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시연은 남자의 손길을 뿌리치고 뒤돌아서 앞으로 걸어갔다.“정훈 씨랑 함께 있는 걸 봤으면서 나랑 다시 시작하고 싶어?”“나한테 돌아올 생각만 있다면 너랑 그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든지 신경 쓰지 않을 자신있어.”안시연은 어이가 없었다.“그리고 연정훈 씨는 너한테 명분을 주지 않을 거야.”“넌 줄 수 있고?”그녀의 질문에 말문이 막힌 주지혁은 한참을 생각하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시연아, 그 사람이 지금 당장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거고. 하지만 우린 달라. 우리는 아직 서로에게 감정이 남아있잖아. 내가 약속할게, 몇 년만 기다려주면 무조건 이현이랑 이혼하고 너랑 결혼할 거야.”‘참 나, 누굴 바보로 아나?’안시연의 표정은 줄곧 싸늘했다.“내가 싫다면?”주지혁은 할말을 잃었다. 원하는 걸 얻지 못한다면 미련 없이 포기하는 것도 일종의 방법이다.“고작 임신했다는 이유로 연정훈 씨를 잡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 거야? 그래서 날 거절하는 거지?”안시연은 눈살을 찌푸렸다.“임신?”의아해하는 그녀의 표정을 본 주지혁은 연기가 아니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임신 안 했어?”안시연은 정신 나간 사람과 말 섞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싸늘한 표정으로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 문득 어젯밤 헛구역질로 힘들어했던 자기 모습이 뇌리에 스쳤다.주지혁의 이상한 눈빛과 안달복달하는 임유정이 떠오른 순간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그녀는 별안간 고개를 돌려 주지혁을 바라봤다.“설마 임신했다고 소문낸 사람이 너였어?”잔뜩 굳어있는 그의 표정을 보며 안시연은 그제야 깨달았다.그녀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만 나왔다.“날 벼랑 끝으로 밀어낸 사람이 누군가 했더니 바로 눈앞에 있었네? 신경 쓰지 않는 사람치고 간섭이 심하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주지혁은 자신이 오해했다는 걸 깨닫고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이미 잘못을 저질렀으니 이걸 만회가 기회를 노릴 수밖에 없었다.“시연 씨, 다 당신을 위해서 그런 거야. 제 발로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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