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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Chapter 81 - Chapter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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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화

별장 밖.이승우 등 사람은 장난기 가득한 말투로 별장 안에서 있은 일을 토론했다.“승우 씨, 자기라면서 저렇게 양보해도 되는 거예요?”“별 수 있나요? 형제는 가족과도 같고 여자는 옷과도 같다는데. 우리 연 대표가 점 찍어둔 여자를 내가 양보해야지.”이승우가 입만 열면 헛소리를 퍼부었다.“역시 승우 씨는 의리 넘친다니까.”“그럼요. 당연하죠.”계단 아래 가방을 들고 있는 임유정은 낯빛이 하얘졌다.이승우가 마침 이를 발견하고는 유유히 1층으로 내려가 잔뜩 기를 채웠다.“아이고, 임유정 씨. 왜? 옆집이라도 같이 갈래요?”임유정은 지금 이 순간 정말 이승우를 목 졸라 죽이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달리 어쩔 방법이 없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아니요. 아직 처리할 일이 남아서요.”“아, 바쁘구나?”이승우는 양손을 주머니에 찔러놓고 그런 임유정이 불쌍하다는 듯 말했다.“아이고, 얼굴이 반쪽이 됐네요?”그는 혀를 끌끌 차더니 말했다.“피부 관리 잘해요. 나이도 적은 건 아닌데.”임유정은 두손 두발 다 들었다. -거실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빠져나갔다. 안시연은 뒷마당 행랑에 서 있었다. 정원 한가운데에 인조 온천이 하나 있었다.여자 도우미가 다가와 그녀에게 준비한 옷을 건네줬다.“대표님께서 필요한 물품 준비해서 가져다드리라고 지시했습니다. 일단 들어가서 반신욕을 좀 즐기세요.”안시연은 사색을 멈추고 인사를 건넸다.도우미가 물러갔다.텅 빈 주위를 보고 그녀는 잠깐 넋을 잃었다.연정훈은 아까 그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안시연에게 남으라고 했다. 안시연은 감히 몸을 돌려 문어구에 서 있는 사람들과 시선을 마주하기 두려웠다.임유정은 옆으로 지나가며 죽일듯한 표정으로 안시연을 노려봤다.안시연은 한숨을 내쉬었다.가슴에 난 상처가 은근히 아팠다. 의사에게 전화해 확인해 보니 확실히 온천에 몸을 담그면 통증이 완화된다고 했다.연정훈은 없었다. 안시연은 잠깐 망설이다가 안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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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안시연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연정훈은 한참 침묵을 지켰다.이승우도 숨겨진 꼼수를 눈치챘는데 그가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그는 임유정 얘기를 하는 대신 이렇게 말했다.“참 너는 운명이 기구해.”“...”“직접 새 직장을 찾더니 꽤 위험해 보이는데?”안시연은 말문이 막혔다. 그러더니 연정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교수님, 설마 지금 복수라도 하는 거예요?”연정훈이 그녀를 힐끔 쳐다봤다.안시연이 덤덤하게 말했다.“요즘 진짜 재수 없어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데요.”그러니 연정훈까지 거들지 말라는 소리였다.연정훈은 옆에 피워둔 향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힐끔 쳐다보더니 유유히 말했다.“안전한 길을 알려줬는데 네가 거절했잖아.”“내가요?”안시연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표정의 연정훈을 바라보며 최근에 자기가 겪은 일련의 일들을 떠올렸다. 그러더니 그런 자신을 비웃었다.“어떤 길을 선택하든 다 나를 괴롭힐 사람은 있어요. 그냥 상대만 다를 뿐이지.”연정훈이 입을 열었다.“내 제안에 그럴 사람이 누군데?”안시연은 할말을 잃었다.물을 잔뜩 머금은 손을 온천탕 변두리에 올려놓더니 가볍게 움켜쥐었다.한참 후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괴롭힐 사람은 없죠. 근데 너무 도움을 많이 받아서 미안해요. 마음도 불편하고.”“가식적이긴.”연정훈이 이렇게 평가했다.안시연은 말문이 막혔다.“그냥 너는 내가 괴롭힐 거라고 생각해서 내 제안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거지.”안시연은 고개를 숙인 채 대꾸하지 않았다.“다른 길은 너를 괴롭히려는 사람이 많을 테지만 내가 제안한 길은 너를 괴롭힐 사람이 나뿐이야.”연정훈이 그녀를 바라보며 부드럽지만 매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두 갈래 길인데 그렇게 어렵나?”안시연이 대답했다.“괴롭힘을 당하지 않는 길을 선택하고 싶어요.”“그거야 쉽지.”그는 큰 문제 아니라는 듯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러면서 무슨 좋은 수라도 대주듯 말을 이어갔다.“내가 좋아서 정신을 못 차리게 잘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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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연정훈은 손가락으로 차가운 연고를 짜서는 멍이 든 자리에 꾹 눌렀다. 그 손짓이 약했다 강했다를 반복할 때마다 안시연은 작은 탄식을 뱉어냈다.“조금만 참아. 멍은 펴주면 빨리 나아.”또 이런 입에 발린 소리로 안시연을 홀렸다.안시연은 입을 앙다문 채 최대한 아무 소리도 내지 않으려 했다.하지만 그래도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그녀는 몸을 잔뜩 움츠렸다. 상반신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다리는 점점 꽉 조여졌다.처음엔 괜찮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를수록 그녀는 연정훈의 몸에서 느껴지는 변화를 감지했다.그녀는 더 꼼짝달싹할 수 없었다.연정훈의 미간이 점점 구겨졌다. 그러면서도 연고를 다 바를 때까지 동작은 멈추지 않았다.그는 아무렇게나 연고를 내려놓고 안시연을 돌아보더니 자세를 똑바로 고쳐 앉았다.연정훈의 숨결이 가까워지자 안시연은 얼른 고개를 숙였다.순간 그는 그녀의 다리를 가볍게 다독이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꽉 조이지 말고 편하게 앉아.”그는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가벼운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순간 안시연은 머리에서 쿵 하고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얼굴이 빨개진 안시연은 어쩔 줄 몰라 하며 다리에 준 힘을 풀었다. 이것만으로도 그녀는 중심을 잃었다.연정훈이 제때 그녀를 부드럽게 받쳐줬다.그의 체온이 얇디얇은 옷감을 통해 전해졌다. 남녀 간의 은밀한 암호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향과 함께 뇌를 자극했다.안시연은 연정훈과의 관계를 떠올렸다.그녀는 지금 연정훈에게 빚진 상태였다.하지만 그녀는 연정훈이 지금 하고 싶다는 건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그녀는 말캉한 손으로 남자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외할머니 보러 가겠다고 약속했어요...”그가 하고 싶다고 해도 시간이 없었다.연정훈은 여기서 뭔가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그녀의 말에 장난기가 발동해 일부러 이렇게 물었다.“아직 4시도 안 됐어.”안시연은 말문이 막혔다.역시 연정훈은 하고 싶었던 것이다.그녀는 주위를 빙 둘러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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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연정훈의 판단은 정확했다. 찾아온 사람은 이승우가 맞았다!보통 사람은 초인종을 몇 번 눌러도 인기척이 없으면 그냥 갈 법도 한데 이승우는 달랐다. 초인종을 계속 누르면서 한편으로 놀려대기까지 했다.“연 대표, 아직 큰일 다 못 치렀나 봐?”“시간 좀 내지?”쿵! 쿵! 쿵!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안시연은 연정훈의 셔츠를 부여잡았다. 노크 소리에 점점 몸이 굳어갔고 혀를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연정훈에게 먼저 뽀뽀하고는 부드럽게 말했다.“문 열어줘요. 중요한 일이면 어떡해요.”중도에 방해받았으니 그 어떤 남자도 기분이 좋지는 못할 것이다.안시연의 허리를 감싸안은 연정훈의 팔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멈출 생각은 없어 보였다.안시연은 연정훈의 목을 휘감더니 다가오는 그의 키스를 살짝 피하고는 그의 얼굴을 만지작거리더니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릴게요.”이 말에 연정훈의 숨결이 한층 더 가빠졌다. 달콤한 약속에 대한 타협이었다.그는 안시연의 볼에 가볍게 뽀뽀하고는 그녀를 놓아주더니 말했다.“딱 기다리고 있어.”안시연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연정훈은 그녀를 안은 채 몸을 일으키더니 그녀를 다시 의자에 살포시 내려주었다.그는 흐트러진 옷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가기 전 고개를 숙여 그녀를 힐끔 쳐다보더니 미간을 찌푸리고는 어깨에서 흘러내린 가운을 위로 조금 올려주었다.이에 안시연은 너무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고는 가운을 다시 고쳐 입었다.연정훈이 낮은 소리로 웃었다. 기분이 좋아 보였다.그는 앞마당으로 나가 이승우에게 문을 열어주었다.연정훈의 발소리가 멀어졌지만 안시연의 얼굴은 여전히 뜨거웠다.앞마당.문이 열리고 이승우는 평소와는 달리 옷이 흐트러져 있는 연정훈을 보고는 장난기 가득한 눈빛으로 놀려댔다.“오늘은 먹이를 배불리 줬어? 넉넉히 줘. 그러다 또 물리는 수가 있다?”연정훈은 이승우가 약을 올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무슨 용건 있어?”“많이 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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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안시연이 그쪽으로 몸을 돌렸다. 연정훈은 이미 소파에 앉아 가만히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할머니와 통화를 하면서도 안시연은 연정훈을 그렇게 버려둘 수 없어 씻은 포도를 들고는 그의 옆으로 걸어갔다.연정훈은 여전히 그녀를 자기 다리 위에 앉게 했지만 다음 액션은 없었다.안시연은 그런 연정훈을 바라보며 통화를 계속했다.하지만 통화 상대가 갑자기 바뀌었다.“시연아, 나야.”안시연의 안색이 순간 변했다. 주지혁의 목소리임을 단번에 알아챘다.연정훈은 안시연의 표정 변화를 읽어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주지혁이 스피커폰이라고 켜고 있을까 봐 안시연은 최대한 톤을 줄였다.“병원에는 왜 간 거야?”주지혁은 부드럽게 말했다.“할머니 보러 왔지. 같이 얘기도 해드릴 겸.”안시연은 그가 아무렇게나 떠들까 봐 마음이 불안했다.하지만 주지혁은 능글맞게 얘기했다.“오늘은 한가해서 좀 더 있다가 갈 거야."“시연아, 퇴근하면 지하철 타지 말고 데리러 갈게.”“저녁에 할머니 모시고 같이 밥이나 먹자.”수화기 너머로 노인네가 주지혁을 칭찬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예전 같으면 행복하다고 느꼈을 텐데 지금은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주지혁은 할머니를 뵈러 간 게 아니라 그녀를 협박하기 위해 간 것이었다.간병인에게 신신당부했지만 결국 주지혁은 할머니를 만났다.무언가를 터트리려면 식은 죽 먹기였다.안시연은 치밀어오르는 화를 참으며 덤덤하게 말했다.“알아서 갈 테니까 할머니 잘 챙겨.”주지혁은 안시연의 약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하여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깔끔하게 전화를 끊었다.안시연은 온몸이 굳은 채로 핸드폰을 부여잡았다.연정훈이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고 나서야 어깨에 들어간 힘이 좀 풀렸다.“누구 전화야?”그는 알면서 일부러 물었다.“할머니예요.”“근데 왜 기분이 안 좋아?”안시연이 잠깐 침묵하더니 고개를 숙였다.“주지혁이 할머니 보러 갔다고 해서요.”연정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안시연이 설명했다.“할머니 얼마 전에 심장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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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해가 지고 연정훈은 차로 안시연을 병원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시간을 보니 6시도 채 되지 않았다.안시연은 차에서 내리려다 잠깐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돌려 연정훈을 바라봤다.“교수님, 죄송해요. 오늘은... (빚을 갚지 못했네요).”말끝을 맺지 못했지만 연정훈은 알아들었다.연정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이 참으로 젠틀하고 부드러워 보였다.“난 그렇게 각박한 채권자가 아니야.”그는 잠깐 멈칫하더니 말을 이어갔다.“혹시 뒤에 다른 방법으로 빚을 갚고 싶어 할 수도 있지.”안시연은 반박하지 않았다.흔들린 건 사실이었다.애초에 그녀는 주지혁의 애인이 되는 게 싫었다. 뒤에는 연정훈과도 연락하고 싶지 않았고 그저 조용한 삶을 살고 싶었다. 괴롭힘을 당하지 않고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삶 말이다.하지만 온 세상이 그녀의 계획을 망치려 들고 있다.그리고 지금 그녀는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음을 느낀다.조금만 더 눌렀다간 정말 그대로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그녀는 잠깐 고민하더니 갑자기 몸을 앞으로 기울여 연정훈과의 거리를 좁혔다.앞자리에 탄 진수빈과 기사님도 눈치 빠르게 고개를 숙였다.안시연은 연정훈의 입가에 뽀뽀했다.둘은 애정행각이 적은 건 아니었다. 한 시간 전에도 이것보다 더한 딥키스를 했었다.하지만 이 키스는 전에 한 다른 키스와 다르다는 걸 안시연만 알고 있었다.퇴로를 확보하기 위한 입장권을 구한 거나 다름없었다.연정훈은 거절하지 않았다. 뜻은 명확했다.언제든 그를 찾아와도 된다는 의미였다.“교수님, 이제 가볼게요.”안시연이 부드럽게 말했다.연정훈이 고개를 끄덕였다.여름밤이라 바닥은 아직도 지열이 남아 있었다.어제처럼 그렇게 덥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심장에 무언의 힘이 주입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그녀는 맞은편으로 걸어갔다.연정훈은 바로 출발하지 않았다.안시연이 병원 입구에 도착하자 누군가 그녀를 데리러 나왔다.길을 사이에 두고 있었지만 연정훈은 그 사람이 주지혁임을 알아봤다.잠깐 시선이 닿았지만 연정훈은 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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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주지혁의 말을 듣자, 최미란은 기분이 좋아진 듯 안색이 조금 풀렸다.그러나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안시연에게 물었다.“간호사가 오늘 널 병원에서 봤대. 집안싸움에 휘말렸다며?”물건을 정리하던 안시연은 움찔했다.그녀는 외할머니가 주지혁 때문에 일부러 단어를 순화해서 얘기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처음 이승우에 의해 병원에 왔을 때 차시훈의 아내는 여전히 욕설을 퍼부으며 안시연을 아니꼽게 봤다. 게다가 차시훈이 평소 중성적인 옷차림을 한 탓에 행인의 절반이 아마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안 좋은 일에 휘말리긴 했어요.”고개를 끄덕이며 답하는 그녀의 모습에 최미란은 바짝 긴장했다.“어떻게 된 거야?”안시연이 입을 열려던 찰나 주지혁이 미소를 지으며 선뜻 답했다.“다 오해예요. 시연이는 고객이랑 미팅한 것뿐인데 그분 아내가 오해했거든요.”“너도 알고 있었어?”최미란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이런 일은 시연이가 당연히 저한테 얘기해주죠.”그 말을 들은 최미란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억울한 일을 겪었을 안시연을 생각하니 불평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 사람 아내는 잘 알아보지도 않고 무작정 생사람을 잡았네.”최미란은 재빨리 안시연의 팔을 붙잡았다.“시연아, 어디 다친 데는 없어?”“괜찮아요. 일부러 겁주려고 병원에 온 거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정말이니?”안시연이 확신에 차서 답하자 마침내 믿었다.주지혁은 그와 조이현 사이의 일은 쏙 빼놓고 평소와 같이 아주 그럴듯하게 결혼에 관해 이야기했다.결혼 얘기를 꺼내자, 최미란은 유난히 활력이 넘쳤고 평소보다 몇 배나 많은 말을 했다.“네가 시연이 곁에 있으니까 이 할머니는 마음이 한결 놓이는구나.”“걱정하지 마세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평생 고생시키지 않겠습니다.”한쪽에서 조용히 사과를 깎고 있던 안시연은 그의 말을 듣고 혀를 내둘렀다.뻔뻔스럽게 연기하는 그의 모습에 울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아무리 이 상황이 역겨워도 할머니를 위해 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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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안시연은 남자의 손길을 뿌리치고 뒤돌아서 앞으로 걸어갔다.“정훈 씨랑 함께 있는 걸 봤으면서 나랑 다시 시작하고 싶어?”“나한테 돌아올 생각만 있다면 너랑 그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든지 신경 쓰지 않을 자신있어.”안시연은 어이가 없었다.“그리고 연정훈 씨는 너한테 명분을 주지 않을 거야.”“넌 줄 수 있고?”그녀의 질문에 말문이 막힌 주지혁은 한참을 생각하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시연아, 그 사람이 지금 당장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거고. 하지만 우린 달라. 우리는 아직 서로에게 감정이 남아있잖아. 내가 약속할게, 몇 년만 기다려주면 무조건 이현이랑 이혼하고 너랑 결혼할 거야.”‘참 나, 누굴 바보로 아나?’안시연의 표정은 줄곧 싸늘했다.“내가 싫다면?”주지혁은 할말을 잃었다. 원하는 걸 얻지 못한다면 미련 없이 포기하는 것도 일종의 방법이다.“고작 임신했다는 이유로 연정훈 씨를 잡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 거야? 그래서 날 거절하는 거지?”안시연은 눈살을 찌푸렸다.“임신?”의아해하는 그녀의 표정을 본 주지혁은 연기가 아니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임신 안 했어?”안시연은 정신 나간 사람과 말 섞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싸늘한 표정으로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 문득 어젯밤 헛구역질로 힘들어했던 자기 모습이 뇌리에 스쳤다.주지혁의 이상한 눈빛과 안달복달하는 임유정이 떠오른 순간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그녀는 별안간 고개를 돌려 주지혁을 바라봤다.“설마 임신했다고 소문낸 사람이 너였어?”잔뜩 굳어있는 그의 표정을 보며 안시연은 그제야 깨달았다.그녀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만 나왔다.“날 벼랑 끝으로 밀어낸 사람이 누군가 했더니 바로 눈앞에 있었네? 신경 쓰지 않는 사람치고 간섭이 심하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주지혁은 자신이 오해했다는 걸 깨닫고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이미 잘못을 저질렀으니 이걸 만회가 기회를 노릴 수밖에 없었다.“시연 씨, 다 당신을 위해서 그런 거야. 제 발로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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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차 대표 일은 워낙 소문이 쫙 퍼진 탓에 사무실에 있는 모든 사람이 알고 있었다.처음에는 약간의 루머만 돌았다. 그러다가 안시연이 차시훈을 꼬시다가 수년간 사귄 여자 친구에게 들켜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맞았다는 게 퍼지면서 사람들은 확신했다.게다가 임유정의 이런 말들은 루머를 간접적으로 확인 사살하는 거나 다름없다.‘빠른 시일 내에 정직원이 될 겁니다.’라는 말 한마디에 안시연은 모든 인턴의 적이 되었다. 정규직 전환에는 인원 제한이 있으니까.“차 대표처럼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사람에게 접근할 생각을 하다니, 비위가 정말 대단하네.”“며칠 전 회식 때는 온갖 순진한 척 했잖아요. 이런 반전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갑자기 드는 생각인데... 여자 둘이서 할 수 있나?”탕비실에서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고스란히 들려왔지만, 안시연은 문밖에 서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오직 장가희만이 소문에 휘둘리지 않는 진실된 사람이었다. 그녀는 참다못해 탕비실의 문을 활짝 열었다.수군거리는 소리는 멈췄으나 그들은 안시연을 보고서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가자. 쟤가 홧김에 고자질하면 우린 끝장이잖아.”곧이어 비웃음 소리가 탕비실을 가득 채웠다.그들은 안시연의 곁을 지나며 일부러 그녀의 어깨를 툭 부딪쳤다.“뭐 하는 거야!”장가희가 소리를 지르자, 안시연은 다급하게 그녀의 팔을 잡으며 말렸다.“됐어요.”어차피 따져봐야 소용없겠다는 생각에 장가희는 탕비실의 문을 닫고 재빨리 그녀를 위로했다.“입이 싼 사람들이니까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요.”안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며칠 동안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를 하도 많이 들어서인지 이제는 무감각해졌다.장가희는 행여나 그녀가 상처받았을까 봐 끝없이 옆에서 토닥였다.“전 시연 씨가 대표님이랑 아무 사이가 아니란 걸 믿어요.”안시연은 의아했다.“왜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죠?”“시연 씨처럼 이렇게 예쁘신 분이 뭐가 부족해서 굳이 대표님을 만나겠어요? 제가 만약 시연 씨 같은 얼굴을 가지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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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계열사 연회 파티에 연정훈은 굳이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워낙 마음이 가는 회사이고 대표인 권준호와 호형호제하는 사이라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선뜻 이곳까지 직접 왔다.연회장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안시연을 발견했다.술잔을 기울이며 파티를 즐기는 직원들 사이에서 오직 그녀만이 유니폼을 입은 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날이 선 고양이처럼 발톱을 드러내고 경계하던 모습과 달리 이곳에서는 사람들의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심지어 누군가 와인까지 쏟았으니 얼마나 서러울까.안시연은 당황한 듯 몸 둘 바를 몰랐다. 절망에 빠진 그녀는 자신의 이미지를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손을 뿌리쳤다.“괜찮아요. 그냥 씻으러 갈게요.”그렇게 한마디 말만 남기고선 도망치듯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연정훈은 현장에 있는 많은 사람이 그녀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걸 눈치챘다.심지어 권준호마저도 조용히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있었다.“저 여자 어느 부서야? 예쁘네.”연정훈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입술을 깨물더니 와인 한 모금을 마셨다....화장실에서는 콸콸 쏟아지는 물소리가 울려 퍼졌다.안시연은 세면대 가장자리에 두 손을 얹고 심호흡하며 마음을 가다듬고 있었다.그녀도 사람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감정이 쌓이면 결국 무너지기 마련이다.하루 종일 이리저리 불려 다니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보낸 건 둘째 치고 사람들 앞에서 옷까지 더렵혀 졌으니 멘탈이 무너지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목이 아프고 눈시울은 뜨거워졌다.그런데 이때 밖에서 누군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소리가 들려왔다.“일부러 부딪힌 거 맞아. 정신 차리게 해주고 싶었거든. 평소면 그냥 넘어가겠는데 이런 자리에서 옷차림이 너무 과하잖아. 흰 셔츠를 메이드 복처럼 입은 거 보면 모르겠어? 남자에 미친 거지.”곧이어 비웃는 듯한 웃음소리가 퍼졌다.안시연은 고개를 들었고 그녀의 눈에서는 싸늘함이 느껴졌다.“잘했어. 이렇게 망신을 당해봐야 정신을 차리지.”주효진의 목소리다.“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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