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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엔 못 놔줘의 모든 챕터: 챕터 201 - 챕터 210

1186 챕터

제201화

유남준은 불쾌한 감정을 꾹 내리누르며 박민정의 얼굴을 잡고 그대로 키스를 퍼부었다.박민정은 그제야 유남준이 아까 손을 다쳐서 피가 계속 흐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마음 아파하지 않았다. 오히려 힘껏 유남준을 밀어냈다.“내가 아까 했던 말은 잊었어요? 당신과의 약속은 더 이상 지키지 않을 거예요.”유남준의 입술이 그녀의 얼굴에 닿았다. 박민정의 말을 들으면서, 그의 호흡은 더욱 거칠어졌다.“이지원한테 빚진 건 갚아야 해.”유남준이 해명했다.‘빚이라...’박민정은 목에 무언가가 걸린 것 같았다. “그럼 나한테는 빚진 게 없어요?”이지원은 유남준 어머니를 살렸다.그리고 박민정은 유남준을 살렸다. 하지만 유남준은 왜 이리도 뻔뻔한 걸까?유남준은 박민정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박민정이 얘기하는 ‘빚’이 3년의 결혼 생활 동안 그녀를 무시한 일이라고 생각했다.“앞으로 너와 잘 살겠다고 약속할게.”다른 사람 앞에서 뜻을 굽히는 것은 처음이었다.만약 이 얘기를 5년 전에 들었더라면 박민정은 매우 기뻐했을 것이다. 하지만 박민정은 이제 더 이상 유남준을 믿지 않았다.“힘들어요. 쉴래요.”유남준은 바로 박민정을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그날 밤.박민정은 벗어나지 못하고 유남준 품에 안겨있었다.유남준은 전혀 잠이 오지 않았다. 눈만 감으면 오늘 저녁에 본 빈방이 떠올랐다.손의 상처는 여전히 아릿했다.얼마나 지났을까. 박민정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이지원 씨가 남준 씨 어머니를 구한 일을 물어볼 수 있어요?”박민정은 이 일에 대해 전혀 몰랐다.유남준은 고영란과 김인우가 죽을 뻔한 일을 얘기해 주었다. 같은 차를 타고 회사로 가다가 교통사고가 났고, 후에 이지원이 그들을 구해주었다는 얘기를 다 털어놓았다.그 얘기를 들은 박민정은 놀란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그녀는 그제야 김인우가 왜 이지원한테 잘 해주는 것인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왜 유남준이 이지원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려고 하는지도 알게 되었다.그리고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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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화

유남준의 개인 계좌가 해킹당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서다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기에 새벽에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었다.“누가 한 일인지는 조사해 냈어?”유남준은 잠깐 놀랐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물었다.“아직입니다.”서다희는 흠칫하더니 또 얘기했다.“이번 사건이 갑작스럽기도 했고 또 대비하지도 않아서... 발견했을 때는 이미 돈이 사라진 후였습니다.”이상하기도 했다. 유남준의 계좌를 해킹한 사람이 그저 1조 4천억만 훔쳤다니. 게다가 이런 능력과 담이 있다면 바로 은행을 해킹하는 것이 더욱 빠를 것이다. 유남준의 개인 계좌를 해킹한다는 것은 유남준한테 앙심을 품었다는 것과 같다.“하루의 시간을 줄 테니까 알아서 해결해.”유남준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계좌를 해킹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어려운 것은 어떻게 돈을 빼돌리는가 하는 것이었다.유남준 계좌에서 얼마만큼의 숫자가 사라졌다고 해서 그만큼의 돈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정말 없어졌다고 해도 그에게 있어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다른 한편, 조하랑은 일찍 일어나 박예찬을 유치원에 보낼 준비를 하면서 방문을 열었다. 하지만 박예찬은 여전히 자고 있었다.“오늘은 무슨 일이래?”평소에는 박예찬을 깨울 필요가 전혀 없었다. 박예찬은 알아서 잘 깨어나는 아이였으니까.가까이 다가간 조하랑은 깊게 자고 있는 박예찬을 보면서 마음이 약해져 깨우지 못하고 붉은 볼살을 주물럭거렸다.“오늘만 지각하게 내버려둘게.”박예찬은 어제 유남준의 개인 계좌를 해킹하는데 오랜 시간을 들였다. 그래서 새벽 네 시, 다섯 시쯤에 잤던 것이다.그가 깨어났을 때는 이미 아홉 시 반이었다.일어나서 미간을 찌푸린 그 모습은 마치 미니 버전의 유남준 같았다.“너무 오래 잤어...”박예찬은 유남준처럼 시간 약속에 예민했다. 이건 박예찬 인생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그는 얼른 세수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조하랑은 아직 가지 않고 소파에 앉아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박예찬, 오늘 지각이네?”박예찬은 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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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화

조하랑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어디까지 왔어요?”전화기 너머에서 매력적인 보이스가 들려왔다.“곧 도착해요.”말을 마친 조하랑은 바로 전화를 끊고 운전 기사한테 옆에 세워달라고 했다.그리고 구두를 신고 근처의 레스토랑으로 갔다.김인우는 레스토랑 전체를 렌트했다. 조하랑이 들어갔을 때, 종업원을 제외하고는 김인우뿐이었다.그는 흰색 가운을 벗지도 않고 창가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는 지적인 매력이 흘러넘쳐 그녀가 마음에 품은 사람보다 더욱 멋있었다.조하랑은 얼른 시선을 거두고 미쳤다고 속으로 욕했다.김인우는 그저 껍데기만 화려한 남자일 뿐이다.조하랑은 앞으로 다가가 인사했다.“안녕하세요.”김인우는 시선을 돌려 조하랑을 쳐다보았다. 165센티미터의 키에 로우번을 묶은 그녀는 아직 젖살이 빠지지 않아 갓 졸업한 대학생 같았다.김인우는 조하랑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대체 언제 그녀의 몸에 손을 댄 것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마침 두 사람이 언제 만난 것이냐고 물으려는데, 조하랑이 먼저 입을 열었다.“저는 아버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온 거예요. 그러니 깊이 생각하지 말아요.”조하랑은 자리에 앉지 않고 그대로 서서 여유로워 보이는 남자를 내리깔아보았다.“인우 씨 할아버지께도 얘기해 주세요. 저는 김인우 씨한테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요. 김씨 가문에서 준 사례금도 다 가져가세요.”김인우는 흠칫했다.“사례금이요?”그는 그제야 자신이 김훈에게 놀아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병원에 가서 열심히 일하면 조하랑과의 결혼은 없던 일로 하겠다고 하더니, 몰래 사례금까지 줬다니.“모르고 있었어요?”조하랑도 약간 놀랐다.“네.”김인우는 약간 화가 난 눈빛으로 얘기했다.“전에도 얘기했지만 아이는 내가 키울 수 있어요. 조하랑 씨가 원하는 만큼 배상금을 줄 수도 있고요.”아이?무슨 아이?조하랑은 그대로 멍해졌다.김인우는 백지 수표를 건네더니 얘기했다.“적어요.”조하랑은 여전히 멍했다.김인우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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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두원 별장.따스한 햇빛 때문에 박민정이 눈을 떴을 때, 유남준은 다시 침대로 돌아와 있었다.고개를 든 박민정은 잘생긴 얼굴을 마주 보았다.몸을 일으키려고 할 때, 유남준이 갑자기 그녀를 품에 그러안았다.“좋은 아침이야.”유남준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박민정은 약간 굳었다.유남준은 그녀의 말을 잊어버린 것이 분명하다.박민정은 바로 유남준을 피했다.유남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바로 박민정의 턱을 잡고 키스를 퍼부었다.전처럼 부드러운 키스가 아닌, 조급하고 거친 키스였다.박민정은 손으로 그를 밀어내며 피하려고 했지만 밀어낼 수가 없었다.유남준이 더한 것을 하려고 할 때, 벨 소리가 울렸다.유남준은 미간을 팍 찌푸렸다.‘또 무슨 일이지?’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조하랑이 박민정에게 건 전화였다.그는 불쾌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박민정에게 건넸다.“네 친구 전화야.”박민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핸드폰을 쥔 채 침대에서 일어나 발코니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하랑아, 왜 그래?”조하랑은 박민정과 유남준이 한 방에 있다는 것을 모른 채, 모든 일을 실토했다.“김인우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그 말을 들은 박민정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민하던 박민정이 물었다.“하랑아, 인우 씨가 말한 아이가 설마 예찬이는 아니겠지?”조하랑 곁의 아이는 박예찬뿐이었다.“박예찬?”조하랑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맞다, 까먹고 얘기하지 않은 게 있는데, 저번에 유치원에 예찬이를 데리러 갔다가 마침 김인우가 예찬이를 잡으러 온 걸 봤어. 내가 마침 나타나서 다행이지...”조하랑은 약간 겁이 났다.박민정도 믿을 수 없었다.왜 김인우가 박예찬을 데려가려고 하는 걸까. 설마 유명훈의 생신 축하연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김인우가 아무리 뒤끝이 길다고 해도 어린 아이한테 화풀이를 할 사람은 아니었다.“하랑아, 예찬이가 뭘 숨기고 있는 거 아니야?”박민정은 항상 어른스러운 박예찬을 믿었다.박예찬은 웬만해서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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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화

유남준은 박민정의 부자연스러운 태도를 보고 더 묻지 않았다.박민정은 뒤로 물러나 그의 뜨거운 시선을 피했다.“씻으러 갈게요.”두 걸음 떼자마자 유남준이 박민정의 손을 잡고 뒤에서 그녀를 그러안은 채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계속해야지.”박민정은 약간 굳어버렸다.거절하기도 전에 유남준의 입술이 그녀의 얼굴과 목에 닿았다.“싫어요...”박민정이 얼른 그를 말렸다.유남준은 멈춰서 거친 숨을 내뱉었다.이유는 모르지만, 박민정과 한 후로부터 그는 자기를 자제하기 더욱 힘들었고 집착은 더욱더 강해졌다.“왜?”그의 목소리는 약간 거칠었다.박민정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가 물었다.“싫으면 왜 돌아와서 나한테 손을 댄 거야? 뭘 원하는 건지 알려줘. 내가 줄 수 있는 건 다 줄 테니까!”유남준은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몰랐다. 사람을 시켜 박민정의 과거를 조사해 본 결과, 그녀가 해외에서 일하고 있었다는 것과 그녀가 연지석과 함께 4, 5년을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하지만 왜 갑자기 유남준 곁으로 돌아온 것일까.유남준 품에 안긴 박민정은 어깨가 약간 아팠다.“놔줘요.”유남준은 그녀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지금 놓아주면 영영 사라질 것만 같았다.두 사람이 대치하고 있을 때, 아래에서 대문 벨소리가 들려왔다.유남준은 옷을 갈아입고 아래로 내려갔다.고영란은 아래에서 기다리다가 유남준이 내려오는 것을 보자 얼른 달려갔다.“남준아, 오늘은 무조건 그 아이를 나한테 보여줘야 해.”며칠 전, 유남준이 아이를 데려왔다는 것을 들은 고영란은 사람을 시켜 조사해보았지만 유남준이 철저히 숨기는 바람에 아직도 그 아이에 대해 알아보지 못했다.유남준은 고영란이 온 이유를 알아채고 차갑게 얘기했다.“내 아이가 아니에요.”고영란은 멍해서 그대로 서 있었다.“무슨 소리야.”그토록 손자를 기다렸건만, 유남준의 자식이 아니라니.“그럼 누구 아이인데.”그녀는 유남준이 아무 이유도 없이 다른 사람의 아이를 돌봐준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유남준은 의자를 꺼내 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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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화

실내는 매우 조용해졌다.유남준은 그제야 알았다. 박민정은 생화를 좋아하고 고향에 가고 싶어 하고 도쿄에 가고 싶어 하는 것 외에는 바라는 것이 없었다.박민정은 어색한 기류를 눈치채고 얘기했다.“이미 얘기했잖아요. 부부 행세 하지 않기로.”유남준은 말이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않는 기분이었다.“무슨 소리야. 그건 분명 너 혼자만의 결정이었어.”혼자만의 결정이라.모든 일이 두 사람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면, 이지원을 만나러 가는 유남준은 뭐가 되는 것일까.박민정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어느새 얼굴에는 핏기가 사라졌다.“그래요. 아직 19일이 남았으니 약속을 지켜줬으면 좋겠네요. 밥하러 갈게요.”그렇게 말한 박민정이 바로 주방으로 갔다.유남준의 가슴은 더욱 답답해졌다.유남준이 그녀를 따라가며 얘기했다.“내가 할게.”박민정은 멍해 있다가 정신을 차렸다.유남준은 이미 주방에서 일하고 있었다.비싼 맞춤 정장을 입은 남자가 주방에서 일하고 있으니 조금 이상했다.유남준이 나서서 하겠다고 했으니 박민정은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며칠 지나면 유남준은 또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면 박민정은 정정당당하게 그를 떠날 수 있었다.유남준은 사업을 잘하는 편이지만 요리는 그럭저럭했다.아침을 만드는 데 한 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맛없으면 사람을 시켜서 밥을 사 오라고 할게.”유남준이 자리에 앉아 얘기했다.박민정은 희멀건 죽과 약간 타버린 계란말이를 보면서 저번에 먹은 해물 죽을 떠올리고 이상함을 느꼈다.이지원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을 보면 유남준은 요리를 잘하는 편이었는데...“요리할 줄 몰라요?”그녀가 의심스레 물었다.유남준은 약간 굳은 채 대답했다.“당연히 할 줄 알지.”미간을 찌푸린 그는 계란말이의 탄 부분을 잘라낸 후 박민정에게 건넸다.“이거 먹어.”박민정은 유남준이 자기 그릇에 있는 계란말이를 꺼내 탄 부분을 베어버리는 것을 지켜보았다.유남준은 그녀의 시선을 보면서 해명했다.“그저 익숙하지 않은 것뿐이야.”그는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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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유남준은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서다희는 그저 그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얼른 법무팀에 연락해 계약서를 준비하라고 했다.“대표님, 오늘 새벽 개인 계좌가 해킹당한 일은 당장 밝혀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상대방이 가상 주소를 써서...”그 말을 들은 유남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얘기했다.“지금까지 조사한 데이터를 다 나한테 보내.”“네.”유남준은 데이터를 받은 후 서재로 갔다.컴퓨터로 데이터를 연구하던 유남준은 빠르게 상대의 실수를 눈치채고 진짜 주소를 알아냈다.“하성이라...”다른 한편. 박예찬은 이마에 땀이 가득 맺힌 채, 유치원 화장실에서 빠르게 키보드를 두들겼다. 그는 어쩔 수 없이 회로를 포기하고 자기 주소를 보냈다.이마의 땀을 닦은 박예찬이 얘기했다.“쓰레기 아빠한테 이렇게 유능한 부하가 있을 줄이야. 돈 훔치기 참 어렵네. 하마터면 발각될 뻔했어.”마음이 놓이지 않아 컴퓨터를 들고 와서 다행이었다.유남준은 그저 하성이라는 위치만 대강 알아냈다.“포기도 빠르네.”유남준은 이해할 수 없었다. 만약 라이벌 회사라면 이런 이상한 수단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그는 대략적인 위치를 서다희에게 보내주면서 얘기했다.“잘 조사해 봐. 이 사람을 꼭 찾아내야 해.”유남준은 그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를 그냥 둘 수 없었다.모든 일을 처리한 후, 아침이 도착했다. 유남준은 내려가 박민정과 함께 아침을 먹었다.박민정은 박예찬이 유남준한테 발각될 뻔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녀는 그저 이번 달에 아이를 임신하는 것과 어떻게 윤우를 데리고 가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윤우를 만나게 해주면 안 돼요?”박민정은 떠보면서 물은 후 해명을 덧붙였다.“아직 어리고 곁에 가족이 없으니까 걱정이 되어서...”저번 생일에 윤우를 만난 후, 그녀는 다시는 윤우를 만나보지 못했다.유남준은 젓가락을 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그는 또 고영란이 한 말을 떠올리게 되었고, 태어나지 못한 그 아이와 연지석을 떠올렸다.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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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화

박민정은 이번에 와서 정림원 주변을 돌아볼 생각이었다. 만약 유남준이 윤우를 놓아주지 않는다고 해도 윤우를 구해낼 수 있게 말이다.박윤우는 두 사람이 왔다는 말을 듣고 문 앞에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엄마!”박민정은 작은 윤우가 앞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얼른 달려가 그를 껴안았다.“왜 여기 서 있어?”박민정이 그의 손을 잡고 물었다.“안 추워?”“안 추워.”말을 마친 박윤우는 박민정 뒤에 있는 유남준에게 걸어가 얘기했다.“아저씨, 아저씨를 기다리다가 다리가 저려서 그러는데 저 안아주시면 안 돼요?”그 말을 들은 박민정이 바로 얘기했다.“엄마가 안아줄게.”박윤우는 바로 고개를 젓고 유남준을 쳐다보았다.“아저씨, 우리 엄마는 몸이 안 좋아서 안 돼요. 저 좀 안아주세요.”박민정은 약간 어색해졌다. 박윤우를 설득하려고 할 때, 유남준이 바로 앞으로 걸어가 박윤우의 멜빵 바지를 잡아서 그를 들어 올렸다.“가자.”박윤우의 몸이 그대로 허공에 뜨게 되었다.박윤우의 전적이 있어서, 유남준은 그를 들 때 일부러 거리를 유지했다.박윤우는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그리고 두 발로 힘껏 뒤를 차 유남준의 정장에 발자국 몇 개를 남겼다.유남준의 표정은 금세 굳어버렸다.박윤우는 그를 발로 차면서 사과했다.“아저씨, 죄송해요. 다리에 쥐가 나서 그래요. 일부러 찬 게 아니에요.”‘쥐가 났는데 이렇게 잘 맞춰서 찬다고?’유남준은 박윤우가 일부러 장난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봐줄게.”실내의 소파에 박윤우를 내려놓은 유남준이 손을 뻗어 그의 다리를 잡으려고 했다.박윤우는 얼른 피하며 얘기했다.“아저씨, 제 다리 이제는 나았어요.”유남준은 그저 그렇게 박윤우를 지켜보았다. 박민정은 두 사람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앞으로 다가가 얘기했다.“미안해요. 윤우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예요. 먼저 옷 좀 갈아입을래요?”유남준도 아이와 진심으로 싸울 생각은 없었다.“응.”유남준이 떠나자마자 박민정이 박윤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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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화

박민정은 윤우의 그림을 몰래 숨겨놓았다.정림원은 너무 커서 제대로 돌아보려면 적어도 이틀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주변에 숨어있는 카메라를 발견하기도 쉽지 않다.유남준은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내려왔다. 거대한 몸집의 그는 검은 눈동자에 두 사람이 앉아서 노는 장면을 담았다.시간은 항상 빠르게 지나가서 놀라게 만든다.박윤우는 유남준을 발견하고 얼른 그와 인사했다.“아저씨, 우리랑 같이 놀래요?”아까는 그저 발로 몇 번 찼을 뿐이다. 그래서 성에 차지 않았다. 박민정은 박윤우를 말리고 싶었다. 아무래도 박윤우와 유남준은 혈연관계이니, 너무 오랜 기간 같이 있으면 서로의 신분을 알게 될까 봐였다. 유남준은 이미 그들에게로 걸어오며 물었다.“뭘 놀고 싶은데.”박윤우는 머리를 굴리고 얘기했다.“역할 놀이 해요! 아저씨는 아빠, 엄마는 엄마! 나는 두 사람의 아들!”박민정의 얼굴이 순식간에 파리해졌다.유남준도 멍해서 서 있었다.‘남자애가 무슨 역할 놀이를 좋아해? 여자애들도 아니고.’“아저씨, 우리 아빠는 엄청난 부자예요. 내 아빠 역할은 아무한테나 안 시키는 건데, 특별히 아저씨한테 주는 거예요.”박윤우가 입술을 움직이며 이 일이 유남준의 영광이라도 되는 듯 얘기했다. “윤우야, 아저씨 난처하게 하지 말고...”박민정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남준이 얘기했다.“그래, 네 아빠가 되어줄게.”박윤우는 그가 동의하자마자 바로 그의 허벅지를 잡고 눈물과 콧물을 갈아입은 바지에 묻히며 얘기했다.“엉엉엉, 아빠, 윤우가 얼마나 보고 싶어 하는지 알아요? 보고 싶어서 죽을 뻔했다고요.”유남준은 박윤우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아빠라는 말에 갑자기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다른 한편, 박민정은 윤우가 유남준을 아빠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서 말문이 턱 막혔다.그녀의 두 아이는 아빠를 원한다고 말한 적은 없지만 사실 속으로는 아빠가 있었으면 했다.지금 윤우가 안고 있는 사람이 그들의 친아빠라고 알려주면 얼마나 좋아할까.하지만 박민정은 유남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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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화

가끔 어린아이의 도발도 꽤 유용했다.유남준은 다시 박민정을 보더니 목울대를 꿈틀거리고 겨우 입을 열었다.“미안해.”박민정도 그를 보다가 그대로 굳었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얘기했다.“괜찮아요.”박윤우는 나름 참신한 방법으로 유남준이 사과하게 만들었다.“아빠, 매일 여기에 혼자 있는 건 너무 답답해요. 아빠랑 엄마랑 같이 나가서 놀고 싶어요.”박윤우의 애교는 누구도 당해내지 못한다.그건 유남준도 마찬가지였다.“그래.”동의한 후, 유남준은 사람을 시켜 박윤우를 데리고 근처의 놀이공원에 갔다. 하지만 박윤우의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기에 많은 놀이기구들은 탈 수가 없었다. 박민정은 박윤우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세 사람은 놀이공원에서 이목을 끌었다.박윤우는 조금 걷더니 피곤함을 느껴 유남준을 쳐다보았다. 유남준이 그를 안아주려는 생각이 없는 것을 보고, 박윤우는 그가 돈과 얼굴이 아니었으면 평생 아내를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빠, 저기 다른 아빠들 좀 봐요.”박윤우는 멀지 않은 곳에서 딸을 어깨에 앉힌 남자를 가리켰다.유남준은 그 남자를 보고 또 박윤우를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안돼.”“하지만 아빠, 나도 아빠한테 안기고 싶단 말이에요.”박윤우는 제자리에 서서 유남준을 바라보았다.“그럼 차면 안 돼.”그렇게 경고한 후에야 유남준은 박윤우를 안았다.박윤우는 전처럼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그의 품에 안겨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이 놀이기구, 저 놀이기구 다 타겠다고 했다.“아빠, 저 판다 인형을 잡아서 엄마한테 줘요!”“아빠 최고!”“아빠, 나 엄마랑 저거 먹고 싶어요.”“아빠가 최고예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아빠!”박윤우는 유남준의 품에서 다시는 내려오지 않으려고 했다.유남준은 아빠라는 소리를 들으며 점점 박윤우가 연지석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렸다.오후에 품에 안은 박윤우가 저녁에 그의 등에서 잠이 들자, 유남준은 그제야 놀이를 끝냈다.“내가 안을게요.”박민정이 손을 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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