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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1화

부승민이 말을 다 마치지도 않았지만 온하랑은 부승민이 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들었다.온하랑의 얼굴이 붉어졌다.그녀는 절대 알고 싶지 않았다.이게 다 부승민과 김시연 때문이었다. 그 둘이 점점 온하랑이 타락시킨 것이나 다름없다!온하랑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자 부승민은 그녀의 겉과 속이 다른 표정을 떠올리며 소리 죽여 웃으며 낮게 말했다.“너도 하고 싶잖아, 그렇지?”“난 아니...”“나도 네가 뭘 원하는지 알아... 착하지. 천천히 두 손을 가슴으로 올려봐.”부승민의 낮은 목소리가 지옥의 악마가 선한 신으로 위장해 순진한 소녀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려는 듯 매혹적이었다.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온하랑은 마치 귀신에게 올리기라도 한 듯 순간적으로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악마의 목소리가 조용한 화장실 안에서 더욱 또렷하게 들려왔다.“그리고 주물러봐, 힘껏. 전에 내가 너한테 해줬던 것처럼.”샤워가운이 바닥에 떨어졌다.하지만 온하랑은 그걸 다시 주워들지 않았다.온하랑의 숨소리가 저절로 거칠어지더니 눈을 반쯤 감고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악마가 계속해서 새로운 지시를 내렸다.순진한 소녀는 그게 신이 내려준 명령인 줄로만 알고 모든 지시를 성실히 수행했다.역시 신이 말한 대로--그녀는 곧 극락에 이를 것만 같았다...부승민은 온하랑의 변화를 감지하기라도 한 듯 더욱 거칠어진 목소리로 말했다.“소리 참지 마.”온하랑은 눈을 감고 온몸을 부르르 떨더니 다리에 힘이 풀릴 것만 같았다.“으흥...”“내 이름 불러 봐.”“부승민.”여운이 가시자 온하랑은 거친 숨을 몰아쉬다가 몇 초 동안 숨을 고르다가 이내 달콤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다시.”“부승민.”수화기 너머로 몇 초 동안의 침묵이 이어졌다. 온하랑은 희미한 한숨 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침묵이 계속 퍼져나갔다.부승민은 자신의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다시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다. 언제 끊은 것인지 전화가 끊겨있었다.부승민의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갔다. 정신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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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2화

레스토랑에 도착한 두 사람은 홀에서 식사하며 대화도 나눈 덕에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하지만 그러다가 어떻게 된 일인지 대화 주제가 갑자기 임가희와 임연지로 넘어갔다.온하랑이 멈칫하며 물었다.“임연지? 연지 씨 지금 강남 구치소에 있는 거 아니었어요?”“너 몰랐구나? 연지 임신해서 보석으로 풀려났어. 지금은 집에서 태교 중이고.”온하랑이 입술을 앙다물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연지 씨가 왜 임신을 한 거죠?”일반적인 경우, 임산부는 구치소에서 보석으로 풀려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임연지는 알고 있었다.임신만으로 임연지는 1년이 넘는 징역형을 피할 수 있었고 만약 운만 좋다면 특별 병력을 만들어 아예 집행유예를 받을 수도 있었다.“그건 얘기 안 해줘서 몰라. 근데 이미 임신 6개월 차라고 하더라.”온하랑의 입술이 떡 벌어졌다.얘 봐라.그렇다면 처벌을 피하려고 일부러 임신한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동철이?”밖에서 가게 안으로 들어온 세 남자 중 앞장서던 한 명이 최동철을 발견하자 이쪽으로 다가와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여기서 밥 먹는 거야? 어쭈, 이 예쁜 아가씨는 누구시래? 소개 좀 해주지?”남자의 웃음은 전혀 진심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남자의 시선이 계속 온하랑의 몸에 머물렀다.온하랑이 미간을 찌푸렸다.독사가 노려보는 듯한 남자의 눈빛이 온하랑은 매우 불쾌하게 느껴졌다.“친구야.”최동철이 대충 얼버무리며 화제를 전환했다.“셋은 어떻게 모인 거야?”“어휴, 다 안기태 때문이지, 뭐. 내가 분명 그 리조트는 못 미덥다고 했는데 계속 우리랑 같이 가겠다고 떼를 써서. 지금 이렇게 된 거지, 뭐. 그나저나 둘이 그냥 단순한 친구 사이는 아니지?”남자는 온하랑과 최동철을 두어 번 훑어보며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둘을 바라보았다.최동철은 남자의 말을 무시한 채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그랬구나. 그럼 올라가서 어떻게 할지 잘 토론해봐.”“알았어, 다음에 봐.”남자는 최동철에게 작별인사를 건넨 후, 온하랑을 계속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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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3화

김시연은 변호사와 상담을 마치고 변호사의 조언에 따라 두 계약서를 작성해 연도진에게 보여주며 말했다.“전에 네가 말했던 그 제안, 일리 있는 것 같아서 받아들이도록 할게. 일단 계약서 두 개부터 확인해줘. 문제없으면 변호사 앞에서 같이 서명하자.”10분 정도 지나가 연도진에게서 답장이 왔다.“몇 가지 문제가 좀 있는 것 같은데 지금 시간 괜찮아? 만나서 직접 얘기하고 싶어.”김시연이 잠시 망설이다가 답장했다.“그럼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카페로 와. 거의 다 올 때쯤에 나한테 얘기해줘.”“알겠어.”20분 후, 김시연은 카페로 내려와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연도진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듯했다. 그녀는 구석에 있는 자리에 앉았다.2분도 채 지나지 않아 문 앞에 우아하고 박학다식 해 보이는, 금테 안경을 낀 남자가 등장했다.그는 카페 안으로 들어와 발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연도진은 구석에 앉아 있는 김시연을 발견하자마자 그쪽으로 걸음을 옮겨 그녀의 맞은편 의자를 당겨 자리에 앉았다.“왔어? 계약서는 봤겠지? 무슨 문제가 있는지 한 번 얘기해봐.”김시연이 말했다.당연히 연도진이 무슨 말을 하든 김시연은 무시할 생각이었다.김시연이 본론으로 들어가자 연도진이 말했다.“그럼 안 돌리고 바로 얘기할게. 일단 첫 번째, 계약서에 ‘우리가 애정 넘치는 잉꼬부부를 연기해야 한다’라는 조항이 있던데, 이게 무슨 뜻이야?”분명 계약 결혼 아니었나?“그 말은, 우리가 결혼 증명서만 안 받고 결혼식을 올린다는 뜻이야. 필요하면 결혼 증명서를 위조할 수도 있어.”“...”어쩐지 그래서 두 번째 계약서가 재산 관련이었구나.대체 이런 아이디어는 누가 생각해준 거지?!연도진이 잠시 침묵을 유지하며 진지한 얼굴로 김시연을 몇 초 동안 바라보다가 반대 의견을 내놓으며 말했다.“그럼 쉽게 들킬 거야.”“아니, 우리가 결혼식만 올린다면 누가 우리가 진짜 혼인신고를 했는지 궁금해하기나 할 것 같아? 어차피 계약 결혼도 결국엔 이혼으로 끝날 텐데, 증명서가 있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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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4화

“응.”김시연이 몸을 일으키려던 순간, 연도진의 말이 들려왔다.“맞다, 계약서에는 결혼 시기가 없던데. 10월로 정하는 게 어때?”김시연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바로 거절했다.“안돼. 이미 다 9월 초인데 10월은 너무 빨라. 더군다나 난 지금 남자친구도 없는데 갑자기 결혼 상대가 나와버리면 부모님께선 무조건 반대할 거야. 어쩌면 우리 아빠는 의심부터 할 거고. 아무튼, 부모님 앞에서 연인 행세부터 하고 내년 초쯤에나 결혼해야 해.”“내년 초까지면 늦을 텐데. 네 동생 지금 대학교 몇 학년이야?”“막 2학년 됐어.”“그럼 4학년쯤엔 인턴으로 들어갈지도 몰라. 그러니까 우리는 2년 안에 회사를 손에 넣고 고위 임원들의 신임을 얻어야만 해. 우리가 결혼해야 네 아버지께서 내가 회사에 들어가는 걸 허락하실 거야. 그럼 우리한테 남은 시간은 1년 반뿐인데, 이건 너무 짧잖아. 안 그래?”김시연이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정말 짧아?”“너무 짧아. 나도 업무에 적응해야지. 회사에서 자리를 잡고 어느 정도 실적도 내면서 사람들을 끌어모아야 해. 안 그럼 누가 우릴 따르려고 하겠어?”그 주주들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뭘까?당연히 눈에 보이는 이익이지, 말뿐인 빈 약속이 아니다.누군가 회사를 성장시키고 실적을 올리고 주가를 더 올려 배당금도 많이 준다고 하면 사람들은 당연히 그 누군가를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하지만, 아무 준비도 없이 부모님께 결혼하겠다고 하면 우리 부모님도 반대하실 거야.”“그건 간단해. 우리가 서로한테 첫사랑이었고 내가 유학을 가면서 어쩔 수 없이 헤어졌던 거라고 얘기해. 그리고 작년에 내가 귀국하고 나서 널 다시 만나려고 노력했다고 둘러대면 되잖아. 네가 나랑 잘 될지 말지에 확신이 없어서 부모님께는 말 못 했다고.”김시연은 입을 벌리고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이... 이렇게 해도 돼?”“이게 제일 쉬운 방법이야. 부모님께 우리가 원래 감정을 품고 있던 사이라도 하면 이 결혼이 절대 갑작스러운 결혼이 아닐 거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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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5화

“뭔데?”“뭔데?”김시연의 부모가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말을 마친 두 사람이 서로 눈을 마주쳤다.김시연의 아버지가 20년 전에 이미 불륜을 저질렀고 그렇게 태어난 사생아가 대학생이 되었다. 김시연의 어머니도 한때는 히스테리를 미친 듯 부렸었다.하지만 그녀는 꽤 빨리 이성을 되찾고 이혼을 해야 할까 말까에 대해 고민해보았었다.그 답은 아니었다.이혼을 해버리는 순간, 그 내연녀가 김씨 집안으로 들어올 기회를 줘버리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이었기에 이혼은 하지 않았다.자신이 곁에서 직접 키운 딸인 김시연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김웅은 김시연에게만 더욱 관대하게 대했다. 그러니 만약 김웅이 지금 세상을 뜬다면 김시연에게 상당한 재산이 생길 것이다.하지만 내연녀가 들어와 버린다면 상황은 달라진다.김웅은 건강도 좋으니 언제든 첩과 함께 살 수 있을 것이고 게다가 그는 이미 회사를 아들에게 물려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그러니 10년, 20년 후면 김시연은 점차 소외되어가다가 결국은 김씨 집안에서 쫓겨날 것이다.김시연은 어릴 때부터 대범하고 단순한 성격에 고집까지 있던 탓에 김시연의 어머니는 그녀를 전혀 신뢰할 수 없었다.자신은 이미 50대 중반이 되어 여생에 별다른 희망도 없고, 이혼도 의미가 없었지만, 이혼을 포기하고 지금 상황을 유지하며 어떻게든 딸을 위해 뭐라도 차지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이혼하지 않기로 한 후 김시연의 어머니는 차분함을 되찾고 김웅과 제대로 대화를 시도했다. 그녀는 김웅의 가슴 속에 남아있던 죄책감을 이용해 일부 재산을 김시연의 이름으로 이전할 것을 요구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겉으로의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놀라지 말아요.”김시연은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올렸다.“제 남자친구가 내일 인사드리러 찾아오고 싶대요.”김시연의 말에 부모님은 놀란 듯 멍하니 있다가 서로를 바라보았다.김웅이 미간을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김시연을 질책했다.“언제부터 남자친구가 있었던 거야? 난 들은 바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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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6화

“아, 그...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대요. 아버지는 자세히 안 물어봐서 잘 모르겠어요.”김시연이 잠시 망설이다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망했다. 연도진이 어떤 사람인지 물어보는 걸 깜빡했다.김시연이 기억하건대 고등학생 시절 연도진의 아버지께서 몸이 편찮으셨다. 지금 계속 살아계시는지도 김시연은 모르고 있었다.어머니가 길게 한숨을 푹 내쉬었다.“부모님까지 찾아뵐 정도가 됐는데 아직도 가정환경을 모른다고? 걔는 너 데리고 부모님 뵈러 갈 거라는 말했어?”이렇게 생각 없는 아이인데 어떻게 마음을 놓을 수가 있을까?“아뇨.”김시연이 생각에 잠겼다. 연도진의 아빠는 아마 세상을 떴을 것 같았다.그렇다면 연도진의 주위에는 친인척이 없을 테니 김시연을 데리고 굳이 부모님을 찾아뵐 필요도 없었다.어머니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지금은 뭐 하는 사람인데? 어느 회사라도 들어간 거야, 아니면 다시 창업 시작한 거야?”김시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식은땀을 흘렸다.망했다. 이것도 미리 물어보는 걸 깜빡했다.이번엔 준비를 충분히 못 한 것 같다.다 연도진 탓이다. 왜 쓸데없이 이렇게 급하게 굴어서는.김시연이 급하게 머리를 굴리며 부모님을 향해 웃어 보였다.“일단 너무 급해 하지 마시고, 내일 오면 직접 물어보시면 되잖아요.”“그냥 이미 기본 정도만 알겠다는 거잖아. 이런 것도 얘기 못 해?”“제가 지금 알려드려도 내일이면 무조건 직접 물어보고 경제 상황 물어보실 거잖아요. 그런데 제가 굳이 지금 얘기해서 뭐해요?”“너도 참, 억지다.”김웅이 말했다.“말 안 하겠다 하면 더 안 물어보면 되지. 어차피 내일 만날 사람인데. 내가 내일 사람 통해서 좋은 술 두 병 구해올게.”그날 밤, 김시연은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채 연도진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이미 내일 부모님을 찾아뵐 예정이라는 말을 전했으니 내일 오전에 시간 맞춰 오라는 내용이었다.이튿날 아침, 김시연이 내려와서 밥을 먹으려던 때 아버지가 반팔 셔츠에 정장 바지를 입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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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7화

“안녕, 도진아.”김시연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웃는 얼굴로 연도진을 맞이하며 위아래로 그를 훑어보았다.연도진은 검은 셔츠, 검은 정장 바지에 검은 구두를 착용해서인지 깔끔하고 단정해 보였다. 게다가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에 깊은 눈동자, 높은 코에 걸려있는 안경이 연도진의 세 보일 수도 있는 인상을 온화하고 품격 있게 만들어주었다.“얼른 앉아, 손에 든 것도 내려놓고. 무거워 보이는데.”어머니는 연도진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지만 어디서 본 적이 있는 듯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오래 기다리셨죠. 뭘 좋아하실지 몰라서 간단히 몇 가지 준비해 봤습니다. 이건 아주머니께 선물로 챙겨온 목걸이인데,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 아저씨께서는 와인을 좋아하신다고 들어서 우리 집에 있는 라피트 두 병 챙겨와 봤습니다.”연도진은 선물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더니 김시연의 어머니가 앉은 쪽으로 밀었다.선물상자를 열자 거대한 진주 목걸이가 어머니의 눈에 들어왔다. 진주알들은 일반적인 불빛 밑에서도 거울처럼 사람을 비출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광채를 뿜어냈다.커다랗고 빛나는 것이 그녀의 경험으로 미루어 봤을 때 적어도 몇백만 원은 할 것 같았다. 그리고 김웅은 테이블 위에 놓인 와인 두 병의 포장지에 적힌 연도를 흘끔 쳐다보았다. 보아하니 한 병에 적어도 몇천만 원은 하는 술이었다.어머니가 입을 열었다.“도진아, 돈 너무 많이 쓴 것 같은데. 다음부턴 이런 거 준비할 필요 없어. 나랑 저 아저씨도 부족함 없이 사는 사람이라서. 너랑 시연이만 잘 지내면 되는 거지.”한꺼번에 이 정도로 비싼 선물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은 연도진의 경제적 여건이 괜찮다는 것을 의미했다. 즉 나중에 김시연이 물질적인 부족함을 느끼며 살 일은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게다가 연도진의 당당하고 예의도 바르고 말도 잘하는 모습에 김시연이 아주 만족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아주머니. 시연이는 제가 잘 돌볼 겁니다.”연도진이 소파에 앉으며 웃는 얼굴로 자신의 곁에 있던 김시연을 바라보더니 어머니의 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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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8화

그 몇몇 부잣집 자식들이 돈을 투자했고 연도진은 GP(일반 파트너)로서 회사의 총 책임자이자 관리자였다. 모든 프로젝트의 투자와 철수는 연도진이 결정하는 것이었다.7년 후, 라네즈 투자 회사는 M 국 업계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고 그동안 투자했던 프로젝트 대부분이 성공적으로 상장해 라네즈에 엄청난 경제적 수익을 안겨주었다.투자 회사의 주식구조만 살펴보아도 도현민의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할 수 있었다.게다가 조금 전 연도진을 말로만 미루어 보아도 그가 지능이 정말 높은 사람인 데다가 생각도 깊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사교 능력 또한 뛰어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김시연 같은 단순한 사람은 연도진이 의도적으로 접근했을 때 그의 손에 쉽게 놀아날 게 뻔했다.이런데 엄마로서 어떻게 마음을 놓을 수 있을까?하지만 생각을 바꾸어 보면 공부와 회사 업무 쪽으로 약한 김시연이 연도진과 함께라면 서로 보완해줄 수 있지 않을까?오직 연도진과 김시연이 한마음이라면 연도진은 김시연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적어도 지금 상황으로만 봤을 때 연도진은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히 털어놓을 수 있을 만큼 김시연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 같아 보였다.하지만 나중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마치 그녀도 결혼할 때까지는 김웅이 바람이 날 줄은 몰랐던 것처럼.여러 생각이 뇌리를 그녀의 뇌리를 스치다가 결국 김시연의 어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하지만 시연이가 널 안 좋아한다고 했으면 넌 어떻게 할 생각이었어?”“그럴 일은 없을 거란 자신이 있었습니다.”연도진이 김시연을 바라보다가 미소 지었다.김시연이 입술을 삐죽이며 속으로 생각했다.‘자신? 자아도취에 빠졌구먼!’정말 자기 체면 하나는 잘 살리는 사람이었다.어머니는 자신의 딸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두 사람이 서로 주고받는 눈빛을 바라보다가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겼다. 그 시절 시연이는 분명 공부라면 질색을 하던 아이였는데 어쩌다가 누군가한테서 과외를 받을 생각을 했을까?이런 청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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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9화

김웅이 추측했다.“집이 그리웠던 거야?”“부모님께서 다 돌아가셨는데, 집이 어디 있겠습니까?”연도진은 옆에 있는 김시연을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시연이가 강남이 있으니까,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김시연은 연도진을 흘겨보며 마음속으로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쳤다.말은 아주 청산유수였다.하지만 그녀의 부모님은 연도진의 말에 완전히 홀려있었다.김웅은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지만 속으로는 다른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이렇게 뛰어난 사위를 제이엔 그룹에 영입하면 김씨 가문은 점점 잘 될 것이다.그렇게 되면 나중에 김윤재가 회사에 들어가도 연도진이 형부로서 잘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디민 제이엔 그룹의 의류 업계는 화영 캐피털보다 잘난 게 없었으니, 자신의 제안을 연도진이 승낙할지 말지는 미지수였다.아무래도 상황을 지켜보며 천천히 얘기를 꺼내 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김시연의 부모는 이미 연도진을 미래의 사위로 생각하고 있었고 연도진 역시 그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 덕에 세 사람의 점심 식사 자리는 화목하기 그지없었지만 김시연만은 속이 답답했다.그녀도 자신이 왜 답답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부모님이 연도진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은 충분히 좋은 일이었는데 말이다.연도진이 부모님을 즐겁게 해주는 모습을 보자 김시연은 그저 속이 답답해 났다.점심을 먹고 김시연의 어머니는 김시연에게 연도진을 2층으로 데리고 가 잠시 쉬도록 했다. 의도적으로 둘만의 시간을 만들어 주려던 생각이었다.연도진은 김시연을 따라 2층으로 걸음을 옮겼다. 2층에 도착하자 김시연은 아무 방문이나 열며 말했다.“여기서 잠깐 쉬고 있어.”연도진이 김시연의 손목을 잡더니 말했다.“같이 들어가자, 할 말 있어.”“무슨 말인데?”김시연이 연도진의 뒤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연도진이 문을 닫더니 입을 열었다.“결혼 얘기는 오늘이 아니라 다음에 얘기할 생각이야.”“응, 어쨌든 다음에 얘기해도 부모님께서 다음 달에 바로 하는 결혼을 허락하실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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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0화

어릴 때부터 학업에는 흥미를 보이지 않는 김시연을 어머니는 엄하게 다루지 않았다. 김시연은 애교만 부리면 당시의 모든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다. 그 후부터 김시연은 아예 학업에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어머니는 그런 자신의 양육방식을 후회하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엄하게 가르치는 게 진정 김시연을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너무 뒤늦게 알아버렸다.김시연을 입술 삐죽 내밀며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머니가 다시 물었다.“나한텐 솔직히 얘기해. 너 연도진이랑 고등학생 때 사귄 적 있지?”김시연이 입술을 꾹 다물고 더는 숨길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어색하게 웃으며 어머니의 손을 흔들었다.“엄마, 그게 다 언제적 일인데 인제 와서 그런 말을 왜 해요?”어머니는 김시연의 말을 듣고 자신의 추측이 맞았음을 알게 되었다.“그때 너희 아빠랑 내가 너 유학 보내려고 했을 때, 네가 죽어도 안 가겠다고 버티던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니?”“음... 사실 그건 아니에요. 그냥 유학 가기가 싫었고, 엄마랑 떨어지기 싫었어요!”“다 지난 일이고 너랑 연도진은 지금 혼담까지 오고 가는 사이인데, 솔직히 말해봐. 솔직히 말한다고 내가 널 어떻게 할 수 있겠니?”김시연이 잠시 생각하더니 머뭇거리며 말했다.“우리 고등학생 때 사귀었었는데 연도진이 유학 간 이후로 헤어졌어요. 그리고...”“그리고 귀국하고 나서 다시 너 쫓아다녔니?”“네.”“너도 아직 걜 좋아하는 거야? 계속 같이 있고 싶어?”“네...”“에휴, 너 하고 싶은대로 하렴. 네가 뭘 하든 엄마는 널 응원할 거야. 다만 내가 걱정되는 건, 네가 연도진을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만약 연도진이 마음먹고 널 이용하려고 한다면 네 지능으로는 네가 팔려간다고 해도 걔한테 돈을 쥐여줄걸?”“엄마, 어떻게 딸한테 그런 말을 해요?”“내 말이 틀려?”“...”“엄마는 걱정이 너무 많아. 나한테 팔아넘길 게 뭐가 있다고.”김시연이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엄마, 연도진이 우리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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