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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의 독점적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101 - 챕터 110

540 챕터

제101화

비서가 시간을 알리느라 문을 두드려서야 풀려난 안시연은 책상 옆에 앉아 단추를 채웠고, 연정훈은 깔끔한 옷차림으로 그녀의 앞에 점잖게 서 있었다.아침에 꽃이 피는 절경을 보면서 그는 기분이 매우 좋았다.안시연이 흘깃 쳐다보자 그는 또 그녀를 품에 껴안았다.그는 안시연의 볼을 꼬집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그가 갑자기 눈을 가늘게 뜨고 지그시 바라보자, 안시연은 의아해하며 물었다.“교수님, 왜 그러세요?”“입을 벌려봐.”안시연은 그의 요구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입을 벌렸다.연정훈은 그녀의 가지런한 이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이는 멀쩡하네.”안시연이 멍해 있는데, 장난스러운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또 사람을 물지는 모르겠지만.”이 말에 안시연은 멈칫했다. 전에 연정훈에게 실례되는 일을 많이 하긴 했다.그의 입술에 난 상처 자국이 많이 옅어진 것을 보고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연정훈이 놀리자, 그녀는 무슨 담력이 생겼는지 고개를 돌려 얼굴 옆에 있던 그의 검지를 살짝 물었다.그녀가 숨을 쉼에 따라 연정훈의 손끝은 온기에 휩싸였다.사람을 문다고 놀리니까 그 자리에서 깨문 것이다. 다만 전혀 아프지 않았다. 그녀는 순진무구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점차 이빨에 힘을 주었다.연정훈은 짜릿한 느낌이 손가락 끝에서 시작하여 혈액 속으로 퍼지는 것을 느꼈다.안시연은 역시 요정이다. 계속 물게 놔두면 오전에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다.그는 손가락을 빼낸 후, 그녀를 와락 품에 안고 빨개진 그녀의 귀를 꼬집었다.“뭐 하려고? 나 30분 후에 회의가 있어.”방탕하게 행동한 안시연은 얼굴이 빨개진 채 그의 허리를 꼭 껴안고 나지막이 말했다.“또 물겠냐고 물어서 한번 해 봤어요.”“...”연정훈이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원래는 톡톡히 혼내주려 했지만 그녀가 부끄러워 고개도 들지 못하는 것을 보고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그는 검은 비단 같은 안시연의 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서랍에 머리끈이 있어. 이따 머리를 묶어.”안시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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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안시연은 아침을 먹은 후, 연정훈의 말대로 서랍에서 머리끈을 꺼냈다.비서가 산 것인 줄 알았는데, 서랍을 열어 보니 그날 연정훈이 그녀의 머리에서 풀어간 것이었다.값싼 작은 물건이 비싼 시계들 사이에 섞여 있어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하지만 안시연은 연정훈이 이 보잘것없는 것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에 감동했다.안시연은 머리를 묶은 후 곧바로 비서를 부르지 않고, 아침 회의가 끝나서 비서가 덜 바쁠 것 같을 때 데려달라고 부탁했다.“그런 걸 신경 쓸 필요 없어요. 다음에는 일이 있으면 바로 부르셔도 돼요.”비서가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어차피 저도 바쁘지 않아요.”안시연이 부드럽게 대답했다.비서를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온 그녀는 혼자 정인과학기술로 돌아갔다.문에 들어서는 그녀와 마주친 장가희가 의아해하며 물었다.“휴가를 내지 않았어요?”“아침에 일어나니 괜찮은 것 같아서 나왔어요.”“시연 씨도 참...”장가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더니 곧바로 그녀를 끌어당기며 흥분해서 말했다.“근데 마침 잘 왔어요. 아주 좋은 일이 있어요.”안시연이 의아해하자 장가희는 그녀를 데리고 게시판 앞으로 갔다.“봐요.”게시판에는 징계 통보가 붙어있었는데, 관련 직원은 주효진이었다.회사에서 말썽을 일으킨 것, 내부 결속을 저해한 것 등 여러 가지 안 좋은 행위로 해고 처분을 내린다는 내용이었다.안시연은 연정훈이 이렇게 깔끔하게 처리할 줄은 몰랐다. 그녀는 잠시 속이 시원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연정훈이 주효진에게 엄벌을 내린 것이 그녀를 위해서라기보다는 회사 분위기가 나빠질까 봐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시원하죠?”장가희가 그녀를 툭 쳤다.안시연이 입을 열기도 전에 멀지 않은 곳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주효진이 하이힐을 신은 채 사무용품을 들고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는 워낙 안색이 안 좋았는데, 안시연을 보더니 철천지원수라도 만난 듯 즉시 달려들려고 했다.다행히 같이 오던 경비원이 양옆에서 그녀를 붙잡았다.장가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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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안시연을 두 번째로 보는 도우미 아주머니는 전혀 의아해하지 않고 지난번보다 더 친절하게 대했다.연정훈이 돌아오기 전에 어떤 브랜드 매장에서 옷을 가득 보내왔다.겉옷과 치마부터 속옷과 소품까지 빠진 것이 없었다.좀 피곤했던 안시연은 원래 두 벌만 고르려 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연정훈의 흥을 깨뜨릴 것 같았다.결국 그녀는 옷장을 가득 채웠고, 잠옷도 10여 벌 골랐다.그러는 사이에 8시가 다 됐다.어둠이 짙어지고 정원에 부드러운 노란색 불빛이 켜진 후에야 연정훈은 집에 들어섰다.식탁 위에는 요리들과 두 쌍의 수저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아담한 체구의 안시연은 흰색 샤스커트 차림으로 발만 살짝 드러낸 채 담요를 덮고 소파에서 자고 있었다.연정훈이 최대한 가볍게 걸었는데도 그녀는 인기척을 듣고 잠에서 깼다.눈을 뜬 그녀는 연정훈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몸을 일으키며 담요를 젖혔다.“오셨어요?”연정훈은 그녀가 강남시티에 돌아온 것을 알면서도 밖에서 일할 때는 그녀 생각을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에 들어서기 직전에 발걸음이 빨라졌다.그녀의 부드러운 한마디에 연정훈은 마음이 간질간질했다.역시 집에 식구가 늘어난 느낌은 좋았다.“왜 올라가 자지 않고?”안시연은 코트와 넥타이를 받아서 옷장에 넣은 후 말했다.“당신이 오는 것도 모르고 계속 잘까 봐 걱정돼서요.”“그럼 뭐 어때?”연정훈은 그녀를 껴안고 자연스럽게 말했다.“자고 있으면 되지. 내가 방에 돌아가면 부를 텐데.”“저를 부른다고요?”안시연은 연정훈을 올려다보며 일부러 장난쳤다.“제가 아까워서 편하게 자라는 뜻인 줄 알았어요.”연정훈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소매의 단추를 풀면서 식탁 위의 요리를 훑어보았다.“저 많은 요리를 혼자 소리 없이 먹기는 아깝잖아.”안시연은 연정훈이 말한 것이 요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아주머니는?”“쉬라고 했어요.”안시연은 말하면서 가스레인지를 켜서 국을 데우고 밥을 펐다.연정훈이 먹고 싶은 건 그녀인데, 그녀는 밥을 퍼놓고 팽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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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예쁜 접시에 먹기 편한 크기로 잘랐거나 껍질을 벗긴 과일들이 담겨 있었고, 심지어 포도도 껍질이 벗겨져 있었다.연정훈은 소파에 앉아 안시연의 분주한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녀가 포크로 과일을 찍어주려 할 때쯤 연정훈은 노트북을 내려놓고 그녀를 불렀다.“시연아.”안시연은 멜론을 손에 든 채 그를 돌아다보았다.남자는 한 손으로 그녀를 품에 끌어당겨 안았다.“교수님...”연정훈은 그녀의 손에 있던 멜론을 먹고, 포크를 옆에 있는 접시에 던졌다.쨍그랑! 안시연은 영문을 몰라 눈을 깜박거렸다.‘화 나셨나?’연정훈은 천천히 씹으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입맛부터 사로잡아야 한다는 말이 맞는지 아닌지는 잠시 논하지 않겠다. 하지만 시연 학생, 교수님이 정확히 알려줄 수 있는 건 남자의 위에 담을 수 있는 음식물의 양이 제한돼 있다는 거야.”“...”안시연이 입을 벌린 채 말을 못하고 있을 때, 남자가 먼저 벌칙으로 그녀의 턱을 꼬집었다.“식탁에서 국 두 그릇을 먹이고 욕실에서 사탕수수 주스 한 잔을 먹이고.”그는 접시에 가득 담긴 과일을 보며 말했다.“아직도 부족해?”안시연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설명하려고 입을 벌렸지만 무슨 말을 할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그녀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이런 작은 일에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당신을 잘 보살피려고...”말이 끝나기 바쁘게 그녀의 허리를 휘감은 남자의 팔에 힘이 실렸다. 남자는 그녀의 턱을 잡더니 그녀의 입술에 자기 입술을 포갰다.입술과 혀가 빨려 들어가면서 멜론의 달콤함이 그의 혀끝을 따라 넘어왔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남자의 어깨에 매달렸다. 강한 남성적 기운이 그녀를 완전히 감쌌다. 안시연은 저도 모르게 다리를 모으고 나른하게 남자의 품에 기댔다.그녀의 입속을 구석구석 누빈 후 연정훈은 동작을 멈추더니 쉰 목소리로 말했다.“앞으로 이렇게 보살피면 돼. 다른 건 쓸데없이 하지 마.”“...”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알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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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안시연은 얼굴이 새빨개졌다.그녀는 입술을 깨문 채 우물거리며 말했다.“내일 병원에 갈게요.”그러자 연정훈이 그녀에게 뽀뽀를 했다.“가는 김에 보약도 좀 처방받아.”“네?”안시연은 얼굴을 만지며 말했다.“저 건강해요.”“건강하다고?”연정훈은 그녀를 일으켜 앉히며 말했다.“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데.”안시연은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이런 꼴을 하고 있으니 차마 손을 댈 수 없잖아.”“...”그녀는 입을 삐죽거리며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교수님은 목적성이 너무 강해요.”연정훈은 씩 웃으며 손바닥으로 그녀의 허리를 끈적하게 눌렀다. 이어서 하얀 치마가 벗겨졌다. 안시연은 감히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그의 품에 안긴 채 머리를 어깨에 개대고 얼굴을 돌렸다.남자는 티가 없는 아름다운 옥을 다루듯 그녀의 몸을 어루만졌다.안시연은 손가락을 깨물며 가볍게 끙끙거렸다.남자는 그녀의 얼굴을 자기 쪽으로 돌린 후, 볼에 뽀뽀했다. 그 와중에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입가의 상처는 다 나았어?”안시연은 그가 뭘 암시하는지 알았다.그녀의 입가에 있던 상처가 이제 거의 보이지 않았다. 주효진에게 뺨을 맞은 흔적이 사라지는 데는 하루로 충분했다.그녀가 대답하지 않았지만 남자는 이미 그녀를 카펫 위에 내려놓았다.그녀는 그의 두 다리 사이에 무릎을 꿇었다.소파에 기대어 앉은 남자의 살짝 열린 옷깃 사이로 단단하고 다부진 몸매가 은근히 드러났다. 그는 욕망에 찬 눈으로 안시연의 얼굴을 바라보았지만 조급해하지는 않았다. 권력을 완전히 장악한 그는 정사에서도 여유로워 보였다.그녀의 몸을 염려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괜찮은 인간이다.그녀는 연정훈이 욕망을 억누를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그녀는 묵묵히 일어나 소파 가장자리에 무릎을 꿇고 그의 몸을 넘어 뒤에 있는 작은 스탠드를 껐다.실내가 어두워진 후 그녀는 연정훈의 목에서부터 아래로 내려가면서 키스하기 시작했다.-이튿날 아침, 안시연이 눈을 뜨니 욕실 안에서 인기척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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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러시아워 시간대의 지하철에서 안시연은 아침 식사 때의 상황을 떠올렸다.연정훈과 가장 익숙할 때는 아마 침대 위에 있을 때일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침대에서 내려오면 그 남자는 냉담했다.하지만 원래부터 연인 사이가 아니니까 상관없다. 그는 그녀의 육체를 원하고 그녀는 그의 권세와 돈을 원하니 누구도 손해 보는 것은 없다.그녀는 회사에 들어갔고, 점심 때쯤 진수빈이 전화로 어떤 집과 차를 좋아하는지 물었다.“자그마한 집에, 튀지 않는 차로 해주세요.”“50평 정도의 집에, 8,000만 원 정도의 차로 하면 될까요?”“...”진 비서는 튀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무슨 오해가 있는 건가?“혼자 살 거니까 10여 평짜리 원룸이면 충분하고, 차는 4,000만 정도 가격대면 될 것 같아요.”진수빈이 씩 웃었다.“농담이시죠?”안시연은 말을 잇지 않았다. 그녀가 사는 곳에 연정훈도 갈 거니까 완전히 그녀의 기준에 따를 수는 없다.“알아서 하세요. 저는 다 좋아요.”“네.”오후에 회사에서 나와 병원에 가기 전에 외할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빨리 와. 너의 시부모님이 오셨어.”기쁨에 겨운 외할머니의 말을 듣고 안시연은 가슴이 철렁했다.주지혁과 결혼 얘기가 오갔기 때문에 외할머니가 말하는 시부모는 당연히 주지혁의 부모다.그녀는 주지혁의 의도를 알 수 없어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병실 밖에 도착하니 안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안시연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박미연이 반갑게 맞이했다.“시연아, 이제 퇴근해?”주씨 집안이 이전에 형편이 어려웠기 때문에 주지혁의 부모님은 동년배보다 훨씬 나이 들어 보였다.중년 여성의 소박하고 진심 어린 눈빛을 보며 안시연은 한순간 마음이 헷갈렸다.그녀가 인사하자, 박미연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유능하다고 한바탕 칭찬했다.“시연이 더 예뻐졌네.”그녀는 말하면서 안시연의 옷을 훑어보았다.“이 치마도 예쁘네.”안시연은 침묵했다.그녀가 입은 것은 엄청나게 비싼 새 치마였다.박미연은 알아본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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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안시연은 화가 나다 못해 헛웃음이 나왔다. 주씨 집안의 사실 왜곡 능력은 대대로 전해 내려온 것이 틀림없다.그녀는 허리를 꼿꼿이 펴고 또박또박 말했다.“주효진이 회사에서 잘린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고 저와는 상관없습니다. 주지혁의 사업에 관해서는 더더욱 모릅니다. 신분 상승을 했으니 좋든 나쁘든 다 그 사람 일이죠.”박미연은 화를 냈다.“시연아,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하룻밤 부부라도 그 정은 오래간다고 했는데.”“저는 주지혁과 부부였던 적이 없습니다.”박미연은 할 말이 없었다.전혀 먹히지 않자, 그녀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우리 지혁이 쉽지 않은 거 너도 알잖아. 부지런하고 착실하게 일해서 여기까지 왔어. 시연아, 너는 젊고 예뻐서 얼마든지 대단한 사람을 만날 수 있겠지만 지혁이는 너와 달라.”“지혁이 그동안 너의 외할머니를 돌봐드렸던 것을 봐서라도 너그러이 용서하고, 그 사장님한테 우리 지혁이를 더 이상 괴롭히지 말라고 해줘.”주지혁이 부지런하고 착실하다고? 안시연은 역겨워 토할 것 같았다.주지혁이 변심하고 권세 있는 사람에게 빌붙은 것이고, 그녀는 단지 반격했을 뿐인데, 박미연은 모두 그녀의 잘못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안시연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아 가방을 들고 일어섰다.이를 본 박미연은 급히 그녀를 잡았고, 옆에 사람들이 있는데도 무릎을 꿇으려 했다.안시연은 깜짝 놀랐다.“시연아, 제발 도와줘.”“엄마!”박미연이 무릎을 꿇기 전에 날카로운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소리 나는 쪽을 보니 주지혁과 주효진이 왔다.주효진은 눈에 쌍불을 켜고 달려오더니 박미연을 일으켜 세운 후 안시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양심이 있어? 우리 엄마가 그래도 어른인데.”허! 안시연은 입을 삐죽거렸다.주지혁이 외할머니를 가지고 협박할 때는 외할머니를 어른이라고 생각했었나?박미연은 작은 소리로 흐느끼며 여전히 안시연에게 사정했다.주지혁이 앞에 나서며 미간을 찌푸렸다.“엄마, 소란을 피우지 마세요.”박미연은 눈 밑이 거뭇한 아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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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너 정말 연정훈과 사귀어?”주지혁의 질문에 안시연은 부인하지 않았다.주지혁은 눈을 감고 몹시 마음 아파했다.“시연아.”“돌아서라고 설득하고 싶다면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구역질 날 뿐이니까.”주지혁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내뱉지 못했다.그는 안시연이 어느 날 이렇게 변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그는 쓰라린 감정을 억누르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너를 말리려는 것이 아니라 그의 진짜 모습을 알려주려는 거야.”안시연은 미간을 찌푸렸다.“그 사람이 너의 목숨을 살려주는 마지막 지푸라기 같지?”주지혁은 비웃는 표정을 지었다. 안시연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는 말을 이었다.“그 사람이야말로 진짜 위선자야. 그동안 너에게 관심이 없는 척했어. 강 건너 불구경하면서 네가 궁지에 몰려 제 발로 찾아오길 기다린 거야.”안시연이 사무실에서 연정훈에게 키스하는 순간, 그는 자기가 직접 안시연을 연정훈에게 밀어냈다는 것을 알았다. 연정훈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다.안시연은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연정훈이 자기에게 어떤 감정인지 그녀는 잘 알고 있다. 육체적인 관계일 뿐, 사랑이라고 말할 수 없다.그렇다면 그가 수단을 좀 썼다고 해서 크게 비난할 것은 없다.“그 사람이 위선적이라고? 난 상관없어. 당신이 그 사람을 비난할 자격도 없고. 어쨌든 나를 압박하라고 당신 목에 칼을 들이댄 사람은 없었으니까.”주지혁은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후회막급이었다.“내 방식이 잘못됐지만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진심이야.”그는 안시연을 바라보며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연정훈이 너를 위해 효진을 해고하고 내가 진행 중인 몇 개 큰 프로젝트를 망쳐버렸는데, 이 모든 것은 단지 자기 권리를 과시해 네가 순순히 말을 듣게 하기 위한 거야.”안시연은 놀랐다.“연정훈이 네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망쳤다고?”그녀가 모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는지, 주지혁은 잠시 눈빛이 흔들리더니 이어서 말했다.“기다려 봐. 며칠 있으면 알려줄 거야. 그걸 가지고 너를 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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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양혁수는 휴대폰을 맞은편의 귀부인 앞에 던지고는 건들거리며 턱을 치켜올렸다.“보세요. 굉장한 미녀예요.”양지원은 여자가 뺨을 때릴 때부터 끝까지 아래층의 해프닝을 구경했다.그녀는 권력자에게 빌붙는 이런 여자를 질색하는데, 연정훈과 연관이 있을 줄이야.그녀는 50대의 나이에도 관리를 잘해서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별로 남지 않았고 30-40대로 보이는 얼굴에는 도도함과 부티가 철철 흘렀다.눈앞의 싸구려 커피를 그녀는 입에도 대지 않았고 물 한 잔만 마셨다.아들의 휴대폰에서 동영상을 힐끗 훑어본 후 그녀는 이마를 찡그렸다.양혁수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의자에 기대앉아 시비를 걸었다.“이 여자가 이렇게 매혹적인 외모에 뺨을 때린 것으로 봤을 때 성깔도 장난이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연정훈이라도 그녀의 손에 죽고 싶었을 거예요. 이렇게 강력한 경쟁상대가 있는데도 양민아를 연정훈에게 시집보내고 싶어요?”양지원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누나 일에 참견하지 말고 너나 잘해.”양혁수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거칠고 버릇없이 행동했다.양지원은 휴대폰을 던져주며 센 말투로 말했다.“누나한테 전화해서 언제 도착하는지 물어봐. 벌써 15분이나 늦었어.”“알았어요.”-정인그룹의 어느 탁 트인 공간, 익숙한 여자 목소리가 휴대폰에서 흘러나왔다.“연정훈이 나를 사랑하든 말든 상관없어. 그 사람은 나를 사랑하지 않고, 나도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아.”연정훈은 탁자 옆에 앉아서 아무 감정 기복이 없는 덤덤한 얼굴로 자사호를 들고 최고급 차를 찻잔에 따랐다. 차향이 사방으로 퍼졌다.그의 어깨 너머로는 강향단 나무가 파릇파릇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다.그는 차를 마신 후 몸을 뒤로 기대며 휴대폰의 영상을 정지시켰다.그때 전화가 울렸다. 남자가 휴대폰을 집어 들자, 손목에서 시계가 번쩍번쩍 빛났다.일어나서 창가로 간 그는 몸을 곧게 세우고 약간의 장난기가 담긴 말투로 입을 열었다.“지원 이모, 모처럼 경인에 오셨는데, 제 체면부터 깎네요?”“어찌 감히 우리 연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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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안시연은 똑똑하고 자기 처지도 잘 알지만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아주머니가 그렇게 말하자, 그녀도 마음속으로 살짝 기뻤다.브랜드 매장 직원은 조심스럽게 말을 아끼면서 그저 안시연에게 보석의 디테일을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2019년 4월 17일 연정훈 씨가 이 스타티스-라벤더 목걸이를 주문하셨습니다. 메인 보석은...”직원이 목걸이 정보를 자세히 알려주었다.2019년이라는 말을 들은 아주머니는 안색이 변하더니 문득 안시연을 쳐다보았다.안시연은 표정 변화가 없었다.“확인이 끝나셨으면 사인해 주세요.”직원의 말에 안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사인했다.화려하고 값비싼 보석 목걸이를 그녀는 그저 슬쩍 엿보았다. 2019년 그 당시 연정훈은 그녀에게 아주 먼 전설에 불과했다.이 목걸이는 그녀에게 주는 것이 아니다.직원이 떠난 후 아주머니는 조리대 뒤에 서서 불안한 기색을 보였다.“시연 아가씨...”안시연은 방긋 웃으며 보석을 내려놓았다.“괜찮아요. 교수님이 돌아오시면 제가 말씀드릴게요.”아주머니는 머쓱해하며 대답하더니 더 이상 참견하지 않았다.안시연은 차분하게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하고 있었지만 머릿속은 온통 그 목걸이에 대한 생각뿐이었다.‘그 목걸이의 주인은 누굴까?’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그녀가 일어나서 문어귀로 가니 연정훈이 밖에서 들어왔다. 옷에서 살짝 술 냄새가 나고 얼굴은 멀쩡한 것을 보니 오늘은 술을 많이 마시지 않은 것 같다.“뭐 좀 드시겠어요?”안시연이 묻자, 연정훈은 손목시계를 풀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헐렁한 셔츠와 옅은 색의 프린트 스커트 차림에 편안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는 마치 그림 속의 사람처럼 아름다웠다.살뜰히 챙기는 것을 보고, 모르는 사람은 그녀가 연정훈을 깊이 사랑한다고 생각할 것이다.그는 어젯밤처럼 그녀를 끌어안고 물었다.“뭐 했어?”“너무 늦었어요. 제가 만둣국을 끓여드릴까요?”안시연이 어깨에 기대자 남자는 그녀에게 키스했다.“좋아.”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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