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지금 어디서 일해?”안시연에게 이 물음을 던진 사람은 남자 쪽 테이블에서 가장 큰 업적을 이룬 서현빈이었다.상대방의 태도가 온화한 게 괜찮은 사람 같아 보여 안시연은 똑같이 나긋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작은 회사에서 재무 관리하고 있어요.”그녀는 정인 과학기술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불필요한 문제는 되도록 피면 하자는 생각이었다.다만, 그녀가 한 사람의 말에 답장을 해주자, 나머지 사람들도 벌떼처럼 모여들었다.“후배처럼 훌륭한 여성은 재무가 좀 아까운데.”“맞아, 우리 서 대표님 회사에 가는 게 낫겠네, 모두 한 가족이고, 서 대표님도 아직 단순한 우리 후배를 잘 챙겨줄 수 있을 거야.”이 말은 안시연에게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서현빈을 띄워주느라 한 말이었다.서현빈은 겸손한 표정을 짓더니 곧이어 안시연 본인만 원한다면 자신의 회사는 언제든지 환영이라고 입을 열었다.정이슬이 안시연에게 조용히 문자를 보냈다.“허세, 잘난 척 쩌네.”안시연은 내심 웃음을 터뜨렸다.룸 안은 가식적인 주고받음으로 넘쳐났다.갑자기 고윤서가 안시연에게 또 다른 캡처 사진을 보내왔다.이번엔 단톡방이 아니라 개인톡이었는데 둘 중 한 명의 프로필 사진과 발언이 모두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었고, 다른 한 명은 남성의 프로필 사진을 하고 있었는데 안시연은 그가 바로 서현빈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X발, 순수하긴.”“주지혁이 3년 동안 갖고 놀았다는 걸 몰랐으면 한 번도 그거 못 해본 여자라고 의심했을 거야.”“자기야, 쟤 밑에 무슨 색깔 입고 있는지 맞혀봐.”“오늘 밤 내가 쟬 갖고 만다.”안시연은 구역질이 났다.머리를 들어보니 맞은편 서현빈은 아직도 꽤 정상적인 사람 모습이어서 캡처 사진 속 더러운 악플러를 해대는 짐승과는 연결되기 어려웠다.정이슬이 몰래 그녀를 콕 찔렀다.“난 오늘 구혜은이 너에게 씌운 누명을 벗기려고 이 자리에 왔는데, 더 자세한 방법은 없어?”‘없다면 괜히 이 자리에 수모를 당하러 온 거 아냐?’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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