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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4화

“승하 씨, 승하 씨.”

가슴을 찢는 듯한 그녀의 고함소리가 허허벌판을 가로질러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러나 피투성이가 된 채 누워 있는 남자는 그녀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였고 주변은 쥐 죽은 듯 고요하기만 했다.

그는 죽어가는 사람처럼 붉어진 두 눈을 들고 빽빽한 나뭇가지 사이로 멀어져 가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힘겹게 입술을 벌리고 마지막으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싶었지만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해 그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시야에서 그 그림자가 사라지고 나서야 힘들게 버티고 있던 그의 긴 속눈썹이 천천히 닫혔다.

‘당신과 평생 함께하겠다고 약속했었는데 이번 생에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군. 다음 생에 보상해 줄게.’

지현우의 어깨에 강제로 업혀있던 서유는 미치광이처럼 주먹을 불끈 쥐고 혼신의 힘을 다해 악을 쓰며 반항했다.

“현우 씨, 나 좀 놔줘요. 그 사람한테 가야 해요. 그 사람 구해야 한다고요.”

목도 쉬고 힘도 다 빠진 외침 속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승하를 잃게 되면 어떻게 될지 그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 사람을 구하러 가야 했다. 구하지 못하더라도 그의 곁에 있어야 했다.

죽어서도 살아서도 그와 함께하고 싶었고 영원히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제발 부탁인데 나 좀 놔줘요. 죽더라도 그 사람 곁에 있고 싶어요.”

그녀는 지금까지 그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해본 적이 없다. 다시 돌아가면 꼭 그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었다.

‘승하 씨, 오랫동안 당신을 사랑했어요. 제발 나 혼자 남겨두고 떠나지 말아요.’

이승하와 함께 죽겠다는 그녀의 말에 지현우의 깊은 눈동자가 싸늘하게 변하였다.

“당신은 죽으면 안 돼요.”

그는 고개를 약간 기울이며 쌀쌀하게 말했다.

“당신 심장은 내 것이에요.”

이번 생에서 이 여자의 삶과 죽음은 모두 그의 뜻대로 이루어져야 했다.

그 말을 들은 서유는 크게 흥분하며 미친 듯이 날뛰었다.

“내가 죽는 걸 원치 않는다면 그 사람 좀 구해줘요. 그 사람이 없으면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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