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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제안의 모든 챕터: 챕터 971 - 챕터 980

1272 챕터

제971화

스튜디오 입구.김시연은 오늘 하루의 촬영을 마치고 입구에서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색의 마이바흐가 다가와 그녀의 앞에 멈춰 섰고 차창이 내려가면서 익숙한 얼굴이 드러났다.“얼른 타.”“갑자기 여긴 웬일이야?”김시연은 어리둥절한 듯 미간을 찌푸리더니 꼼짝도 하지 않았다.“나 이제 네 남자 친구야. 퇴근하는 여자 친구 데리러 온 게 그렇게 이상해?”연도진은 가볍게 웃었다.“아주 과몰입했네.”김시연은 메이크업 박스를 트렁크에 넣고 조수석 문을 열고 앉아 안전벨트를 맸다.“고마워.”“남자 친구한테 고맙다고 인사하는 건 너무 거리감이 느껴지잖아.”차는 과속 방지턱을 지나 어느덧 도로에서 주행했다.“연기가 적정에 맞나 보네?”김시연이 비웃듯이 말하자 연도진은 곧바로 입을 열었다.“계약한 이상 내 역할에 성실히 임해야지. 물론 계약서에는 연장자 앞에서만 연기한다고 적혀있어도 우린 항상 조심해야 돼.”“막말로 곧 결혼할 사이인데 사적으로 아예 안 만나면 아버님이 의심하지 않을까? 그리고 만에 하나 네가 실수로 아버님 앞에서 나한테 고맙다는 말하면 어떻게 생각하겠어? 당연히 의심하지.”미간을 찌푸린 채 듣고 있던 김시연은 그의 말이 꽤 설득력 있었지만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밀려왔다.“다음 달이면 결혼하는데 우리 아빠 어떻게 설득할지 생각해봤어? 어머님은...”“우리 엄마는 내가 이미 설득했으니까 걱정하지 마. 아버님께는 대충 둘러대면 되지 않을까? 회사 상사의 딸이 날 좋아한다고 할까? 너무 집착해서 다음 달에 여자 친구랑 결혼한다고 거짓말했는데 꼭 참석하겠다며 난리를 피워서 어쩔 수 없이 진짜 결혼식을 올려야 한다고 얘기하지 뭐.”“자기애가 남다르네...”김시연은 입을 삐죽였다.“그 상사가 누군데? 지어낸 얘기라면 우리 아빠 아예 안 믿을걸?”“정훈 삼촌.”“그래?”김시연은 의아해하며 물었다.“따님이 있으셨나?”“응. 서이란이라고 학교 후배야.”유학 시절 같은 학교를 다닌 후배인 모양이다.“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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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2화

반도에는 총 30여 채의 단독주택이 있는데 전부 지하 2층, 지상 3층으로 이루어졌고 600평에 달하는 그곳에는 몇 개의 스위트룸을 제외하고도 오락실, 바, 헬스장 등 모든 게 갖추어져 있다. 심지어 주택마다 엘리베이터가 있었고 온천과 정원은 필수 조건인 셈이다.인테리어로 말하자면 거실은 6개의 유리창을 사용하여 실내의 충분한 채광을 보장했고 거실 소파에서는 정원과 강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도록 최적의 조건을 제공했다. 심지어 2,3층 테라스에는 야외 바도 마련되어 있었다.그린 빌리지는 일반인이 쉽게 넘어볼 수 없는 곳이라는 걸 김시연은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돈이 그렇게 많아?”“현금은 얼마 없어. 대출받아야지.”연도진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네가 하랑 씨한테 부탁해 보는 건 어때? 싸게 줄 수도 있잖아.”“됐어. 승민 씨랑 아직 화해한 것도 아닌데 이런 일로 부탁하는 건 너무 민폐잖아.”“두 사람 아직도 화해 안 했어?”“응. 승민 씨한테 딸이 있대. 쉽게 용서할만 한 일은 아니잖아.”연도진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내가 알기론 하랑 씨도 그 애랑 엄청 가깝게 지냈거든? 승민 씨도 미처 몰랐을 뿐이지 일부러 숨기려는 뜻은 없었을 거야.”“알든 모르든 갑자기 아이가 생긴 건 맞잖아. 이엘리아 씨는 엄마라는 이유로 무조건 아이를 보겠다고 하루 멀다고 찾아올 거야. 어떤 여자가 그걸 감당하겠냐?”말을 마친 김시연은 의심의 눈초리로 연도진을 바라봤다.“설마 나몰래 아이를 숨기고 있는 건 아니지?”“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연도진은 어이가 없는 듯 헛웃음이 터졌다.“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전에 승민 씨가 바람피웠을 때도 용서하지 않았나? 그런데 이번에는 왜 이렇게 단호하지?”“하랑이 임신했어. 그리고 이엘리아 씨가 어떤 성격인지 너도 잘 알잖아. 앞뒤 생각 안 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여자인데 만에 하나 하랑이가 승민 씨랑 화해한다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걸? 지금도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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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3화

이엘리아는 사건의 경과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오늘 점심. 이엘리아는 부시아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 부시아더러 부승민에게 전화를 걸라고 시켰다.부시아도 처음에는 꺼렸지만 마지못해 부승민에게 전화를 걸었다.연결음이 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부승민이 전화를 받았는데, 평소보다 목소리가 많이 쉬어 있었지만 이엘리아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하지만 곧 핸드폰 너머로 숨을 헐떡이는 여자의 신음소리가 들려오자 심각성을 깨달았다.부승민은 순간 당황하여 대충 몇 마디 하고선 부랴부랴 전화를 끊었고 그의 반응이 너무 의심스러웠던 이엘리아는 분명히 온하랑과 관계를 맺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확신했다.온갖 상상이 머릿속을 채우자 화를 주체할 수 없었던 이엘리아는 그 자리에서 테이블을 뒤집어버리고 즉시 사람을 보내 부승민의 위치를 조사하게 했다.흥신소의 말에 따르면 부승민은 점심에 퇴근했고 회사를 나와 날씬한 몸매의 여성과 함께 호텔에 들어갔다며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사진은 CCTV에서 캡처한 것으로 보였는데 두 사람의 뒷모습이 선명하게 찍혀있었다.사진 속의 여자는 다정하게 남자의 팔짱을 낀 채 호텔로 걸어갔고 그걸 본 순간 이엘리아는 온하랑이라고 확신했다.사진 속의 여자가 입고 있는 하얀색의 원피스는 필라시에서 온하랑이 입은 것과 매우 흡사했다.분노가 이성을 지배한 이엘리아는 눈이 뒤집힌 지 오래였고 앞뒤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채 무작정 흥신소에 호텔의 위치를 보내달라고 했다.부승민의 방 번호를 알아낸 뒤에는 호텔에서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며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실제로 경찰이 출동되었다.그들은 이엘리아가 알려준 방 앞에 도착한 후 망설임 없이 안으로 쳐들어갔다.하지만 현실은 그녀가 생각한 것과 많이 달랐다.그 방은 평범한 호텔 방이 아니라 작은 회의실이었다.테이블 앞에서 이름표가 놓여 있었고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정장 차림으로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경찰도 그제야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당사자를 불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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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4화

“난 당연히 네 편이지. 그냥 네가 상처받을까 봐 걱정돼서 그래. 솔직히 성공하지도 못하는 일에 목숨 걸고 안간힘쓰는 게 너무 안타까워.”“왜 내가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 확신하는 거야?”“페이 임신했어.”“뭐라고?”이엘리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뜨더니 손톱이 살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페이 정말 임신했어.”앨리스는 다시 한번 얘기했다.“사실 승민 씨랑은 이미 화해했을 거야. 그러니까 지금 따로 사는 거겠지. 페이가 건강이 안 좋아서 임신하는 게 어려워. 힘들게 가진 아이인데 괜히 네가 무슨 수작이라도 부릴까 봐 일부러 헤어진 척한거야.”이엘리아의 넋이 나간 표정을 바라보며 앨리스는 계속 말했다.“내가 사람 시켜서 한번 알아봤거든? 얼마 전에 승민 씨랑 같이 산부인과에 검사받으러 갔대. 이렇게 철저하게 숨기는 걸 보면 아이를 엄청 아끼는게 틀림없어. 널 사랑하는 마음은 아예 없을 걸? 그리고 그 아이가 태어나면 부시아도 뒷전인 상황인데 너랑 만나겠냐?”지금도 부시아를 이용해 부승민에게 접근하는 게 어려운데, 하물며 온하랑의 아이가 태어난 후에는 어떨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그러니 절대 온하랑이 아이를 낳게 해서는 안 된다.이엘리아는 넋을 잃은 채로 멍을 때리다가 생각에 잠겼다.“안돼... 절대 아이를 낳게 해선 안돼... 앨리스, 빨리 방법 좀 생각해 봐.”이엘리아는 잔뜩 흥분한 채로 앨리스의 손을 꽉 잡았다.“세상에 널린 게 남자인데 도대체 왜 부승민 씨한테 이렇게 매달리는 거야?”“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 무조건 승민 씨를 갖고 말 거야. 그러니까 제발 나 좀 도와줘.”부시아가 그녀의 아이임을 증명하는 친자확인서는 이미 전부 까발려졌다.지금 물러선다면 이엘리아는 미혼모라는 낙인이 영원히 따라다닐 것이고, 필라시에 돌아가는 순간 벨라를 비롯한 모든 사람의 웃음거리가 될 게 분명하다.하지만 이제 와서 진실을 얘기한다면 부승민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물론 든든한 가문을 등에 업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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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5화

온하랑이 출장 간 지 이틀 만에 김시연은 연도진과 계약을 마치고 상견례까지 했다.생각보다 훨씬 빠른 속도에 온하랑은 의아해하며 계약서를 훑어보았다.“너한테 유리하게 적혀있긴한데 다음날에 결혼하는 건 너무 빠른 거 아니야?”김시연은 작은 케이크를 먹으며 말했다.“내 생각에도 빠른 것 같은데... 동생이 나이가 많아서 어쩔 수가 없네...”“결혼하면 어디서 살 거야? 도진 씨랑 얘기해 봤어?”“우린 새집 장만하려고. 마침 내일 집 보러 갈 거야. 하랑아, 너도 같이 갈래? 가서 조언 좀 해줘.”온하랑은 미소를 머금은 채 답했다.“나도 같이 가고 싶은데 촬영 일정이 타이트해서 시간이 안 될 것 같아.”“그럼 할 수 없지.”김시연은 신이 나는 듯 온하랑에게 바짝 다가갔다.“글쎄 이미 집을 알아봤다고 하더라고? 실버 플라워, 푸르지오, 그린 빌리지 셋 중에서 고민하고 있었어.”“그린 빌리지? 반도에 있는 그거?”“응.”“도진 씨가 이번에 힘 좀 썼나 봐? 돈이 이렇게 많은 사람인 줄은 몰랐네.”온하랑은 장난 섞인 눈빛으로 김시연을 바라봤다.“솔직히 설레지?”“새집인데 당연히 설레지.”김시연은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일반인이 쉽게 살 수 있는 금액이 아니잖아. 그런데 둘이 살기에는 별장이 엄청 크대. 우린 진짜 부부도 아니고, 아이도 없을 텐데 수지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어.”“어머, 이제는 도진 씨 돈 걱정까지 하는 거야?”온하랑은 농담을 던졌다.“온하랑, 감히 날 놀려?”김시연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더니 곧바로 손을 뻗어 온하랑을 간지럽혔다.“미안, 내가 잘못했어. 잘못했다고.”온하랑은 웃음을 꾹 참고 이리저리 피하면서 용서를 빌었다.김시연은 온하랑의 몸 여러 군데를 주물이더니 푹신하고 부드러운 촉감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그분은 참 행복한 생활을 했네. 너무 부드러워서 나까지 얼굴을 파묻고 싶다니까?”“꺼져.”온하랑은 얼굴이 빨개진 채로 버럭하더니 소파 구석으로 옮겨 앉아 진지하게 말했다.“솔직하게 말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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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6화

20분 후, 부승민은 응급실 앞에 도착했다.수술실의 불은 아직 켜져 있었고 이엘리아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두 손으로는 옷깃을 움켜쥐고 있었고 겁을 먹은 듯 입술을 깨문 채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부승민은 성큼성큼 달려가 단호하게 물었다.“어떻게 된 일이에요?”그를 본 이엘리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당황해하며 설명했다.“시아랑 같이 저녁이라도 먹으려고 하교 시간에 맞춰서 데리러 갔어요. 레스토랑에는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 맞은편에 차를 세웠거든요? 그러다가 시아랑 같이 길을 건너고 있었는데 갑자기 차 한 대가 달려왔어요.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상황 파악도 못 했는데 정신을 차렸을 때 시아는 이미 쓰러져 있었어요.”“승민 씨, 정말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저도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어요.”이엘리아는 죄책감을 느끼는 듯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흐느꼈다.“신고는 했어요?”“아니요... 깜빡했어요.”이엘리아는 옷깃을 쥐고 쩔쩔맸다.“시아를 빨리 병원에 데려갈 생각만 하고 있어서 경찰에 신고할 틈이 없었어요.”마침 주차한 차가 옆에 있어 구급차를 기다릴 바엔 운전하는 게 훨씬 더 빠르다고 생각했다.부승민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더니 비상구로 걸어가면서 전화를 걸었다.경찰에 신고한 후 곧장 연민우의 번호를 입력했다.이엘리아는 긴장한 기색으로 이따금 부승민이 있는 쪽을 쳐다봤다.상황을 정리한 후 부승민은 다시 수술실 앞으로 돌아왔다.“경찰에 신고했어요?”“네.”부승민은 이엘리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엘리아 씨를 탓하는 건 아닌데 아직은 혼자 시아를 케어하기에는 부족한 것 같네요. 앞으로 시아랑 같이 나갈 때는 꼭 경호원을 동행해요.”“알겠어요.”이엘리아는 눈물을 닦으며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명심할게요. 시아한테 아무 일도 없어야 할 텐데...”부승민은 말없이 옆에 앉아 기다렸다.30분쯤 지나자 수술실의 빨간불이 초록색으로 바뀌었고 부시아는 링거를 꽂은 채로 간호사에게 이끌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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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7화

40여 분 후, 부시아는 천천히 눈을 떴다.부승민은 곧바로 침대 곁으로 다가가 걱정스레 입을 열었다.“시아야, 깼어? 몸은 좀 어때?”“삼촌...”이제 막 정신을 차린 부시아는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듯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서서히 몸 곳곳에서 통증이 밀려오자 마침내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떠올랐다. 부시아는 입술을 깨문 채 고통에 울부짖으며 엉엉 울렸다. “엉엉... 삼촌, 너무 아파요. 무서워요... 차에 치였어요.”가슴이 미어진 부승민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이를 타일렀다.“시아야, 울지마. 아빠가 여기 있잖아. 우리 시아를 아프게 한 사람들은 아빠가 다 잡았어.”줄곧 싸늘하고 날카롭기만 했던 눈빛은 지금 이 순간 온화하고 부드럽게 변했다.이엘리아는 부승민의 진심 어린 보살핌을 받는 부시아에게 질투의 감정을 느꼈으나 가슴 아픈척하며 앞으로 다가갔다.“시아야, 미안해. 엄마가 널 지키지 못했어. 쓸모없는 엄마 때문에 우리 시아가 괜한 고생을 했네.”이엘리아의 목소리가 들리자 부시아는 무서운 듯 눈치를 살피더니 부승민의 옷깃을 움켜쥐고 눈물을 글썽였다.“삼촌, 저 사람 싫어요. 보고 싶지 않아요.”이엘리아는 순간 표정이 돌변하더니 재빨리 침대 반대편으로 다가가 부시아의 손을 잡았다.“시아야, 이러면 엄마가 너무 속상하잖아. 앞으로는 시아를 잘 지켜줄게. 미안해.”부시아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가볍게 이엘리아의 말을 무시했다.아이의 반응을 본 부승민은 곧바로 이엘리아에게 말했다.“여기 제가 있으니까 이만 들어가 봐요.”“저도 그냥 있을게요. 남자가 병간호하는 게 시아 입장에서는 더 불편할 수도 있어요.”“도우미 아줌마한테 연락했어요. 이제 곧 도착하니까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돼요.”부승민은 무덤덤하게 말을 이었다.“무엇보다도 시아가 지금 이엘리아 씨를 보고 싶지 않다잖아요.”이엘리아는 할 말이 있는 듯 부시아를 보며 입을 벙끗했으나 부시아는 곧바로 머리를 부승민의 품에 파묻었다.“알겠어요.”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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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8화

부승민은 곧바로 영상을 틀었다.“저도 볼래요.”부시아도 궁금한지 옆에 바짝 붙었고 두 사람은 핸드폰 속의 영상을 바라보며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사람들은 부시아 천천히 걷는 게 답답한 듯 대부분 앞으로 지나가거나 옆으로 비켰고 화면 속 부시아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오직 이엘리아만 곁에 있었는데 마치 부시아를 지켜주는 것처럼 한 손으로 어깨를 감싸고 있었다.차가 온 후 부시아가 부딪혔고 곧이어 차는 떠났다.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부승민은 뒤로 가기를 누르며 다시 한번 영상을 살펴보았다.이때 부시아가 손으로 화면을 가리켰다.“삼촌, 여기 봐요. 어깨로 절 밀었잖아요. 틀림없다니까요.”“그렇네.”부승민도 이엘리아의 이상한 행동을 발견했다.일반인이 보기에는 너무 작은 행동이라 신경조차 쓰지 않았겠지만 부시아가 직접 누군가가 밀었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으니 이대로 넘길만한 문제가 아니었다.‘도대체 왜 시아를 밀어서 다치게 만든 거지? 교통사고가 우연이 아니라면 이것마저 계획한 걸까? 도대체 왜?’이엘리아가 부시아에게 손을 쓸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결코 불가능한 일인 건 아니다.부시아가 친딸이 맞지만 이엘리아는 눈곱만큼의 모성애도 없었다. 어쩌면 딸이라고 인정하는 것도 부승민을 염두에 두고 내린 결정일 가능성이 크다.이엘리아는 처음부터 끝까지 부시아를 하나의 도구로 여겼고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그러니 부시아에 대한 감정이 없을뿐더러 다치든 말든 대수롭지 않았기에 성격상 이런 짓을 저지르는 건 지극히 정상이다.“시아야, 왜 널 다치게 했을까?”부승민이 핸드폰을 손에 들고 생각에 잠긴 듯 조심스럽게 묻자 부시아도 고개를 들며 곰곰이 생각했다.“아마 삼촌을 만나려고? 시아가 입원하면 삼촌이 매일 저 보러 올 거잖아요. 그러면 삼촌을 만날 수 있으니까...”부시아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상한 아줌마를 엄마로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에 이런 상황이 조금도 슬프지 않았다.하지만 부승민은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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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9화

클래식 캐슬.전화를 끊은 온하랑은 핸드폰은 옆으로 치워두고 하던 음식을 마무리한 후 냄비 뚜껑을 받았다.순간 부승민의 충고가 떠오른 듯 재빨리 현관으로 다가가 문을 잠갔다.그 후 거실 바깥쪽 창가를 지날 때 자연스레 문을 열고 주위를 살펴보았다.뿌연 안개가 뒤집힌 밤은 몹시 어두웠으나 아파트 바깥 도로를 드나드는 차량과 희미한 가로등 불빛 덕분에 그나마 안정감이 있었다.멀리 떨어져 있는 집집마다 불이 켜져 있어 아름다운 야경의 모습이 점점 드러나기 시작했다.온하랑이 서 있는 곳에서 내려다보면 멀지 않은 아파트 단지 입구에 주차된 봉고차가 보였다.경찰이 없어서 망정이지 저렇게 주차하면 무조건 딱지가 붙어 벌금을 물어야 한다며 투덜거렸다.그러나 그 생각이 드는 동시에 봉고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어느 한 검은색의 승용차를 따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온하랑은 별생각 없이 창문을 닫고 부엌으로 돌아와 냄비 뚜껑을 열고 두어 번 휘저었다.하지만 알지 못했다. 그 틈에 검은색 승용차는 아파트 단지를 벗어났고 몇 분 후 봉고차도 동네를 벗어나 반대 방향으로 질주했다는 사실을.온하랑은 냄비에 끓인 갈비가 졸아드는 걸 보고 쪽파 2개를 까서 깨끗이 씻은 후 송송 썰었다.어찌 된 일인지 별안간 불안한 마음이 들더니 손가락을 베었고 곧바로 피가 줄줄 떨어졌다.뇌리에 뭔가 번뜩인 온하랑은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김시연의 연락처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기계적인 연결음만 들려올 뿐 받는 사람은 없었다.“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어...”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온하랑은 전화를 끊자마자 연도진에게 연락했다.몇초간의 연결음 끝에 통화가 연결되었고 온하랑은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도진 씨, 지금 시연이랑 같이 있어요?”연도진은 흠칫했다.“방금 지하 주차장까지 데려다줬는데 아직 안 올라갔어요?”“안 왔어요. 무슨 일이 생긴 게 틀림없어요. 제가 지금 나가기 불편한 상황이라서 그런데 이쪽으로 와주실 수 있나요? 전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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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0화

부승민을 붙잡으려는 건 그에게 도움 청할 기회마저 빼앗으려는 이엘리아의 계획인 게 틀림없다.온하랑은 순간 지난번 경찰서 가는 길에 우연한 사고를 당한 기억이 떠올랐고 행여나 연도진도 같은 일을 겪게 될까 봐 걱정되어 신신당부했다.모든 게 온하랑의 추측에 불과했지만 그녀는 도저히 밖으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온하랑을 유인하려고 일부러 이런 일을 벌였을 가능성도 있었고 어쩌면 지금 이 순간 밖에서 누군가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7, 8분 후 아파트 관리자가 온하랑에게 전화를 걸어왔고 애써 긴장함을 감추는듯한 모습을 보였다.“여보세요... 하랑 씨? 여쭤보셨던 팔찌는 다른 사람이 주워간 게 맞네요. 얼굴이 잘 안 잡혀서 그러는데 제가 대신 경찰에 신고할까요?”김시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게 틀림없다.‘납치되었나?’관리자는 끌려간 사람이 온하랑인 줄 알았다. 위험한 상황이니 답하기 불편할 거라고 생각하여 일부러 티 나지 않게 말을 빙빙 돌렸다.“괜찮아요. 사실 연두색 블라우스를 입은 여자는 제 친구 김시연이에요. 지금 바로 경찰에 신고해 주세요.” 그 말을 듣고서야 관리자는 목소리를 높였다.“알겠습니다. 경찰에 신고할게요.”전화를 끊지 않았던 관리자 덕분에 온하랑은 그가 경찰에 신고하는 내용을 고스란히 듣게 되었다.“경찰서죠? 여기 스카이 캐슬인데요. 지하 주차장 CCTV에 어떤 여자가 사람들에게 납치되는 장면이 찍혔어요. 은색 봉고차에 실렸는데 금택로 동쪽으로 차를 틀었어요. 차량번호는 xxxx... 위험한 일이라 지금 바로 처리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카톡으로 원본 영상을 보내드릴게요.”관리자가 신고를 마친 후 온하랑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CCTV 영상 저한테도 보내주세요. 그리고 방금 연락한 경찰분 번호도요.”“알겠습니다.”영상을 받은 온하랑은 곧바로 연도진에게 전달한 후 전화를 걸었다.“도착했어요?”“곧이요.”연도진의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로 들려왔다.“시연이 납치됐어요. 은색의 봉고차인데 금택로 동쪽으로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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