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9화

서유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넋을 잃은 채로 멍하니 이승하를 바라봤다.

한편으로는 오랫동안 자신을 참아준 그에게 최소한 설명이라도 해줘야 할 것만 같았다.

그녀는 몇 초 동안 망설이다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송사월은... 저와 평생을 약속했던 사람이에요.”

이승하는 과거의 기억에 사로잡힌 듯 점점 슬퍼지는 그녀의 눈빛을 발견했다.

그는 싸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많이 사랑하나 봐.”

서유는 감정을 추스르고 담담하게 말했다.

“많이 사랑했었죠.”

이승하는 차갑게 물었다.

“지금은?”

“지금요?”

서유는 그의 촘촘하고 얇은 입술과 칼날처럼 예리한 턱선이 눈에 들어왔고 그의 눈을 바라보니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할 용기가 없을뿐더러 그럴 자격이 없었고 이미 더럽혀진 그녀는 이승하를 사랑하면 안 됐다.

그녀는 주먹을 불끈 쥔 채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었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아요.”

그 말인즉 그를 사랑한 적 없다는 뜻이다.

담배를 끼고 있던 이승하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고 그는 직접 담배를 끄고선 창밖으로 던졌다.

연기가 땅에 닿는 순간, 빨갛게 달아올랐던 눈시울도 순식간에 싸늘함으로 돌변했다.

그는 차 문을 열며 차갑게 말했다.

“내려.”

서유는 이승하를 힐끗 보더니 그의 실망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

사실 그를 매우 사랑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워낙 자존심이 강했던 탓에 남자가 먼저 사랑을 표현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었다. 상처를 받을까 봐 두려웠고, 진심을 표현하면 무시당하고 조롱당할까 봐 두려웠다.

한때는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송사월이 평생 잘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결말은 어떠한가?

상처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뻔했다.

이승하는 송사월보다 더 고귀한 신분을 가진 사람이기에 절대 욕심을 내서는 안 된다.

그녀는 자신의 신분을 명확하게 알고 있었고 항상 자기 신분을 떠올리며 다시는 그때와 같은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다짐했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