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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Chapter 91 - Chapter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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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화

“감히 나를 모욕해?”“모욕했는지 안 했는지는 그쪽이 더 잘 알 것 같은데요?”짝!따위를 맞은 안시연은 귀에 윙윙거리는 소리가 울렸고 이내 입가에도 통증이 찾아왔다.순간 정신을 번쩍 차린 그녀는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반격했고 주효진은 애써 감춰온 본모습이 까발려진 게 분한 듯 죽일 기세로 달려들었다.두 사람이 싸울 때는 그 누구도 밀리지 않고 팽팽했다.하지만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주효진이 조이현의 시누이인 걸 알고 부랴부랴 달려들어 싸움을 말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일방적으로 주효진의 편을 든 거나 다름없다.현장에 도착한 장가희는 안시연이 여러 사람에게 팔을 잡힌 채 꼼짝 못 하는 모습을 발견했고 그 상황에서도 주효진은 그녀의 머리를 끌어당기며 따귀를 내리치고 있었다.“경찰에 신고할 거예요!”장가희가 소리를 지르자, 사람들은 그제야 겁을 먹은 듯 한발 물러섰다.그녀는 재빨리 다가가 땅바닥에 주저앉은 안시연을 부축했다. 자세히 보니 입가에는 피가 고여있었고 그 모습에 분노가 치밀어 올라 더는 참을 수 없었던 장가희는 여러 사람을 비난했다.“서로 편짜고 한 사람을 괴롭히는 게 비겁하지도 않아요?”“괴롭히다뇨? 직접 봤어요?”“그쪽이 먼저 손을 썼잖아요. 양심의 가책이란 걸 못 느끼죠?”“저 여자가 먼저 사람을 모함했다고요. 뭐라고 얘기했는지 들었으면 그런 반응이 안 나올걸요?”장가희는 전혀 믿지 않았다.“헛소리 집어치워요. 어차피 CCTV 있으니까 돌려보면 알겠죠? 시연 씨는 경찰에 신고해도 될 입장이었어요.”겁에 질려 얼어붙은 사람들과 달리 주효진은 여전히 자신감이 넘쳤다. 비록 안시연에게 몇 대 맞았지만 거의 상처를 입지 않았고 오히려 더 득의양양했다.“CCTV? 돌려봐요. 하나도 빠짐없이 다 찍혔는지 궁금하니까.”장가희는 말문이 막혔다.그녀 역시도 주효진의 신분을 알고 있었기에 경찰에 신고한들 회사 입장에서는 안시연을 돕지 않을 게 뻔하다.안시연은 머리가 헝클어진 채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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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아니나 다를까 권준호도 편파적인 사람이었다.주효진은 오빠네 일행과 임유정이 도착하는 것을 보더니 울면서 달려갔다.그녀는 오빠를 찾는 대신 조이현에게 안겼고 조이현은 빨갛게 부어오른 그녀의 볼을 보며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맞았어요?”임유정도 힐끗 보고선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심하게 맞은 것 같은데요?”진짜 피해자를 눈앞에 두고 생뚱맞은 사람을 걱정하는 그들의 모습이 어이가 없었지만 아무리 불공평하게 느껴져도 참견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주효진이 철없이 행동한 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나 조이현과 임유정이 곁을 지키고 있으니 감히 왈가왈부하지 못했다. 고작 인턴 때문에 조씨 가문과 임씨 가문의 미움을 사는 건 어리석은 행동이니까.권준호는 미소를 지으며 연정훈에게 말했다.“대표님, 별일 아닙니다. 직원들 사이의 말다툼일 뿐이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그 말 한마디에 사건의 본질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하지만 안시연은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반박도 하지 않았고, 권준호는 현명한 결정을 내린 그녀의 모습에 마음이 놓였다.이 자리에서 가장 권위가 높은 연정훈은 줄곧 침묵을 지키며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그 순간 임유정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곧이어 연정훈은 차분한 표정으로 돌아서서 권준호에게 말했다.“프로세스대로 처리해.”임유정은 가슴을 짓누르던 거대한 돌이 사라진 듯 홀가분해졌고 주효진은 이 상황이 즐거운지 일부러 안시연 쪽을 바라보며 약 올렸다.조이현의 곁에는 주지혁도 있었다. 사람들 속에 모습을 감춘 그는 착잡한 눈빛으로 안시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당장 도와줄 처지가 아니었지만, 그녀가 고생하는 걸 마냥 지켜볼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연정훈이 돕는 건 죽어도 원치 않았다. 참 모순되는 생각이다.결국 나중에 만회할 거란 다짐하고선 걸음을 옮겼다.그렇게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자, 복도는 순식간에 정적을 되찾았고 오직 장가희만이 그녀의 곁을 지켰다.“혼자 있고 싶어요.”“알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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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안시연은 사무실로 돌아가 여분의 흰색 원피스로 갈아입었다.다른 직원들은 퇴근했거나 연회 파티에 참석 중이라 아무도 그녀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회사 건물을 나선 안시연은 연정훈이 건네준 정장 외투를 걸친 채 본사를 향해 걸어갔다.살랑살랑하게 부는 저녁 바람이 입가의 상처에 닿자 따끔함이 밀려왔고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가볍게 상처를 어루만졌다.자기 모습이 얼마나 초라한지 감히 상상할 수 없었으나 민낯이 더 예쁘다는 이승우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그녀는 화장을 하지 않았다.정인 그룹 안은 매우 조용했고 곳곳에 보안 검색대가 있었다.안시연은 카드를 찍은 후 곧바로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연정훈의 사무실로 향했다....정인 그룹은 건물 전체가 통유리로 구성되었고 인근 상권이 한 눈이 들어오는 완벽한 곳에 있다.임유정은 소파에 앉아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훤칠한 남자를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권준호도 외모로는 어디 가서 뒤처지지 않았지만, 연정훈과 함께 있으면 늘 들러리가 될 수밖에 없었고 주지혁은 비교할 가치가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그녀는 옆에 있는 조이현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자랑하고 싶다는 욕구가 치밀었다.연정훈이 워낙 완벽한 사람이라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방금 안시연의 편을 들지 않아서 신났다.아무리 예뻐도 결국에는 부질없는 것이다.“교수님, 어때요?”주지혁은 멀지 않은 곳에 앉아 자신의 아이디어를 맘껏 뽐냈고 자세한 설명을 마친 후 고개를 들어 연정훈의 반응을 살폈다.그는 연정훈을 향한 질투심으로 가득 찬 사람이다.연정훈은 출신, 집안, 능력, 여자 모든 면에서 훨씬 뛰어났으니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하지만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아부를 떨어야 하는 게 현실이다.사무실에 앉아 수백억 원대의 사업을 논하는 와중에도 그의 마음속에는 오직 안시연뿐이다.주지혁은 언젠가 연정훈의 자리에 앉아 그녀 인생의 종착점이 자기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괜찮네요.”연정훈은 고개를 끄덕였으나 그의 표정에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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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그녀가 연정훈의 목을 감싼 순간, 사무실 안의 모든 사람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곧이어 연정훈이 손을 뻗어 여자를 감싸안으려고 하자 임유정은 손에 들고 있던 컵을 내동댕이쳤다.쨍그랑!산산조각나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연정훈의 품에 안겨 그의 향기와 숨결을 고스란히 느끼던 안시연은 갑작스러운 소리에 흠칫 놀라 무의식적으로 한걸음 뒤로 물러섰고, 곧이어 심연처럼 깊은 그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욕구는 파도처럼 밀려왔고 그의 셔츠를 끌어당기며 사무실 안을 목격한 그녀는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그 와중에 연정훈은 차분하게 손가락 마디로 그녀의 입술을 쓰다듬더니 곧이어 허리에 팔을 감았다.“안... 안시연?”조이현은 충격에 말까지 더듬었다.한편 이 모든 상황을 목격한 주지혁은 손에 든 만년필을 꽉 쥐었고,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듯한 느낌에 차마 움직일 수가 없었다.권준호는 그제야 여자의 얼굴을 확인했고 방금 억울하게 맞았던 그 직원이라는 걸 알아차리고선 끝없는 후회가 밀려왔다.진작 알았더라면 절대 경거망동하게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다.행여나 연정훈이 원한을 품을까 봐 숨죽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잠시 얼어붙었던 안시연은 사무실에 있는 모든 사람의 표정을 똑똑히 보았다.패닉과 충격, 당혹감이 뒤섞여 있었지만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었다.그녀는 단 한 순간도 연정훈의 품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임유정의 분노와 원망의 눈길을 마주하고선 보란 듯이 그를 꽉 껴안았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통쾌함이 가슴 깊은 곳에서 솟구쳤다.이승우의 말이 맞았다.임유정이 괴롭히면 더 심한 고통을 느낄 수 있게 되갚아주는 게 현명한 선택이었다.연정훈은 안시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끝없은 애정을 표현했다. 눈에서는 애틋함이 고스란히 느껴졌고 손가락이 그녀의 입가에 생긴 상처에 닿자, 눈빛이 급격하게 흔들렸다.“사적인 일이 있으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죠.”사람들은 아직도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으나 연정훈은 대수롭지 않은 듯 진수빈을 불러왔다.“대표님, 부르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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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가벼운 말 한마디에 안시연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녀는 연정훈을 제외한 다른 남자들은 이런 안정감을 가져다줄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고 오직 연정훈이 내뱉은 말에만 믿음이 갔다.바깥세상은 너무 험악하여 이미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눈앞의 남자가 알 수 없는 위험으로 가득 차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밀어내기는커녕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마치 마지막 희망을 붙잡는 사람처럼 말이다.연정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그녀를 품에 안았고 그렇게 한참이 흘러 가슴팍에 촉촉한 느낌이 들고서야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숙였다.안시연은 그의 움직임을 알아차린 후 곧바로 몸을 곧게 폈다. 그제야 가슴 한구석이 젖어있는 걸 발견했고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살며시 그를 바라봤다.연정훈이 물었다.“어떡할 거야?”생각에 잠긴 그녀는 갑자기 행동이 대담해지더니 그의 어깨에 기대어 입을 맞췄다.가벼운 입맞춤은 부드럽고 짜릿했다.연정훈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선 고개를 들었고 곧바로 조심스러워하며 눈치를 보는 여자의 시선과 마주쳤다.이미 품에 안겨있으니 뭘 어떻게 하든 그건 연정훈의 마음이다.안시연이 물러서기도 전에 연정훈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입을 맞췄고 그녀도 싫지 않은 듯 조심스럽게 입술을 포갰다.그렇게 십 분 동안 두 사람은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달콤한 키스를 나눴다.부드러운 입술과 촉촉한 혀가 거친 숨소리와 함께 뒤섞였고 연정훈은 강한 욕구가 밀려왔다.안시연은 견디다 못해 몇 번이나 뒤로 넘어질 뻔했으나 그럴 때마다 연정훈이 그녀를 품 안에 안았다.“아파요...”그녀는 가볍게 몸을 떨며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고 연정훈은 위로하듯 다정하게 그녀의 입가에 살며시 입을 맞췄다.“어디가?”안시연은 그의 셔츠를 꼭 쥐고 놓지 않았다.“여기저기 다 아파요.”거짓말이 아니다. 주효진과 싸울 때 무자비하게 그녀를 때렸던 사람은 여럿이었다.연정훈은 허리를 껴안고 있던 손을 살며시 풀었고 이런 작은 디테일에 안시연은 또 한 번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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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그 시각 라운지.연정훈은 안시연에게 씻을 시간을 줬다.그녀가 나왔을 때 라운지의 문은 열려 있었고 연정훈은 복도 창가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옷장에서 내 옷 있으니까, 아무거나 골라서 입어.”타월로 몸을 감싼 안시연은 고개를 끄떡이며 옷장으로 걸어갔다.안에는 검은색과 흰색뿐인 남성 셔츠가 가득했다. 평소 흰색 셔츠를 선호하는 연정훈과 달리 옷장에는 의외로 검은색이 더 많았다.안시연은 행여나 속옷이 비칠까 일부러 검은색을 골랐다.셔츠를 입자마자 담배를 다 피운 연정훈이 안으로 들어오며 라운지의 문을 닫았다.셔츠 한 장을 걸친 탓에 저도 모르게 긴장됐는지 안시연은 뒤에 있는 사람이 연정훈인 걸 뻔히 알면서도 움찔했다.연정훈은 1인용 가죽 소파에 앉더니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안시연을 바라봤다.“이리 와.”안시연은 그에게 다가갔다.어두컴컴한 조명은 셔츠 뒤에 가려진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를 극대화했고 살짝 풀어헤친 머리와 백옥처럼 하얀 다리는 매우 유혹적이었다.심지어 걸음을 옮길 때마다 향기로운 살냄새가 은은하게 퍼졌다.연정훈은 뚫어져라 그녀를 바라봤고 소파 팔걸이에 걸친 손은 그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 한시도 쉬지 않고 분주하게 움직였다.안시연의 시선은 테이블로 향했다. 그곳엔 구급상자가 놓여있었고 옆에는 여러 장의 서류와 만년필이 있었다.서류에 관심조차 없었던 그녀는 오직 약을 발라야겠다는 생각만으로 테이블 앞 카펫에 조신하게 앉았다.곧이어 옆에 있는 연정훈이 신경 쓰이는 듯 쭈뼛거리며 행동이 부자연스러워졌다.연정훈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일단 계약서부터 봐.”계약서라니?흠칫 놀란 안시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테이블 위에 놓인 서류를 집었다.주택 구입 계약서 2장과 주식 양도 계약서 1장이 들어있었는데 대충 예상만 해도 260억 원 정도다.그녀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연정훈을 바라봤다.연정훈은 훈훈한 이목구비와 깊은 눈망울을 한껏 뽐내며 여유롭게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이해가 안 돼?”안시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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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안시연은 화끈 달아오른 얼굴로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럼 혹시 꺼리는 행동이 있나요?”그녀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던 연정훈은 최대한 맞춰줬다.“없어.”“음...”“갑자기 그건 왜 물어?”안시연은 얌전한 자세로 테이블에 엎드렸다.“그동안 함께 지내면서 교수님이 어떤 걸 싫어하는지 알게 됐거든요. 그래서 물어본 거예요. 하나라도 더 알게 되면 조심할 수 있잖아요.”“조심했다고? 뭘?”그녀는 순진한 눈망울로 교활함을 한껏 뽐내며 진지하게 말했다.“교수님은 뒤끝이 엄청 심한 사람이니까 절대 밉보이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요.”연정훈은 웃음을 터뜨렸다.평소 잘 웃지 않은 탓에 섣불리 다가갈 수 없는 위압감이 있었으나 미소 한방에 싸늘함마저 눈 녹듯 사라졌다. 거기에 훈훈한 외모까지 더해지자, 보는 눈이 즐거웠다.그는 몸을 앞으로 기울더니 힘이 잔뜩 들어간 팔로 안시연을 일으켜 세웠다.순식간에 그의 품에 안긴 안시연은 속박당하지 않도록 무의식적으로 발버둥 쳤다.하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제압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고 고민 끝에 힘을 풀었다.연정훈은 자신을 보게끔 그녀의 턱을 잡고 치켜세웠다.“계약서에 적힌 시간 봤어?”“네.”“1년이 지나면 넌 언제든지 우리의 관계를 끝낼 권리가 있어. 서류에 사인하는 순간 우리의 계약은 시작된 거야.”비록 계약이라는 두 글자를 듣고 마음이 심란했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연정훈은 거친 손끝으로 그녀의 턱을 쓰다듬으며 차분하게 말했다.“내가 뒤끝이 심한 사람이라고?”“농담이었어요...”그는 고개를 끄덕였다.“뒤끝 있는 거 맞아. 난 아무리 작은 원한이라도 반드시 갚거든.”연정훈의 차분한 목소리가 마음에 걸렸던 안시연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난 계약을 어기는 사람이 제일 싫어. 그러니까 또 지난번처럼 한 입으로 두말하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네가 원한다면 1년 후에 떠나도 좋아. 절대 잡지 않을게. 하지만 기회는 단 한 번뿐이야.”그 말인즉 떠나는 순간 돌아올 자리도 없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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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맞닿은 두 볼은 매끄럽고 부드러웠다.안시연은 누군가에게 아부를 떠는 게 익숙하지 않았으나 필요한 상황에서는 애교를 부릴 줄 아는 현명한 사람이고 고집이 세긴 하지만 때로는 굽힐 줄도 안다. 지금 막 심리적 방어선을 뚫고 연정훈에게 모든 걸 맡기기로한 사람치고는 그의 팔을 감싸는 행동이 너무 자연스러웠고 교태를 부리는 모습은 매우 매력적이었다.따뜻하고 향기롭고 부드러운 여자가 품에 안기니 연성훈도 점점 자제력을 잃었다.욕구가 끓어오르는 강렬한 느낌에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안시연의 허리를 감쌌다.분위기를 보니 오늘 밤은 그와 함께 보내야 할 듯싶다.안시연은 긴장감이 밀려와 무의식적으로 팔을 더 조였다. 고양이처럼 그의 어깨에 살며시 엎드린 안시연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남자의 목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계약이 끝나면 구매자는 물건을 가져가기 마련이다.연정훈은 서두르지 않고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의 볼에 입맞춤하더니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자연스럽게 그녀의 단추를 풀었다.단추가 하나둘씩 풀리자 서늘한 기운이 몸에 스며들었고 안시연의 몸도 고스란히 드러났다.그녀는 입술을 깨문 채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를 막았다.그러자 연정훈은 단번에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더니 놀리듯이 입을 열었다.“상처를 보려고 하는 건데 왜 이렇게 긴장했어?”안시연은 반복되는 레퍼토리에 속을 정도로 멍청한 건 아니었다.하지만 오늘만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남자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나른해진 몸을 그에게 맡기듯 힘을 풀었다.여기저기 다친 만큼 조심스럽게 대해줬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연정훈은 그녀의 불편함을 알아차렸는지 손을 뻗어 번쩍 안고선 짙은 색의 시트가 깔린 커다란 침대 위에 살며시 내려놓았다.그를 등지고 앉아있던 안시연은 얼마 지나지 않아 구급상자가 열리는 소리를 들었고 곧이어 연정훈은 연고 뚜껑을 열며 그녀에게 다가왔다.안시연은 잠깐 생각에 잠긴 듯 망설이더니 그가 다가오기 전에 재빨리 셔츠를 끌어 내렸다.어깨를 따라 아래로 흘러내린 셔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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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연정훈은 머리를 말린 후 전화 한 통을 받고서야 침대로 돌아왔다.그 시각 안시연은 침대 머리맡의 램프를 껐다.이불을 젖히고 안시연을 품에 안은 연정훈은 그제야 그녀가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음을 깨달았다.그는 어이가 없어 저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쉬운 여자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밀당을 정말 잘하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불장난에 맛 들인 사람이 아니라면 어떻게 온몸에 상처를 입은 와중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냐는 말이다.연정훈은 눈을 감고 깊은숨을 내쉬며 그녀를 더욱 꼭 껴안았다.끝없는 자기암시로 마침내 결단을 내린 안시연은 자신이 한 발 내디디면 연정훈이 알아서 눈치껏 움직여 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흘러가는 상황이 혼란스러운 듯 어둠 속에서 눈을 떴다.용기를 내어 연정훈을 바라봤으나 그는 손으로 그녀의 눈을 가릴 뿐 그 어떤 반응도 없었다.“다 나으면 얘기하자.”안시연은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었다.분명히 배려하는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유혹’이 실패했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맴돌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품에 안긴 채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의 모습에 연정훈은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었다.“잠이 안 와?”안시연은 얼굴을 파묻고 중얼거렸다.“옷 입으려고요...”연정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안시연이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하자 그제야 터프하게 팔을 뻗어 그녀를 끌어당겼고 곧바로 이불을 덮어줬다.“그냥 자.”...연정훈을 만나기 전 안시연은 그 어떤 남자와도 잠자리를 가진 적이 없었고, 지금처럼 서로의 품에 안겨 잠을 잔 적도 없었다.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았지만, 남자의 은은한 향기는 긴장의 끈을 풀어주었고 서서히 마음이 안정되었다.그렇게 연정훈의 곁에서 아침을 맞이했다.따스한 햇볕은 여전히 커튼에 의해 가려졌고, 오직 커튼 사이를 통과한 한 줄기 빛만이 안을 환하게 비췄다.눈을 떴지만 여전히 비몽사몽이었던 안시연은 주위를 둘러보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남자의 잘생기고 입체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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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연정훈의 사무실은 매우 넓었다. 정면에는 천장부터 바닥까지 내려오는 대형 통유리가 있었고 또한 실내에서 자라는 게 신기할 정도로 튼튼한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곧이어 아침 식사가 식탁에 차려졌고, 안시연은 햇빛을 받으며 창가로 다가가 아래를 내려다봤다. 개미처럼 보잘것없는 사람들을 바라보니 문득 어젯밤 그녀의 곁에서 잠든 남자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몸소 깨달았다.비서는 늘 그렇듯 연정훈에게 당일 일정을 보고하고 있었다.그러던 중 연정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안시연을 바라봤다.마치 선생님의 말씀을 귀담아듣고 있는 학생처럼 얌전한 그녀의 모습을 보고선 만족스러운 듯 흐뭇하게 입을 열었다.“안으로 가서 넥타이 좀 골라줘.”갑작스러운 제안에 안시연은 어리둥절해하며 비서의 눈치를 살폈다.비서는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연정훈이 익숙한지 자연스럽게 시선을 피하더니 고개를 숙였다.안시연은 그제야 마음이 놓인 듯 고개를 끄덕였다.주로 어두운 계열의 넥타이를 선호하는 그의 스타일이 떠올라 네이비색과 은색 두 개를 골랐다.아니나 다를까 두 개 중에 연정훈은 고민도 없이 네이비색 넥타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안시연은 주기 싫은지 장난스럽게 손을 등 뒤로 감췄고 연정훈은 의아하게 그녀를 바라봤다.“평소에 어두운색만 하죠?”“별로야?”“그런 건 아닌데...”안시연은 고개를 저으며 은색의 넥타이를 꺼냈다.“뭔가 나이 들어 보여요. 이런 색이 훨씬 더 어려 보이고 잘 어울려요.”연정훈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녀는 쓸데없는 일에 함부로 참견한 건가 싶은 걱정이 밀려왔고 넥타이를 손에 든 채 안절부절못했다.비서는 연정훈이 장난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가볍게 헛기침하며 입을 열었다.“시연 씨 말이 맞습니다. 나이 들어 보이는 네이비색보다는 이런 밝은색이 훨씬 더 잘 어울릴 겁니다.”연정훈은 무표정한 얼굴로 셔츠 칼라를 올리더니 안시연의 손에 있는 은색의 넥타이를 가져갔다.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는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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