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61 - 챕터 70

1528 챕터

제61화

이연석은 침대에 누워있는 여자가 서유라는 것을 확인하고 놀랐다.임태진이 무너지자 바로 김시후에게 달려와 빌붙다니. 태도 전환이 너무 빠른 것이 아닌가.전에는 서유가 우산을 거절하는 것을 보고 그녀에 대한 편견이 조금 사라졌는데 지금은 서유가 더욱 악독하고 교활하게 느껴졌다.고민하던 그는 결국 사진을 이승하에게 보냈다.김시후는 그의 여동생의 결혼 상대다. 서유 같은 사람이 빌붙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하지만 직접 나서서 이승하의 여자였던 서유를 혼낼 수는 없기에 이승하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 금방 별장으로 돌아온 이승하는 그 사진을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리고 얼른 답장을 보냈다. 「언제 찍은 거야.」이연석이 답장했다. 「방금 찍은 거예요. 이미 소문도 나고 있어요.」이승하는 더 대답하지 않았다. 핸드폰을 쥔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서유는 상류층 자제들이 그녀와 김시후의 스캔들에 대해 떠들고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그저 머리가 아프지 않을 때까지 휴식하다가 떠나려고 했지만 저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렸다. 언제 잠에 든 것인지도 전혀 몰랐다.김시후는 서유가 기절한 줄 알고 그녀를 흔들어 보았다. 그리고 그저 잠든 것임을 확인한 후에야 한숨을 돌렸다.김시후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유를 보다가 이불을 덮어주고 불을 끈 후 나가버렸다.로열 스위트룸에서 나온 김시후는 차가운 표정으로 문 앞에 서 있는 비서에게 물었다. “정말 나랑 아무 사이 아닌 여자야?”“네. 회장님께서 몇 년 전에 같이 보육원에 가서 확인해 보지 않았습니까.”김시후가 병원에서 김씨 가문으로 돌아온 후, 서유가 찾아왔었다. 그때의 김시후는 기억을 잃었을 때라 모든 사람이 낯설었다. 과거를 떠올리는 것도 두려웠다.하지만 서유는 그런 김시후의 마음도 모르고 매일 찾아왔다. 쫓아내려야 낼 수가 없었다.서유는 항상 와서 똑같은 얘기만 했다. 자기가 왜 몸을 팔았는지에 대한 이유였다.진솔한 눈동자는 그 모든 게 김시후를 위해서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그래서 김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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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눈을 뜬 서유는 낯선 방임을 알아채고 그제야 자기가 김시후의 로열 스위트룸에서 잠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얼른 가슴 쪽을 만져본 그녀는 김시후가 그녀를 차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한숨을 돌렸다.이미 많은 시간이 지나갔지만 그녀는 아직도 김시후가 자기를 발로 찰까 봐 두려웠다. 이 트라우마는 아마도 오래갈 것 같았다.김시후는 서유를 차버린 후 숨만 붙어있는 서유를 길가에 그대로 버렸다. 트라우마가 깊에 남을 만도 하지 않은가. 그때 마침 길을 지나가는 사람이 서유를 구해줘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죽었을 것이다.서유는 항상 자기한테 잘해주던 송사월이 왜 갑자기 그녀를 차갑게 대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이미 송사월을 향한 마음은 접었지만 이 일은 그녀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 같았다.다만 요즘 서유는 그 기억을 마음 한구석에 담아놓고 떠올리지 않으려고 했다.하지만 또 김시후를 만나고 나니 마음은 담담해도 사실은 조금 두려웠다.고개를 저은 서유는 김시후의 일을 더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침대에서 일어난 서유는 핸드폰을 확인했다.시간은 벌써 오후 네 시를 넘어 다섯 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수많은 부재중 전화가 와있었는데 그 전화들도 서유의 단잠을 방해하지는 못했다.이러다가 언젠가는 자다가 죽는 것은 아닌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서유는 핸드폰 잠금을 풀어 누가 전화를 걸었는지 확인했다. 확인한 서유는 깜짝 놀랐다. 거의 백 개가 넘는 부재중 전화는 모두 금색 가면의 남자가 걸어온 것이었다.저녁부터 아침까지. 미친 듯이 전화를 걸고 수백 개의 카톡까지 보냈다. 얼마나 죽은 듯이 잤길래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한 걸까.서유는 그에게 전화를 걸지 않고 카카오톡을 열어 그가 보낸 문자를 확인했다.처음에는 어디냐고 묻고 위치를 보내라고 하더니 점점 과격한 언어들로 번져갔다.「딴 남자랑 같이 있는 거 아니지?」「다른 남자랑 자면 죽여버린다.」서유는 그가 미쳤다고 생각하면서 대화 기록을 지워버린 후 신경도 쓰지 않았다.그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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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서유는 그 사진을 쳐다보았다. 그저 김시후가 침대 앞에 서서 서로 바라보고 있는 사진이었다.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서유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괜찮아요. 김 대표님이 처리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서유는 김시후가 사진 한 장 정도는 쉽게 지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이미 처리했어요. 더는 퍼지지 않을 거예요.”“그럼 다행이네요.”서유는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김시후가 또 그녀를 잡았다.“서유 씨, 제가 저녁을 살게요. 소준섭 씨의 무례함을 대신 사과드릴게요.”서유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회사에 가봐야 해서요.”김시후가 바로 대답했다.“오늘 깨나지 않는 것을 보고 제가 연 대표님께 얘기해서 휴가를 맡았어요.”서유는 잠시 굳었다. 어쩐지 허민은 그저 오전 일찍 문자를 보낸 후 서유를 재촉하지 않았다. 알고 보니 김시후가 대신 휴가를 맡아준 것이었다.서유는 의미심장하게 김시후를 쳐다보았다. 그가 왜 자기를 도와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5년 전에 꺼지라고 하던 김시후가, 지금은 갑자기 그녀를 도와주다니.김시후는 끈질기게 식사를 함께하자고 했다. 예전과 똑같은, 고집스러운 성격이었다. 다만 사람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을 뿐.서유는 김시후의 마음이 궁금하기도 해서 거절하지 않고 그와 함께 내려갔다.두 사람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이승하와 마주쳤다.검은색 정장을 입은 이승하는 어두운 공간 속에 숨어있는 것 같았다. 아무 표정 없던 그는 두 사람을 보자마자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서유는 그 차가운 시선을 마주하고 얼굴이 파리하게 질렸다.이승하를 볼 때마다 마음이 복잡해서 고개도 들 수 없었다.여린 몸의 서유는 저도 모르게 김시후 뒤로 몸을 숨겼다.하지만 그 행동에 이승하는 더욱 화가 나서 얼어붙은 시선으로 서유를 쳐다보았다.김시후는 그런 두 사람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손을 내밀어 예의 있게 인사를 했다.“이 대표님, 안녕하세요.”이승하는 담담하게 김시후의 손을 내려다보더니 얘기했다.“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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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서유는 김시후가 자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약간 변한 것을 보며 그의 생각을 알 것만 같았다. 서유는 그저 차갑게 물었다.“그래서, 김 대표님은 그래도 저 같은 여자랑 같이 식사할 건가요?”김시후의 성격에 서유의 출신을 알게 된다면 가차 없이 그녀를 거절할 것이다.하지만 김시후는 고집스레 얘기했다.“당연하죠.”말을 마친 그는 호텔 다이닝룸으로 걸어갔다.서유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잠시 멍해졌다.그러다가 정신을 차리고 뒤따라갔다.다이닝룸의 매니저는 김시후를 보고 직접 마중 나왔다.“김 대표님, 이리로 가시죠.”매니저는 그들을 데리고 조용하고 아늑한 자리로 갔다. 그리고 의자를 빼주면서 공경하게 메뉴판을 건네주었다.김시후는 메뉴판을 받고 서유에게 물었다.“뭐 먹고 싶어요?”서유는 대수롭지 않아 하며 대답했다.“전 배고프지 않아서, 김 대표님이 드시고 싶은 거로 시키세요.”심장도 좋지 않고 위장에 어혈까지 있어 식욕이 별로 없었기에 많이 먹지도 못했다. 김시후는 차가운 서유의 태도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음식을 시킨 후 메뉴판을 매니저한테 돌려주었다. 매니저가 떠난 후, 김시후는 옆의 물을 들어 서유의 잔에 물을 부어주었다.그의 동작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별거 아닌 듯해 보였지만 행동에 예의와 우아함이 깃들어있었다.그건 어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보육원에서도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과묵하고 조용하며 예의 있고 공부도 잘하는 천재였다.그때, 서유는 김시후가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의 서유는 저도 모르게 가슴께를 만졌다. 그쪽에서 고통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김시후는 서유의 눈이 점점 빛을 잃어가는 것을 보고 약간 미간을 찌푸렸다.“서유 씨, 무슨 생각 하세요?”“인터넷에서 본 말이 생각나서요.”김시후는 흥미를 가지면서 물었다.“무슨 말이요?”서유는 담담하게 얘기했다.“사람은 성공하면 가까운 사람부터 내친다고요.”김시후는 그 말의 속뜻을 잘 몰랐지만 서유가 자기를 암시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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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마침 직원이 음식을 가지고 왔다. 그 덕분에 김시후는 어색한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느긋하게 스테이크를 썰었다.스테이크를 다 썬 그는 그 스테이크를 서유 앞에 놓아주었다.“서유 씨, 너무 말랐네요. 많이 드세요.”5년 전과 비교하면 서유는 확실히 많이 살이 빠졌다.전에는 젖살도 있어서 발랄해 보였는데 지금은 너무 말라서 껍데기만 남은 것 같았다. 그러니 잠을 그리 오래 자는 거겠지.서유는 입맛이 없어서 그저 채소 몇 개를 먹고는 젓가락을 내려놓았다.김시후가 썰어준 스테이크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김시후는 서유가 자기를 싫어해서 그가 준 스테이크를 먹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조금 쓸쓸했다.밥을 먹은 후, 김시후는 서유를 데려다주겠다고 했으나 서유가 차갑게 거절했다.전에 그에게 빌붙다가 매정하게 차인 후로 서유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김시후와 멀리할 수 있으면 멀리하는 게 좋았다. 어쨌든 살아야 하니까.김시후를 거절한 후, 서유는 호텔 주차장에 와서 가방에서 차 열쇠를 꺼냈다. 어제 몰고 온 차를 몰고 돌아가려는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가방 안의 핸드폰이 계속 진동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핸드폰을 꺼내보니 금색 가면 남의 전화였다. 이렇게 미친 듯이 그녀에게 연락하는 것을 보니 또 그녀와 자고 싶은 모양이다.하지만 서유의 몸은 더는 견디지 못할 정도였다.고민하던 서유는 결국 카카오톡으로 답장을 보냈다.「저 너무 힘들어요. 쉬게 내버려 두고 며칠 후에 다시 얘기하면 안 돼요?」그는 서유가 임태진을 죽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안다.임태진은 깨나면 태안 그룹의 문제를 떠안게 될 것이기에 서유를 찾아올 사이가 없을 것이다.하지만 금색 가면 남의 심기를 거슬러 임태진의 귀에 서유의 소식이 들어간다면 임태진은 바로 나와서 서유를 해치우려고 할 것이다. 그러면 결국 잃는 것이 더욱 많다.아무리 그가 싫다고 해도 임태진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서는 일단 금색 가면 남부터 진정시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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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이승하는 서유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듣자마자 표정이 어두워졌고 그의 이상함을 알아차린 서유는 감히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차 안에는 은은한 향기와 더불어 약간의 술 냄새도 있었는데 비록 강하지는 않았지만, 술을 마셨다는 건 분명했다.‘갑자기 찾아온 게 이상하다 싶었는데 역시나 술김이었네. 음주 운전을 한 게 걸리면 어쩌려고 이러는 거야.’서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생각에 잠긴 그때 이승하가 갑자기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뭉개더니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어젯밤에 김시후랑 잤어?”붉어진 눈시울로 질문하는 그의 눈빛에는 경멸이 가득했다.서유는 행여나 그에게 다른 감정이 숨겨져 있진 않을까 싶어 그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애를 썼지만 아무것도 없었다.그녀는 이 상황이 어이가 없었다.“이 대표님, 고작 그딴 질문을 하시려고 갑자기 찾아와서 이런 곳까지 데려온 거예요?”이승하는 서유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대답해.”서유는 계속하여 오해받고 있는 이런 상황이 너무 지쳤고 말하기 싫은 정도로 피곤했다.그녀의 침묵에 이승하의 짙은 눈썹이 점차 조여졌다.그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서유의 턱을 움켜쥐며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말해.”진지한 그의 말투와 행동에서는 강요하는 듯한 압박감이 느껴지기도 했다.서유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마음속의 고통을 억누르며 침착하게 답했다.“안 잤다고 하면 믿으실 거예요?”이승하는 헛웃음이 나왔다.“그 남자랑 로열 스위트룸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 날 저녁 늦게 나왔는데 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서유는 설명하고 싶은 얘기가 많았지만, 꾹 삼키고 말을 바꿨다.“그 사람과 잤다고 믿고 있으면서 굳이 왜 물어보시는 거죠?”서유의 턱을 잡고 있던 이승하의 손에는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도대체 잤어, 안 잤어?”서유는 눈을 내리깔고 무덤덤하게 말했다.“잤어요.”이승하는 눈빛이 흔들리더니 이내 싸늘함을 내뿜었다.“그 남자랑 왜 잔 거야?”“잘생긴 데다가 돈이 많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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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순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서유는 손길을 피하려고 부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렸지만 이내 그의 손에 눌려 꼼짝달싹하지 못했다.그는 서유의 귓불을 깨물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부드럽게 물었다.“응?”너무나 매혹적인 그의 말투에 서유는 심장이 쿵쾅쿵쾅 요동치기 시작했다.이승하의 목소리는 굵직하면서도 섹시했다. 이런 소리가 귓가에 맴돌면 너무 매력적이어서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다.그녀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를 썼다. 이승하가 이렇게 행동하는 건 그녀를 모욕하기 위함이니까.서유는 고개를 숙이고 붉은 입술을 꽉 깨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그는 귓불에서 천천히 어깨로 내려갔고 쇄골에 입을 맞추며 나지막하게 물었다.“얘기해 봐. 도대체 얼마면 만족해?”이승하의 말투에서는 마치 그녀가 그릇된 행동을 했다고 비난하는 듯한 허탈함이 느껴졌다.서유는 마음이 혼란스러워 차마 이승하를 쳐다보지도 못했다.그의 부드러운 입맞춤에 그녀의 몸은 점점 축 늘어지기 시작했다.“2,000억 줄 테니까 그 사람 좋아하지 마.”서유는 그에게 홀리는 듯 심장의 떨림을 멈출 수가 없었다.그녀는 안전벨트를 꽉 쥐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자신과 관계를 나누려는 이승하를 바라봤다.“제가 더럽지 않나요?”고개를 숙인 채 그녀에게 입을 맞추던 이승하는 갑자기 멈칫했다.서유는 그의 몸이 순식간에 경직되는 걸 느낄 수 있었고 허리를 꼭 감싸안았던 손에도 왠지 모를 소외감이 생겼다.그녀는 이승하가 당장 자신을 뿌리칠 것으로 생각했는데 예상과 달리 그는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이승하는 힘없이 중얼거렸다.“그러니까... 왜 그랬어.”말투로는 그녀를 탓했지만, 그의 몸은 거리를 유지하는 듯 점점 멀어졌다.서유는 이승하가 자신을 매우 싫어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다만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뿐이었다.어쩌면 술을 마신 탓에 정신이 혼미해져서 스킨십을 하고 싶은 걸 수도 있다.추측할 수도 없고 더 이상 헤아리고 싶지 않았던 서유는 차분하게 말했다.“이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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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완전히 선을 긋고 싶은 듯 예의를 차리는 서유의 모습에 이승하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그의 시큰둥한 표정에 드러난 경멸적인 시선과 야유 섞인 비웃음은 방금 보여줬던 다정한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내가 널 위해서 이러는 줄 알아?”그는 서유의 볼을 잡고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네 꼴을 봐봐, 그 주제에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서유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혼란스러워하며 물었다.“그럼 아까는 왜...”이승하는 싸늘하게 웃었다.“네가 지금 꼬시려는 남자, 이씨 가문의 예비 사위거든. 난 단지 네가 그 사람을 포기하도록 유혹하고 싶었을 뿐이야.”‘이씨 가문의 사위라니?’서유는 이제야 마음속에 품고 있던 모든 의심이 풀렸다.갑작스러운 이승하의 행동이 어딘가 이상했는데 이 모든 게 김시후를 포기하게 만들고 싶어 유혹했던 것이라니.화나기는커녕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그녀는 이승하가 아직도 자신에게 감정이 남아있지는 않을까 두려웠고 그게 맞다면 그 상황을 견딜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차라리 이렇게 되니 다행이다.서유는 차갑고 무자비한 그를 바라보며 웃었다.“이씨 가문의 예비 사위인지는 정말 몰랐어요. 앞으로는 절대 가까이하지 않을게요.”이승하는 잔뜩 찌푸리고 있던 미간을 풀었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는 곧바로 차갑게 입을 열었다.“앞으로 김시후 씨에게서 멀리 떨어져.”서유는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가 경고하지 않아도 멀리 떨어질 계획이었고 잠깐이나마 편안한 삶을 살고 싶었다.이승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의 침울하고 우울한 표정은 이내 냉랭함으로 돌아왔다.서유는 원하는 바를 이룬 이승하가 자신과 같은 공간에 머물고 싶어 하지 않는 걸 눈치챘다.그녀는 재빨리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이 대표님, 번거로우시겠지만 데려다주실 수 있나요? 교외라서 조금 무섭네요.”이승하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차에 시동을 걸더니 초고속으로 그녀를 호텔 차고까지 바래다줬다.그녀는 자신을 바래다준 이승하에게 감사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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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서유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넋을 잃은 채로 멍하니 이승하를 바라봤다.한편으로는 오랫동안 자신을 참아준 그에게 최소한 설명이라도 해줘야 할 것만 같았다.그녀는 몇 초 동안 망설이다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송사월은... 저와 평생을 약속했던 사람이에요.”이승하는 과거의 기억에 사로잡힌 듯 점점 슬퍼지는 그녀의 눈빛을 발견했다.그는 싸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많이 사랑하나 봐.”서유는 감정을 추스르고 담담하게 말했다.“많이 사랑했었죠.”이승하는 차갑게 물었다.“지금은?”“지금요?”서유는 그의 촘촘하고 얇은 입술과 칼날처럼 예리한 턱선이 눈에 들어왔고 그의 눈을 바라보니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라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그렇게 말할 용기가 없을뿐더러 그럴 자격이 없었고 이미 더럽혀진 그녀는 이승하를 사랑하면 안 됐다.그녀는 주먹을 불끈 쥔 채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었다.“아무도 사랑하지 않아요.”그 말인즉 그를 사랑한 적 없다는 뜻이다.담배를 끼고 있던 이승하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고 그는 직접 담배를 끄고선 창밖으로 던졌다.연기가 땅에 닿는 순간, 빨갛게 달아올랐던 눈시울도 순식간에 싸늘함으로 돌변했다.그는 차 문을 열며 차갑게 말했다.“내려.”서유는 이승하를 힐끗 보더니 그의 실망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사실 그를 매우 사랑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하지만 워낙 자존심이 강했던 탓에 남자가 먼저 사랑을 표현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었다. 상처를 받을까 봐 두려웠고, 진심을 표현하면 무시당하고 조롱당할까 봐 두려웠다.한때는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송사월이 평생 잘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결말은 어떠한가?상처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뻔했다.이승하는 송사월보다 더 고귀한 신분을 가진 사람이기에 절대 욕심을 내서는 안 된다.그녀는 자신의 신분을 명확하게 알고 있었고 항상 자기 신분을 떠올리며 다시는 그때와 같은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다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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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서유는 알람이 한참 동안 울리고 나서야 서서히 잠에서 깼고 핸드폰을 들어보니 다행히도 오후 4, 5시가 아닌 아침 9시였다.이온 인터내셔널의 출근 시간은 10시였기에 아직은 여유로웠다.그녀는 일어나서 간단히 씻은 후 가방을 들고 회사로 향했다.허민이 어제 업무 인수인계를 하러 오라는 바람에 사무실로 돌아가는 게 아닌 곧장 꼭대기 층으로 향했다.서유는 조심스럽게 사무실 문을 노크했다.“허민 씨, 인수인계하러 왔어요.”그녀를 발견한 허민은 표정이 살짝 바뀌었다.“들어와요.”서유는 허민의 테이블로 걸어가 정중하게 물었다.“민지 씨는 제가 담당하던 일들을 인계받고 싶지 않은 모양이에요. 그럼 이제 누구한테 맡겨야 하죠?”허민은 어제 연지유가 해줬던 말들이 생각나 멋쩍은 듯 입을 열었다.“회사에서 일한 시간이 5년인데 퇴사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바로 그만두는 건 너무 충동적인 행동이지 않을까요? 아니면 적합한 후임자를 찾을 때까지 다니는 건 어때요?”대표에게 비서만 해도 몇 명이나 되는데 굳이 적합한 사람을 찾을 때가지 기다리라는 그녀의 제안이 이해되지 않았다.서유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어제 아침만 해도 인수인계하라는 문자를 보내셨잖아요. 왜 이렇게 빨리 마음이 바뀌신 거죠?”생각보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그녀의 모습에 허민은 솔직하게 말했다.“어제 아침에 연 대표님이 퇴사를 동의한 건 맞아요. 그래서 곧바로 제가 메시지를 보냈잖아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번복하셨어요. 이제는 서유 씨의 퇴사를 동의하지 않는다는 거죠.”서유는 눈살을 찌푸리며 싸늘하게 물었다.“도대체 왜죠?”허민은 자신을 잘 모른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저도 잘 몰라요. 자세한 이유를 알고 싶은 거면 직접 연 대표님에게 여쭤봐요. 전 시키는 대로 하는 것뿐이에요.”서유는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지만 이 문제가 허민과 아무 관련이 없으며 모든 건 연지유에게 달려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녀는 허민과 얘기를 나누는 것이 아닌 곧장 연지유의 대표 사무실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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