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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화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유남준이 말했다.

“거긴 좀 허름해서 임신한 몸으로 가기엔 불편할 거야.”

“괜찮아요, 멀리서 지켜보면 돼요.”

박민정이 이렇게 대답하자 유남준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서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그렇게 말한 후 그는 옷을 갈아입으러 방으로 돌아갔다.

방에 도착하자마자 서다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밤 자선 회사 하나 준비해. 대표와 직원들까지 전부 준비해야 해.”

약혼녀를 위해 직접 음식을 준비하던 서다희는 그의 명령에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대표님, 사모님께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어떨까요? 여자들은 다 돈 좋아하잖아요.”

“시키는 대로 해.”

유남준은 그와 쓸데없는 말을 섞지 않았다.

박민정이 아직 그에게 돈이 많다는 사실을 안다면 당장 이혼하려고 들 게 뻔했다.

그는 박민정이 어떤 여자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고 그녀의 가장 큰 결점은 여린 마음이었다.

서다희는 어쩔 수 없이 약혼녀를 남겨둔 채 준비를 하러 떠날 수밖에 없었다.

마음이 여린 건 박민정뿐만 아니라 은정숙도 마찬가지였다.

은정숙 역시 자신의 신분이 동생으로 바뀌고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유남준을 불쌍히 여겼다.

그녀의 간병인과 집안의 요리사까지 전부 그가 데려온 사람들이라 먹고 싶은 건 뭐든 만들어 주었고 주변 이웃들도 유남준에 대해 좋은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가 도로를 보수하는 일을 돕고 집에 수돗물이 안 나오는 걸 전화 한 통으로 수리를 해줬다고 한다.

“은정숙 씨, 좋은 사윗감을 찾았어. 인물도 좋은데 능력까지 있네.”

“그래, 앞을 못 보는 것만 빼면 매일 옷도 잘 차려입고 깔끔하잖아. 어떤 시각 장애인이 저 사람만큼 하겠어.”

최근 몸이 좋아진 은정숙은 사람들의 대화를 들으며 서서히 유남준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변하지 않고 계속 민정이에게 잘해주기만 하면 좋을 텐데.”

박민정이 가끔 집에서 곡을 쓰고 있을 때면 은정숙과 이웃 주민들이 유남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그래도 그녀는 쉽게 마음을 놓지 않았다.

다음 날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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