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우는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듯한 소리를 듣고 때마침 뒤돌아보니 유지훈이 보였다.그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앞에 있는 꼬마는 누굴까?’그러자 유지훈이 그에게 다가갔다.“예찬아, 너 왜 그래? 왜 날 무시하는 거야?”형을 아는구나.박윤우는 짜증스럽게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인데?”진지한 박예찬과는 너무 다른 앳된 목소리에 유지훈은 당황했다.“예찬아, 너 왜 갑자기 여성스러워졌어?”“...”박윤우는 얼굴이 새까맣게 상기되어 있었다.‘여성스럽긴 누가. 넌 온 가족이 다 여성스럽냐?’“근데 그렇게 말하니까 나름 귀엽네.”유지훈은 활짝 웃었다.“나랑 놀러 온 거 맞지? 유씨 가문에는 내가 모르는 곳이 없으니 나랑 같이 가자.”박윤우는 그 말을 듣고 조금 이상했다.“모르는 곳이 없다니 무슨 말이야?”“나 유지훈이야. 유씨 가문 직계 유일한 손자, 잊었어?”유지훈은 뿌듯한 얼굴이었다.유지훈...박윤우는 그 이름을 곰곰이 생각하다가 금방 기억해 냈다.형이 쓰레기 아빠 형한테 아들이 있다고 하면서 지 뭐라고 불렸던 것 같은데...‘얘가 걔구나.’박윤우는 눈앞에 있는 앳된 아이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생긴 건 봐줄 만했으나 애가 어딘가 멍청해 보였다.“아, 생각나네.”박윤우는 곧장 그를 지나쳤다.“별일 없으면 나 귀찮게 하지 마”유지훈은 실망한 얼굴로 멀어지는 꼬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예찬이가 왜 갑자기 나를 무시하는 걸까?내가 잘못한 게 있나?유지훈은 굴하지 않고 그의 뒤를 쫓았다.“예찬아, 내가 우리 아빠가 새로 사준 드론 줄 테니까 그거 갖고 놀래?”“싫어.”박윤우는 눈앞에 있는 유지훈이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고 생각했다.‘난 계속 유씨 가문에 대해 알아야 해.’“그만 따라와. 안 그러면 때릴 거야.”박윤우가 협박하자 유지훈은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리며 곧바로 걸음을 멈추고 박윤우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 돌아가 엄마 최현아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박윤
차에 오른 후 박윤우는 고개를 숙인 채 감히 말을 하지 못했다.박민정은 오늘처럼 화가 나고 걱정했던 적이 없었기에 박윤우에게 묻지 않고 아이가 먼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차에 있던 유남준도 서다희에게 더 이상 찾지 말라고 전했다.집에 돌아온 후 유남준이 출근하고 박윤우는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엄마, 미안해요. 엄마랑 아저씨가 너무 보고 싶어서 찾아갔어요.”아이는 귀여운 표정으로 사과를 했다. 예전에는 이렇게 사과하면 엄마가 다정하게 용서해 줬지만 이번에는 박민정이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박윤우는 잠시 당황한 나머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위층으로 올라가 가정부 할머니에게 부탁하려던 찰나, 두 발짝도 떼기 전에 박민정이 말했다.“거기 서.”박윤우는 얌전히 자리에 섰다.“엄마, 정말 잘못했어요.”“정말 엄마랑 아저씨가 보고 싶어서 온 거야?”박민정이 갑자기 이렇게 묻자 박윤우의 예쁜 눈동자가 움츠러들었다.“엄마, 내가 잘못했어요, 미안해요.”박민정은 창백한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도 표정이 풀리지 않았다.“또다시 마음대로 집 나가면 엄마 이제 너 상관 안 해.”박민정이 이렇게 말하자 그제야 박윤우는 엄마가 진심으로 화가 났다는 것을 감지하고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다신 안 그럴게요, 약속해요.”혼자 병원에서 치료받고 약을 먹었던 아이는 정말로 혼자 있고 싶지 않았다.“엄마, 나 오늘 병원 가죠?”박윤우가 낮게 말하자 병원이라는 말만 들어도 박민정은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윤우야, 조금만 더 기다리면 곧 수술할 수 있을 거야.”“네, 알겠어요.”박윤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박민정을 안았다.다행히 엄마는 여전히 나를 아끼고 포기하지 않았다.오후가 되자 박민정은 윤우를 다시 병원으로 보냈다.의사가 몸 상태를 확인한 후, 박민정은 아저씨가 보고 싶다는 윤우의 말을 떠올리며 이렇게 물었다.“윤우야, 아저씨 좋아?”박윤우는 목이 메었다.어떻게 쓰레기 아빠를 좋아할 수 있겠나.하지만 엄마는 분명 그 질문에
한수민은 박민정과는 달리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딸 덕분에 안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옆에 있던 박민호가 차가운 눈빛으로 흘겨보았고 윤소현이 나가자마자 그는 한수민에게 말했다.“엄마, 쟤가 유남우랑 결혼하면 난 그래도 유씨 가문의 매제가 될 거야. 회사 하나 차리고 싶은데, 혹시...”박민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수민이 가로챘다.“윤씨 집안의 도련님 노릇이나 잘해. 하루 종일 돈 쓸 생각만 하지 말고.”박민호는 그 말에 버럭 화를 냈다.“내가 박민정한테 사실대로 말하면 우리가 다 무사할 것 같아?”“그러기만 해!”한수민도 화를 내며 물컵을 세게 내려놓았고 박민호는 기운이 다 빠져서 밖으로 나가려고 일어났다.밖에 나가면 제호에서 술 마시는 것 말고는 갈 곳이 없었다.“여기서 제일 예쁜 애로.”그는 도착하자마자 많은 관심을 끌었고 그중에는 이곳 단골손님인 김인우도 있었다.김인우는 곧바로 사람을 시켜 박민호를 지켜보게 한 뒤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남준아.”유남준과 연락을 주고받은 건 불과 며칠 전이었다.유남준이 정말 기억을 잃었는지 몰랐던 그가 처음에 다가갔을 때 유남준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그리고 며칠 만에 연락을 해서는 조금 기억난다고 했다.“무슨 일이야?”일을 하고 있던 유남준은 김인우의 연락에 이렇게 물었다.“제호에서 박민호를 봤는데 돈이 많은가 봐. 바로 여길 대관하던데?”김인우는 이 망나니를 기억하고 있었다.한때 진주 최고의 부자였던 박씨 가문을 망쳐놓고 어떻게 지금 또 돈을 흥청망청 쓰는 건지.키보드를 두드리던 유남준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신경 쓰지 마.”지난번 박민호에게 박민정을 찾아오지 말라고 경고했던 그는 다른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아, 그래.”김인우는 다소 실망스러운 기색이었다.“참 남준아, 뉴스 봤어. 너 정말 유남우한테 다 줬어?”“일단은.”김인우는 안도했다. 그는 앞을 보지 못하는 유남준이 남에게 괴롭힘당하는 줄 알았다.“그래서 민정 씨는 지금 어떻게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유남준이 말했다.“거긴 좀 허름해서 임신한 몸으로 가기엔 불편할 거야.”“괜찮아요, 멀리서 지켜보면 돼요.”박민정이 이렇게 대답하자 유남준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서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그래.”그렇게 말한 후 그는 옷을 갈아입으러 방으로 돌아갔다.방에 도착하자마자 서다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늘 밤 자선 회사 하나 준비해. 대표와 직원들까지 전부 준비해야 해.”약혼녀를 위해 직접 음식을 준비하던 서다희는 그의 명령에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대표님, 사모님께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어떨까요? 여자들은 다 돈 좋아하잖아요.”“시키는 대로 해.”유남준은 그와 쓸데없는 말을 섞지 않았다.박민정이 아직 그에게 돈이 많다는 사실을 안다면 당장 이혼하려고 들 게 뻔했다.그는 박민정이 어떤 여자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고 그녀의 가장 큰 결점은 여린 마음이었다.서다희는 어쩔 수 없이 약혼녀를 남겨둔 채 준비를 하러 떠날 수밖에 없었다.마음이 여린 건 박민정뿐만 아니라 은정숙도 마찬가지였다.은정숙 역시 자신의 신분이 동생으로 바뀌고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유남준을 불쌍히 여겼다.그녀의 간병인과 집안의 요리사까지 전부 그가 데려온 사람들이라 먹고 싶은 건 뭐든 만들어 주었고 주변 이웃들도 유남준에 대해 좋은 말을 하기 시작했다.그가 도로를 보수하는 일을 돕고 집에 수돗물이 안 나오는 걸 전화 한 통으로 수리를 해줬다고 한다.“은정숙 씨, 좋은 사윗감을 찾았어. 인물도 좋은데 능력까지 있네.”“그래, 앞을 못 보는 것만 빼면 매일 옷도 잘 차려입고 깔끔하잖아. 어떤 시각 장애인이 저 사람만큼 하겠어.”최근 몸이 좋아진 은정숙은 사람들의 대화를 들으며 서서히 유남준을 인정하기 시작했다.“변하지 않고 계속 민정이에게 잘해주기만 하면 좋을 텐데.”박민정이 가끔 집에서 곡을 쓰고 있을 때면 은정숙과 이웃 주민들이 유남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그래도 그녀는 쉽게 마음을 놓지 않았다.다음 날 아
유남준의 사무실은 크지 않지만 벽에는 아이를 찾는 것부터 청각장애 아동 후원까지 다양한 소식들로 가득했다.박민정이 들어가 주변을 둘러보니 시각장애인 전용 컴퓨터와 휴대폰도 있자 마음속에 있던 의구심은 잠시 사라졌다.“그럼 일 해요. 난 방해 안 할게요.”“그래, 배웅해 줄게.”유남준은 자신을 믿는 그녀를 보며 가슴에 있던 돌덩이를 마침내 내려놓았다.“됐어요. 그냥 일 해요.”박민정은 혼자 그 자리를 떠났고 돌아오는 길에 조하랑에게 전화를 걸었다.“하랑아, 나 유남준 씨 회사 갔어. 진짜 자선 기업이었어.”전에도 조하랑과 사적으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이제 그 정도가 된 거야?”조하랑은 일하면서 물었다.“사실 지금 하는 일 난 좋은 것 같아. 남을 도우면서 평범한 하루하루를 사니까.”박민정은 늘 평화로운 삶을 살고 싶었다.“민정아, 너 그 사람한테 마음 약해져서 용서하고 다시 시작하고 싶은 건 아니지? 지금은 앞을 못 보지만 언젠가 기억을 되찾고 눈이 좋아져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어떡해?”박민정은 잠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세상에서 제일 변덕스러운 존재가 사람이라 누구도 한결같다고 보장할 수 없었다.“하지만 지금 당장 이혼할 수도 없으니까 차근차근 한 걸음씩 나아가야지.”“그래도 네 개인 재산은 꼭 지켜. 그 사람한테 속아 넘어가지 말고.”조하랑이 당부했다.이 말을 들은 박민정은 문득 집안의 요리사와 간병인 모두 유남준의 돈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빚이 그렇게 많은데 간병인과 요리사를 고용할 돈은 어디서 구한 걸까?집으로 돌아온 박민정은 간병인과 요리사의 월급에 대해 물었고 같은 대답을 듣게 되었다.간병인은 한 달에 120만 원, 요리사는 하루에 세 끼만 만들면 되니 60만 원을 받았다.박민정은 앞으로 자신이 월급을 주겠다며 계좌 번호를 달라고 했고, 박민정이 나가자마자 그들은 곧바로 서다희에게 조용히 전화를 걸었다.다행히 유남준은 이미 월급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박민정에게 가장
박민정은 그 말에 미간을 찌푸렸고 박민호는 여전히 쉬지 않고 말을 하고 있었다.“내가 그동안 얼마나 모욕을 당했는지 몰라. 예전엔 내가 괴롭혔는데! 누나, 나 좀 도와줘, 유남우를 만나면 우리를 도와줄 거야.”박민정이 그의 말을 듣기 싫어서 전화를 끊으려던 찰나, 박민호가 갑자기 이런 말을 꺼냈다.“내가 엄마한테 속지만 않았어도 우리 박씨 가문은 무너지지 않았을 거야.”“무슨 말이야?”박민정이 곧바로 물었지만 박민호는 이미 술에 취해 길바닥에 주저앉은 상태였다.전화를 건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윤석후가 그의 카드를 동결한 탓에 결제할 돈이 없어 제호 클럽에서 쫓겨났고 무자비한 폭행까지 당했다.“그렇게 큰 가문이 어떻게 3년 만에 무너졌겠어? 엄마가 나보고 애인인 윤석후에게 돈을 다 송금하라고 해서 그래! 이제 윤씨 집안은 돈도 있고 힘도 있으니까 나를 무시하고 감히 내 카드까지 정지시켜서 맞아 죽게 만들었어. 김인우가 구해주지 않았으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고.”박민호는 아까 있었던 일을 전부 털어놓았다.박민정은 묵묵히 듣고 있다가 그제야 자신이 순진했다는 걸 깨달았다.그녀는 한수민이 윤씨 집안에 시집간 건 해외로 간 후 윤 대표를 만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그 말은 한 여사님이 아버지가 돌아가신 직후 곧바로 다른 남자와 연락했다는 뜻이야?”박민호는 그제야 조금 정신을 차리고 말을 더듬었다.“나, 나는 모르겠어. 아무튼 유남우를 만나서 나 좀 도와줘. 난 누나 친동생이고 그래도 혈육이잖아. 내가 재기하면 누나도 박씨 가문 아가씨가 되는 거야.”박민호가 말을 마치기 바쁘게 전화는 끊겼고 박민정은 휴대전화를 꽉 움켜쥐고 가만히 서서 등줄기에 오싹한 한기만 느꼈다.과거 한수민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도 적어도 아버지는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전혀 아니었다.그녀는 휴대폰을 들고 정민기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민기 씨, 부하들에게 부탁해서 한수민의 과거를 조사하도록 도와주면 안 될까요? 특히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몇
박민호는 박민정을 그토록 싫어하던 김인우가 왜 갑자기 박민정 편을 드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당황했지만 그는 빠르게 반응하며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제 누나니까 이제부터는 존중할게요.”그제야 김인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물었다.“조금 전에 유남우만 만나면 유남우가 널 도와줄 거라고 말했나?”김인우가 무서웠던 박민호는 김인우에게 전날 유남우를 만나러 갔을 때 유남우가 했던 말을 그대로 전했고 김인우는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조용히 듣기만 했다.“유남우가 박민정을 알아?”“서로 아는 사이인 것 같던데,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겠어요?”박민호도 잘 몰랐다.과거 박씨 가문과 유씨 가문은 왕래가 잦았고 박민호는 박민정이 방에서 유남준에게 몰래 연애편지를 썼다가 자신이 발견하고 찢어버린 적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다.김인우는 괜히 알아서는 안 되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그가 다른 말을 하려고 할 때 근처에서 한 남자가 다가왔다.“인우야, 여기서 뭐 해?”그때 찾아온 사람은 다름 아닌 방성원이었고 그를 본 김인우가 박민호에게 말했다.“오늘 일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안 그러면 혀를 뽑아버릴 거야! 꺼져!”박민호는 바닥을 구르며 도망쳤고 깔끔한 정장 차림의 방성원이 김인우의 곁에 도착했다.“넌 요즘 왜 수호에 안 가고 제호로 오는 거야?”수호와 제호는 모두 방성원이 운영하는 진주 클럽이었다.“어쩌다 왔어. 성원아, 이 시간에 마누라 곁에 있지 않고 일하러 나왔어?”김인우는 방성원이 박민호에 대해 물어볼까 봐 말을 돌렸다.그와 방성원, 유남준 세 사람은 꽤 친한 사이였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그는 줄곧 방성원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었고 왠지 모르게 속내를 감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가족들 사이 일은 그가 모르는 게 나을 것 같았다.“지금 가려고. 아내가 임신한 지 얼마 안 돼서 성격이 안 좋아.”방성원은 느긋하게 말하며 도망가는 박민호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바라보고 차에 탔다.차
“서다희한테 알아보라고 할게.”유남준은 말하자 박민정은 고개를 저었다.“이제 당신은 서다희 씨 상사도 아니니까 계속 귀찮게 하지 마세요. 이미 정민기 씨한테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어요. 지석이 말로는 민기 씨가 요원으로 일한 적이 있어서 이런 건 잘 조사한다고 하더라고요.”또 정민기다…유남준은 이 잘생기고 능력 있는 보디가드를 잊을 뻔했다.“민기 씨도 못 찾으면 지석이한테 부탁하면 돼요.”계속해서 말을 이어가던 박민정은 옆에 있는 누군가가 질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연지석을 언급하자 박민정은 문득 한동안 연락이 없는 그가 다소 궁금했다.유남준은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왜 나한테 부탁하지 않는 거야?”당황한 박민정은 고개를 돌려 남자의 차가운 얼굴을 바라보았다.“당신은 눈도 안 보이고 기억도 잃었잖아요?”유남준은 스스로 구멍을 판 것을 다소 후회했다.그는 가만히 서서 박민정에게 몸을 숙였다.“하지만 네가 이러면 난 질투 나.”뜨거운 입김이 얼굴에 닿았고, 박민정은 당황한 듯 시선을 피했다.“무슨 소리예요. 우린 그냥 친구일 뿐이에요.”그 말에 유남준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올라갔고 낮은 중저음 목소리가 들렸다.“그럼 나는? 우리 무슨 사이야?”박민정이 대답하기도 전에 유남준의 손이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우린 부부야. 내가 널 도울 수 있게 모든 걸 말해줘.”두 사람은 박민정이 남자의 얼굴을 선명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유남준이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그가 정말 잘생겼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한숨을 내뱉는 그녀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여러 번 말했지만 지금은 당신과 잠시 함께 있을 뿐이고, 당신이 기억을 되찾으면 이혼할 거예요.”그렇게 말한 박민정은 곧바로 손을 빼고 재빨리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오늘 하랑이 예찬이를 데려갔다. 아빠가 또 다른 소개팅을 주선했다고 아이를 데려가 망칠 생각이란다.박민정이 가자마자 유남준은 서다희에게 사람을 보내 한수민에 대한 모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