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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1화

딩동-

집 안의 유럽식 진자시계에서 소리가 났다.

은정숙은 고개를 돌려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더니 중얼거렸다.

“벌써 12시야, 이제 좀 쉬어야겠다.”

“네.”

박민정은 약간 불룩 튀어나온 배에 손을 얹은 채 돌아서는 노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복잡한 표정으로 조금 전 그녀의 말을 떠올렸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은정숙은 유남준에게 유난히 짜증을 냈는데, 왜 이제 와서 이렇게 빨리 변했나 싶었다.

게다가 유남준과 만나도 된다고?

박민정은 다시 한번 저 멀리 유남준과 아이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그녀는 예전과 같은 길을 걸을 수 없었다.

길가에 쌓인 나뭇가지와 쌓인 눈을 치운 유남준은 두 아이를 방으로 데려갔고, 박민정은 곧바로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벽난로에 불을 붙이러 갔다.

“이따가 따뜻한 물로 목욕하고 자자.”

두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은 유남준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을 뿐 춥지는 않았다.

반대로 유남준은 늘씬한 손이 얼어서 빨개졌지만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유남준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들을 모두 해냈어야 했다.

박민정은 오늘 밤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며 차마 그를 바라보지 못했고, 두 꼬마가 몸을 녹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곧바로 욕실로 데려가 옷을 챙겨주었다.

오랜 시간 추운 밖에 있었기 때문인지 유남준의 마음속 불도 겨우 꺼졌다.

...

새해 첫날.

박민정은 아침 일찍 일어나 두 아이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고 집 안을 꾸몄다.

몇 년 전 해외에 머물렀을 때는 매번 크리스마스만 보냈는데 이제 드디어 설날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주방에 들어가기도 전에 셰프와 함께 있는 유남준을 발견했다.

캐주얼한 옷차림에 앞치마를 두른 남자는 유난히 집안일에 능했다.

유남준은 뒤에서 발소리가 들리자 손에 들고 있던 만두를 내려놓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민정아.”

의문이 아닌 서술형이었다.

유남준은 사람이 적을 땐 발소리만 들어도 누가 오는지 알 수 있었다.

“네.”

박민정은 여전히 어색한 기색이 역력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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