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Chapter 511 - Chapter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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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1화
그녀는 얼굴을 가린 채 주서희의 뒤를 따라 산부인과로 가서 검사를 받은 후 다시 원장실로 돌아와 검사 결과를 기다렸다.워싱턴에 있는 이승하는 그녀들보다 마음이 더 급해 계속해서 전화를 걸어왔고 주서희는 아예 전화를 끊지 않고 스피커폰을 눌렀다. 한편, 서유는 소파에 앉아 쿠션을 안고 머리를 파묻은 채 너무 부끄러운 나머지 주서희의 얼굴을 차마 쳐다볼 수가 없었다. 다행히 간호사가 곧 보고서를 가져왔고 주서희는 재빨리 보고서를 건네받아 한 번 훑어보았다. 그런데 들떠있던 그녀의 표정이 점차 사그라들었다. 그녀의 표정을 보고 서유는 임신이 안 되었다는 것을 눈치챘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였다.‘정말 아이를 가지는 게 힘든 거구나...’주서희는 보고서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서유 씨, 시간이 너무 짧아서 아직 검사에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어요. 혹은 몸조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 걸 수도 있고요. 조급해하지도 말고 낙심하지도 말고 우리 조금 더 기다려봐요.”그 말을 듣고 있던 이승하는 심장을 쥐어짜듯 숨을 쉴 수조차 없을 만큼 가슴이 아팠다. 서유가 이렇게 된 건 다 그 때문이었다. 그가 핸드폰을 꽉 쥔 채 아픔을 참으며 입을 열었다.“내가 원하는 건 당신뿐이야. 아이는 필요 없어.”서유는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다정하게 말했다.“알아요.”그가 터질 듯이 아픈 관자놀이를 누르며 조급하게 말을 이어갔다.“어찌 됐든 난 당신과 결혼할 거야.”이토록 불안해하는 그의 모습에 그녀는 재빨리 감정을 추스르고 그를 위로했다.“알았어요. 걱정하지 말아요.”붉게 물든 눈으로 전화를 끊으라는 원장을 쳐다보며 그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가 갈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서유 순순히 ‘네'라고 대답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주서희가 핸드폰을 내려놓고 다시 그녀를 위로하려는 찰나 문밖에서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정갈한 양복 차림의 윤주원이 빨간 장미 한 다발을 들고 간호사와 의사들의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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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화
땅바닥에서 일어난 윤주원은 주서희를 강요하는 소준섭을 보고 주먹을 불끈 쥔 채 그를 향해 돌진했다. 그러나 그의 주먹이 소준섭의 얼굴에 닿기도 전에 태권도 9단의 실력을 갖추고 있던 소준섭이 그를 발로 걷어찼다. 소준섭은 높은 곳에서 그를 내려다 보며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감히 윤 선생 따위가 내 여자를 빼앗으려 한 거야?”말을 마친 그가 그녀의 손을 잡으면서 발을 들어 윤주원을 세게 걷어찼다. “감히 내 여자한테 고백을 하다니. 이런 빌어먹을.”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간호사들과 의사들은 ‘천재 의사’로 불리는 소준섭이 병원에서 사람을 때리는 것을 보고 막아서려 했지만 그가 데리고 온 경호원들이 그들을 겹겹이 에워쌌다. 소준섭은 두꺼운 가죽 장화를 신은 채 윤주원이 일어날 수 없게 발로 세게 걷어찼다. 피를 토하는 윤주원의 모습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오른 그녀는 온몸을 떨었고 입을 벌려 소준섭의 팔을 있는 힘껏 깨물었다. 온 힘을 다해 꽉 깨물었더니 그제야 통증을 느낀 그가 발길을 멈추었다. 소준섭은 빨갛게 물든 눈을 들어 주서희를 한참 쳐다보다가 허리를 굽혀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렸다.주서희는 자신을 강제로 데려가려고 하는 그의 모습에 이를 악물고 저항했다.“이거 놔요. 그렇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당신이랑 같이 죽을 거예요.”이미 이성을 잃어버린 소준섭은 그녀를 놓아주기는커녕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입맞춤을 했다.“같이 죽자? 그래. 네가 다른 남자랑 같이 있는 것보다는 낫지.”그녀는 소준섭을 악착같이 밀어낸 뒤 내려오려고 발버둥 쳤지만 그가 그녀를 자신의 어깨 위로 올렸다. 그의 어깨에 엎드린 채 꼼짝도 할 수 없었던 주서희는 고개를 들고 사무실 쪽을 천천히 바라보았다.눈물을 참으며 도움의 눈빛을 보내오는 주서희를 보고 서유는 용기를 내어 앞으로 다가가 소준섭을 막았다. “소 선생님, 이렇게 막무가내로 서희 씨를 데리고 간다면 서희 씨가 당신을 더 미워하게 될 거예요.”주서희에게 엄청난 상처를 주었던 그가 이런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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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3화
바짓가랑이를 잡고 있는 서유의 손이 미친 듯이 떨렸고 하얗게 질린 그녀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경멸에 찬 표정을 짓고 있는 소준섭을 쳐다보았다.“무슨 일인데요?”소준섭은 미친 듯이 자신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주서희의 손목을 잡고는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당신은 알 자격이 없어요.”그는 자신을 꽉 붙잡고 있던 서유의 손을 걷어차고는 주서희를 어깨에 메고 엘리베이터로 성큼성큼 걸어갔다.힘없이 바닥에 엎드려 있는 서유의 모습에 주서희는 너무 미안했다.더 두려웠던 건 서유가 소준섭의 몇 마디 말 때문에 또다시 이승하와 헤어지는 것이었다. 두 사람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자신 때문에 두 사람이 헤어지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생각을 하던 주서희가 원망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소리쳤다.“소준섭 씨, 나 당신 평생 후회하게 만들 거예요.” 그 말에 그녀의 등을 누르고 있던 그의 손이 갑자기 떨렸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녀를 힘껏 껴안았다. ‘주서희, 난 널 데리고 집에 돌아가고 싶을 뿐이야. 널 데리고 부산으로 돌아가 널 내 곁에 두고 싶을 뿐이라고. 네가 돌아오기만 한다면 평생을 후회해도 난 상관없어.’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몸을 겨우 가누고 있던 서유가 바닥에서 일어나더니 다시 달려들었다. 그 모습에 주서희는 갑자기 가슴이 따뜻해졌고 눈물을 왈칵 쏟았다. “걱정하지 말아요. 무사히 돌아올 테니까.”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마자 경호원들은 재빨리 자리를 떴고 윤주원은 응급실로 옮겨졌고 마음씨가 착한 간호사 한 명이 다가와 서유의 안부를 물었다. 서유는 고개를 흔든 뒤 가슴의 통증을 참으며 복도 난간을 붙잡고 비틀거리며 한 발짝 한 발짝 창가로 다가갔다. 병원 아래층에서 소준섭은 주서희를 차에 태웠다. 주서희에게 뺨을 세게 맞으면서도 그는 화를 참으며 그녀에게 안전벨트를 매주었다. 이를 본 서유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끊으려 해도 끊어지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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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4화
영원히 답장을 받지 못할 두 개의 문자였다. 대화가 끊겨버린 그 시간처럼 여기서 끝을 맺어야 했다. 그녀는 평생 자신이 이승하와 송사월 두 사람 중 누구를 더 사랑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지금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은 이승하뿐이었다. 그 이름은 마치 그의 어깨에 남긴 이빨 자국처럼 심장에 깊이 박히고 뼈와 피에 녹아들어 도저히 지워지지가 않았다. 그 사람과 함께하면서 아프기도 했고 상처받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지만 단 한 번도 그녀의 본심을 따른 적이 없었다. 이번에는 마음이 가는 대로 용감하게 그를 사랑하고 싶다. 서유는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마음속의 미안함도 함께 내려놓았다. 그녀는 마음을 굳고 먹고는 펜과 줄자를 들고 다시 설계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승하가 프러포즈하는 날, 이 설계도를 그에게 건네주면서 지난 8년 동안 단 한 순간도 그를 사랑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밤을 새워 겨우 스케치를 완성한 그녀는 펜을 내려놓고 씻으러 욕실로 향했다. 바로 이때 이승하한테서 영상통화가 걸려 왔다. 화면 속 남자는 예전보다 턱선이 갸름해 보였고 몸매도 날씬해진 것 같아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밥 제대로 챙겨 먹지 않은 거죠?”다정한 그녀의 말투가 남자의 텅 빈 마음을 달래주었다. 그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옅은 미소를 지었다.“내일 오전 10시에 공항에 도착할 거야.”그는 그녀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그녀에게 돌아간다는 소식만 전했다. 서유는 하얗게 질린 그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괜찮은 거예요?”그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핏발이 선 눈동자를 애써 감추려 했다. 영상 속의 그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서유가 보이지 않는 곳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내일 오후에 나랑 같이 F국으로 떠나.”말을 마친 그가 아쉬운 듯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지금 바로 회의 들어가야 해.”어쩐지 그가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내 그가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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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5화
잠깐 흠칫하던 이연석은 이내 입을 열었다.“알았어요. 준비할게요.”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으려고 할 때 둘째 형이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리고 정가혜 씨, 주서희...”두 사람은 서유의 친한 친구들이기 때문에 그녀의 곁에서 함께 그녀의 행복한 순간을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히 챙기는 그의 모습에 이연석마저도 그저 감탄할 따름이었다. “형, 꼭 행복해야 해요.”‘형이 그토록 원했던 서유 씨가 분명 형한테 행복을 가져다줄 거예요.’이승하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고 창백한 그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퍼졌다. ‘이제 다 왔어. 행복해질 일만 남은 거야.’이연석은 전화를 끊고 가족들에게 자신이 전용기를 마련할 테니 제시간에 F국으로 가라고 알렸다. 그러고는 주서희에게 전화를 몇 번이나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자 그는 소수빈에게 전화를 걸어 주서희를 찾으라고 당부했다. 모든 준비를 마친 뒤 그는 바에 있던 술잔을 들고는 단숨에 술잔을 비웠다. 이내 그가 술잔을 내려놓고는 옆에 놓여있는 양복 외투를 집어 들고 클럽으로 향했다. 한편, 정가혜는 와인을 들고 한창 VIP룸의 손님을 접대하고 있었다. 그 순간, 이연석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소파에 앉아 있던 손님들은 이씨 가문의 도련님이 나타나자 그의 체면을 세워주면서 자리를 양보했다.그러나 이연석은 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정가혜에게로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가요. 나랑 함께 F국으로 가요.”정가혜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손님에게 사과를 한 뒤 고개를 돌려 그를 노려보았다.“더 이상 이곳에서 소란 피우지 말아요.”두 사람이 헤어진 후 이연석은 툭하면 클럽에 찾아와서 소란을 피웠다. 아무리 장사가 잘되는 가게라도 그 때문에 망하고 말 것이다. 그가 그윽한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정가혜를 쳐다보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싫지 않았고 오히려 귀여워 보였다. 그는 그녀를 몇 초 동안 쳐다보고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둘째 형이 F국에서 서유 씨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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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6화
서울. 주서희가 연락이 안 되자 소수빈은 그녀의 집으로 달려갔지만 여전히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불안감이 든 그는 재빨리 차를 몰고 병원으로 향했다.병원에서 그는 의사들의 입을 통해 주서희가 소준섭에게 강제로 끌려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소준섭 그 인간이 서유를 발로 찼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대표님의 여자한테 감히 손을 대다니? 정말 간덩이가 부었군.’화가 나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소수빈은 핸드폰을 꺼내 이승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이승하의 전용기는 이미 밤하늘을 날고 있었고 그의 핸드폰은 꺼져 있는 상태였다. 소수빈은 먼저 CCTV를 다운 받아 이승하의 핸드폰으로 전송하고는 부산으로 달려가 주서희를 찾았다. 다음 날 오전, 서유가 펜을 들고 설계도를 대조하며 마지막 빌딩을 그리는 데 열중하고 있을 때 핸드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옆에 있는 핸드폰을 힐끗 쳐다보던 그녀는 핸드폰 화면에 나타난 이름을 발견하고는 흠칫했고 떨리는 손 때문에 펜이 비뚤어졌다. 화면에 뜬 ‘지현우'라는 세 글자를 노려보며 그녀는 침을 삼켰고 긴장된 표정을 지으며 손바닥을 움켜쥐고는 핸드폰을 집었다. Y국으로 돌아간 후, 지현우는 그녀에게 한 번도 연락한 적이 없었다. 근데 오늘 왜 갑자기 그녀에게 전화를 한 건지? 설마 다시 돌아올 생각인 건지? 그녀의 예상대로 지현우의 첫 마디가 돌아왔다는 말이었다. 핸드폰 너머로 무심코 들려오는 나지막한 목소리에 그녀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는 가볍게 대답만 하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가 돌아온 이유에 대해서는 더더욱 묻지 못했다. 지현우는 U자형 소파에 앉아 늘씬한 다리를 포개고 무심하게 물었다.“육성재가 당신을 찾고 있죠?”그가 돌아와서 자신에게 계약서의 두 번째 조항을 이행할 것을 요구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그가 육성재의 말을 꺼내니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맞아요.”“정확히 말해서 그 사람이 찾고 있는 사람은 김초희예요.”그녀가 이내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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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7화
전용기는 제시간에 공항에 도착하였고 우람한 체격을 가진 카리스마 넘치는 남자가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재빨리 공항을 빠져나왔다.고급 차에 올라탄 후, 그가 개인 핸드폰을 꺼내 서유에 전화를 걸어 안부를 알리려 했다. 그런데 그때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기 시작했다. 잘생긴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하얗게 질렸고 눈까지 빨개졌다. 그는 핸드폰을 집어던지고 손을 떨면서 워싱턴에서 병원 원장이 처방해 준 진통제 몇 알을 입에 넣었다. 앞에 앉아 있던 경호원은 치료를 받은 그가 여전히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보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대표님, 수술하시는 게 어떠합니까?”수술을 한다는 건 머리를 열어야 한다는 뜻이었고 수술 후, 무사히 깨어나서 그녀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결과를 알 수 없는 일을 그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아픔을 참으며 빨갛게 된 눈을 들고 경호원을 향해 차갑게 입을 열었다.“내가 한 말을 흘려들은 거야?”경호원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 국내로 돌아오면 아무도 그의 병세에 언급하지 말라고 당부했던 대표님의 말이 떠올라 그는 연신 고개를 숙였다.“대표님, 죄송합니다.”이승하는 차디찬 시선을 거두고는 두 손을 들어 자신의 이마를 짚고는 약효가 나타나기를 조용히 기다렸다. 잠시 후, 머리가 더 이상 아프지 않을 때쯤 차는 별장 입구에 멈춰 섰고 그는 힘겹게 몸을 가누며 차에서 내린 뒤 빠른 걸음으로 욕실로 들어갔다. 그는 세수를 마치고는 다시 옷방으로 가서 검은색 양복을 골라 갈아입고 머리 스타일을 다듬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이 더 이상 창백해 보이지 않고 눈 밑이 더 이상 새빨갛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는 금고를 열었다.그는 그 안에서 스카프와 사진 그리고 다이아몬드 반지를 꺼냈다. 물건들을 꺼내어 조심스럽게 상자에 넣은 다음 그는 직접 들고 별장을 나섰다. 서유를 데리고 단둘이 F국으로 갈 생각으로 그는 경호원을 동행하지 않았고 그들에게 제 자리에서 대기하라고 명한 뒤 직접 차를 몰고 정가혜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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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8화
경호원들은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분명히 문 앞을 지키고 있었는데 서유 씨가 왜 보이지 않는 거야?그들은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공손히 대답하고는 재빨리 흩어져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이승하는 소수빈과 택이한테 서유를 찾아오라고 명할 생각이었다. 그는 차로 다시 돌아와 비행기가 착륙한 후 아직 켜놓지 않은 다른 핸드폰를 꺼내 들었다. 그들에게 전화하려고 할 때, 그는 소수빈이 어젯밤 한밤중에 보내온 동영상을 발견하게 되었다. 영상 속에 서유가 있는 것을 보고 그는 서둘러 동영상을 클릭했고 마침 소준섭이 발을 들어 그녀의 심장을 걷어차는 것을 보게 되었다. 갑자기 그의 눈 밑에서 차가운 피로 물든 빛이 뿜어져 나왔다.‘소준섭, 감히 내 여자를 건드려? 죽고 싶어 환장했군.’안색이 극도로 어두워진 그는 서유를 찾은 다음은 소준섭을 갈기갈기 찢어놓을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때, 영상 속에서 소준섭이 송사월을 언급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김시후가 지난 몇 달 동안 부산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알고 있냐는 그의 말에 이승하는 몸이 얼어붙었다. 영상 속, 바닥에 엎드려 있는 서유가 그 말을 듣고 당황해하며 미안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훤히 보였다. 그는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고 혼란스러웠던 마음이 점차 아프기 시작했다.‘서유, 송사월한테 미안해서 인사도 없이 날 떠난 거야?’ 이건 너무 잔인한 짓이었다. 한 번 또 한 번 이렇게 그를 버리고 가면 그가 어떻게 견딜 수가 있겠는가?그는 똑바로 서 있지도 못하고 차 문에 쓰러졌다.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된 그 순간에도 이렇게 절망스럽지는 않았다. 마치 혼이 나간 것처럼 온몸에 힘이 빠진 그는 고개를 들고 멍하니 그녀가 머물렀던 별장을 쳐다보았다. 별처럼 반짝이던 그의 눈빛이 절망으로 가득 차 버렸고 빛을 잃어갔다. ‘서유, 나한테 당신은 목숨 같은 존재야. 당신이 떠나면 난 목숨을 잃게 되는 거라고. 설마 내가 죽어도 당신은 아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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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화
바다 옆의 무인도, 숲속에 은밀히 숨어 있는 낡은 통나무집. 서유는 의자에 묶여있었고 그녀의 입술에는 몇 겹의 테이프가 착 달라붙어 있었다.숨쉬기조차 힘들었던 그녀는 혼수상태에서 점점 의식이 돌아왔다. 눈을 뜨는 순간, 주변에 스물 몇 명의 흉악한 남자들이 서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키도 크고 위풍당당하게 해 보였고 손에 쇠막대기와 칼 같은 범행 도구를 들고 있었다. 햇빛이 통나무집 틈새 사이로 쏟아져 들어와 번쩍번쩍하는 칼날 위에 떨어지자 은백색의 빛을 발하였다. 그 하얀 빛들이 그녀의 눈을 찔렀고 그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무의식적으로 발버둥 쳤지만 손과 발이 모두 묶여 있어서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헛수고하지 말아요. 당신은 도망갈 수 없으니까.”무거운 구두를 신고 있던 흉터남은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성큼성큼 걸어왔다. 흉터남을 본 순간, 서유는 그들이 김씨 때문에 왔다는 것을 이내 알아차렸다. 그녀는 이전에 경찰서에 등록된 김씨가 바로 김씨 가문의 사람이라고 속였었다. 같은 성씨였기 때문에 그날 그녀는 현장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가 있었다. 그러나 흉터남이 이렇게 빨리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경호원들을 피해 그녀를 이곳으로 납치해 올 줄은 몰랐다.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흉터남을 바라보며 그녀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이들이 그녀를 납치한 것은 그녀의 입을 통해 김씨가 누구인지를 알아내기 위함이었다. 김씨를 본 적이 없다고 딱 잡아떼는 한 이승하는 안전할 것이다. 이들이 자신을 납치한 목적을 알고 눈치챈 그녀는 알 수 없는 공포감이 오히려 조금은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칼을 들고 몽둥이를 잡고 있는 그들을 보며 그녀는 고문당하는 과정에서 분명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녀가 미간을 찌푸린 채 어떻게 이 사람들과 협상하여 최대한 상처를 덜 받을 수 있을지에 고민하던 그때...삐걱하는 소리와 함께 통나무집의 문이 열렸고 양복 차림에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밖에서 들어왔다. 눈을 가려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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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0화
안색이 약간 창백해진 그녀를 쳐다보며 연중서는 그녀가 뭔가 찔리는 게 있다는 것을 눈치채게 되었다. “서유, 분명 당신이 경찰서에 남긴 이름과 정보는 김씨인데 왜 김씨 가문의 넷째 도련님이라고 내 사람들을 속인 건가? 당신을 성폭행한 남자를 사랑하기라도 한 건가? 그래서 그 남자를 감싸고 있는 건가?”그 말에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고 죽을지언정 인정하지 않으려 했지만 지금 와서 감추려고 하면 할수록 더 들키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렇게 되면 연중서는 그녀의 주변 사람들을 일일이 조사하게 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다른 방식으로 인정해야 했다. 그 생각을 마친 그녀는 점차 안색이 돌아왔고 침착한 표정을 지었다.“당신의 사람들을 속인 건 그들이 저한테 달려들어 사납게 예의 없이 굴었기 때문이에요. 제가 왜 진실을 말해야 하나요? 이 사람들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누가 알아요? 그리고 이건 제 프라이버시고 말하든 말든 그건 제 자유예요.”그녀의 말에 연중서는 시가를 입에 물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 참 예전이나 지금이나 말을 잘하는군.”서유 역시 깔보는 시선으로 연중서를 쳐다보았다.“연 이사장님, 제가 말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니까요.”“그래. 당신이 그 사람을 감싸든 말든 그건 나랑 상관없는 일이야. 난 그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만 알고 싶을 뿐이니까.”그녀는 내색조차 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저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몰라요. 그 사람의 진짜 얼굴을 본 적이 없으니까요. 만약 그 사람을 찾게 된다면 저한테도 알려주세요. 이참에 저도 복수 좀 하게요.”그녀가 인정하지 않을 것을 미리 짐작이라도 한 듯 연중서는 그저 담담하게 시가를 다시 입에 물었다. “내가 이리 좋게 좋게 말할 때 솔직하게 털어놓지 그래.”생각이 점점 뚜렷해진 그녀는 가장 중요한 점을 떠올렸다.“뭘 자꾸 인정하라는 거예요? 진짜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고 있었다면 경찰에 몇 번이나 신고를 하지도 않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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