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서유는 손길을 피하려고 부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렸지만 이내 그의 손에 눌려 꼼짝달싹하지 못했다.그는 서유의 귓불을 깨물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부드럽게 물었다.“응?”너무나 매혹적인 그의 말투에 서유는 심장이 쿵쾅쿵쾅 요동치기 시작했다.이승하의 목소리는 굵직하면서도 섹시했다. 이런 소리가 귓가에 맴돌면 너무 매력적이어서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다.그녀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를 썼다. 이승하가 이렇게 행동하는 건 그녀를 모욕하기 위함이니까.서유는 고개를 숙이고 붉은 입술을 꽉 깨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그는 귓불에서 천천히 어깨로 내려갔고 쇄골에 입을 맞추며 나지막하게 물었다.“얘기해 봐. 도대체 얼마면 만족해?”이승하의 말투에서는 마치 그녀가 그릇된 행동을 했다고 비난하는 듯한 허탈함이 느껴졌다.서유는 마음이 혼란스러워 차마 이승하를 쳐다보지도 못했다.그의 부드러운 입맞춤에 그녀의 몸은 점점 축 늘어지기 시작했다.“2,000억 줄 테니까 그 사람 좋아하지 마.”서유는 그에게 홀리는 듯 심장의 떨림을 멈출 수가 없었다.그녀는 안전벨트를 꽉 쥐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자신과 관계를 나누려는 이승하를 바라봤다.“제가 더럽지 않나요?”고개를 숙인 채 그녀에게 입을 맞추던 이승하는 갑자기 멈칫했다.서유는 그의 몸이 순식간에 경직되는 걸 느낄 수 있었고 허리를 꼭 감싸안았던 손에도 왠지 모를 소외감이 생겼다.그녀는 이승하가 당장 자신을 뿌리칠 것으로 생각했는데 예상과 달리 그는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이승하는 힘없이 중얼거렸다.“그러니까... 왜 그랬어.”말투로는 그녀를 탓했지만, 그의 몸은 거리를 유지하는 듯 점점 멀어졌다.서유는 이승하가 자신을 매우 싫어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다만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뿐이었다.어쩌면 술을 마신 탓에 정신이 혼미해져서 스킨십을 하고 싶은 걸 수도 있다.추측할 수도 없고 더 이상 헤아리고 싶지 않았던 서유는 차분하게 말했다.“이 대표님
완전히 선을 긋고 싶은 듯 예의를 차리는 서유의 모습에 이승하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그의 시큰둥한 표정에 드러난 경멸적인 시선과 야유 섞인 비웃음은 방금 보여줬던 다정한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내가 널 위해서 이러는 줄 알아?”그는 서유의 볼을 잡고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네 꼴을 봐봐, 그 주제에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서유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혼란스러워하며 물었다.“그럼 아까는 왜...”이승하는 싸늘하게 웃었다.“네가 지금 꼬시려는 남자, 이씨 가문의 예비 사위거든. 난 단지 네가 그 사람을 포기하도록 유혹하고 싶었을 뿐이야.”‘이씨 가문의 사위라니?’서유는 이제야 마음속에 품고 있던 모든 의심이 풀렸다.갑작스러운 이승하의 행동이 어딘가 이상했는데 이 모든 게 김시후를 포기하게 만들고 싶어 유혹했던 것이라니.화나기는커녕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그녀는 이승하가 아직도 자신에게 감정이 남아있지는 않을까 두려웠고 그게 맞다면 그 상황을 견딜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차라리 이렇게 되니 다행이다.서유는 차갑고 무자비한 그를 바라보며 웃었다.“이씨 가문의 예비 사위인지는 정말 몰랐어요. 앞으로는 절대 가까이하지 않을게요.”이승하는 잔뜩 찌푸리고 있던 미간을 풀었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는 곧바로 차갑게 입을 열었다.“앞으로 김시후 씨에게서 멀리 떨어져.”서유는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가 경고하지 않아도 멀리 떨어질 계획이었고 잠깐이나마 편안한 삶을 살고 싶었다.이승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의 침울하고 우울한 표정은 이내 냉랭함으로 돌아왔다.서유는 원하는 바를 이룬 이승하가 자신과 같은 공간에 머물고 싶어 하지 않는 걸 눈치챘다.그녀는 재빨리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이 대표님, 번거로우시겠지만 데려다주실 수 있나요? 교외라서 조금 무섭네요.”이승하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차에 시동을 걸더니 초고속으로 그녀를 호텔 차고까지 바래다줬다.그녀는 자신을 바래다준 이승하에게 감사함을
서유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넋을 잃은 채로 멍하니 이승하를 바라봤다.한편으로는 오랫동안 자신을 참아준 그에게 최소한 설명이라도 해줘야 할 것만 같았다.그녀는 몇 초 동안 망설이다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송사월은... 저와 평생을 약속했던 사람이에요.”이승하는 과거의 기억에 사로잡힌 듯 점점 슬퍼지는 그녀의 눈빛을 발견했다.그는 싸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많이 사랑하나 봐.”서유는 감정을 추스르고 담담하게 말했다.“많이 사랑했었죠.”이승하는 차갑게 물었다.“지금은?”“지금요?”서유는 그의 촘촘하고 얇은 입술과 칼날처럼 예리한 턱선이 눈에 들어왔고 그의 눈을 바라보니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라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그렇게 말할 용기가 없을뿐더러 그럴 자격이 없었고 이미 더럽혀진 그녀는 이승하를 사랑하면 안 됐다.그녀는 주먹을 불끈 쥔 채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었다.“아무도 사랑하지 않아요.”그 말인즉 그를 사랑한 적 없다는 뜻이다.담배를 끼고 있던 이승하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고 그는 직접 담배를 끄고선 창밖으로 던졌다.연기가 땅에 닿는 순간, 빨갛게 달아올랐던 눈시울도 순식간에 싸늘함으로 돌변했다.그는 차 문을 열며 차갑게 말했다.“내려.”서유는 이승하를 힐끗 보더니 그의 실망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사실 그를 매우 사랑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하지만 워낙 자존심이 강했던 탓에 남자가 먼저 사랑을 표현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었다. 상처를 받을까 봐 두려웠고, 진심을 표현하면 무시당하고 조롱당할까 봐 두려웠다.한때는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송사월이 평생 잘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결말은 어떠한가?상처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뻔했다.이승하는 송사월보다 더 고귀한 신분을 가진 사람이기에 절대 욕심을 내서는 안 된다.그녀는 자신의 신분을 명확하게 알고 있었고 항상 자기 신분을 떠올리며 다시는 그때와 같은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다짐했
서유는 알람이 한참 동안 울리고 나서야 서서히 잠에서 깼고 핸드폰을 들어보니 다행히도 오후 4, 5시가 아닌 아침 9시였다.이온 인터내셔널의 출근 시간은 10시였기에 아직은 여유로웠다.그녀는 일어나서 간단히 씻은 후 가방을 들고 회사로 향했다.허민이 어제 업무 인수인계를 하러 오라는 바람에 사무실로 돌아가는 게 아닌 곧장 꼭대기 층으로 향했다.서유는 조심스럽게 사무실 문을 노크했다.“허민 씨, 인수인계하러 왔어요.”그녀를 발견한 허민은 표정이 살짝 바뀌었다.“들어와요.”서유는 허민의 테이블로 걸어가 정중하게 물었다.“민지 씨는 제가 담당하던 일들을 인계받고 싶지 않은 모양이에요. 그럼 이제 누구한테 맡겨야 하죠?”허민은 어제 연지유가 해줬던 말들이 생각나 멋쩍은 듯 입을 열었다.“회사에서 일한 시간이 5년인데 퇴사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바로 그만두는 건 너무 충동적인 행동이지 않을까요? 아니면 적합한 후임자를 찾을 때까지 다니는 건 어때요?”대표에게 비서만 해도 몇 명이나 되는데 굳이 적합한 사람을 찾을 때가지 기다리라는 그녀의 제안이 이해되지 않았다.서유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어제 아침만 해도 인수인계하라는 문자를 보내셨잖아요. 왜 이렇게 빨리 마음이 바뀌신 거죠?”생각보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그녀의 모습에 허민은 솔직하게 말했다.“어제 아침에 연 대표님이 퇴사를 동의한 건 맞아요. 그래서 곧바로 제가 메시지를 보냈잖아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번복하셨어요. 이제는 서유 씨의 퇴사를 동의하지 않는다는 거죠.”서유는 눈살을 찌푸리며 싸늘하게 물었다.“도대체 왜죠?”허민은 자신을 잘 모른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저도 잘 몰라요. 자세한 이유를 알고 싶은 거면 직접 연 대표님에게 여쭤봐요. 전 시키는 대로 하는 것뿐이에요.”서유는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지만 이 문제가 허민과 아무 관련이 없으며 모든 건 연지유에게 달려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녀는 허민과 얘기를 나누는 것이 아닌 곧장 연지유의 대표 사무실을 향해
그녀의 말은 재벌가에 시집가려면 예쁜 얼굴만 있어서 되는 게 아니라 그에 걸맞은 집안이거나, 아니면 적어도 뛰어난 학력은 갖추어야 한다는 뜻이었다.역시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연지유는 욕을 할 때도 육두문자를 쓰지 않고 상대의 열등감을 깊숙이 찔렀다.서유는 손을 꽉 쥐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연 대표님, 제가 재벌가에 시집을 가든 안 가든 그건 회사를 그만두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아무리 대표님이라도 저의 사생활까지 간섭하실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데요.연지유는 서유가 감히 자기를 다른 사람의 일에 간섭한다고 비웃을 줄은 몰랐다. 그녀는 어두워진 얼굴로 말했다.“당연히 내가 간섭할 일은 아니죠. 난 그저 좋은 마음으로 서유 씨한테 충고해 주는 거예요. 이렇게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불나방처럼 뛰어들다가 다시 이온에 돌아올 수 없어 후회할까 봐 걱정돼서요.”연지유의 말에 서유는 더 대꾸하지 않았다. 그녀가 사직서를 처리해 주면 허민에게 인수인계를 해주고 회사를 떠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연지유가 말을 바꿨다.“서유 씨, 이 사직서는 내가 꼭 처리해 줄게요. 근데 지금은 안 돼요.”서유는 눈살을 찌푸리며 이해가 되지 않아 물었다.“연 대표님 그게 무슨 뜻이죠?”연지유는 한숨을 쉬며 힘없이 말했다.“서유 씨도 알다시피 우리 그룹은 지금 부산에서 사업 확장을 잘못하고 있어요. 그리고 화진 그룹은 부산에서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릴 만큼 강대하죠. 우리 그룹이 더 강해지려면 화진 그룹의 도움이 꼭 필요한데 화진 그룹은 우리를 도와준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서유 씨가 김 대표님의 라인을 잘 탄 것으로 보여서 난 서유 씨가 남아줬으면 좋겠어요. 서유 씨가 있으면 화진에서 서유 씨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겠어요?”연지유의 말은 서유에게 아직 이용 가치가 있으므로 사직서를 처리해 주지 않겠다는 것이었다.돌고 돌아 결국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하지만 아쉽게도 연지유의 계산은 틀렸다. 서유가 있으면 김시후는 더욱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것이다.서유는
서유는 천천히 몸을 돌려 사무실 의자에 몸을 기대고 있는 오만한 연지유를 바라보았다.화려한 그녀는 보잘것없는 서유를 들판의 잡초처럼 만들었다.서유는 단 한 번도 억울한 적이 없었지만 이 순간 갑자기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승리자의 발밑에 깔린 것 같았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소용이 없었다. 그녀는 아무런 배경도 권력도 없는 그저 무능하고 평범한 사람일 뿐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 협박당하고 짓밟힘과 괴롭힘을 당했다.그녀는 운명에 맞서 싸우는 걸 포기하고 힘없이 물었다.“제가 뭘 어떻게 해야 사직서를 처리해 주실 거죠?”그 당시 4천만 원을 빌렸으니 6배인 2억 4천만 원의 위약금을 내야 했다. 그녀에게는 그렇게 큰돈이 없었기에 그저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연지유는 이제야 분별력 있게 행동하는 서유를 보고 더 오만해진 태도로 말했다.“간단해요. 김 대표님을 잘 케어하는 거예요. 김 대표님이 다시 부산으로 돌아가면 서유 씨 사직서 처리해 줄게요.”사직서를 처리해 주지 않는 건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녀에게 김시후를 케어하라니?서유는 이런 지시가 너무 내키지 않았다.“김 대표님은 제가 케어해 주는 걸 원하시지 않을 겁니다.”연지유는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그 사진을 여러 번 봤는데 김 대표님이 서유 씨를 바라보는 눈빛이 꽤 재밌더라고요.”서유가 뭔가를 더 말하려고 하자 연지유가 가차 없이 말을 잘랐다.“서유 씨는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돼요.”연지유는 이미 서유와 김시후를 긴밀한 사이라고 단정지은 것 같았다. 서유의 마지막 이용 가치까지 짜내지 않으면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이것이 자본가의 진정한 면모였다.서유는 더 이상 이야기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고 차갑게 한마디 뱉어냈다.“그때 가서 꼭 약속을 지켜주시길 바랍니다.”연지유는 팔짱을 끼며 서유에게 안심하라는 눈짓을 했다.“난 항상 약속을 지켜요.”번지르르한 말뿐이었다.서유는 연지유와 더 따지고 싶지 않아 다시 몸을 돌려 나갔다.사무실에 돌아온 서유
최민지는 염산이라는 두 글자를 듣고 겁에 질려 흠칫했다. 받아치려던 말조차 그 순간 목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서유는 시선을 돌려 옆에서 몸을 움츠리고 감히 한마디도 못 하는 임유라를 바라보았다.“나이 많은 남자와 잔 건 당신이잖아. 근데 왜 날 비난하는 거야?”임유라는 서유가 사람들 앞에서 자기의 비밀을 얘기할 줄은 몰라 화를 냈다.“무슨 뜻이에요?”서유는 싸늘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최민지가 당신의 능력에 대해 이미 모든 사람에게 말했어요. 무슨 뜻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죠?”임유라는 고개를 돌려 최민지를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쳐다보았다.“난 널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뒤에서 그런 소리를 해?”최민지는 평소에 참기만 하던 서유가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임유라의 일을 말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화가 나서 서유의 뺨을 때리려고 했지만 오히려 서유에게 손목을 잡혔다.서유는 최민지를 바라보며 비웃음을 날렸다.“당신이 이 뺨을 때리는 순간 난 당신의 모든 재산을 잃게 만들 거야.”최민지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졌다.“그깟 뺨 때리면 뭐! 네가 어떻게 내 재산을 다 잃게 만들 건데?”서유는 최민지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 비웃었다.“당신이 그랬잖아. 나 스폰서 많다고. 그중에 아무나 데려와도 당신 정도는 짓밟아 버릴 수 있어.”서유는 말을 마친 후 그녀의 표정이 어떻든지 상관하지 않고 그녀를 밀어내며 몸을 돌려 그 자리를 떠났다.최민지는 서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서유, 이 미친년아. 내가 너 가만두지 않을 거야.”서유는 못 들은 척 곧장 화장실로 들어갔다.그녀는 예전에 겪었던 굴욕들을 오늘 모두 쏟아냈다.어떤 기분인지 말로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진작에 이렇게 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가 수도꼭지를 튼 뒤 세수하려고 하는데 원영이 들어왔다.그녀는 방금 동료들과 마실 밀크티를 사 들고 사무실에 돌아왔는데 최민지가 서유를 욕하는 걸 보고 다급하게 회장실로 서유를 찾으러 온 것이었다.“서유 씨, 무슨 일이에요?”그녀는
서유는 깊은 한숨을 쉬며 핸드폰을 꺼내 김시후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이건 어제 그를 도와 호텔을 예약할 때 그의 비서에게서 받은 정보였다.연결음이 3번 정도 울린 뒤 김시후의 침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서유 씨 무슨 일 있어요?”그녀는 멈칫했다. 김시후는 어떻게 그녀가 누군지 아는 것일까?“어제 내가 서유 씨 번호 저장했어요.”마치 그녀가 놀란 것을 알고 있다는 듯 김시후는 간단하게 설명했다.서유도 더 묻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김 대표님, 연 대표님께서 그동안 제가 동아 그룹을 대표해서 김 대표님을 케어하라고 하셨습니다. 혹시 제게 시키실 일 있으신가요?”“날 케어한다고요?”김시후는 조금 놀라며 말했다.“네 그렇습니다.”서유는 뻔뻔하게 대답했다. 김시후도 이런 요구에 올랐겠지만 그녀 자신도 어이가 없었다.상대방은 잠시 침묵한 뒤 뭔가를 이해한 듯 입을 열었다.“마침 이번 서울 출장에 제 개인 비서가 없었는데 제 사무실에 와서 차나 커피를 내주는 업무라도 서유 씨한테 부탁드려도 될까요?”서유는 김시후가 거절할 줄 알았지만 그녀에게 개인 비서의 업무를 부탁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설마 김시후는 그녀에게 숨은 의도가 있을 거라고 의심도 하지 않는 걸까?그녀는 머뭇거렸지만 그래도 순순히 대답했다.“알겠습니다.”김시후는 손목시계를 확인했다.“조금 있다가 회의가 있어요. 서유 씨 언제 오실 수 있어요?”서유는 주소를 물은 뒤 대답했다.“언제든지 갈 수 있습니다.”상대방은 알겠다고 한 뒤 전화를 끊었다.그가 전화를 끊자 사무실 테이블 앞에 서 있던 김태진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김 대표님, 서유 씨는 분명 회사를 핑계로 대표님께 접근하는 겁니다. 그런데 왜 개인 비서 업무를 맡기시는 거죠?”김시후도 어제 자기를 무시하던 서유가 갑자기 오늘은 먼저 자기를 케어해주겠다고 하는 것인지 조금 이상했다.그러나 김시후는 그 사진 때문에 연지유가 서유와 자기의 사이를 오해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서유에게 그를 케어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