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7화

작가: 라오
안시연은 화끈 달아오른 얼굴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혹시 꺼리는 행동이 있나요?”

그녀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던 연정훈은 최대한 맞춰줬다.

“없어.”

“음...”

“갑자기 그건 왜 물어?”

안시연은 얌전한 자세로 테이블에 엎드렸다.

“그동안 함께 지내면서 교수님이 어떤 걸 싫어하는지 알게 됐거든요. 그래서 물어본 거예요. 하나라도 더 알게 되면 조심할 수 있잖아요.”

“조심했다고? 뭘?”

그녀는 순진한 눈망울로 교활함을 한껏 뽐내며 진지하게 말했다.

“교수님은 뒤끝이 엄청 심한 사람이니까 절대 밉보이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요.”

연정훈은 웃음을 터뜨렸다.

평소 잘 웃지 않은 탓에 섣불리 다가갈 수 없는 위압감이 있었으나 미소 한방에 싸늘함마저 눈 녹듯 사라졌다. 거기에 훈훈한 외모까지 더해지자, 보는 눈이 즐거웠다.

그는 몸을 앞으로 기울더니 힘이 잔뜩 들어간 팔로 안시연을 일으켜 세웠다.

순식간에 그의 품에 안긴 안시연은 속박당하지 않도록 무의식적으로 발버둥 쳤다.

하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제압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고 고민 끝에 힘을 풀었다.

연정훈은 자신을 보게끔 그녀의 턱을 잡고 치켜세웠다.

“계약서에 적힌 시간 봤어?”

“네.”

“1년이 지나면 넌 언제든지 우리의 관계를 끝낼 권리가 있어. 서류에 사인하는 순간 우리의 계약은 시작된 거야.”

비록 계약이라는 두 글자를 듣고 마음이 심란했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연정훈은 거친 손끝으로 그녀의 턱을 쓰다듬으며 차분하게 말했다.

“내가 뒤끝이 심한 사람이라고?”

“농담이었어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뒤끝 있는 거 맞아. 난 아무리 작은 원한이라도 반드시 갚거든.”

연정훈의 차분한 목소리가 마음에 걸렸던 안시연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난 계약을 어기는 사람이 제일 싫어. 그러니까 또 지난번처럼 한 입으로 두말하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네가 원한다면 1년 후에 떠나도 좋아. 절대 잡지 않을게. 하지만 기회는 단 한 번뿐이야.”

그 말인즉 떠나는 순간 돌아올 자리도 없다는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8화

    맞닿은 두 볼은 매끄럽고 부드러웠다.안시연은 누군가에게 아부를 떠는 게 익숙하지 않았으나 필요한 상황에서는 애교를 부릴 줄 아는 현명한 사람이고 고집이 세긴 하지만 때로는 굽힐 줄도 안다. 지금 막 심리적 방어선을 뚫고 연정훈에게 모든 걸 맡기기로한 사람치고는 그의 팔을 감싸는 행동이 너무 자연스러웠고 교태를 부리는 모습은 매우 매력적이었다.따뜻하고 향기롭고 부드러운 여자가 품에 안기니 연성훈도 점점 자제력을 잃었다.욕구가 끓어오르는 강렬한 느낌에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안시연의 허리를 감쌌다.분위기를 보니 오늘 밤은 그와 함께 보내야 할 듯싶다.안시연은 긴장감이 밀려와 무의식적으로 팔을 더 조였다. 고양이처럼 그의 어깨에 살며시 엎드린 안시연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남자의 목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계약이 끝나면 구매자는 물건을 가져가기 마련이다.연정훈은 서두르지 않고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의 볼에 입맞춤하더니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자연스럽게 그녀의 단추를 풀었다.단추가 하나둘씩 풀리자 서늘한 기운이 몸에 스며들었고 안시연의 몸도 고스란히 드러났다.그녀는 입술을 깨문 채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를 막았다.그러자 연정훈은 단번에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더니 놀리듯이 입을 열었다.“상처를 보려고 하는 건데 왜 이렇게 긴장했어?”안시연은 반복되는 레퍼토리에 속을 정도로 멍청한 건 아니었다.하지만 오늘만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남자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나른해진 몸을 그에게 맡기듯 힘을 풀었다.여기저기 다친 만큼 조심스럽게 대해줬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연정훈은 그녀의 불편함을 알아차렸는지 손을 뻗어 번쩍 안고선 짙은 색의 시트가 깔린 커다란 침대 위에 살며시 내려놓았다.그를 등지고 앉아있던 안시연은 얼마 지나지 않아 구급상자가 열리는 소리를 들었고 곧이어 연정훈은 연고 뚜껑을 열며 그녀에게 다가왔다.안시연은 잠깐 생각에 잠긴 듯 망설이더니 그가 다가오기 전에 재빨리 셔츠를 끌어 내렸다.어깨를 따라 아래로 흘러내린 셔츠는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9화

    연정훈은 머리를 말린 후 전화 한 통을 받고서야 침대로 돌아왔다.그 시각 안시연은 침대 머리맡의 램프를 껐다.이불을 젖히고 안시연을 품에 안은 연정훈은 그제야 그녀가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음을 깨달았다.그는 어이가 없어 저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쉬운 여자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밀당을 정말 잘하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불장난에 맛 들인 사람이 아니라면 어떻게 온몸에 상처를 입은 와중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냐는 말이다.연정훈은 눈을 감고 깊은숨을 내쉬며 그녀를 더욱 꼭 껴안았다.끝없는 자기암시로 마침내 결단을 내린 안시연은 자신이 한 발 내디디면 연정훈이 알아서 눈치껏 움직여 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흘러가는 상황이 혼란스러운 듯 어둠 속에서 눈을 떴다.용기를 내어 연정훈을 바라봤으나 그는 손으로 그녀의 눈을 가릴 뿐 그 어떤 반응도 없었다.“다 나으면 얘기하자.”안시연은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었다.분명히 배려하는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유혹’이 실패했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맴돌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품에 안긴 채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의 모습에 연정훈은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었다.“잠이 안 와?”안시연은 얼굴을 파묻고 중얼거렸다.“옷 입으려고요...”연정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안시연이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하자 그제야 터프하게 팔을 뻗어 그녀를 끌어당겼고 곧바로 이불을 덮어줬다.“그냥 자.”...연정훈을 만나기 전 안시연은 그 어떤 남자와도 잠자리를 가진 적이 없었고, 지금처럼 서로의 품에 안겨 잠을 잔 적도 없었다.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았지만, 남자의 은은한 향기는 긴장의 끈을 풀어주었고 서서히 마음이 안정되었다.그렇게 연정훈의 곁에서 아침을 맞이했다.따스한 햇볕은 여전히 커튼에 의해 가려졌고, 오직 커튼 사이를 통과한 한 줄기 빛만이 안을 환하게 비췄다.눈을 떴지만 여전히 비몽사몽이었던 안시연은 주위를 둘러보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남자의 잘생기고 입체적인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00화

    연정훈의 사무실은 매우 넓었다. 정면에는 천장부터 바닥까지 내려오는 대형 통유리가 있었고 또한 실내에서 자라는 게 신기할 정도로 튼튼한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곧이어 아침 식사가 식탁에 차려졌고, 안시연은 햇빛을 받으며 창가로 다가가 아래를 내려다봤다. 개미처럼 보잘것없는 사람들을 바라보니 문득 어젯밤 그녀의 곁에서 잠든 남자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몸소 깨달았다.비서는 늘 그렇듯 연정훈에게 당일 일정을 보고하고 있었다.그러던 중 연정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안시연을 바라봤다.마치 선생님의 말씀을 귀담아듣고 있는 학생처럼 얌전한 그녀의 모습을 보고선 만족스러운 듯 흐뭇하게 입을 열었다.“안으로 가서 넥타이 좀 골라줘.”갑작스러운 제안에 안시연은 어리둥절해하며 비서의 눈치를 살폈다.비서는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연정훈이 익숙한지 자연스럽게 시선을 피하더니 고개를 숙였다.안시연은 그제야 마음이 놓인 듯 고개를 끄덕였다.주로 어두운 계열의 넥타이를 선호하는 그의 스타일이 떠올라 네이비색과 은색 두 개를 골랐다.아니나 다를까 두 개 중에 연정훈은 고민도 없이 네이비색 넥타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안시연은 주기 싫은지 장난스럽게 손을 등 뒤로 감췄고 연정훈은 의아하게 그녀를 바라봤다.“평소에 어두운색만 하죠?”“별로야?”“그런 건 아닌데...”안시연은 고개를 저으며 은색의 넥타이를 꺼냈다.“뭔가 나이 들어 보여요. 이런 색이 훨씬 더 어려 보이고 잘 어울려요.”연정훈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녀는 쓸데없는 일에 함부로 참견한 건가 싶은 걱정이 밀려왔고 넥타이를 손에 든 채 안절부절못했다.비서는 연정훈이 장난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가볍게 헛기침하며 입을 열었다.“시연 씨 말이 맞습니다. 나이 들어 보이는 네이비색보다는 이런 밝은색이 훨씬 더 잘 어울릴 겁니다.”연정훈은 무표정한 얼굴로 셔츠 칼라를 올리더니 안시연의 손에 있는 은색의 넥타이를 가져갔다.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는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비서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01화

    비서가 시간을 알리느라 문을 두드려서야 풀려난 안시연은 책상 옆에 앉아 단추를 채웠고, 연정훈은 깔끔한 옷차림으로 그녀의 앞에 점잖게 서 있었다.아침에 꽃이 피는 절경을 보면서 그는 기분이 매우 좋았다.안시연이 흘깃 쳐다보자 그는 또 그녀를 품에 껴안았다.그는 안시연의 볼을 꼬집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그가 갑자기 눈을 가늘게 뜨고 지그시 바라보자, 안시연은 의아해하며 물었다.“교수님, 왜 그러세요?”“입을 벌려봐.”안시연은 그의 요구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입을 벌렸다.연정훈은 그녀의 가지런한 이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이는 멀쩡하네.”안시연이 멍해 있는데, 장난스러운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또 사람을 물지는 모르겠지만.”이 말에 안시연은 멈칫했다. 전에 연정훈에게 실례되는 일을 많이 하긴 했다.그의 입술에 난 상처 자국이 많이 옅어진 것을 보고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연정훈이 놀리자, 그녀는 무슨 담력이 생겼는지 고개를 돌려 얼굴 옆에 있던 그의 검지를 살짝 물었다.그녀가 숨을 쉼에 따라 연정훈의 손끝은 온기에 휩싸였다.사람을 문다고 놀리니까 그 자리에서 깨문 것이다. 다만 전혀 아프지 않았다. 그녀는 순진무구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점차 이빨에 힘을 주었다.연정훈은 짜릿한 느낌이 손가락 끝에서 시작하여 혈액 속으로 퍼지는 것을 느꼈다.안시연은 역시 요정이다. 계속 물게 놔두면 오전에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다.그는 손가락을 빼낸 후, 그녀를 와락 품에 안고 빨개진 그녀의 귀를 꼬집었다.“뭐 하려고? 나 30분 후에 회의가 있어.”방탕하게 행동한 안시연은 얼굴이 빨개진 채 그의 허리를 꼭 껴안고 나지막이 말했다.“또 물겠냐고 물어서 한번 해 봤어요.”“...”연정훈이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원래는 톡톡히 혼내주려 했지만 그녀가 부끄러워 고개도 들지 못하는 것을 보고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그는 검은 비단 같은 안시연의 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서랍에 머리끈이 있어. 이따 머리를 묶어.”안시연은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02화

    안시연은 아침을 먹은 후, 연정훈의 말대로 서랍에서 머리끈을 꺼냈다.비서가 산 것인 줄 알았는데, 서랍을 열어 보니 그날 연정훈이 그녀의 머리에서 풀어간 것이었다.값싼 작은 물건이 비싼 시계들 사이에 섞여 있어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하지만 안시연은 연정훈이 이 보잘것없는 것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에 감동했다.안시연은 머리를 묶은 후 곧바로 비서를 부르지 않고, 아침 회의가 끝나서 비서가 덜 바쁠 것 같을 때 데려달라고 부탁했다.“그런 걸 신경 쓸 필요 없어요. 다음에는 일이 있으면 바로 부르셔도 돼요.”비서가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어차피 저도 바쁘지 않아요.”안시연이 부드럽게 대답했다.비서를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온 그녀는 혼자 정인과학기술로 돌아갔다.문에 들어서는 그녀와 마주친 장가희가 의아해하며 물었다.“휴가를 내지 않았어요?”“아침에 일어나니 괜찮은 것 같아서 나왔어요.”“시연 씨도 참...”장가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더니 곧바로 그녀를 끌어당기며 흥분해서 말했다.“근데 마침 잘 왔어요. 아주 좋은 일이 있어요.”안시연이 의아해하자 장가희는 그녀를 데리고 게시판 앞으로 갔다.“봐요.”게시판에는 징계 통보가 붙어있었는데, 관련 직원은 주효진이었다.회사에서 말썽을 일으킨 것, 내부 결속을 저해한 것 등 여러 가지 안 좋은 행위로 해고 처분을 내린다는 내용이었다.안시연은 연정훈이 이렇게 깔끔하게 처리할 줄은 몰랐다. 그녀는 잠시 속이 시원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연정훈이 주효진에게 엄벌을 내린 것이 그녀를 위해서라기보다는 회사 분위기가 나빠질까 봐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시원하죠?”장가희가 그녀를 툭 쳤다.안시연이 입을 열기도 전에 멀지 않은 곳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주효진이 하이힐을 신은 채 사무용품을 들고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는 워낙 안색이 안 좋았는데, 안시연을 보더니 철천지원수라도 만난 듯 즉시 달려들려고 했다.다행히 같이 오던 경비원이 양옆에서 그녀를 붙잡았다.장가희가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03화

    안시연을 두 번째로 보는 도우미 아주머니는 전혀 의아해하지 않고 지난번보다 더 친절하게 대했다.연정훈이 돌아오기 전에 어떤 브랜드 매장에서 옷을 가득 보내왔다.겉옷과 치마부터 속옷과 소품까지 빠진 것이 없었다.좀 피곤했던 안시연은 원래 두 벌만 고르려 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연정훈의 흥을 깨뜨릴 것 같았다.결국 그녀는 옷장을 가득 채웠고, 잠옷도 10여 벌 골랐다.그러는 사이에 8시가 다 됐다.어둠이 짙어지고 정원에 부드러운 노란색 불빛이 켜진 후에야 연정훈은 집에 들어섰다.식탁 위에는 요리들과 두 쌍의 수저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아담한 체구의 안시연은 흰색 샤스커트 차림으로 발만 살짝 드러낸 채 담요를 덮고 소파에서 자고 있었다.연정훈이 최대한 가볍게 걸었는데도 그녀는 인기척을 듣고 잠에서 깼다.눈을 뜬 그녀는 연정훈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몸을 일으키며 담요를 젖혔다.“오셨어요?”연정훈은 그녀가 강남시티에 돌아온 것을 알면서도 밖에서 일할 때는 그녀 생각을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에 들어서기 직전에 발걸음이 빨라졌다.그녀의 부드러운 한마디에 연정훈은 마음이 간질간질했다.역시 집에 식구가 늘어난 느낌은 좋았다.“왜 올라가 자지 않고?”안시연은 코트와 넥타이를 받아서 옷장에 넣은 후 말했다.“당신이 오는 것도 모르고 계속 잘까 봐 걱정돼서요.”“그럼 뭐 어때?”연정훈은 그녀를 껴안고 자연스럽게 말했다.“자고 있으면 되지. 내가 방에 돌아가면 부를 텐데.”“저를 부른다고요?”안시연은 연정훈을 올려다보며 일부러 장난쳤다.“제가 아까워서 편하게 자라는 뜻인 줄 알았어요.”연정훈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소매의 단추를 풀면서 식탁 위의 요리를 훑어보았다.“저 많은 요리를 혼자 소리 없이 먹기는 아깝잖아.”안시연은 연정훈이 말한 것이 요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아주머니는?”“쉬라고 했어요.”안시연은 말하면서 가스레인지를 켜서 국을 데우고 밥을 펐다.연정훈이 먹고 싶은 건 그녀인데, 그녀는 밥을 퍼놓고 팽이처럼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04화

    예쁜 접시에 먹기 편한 크기로 잘랐거나 껍질을 벗긴 과일들이 담겨 있었고, 심지어 포도도 껍질이 벗겨져 있었다.연정훈은 소파에 앉아 안시연의 분주한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녀가 포크로 과일을 찍어주려 할 때쯤 연정훈은 노트북을 내려놓고 그녀를 불렀다.“시연아.”안시연은 멜론을 손에 든 채 그를 돌아다보았다.남자는 한 손으로 그녀를 품에 끌어당겨 안았다.“교수님...”연정훈은 그녀의 손에 있던 멜론을 먹고, 포크를 옆에 있는 접시에 던졌다.쨍그랑! 안시연은 영문을 몰라 눈을 깜박거렸다.‘화 나셨나?’연정훈은 천천히 씹으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입맛부터 사로잡아야 한다는 말이 맞는지 아닌지는 잠시 논하지 않겠다. 하지만 시연 학생, 교수님이 정확히 알려줄 수 있는 건 남자의 위에 담을 수 있는 음식물의 양이 제한돼 있다는 거야.”“...”안시연이 입을 벌린 채 말을 못하고 있을 때, 남자가 먼저 벌칙으로 그녀의 턱을 꼬집었다.“식탁에서 국 두 그릇을 먹이고 욕실에서 사탕수수 주스 한 잔을 먹이고.”그는 접시에 가득 담긴 과일을 보며 말했다.“아직도 부족해?”안시연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설명하려고 입을 벌렸지만 무슨 말을 할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그녀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이런 작은 일에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당신을 잘 보살피려고...”말이 끝나기 바쁘게 그녀의 허리를 휘감은 남자의 팔에 힘이 실렸다. 남자는 그녀의 턱을 잡더니 그녀의 입술에 자기 입술을 포갰다.입술과 혀가 빨려 들어가면서 멜론의 달콤함이 그의 혀끝을 따라 넘어왔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남자의 어깨에 매달렸다. 강한 남성적 기운이 그녀를 완전히 감쌌다. 안시연은 저도 모르게 다리를 모으고 나른하게 남자의 품에 기댔다.그녀의 입속을 구석구석 누빈 후 연정훈은 동작을 멈추더니 쉰 목소리로 말했다.“앞으로 이렇게 보살피면 돼. 다른 건 쓸데없이 하지 마.”“...”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알았다고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05화

    안시연은 얼굴이 새빨개졌다.그녀는 입술을 깨문 채 우물거리며 말했다.“내일 병원에 갈게요.”그러자 연정훈이 그녀에게 뽀뽀를 했다.“가는 김에 보약도 좀 처방받아.”“네?”안시연은 얼굴을 만지며 말했다.“저 건강해요.”“건강하다고?”연정훈은 그녀를 일으켜 앉히며 말했다.“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데.”안시연은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이런 꼴을 하고 있으니 차마 손을 댈 수 없잖아.”“...”그녀는 입을 삐죽거리며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교수님은 목적성이 너무 강해요.”연정훈은 씩 웃으며 손바닥으로 그녀의 허리를 끈적하게 눌렀다. 이어서 하얀 치마가 벗겨졌다. 안시연은 감히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그의 품에 안긴 채 머리를 어깨에 개대고 얼굴을 돌렸다.남자는 티가 없는 아름다운 옥을 다루듯 그녀의 몸을 어루만졌다.안시연은 손가락을 깨물며 가볍게 끙끙거렸다.남자는 그녀의 얼굴을 자기 쪽으로 돌린 후, 볼에 뽀뽀했다. 그 와중에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입가의 상처는 다 나았어?”안시연은 그가 뭘 암시하는지 알았다.그녀의 입가에 있던 상처가 이제 거의 보이지 않았다. 주효진에게 뺨을 맞은 흔적이 사라지는 데는 하루로 충분했다.그녀가 대답하지 않았지만 남자는 이미 그녀를 카펫 위에 내려놓았다.그녀는 그의 두 다리 사이에 무릎을 꿇었다.소파에 기대어 앉은 남자의 살짝 열린 옷깃 사이로 단단하고 다부진 몸매가 은근히 드러났다. 그는 욕망에 찬 눈으로 안시연의 얼굴을 바라보았지만 조급해하지는 않았다. 권력을 완전히 장악한 그는 정사에서도 여유로워 보였다.그녀의 몸을 염려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괜찮은 인간이다.그녀는 연정훈이 욕망을 억누를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그녀는 묵묵히 일어나 소파 가장자리에 무릎을 꿇고 그의 몸을 넘어 뒤에 있는 작은 스탠드를 껐다.실내가 어두워진 후 그녀는 연정훈의 목에서부터 아래로 내려가면서 키스하기 시작했다.-이튿날 아침, 안시연이 눈을 뜨니 욕실 안에서 인기척이 났다

최신 챕터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829화

    부승원이 이상하다.이건 며칠 동안 모든 회사 직원이 내린 결론이었다.“그제부터 자꾸 사소한 실수를 하셨어.”“맞아. 자꾸 정신이 다른 곳에 팔린 것 같기도 하고.”“아까는 내가 눈앞에 서 있는데 날 다미 씨라고 부른 거 있지? 난 강아영인데.”양시연은 따뜻한 우유 한잔을 들고 회의실을 지나치다가 그 대화를 듣고 생각에 잠겼다.양시연도 요즘 들어 부승원이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상한 사람은 또 한 명 있었는데...그게 바로 반우희였다!반우희는 늘 간식 시간이 되면 시간 맞춰 양시연의 주변을 맴돌며 간식을 먹는 낙으로 살았었다.그런데 이 며칠 동안 한 번도 나타나지 않더니 먼저 말을 걸어도 속이 불편해 간식을 끊었다며 거절했었다.‘참 이상하단 말이지!’반우희는 부승원 쪽에서 무슨 일인지 알아내 보려 했으나 결국 실패했다.그래서 부승원의 비서부터 손을 쓰기로 했다비서는 이상한 점을 가장 먼저 눈치챈 사람이었으나 털어놓은 사람이 없어 답답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양시연에게 낮은 소리로 속닥였다.“백 퍼센트 두 사람이 싸운 거예요. 그것도 엄청 크게 다툰 거죠.”“정말요?”양시연이 의외라는 듯 되물었다.“두 사람이 어떻게 다퉈요?”사실상 부승원이 늘 우세를 가지고 반우희에게 폭풍 잔소리를 하는 게 일상이었다.비서는 살짝 웃음을 터뜨리더니 양시연을 향해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러니까 흥미로운 거죠. 우리 변호사님 일상에 변화를 일으킨 일이면 아주 큰 일 아니겠어요?”그리고 비서는 주변을 살피며 한마디를 더 보탰다.“어쩌면 아주 민망한 일인지도 몰라요. 변호사님이 실수한 거라 그렇게 당당하지 못한 것 같기도 하고요.”그 말에 양시연은 점점 호기심이 깊어져 갔다.오후 시간, 사람이 드물 때를 틈타 양시연은 길 가던 반우희를 잡아 사무실로 끌었다.“어어! 이러시면 안 돼요!”반우희는 한시도 쉬지 않고 쫑알거리며 기회를 보아 도망가려 했으나 양시연이 임신한 걸 생각해 결국 얌전히 끌려갔다.“시연 언니 왜 그래요?”양시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828화

    부승원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지만 어떻게 입을 열지 난감했다.그래서 말없이 조용해진 반우희를 자꾸 힐끔거렸다.‘오늘 밤 일에 대해 반우희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그러다가 자신의 이미지가 완전히 붕괴되었다고 생각되었고 인상을 찌푸린 채로 크게 심호흡했다.다른 한편 쪼그리고 앉아 있는 반우희는 사실... 부승원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감히 부승원을 바라볼 자신이 없는 거였다.‘젠장! 어떡해! 무슨 말이라도 좀 해봐. 너무 어색해 죽을 것 같아.’반우희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다가 목도리를 다시 두르며 부승원을 애써 외면했다.저도 모르게 입술을 오므릴 때면 방금 부승원과 키스했던 게 떠올라 부승원이 오해라도 할까 빠르게 표정을 풀었다.‘엉엉... 어떡해.’반우희는 순결을 빼앗긴 것 같아 입술을 버리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예전부터 흔들리고 있었던 마음이 부승원의 한방에 아예 무너지고 있었다.회사 다니는 건 그렇다고 쳐도 집 청소 알바는 이제 그만둬야 할 것 같았다. 다시 마주치면 그냥 혀 깨물고 죽는 게 나을 것이다.‘내가 부자 되는 꼴을 못 봐요.’부승원은 반우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오로지 붕괴된 이미지를 되찾으려는 계획만 세우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 자신이 얼마나 반우희를 신경 쓰고 있는지를 미처 자각하지 못했다.하지만 부승원은 자신이 반우희의 눈에 변태로 보이는 건 피하고 싶었다.두 사람이 동상이몽을 하는 동안 밖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고개를 들어 유리문을 통해 보니 부승원의 차가 도착한 게 보였다.그래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황급히 온몸으로 문을 밀며 밖으로 나가려 했다.문은 무거운 편이라 반우희는 힘에 부쳤지만, 부승원이 바로 그 뒤에 서서 손으로 힘을 실어주었고 문이 손쉽게 열렸다.반우희는 눈을 깜빡이다가 빠르게 틈을 타 밖으로 나섰다.그리고 부승원도 그 뒤를 따르려는데 반우희가 휙 몸을 돌리며 말했다.“변호사님은 나오지 마세요!”반우희는 뒷걸음질하며 말했다.“빨리 위층으로 올라가세요. 안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827화

    반우희는 어려운 고민 끝에 위층으로 올라가 핸드폰을 가져오기로 했다.‘가방만 챙기고 튀는 거야.’‘부승원은 거들떠보지도 않을 거야!’‘어쨌든 부승원이 먼저 시작한 거니까 나한테 책임은 없어.’‘그래. 그게 맞아!’반우희는 주먹을 꽉 쥐고 자신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그런데 엘리베이터는 바로 1층에 멈춰 섰다.‘응?’‘이런 우연이?’띵.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서려는데 먼저 타 있던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반우희는 그 사람이 부승원 일 거라는 예상은 전혀 하지 못했고 귀신이라도 마주친 것처럼 바로 몸을 돌려 도망가려 했다.이번엔 부승원이 한발 빠르게 반우희 패딩 모자를 확 잡아 엘리베이터 안으로 끌었다.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문이 닫히고 반우희는 또다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두 사람은 다른 버튼을 누르지 않았고 엘리베이터는 그 자리에 멈춰 있었다.부승원은 무의식적으로 반우희를 잡았으나 또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했다.반우희는 부승원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아등바등했다.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소용없자 얌전히 그 자리를 지켰다.그때, 머리 위로 중저음 목소리가 들려오고 그 목소리에서 알코올 향이 나는 것 같기도 했다.“핸드폰도 없이 어떻게 집으로 가려고?”반우희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그걸 아는 사람이 물어?’“일단 이거부터 놓고 말해요...”반우희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부승원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모자에서 손을 놓았다. 자신이 모자를 움켜쥔 흔적이 남자 대신 정리도 해주었다.반우희는 모자가 불편하게 느껴져 손을 뻗어 정리하려 했다.그러다가 부승원의 손과 닿게 되었다.그 순간 전기가 통하듯 찌르르했고 황급히 손을 내렸다.“...”엘리베이터 안의 분위기는 너무 이상했고 부승원은 다시 술기운이 올라오는 것 같아 머리가 어지러웠다.그래서 모자를 정리해 주고 엘리베이터 문을 열었다.문이 열리자마자 반우희는 밖으로 쏙 나가버렸다.그 뒤의 남자도 따라 밖으로 나왔다.반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826화

    부승원은 술을 마셨지만 정신은 멀쩡했고 현재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충분히 자각하고 있었다. 다만 알코올의 힘을 빌려 내일은 잠시 잊기로 했다.부승원은 키스 한 번으로 부족했고 머릿속엔 오래전 그날 밤이 떠올랐다.그날엔 키스뿐만 아니라 더 많은 일을 했었다.반우희와의 키스는 달콤했고 점점 더 욕심이 났다. 그래서 반우희의 손목을 잡고 품 안으로 더 넣었다.그러다가 반우희의 숨소리가 가빠지자 부승원은 다정하게 잠시 숨을 고를 시간을 주었다. 그리고 또 참지 못하고 얼굴을 맞대다가 반우희의 귓불에 키스했다.반우희는 크게 숨을 들이쉬며 먼 곳의 크리스탈 조명을 바라보다가 점점 이성이 돌아오는 걸 느꼈다.그래서 부승원이 방심한 사이 손을 뻗어 단숨에 부승원을 밀어냈다.아무런 예상도 하지 못했던 부승원은 자칫하다가 소파에서 떨어질 뻔했다.그러나 부승원은 다행히 자세를 바로잡아 떨어지는 불상사를 피했고 반우희의 얼굴을 마주하기도 전에 다시 소파 등받이로 밀려났다.등 뒤로 푹신한 소파 쿠션이 느껴졌고 안 그래도 어지럽던 머릿속이 확 밀려 뒤죽박죽이 되어갔다.반우희는 냉큼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잠시 시선을 마주하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그러나 고민하다가 빠르게 몸을 돌려 도망을 갔다.부승원은 소파에 멍하니 앉은 채로 머리를 재부팅했다.그때, 반우희는 빠르게 집 밖으로 나갔고 한시도 지체하지 않은 채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이어 1층 버튼을 누르고 엘리베이터 안의 자신을 확인하며 이마의 온도를 체크했다. 사실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지금 자신의 얼굴이 얼마나 빨갛게 되었을지는 예상이 되었다.반우희는 자기 입술을 매만지며 아직 남은 온기를 느꼈다.그러자 얼굴이 점점 더 뜨거워지고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띵.아래층에 도착하고 반우희는 멍하니 밖을 걸었다. 그리고 오피스텔 밖으로 나서는 찰나 찬 바람이 불어오자 지하철을 타려면 핸드폰이 필요하다는 게 떠올랐다!‘핸드폰을 어디에 뒀더라?’‘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825화

    반우희는 이번만큼은 먼저 예상했던 터라 부승원과 너무 가깝게 붙지는 않았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더니 부승원을 향해 손가락질했다.“또 볼 꼬집으려고 그러는 거죠? 흥, 꿈 깨요!”‘내가 이 볼살을 찌우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그걸 변호사님이 홀랑 꼬집게 할 수는 없지.’‘흥흥.’이런 생각을 하며 부승원의 손에서 벗어나려 했다.부승원은 가만히 자리에 기댄 채로 물끄러미 반우희를 바라봤다. 부승원의 시선은 깜빡이는 반우희의 눈에서 발그스름한 두 볼, 그리고 입술로 떨어졌다.그러다가 부승원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부승원도 자신이 언제부터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그러나 술을 마신 덕에 그 생각이 잘못된 거라는 판단이 서지 않았다.반우희는 여전히 부승원의 손과 씨름을 하고 있었고 부승원이 한 번 더 끌어당기자 또 눈앞으로 다가갔다.반우희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이젠 인내심이 바닥이 났다.‘그만 좀 해요! 시간이 너무 늦었다고요!’그러나 그때, 나른하게 기대앉아 있던 부승원이 갑작스레 고개를 들더니 반우희의 앞으로 다가갔다.하마터면 코끝이 닿을 뻔했고 깜짝 놀란 반우희는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손이 꽉 잡혀 겨우 고개만 살짝 돌릴 수 있었다.반우희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자 부승원이 잠시 멈칫했다.그렇게 시선이 마주치고 부승원은 여전히 조용히 침묵을 유지했다. 그리고 그 시선에 반우희는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착각인지는 몰라도 부승원이 키스하려는 것 같았다!그래서 숨도 크게 내쉬지 못하고 천천히 손을 뻗어 부승원을 밀어내며 작게 중얼거렸다.“변, 변호사님, 이 집에 홈캠이 있는 걸 알고 있는데 내일 아침 후회...”부승원의 시선이 노골적으로 입술로 향하자 반우희의 목소리는 점점 더 작아졌다.그리고 예상대로 부승원은 고개를 비스듬히 돌리고 점점 더 다가왔다.처음 닿은 입술이 차가웠으나 말랑거렸다.반우희는 그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쿵쿵...반우희는 머릿속에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824화

    반우희는 깜짝 놀라버렸다!양시연한테 몰래 했던 말인데 부승원이 어떻게 알아버린 걸까!‘설마 시연 언니가...’‘시연 언니 나빠!’반우희는 얼굴이 순식간에 뜨거워졌고 따뜻한 모자까지 쓰고 있는 탓에 온몸에 열기가 돌았다.“난 그런 말 한 적 없어요!”그래서 무의식적으로 부정을 했고 두 눈을 부릅뜬 채로 뒤로 물러서며 손가락질했다.“변호사님 사실 취한 거 아니죠?”“그래.”‘뭐지?’방금 부승원의 볼을 잡아당기던 행동이 떠올라 반우희는 깜짝 놀라버렸고 손까지 덜덜 떨렸다.그래서 도망이라도 갈까 했는데 몰래 살펴본 부승원이 눈도 깜빡이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왜 그러지?’반우희는 한 번 더 곁눈질했다.‘정말 취한 거야? 아닌 거야?’‘술 마신 사람들은 보통 취해도 아닌 척하잖아.’반우희는 침을 꿀꺽 삼키고 조금 다가가 부승원을 휙 밀쳤다.부승원은 여전히 표정 변화 한번 없었다.그래서 반우희는 긴장되던 기분이 조금 풀어졌고 좀 더 용기를 내어 손가락으로 부승원의 볼을 콕콕 찔렀다.“...”부승원은 어이가 없어 차가운 시선으로 반우희를 노려보았다.그러나 이번에도 화를 내지 않는 부승원을 보며 반우희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 가슴을 내리 쓸었다.“아, 깜짝이야. 정말 멀쩡한 줄 알았잖아요.”그리고 그 옆으로 척 앉으며 말을 꺼냈다.“난 그런 말 한 적 없어요. 그건 다 시연 언니가 변호사님한테 잘 보이려고 거짓말한 거예요.”부승원은 잠시 침묵했다.“시연 씨가 알려줬다고 말한 적 없어.”반우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을 깜빡였다. 겨우 안심했던 심장이 다시 쿵쿵 뛰었다. 그래서 몰래 부승원의 표정을 살피며 생각에 잠겼다.‘정말 취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걸 보면 멀쩡한 것 같은데?’부승원은 반우희 옆으로 조금 더 다가가 시선을 고정했다.더 정확하게는 반우희의 볼살로 향했다.모자가 꽉 쪼인 탓에 볼살이 더 통통하게 보였다.양시연이 자주 반우희의 볼살을 꼬집던 걸 부승원도 지켜봤었다.반우희는 어떻게 변명을 늘어놓을지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823화

    부승원이 반우희를 빤히 바라보고 있자 반우희는 눈앞에서 손을 휘휘 저었다. 그러다가 부승원이 눈을 깜빡이자 웃음을 터뜨렸다.이어 반우희는 시계를 가리키며 말했다.“시간이 많이 늦어서 이만 가볼게요.”그리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모자를 고쳐 썼고 부승원을 향해 말했다.“침대까지 부축해 줄 게요. 오늘엔 샤워도 하지 말고 내일 아침 일어나서 하는 게 어때요?”부승원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고 반우희가 눈을 반짝였다.“꿀물이 이렇게 효과가 좋은 건가?”부승원은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정말 멍청하긴.’‘꿀물이 무슨 보약도 아니고.’부승원은 속으로 투덜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반우희가 떠나려는 걸 지켜봤다. 반우희는 지하철을 놓치면 높은 비용의 택시를 타야 한다고 말했다.부승원은 손을 뻗어 반우희의 손목을 잡았다.기사를 불러 반우희를 바래다주게 하겠다고 말하려고 했으나 사실 부승원은 반우희가 떠나지 않았으면 했다.계속 종알거리는 모습이 귀엽기도 했다.“왜 그래요?”반우희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돌려 잡힌 손을 바라봤다.“뭐예요? 손 놔야 내가 부축하죠.”부승원은 알아들었지만 그렇지 못한 척을 했다.더 정확하게는 반우희가 바라는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게 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을 방으로 데려가면 반우희는 힘들게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반우희를 빤히 바라봤다.그 시선에 기분이 이상해진 반우희가 침을 꿀꺽 삼키며 그 손길에서 벗어나려 했으나 결국 벗어나지 못했다.그래서 어쩔 수 없이 소파에 나란히 앉아 이렇게 말했다.“부승원 씨, 손 놔줘요. 나 이만 집에 가봐야 한다니까요?”반우희는 아주 나긋하게 부승원을 타일렀다.부승원은 잡힌 손에서 땀이 나는 게 느껴졌고 또 방금 반우희가 자신의 이름을 부른 게 묘하게 느껴졌다.“들려요?”반우희가 또 부승원을 톡톡 두드렸다.그러나 부승원은 꼼짝도 하지 않고 버티다가 다른 손으로 반우희의 보드라운 머리를 쓰다듬었다.반우희는 깜짝 놀라 두 눈을 커다랗게 떴고 부승원은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822화

    부승원이 줄곧 한마디 말도 하지 않자 반우희는 부승원이 술에 잔뜩 취해 필름이 끊긴 상황이라 짐작했다.그래서 목에 걸었던 가방을 다시 내려 두고 가슴 앞으로 팔짱을 척 끼며 말했다.“저기요. 내가 누군지 기억해요?”“...”부승원이 아무 대답 없자 반우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모르면 다행이고.’그리고 그 옆으로 풀썩 주저앉더니 한참 그 자리에서 휴식을 취했다.이어 고개를 돌려 부승원을 향해 말했다.“이따가 꿀물 타 줄 게요. 그거 마시는 것만 보면 난 이만 갈 거예요.”부승원은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그럼, 그렇게 하는 거로 해요.”반우희는 일방적으로 대답을 했다.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반우희는 빠르게 주방으로 향하더니 예쁘게 포장된 꿀을 찾아 꿀물을 타기 시작했다.부승원은 반우희가 며칠 전부터 그곳에 둔 간식을 욕심내고 있었던 건 아닌지 의심이 갔다. 꿀단지 옆에는 치즈와 쿠키 등 다양한 간식이 놓여 있었다.반우희는 그 안에 둔 간식을 쫙 꺼내더니 하나하나 고르며 말했다.“변호사님은 꿀만 드시고 다른 건 잘 먹지도 않으시니 그냥 두면 낭비예요. 낭비.”그리고 그 간식을 죄다 본인의 가방에 담는 게 아니겠는가?“...”‘내가 취한 거지. 죽은 것도 아니잖아.’반우희는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간식을 챙겼고 부승원을 향해 아이 달리듯 말했다.“거기 가만히 누워 있어요. 바로 돌아올게요.”부승원은 하마터면 고개를 끄덕일 뻔했으나 반우희가 자신을 ‘죽은 사람’ 취급했던 걸 떠올리며 간신히 참았다.‘헤헤.’반우희는 술에 취해 흐트러진 부승원이 왠지 귀엽게 느껴졌다.그래서 다가와 두 볼을 꼭 쥐며 말했다.“아이고 착하지.”부승원은 깜짝 놀라 버렸다.‘지금 이게...’반우희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다시 꿀물에 집중했다.그리고 꿀물을 컵에 담고 빨대를 꽂아 부승원의 옆으로 다가와 건넸다.부승원은 늘 반우희가 사고뭉치라고 생각했지만, 오늘엔 컵에 빨대까지 꽂아 온 센스를 보며 너무 멍청이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그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821화

    양시연이 연정훈의 손을 잡고 행복하게 집으로 향한 것과는 달리, 술에 취한 부승원은 휘청거리며 겨우 차에 올랐다.얼마 뒤, 기사는 부승원의 오피스텔 아래로 주차했다.부승원은 머리가 빙빙 돌았지만 핸드폰에 찍힌 월급이 눈에 들어왔다.‘부부가 그래도 양심은 있군. 돈은 넉넉하네.’그러나 부승원은 바로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머리가 너무 어지럽기도 하고 연정훈이 늘 씀씀이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대표님, 위층으로 모실까요?”“괜찮아요.”부승원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 몸을 바로 세웠다.기사는 안심이 되지 않아 차에서 내려 부승원의 팔을 부축했다.차에서 내린 부승원은 찬 바람을 좀 쐬고 나니 취기가 좀 가시는 것 같아 기사를 먼저 보냈다.그리고 밝은 달빛을 빌어 오피스텔 안으로 걸어갔다.그런데 왠지 술김에 뭔가 중요한 일을 잊어버린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뭔지 떠오르지 않았다.그때 오피스텔 안에서 즐거운 노랫소리가 들려왔고 부승원은 그제야 그게 무엇인지 떠올랐다.바로 반우희였다.반우희가 지금 본인의 집에 있는 것이었다.부승원은 기분이 퍽 좋아졌고 서둘러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예상 대로 하얀 토끼 모자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반우희는 오늘도 긴 토끼 모자를 쓰고 눈 코 입을 제외한 머리는 꽁꽁 싸매진 상태였다. 그리고 하얀색 패딩까지 입어 더 동글동글해 보였다.부승원은 그 자리에 멈춰 섰고 하얀 토끼는 눈을 깜빡깜빡했다.부승원이 술을 많이 마신 걸 알아차린 반우희는 눈치를 보다가 몰래 도망칠 생각을 했다.반우희가 인사를 할 생각이 없자 부승원은 좋았던 기분이 순식간에 곤두박질쳤다.‘내가 반우희한테 못해 준 게 뭐가 있어? 일자리도 찾아주고 골치 아픈 소송도 해결해 주고 집에 둔 간식도 먹게 해줬는데 대체 뭐가 불만이라고 인사도 하지 않고 날 피하는 거야!’그 생각을 하며 부승원은 길게 심호흡했고 반우희가 슬쩍 자리를 떠나자 너무 화가 나 호흡이 거칠어졌다.어지러운 머리를 부여잡은 부승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