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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Author: 윤지
고영란은 손을 꽉 그러쥐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고 목소리를 낮추어 박민정한테 말했다.

“너랑 얘가 결혼한 지 이제 몇 년째니? 그동안 네가 후사를 봤더라면 내가 남준이를 대신할 사람을 왜 급히 찾았겠니?”

가족 기업의 대를 이을 대표가 아이가 없다는 게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네가 날 훈계할 자격 있니? 자기 자식 안 아낄 부모가 어디 있어?”

고영란은 이 말 한마디를 내던지고 떠나갔다.

박민정은 제 자리에 선 채, 왠지 모르게 슬퍼졌다.

그녀의 어머니는 한 번도 친딸인 자신을 아껴준 적이 없었다. 그래서 방금 오지랖 넓게 나섰던 것이다.

멍하니 서 있는데 뒤에 있는 유남준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고마워, 민정아.”

유남준의 지금처럼 기분이 좋았던 적이 없다.

정신을 차린 박민정은 그한테 잡힌 손을 서둘러 빼냈다.

“고마워할 거 없어요. 아까는 당신이 불쌍해 보여서 순간 감정이 격해져서 그랬던 거예요. 다른 이유 없어요.”

말을 마치고 바로 은정숙의 방으로 향했다.

아래층에서 생긴 기척 때문에 혹여나 은정숙이 깨어났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예찬이는 정민기와 물건 사러 나갔기에 고영란과 마주치지 않았다.

...

한편, 고영란은 돌아가는 길에 머리가 아파 관자놀이를 눌렀다.

박민정이 이젠 대놓고 시어머니인 그녀와 대들고 훈계질까지 할 줄 몰랐다.

미간을 짓누르며 짜증 섞인 어조로 기사한테 빨리 가라고 다그쳤다.

마침 중심가를 지나가고 있던 터라 차가 막혀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답답한 고영란은 차창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그때,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한 익숙한 작은 인영이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예찬이?! 쟤가 왜 저기 있어?”

기사한테 차를 세우라 하고 얼른 차에서 내려 예찬이의 뒤를 쫓았다.

요즘 일이 너무 많았지만 예찬이의 신상에 대해서는 늘 조사하고 있었다.

전에 예찬이가 강연우의 아들인 줄 알았는데 강연우한테 물어보니 아니라고 했다. 또 자세히 조사한 결과, 조하랑은 외국에 간 뒤 남자친구를 사귄 적이 없고 주변 이성과의 관계도 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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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386화

    박민정은 당황했다.유남준은 부모님도 계시고 형제에 사촌들까지 가족이 너무 많다 못해 그녀가 다 기억 못할 정도인데 어떻게 고아란 말인가.하지만 어린 아이를 속이기 위해서는 그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그래, 맞아. 그래서 불쌍하다고 한 거야. 엄마가 아저씨를 데리고 있어야 해. 그리고 저분은 이상한 아저씨니까 이상한 말을 많이 할 거야. 윤우는 아저씨 말 절대 믿으면 안 돼.”박민정은 계속해서 윤우를 달랬다.그러나 윤우는 연기가 일품이었을 뿐만 아니라 커다란 눈동자에 믿음이 가득했고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네,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안 믿을게요.”박민정은 윤우의 순수한 눈빛을 보고 이렇게 어린 아이를 속인 데 대한 죄책감이 들었다.하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녀가 알기론 윤우는 자신을 많이 닮아서 보통아이들과 다름없었다.하지만 예찬이는 유남준의 유전자를 물려받아서 기억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아이큐도 높았다. 어떨 때 보면 어른보다 더 똑똑했다.그래서 예찬이는 유남준이 자신의 친아빠인 것을 알지만 윤우는 아직 모른다...박민정은 윤우가 좀 더 크면 진실을 알려주려고 했다.그들은 곧장 집으로 갔다.박윤우는 집안의 해피바이러스답게 들어가자마자 형, 할머니, 할아버지를 불렀다. 그리고 유남준을 보자 예의를 갖춰 인사했다.“아저씨, 오랜만이에요. 너무 보고 싶었어요.”유남준이 일부분의 기억이 돌아와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윤우의 순수함에 깜빡 속을 뻔했다.“어떻게 보고 싶었는데?”유남준이 이렇게 묻자 윤우는 잠시 얼어붙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아주 많이 보고 싶었어요. 매일 화장실 가고 싶은 것처럼 아저씨가 보고 싶었어요!”순간 유남준은 당시에 윤우 때문에 온몸에 오줌을 덮어썼던 기억이 떠올랐다. 막 식사하려던 박민정은 그 말을 듣고 왠지 기분이 찝찝했다.건반을 두드리고 있던 박예찬은 동작을 멈췄다. 은정숙 외에도 ‘쓰레기 아빠’의 적이 한 명 더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윤우가 이렇게 말을 잘하는 줄 몰랐는데 말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387화

    두 사람은 손을 다 씻고 자리로 돌아갔다. 유남준은 조금 어두운 안색이었지만 박윤우의 가식적인 친절함에 이끌려 식탁에 앉았다.“아저씨, 지금 눈이 안 보이시니까 자주 넘어지시겠네요?”박윤우가 물었다.“아니, 안 넘어져.”“그럼 앞이 보인다는 거네요?”박윤우는 여전히 단순하고 무해한 질문을 던졌다.유남준은 많이 지쳤지만 그래도 인내심을 갖고 대답했다.“이제 길을 기억해서 넘어지지 않아.”“그렇군요.”“됐어. 이제 그만하고 밥 먹어. 이따가 다시 얘기해.”박민정이 말했다.이렇듯 박윤우는 하고 싶은 말이 끝이 없었다.식탁을 훑어보다가 당근 요리를 발견한 박윤우는 당근을 먹을 수 있는 자신은 엄마를 닮았지만은 당근을 안 먹는 형은 무조건 쓰레기 아빠를 닮았을 거라고 생각했다.박윤우는 젓가락으로 당근을 가득 집어서 유남준의 그릇에 놓아주며 말했다.“아저씨, 당근 많이 드세요. 선생님이 당근을 많이 먹으면 눈 건강에 좋다고 하셨어요.”박예찬은 박윤우가 쓰레기 아빠에게 골탕을 먹이려는 것을 보고 어리지만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도 곧바로 기회를 잡고 옆에서 거들었다.“윤우야, 너 바보야? 아저씨는 눈이 안 보이잖아.”유남준은 다시 한번 말문이 막혔다.“...”“어? 당근은 눈이 안 보이는 사람한테 소용이 없는 거야?”박윤우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연기했다.두 아이가 번갈아 가며 눈이 안 보인다고 말하는 모습은 마치 사람들이 유남준 앞에서 박민정이 귀가 안 들린다고 놀리는 것과 흡사했다.결국 박민정은 나서서 아이들을 제지했다.“윤우야, 그렇게 말하지 마. 그거 예의에 어긋나는 거야.”어쨌든 유남준은 두 아이의 생부다.박윤우는 박민정이 화가 난 것을 보고는 곧바로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었다. 이제 엄마가 없을 때 유남준에게 골탕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비록 유남준은 앞이 안 보이지만 두 아이가 좋은 마음에서 한 말은 아니란 것을 알고 있었다. 특히 박윤우는 일부러 그러는 것이 틀림없었다.유남준은 당연히 이런 일로 아이들에게 뭐라고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388화

    소리를 듣고 박예찬과 은정숙도 뛰어왔다.은정숙은 박윤우를 껴안으며 물었다.“아이고, 내 새끼, 아저씨가 어디를 때렸어?”은정숙은 너무 화가 나 호흡이 가빠졌다.박예찬은 박윤우에게 눈짓을 보냈다.그러자 박윤우는 황급히 말했다.“제가 농담한 거예요.”“농담이라고?”은정숙이 유남준을 쳐다보자 그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했다.“방금 저랑 윤우가 내기했거든요. 윤우가 제가 때렸다고 말하면 다들 믿는지 않는지요.”박윤우와 박예찬은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쓰레기 아빠의 연기 실력이 자신들보다 더 높을 줄은 몰랐다.박윤우는 마음속에 후회가 가득했다.반면에 은정숙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 바보야, 왜 이런 내기를 해? 사람은 솔직해야 해. 거짓말하는 건 나빠. 콜록콜록... 알겠니?”“네, 알겠어요. 미안해요, 할머니.”박윤우는 즉시 사과했다.박민정도 약간 화가 나서 말했다.“윤우야, 앞으로는 이런 장난하지 마, 알겠어? 엄마랑 할머니가 깜짝 놀랐잖아.”박윤우는 한 번도 이렇게까지 억울한 적이 없었다.집에서 애지중지 예쁨 받던 그가 쓰레기 아빠에게 당하다니, 너무 억울하고 분했다...이렇게 생각한 박윤우는 갑자기 유남준의 다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아저씨, 아저씨가 내기에서 이기면 사탕 사 준다고 하셨잖아요?”박예찬은 속으로 생각했다.‘역시 윤우가 더 강하군.’은정숙은 유남준을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윤우는 말 잘 듣는 아이였는데 자네가 나쁜 걸 가르쳤군.”“윤우야, 가자. 할머니랑 같이 올라가서 쉬자.”박윤우는 득의양양한 웃음을 지은 채 유남준을 보고는 다시 불쌍한 표정으로 은정숙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네.”박예찬도 함께 끌려갔다.은정숙은 손자들을 너무 예뻐한 나머지 이번에도 그들이 거짓말하는 것을 보아내지 못했지만 박민정은 발견했다.그녀는 박윤우가 꾸중을 들을까 봐 잔머리를 굴린 것이라고 생각했다.“민정아.”유남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박민정은 유남준 앞에 서서 말했다.“내가 아직 안 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389화

    박민정은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며 움직일 엄두를 못 냈다.당황한 그녀는 초점 흐릿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창고였던 방은 어느새 유남준에 의해 정리도 되고 인테리어도 끝난 상태였다. 쿨톤으로 바뀐 방은 크기고 더 커진 듯 보였다.유남준의 방은 예전과 같이 여전히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었다. 펜 하나도 통 오른 쪽에 잘 꽂혀 있었다.그러다 박민정은 저도 모르게 다시 유남준의 손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흉터가 남아 있었다.이 흉터들은 어쩌다가 생긴 것일까?“손은 어쩌다가 유리에 베인 거예요?”박민정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유남준은 이렇게 박민정을 안아본 것도 오래 되었다. 그녀의 몸에서 나는 향기를 맡자 호흡이 거칠어졌다.“기억 안 나.”절대 그녀에게 알려줄 수 없었다.만약 사실대로 말했다가 박민정이 자신이 기억을 회복한 것을 알고 쫓아낼 것이 아닌가?박민정은 그의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안타깝네요. 그럼 예전에 일했던 내용도 기억 못하는 거 아니에요?”“어떤 내용?”유남준은 일부러 모른 척 하며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박민정은 또다시 그날 유남준이 피아노를 치던 것이 생각나서 중얼거렸다.“그런데 피아노 치던 건 왜 잊지 않았지? 근육이 기억한 건가?”그녀는 혼잣말하면서 유남준이 자신에게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그이 높은 콧대는 거의 박민정의 빨간 귓불에 닿을 것 같았다.“이제 다리 괜찮아졌어요. 고마워요.”박민정은 이제 다리도 안 아프고 유남준이 아무 대답도 없으니 내려가려고 고개를 돌렸는데 입술이 바로 그의 볼에 닿았다.유남준은 침을 꿀꺽 삼켰다.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박민정은 깜짝 놀라 고개를 다시 돌리고 떠나려고 했다. 그러나 유남준은 다시 그녀를 힘껏 끌어당겨 품 안에 가두고 그녀에게 입맞춤했다.순간 방 안은 시간이 멈춘 듯했다.박민정은 코앞에 있는 유남준의 잘생긴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는데 어느새 유남준은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은은한 향기가 코에 닿았다. 박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390화

    박민정은 이불을 꼭 감싸 쥐고 다급히 거절했다.“됐어요. 그만해요.”그녀는 유남준의 품에서 빠져나와 빠른 속도로 옷을 입고 몰래 방에서 나왔다.하지만 어두운 곳에 두 녀석이 숨어서 지켜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박윤우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쓰레기 아빠가 왜 거짓말했지? 엄마 여기 있는 게 맞잖아.”좀 더 성숙한 박예찬은 한 가지 가능성을 생각했다.“짜증 나네! 그렇게 노력했는데 결국 못 막았어!”“무슨 말이야?”박윤우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하지만 사실 박예찬도 대개 어떤 일인지만 알 뿐 완벽히 이해하진 못했다.“가서 할머니가 좋아하는 드라마들을 보면 알아. 남자와 여자가 단둘이서 뭐 하겠어! 당연히 뽀뽀했겠지!”박윤우는 늘 병원에 있었고 박예찬은 은정숙과 함께 집에 있으면서 사랑 이야기에 관한 드라마를 여러 개 봤다. 은정숙은 매번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는데 박예찬은 보고 싶지 않아도 효심 때문에 옆에서 같이 있어 줬다. 그렇게 드라마가 끝나면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게 되었는데 그중엔 연애에 관한 것도 있었다.“짜증 나!”이제 박윤우도 이해했다.“저 아저씨가 감히 엄마한테 뽀뽀를 해?!”박윤우는 화가 잔뜩 났다.흥분한 그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아직 방에 안 들어간 박민정의 귀에 들렸다.박민정이 고개를 돌리자 더는 숨기지 못할 것을 알고 박예찬과 박윤우는 걸어 나왔다.박윤우는 바로 입을 열었다.“엄마, 왜 아저씨 방에서 나왔어요?”그는 질투가 났다. 엄마는 오랫동안 자신의 볼에 뽀뽀를 안 했는데 쓰레기 아빠를 먼저 찾았다니.“나, 난...”박민정은 두 녀석의 큰 눈을 쳐다보면서 갑자기 어떻게 둘러대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하필 이때 유남준의 방문이 열렸다.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걸어 나오면서 말했다.“우린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왜, 너희도 들을래?”두 녀석은 무슨 중요한 이야기를 꼭 저녁에 해야 하는지 물으려던 참이었는데 갑자기 문밖에서 쿵 하고 소리가 들려왔다. 물건이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391화

    딩동-집 안의 유럽식 진자시계에서 소리가 났다.은정숙은 고개를 돌려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더니 중얼거렸다.“벌써 12시야, 이제 좀 쉬어야겠다.”“네.”박민정은 약간 불룩 튀어나온 배에 손을 얹은 채 돌아서는 노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복잡한 표정으로 조금 전 그녀의 말을 떠올렸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은정숙은 유남준에게 유난히 짜증을 냈는데, 왜 이제 와서 이렇게 빨리 변했나 싶었다.게다가 유남준과 만나도 된다고?박민정은 다시 한번 저 멀리 유남준과 아이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아니, 그녀는 예전과 같은 길을 걸을 수 없었다.길가에 쌓인 나뭇가지와 쌓인 눈을 치운 유남준은 두 아이를 방으로 데려갔고, 박민정은 곧바로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벽난로에 불을 붙이러 갔다.“이따가 따뜻한 물로 목욕하고 자자.”두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아이들은 유남준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을 뿐 춥지는 않았다.반대로 유남준은 늘씬한 손이 얼어서 빨개졌지만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유남준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들을 모두 해냈어야 했다.박민정은 오늘 밤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며 차마 그를 바라보지 못했고, 두 꼬마가 몸을 녹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곧바로 욕실로 데려가 옷을 챙겨주었다.오랜 시간 추운 밖에 있었기 때문인지 유남준의 마음속 불도 겨우 꺼졌다....새해 첫날.박민정은 아침 일찍 일어나 두 아이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고 집 안을 꾸몄다.몇 년 전 해외에 머물렀을 때는 매번 크리스마스만 보냈는데 이제 드디어 설날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주방에 들어가기도 전에 셰프와 함께 있는 유남준을 발견했다.캐주얼한 옷차림에 앞치마를 두른 남자는 유난히 집안일에 능했다.유남준은 뒤에서 발소리가 들리자 손에 들고 있던 만두를 내려놓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민정아.”의문이 아닌 서술형이었다.유남준은 사람이 적을 땐 발소리만 들어도 누가 오는지 알 수 있었다.“네.”박민정은 여전히 어색한 기색이 역력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392화

    과거에는 크고 작은 명절이 되면 박민정은 유남준과 함께 유씨 가문 저택에 다녀와야 했다.새해 첫날은 당연히 가야 했지만 이번에는 가고 싶지 않았다.“전 바빠서 못 가요. 남준 씨가 가고 싶다고 하면 데려가세요.”박민정은 바로 전화를 끊었고 반대편에서 고영란은 끊어진 전화를 보며 분노했다.“버르장머리 없는 것. 남준이가 기억상실증만 아니었어도 어딜 감히 네까짓 게!”옆에 있던 비서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도련님 모시러 갈까요?”“가. 박민정은 오기 싫어도 남준이는 꼭 와야 해, 유씨 집안 장남이니까.”고영란도 사실 유남준이 오늘 행사에 나타나지 않기를 바랐다. 앞을 못 보는 데다 기억상실증까지 걸렸으니 체면을 구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하지만 유명훈은 콕 집어 유남준을 다시 만나고 싶다고 했다.유명훈은 오랫동안 업무에 개입하지 않았어도 회사에 심복이 꽤 많았기 때문에 유남우와 그녀가 감히 싸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그런데 도련님이 오기 싫다고 하면요?”비서가 다시 물었다.“그럼 묶어서라도 데려와. 앞을 못 보는 사람 하나 감당 못 해?”고영란은 화를 내며 말했고 비서는 즉시 입을 다물었다....신림현.박민정은 유남준에게 고영란이 전화해 오라고 한 것에 대해 말했다.“엄마, 아저씨 고아라고 하지 않았어요?”박윤우가 바로 묻자 박민정은 흠칫하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맞아, 아저씨는 버려졌어.”“아, 이제야 아저씨 엄마가 집에 오길 원하시는 거예요?”“그런 셈이지.”박민정은 유남준을 힐끗 쳐다봤고 이때 박윤우가 유남준에게 말했다.“아저씨, 그럼 엄마한테 돌아가지 그래요? 우리랑 엄마 뺏지 말고요.”아이는 가장 순수한 말로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바를 입 밖으로 꺼냈다.유남준은 화를 내지 않고 박윤우에게 말했다.“어린애들만 엄마를 찾는 거지.”박윤우는 곧바로 작은 입을 삐죽거리며 불쾌함에 반박하려 했지만 박민정은 두 사람이 또다시 말싸움을 벌이려는 것을 보고 서둘러 말렸다.“됐어, 윤우는 형이랑 옷 갈아입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393화

    올해 설날에는 유씨 가문에서 가족 잔치만 열었고, 유씨 가문의 1촌 친척 몇 명 외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택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유명훈은 상석에 앉아 증손자 유지훈을 위해 손수 과일 껍질을 벗기고 있었고, 그 애지중지하는 모습이 맨눈으로도 훤히 보였다.유지훈은 참석한 다른 사람들을 무시한 채 거만한 얼굴로 말했다.“증조할아버지, 저거 줘요.”유지훈은 한 중년 남성의 손에 들린 구슬 원반을 가리키며 달라고 했다.유명훈 형의 아들이었던 중년 남성은 유지훈이 자신의 원반 구슬을 갖고 싶어 하는 것을 보고는 다소 꺼리는 모습으로 감췄다.“지훈아, 이건 장난감이 아니야. 네가 좋아하면 사촌 할아버지가 내일 새로 한 상자를 보내줄게, 알았지?”이 원반 구슬은 그가 8년 동안 구슬린 것인데 어떻게 어린아이에게 주겠나.“아니, 아니, 저거 주세요, 할아버지...”이를 본 유명훈은 아이의 손을 두드리기 바빴다.“그래그래.”말하며 그가 눈치를 주자 중년 남성은 네 살짜리 아이에게 원반을 건네줄 수밖에 없었다.유지훈은 손에 쥐자마자 몇 번 만지지도 않고 바로 바닥에 떨어뜨렸고, 구슬은 깨져 여기저기 흩어졌다.“재미없어, 이게 뭐야.”중년 남자의 마음도 함께 산산조각 났다...그러나 차마 유씨 가문의 대를 이을 유일한 아이에게 화를 낼 수는 없었다.유명훈의 다른 자식들은 딸도 없었기 때문에 유지훈을 하늘처럼 받들어 모셨다.유지훈의 부모인 유성혁, 최현아는 더욱 뿌듯해했다.이때 멋지고 온화한 인상의 한 인물이 들어왔다.“할아버지.”유남준 삼촌과 똑같은 얼굴을 본 유지훈은 곧바로 바르게 앉았다.“그래, 앉아라.”유남우를 바라보는 유명훈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지난 몇 달 동안, 그는 자리에 모인 사람들을 제대로 속였다.유남우가 오고 뒤이어 다른 사람들도 속속 도착했지만 유남준이 보이지 않자 다소 짜증이 난 유명훈이 고영란에게 물었다.“남준이는 어딨어?”“오고 있어요.”유씨 가문 사람들은 오늘 유남준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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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62화

    최근에 윤소현은 정윤아한테서 받은 충격 때문에 매일 밥도 잘 못 먹고, 잠도 잘 자지 못했다.“할 말이 뭔데요?”“민정이한테만 말하고 싶으니까 먼저 데려오기나 해요.”윤소현은 혼자만 이런 곳에 갇힌 게 너무 억울했다.그러자 손연서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답했다.“말은 해볼 텐데 올지 안 올지는 모르겠네요.”말을 마친 뒤 곧바로 자리를 떴다.그리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박민정에게 알렸다.사실 박민정도 윤소현이 순순히 양육권을 포기할 사람이 아니란 걸 예상하고 있었다.“어쩔 수 없이 유남우 씨한테 가야겠네요.”박민정의 말에 손연서가 고개를 끄떡이면서 답했다.“알겠어요. 그런데 윤소현 씨가 지금 민정 씨한테 꼭 할 말이 있다던데요?”“무슨 할 말요?”“저도 물어봤는데 무조건 민정 씨한테만 말하겠대요.”수화기 너머에서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자 손연서가 다시 말을 이었다.“좋은 일로 오라는 건 아닌 것 같으니까 혹시나 오게 되면 조심하는 게 좋겠어요.”“네, 걱정하지 말아요.”손연서와의 전화 통화를 마친 뒤 박민정은 방금 들은 내용을 정수미에게 알려줬다.그러자 정수미도 이상하다는 듯이 되물었다.“왜 갑자기 널 보자고 하는 거지? 고소를 취소해달라고? 분명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같은데?”그러자 박민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저도 잘 모르겠는데 지금 갇힌 마당에 설마 저한테 해코지하겠어요?”“하긴, 그러면 엄마랑 같이 가자.”그러나 박민정은 단칼에 거절했다.“지금 몸도 안 좋은데 의사 말대로 엄마는 그냥 어디도 가지 말고 병원에만 있어요.”“그래도...”여전히 걱정하는 정수미를 보고 박민정이 활짝 웃으며 그녀를 안심시켰다.“정 걱정되면 제가 남준 씨를 데리고 갈게요, 됐죠?”박민정의 말에 정수미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그래. 그러면 남준이더러 같이 가자고 해. 그래야 내가 마음이 놓여.”“네, 내일 같이 가볼게요.”그러다가 정수미는 갑자기 무언가가 생각났는지 다시 박민정의 손을 꼭 잡았다.“민정아, 넌 이제 그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61화

    그러자 정수미는 다혜를 대신해서 너무 기뻐했다.“연서 씨가 입양해 주면 아이한테는 큰 복이지.”사실 유씨 가문에서도 다혜가 필요 없다고 하면 정수미가 데려오려 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는 오래 살지 못한다.하여 손연서가 먼저 입양하겠다고 나서니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저한테도 복인걸요.” 손연서는 마치 자기 친자식인 것처럼 애틋하게 다혜를 바라보았다.정수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그렇게 생각하면 다행이고요. 그런데 입양 절차는 어떤지, 어렵지는 않은지 걱정되네요.”윤소현이 만약 판결을 받게 되면 자동으로 양육권을 잃게 된다.하여 지금 상황에서는 유남우 쪽이 관건이다.어쨌든 지금 명목상으로는 유다혜의 친아빠이기도 했다.손연서가 진지한 얼굴로 답했다.“오늘 제가 윤소현 씨한테 찾아가서 물어보려고요. 만약 허락받으면 바로 유남우 씨한테도 가볼게요.” “그래요.”정수미가 고개를 끄덕였다.박민정은 지금 퇴원이 가능했기에 손연서를 보며 말했다.“어려운 일이 있으면 바로 말씀 주세요.”왠지 다혜를 입양하는 게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았다.“알겠어요.”손연서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유다혜를 보고 말을 이었다.“다혜야, 며칠만 병원에서 지내고 있어. 다 나으면 내가 꼭 우리 집으로 데려갈게.”순간 유다혜는 자신을 버리고 가는 줄 알고 안아달라고 양팔을 벌렸다.그 모습을 본 손연서는 단번에 그녀를 안아 올려 살살 달래주기 시작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최대한 빨리 입양 신청을 끝내고 너 데리러 올게. 그리고 나랑 영원히 같이 살자.”다혜는 울지도 보채지도 않고 그저 가만히 그녀의 품에 안겨있었다.아무리 어린아이라고 해도 누가 진심으로 자신을 대하는지 구분할 줄 안다.손연서는 다혜를 다시 병실로 데려다준 뒤 그길로 윤소현을 찾아갔다.그러나 그녀를 보자마자 놀랐던 게 예전의 그 한 마리의 백조처럼 아름답게 춤을 추던 윤소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지금은 온몸이 상처투성이로 변해있었다.이미 익히 윤소현의 만행을 들었기에 손연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60화

    한편, 손연서는 유다혜 병실로 오게 되었다.다혜는 현재 상황이 호전되어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그러나 그녀의 병실에는 오직 간호사뿐이었다.일찍 철이 든 유다혜는 아빠 엄마가 아무리 자신을 보러 오지 않아도 울거나 떼쓰지 않고 그저 침대에 가만히 누워 창밖에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길연서가 말했다.“다혜는 참 용감한 아이예요. 간호사가 와서 주사를 놔줘도 아프다고 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거든요.”손연서는 고개를 끄덕인 뒤 한 발짝 다가가 낮은 소리로 유다혜를 불러보았다.“다혜야.”손연서의 목소리에 유다혜의 몸이 살짝 반응하듯 꿈틀거리더니 천천히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는데 그녀의 커다란 눈망울을 보자마자 손연서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겨우 한 살밖에 안 된 아이의 눈빛이 너무 허망해 보였기 때문이다.순간 손연서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 다시 몇 발짝 유다혜에게 다가갔다.“다혜야, 이모랑 같이 살지 않을래?”알아듣지 못하는 걸 당연히 알고 있지만 손연서는 계속 말을 이었다.“이모가 우리 다혜 엄마가 되어줄게, 어때?”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길연서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살짝 놀랐다.아무리 유다혜의 병은 많이 호전되었다고 해도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고 또 친엄마라는 사람도 그다지 좋은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손연서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이의 눈빛이 반짝거리더니 알아들은 듯 아닌 듯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이때, 길연서가 다시 아이에게 물었다.“다혜야, 이 이모 어때? 이모랑 이제부터 같이 살까?” 사실 다혜 보러 올 때마다 참 불쌍하다고 생각했기에 아이가 고개를 끄덕여주길 간절히 바랐다.아주 가끔 유남우도 다혜 보러 왔지만 그는 단 한 번도 아이를 안아준 적이 없었고 계속 무뚝뚝한 얼굴로 보고만 있다가 가곤 했었다.이때, 유다혜는 손연서와 눈을 맞추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 모습에 손연서는 활짝 웃더니 아이를 조심스레 품에 안았다.“다혜야, 이제부터 너는 내 딸이야.”사막처럼 고요하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59화

    그러나 정수미는 길연서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런데 행복하지 않잖아. 엄마라는 사람은 지금 보살펴주지도 않지, 친아버지는 누구인지도 모르지.”“그렇네요...”길연서도 어느새 정수미 따라 한숨을 내쉬었다.그 어린아이는 지금 병실 침대에 혼자 외롭게 누워있는데 윤소현은 아이를 이용하고 싶을 때만 입 밖에 꺼냈다.정수미는 얼마 전, 윤소현이 동정표를 얻어 석방되기 위해 아이가 아픈 사실을 공개했다고 들었다.이때, 손연서가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더니 호기심에 물었다.“누구네 집 아이예요?”박민정이 유다혜의 일을 간단하게 말해주자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그러면 다혜는 유씨 가문의 아이가 아닌 건가요?”윤소현이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고 해도 유씨 가문에서는 아이를 계속 돌봐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러자 박민정이 고개를 저었다.“유남우 씨의 친딸이 아니랬어요.”박민정조차 아이의 친아버지가 누구인지 몰랐고 애초에 이런 일을 버린 사람이 유남우라는 사실은 더욱 알지 못했다.“아이만 불쌍하네요.”손연서는 안타까워하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대뜸 정수미에게 물었다.“정 대표님, 혹시 제가 그 아이를 만나볼 수 있을까요?”그러자 정수미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었다.“왜요?”손연서는 어쩔 수 없이 솔직하게 말했다.“제가 올해 서른이 되거든요. 솔직히 말하면 최근 들어 계속 딸아이 하나 입양하고 싶었습니다.”정수미는 그제야 그녀의 말뜻을 깨닫고는 재빨리 길연서에게 말했다.“길 비서, 지금 바로 다혜한테 데려다줘.”만약 손연서가 유다혜를 입양하게 되면 이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그러자 손연서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가보겠습니다.”마침 유다혜도 같은 병원에 입원해 있기에 만나보는 데 얼마 걸리지 않는다.“그래요.”그렇게 두 사람이 자리를 뜨자마자 정수미가 박민정에게 말했다.“네 친구 사람도 괜찮은 것 같은데 만약 다혜도 따라가겠다고 하면 애한테는 너무 잘된 일이야.”“그러게요.”박민정도 손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58화

    이튿날, 오준수는 아침 일찍 차현영을 깨워 그 장신구들을 달라고 했다.그러나 두 사람이 보석함을 열어보니 안은 이미 텅텅 비어 있었다.“다, 다 어디 갔지?”차현영은 순간 당황한 나머지 말까지 더듬었다.한껏 기대했던 오준수도 실망감에 그녀에게 되물었다.“엄마, 혹시 다른 곳에 보관해 두고 잊어버리신 거 아니에요?” “그럴 리 없어.”차현영은 다급하게 다른 곳도 뒤져보았지만 끝내 찾지 못했고 온 집안을 다 찾아보았지만 어디에도 없었다.문득 차현영이 고개를 돌리고 오준수에게 물었다.“천애는? 아직도 자고 있어?”그러자 오준수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몰라요. 저더러 편하게 자라고 어제는 성훈이랑 둘이 잤거든요.”순간 차현영은 뭐가 생각났는지 급히 이천애의 방으로 달려갔다.그러나 방안에는 오성훈만 곤히 자고 있을 뿐, 이천애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준수야, 천애가 내 보석을 갖고 도망갔어!”오준수도 달려와서 확인해 보더니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아닐 거야... 그럴 리가 없어...”그리고 곧바로 이천애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핸드폰은 꺼져있었다.“어떻게 이런 식으로 내 뒤통수를 쳐?”오준수는 여태껏 이천애가 자기 직업이나 모든 명예마저 버릴 만큼 자신만 바라볼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의 곁에 붙어 있었던 이유가 오직 돈 때문이었다.그리고 지금은 자기 친아들도 버리고 도망가 버렸다.차현영은 이 상황을 보고 그를 나무라지 않을 수 없었다.“네가 데려온 여자가 어떤지 똑똑히 봐. 그 애는 우리 집 돈만 보고 들어온 여자라고 내가 말했는데도 넌 믿지 않았잖아. 이제 어떡할래? 그건 내가 평생 모아온 재산이란 말이야!”오준수는 대답 대신 빠르게 경찰서에 도난신고부터 했다.그러나 이천애는 이미 멀리 도망간 상태라 한동안 찾아내기는 힘들어 보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은행 쪽 사람들은 또다시 차현영 집으로 찾아와 빚 독촉을 했고 불과 며칠 만에 오준수는 빈털터리가 되어버렸다.한편.손연서는 박민정과 정수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57화

    차현영은 겨우 달래주더니 다시 오준수에게 물었다.“어떻게 됐어? 서연이 는 아직도 용서해 줄 마음이 없대?”오준수는 오늘 일을 사실대로 말할 용기가 없어 그저 한숨을 쉬며 답했다.“나한테 돌아올 마음도 없고 이대로 계속 밀고 나갈 건가 봐요.”“엄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금방 갈게요.”“그래.”그러나 전화를 끊자마자 또다시 빚 독촉 전화에, 회사 직원이 갑자기 난동을 부린다는 보고에, 갑자기 단체로 사직서를 내겠다는 등등 별의별 일들로 전화가 몰려오기 시작했다.오준수는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여태껏 이런 위기는 맞아본 적도, 처리해 본 적도 없어 순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 손만 바들바들 떨고 있다가 갑자기 큰소리를 치면서 전화를 끊어버렸다.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이천애도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설마 이대로 오씨 가문이 망하는 건가?’‘그러면 그동안 열심히 일했던 사업들도 다 물거품이 된다는 소리잖아?’이천애는 오준수가 이렇게 쓸모없는 인간이란걸 진작에 눈치채지 못한 자신이 순간 너무 후회스러웠다.그렇게 차는 어느덧 오씨 가문 별장에 도착했다.그리고 멀리서부터 오준수는 자기 어머니가 사람들을 가로막고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우리 물건에 손대지 말라고요!”그러나 들은 체도 하지 않고 계속 물건을 나르는 사람들 때문에 오성훈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이건 다 제 물건이라고요! 당장 내려놔요!”오준수는 재빨리 차에서 내린 뒤 그들한테 달려갔다.“무슨 짓이에요? 왜 갑자기 통보도 없이 압류에 들어간다는 거죠?”“오준수 씨 맞습니까?”맨 앞에 서 있던 사람이 그에게 걸어오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은행에 갚아야 할 돈이 지금 두 달이나 연체되어 은행에서 강제 집행 신청을 했습니다.”“하여 이 집도 경매로 넘어갈 겁니다.”오준수는 그제야 얼마 전 회사 계좌가 적자가 나는 바람에 급하게 은행에서 큰돈을 빌렸던 일이 떠올랐다.하여 이번 지엔 그룹과의 계약이 잘 이루어지면 그 빚은 금방 갚을 수 있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56화

    그러자 오준수가 빠르게 해명했다.“연서야, 이런 헛소리는 그냥 무시해. 나 이번에 진짜 많이 반성했고 내가 진심으로 사랑한 여자는 너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어.”“퉤! 어제까지만 해도 나한테 연서 씨 험담을 했었으면서.”이천애의 말이 끝나자마자 두 사람은 또다시 욕설을 주고받으며 싸우기 시작했다.손연서는 그저 옆에서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가 두 사람이 싸우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박민정에게 보내줬다.“민정 씨, 제가 재밌는 거 보여줄게요.”박민정은 영상 속 두 사람이 서로 욕설을 퍼부으며 싸우는 모습이 너무 웃겨 정수미에게도 보여줬다.그러자 정수미도 깔깔거리며 웃었다.“쌤통이다.”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손연서는 이제 좀 지루해진 것 같아 두 사람에게 말했다.“준수 씨, 그만해. 그리고 내 앞에서 이렇게 서로 헐뜯을 필요 없어. 솔직하게 말하면 난 내가 결정한 일은 계속 밀고 나갈 생각이고 재혼도 안 할거야.”오준수의 얼굴은 이미 이천애의 손톱에 긁힌 자국으로 가득했고 이천애의 얼굴과 머리도 엉망진창이었다.두 사람은 손연서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그제야 손연서에게 놀아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이때 이천애가 한껏 코웃음을 치며 오준수에게 말했다.“오빠, 들었어? 연서 씨는 그저 오빠를 갖고 놀았을 뿐이지 재혼할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다는데?”오준수는 순간 끓어오르는 화를 더는 참지 못하고 단번에 손연서 쪽으로 달려갔다.“손연서, 내가 오냐오냐해주니까 만만해 보여?”애석하게도 손연서는 미리 이런 상황이 벌어질 줄 알고 경호원을 문밖에 배치해 뒀는데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들은 빠르게 달려와 오준수와 이천애를 단번에 제압했다.“뭐 하는 짓이야, 이거 안 놔?”허구한 날 매일 술만 마셨던 사람이라 경호원의 힘을 감당해 내기는 여간 쉽지 않았다.그리고 이천애는 더 말할 나위 없이 손쉽게 끌려갔다.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손연서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가 이상하게 기분이 점점 씁쓸해졌다.한때는 자기 전남편이자 자신이 사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55화

    오준수는 말을 마치자마자 이천애에게 눈치를 줬다.“빨리 연서에게 사과하고 우리 두 사람은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설명해.”이천애는 내키지 않았지만 오씨 가문과 자기 아들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었다.“연서 씨, 정말 미안해요. 일부러 나쁜 마음을 먹고 연서 씨한테 그랬던 건 아니었어요. 그리고 지금은 오빠랑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두 분 다시 재혼해 주시면 안 될까요? 오빠 마음속에는 여전히 연서 씨뿐이에요.”손연서는 이천애의 말을 듣자마자 하마터면 입안의 물을 뿜어낼뻔했다.‘내가 저딴 말을 믿을 만큼 바보로 보이나?’“아, 괜찮습니다. 그러면 그쪽 아들은 어떻게 되는 거죠?”손연서는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두 사람을 제대로 골탕 먹여야겠다고 생각했다.이때, 이천애의 얼굴이 삽시에 어두워졌다.“다 지나간 일이잖아요.” 그러자 오준수도 빠르게 답했다.“맞아, 다 지나간 일이야. 그리고 너도 성훈이를 엄청 예뻐했잖아. 이제부터 네가 성훈이 엄마로 되는데 내가 나중에 꼭 너한테 효도하라고 할게.”효도라...사실 손연서도 오성훈이 여태껏 키워준 정을 봐서 그녀에게 고마워할 줄 알았다.그러나 고마워하기는커녕, 자기 친엄마 편만 들고 음식에 약까지 타서 먹인 바람에 손연서는 평생 아이를 낳지 못하게 되었다.저런 아들이라면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것이다.“미안한데 난 다른 사람의 자식까지 키워줄 만큼 마음이 너그럽지 못해. 그리고 그 두 사람 때문에 내가 지금 아이를 못 낳고 있잖아?”손연서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오준수를 바라보며 말했다.“나랑 재혼하고 싶다고? 좋아, 그전에 저 두 모자를 집에서 내보내.”순간 이천애의 얼굴이 삽시에 어두워졌다.“연서 씨, 너무한 거 아니에요? 제가 오늘 이렇게 직접 와서 사과도 했잖아요. 그리고 성훈이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인데 애가 무슨 죄가 있겠어요?”손연서는 뻔뻔스러운 그녀의 말에 순간 참지 못하고 코웃음이 터져 나왔다.“방금 사과했었어요? 몰랐네요.”그리고 다시 오준수를 바라보았다.“준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54화

    그렇게 밤을 꼬박 새웠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오준수의 엄마, 차현영이 그의 집에 들어서자마자 울먹거리며 물었다.“준수야, 대체 회사에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왜 업체들이 갑자기 우리더러 돈을 내놓으라고 하는 건데?”오준수는 하룻밤 사이 얼굴에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상태로 겨우 말을 내뱉었다.“엄마, 우리 이제 끝난 것 같아요.”두 사람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된 이천애도 마음이 점점 조급해지기 시작했다.아무리 눈치 없다고 해도 오씨 집안이 진짜 큰일 났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차현영이 아침 댓바람부터 이렇게 찾아와 울부짖지도 않았을 것이다.집에는 오직 오성훈만 아무 걱정도 없이 쿨쿨 자고 있었다.차현영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어떻게 된 건지 빨리 말해. 누구한테 무슨 잘못을 저지른 거야?”오준수는 어쩔 수 없이 모든 일에 대해 차현영에게 말해줬다.그러자 그녀는 대뜸 오준수를 꾸짖기 시작했다.“이 멍청한 놈, 그때 그렇게 이혼하지 말라고 뜯어말렸는데도 내 말은 귓등으로 흘려보내더니. 손씨 가문 딸이면 우리 가문에도 얼마나 득이 되고 좋아? 하필이면 아무 쓸모도 없는 모델을 데려와서는.”“이천애는 그냥 우리 집안이랑 안 맞는 여자야. 들어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회사에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터지는 것 좀 봐, 이제 어떡하면 좋지?”“지금 당장 연서한테 가서 진심으로 잘못했다고 사과해!”말을 마치자마자 고개를 돌려보니 이천애가 구석에서 몰래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여우 같은 계집애, 우리 집에서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당장 꺼지지 못해?”이천애는 오랜만에 집에 온 거라 이대로 순순히 돌아가기 싫었다.“어머님, 아무리 그래도 제가 성훈이 친엄마인데 아이 앞에서 굳이 이런 식으로 저를 대해야겠어요?”“그나마 성훈이가 있어서 다행이지 아니면 진작에 널 밖으로 끌어냈어.”그러다가 차현영은 갑자기 뭔가가 생각났는지 다시 오준수의 손을 잡고 말했다.“이따 사과하러 갈 때 천애도 같이 데려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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