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옆의 무인도, 숲속에 은밀히 숨어 있는 낡은 통나무집. 서유는 의자에 묶여있었고 그녀의 입술에는 몇 겹의 테이프가 착 달라붙어 있었다.숨쉬기조차 힘들었던 그녀는 혼수상태에서 점점 의식이 돌아왔다. 눈을 뜨는 순간, 주변에 스물 몇 명의 흉악한 남자들이 서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키도 크고 위풍당당하게 해 보였고 손에 쇠막대기와 칼 같은 범행 도구를 들고 있었다. 햇빛이 통나무집 틈새 사이로 쏟아져 들어와 번쩍번쩍하는 칼날 위에 떨어지자 은백색의 빛을 발하였다. 그 하얀 빛들이 그녀의 눈을 찔렀고 그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무의식적으로 발버둥 쳤지만 손과 발이 모두 묶여 있어서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헛수고하지 말아요. 당신은 도망갈 수 없으니까.”무거운 구두를 신고 있던 흉터남은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성큼성큼 걸어왔다. 흉터남을 본 순간, 서유는 그들이 김씨 때문에 왔다는 것을 이내 알아차렸다. 그녀는 이전에 경찰서에 등록된 김씨가 바로 김씨 가문의 사람이라고 속였었다. 같은 성씨였기 때문에 그날 그녀는 현장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가 있었다. 그러나 흉터남이 이렇게 빨리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경호원들을 피해 그녀를 이곳으로 납치해 올 줄은 몰랐다.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흉터남을 바라보며 그녀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이들이 그녀를 납치한 것은 그녀의 입을 통해 김씨가 누구인지를 알아내기 위함이었다. 김씨를 본 적이 없다고 딱 잡아떼는 한 이승하는 안전할 것이다. 이들이 자신을 납치한 목적을 알고 눈치챈 그녀는 알 수 없는 공포감이 오히려 조금은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칼을 들고 몽둥이를 잡고 있는 그들을 보며 그녀는 고문당하는 과정에서 분명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녀가 미간을 찌푸린 채 어떻게 이 사람들과 협상하여 최대한 상처를 덜 받을 수 있을지에 고민하던 그때...삐걱하는 소리와 함께 통나무집의 문이 열렸고 양복 차림에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밖에서 들어왔다. 눈을 가려고 있어
안색이 약간 창백해진 그녀를 쳐다보며 연중서는 그녀가 뭔가 찔리는 게 있다는 것을 눈치채게 되었다. “서유, 분명 당신이 경찰서에 남긴 이름과 정보는 김씨인데 왜 김씨 가문의 넷째 도련님이라고 내 사람들을 속인 건가? 당신을 성폭행한 남자를 사랑하기라도 한 건가? 그래서 그 남자를 감싸고 있는 건가?”그 말에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고 죽을지언정 인정하지 않으려 했지만 지금 와서 감추려고 하면 할수록 더 들키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렇게 되면 연중서는 그녀의 주변 사람들을 일일이 조사하게 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다른 방식으로 인정해야 했다. 그 생각을 마친 그녀는 점차 안색이 돌아왔고 침착한 표정을 지었다.“당신의 사람들을 속인 건 그들이 저한테 달려들어 사납게 예의 없이 굴었기 때문이에요. 제가 왜 진실을 말해야 하나요? 이 사람들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누가 알아요? 그리고 이건 제 프라이버시고 말하든 말든 그건 제 자유예요.”그녀의 말에 연중서는 시가를 입에 물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 참 예전이나 지금이나 말을 잘하는군.”서유 역시 깔보는 시선으로 연중서를 쳐다보았다.“연 이사장님, 제가 말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니까요.”“그래. 당신이 그 사람을 감싸든 말든 그건 나랑 상관없는 일이야. 난 그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만 알고 싶을 뿐이니까.”그녀는 내색조차 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저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몰라요. 그 사람의 진짜 얼굴을 본 적이 없으니까요. 만약 그 사람을 찾게 된다면 저한테도 알려주세요. 이참에 저도 복수 좀 하게요.”그녀가 인정하지 않을 것을 미리 짐작이라도 한 듯 연중서는 그저 담담하게 시가를 다시 입에 물었다. “내가 이리 좋게 좋게 말할 때 솔직하게 털어놓지 그래.”생각이 점점 뚜렷해진 그녀는 가장 중요한 점을 떠올렸다.“뭘 자꾸 인정하라는 거예요? 진짜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고 있었다면 경찰에 몇 번이나 신고를 하지도 않았겠죠.
그녀가 미처 구체적인 이유를 묻기도 전에 손발을 묶고 있던 밧줄이 연중서의 손에 든 칼에 의해 끊어져 버렸다. 자신을 놓아줄 줄 알았는데 그가 갑자기 칼날이 돌리더니 날카로운 칼끝이 그녀의 목덜미에 부딪혔다.이내 머리 위쪽에서 위엄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목이 참 가늘군. 단칼에 잘릴 만큼.”차가운 칼이 피부를 스쳐 지나가자 그녀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러나 그녀는 억지로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고개를 들어 머리 위의 중년 남자를 쳐다보았다. “이사장님, 전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몰라요. 절 죽인다고 하더라도 전 할 말이 없어요. 왜 절 난처하게 하는 거예요?”겉으로는 설득하는 척했지만 그녀의 눈빛은 단호하기만 했다. 누구든지 그녀의 입에서 김씨의 행방을 알아낼 수 없다. 그녀는 그가 조금이라도 다치지 않게 보호하고 싶었다. 자신이 위협을 받는다 하더라도 전혀 두렵지 않았다. 여전히 꼿꼿한 그녀를 보며 연중서는 서유가 자신이 그녀를 죽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고 한사코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좀 고생시켜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사람은 절망의 순간에서 생존하는 걸 선택하게 되어있다. 연중서가 손을 흔들자 흉터남은 바로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 사람들에게 물이 가득 담긴 거대한 물독을 가져오라고 명했다. 그들이 무엇을 하려는지 그녀가 미처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누군가가 그녀의 뒤통수를 움켜쥐고 물독에 그녀를 밀어 넣었다.숨이 멎을 듯한 답답함이 밀려왔고 숨을 쉴 수 없었던 그녀는 1분 만에 얼굴이 하얗게 변해버렸다. 그러나 연중서는 그만둘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고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으며 시가를 입에 문 채 그녀를 쳐다보았다.“폐활량이 좋군. 이렇게 오래 버티는 걸 보면. 대단해.”서유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들리지 않았고 숨을 쉴 수가 없어 거품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던 손의 힘이 점점 빠져나가기 전에 그녀의 머릿속에 평생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비참하고 기
서유는 답답한 가슴을 움켜쥐고 이승하를 올려다보았다. “당신...”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칼을 든 남자가 이승하의 등 뒤로 재빨리 달려들었다.“조심해요.”이승하는 반응 속도가 예상외로 빨랐다.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그는 쇠막대기를 들어 등 뒤에 있는 사람을 호되게 가격했다. 복부를 제대로 맞은 남자는 손에 든 칼도 잡지 못한 채 배를 움켜쥐고 바닥에 쓰러졌고 고통스럽게 신음했다.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우르르 달려들 수밖에 없었다. 원래 다 같이 덤비면 그를 제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오히려 그에게 제압당하고 말았다. 그는 그녀를 보호하는 한편 쇠막대기에 온 힘을 다 쏟아부으며 달려드는 상대를 모조리 제압했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물 흐르듯 움직였고 사람들을 두렵게 만드는 살기가 그의 온몸을 에워쌌다. 멀리 서 있던 연중서는 이승하의 타고난 카리스마를 지켜보며 시가를 한 모금 빨았다. 예전 같았으면 연중서는 이승하의 체면을 세워줬을 것이고 절대 이리 쉽게 그에게 미움을 사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승하는 딸아이를 닮은 여자 때문에 그의 딸을 버렸고 은혜를 원수로 갚듯이 동아 그룹을 인수했다. 그로 인해 그는 하루아침에 오너 일가에서 경영인이 되어버렸다. 어떻게 이 배은망덕한 놈을 다시 받들 수 있겠는가?연중서는 다 피운 시가를 바닥에 던지고 발로 불씨를 끄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이승하를 노려보았다. 김씨를 못 찾았으니 일단 이승하부터 죽일 생각이었다. 그한테는 어차피 둘 다 원수니까. 그는 음흉한 눈을 가늘게 뜨고 흉터남을 향해 턱을 치켜들었다.“밖에 있는 애들 다 불러들여.”아무리 싸움 실력이 뛰어난 이승하라고 해도 혼자서는 절대 이 많은 선수들을 제압할 수 없을 것이다. 통나무집 밖에서 사람들이 들이닥치는 것을 보고 서유는 순식간에 걱정과 두려움이 몰려왔다. 싸움을 하고 있던 남자는 그녀의 불안을 눈치챈 듯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겁먹지 마.”그 말을 듣고 그
이승하가 한눈을 판 찰나, 쇠막대기가 연이어 그의 등을 내리쳤다.너무 놀란 그녀는 황급히 손을 떼고 그를 대신해 막으려 했지만 정신을 차린 이승하가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아당겼다. 체력이 바닥난 그는 몸을 돌려 그녀를 문에 대고 자신의 몸으로 그녀를 보호했다. 그가 그녀를 품에 안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날카로운 칼을 들고 와서 갑자기 그의 허리를 찔렀다. 끙끙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눌렀다. 그녀에게 현재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던 모양이다. “조금만 기다려. 누군가 당신을 구하러 올 거니까.” 일 처리가 빠른 택이는 반드시 이곳으로 찾아올 것이다. 서유를 잘 지키고만 있는다면 그녀는 반드시 안전하게 이곳을 떠날 수 있다. 우리를 구하러 온다는 것이 아니라 그녀를 구하러 온다는 말에 서유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고 온몸이 떨렸다. “승하 씨, 빨리 나 좀 놔줘요.”가슴에 박힌 두 손을 허우적거리며 그의 등을 만지려 했지만 그는 그녀를 꼭 껴 안고꼼짝도 못 하게 하였다. 그의 짙은 속눈썹 아래 그녀에 대한 깊은 미련이 가득했다. “괜찮아. 걱정하지 마.”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쇠막대기 하나가 그의 머리를 세게 내리쳤고 날카로운 막대기의 끝이 그의 이마를 스쳐 지나갔다. 붉은 피가 이내 머리카락을 붉게 물들였고 그의 이마를 타고 피가 뚝뚝 떨어졌다.선명하고 뜨거운 피가 서유의 머리와 얼굴에 한 방울씩 떨어졌고 그녀는 너무 놀라서 다리에 힘이 풀렸다.그의 품에 갇힌 손가락을 간신히 뻗어 그녀는 얼굴에 묻은 피를 만져보았다. 따뜻한 피가 그녀의 신경을 자극한 듯 그녀는 이성을 잃은 것처럼 필사적으로 그의 품에서 벗어나 눈앞의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피투성이가 된 채로 그가 그윽한 눈빛으로 품에 안겨 있는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보지 마. 당신한테 이런 꼴 보여주고 싶지 않아.”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그의 등에 누군가 또 칼을 휘둘렀다. 갑자기 창백해진 그는 온 힘을 다해 그녀를 안고 있었고 두 손을
“승하 씨, 승하 씨.”가슴을 찢는 듯한 그녀의 고함소리가 허허벌판을 가로질러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러나 피투성이가 된 채 누워 있는 남자는 그녀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였고 주변은 쥐 죽은 듯 고요하기만 했다.그는 죽어가는 사람처럼 붉어진 두 눈을 들고 빽빽한 나뭇가지 사이로 멀어져 가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힘겹게 입술을 벌리고 마지막으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싶었지만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해 그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시야에서 그 그림자가 사라지고 나서야 힘들게 버티고 있던 그의 긴 속눈썹이 천천히 닫혔다. ‘당신과 평생 함께하겠다고 약속했었는데 이번 생에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군. 다음 생에 보상해 줄게.’지현우의 어깨에 강제로 업혀있던 서유는 미치광이처럼 주먹을 불끈 쥐고 혼신의 힘을 다해 악을 쓰며 반항했다. “현우 씨, 나 좀 놔줘요. 그 사람한테 가야 해요. 그 사람 구해야 한다고요.”목도 쉬고 힘도 다 빠진 외침 속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승하를 잃게 되면 어떻게 될지 그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그 사람을 구하러 가야 했다. 구하지 못하더라도 그의 곁에 있어야 했다. 죽어서도 살아서도 그와 함께하고 싶었고 영원히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제발 부탁인데 나 좀 놔줘요. 죽더라도 그 사람 곁에 있고 싶어요.” 그녀는 지금까지 그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해본 적이 없다. 다시 돌아가면 꼭 그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었다. ‘승하 씨, 오랫동안 당신을 사랑했어요. 제발 나 혼자 남겨두고 떠나지 말아요.’이승하와 함께 죽겠다는 그녀의 말에 지현우의 깊은 눈동자가 싸늘하게 변하였다.“당신은 죽으면 안 돼요.”그는 고개를 약간 기울이며 쌀쌀하게 말했다.“당신 심장은 내 것이에요.”이번 생에서 이 여자의 삶과 죽음은 모두 그의 뜻대로 이루어져야 했다.그 말을 들은 서유는 크게 흥분하며 미친 듯이 날뛰었다. “내가 죽는 걸 원치 않는다면 그 사람 좀 구해줘요. 그 사람이 없으면 나도
2층에서 내려온 연중서는 쓰러져 있는 이승하의 모습을 보고는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의식을 잃은 이승하를 발끝으로 툭툭 건드렸다.“자네한테도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네.”이승하가 그한테 당할 것을 예상이라도 한 듯 시가를 물고 있는 그의 얼굴에 경멸이 가득했다. 그는 발을 들어 다시 한번 힘껏 이승하를 걷어찬 뒤 차가운 목소리로 흉터남에게 명령했다.“아직 숨이 붙어 있으니까 몇 번 더 칼질해서 죽여버려.”흉터남은 이승하의 신분을 알고 있었고 그는 이씨 가문의 보복이 두려워 감히 손을 쓰지 못하였다. 시가를 피우는 연중서를 보며 흉터남은 침을 꿀꺽 삼켰다.“이사장님, 전 못합니다.”그 말에 연중서는 시가를 손에 쥐고는 선글라스를 벗으며 싸늘한 눈빛으로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그는 손에 든 시가를 매만지며 흉터남에게 따졌다.“자네 가족이 아직 내 손에 있다는 걸 잊은 건가?”흉터남을 협박하고 난 뒤 그는 담담하게 주변의 선수들을 쳐다보았다. 다들 하나같이흉터남처럼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 그는 참지 못하고 피식 웃었다. 싸움꾼인 그들이 그를 따르는 건 돈 때문이 아니라 가족을 위해서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조금 전에 목숨을 걸고 싸우지도 않았을 것이다. 총상으로 사망한 몇몇 사람들을 보며 연중서는 입을 열었다.“죽은 사람들의 장례는 내가 잘 치러줄 거야. 가족들한테는 위로금도 전해줄 것이고그 가족들에게 자유를 줄 생각이야. 다만...”그는 시가에 불을 붙이고는 사람들에게 경고했다. “만약 누군가가 감히 내 뜻을 따르지 않는다면 자네 가족들의 최후는 이들과 같을 것이다.”쥐 죽은 듯 고요하던 통나무집 안, 흉터남은 사람들 사이에서 걸어 나와 칼을 번쩍 들어 이승하의 심장을 찔렀다.“감히 누가 우리 보스를 건드려?”택이는 한 발로 통나무집의 문을 박차고 들어왔고 황금 권총을 흉터남의 다리에 겨누고는 망설임 없이 한 방에 총을 쐈다. 고개를 들어 대문 쪽을 바라보던 흉터남은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허벅지에 총을 맞고 바닥에 고
차량은 빠르게 주서희네 병원 앞에 도착했다.부원장은 온몸이 피로 덮여있는 이승하를 보고 화들짝 놀라더니 금세 진정하고 간호사와 의사들과 함께 이승하를 응급실로 데려갔다. 그러고는 뒤따라온 택이에게 물었다.“어디를 다치신 겁니까?”택이는 주먹을 꽉 쥐며 최대한 침착하게 대답했다.“등 쪽 두 군데에 칼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머리도 가격당했고요. 정확히 몇 번 맞으셨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부원장은 그 말에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내 이승하의 머리를 살피기 시작했다.“가격당한 곳 모두 치명상이네요!”그는 이승하의 머리에 다른 병도 있다는 걸 알기에 황급히 간호사에게 외쳤다.“지금 당장 워싱턴 병원 원장에게 전화해!”그러고는 다른 의사들을 보며 지시를 내렸다.“너희 둘을 성 교수와 김 교수 불러와!”2분 뒤 신경외과 교수 두 명이 헐레벌떡 달려와 이승하의 상태를 살폈다.“다행히 장기 쪽에는 문제가 없어 출혈만 잡으면 됩니다.”“머리 쪽은 한시라도 빨리 수술을 진행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여러 가지 수술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기에 그만큼 리스크도 큽니다.”두 교수는 서둘러 부원장에게 보고하며 수술 허락을 요구했다.부원장은 이승하가 전에 했던 말 때문에 잠깐 망설였지만 그때 전화기 너머의 워싱턴 병원 원장이 단호하게 말했다.“당장 개두술 진행하시죠!”이승하가 개두술은 안 된다고 했었지만 지금 같은 긴급 상황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그리고 워싱턴 병원 원장은 이승하의 주치의이기에 부원장은 그의 결정에 따라 당장 수술을 명했다.수수실 밖.택이는 주먹을 꽉 쥔 채 수술실 문만 응시했다.그러다 서유를 아직 찾지 못했다는 것을 떠올리고 황급히 휴대폰을 꺼냈다. 막 전화를 걸려는데 이승하의 경호원들이 뛰어와 초조한 목소리로 물었다.“대표님은 어떠십니까?”택이는 간단하게 이승하의 상태에 대해 알려주고 나서 경호실장에게 모든 상황을 전해 들었다. 이승하의 경호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도 모자라 서유까지 지키지 못했다는 소리를 듣자 택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