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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엔 못 놔줘의 모든 챕터: 챕터 381 - 챕터 390

1186 챕터

제381화

서다희가 알아차리지 못할까 봐 유남준은 한마디 더 보탰다.“이혼하기 싫어서 수 쓰는 걸로 오해받고 싶지 않아.”그제야 서다희는 대뜸 어떻게 된 건지 눈치챘다. ‘사모님이 또 이혼 얘길 꺼낸 모양이군... 대표님도 참 가지가지 하시네.’몸에 항상 지니고 다니는 태블릿을 꺼내어 보며 서다희는 중얼중얼 계산하기 시작했다.“유남우 씨가 대표님의 주식과 자산만 양도했을 뿐 부채는 포함하지 않았거든요. 만약 유남우 씨가 책임지지 않는다면 대표님이 전에 인수했던 많은 프로젝트를 전부 합산하면 최소 2조 원은 될 겁니다.”서다희는 구체적인 내용이 적힌 태블릿을 박민정한테 보여주었다. 그 모든 걸 보고 박민정은 머리가 지끈거렸다.‘이 많은 돈을 갚으려면 내가 곡을 몇 개나 써야 하는 거야? 아니, 왜 내가 갚아야 해? 내가 빚진 것도 아닌데.’그녀는 입술을 오므리며 내키지 않는 기색이 역력했다.“민정아, 걱정 마. 내가 꼭 일을 열심히 해서 이 빚을 다 갚을 거야.”열심히 일을 해?유남준이 지금 하고 있는 장애인 자원봉사 하는 일로는 아마 다음 생까지 갚아도 다 갚을 수 없을 것이다.“어쨌든 이 일 빨리 해결했으면 좋겠어요. 어머님을 찾아가든 유남우 씨를 찾아가든 말이에요.”고영란은 그래도 한수민과는 결이 다른 사람이니 아들이 곤경에 빠졌는데 나 몰라라 하지는 않을 거란 걸 박민정은 알고 있다. “알겠어.”일단 한고비 넘긴 듯하여 유남준은 흔쾌히 대답했다.그들의 대화를 전부 엿듣고 있던 예찬이는 유남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전에 유남준의 계좌를 해킹해 돈을 훔칠 때 봤던 계좌 내 잔액이 얼마나 긴 숫자였는지 아직도 잊히지 않는데 그 많은 돈이 다 비었다고?예찬이는 얼른 자기 방으로 들어가 조사해 보았다.이상하게도 전의 그 계좌에는 정말로 땡전 한 푼 남지 않았다.“기억만 잃은 게 아니라 바보가 돼버린 거야?”슬슬 자신과 엄마의 앞날에 대하여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어느 날 자신도 사고가 난다면 쓰레기 아빠처럼 바보가 되지 않을까?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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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그러자 유남준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더니 대답했다.“어떤 잘못인지 봐야겠지. 너와 같은 경우라면 감옥에 보내지 않을 거야.”차고 넘치는 게 돈인데 돈으로 해결하면 될 거 아니겠는가.하지만 예찬이는 유남준이 아들 대신 감옥에 갈 거라는 뜻으로 받아들여 왠지 모를 이상한 감정이 피어올랐다.그때 문어귀에서 박민정이 밥 먹으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려와 둘은 더 대화를 이어가지 않고 방문을 나섰다.부자가 방안에서 걸어 나오는 평화로운 모습을 보니 박민정은 마음의 동요를 느꼈다.예찬이는 유남준과 사이즈만 다를 뿐 닮아도 너무 닮아있었다.다른 사람과 한 침대를 쓰기 싫어하는 예찬이가 저번에 유남준과 같이 자고 싶다고 했던 일이 불쑥 떠오르며, 박민정은 유남준한테 아이에 대한 일을 털어놓는 게 어떨지 고민했다.어찌 되었든 둘은 부자지간이고 천륜이니, 예찬이도 당연히 속으로 아빠를 원하고 있겠지만, 단지 그녀가 속상해하는 것이 싫어 내색을 안 할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저녁 식사가 끝난 뒤, 박민정은 진서연한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보스님, 라이브 영상 빨리 확인해 보세요. 한수민이 춤추고 있어요.”박민정이 즉시 방으로 돌아가 컴퓨터를 켜니 역시나 진서연의 말이 맞았다.영상 속에서 무용복 차림을 한 한수민이 춤을 추고 있었는데 나이로 인한 처진 뱃살과 나잇살은 감출 수가 없었다.젊었을 때 한수민이 무대에 서기만 하면 무수한 관객들이 열렬한 환호성과 찬사를 보냈지만 지금은 몇몇 나이 지긋한 영감들이나 댓글을 달고 있었다.가끔 젊은 사람들도 댓글을 달긴 했는데 전부 나이 먹고 주책이네, 꼴불견이네, 하는 비하의 발언들뿐이었다.그걸 지켜보며 박민정은 오랫동안 쌓였던 불만과 억울함이 풀리면서 속이 후련해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 한수민이 저러고 있는 이유는 그녀의 또 다른 딸을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그 딸한테는 다른 엄마가 또 한 명 있다.“너무 불쌍하네요. 한때 이름을 날렸던 유명 무용가가 현재 라이브 방송에 나와 춤을 추는데 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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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말이 입가에서 맴도는 그 순간 윤소현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앞으로 이러지 마세요. 물론 날 위해 그랬다는 걸 알지만 남의 입에 오르내리는 건 싫어요.”윤소현이 그래도 자신을 맘에 두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 한소민은 하려던 말을 도로 삼켜버렸다. 이때 윤소현은 한소민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엄마, 내가 인터넷에서 검색해 봤는데 엄마한테 딸이 하나 더 있던데? 박민정이라고?”한수민이 그 말을 듣고 잠깐 멍해 있는 사이에 윤소현은 계속하여 말을 이었다.“걔가 유남준한테 시집갔다면서요?”윤소현이 관심 갖는 사람은 사실 유남준이었다. 진주시에서 그와 견줄만한 인물이 몇명이나 되겠는가.“나 그 사람 알고 싶은데 엄마가 좀 도와줄 수 없어요?”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한수민은 한눈에 알아챘다.딸한테 어울릴만한 사람은 유남준밖에 없다고 한수민 역시 동감하는 바였다.“엄마도 유남준을 본지가 꽤 됐는데 네가 보고 싶다면 어떻게든 만나게 해줄게.”유남준이 박민정한테 끌린다면 박민정과 비슷한 외양을 가진 윤소현한테도 끌릴 거라 한수민은 생각했다. 게다가 윤소현은 박민정에 비해 나은 점이 한둘이 아니니 말이다.그렇게 되면 한수민은 여전히 유남준의 장모이다.“엄마 진짜 최고야.”윤소현은 한수민의 팔을 애교스럽게 흔들며 아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신정이 다가오자마자 폭발적인 뉴스가 터졌다.“호산 그룹 대표 유남준 씨는 자신의 회사 지분을 전부 동생 유남우 씨한테 양도할 뿐만 아니라 호산 그룹 향후의 모든 사안을 유남우 씨한테 일임하기로 결정 내렸다고 전해졌습니다... 유남준 씨 가족의 말에 따르면, 교통사고 후 유남준 씨의 건강이 완쾌되지 않아 현재 병원에서 몸조리 중이라고 합니다...”뉴스가 나오자 유남준에 관한 기사가 바로 실시간 검색어 1, 2, 3위를 차지했다.네티즌들은 그제야 그한테 쌍둥이 동생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더 신기한 것은 두 형제가 얼마나 똑같게 생겼는지 누가 누군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이다.유씨 가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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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유남준은 점심때 임시로 일이 있다고 밖에 나갔다.소파에 앉아 도도한 말투로 말하는 고영란을 보며 박민정은 입가에 냉소를 지었다.“남준 씨를 여기에 버린 것도 어머님 아니세요? 무슨 자격으로 제가 어떻게 돌봤는지를 비난하는 거예요? 굶어 죽거나 얼어 죽지 않게 한 것만으로도 이미 제가 할 부부의 의무는 다했다고 봐요.”고영란은 말문이 턱 막혀 한참 말이 없다가 일어나서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남준이 어디 있니? 지금 바로 걔 데리고 가야겠어.”이미 유남우가 회사를 거의 장악했고 주식과 자산도 양도 절차를 마친 판국이라, 문중의 어른들과 손아랫사람들이 유남준이 힘들게 일군 기반을 빼앗아 갈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으니 유남준을 집으로 데려갈 때가 된 것이다.“전 안 돌아갈 거예요.”문밖으로부터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유남준은 언제 돌아왔는지, 검은 롱 코트를 입고 문 앞에 서 있었다. 흑요석처럼 까만 눈동자는 고요한 호숫물과도 같았다.그렇게 훌륭했던 아들이 한순간에 장님이 되었다는 사실을 아직도 받아들일 수 없는 고영란은 천천히 걸어들어오는 유남준을 보며 얼른 일어나 그를 부축하려 했지만, 유남준은 그녀의 손길을 강하게 거부했다. 아무것도 잡지 못하고 허공에 멈춰있는 자신의 두 손을 보며 고영란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남준아, 너 아직도 엄마한테 화 난 거니? 엄마도 다 우리 집을 위해서야. 네 아빠는 아무 일에도 신경 안 쓰는데 나까지 손 놓고 있으면, 네가 지금껏 일군 회사는 남이 차지하게 되는 거야. 그럴 바엔 남우한테 맡기는 게 낫지 않겠니? 이제 네가 몸이 다 나으면 다시 너한테 돌려주라고 할게.”유남준의 기억은 회복할 수 있지만 눈은 그럴 수 없다는 걸 고영란은 알고 있었다. 의사는 유남준이 교통사고 후 외상성 시신경 손상으로 평생을 어둠 속에서 살아야만 한다고 말했다.유남준은 그녀의 말을 듣고 꿈쩍도 하지 않았다.“남우한테 가서 말해요. 내가 가만 놔두지 않을 거니까 기다리고 있으라고.”어릴 적의 기억을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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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고영란은 손을 꽉 그러쥐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고 목소리를 낮추어 박민정한테 말했다.“너랑 얘가 결혼한 지 이제 몇 년째니? 그동안 네가 후사를 봤더라면 내가 남준이를 대신할 사람을 왜 급히 찾았겠니?”가족 기업의 대를 이을 대표가 아이가 없다는 게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네가 날 훈계할 자격 있니? 자기 자식 안 아낄 부모가 어디 있어?”고영란은 이 말 한마디를 내던지고 떠나갔다.박민정은 제 자리에 선 채, 왠지 모르게 슬퍼졌다.그녀의 어머니는 한 번도 친딸인 자신을 아껴준 적이 없었다. 그래서 방금 오지랖 넓게 나섰던 것이다. 멍하니 서 있는데 뒤에 있는 유남준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고마워, 민정아.”유남준의 지금처럼 기분이 좋았던 적이 없다.정신을 차린 박민정은 그한테 잡힌 손을 서둘러 빼냈다.“고마워할 거 없어요. 아까는 당신이 불쌍해 보여서 순간 감정이 격해져서 그랬던 거예요. 다른 이유 없어요.”말을 마치고 바로 은정숙의 방으로 향했다.아래층에서 생긴 기척 때문에 혹여나 은정숙이 깨어났을지도 모른다.다행히 예찬이는 정민기와 물건 사러 나갔기에 고영란과 마주치지 않았다....한편, 고영란은 돌아가는 길에 머리가 아파 관자놀이를 눌렀다.박민정이 이젠 대놓고 시어머니인 그녀와 대들고 훈계질까지 할 줄 몰랐다.미간을 짓누르며 짜증 섞인 어조로 기사한테 빨리 가라고 다그쳤다.마침 중심가를 지나가고 있던 터라 차가 막혀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답답한 고영란은 차창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그때,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한 익숙한 작은 인영이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예찬이?! 쟤가 왜 저기 있어?”기사한테 차를 세우라 하고 얼른 차에서 내려 예찬이의 뒤를 쫓았다.요즘 일이 너무 많았지만 예찬이의 신상에 대해서는 늘 조사하고 있었다.전에 예찬이가 강연우의 아들인 줄 알았는데 강연우한테 물어보니 아니라고 했다. 또 자세히 조사한 결과, 조하랑은 외국에 간 뒤 남자친구를 사귄 적이 없고 주변 이성과의 관계도 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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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박민정은 당황했다.유남준은 부모님도 계시고 형제에 사촌들까지 가족이 너무 많다 못해 그녀가 다 기억 못할 정도인데 어떻게 고아란 말인가.하지만 어린 아이를 속이기 위해서는 그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그래, 맞아. 그래서 불쌍하다고 한 거야. 엄마가 아저씨를 데리고 있어야 해. 그리고 저분은 이상한 아저씨니까 이상한 말을 많이 할 거야. 윤우는 아저씨 말 절대 믿으면 안 돼.”박민정은 계속해서 윤우를 달랬다.그러나 윤우는 연기가 일품이었을 뿐만 아니라 커다란 눈동자에 믿음이 가득했고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네,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안 믿을게요.”박민정은 윤우의 순수한 눈빛을 보고 이렇게 어린 아이를 속인 데 대한 죄책감이 들었다.하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녀가 알기론 윤우는 자신을 많이 닮아서 보통아이들과 다름없었다.하지만 예찬이는 유남준의 유전자를 물려받아서 기억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아이큐도 높았다. 어떨 때 보면 어른보다 더 똑똑했다.그래서 예찬이는 유남준이 자신의 친아빠인 것을 알지만 윤우는 아직 모른다...박민정은 윤우가 좀 더 크면 진실을 알려주려고 했다.그들은 곧장 집으로 갔다.박윤우는 집안의 해피바이러스답게 들어가자마자 형, 할머니, 할아버지를 불렀다. 그리고 유남준을 보자 예의를 갖춰 인사했다.“아저씨, 오랜만이에요. 너무 보고 싶었어요.”유남준이 일부분의 기억이 돌아와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윤우의 순수함에 깜빡 속을 뻔했다.“어떻게 보고 싶었는데?”유남준이 이렇게 묻자 윤우는 잠시 얼어붙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아주 많이 보고 싶었어요. 매일 화장실 가고 싶은 것처럼 아저씨가 보고 싶었어요!”순간 유남준은 당시에 윤우 때문에 온몸에 오줌을 덮어썼던 기억이 떠올랐다. 막 식사하려던 박민정은 그 말을 듣고 왠지 기분이 찝찝했다.건반을 두드리고 있던 박예찬은 동작을 멈췄다. 은정숙 외에도 ‘쓰레기 아빠’의 적이 한 명 더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윤우가 이렇게 말을 잘하는 줄 몰랐는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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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두 사람은 손을 다 씻고 자리로 돌아갔다. 유남준은 조금 어두운 안색이었지만 박윤우의 가식적인 친절함에 이끌려 식탁에 앉았다.“아저씨, 지금 눈이 안 보이시니까 자주 넘어지시겠네요?”박윤우가 물었다.“아니, 안 넘어져.”“그럼 앞이 보인다는 거네요?”박윤우는 여전히 단순하고 무해한 질문을 던졌다.유남준은 많이 지쳤지만 그래도 인내심을 갖고 대답했다.“이제 길을 기억해서 넘어지지 않아.”“그렇군요.”“됐어. 이제 그만하고 밥 먹어. 이따가 다시 얘기해.”박민정이 말했다.이렇듯 박윤우는 하고 싶은 말이 끝이 없었다.식탁을 훑어보다가 당근 요리를 발견한 박윤우는 당근을 먹을 수 있는 자신은 엄마를 닮았지만은 당근을 안 먹는 형은 무조건 쓰레기 아빠를 닮았을 거라고 생각했다.박윤우는 젓가락으로 당근을 가득 집어서 유남준의 그릇에 놓아주며 말했다.“아저씨, 당근 많이 드세요. 선생님이 당근을 많이 먹으면 눈 건강에 좋다고 하셨어요.”박예찬은 박윤우가 쓰레기 아빠에게 골탕을 먹이려는 것을 보고 어리지만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도 곧바로 기회를 잡고 옆에서 거들었다.“윤우야, 너 바보야? 아저씨는 눈이 안 보이잖아.”유남준은 다시 한번 말문이 막혔다.“...”“어? 당근은 눈이 안 보이는 사람한테 소용이 없는 거야?”박윤우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연기했다.두 아이가 번갈아 가며 눈이 안 보인다고 말하는 모습은 마치 사람들이 유남준 앞에서 박민정이 귀가 안 들린다고 놀리는 것과 흡사했다.결국 박민정은 나서서 아이들을 제지했다.“윤우야, 그렇게 말하지 마. 그거 예의에 어긋나는 거야.”어쨌든 유남준은 두 아이의 생부다.박윤우는 박민정이 화가 난 것을 보고는 곧바로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었다. 이제 엄마가 없을 때 유남준에게 골탕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비록 유남준은 앞이 안 보이지만 두 아이가 좋은 마음에서 한 말은 아니란 것을 알고 있었다. 특히 박윤우는 일부러 그러는 것이 틀림없었다.유남준은 당연히 이런 일로 아이들에게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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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소리를 듣고 박예찬과 은정숙도 뛰어왔다.은정숙은 박윤우를 껴안으며 물었다.“아이고, 내 새끼, 아저씨가 어디를 때렸어?”은정숙은 너무 화가 나 호흡이 가빠졌다.박예찬은 박윤우에게 눈짓을 보냈다.그러자 박윤우는 황급히 말했다.“제가 농담한 거예요.”“농담이라고?”은정숙이 유남준을 쳐다보자 그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했다.“방금 저랑 윤우가 내기했거든요. 윤우가 제가 때렸다고 말하면 다들 믿는지 않는지요.”박윤우와 박예찬은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쓰레기 아빠의 연기 실력이 자신들보다 더 높을 줄은 몰랐다.박윤우는 마음속에 후회가 가득했다.반면에 은정숙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 바보야, 왜 이런 내기를 해? 사람은 솔직해야 해. 거짓말하는 건 나빠. 콜록콜록... 알겠니?”“네, 알겠어요. 미안해요, 할머니.”박윤우는 즉시 사과했다.박민정도 약간 화가 나서 말했다.“윤우야, 앞으로는 이런 장난하지 마, 알겠어? 엄마랑 할머니가 깜짝 놀랐잖아.”박윤우는 한 번도 이렇게까지 억울한 적이 없었다.집에서 애지중지 예쁨 받던 그가 쓰레기 아빠에게 당하다니, 너무 억울하고 분했다...이렇게 생각한 박윤우는 갑자기 유남준의 다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아저씨, 아저씨가 내기에서 이기면 사탕 사 준다고 하셨잖아요?”박예찬은 속으로 생각했다.‘역시 윤우가 더 강하군.’은정숙은 유남준을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윤우는 말 잘 듣는 아이였는데 자네가 나쁜 걸 가르쳤군.”“윤우야, 가자. 할머니랑 같이 올라가서 쉬자.”박윤우는 득의양양한 웃음을 지은 채 유남준을 보고는 다시 불쌍한 표정으로 은정숙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네.”박예찬도 함께 끌려갔다.은정숙은 손자들을 너무 예뻐한 나머지 이번에도 그들이 거짓말하는 것을 보아내지 못했지만 박민정은 발견했다.그녀는 박윤우가 꾸중을 들을까 봐 잔머리를 굴린 것이라고 생각했다.“민정아.”유남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박민정은 유남준 앞에 서서 말했다.“내가 아직 안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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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박민정은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며 움직일 엄두를 못 냈다.당황한 그녀는 초점 흐릿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창고였던 방은 어느새 유남준에 의해 정리도 되고 인테리어도 끝난 상태였다. 쿨톤으로 바뀐 방은 크기고 더 커진 듯 보였다.유남준의 방은 예전과 같이 여전히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었다. 펜 하나도 통 오른 쪽에 잘 꽂혀 있었다.그러다 박민정은 저도 모르게 다시 유남준의 손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흉터가 남아 있었다.이 흉터들은 어쩌다가 생긴 것일까?“손은 어쩌다가 유리에 베인 거예요?”박민정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유남준은 이렇게 박민정을 안아본 것도 오래 되었다. 그녀의 몸에서 나는 향기를 맡자 호흡이 거칠어졌다.“기억 안 나.”절대 그녀에게 알려줄 수 없었다.만약 사실대로 말했다가 박민정이 자신이 기억을 회복한 것을 알고 쫓아낼 것이 아닌가?박민정은 그의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안타깝네요. 그럼 예전에 일했던 내용도 기억 못하는 거 아니에요?”“어떤 내용?”유남준은 일부러 모른 척 하며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박민정은 또다시 그날 유남준이 피아노를 치던 것이 생각나서 중얼거렸다.“그런데 피아노 치던 건 왜 잊지 않았지? 근육이 기억한 건가?”그녀는 혼잣말하면서 유남준이 자신에게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그이 높은 콧대는 거의 박민정의 빨간 귓불에 닿을 것 같았다.“이제 다리 괜찮아졌어요. 고마워요.”박민정은 이제 다리도 안 아프고 유남준이 아무 대답도 없으니 내려가려고 고개를 돌렸는데 입술이 바로 그의 볼에 닿았다.유남준은 침을 꿀꺽 삼켰다.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박민정은 깜짝 놀라 고개를 다시 돌리고 떠나려고 했다. 그러나 유남준은 다시 그녀를 힘껏 끌어당겨 품 안에 가두고 그녀에게 입맞춤했다.순간 방 안은 시간이 멈춘 듯했다.박민정은 코앞에 있는 유남준의 잘생긴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는데 어느새 유남준은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은은한 향기가 코에 닿았다. 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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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박민정은 이불을 꼭 감싸 쥐고 다급히 거절했다.“됐어요. 그만해요.”그녀는 유남준의 품에서 빠져나와 빠른 속도로 옷을 입고 몰래 방에서 나왔다.하지만 어두운 곳에 두 녀석이 숨어서 지켜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박윤우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쓰레기 아빠가 왜 거짓말했지? 엄마 여기 있는 게 맞잖아.”좀 더 성숙한 박예찬은 한 가지 가능성을 생각했다.“짜증 나네! 그렇게 노력했는데 결국 못 막았어!”“무슨 말이야?”박윤우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하지만 사실 박예찬도 대개 어떤 일인지만 알 뿐 완벽히 이해하진 못했다.“가서 할머니가 좋아하는 드라마들을 보면 알아. 남자와 여자가 단둘이서 뭐 하겠어! 당연히 뽀뽀했겠지!”박윤우는 늘 병원에 있었고 박예찬은 은정숙과 함께 집에 있으면서 사랑 이야기에 관한 드라마를 여러 개 봤다. 은정숙은 매번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는데 박예찬은 보고 싶지 않아도 효심 때문에 옆에서 같이 있어 줬다. 그렇게 드라마가 끝나면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게 되었는데 그중엔 연애에 관한 것도 있었다.“짜증 나!”이제 박윤우도 이해했다.“저 아저씨가 감히 엄마한테 뽀뽀를 해?!”박윤우는 화가 잔뜩 났다.흥분한 그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아직 방에 안 들어간 박민정의 귀에 들렸다.박민정이 고개를 돌리자 더는 숨기지 못할 것을 알고 박예찬과 박윤우는 걸어 나왔다.박윤우는 바로 입을 열었다.“엄마, 왜 아저씨 방에서 나왔어요?”그는 질투가 났다. 엄마는 오랫동안 자신의 볼에 뽀뽀를 안 했는데 쓰레기 아빠를 먼저 찾았다니.“나, 난...”박민정은 두 녀석의 큰 눈을 쳐다보면서 갑자기 어떻게 둘러대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하필 이때 유남준의 방문이 열렸다.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걸어 나오면서 말했다.“우린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왜, 너희도 들을래?”두 녀석은 무슨 중요한 이야기를 꼭 저녁에 해야 하는지 물으려던 참이었는데 갑자기 문밖에서 쿵 하고 소리가 들려왔다. 물건이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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