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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Chapter 1301 - Chapter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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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1화

게임 구역의 플레이어들은 각자 생사 문을 통과한 후, 게임의 보상과 벌칙에 따라 다른 장소로 보내졌다. 상금을 선택한 사람과 죽음의 문을 통과한 사람들은 바로 방으로 보내졌고, 경마를 선택한 사람들은 경마장으로 갔다. 비록 육성재는 죽음의 문을 선택했지만 이번 게임에서 살아남았기 때문에 서유와 함께 생의 문으로 들어가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어차피 게임은 끝났고 죽음의 문을 선택한 플레이어들은 이미 받을 벌은 받은 상태였다. 그들이 방으로 돌아왔을 때 또다시 막막한 환경에 놓여 있었다. 주변은 높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설령 10호 방의 칼자국남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도 두꺼운 벽을 넘어설 수 없었다. 서유와 육성재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손목에 묶인 수갑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서유는 아랫배에 약간의 불편함을 느꼈다. 아마도 달리기 때문에 생긴 증상이었다. “성재 씨, 나 배가 좀 불편한데 약을 먹어야 할 것 같아요.” 그녀는 조금 긴장한 채 일어나서 육성재를 끌고 구석으로 가더니 불편함을 참으며 몸을 웅크리고 앉아 짐가방을 열었다. 재빨리 유산 방지약을 꺼내 한 알을 입에 넣었다. 육성재는 약상자를 들고 한참을 바라보다, 그 약이 어떤 약인지 확인한 순간 완전히 멍해졌다. “임신했어요?” 서유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세 달이 좀 넘었어요. 태아가 불안정해서 가끔씩 조금 불편해요.” 그녀는 말이 끝나자 그에게서 약상자를 받아 짐가방에 다시 넣었다. 가방을 정리한 후 벽을 짚고 일어나 침대로 돌아가 쉬려고 했으나, 육성재가 그녀를 단숨에 붙잡아 당겼다. “뭐... 뭐하는 거예요?” 그의 눈에 서린 붉은 빛을 보고 서유는 조금 겁이 났다. 육성재는 그녀의 손을 꽉 붙잡았고 그녀의 창백한 피부 위로 다섯 개의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게 나타날 때야 손을 풀었다. 그는 화가 난 것 같았고 그의 목소리에는 질책이 가득했다. “임신한 걸 왜 진작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요?” 서유는 어리둥절했다. “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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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2화

따뜻한 감각이 닿자 육성재의 얼굴이 점점 붉어졌고 귀 끝까지 빨개졌다. 그는 줄곧 서유에 대한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지만 방금 그녀에게 입 맞춘 순간, 그 감정을 더 이상 억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그녀에게 남편이 있고 아이까지 있다는 사실 때문에 억지로 자신을 다스리며 그 감정을 억눌렀다. 육성재는 손바닥을 꽉 쥐고 인상을 찌푸린 채 서유를 노려보며 말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서유도 그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를 몇 번 더 째려보며 말했다. “조심해요.” 육성재는 짧게 대답하고는 이불을 잡아당겨 둘의 머리를 덮었다. “지금뭐하는 거예요?” 서유는 당황하며 이불을 밀어내려 했지만 육성재는 그녀의 손을 눌렀다. “감시 카메라가 있어요.” 이불 아래서 서유는 그가 잡고 있는 손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데요?” 육성재는 그녀의 귀에 가까이 다가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내 생각엔 이승하가 죽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그의 목소리는 너무 작아 감시 카메라도 그 말을 듣지 못할 정도였지만 서유는 그 말을 아주 분명하게 들었다. 그의 차분한 말은 그녀의 마음에 부드럽게 닿아 희망을 불러일으켰다. 육성재는 다시 그녀의 귀에 더 가까이 속삭였다. “이승하가 그 쪽지를 서유 씨한테 준 것 같아요. 우리에게 이곳을 떠나라고 말하고 있는 거예요.” 사실 육성재가 생각한 것은 서유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오직 그녀가 위험에 휘말리길 원치 않는 사람은 이승하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아직 살아 있다면 왜 집에 돌아오지 않고, 그저 안부 전화 하나조차 하지 않았을까. 서유는 그의 상황을 알 수 없었고 천천히 이불을 밀어내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감시 카메라가 어디 있는지는 몰랐지만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만약 그가 살아 있고 그녀에게 쪽지를 보낼 수 있다면 그는 이미 루드웰에 발을 들인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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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3화

서유와 육성재는 첫 번째 게임이 시작된 이후로 물 한 방울 마시지 못한 상태였다. 아무리 강인한 사람이라도 이런 상황은 버티기 힘들었다. 특히 서유는 너무나 피곤했지만 이승하가 죽었는지 살았는지에 대한 생각 때문에 도저히 잠들 수 없었다. 반면 육성재는 화장실에 가고 싶었지만 두 사람이 수갑에 묶여 있어 어쩔 수 없이 몸을 웅크린 채 버티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각자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을 때 9호 방의 조작 패널이 다시 열렸다. 이번에는 카드 삽입 구멍이 아니라 두 끼의 식사가 그들에게 전달되었다. 서양식 저녁 식사로, 우유와 음료, 그리고 생수도 함께 나왔으며 모두 플레이어들을 위한 것이었다. 육성재는 서유를 억지로 일으켜 세워 음식을 다 먹게 하고는 요구했다. “나랑 화장실 좀 같이 가줘요.” 서유는 마지막으로 우유를 마신 뒤, 빈 잔을 내려놓고 화장실 방향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그를 보며 말했다. “그래요.” 이런 환경에서 더 이상 예의를 따질 여유는 없었다. 생존과 건강이 우선이었으니까. 두 사람은 화장실로 갔고, 서유는 등을 돌려 육성재를 향하지 않고 눈을 감으며 한 손으로 귀를 막았다. 육성재는 분명 급했지만 이상하게도 화장실에 들어가니 도무지 볼일이 나오지 않았다. 그는 서유를 돌아보며, 창피함과 불편함 사이에서 차라리 참기로 결심했다. 육성재는 서유를 데리고 화장실에서 나와 침대에 누워 얼굴을 이불로 덮었다. “이러면 안 돼. 앞으로 몇 라운드 더 남았는데 너...” “말 그만하고 빨리 자. 자면 괜찮을 거야.” 육성재는 아예 화장실에 가지 않으려고 물도 마시지 않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급한 건 급한 거였다. 결국, 한밤중에 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서유를 깨우고는 허둥지둥 그녀와 함께 다시 화장실로 갔다. 그가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는 삶에 대한 애정이 모두 사라진 듯한 표정이었다. 아무도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이런 일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이불 속으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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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4화

“플레이어 여러분, 화면에 네 가지 흔한 곤충이 있습니다. 나비, 반딧불이, 나방, 잠자리입니다. 이들은 각각 상자에 들어 있습니다. 여러분 앞에 있는 상자에는 어떤 곤충이 들어 있을까요?” 그들 앞에는 단 하나의 검은 상자가 있었고 네 가지 곤충 중 하나를 골라야 했다. “제한 시간은 여전히 5분입니다. 지금부터 카운트다운을 시작하겠습니다. 60, 59, 58...” 육성재는 무의식적으로 칼자국남을 힐끔 쳐다봤다. 그 남자는 숫자를 집중해서 듣고 있었다. 뒤에서 지켜보는 구역에 있던 하얀 문이 자동으로 열리더니 갑자기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몰려들어왔다. 그들 가운데 당당하게 걷는 남자는 얼굴에 1-2라는 숫자가 새겨진 가면을 쓰고 있었다. 아홉째 어르신은 처음으로 게임의 보스를 보았는데 그의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1-2가 등장한 이후, 게임 구역의 모니터는 칼자국남의 화면에서 멈췄다. “이 사람의 초대자는 누구지?” “접니다.” 넷째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1-2는 검은 방호복을 입고 온몸을 단단히 감싸고 있었지만 그에게서 풍기는 살벌한 기운은 누구나 느낄 수 있을 만큼 차갑고 날카로웠다. “2-7이 당신이 비밀리에 조작했다고 신고했군. 우리랑 함께 가지.” 역시 2-7이다. 이런 일을 처리하기 위해 1-2가 직접 중구까지 내려오게 만들다니. 넷째 어르신은 느긋하게 2-7을 한번 쳐다보고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와 두 손을 내밀었다. 1-2 뒤에 있던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수갑을 꺼내 넷째 어르신의 손에 걸고는 그를 데리고 나갔다. 문을 나서기 전에 넷째 어르신은 뒤를 돌아 아홉째 어르신을 한번 바라보았다. 둘 다 가면을 쓰고 있어 서로의 표정을 알 수 없었지만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가 끌려 나가는 것은 칼자국남이 노출되었음을 의미했고, 이는 곧 하부 구역의 게임이 끝났음을 뜻했다. 넷째 어르신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아홉째 어르신은 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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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5화

육성재는 서유보다 훨씬 더 이성적이었다. 사람을 구할 수 없다는 걸 알고는 바로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밑을 보지 말고 먼저 선택해요!” 그의 큰 목소리가 서유의 혼란스러운 생각을 다시 제자리에 돌아오게 했다. 그녀는 마음을 가다듬고 앞에 있는 상자를 응시하며 천천히 손을 뻗었다. 상자는 봉쇄되어 있어 열 수 없었고, 네 종류의 곤충 모두 가벼운 생명체들이라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초조하고 불안했으며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 순간, 옆에 있던 한 남자가 시간이 촉박해지자 ‘나비’라고 적힌 버튼을 아무렇게나 눌렀다. 상자가 열리자 나오는 것은 나비가 아닌 나방이었다. 동시에 그의 발밑에 있던 죽음의 문이 순간적으로 열렸다. 다행히도 그 남자는 원형 위치에 서 있지 않았기 때문에, 칼자국남처럼 바로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재빨리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는 게임장에서 벗어나면 위험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게임장의 문을 나서는 순간, 그가 밟고 있던 바닥의 네모난 타일이 갑자기 열렸다. 그는 아무런 예고도 없이 떨어졌고, 그와 인접한 타일들도 하나하나 열리기 시작했다. 즉, 발밑의 원형 표식뿐 아니라 그들이 밟고 있던 바닥 전체가 죽음의 문이었다.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선택을 하지 않으면 모두 떨어져 뱀에게 잡아먹힐 운명이었다. 그 남자가 뱀에게 살점이 하나하나 찢기며 피가 흘러내리는 모습을 본 서유는 견딜 수 없이 구역질이 났다. 그제야 그녀는 왜 아무도 이 9라운드의 게임을 무사히 통과하지 못했는지 알게 되었다. 매 라운드가 생사의 고비였기 때문에 그 누구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5, 4...” “서유 씨!” 육성재의 목소리가 다시 그녀의 귀에 크게 울려 퍼졌다. 서유는 마치 모든 걸 내던진 듯, 옆의 남자처럼 ‘나비’라고 적힌 버튼을 눌렀다. 상자가 열리자, 파란 나비 한 마리가 날개를 펴며 자유를 찾은 듯 위로 날아올랐다. 육성재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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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6화

서유와 육성재는 일곱 번째 게임이 끝난 후, 예전처럼 일주일간의 간격을 두고 다음 게임이 시작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들이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기계음이 바로 울렸다. “플레이어님, 내일 네 번째 층의 노년 공간에서 여덟 번째 게임이 시작됩니다. 미리 준비해 주십시오.” 서유와 육성재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 혹시 칼자국남의 배후 인물이 드러났기 때문에 게임이 앞당겨진 걸까? 그럴 가능성이 컸다. 그렇지 않으면 이미 정해진 규칙대로 일주일 간격으로 게임이 진행되어야 하는데, 왜 갑자기 변경되었을까? 하지만 칼자국남의 배후 인물은 대체 누구일까? 그가 왜 두 사람을 도와주면서도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은 걸까? 그들은 혼란스러웠지만 이미 게임에 들어와 버린 이상 나갈 수 없었고, 게임의 규칙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날 밤, 서유는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침대에서 이리저리 뒤척이면서도 머릿속에는 칼자국남이 뱀에게 삼켜지던 장면이 계속 떠올랐다. 이곳에 온 이후로 서유는 피비린내 나는 장면을 수없이 많이 봐왔고, 매번 공포와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유독 다르게 느껴졌다. 아마도... 택이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맞은편 침대에 누워 있던 육성재는 그녀가 뒤척이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말했다. “잠이 안 오면 나랑 얘기라도 할래요?” 서유는 몸을 돌려 손을 볼에 댄 채로 물었다. “택이는... 정말 뱀한테 잡아먹힌 걸까요?” 육성재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 고개를 저었다. “몸놀림이 워낙 빠르니까 아마 잘 빠져나왔을 거예요.” 정말 그럴까? 그렇게 많은 뱀들을 택이가 단 몇 초 만에 전부 물리칠 수 있었을까? 육성재는 서유가 멍하니 있는 것을 보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달랬다. “너무 걱정하지 마요. 내일 또 게임이 있으니까 우선 푹 쉬어요.” 서유는 다시 물었다. “내일은 어떤 게임일까요?” 육성재는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요.” 서유는 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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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7화

서유는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나 다음 날 아침 기분이 괜찮았다. 덕분에 게임에 임할 때도 크게 긴장하지 않았다. 이번 여덟 번째 게임은 이전 게임들과는 조금 달랐다. 벽에 새로운 화면이 생겼고 그 위에는 총 54장의 카드가 펼쳐져 있었다. “두 명의 플레이어는 지금 아무 카드나 선택하십시오.” 서유와 육성재는 어떤 게임을 하게 될지 몰라 서로 눈을 마주쳤다. “아마도 같은 숫자의 카드를 뒤집는 게임이거나 선택한 카드 수가 많은 쪽이 이기는 게임일 거예요.” 육성재의 분석은 타당해 보였고 서유도 그의 의견을 따랐다. 그들은 각자 앞으로 나가 화면에서 원하는 카드를 클릭했다. 서유는 A 카드를, 육성재는 2 카드를 선택했다. 이 두 카드는 각각 네 장씩 있어 확률이 조금 높아 보였지만, Ace는 항상 예측을 벗어난 선택을 한다. 카드를 고르고 나자 54장의 카드는 모두 뒤집혀 그들에게 뒷면을 보였다. 동시에 카드의 순서가 순식간에 뒤섞여 상하좌우로 계속해서 움직였다. “두 명의 플레이어는 방금 선택한 카드의 숫자와 문양이 정확히 일치하는 카드를 뽑으십시오.” 다행히도 서유는 카드를 고를 때 문양을 정확히 기억해 두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 머릿속이 하얘졌을 것이다. 그렇지만 54장의 카드 중에서 어떻게 5분 내에 정확한 카드를 고를 수 있을까? “어차피 다 운이니까 그냥 직감대로 골라요.” 육성재의 말은 맞았다. 어떻게 골라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육성재의 침착한 태도에 영향을 받은 서유는 긴장감이 조금 가라앉았다. 육성재는 옆에서 기다리며 서유가 먼저 선택하게 했다. 그는 이미 마음을 굳혔다. 만약 그녀가 틀린 카드를 고르면 자신이 대신 책임지기로 말이다. 왜냐하면 그는 그녀에게 아홉 번째 라운드까지 꼭 데려가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아홉 번째 라운드까지 가야만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만약 이승하가 살아 있다면, 반드시 그녀를 만나러 올 것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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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8화

“성재 씨!!!” 서유는 필사적으로 두 주먹을 꽉 쥐고 미친 듯이 유리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그 유리문은 어느새 사라지고 그녀의 주먹은 벽에 부딪혔다. 아픔이 밀려왔지만 감각이 마비된 것처럼 계속해서 벽을 쳤다. 작고 여린 손은 피부가 찢어져 피가 흐르고 그 피가 벽을 붉게 물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벽은 여전히 당당하게 서 있었고, 열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서유는 온 힘을 다해 벽을 두드렸지만 결국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녀의 손은 점차 힘없이 유리문에서 미끄러졌다. 눈물 가득한 절망은 그녀를 아무런 의식 없는 도자기 인형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성재 씨, 난 이 벽을 부술 수가 없어요. 미안해요, 구해주지 못해서...” 서유는 바닥에 주저앉아 생과 사를 가로막는 하얀 벽을 무력하게 바라보았다. 몸속의 모든 피가 빠져나간 것처럼 손발이 차가워졌다. 육성재... 그 자존심 높고 조울증을 앓고 있었으며 조금은 괴팍했던 남자가, 자신 때문에 여기서 목숨을 잃었다. 서유의 눈에서 끝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만약 자신만 아니었다면 육성재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 모두 그녀의 잘못이었다. 이승하도, 택이도 찾지 못한 그녀는 아무런 쓸모도 없었고 결국 그에게까지 피해를 입혔다. 서유는 손을 들어 얼굴을 감쌌는데 눈물이 손가락 사이로 멈출 줄 모르고 흘러내렸다. 그가 따라오겠다고 했을 때, 그녀는 그를 막아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랬다면 그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 서유는 피투성이가 된 육성재의 모습이 떠올랐고 그 순간 심장이 마구 쪼여드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서유는 벽에 기댄 채 두 무릎을 감싸 안고 고개를 팔 사이에 묻었다. 육성재의 죽음과 극도의 피로, 그리고 정신적 붕괴는 그녀를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만들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사람을 죽게 만든 죄를 짊어진 채 살아갈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는 앞으로 아무도 만날 염치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특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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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9화

기계음이 울릴 때까지 서유는 자신이 이제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만약 육성재가 조금만 더 천천히 갔더라면 아마 황천길에서 그와 마주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서유는 굳어버린 입가를 억지로 올리며 육성재가 남겨준 사과를 쥐고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섰다. 이번에는 모든 방의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맞은편의 9호 방, 10호 방, 그리고 수많은 방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문가에 기대어 왜 자신이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수다를 떨곤 했다. 하지만 이제 그 누구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들 모두 각자가 선택한 공간에서 죽었을 것이다. 첫 번째 라운드에서였을 수도 있고, 다섯 번째 라운드였을 수도 있다. 어느 라운드에서든 결국 살아남은 자는 없었다. 서유는 홀로 복도를 걸으며 누군가 나타나, 웃으며 ‘나도 살아남았어’라고 인사해 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서유는 기계음의 안내에 따라 아홉 번째 라운드의 카지노로 향했다. 이곳은 이전과 완전히 달랐다. 이제는 온통 하얀색이 아닌 황금빛과 화려함으로 가득 찬 공간이었다. 이 방은 마치 Ace의 배후자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상징하는 듯했다. 그가 얼마나 부유하면 이 방에 들어온 사람들은 그만큼이나 하찮은 존재였다. 그는 이곳에서 한 사람이 어떻게 죽는 지를 내려다볼 것이다. 생명에 대한 경외심 따위는 없고 오직 장난질만 일삼는 악독한 자였다. 서유는 가슴 가득 분노를 품은 채 조작대 앞에 서서 안내에 따라 아무 버튼이나 눌렀다. 그녀는 규칙이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듣지 않았다. 두려울 것도 없이 무작위로 선택했다. 어차피 무엇을 선택하든 맹목적인 선택일 뿐이고, 아무리 고민해도 결국엔 죽음이라는 결말뿐이었다. 그녀는 만약 죽음의 문을 선택하면, 두개골을 열고 있던 검은 옷의 사람에게 이승하가 지금 어두운 곳에 있는지 물어볼 생각이었다. 생존의 문을 선택하면, 다른 게임 구역을 계속해서 도전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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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0화

이승하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붉어진 눈으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서유의 손은 그의 얼굴에서 천천히 옮겨져 그의 옷을 만지기 시작했다. 검은색의 고급스러운 셔츠 위에 새겨진 금색 글씨. Ace-Inviter-2-9. 이것은 그가 루드웰에 속하게 되었으며, 평범한 검은 옷을 입은 자들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음을 의미했다. 그는 루드웰의 배후에 들어갔고, 서유를 이곳으로 초대한 2-7과 같은 등급에 있었다. 그는 그동안 계속해서 루드웰 있었고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지만 이제야 나타난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닫자, 서유는 눈물이 마치 끊어진 구슬처럼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조금씩 이승하의 옷을 더 꽉 잡으며, 눈물이 가득 고인 얼굴로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당신, 어디 다친 거예요? 그래서 집에 돌아올 수 없었던 거죠? 나한테 연락할 수도, 날 보러 올 수도 없었던 거죠?” 그녀의 눈물은 한 방울, 또 한 방울 이승하의 가슴에 떨어졌는데 그를 숨조차 쉴 수 없게 아프게 만들었다. 이승하는 긴 손가락으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고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아니야, 내가 약속을 어긴 거야. 미안해.” 서유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발끝을 세워 그의 머리를 만지려고 했으나 이승하는 그녀의 손목을 단단히 잡아 막았다. 이승하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그녀의 손을 붙잡아 생명의 문 쪽으로 이끌었다. 서유는 그의 뒤를 따르며 그의 뒷머리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짙은 머리카락이 그대로 있었는데 두개골을 연 흔적은 없었다. 그는 그녀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서유는 눈물로 가득 찬 눈을 들어 침묵하는 이승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어두운 마음에는 안개가 끼어 있었다. 이승하는 마치 시간이 부족한 듯, 그녀를 빠르게 생의 문 안으로 밀어 넣으며 두 글자를 말했다. “떠나.” 그 두 글자는, 서유가 들었던 종이쪽지에 적힌 ‘떠나’와 다를 바 없었다. 아주 차갑고, 감정 없이 그녀의 몸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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