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화해 보겠습니다.” 비서가 휴대폰을 꺼내자 호현욱이 제지했다. “됐어. 좀 더 기다리자고.” 거의 한 시간쯤 지나서 서준과 비서인 구동후가 천천히 들어왔다. “한 대표님! 전부터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호현욱은 아첨하는 웃음을 지으며 적극적으로 맞이했다. 서준의 무표정한 얼굴에는 조금의 감정도 드러나지 않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호 이사님, 오래 기다리셨겠습니다.” “괜찮아요, 저도 방금 도착했어요! 근데 임 대표님이 아직 오시지 않았으니 얘기나 좀 나누면서 기다리죠.” 말하면서 호현욱은 직접 서준에게 의자를 빼주었다. “한 대표님, 앉으세요!” 서준은 긴 다리 꼬고 편안한 자세로 앉았다. “한 대표님, 오늘 이렇게 약속에 나와주셔서 저 호현욱에게 큰 영광입니다.” “호 이사님! 의논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하셨는데, 용건을 바로 말하시지요.” 옆에서 구동후가 직접 말했다. 호현욱은 멋쩍은 듯 웃었다. “한 대표님은 정말 혜안이 있으시군요. 오늘 제가 대표님을 뵙자고 한 것은 확실히 부탁할 일이 하나 있어서입니다.” 서준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 “음, 호 이사님은 DS그룹의 이사이시니, 이치대로라면 HT그룹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으신데, 말씀하실 부탁이란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겠군요.” 호현욱는 숨기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맞습니다. 대표님도 알시다시피 저희 DS그룹의 새로 부임한 대표가 최하연, 바로 대표님의 전 아내입니다.” 하연에 대해 언급하는 순간, 서준은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손가락으로 리듬감 있게 탁자를 두드렸다. 그는 겉으로는 관심 없는 척 보였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호현욱의 의도를 대충 짐작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호현욱의 말을 들었다. “최 대표가 정말 대단하게도 부임하자마자 그룹의 실적을 30% 올리겠다고 큰소리쳤는데, 저는 그녀가 젊은 나이에 경험해 보지 못한 사회의 쓴 맛을 보여줘 기억에 오래 남겨주고 싶습니다.” “그래서요?” 서준은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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