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시연은 화가 나다 못해 헛웃음이 나왔다. 주씨 집안의 사실 왜곡 능력은 대대로 전해 내려온 것이 틀림없다.그녀는 허리를 꼿꼿이 펴고 또박또박 말했다.“주효진이 회사에서 잘린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고 저와는 상관없습니다. 주지혁의 사업에 관해서는 더더욱 모릅니다. 신분 상승을 했으니 좋든 나쁘든 다 그 사람 일이죠.”박미연은 화를 냈다.“시연아,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하룻밤 부부라도 그 정은 오래간다고 했는데.”“저는 주지혁과 부부였던 적이 없습니다.”박미연은 할 말이 없었다.전혀 먹히지 않자, 그녀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우리 지혁이 쉽지 않은 거 너도 알잖아. 부지런하고 착실하게 일해서 여기까지 왔어. 시연아, 너는 젊고 예뻐서 얼마든지 대단한 사람을 만날 수 있겠지만 지혁이는 너와 달라.”“지혁이 그동안 너의 외할머니를 돌봐드렸던 것을 봐서라도 너그러이 용서하고, 그 사장님한테 우리 지혁이를 더 이상 괴롭히지 말라고 해줘.”주지혁이 부지런하고 착실하다고? 안시연은 역겨워 토할 것 같았다.주지혁이 변심하고 권세 있는 사람에게 빌붙은 것이고, 그녀는 단지 반격했을 뿐인데, 박미연은 모두 그녀의 잘못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안시연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아 가방을 들고 일어섰다.이를 본 박미연은 급히 그녀를 잡았고, 옆에 사람들이 있는데도 무릎을 꿇으려 했다.안시연은 깜짝 놀랐다.“시연아, 제발 도와줘.”“엄마!”박미연이 무릎을 꿇기 전에 날카로운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소리 나는 쪽을 보니 주지혁과 주효진이 왔다.주효진은 눈에 쌍불을 켜고 달려오더니 박미연을 일으켜 세운 후 안시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양심이 있어? 우리 엄마가 그래도 어른인데.”허! 안시연은 입을 삐죽거렸다.주지혁이 외할머니를 가지고 협박할 때는 외할머니를 어른이라고 생각했었나?박미연은 작은 소리로 흐느끼며 여전히 안시연에게 사정했다.주지혁이 앞에 나서며 미간을 찌푸렸다.“엄마, 소란을 피우지 마세요.”박미연은 눈 밑이 거뭇한 아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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