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훈은 평온한 표정으로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말했다.“별일 아니야. 그냥 두 명의 협력사를 만났을 뿐이야.”“그럼 왜 내 메시지는 안 읽었어요?”연정훈은 잠시 멈칫했다.안시연은 그를 살피며 물었다.“가기 전, 운동장에서 전화 한 통 받았었죠? 누가 건 거예요?”‘역시 여자는 사랑에 빠지면 셜록 홈즈가 된다더니...’연정훈은 심리전의 고수답게 절반의 진실을 말했다.“소현주한테서 온 전화였어.”안시연의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럼 그날 현주 씨를 만나러 간 거예요?”“아니야.”안시연은 말없이 그의 얼굴을 응시했다.진실을 말하고 있는 건지 확인하려 했지만 연정훈의 얼굴은 너무도 평온해 한 치의 빈틈도 찾을 수 없었다.잠시 실망했으나 안시연은 동시에 마음이 조금은 놓였다.만약 그날 연정훈이 소현주를 만나러 갔다면, 자신이 납치된 그 순간에 그와 소현주가 함께 있었다면 차마 용납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연정훈은 그녀의 의심 가득한 표정을 보고 되레 물었다.“그날 아침, 부승희랑 룸 안에서 무슨 얘기 했는지 기억나?”안시연은 금세 기억이 떠올랐다.그녀가 부승희와 나눈 대화를 그들이 엿들었을 것이라 부승원이 경고한 적이 있었다.그제야 상황이 이해됐다.“화났어요?”“조금.”연정훈의 말은 사실이었다.그녀가 자신을 이승우와 비교하며 때가 되면 떠날 준비를 한다는 말을 듣고 크게 상처받았다.마침 그때 소현주 쪽에서 일이 터졌다는 전화가 온 것이다.안시연은 설명했다.“그 전날 정훈 씨가 현주 씨의 전화를 받고 나서부터 날 대하는 게 차가워졌어요. 마음이 불편했어요. 그다음 날 또 이승우 씨가 어떤 여자랑 같이 있는 걸 보고 기분이 더 안 좋아지더라고요. 그래서 부승희 씨랑 얘기할 때 그냥 승희 씨 말에 맞춰서 말했을 뿐이에요.”연정훈은 내심 후회했다.그날 소현주의 전화를 받은 게 실수였다.그 감정이 그녀에게까지 번져 이런 문제를 일으킨 것이니 말이다.연정훈은 안시연을 들어 올려 품에 앉혔다.“지금도 떠날 생각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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