 하는 뽀뽀도 아니었고 양혁수도 이젠 깜짝 놀라지는 않았다. 단지 헛웃음을 내뱉고 시선으로 무언가의 경고를 날릴 뿐이었다.변여름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오빠, 정말 향기로운 냄새가 났단 말이에요.”“...”‘그게 중요해?’양혁수가 혼을 내려고 자세를 고쳐 앉자, 변여름이 먼저 입을 열었다.“그래요. 제가 정신이 나갔나 봐요. 변태라는 거 인정할게요.”그러자 양혁수는 화를 내기는커녕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아야만 했다.다시 등받이에 몸을 기댄 양혁수는 굳은 얼굴로 물었다.“꼬맹이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말이야.”변여름은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말했다.“글쎄요.”그리고 소파에 편히 기대앉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나도 오빠 앞에서만 이래요. 정말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오빠만 보면 달라붙고 싶은 걸 어떡해요.”“그러는 오빤, 내가 다가오면 어떤 기분이에요?”막아서는 사람이 없자 변여름은 점점 겁 없이 질문을 이어갔고 양혁수는 며칠 전 밤이 떠올라 표정 관리가 힘들었다.“별생각 없어.”“정말요?”“그래.”퉁명스러워 보이는 양혁수를 보며 변여름은 피식 웃더니 제 스마트 워치를 벗어 양혁수의 손목에 채우려 했다.“뭐 하는 거야?”“뽀뽀 한 번만 더 하고 오빠 심박수 체크해보면 안 돼요?”양혁수는 바로 손을 빼냈으나 변여름도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체구로 보았을 때 변여름은 당연히 양혁수의 상대가 아니었고, 계속 매달리는 변여름에 양혁수는 양손을 꽉 잡아 포획해 버렸다.“자꾸 까불래?”손목이 잡혔지만, 변여름은 손가락을 살살 움직여 양혁수를 간지럽혔다.양혁수는 새우처럼 파닥거리기 시작했고 변여름은 웃음이 터졌다. 양혁수가 자신을 어떻게 하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변여름은 점점 더 과하게 움직여 양혁수의 몸을 가로 탔다.참다못한 양혁수는 아예 변여름의 손을 잡아 벽으로 가두었다.“그만해.”양혁수는 숨을 헐떡이고 있었는데 간지러움에 숨이 찬 것도 있었지만 자꾸 기어오르는 변여름에 속수무책이라 그런 것도 있는 것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