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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화

박민정은 유남준이 줄곧 참아왔다는 사실을 몰랐다.

눈앞이 보이지 않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죽기를 바랐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는 아직 자존심을 부릴 때가 아니었다.

“고마워요.”

박민정은 자리에 앉아 그에게도 과자 한 조각을 건넸다.

“당신도 먹어요.”

두 사람이 함께 디저트를 먹는 장면이 유남우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따뜻한 눈빛이 갑자기 조금 차가워졌다.

비서 홍주영이 왔을 때 그도 한눈에 박민정과 유남준이 구석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두 사람은 모욕을 당하고도 전혀 개의치 않고 둘만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홍주영은 박민정을 가만히 바라보며 그녀가 무척 아름답고 행동 하나하나에 부드러움과 당당함이 엿보이는 걸 발견했다. 특히 맑은 샘물이 가득 찬 듯한 눈빛을 보면 유남준이 이혼을 원하지 않는 게 이해가 되었다.

한편 유명훈의 서재에서는 고영란이 질책을 받았다.

고영란이 모두를 속이고 유남우에게 유남준을 사칭하라고 시킨 것 때문이었다.

고영란은 욕을 먹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집사가 와서 시간이 되었다고 전해서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지팡이를 짚고 나간 유명훈은 박민정도 온 것을 보고는 아무 말 없이 밥부터 먹고 조상님께 차례를 지내자고 했다.

그때 고영란은 도우미로부터 예찬이 왔다는 말을 들었다.

“이제 추우니까 애 좀 쉬게 하고 맛있는 거 준비해 줘.”

도우미는 고개를 끄덕였고 박윤우는 도우미의 손에 이끌려 방으로 돌아와 호화로운 집안을 둘러보았다.

“할머니는 어디 계세요?”

“사모님께서는 오늘 너무 바쁘시니 일단 방에서 푹 쉬고 일 끝나면 보러 오시겠다고 하셨어. 오늘 밤은 여기서 지내.”

“고맙습니다.”

박윤우가 얌전한 얼굴로 대답했다.

“참 예의 바르네.”

도우미는 귀엽고 어른스러운 박윤우를 보고 순식간에 마음이 녹아버렸다.

박민정은 막내아들이 몰래 택시를 타고 이곳까지 온 사실을 모른 채 유남준과 함께 식사한 뒤 조상님께 참배를 하고 돌아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저녁 식사가 끝나고 유명훈은 갑자기 두 사람을 불러세웠다.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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