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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3화

작가: 고운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8-08 19:00:00
김시연은 변호사와 상담을 마치고 변호사의 조언에 따라 두 계약서를 작성해 연도진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전에 네가 말했던 그 제안, 일리 있는 것 같아서 받아들이도록 할게. 일단 계약서 두 개부터 확인해줘. 문제없으면 변호사 앞에서 같이 서명하자.”10분 정도 지나가 연도진에게서 답장이 왔다.

“몇 가지 문제가 좀 있는 것 같은데 지금 시간 괜찮아? 만나서 직접 얘기하고 싶어.”

김시연이 잠시 망설이다가 답장했다.

“그럼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카페로 와. 거의 다 올 때쯤에 나한테 얘기해줘.”

“알겠어.”

20분 후, 김시연은 카페로 내려와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연도진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듯했다. 그녀는 구석에 있는 자리에 앉았다.

2분도 채 지나지 않아 문 앞에 우아하고 박학다식 해 보이는, 금테 안경을 낀 남자가 등장했다.

그는 카페 안으로 들어와 발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연도진은 구석에 앉아 있는 김시연을 발견하자마자 그쪽으로 걸음을 옮겨 그녀의 맞은편 의자를 당겨 자리에 앉았다.

“왔어? 계약서는 봤겠지? 무슨 문제가 있는지 한 번 얘기해봐.”

김시연이 말했다.

당연히 연도진이 무슨 말을 하든 김시연은 무시할 생각이었다.

김시연이 본론으로 들어가자 연도진이 말했다.

“그럼 안 돌리고 바로 얘기할게. 일단 첫 번째, 계약서에 ‘우리가 애정 넘치는 잉꼬부부를 연기해야 한다’라는 조항이 있던데, 이게 무슨 뜻이야?”

분명 계약 결혼 아니었나?

“그 말은, 우리가 결혼 증명서만 안 받고 결혼식을 올린다는 뜻이야. 필요하면 결혼 증명서를 위조할 수도 있어.”

“...”

어쩐지 그래서 두 번째 계약서가 재산 관련이었구나.

대체 이런 아이디어는 누가 생각해준 거지?!

연도진이 잠시 침묵을 유지하며 진지한 얼굴로 김시연을 몇 초 동안 바라보다가 반대 의견을 내놓으며 말했다.

“그럼 쉽게 들킬 거야.”

“아니, 우리가 결혼식만 올린다면 누가 우리가 진짜 혼인신고를 했는지 궁금해하기나 할 것 같아? 어차피 계약 결혼도 결국엔 이혼으로 끝날 텐데, 증명서가 있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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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964화

    “응.”김시연이 몸을 일으키려던 순간, 연도진의 말이 들려왔다.“맞다, 계약서에는 결혼 시기가 없던데. 10월로 정하는 게 어때?”김시연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바로 거절했다.“안돼. 이미 다 9월 초인데 10월은 너무 빨라. 더군다나 난 지금 남자친구도 없는데 갑자기 결혼 상대가 나와버리면 부모님께선 무조건 반대할 거야. 어쩌면 우리 아빠는 의심부터 할 거고. 아무튼, 부모님 앞에서 연인 행세부터 하고 내년 초쯤에나 결혼해야 해.”“내년 초까지면 늦을 텐데. 네 동생 지금 대학교 몇 학년이야?”“막 2학년 됐어.”“그럼 4학년쯤엔 인턴으로 들어갈지도 몰라. 그러니까 우리는 2년 안에 회사를 손에 넣고 고위 임원들의 신임을 얻어야만 해. 우리가 결혼해야 네 아버지께서 내가 회사에 들어가는 걸 허락하실 거야. 그럼 우리한테 남은 시간은 1년 반뿐인데, 이건 너무 짧잖아. 안 그래?”김시연이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정말 짧아?”“너무 짧아. 나도 업무에 적응해야지. 회사에서 자리를 잡고 어느 정도 실적도 내면서 사람들을 끌어모아야 해. 안 그럼 누가 우릴 따르려고 하겠어?”그 주주들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뭘까?당연히 눈에 보이는 이익이지, 말뿐인 빈 약속이 아니다.누군가 회사를 성장시키고 실적을 올리고 주가를 더 올려 배당금도 많이 준다고 하면 사람들은 당연히 그 누군가를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하지만, 아무 준비도 없이 부모님께 결혼하겠다고 하면 우리 부모님도 반대하실 거야.”“그건 간단해. 우리가 서로한테 첫사랑이었고 내가 유학을 가면서 어쩔 수 없이 헤어졌던 거라고 얘기해. 그리고 작년에 내가 귀국하고 나서 널 다시 만나려고 노력했다고 둘러대면 되잖아. 네가 나랑 잘 될지 말지에 확신이 없어서 부모님께는 말 못 했다고.”김시연은 입을 벌리고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이... 이렇게 해도 돼?”“이게 제일 쉬운 방법이야. 부모님께 우리가 원래 감정을 품고 있던 사이라도 하면 이 결혼이 절대 갑작스러운 결혼이 아닐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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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965화

    “뭔데?”“뭔데?”김시연의 부모가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말을 마친 두 사람이 서로 눈을 마주쳤다.김시연의 아버지가 20년 전에 이미 불륜을 저질렀고 그렇게 태어난 사생아가 대학생이 되었다. 김시연의 어머니도 한때는 히스테리를 미친 듯 부렸었다.하지만 그녀는 꽤 빨리 이성을 되찾고 이혼을 해야 할까 말까에 대해 고민해보았었다.그 답은 아니었다.이혼을 해버리는 순간, 그 내연녀가 김씨 집안으로 들어올 기회를 줘버리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이었기에 이혼은 하지 않았다.자신이 곁에서 직접 키운 딸인 김시연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김웅은 김시연에게만 더욱 관대하게 대했다. 그러니 만약 김웅이 지금 세상을 뜬다면 김시연에게 상당한 재산이 생길 것이다.하지만 내연녀가 들어와 버린다면 상황은 달라진다.김웅은 건강도 좋으니 언제든 첩과 함께 살 수 있을 것이고 게다가 그는 이미 회사를 아들에게 물려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그러니 10년, 20년 후면 김시연은 점차 소외되어가다가 결국은 김씨 집안에서 쫓겨날 것이다.김시연은 어릴 때부터 대범하고 단순한 성격에 고집까지 있던 탓에 김시연의 어머니는 그녀를 전혀 신뢰할 수 없었다.자신은 이미 50대 중반이 되어 여생에 별다른 희망도 없고, 이혼도 의미가 없었지만, 이혼을 포기하고 지금 상황을 유지하며 어떻게든 딸을 위해 뭐라도 차지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이혼하지 않기로 한 후 김시연의 어머니는 차분함을 되찾고 김웅과 제대로 대화를 시도했다. 그녀는 김웅의 가슴 속에 남아있던 죄책감을 이용해 일부 재산을 김시연의 이름으로 이전할 것을 요구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겉으로의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놀라지 말아요.”김시연은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올렸다.“제 남자친구가 내일 인사드리러 찾아오고 싶대요.”김시연의 말에 부모님은 놀란 듯 멍하니 있다가 서로를 바라보았다.김웅이 미간을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김시연을 질책했다.“언제부터 남자친구가 있었던 거야? 난 들은 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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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966화

    “아, 그...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대요. 아버지는 자세히 안 물어봐서 잘 모르겠어요.”김시연이 잠시 망설이다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망했다. 연도진이 어떤 사람인지 물어보는 걸 깜빡했다.김시연이 기억하건대 고등학생 시절 연도진의 아버지께서 몸이 편찮으셨다. 지금 계속 살아계시는지도 김시연은 모르고 있었다.어머니가 길게 한숨을 푹 내쉬었다.“부모님까지 찾아뵐 정도가 됐는데 아직도 가정환경을 모른다고? 걔는 너 데리고 부모님 뵈러 갈 거라는 말했어?”이렇게 생각 없는 아이인데 어떻게 마음을 놓을 수가 있을까?“아뇨.”김시연이 생각에 잠겼다. 연도진의 아빠는 아마 세상을 떴을 것 같았다.그렇다면 연도진의 주위에는 친인척이 없을 테니 김시연을 데리고 굳이 부모님을 찾아뵐 필요도 없었다.어머니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지금은 뭐 하는 사람인데? 어느 회사라도 들어간 거야, 아니면 다시 창업 시작한 거야?”김시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식은땀을 흘렸다.망했다. 이것도 미리 물어보는 걸 깜빡했다.이번엔 준비를 충분히 못 한 것 같다.다 연도진 탓이다. 왜 쓸데없이 이렇게 급하게 굴어서는.김시연이 급하게 머리를 굴리며 부모님을 향해 웃어 보였다.“일단 너무 급해 하지 마시고, 내일 오면 직접 물어보시면 되잖아요.”“그냥 이미 기본 정도만 알겠다는 거잖아. 이런 것도 얘기 못 해?”“제가 지금 알려드려도 내일이면 무조건 직접 물어보고 경제 상황 물어보실 거잖아요. 그런데 제가 굳이 지금 얘기해서 뭐해요?”“너도 참, 억지다.”김웅이 말했다.“말 안 하겠다 하면 더 안 물어보면 되지. 어차피 내일 만날 사람인데. 내가 내일 사람 통해서 좋은 술 두 병 구해올게.”그날 밤, 김시연은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채 연도진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이미 내일 부모님을 찾아뵐 예정이라는 말을 전했으니 내일 오전에 시간 맞춰 오라는 내용이었다.이튿날 아침, 김시연이 내려와서 밥을 먹으려던 때 아버지가 반팔 셔츠에 정장 바지를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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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967화

    “안녕, 도진아.”김시연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웃는 얼굴로 연도진을 맞이하며 위아래로 그를 훑어보았다.연도진은 검은 셔츠, 검은 정장 바지에 검은 구두를 착용해서인지 깔끔하고 단정해 보였다. 게다가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에 깊은 눈동자, 높은 코에 걸려있는 안경이 연도진의 세 보일 수도 있는 인상을 온화하고 품격 있게 만들어주었다.“얼른 앉아, 손에 든 것도 내려놓고. 무거워 보이는데.”어머니는 연도진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지만 어디서 본 적이 있는 듯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오래 기다리셨죠. 뭘 좋아하실지 몰라서 간단히 몇 가지 준비해 봤습니다. 이건 아주머니께 선물로 챙겨온 목걸이인데,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 아저씨께서는 와인을 좋아하신다고 들어서 우리 집에 있는 라피트 두 병 챙겨와 봤습니다.”연도진은 선물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더니 김시연의 어머니가 앉은 쪽으로 밀었다.선물상자를 열자 거대한 진주 목걸이가 어머니의 눈에 들어왔다. 진주알들은 일반적인 불빛 밑에서도 거울처럼 사람을 비출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광채를 뿜어냈다.커다랗고 빛나는 것이 그녀의 경험으로 미루어 봤을 때 적어도 몇백만 원은 할 것 같았다. 그리고 김웅은 테이블 위에 놓인 와인 두 병의 포장지에 적힌 연도를 흘끔 쳐다보았다. 보아하니 한 병에 적어도 몇천만 원은 하는 술이었다.어머니가 입을 열었다.“도진아, 돈 너무 많이 쓴 것 같은데. 다음부턴 이런 거 준비할 필요 없어. 나랑 저 아저씨도 부족함 없이 사는 사람이라서. 너랑 시연이만 잘 지내면 되는 거지.”한꺼번에 이 정도로 비싼 선물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은 연도진의 경제적 여건이 괜찮다는 것을 의미했다. 즉 나중에 김시연이 물질적인 부족함을 느끼며 살 일은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게다가 연도진의 당당하고 예의도 바르고 말도 잘하는 모습에 김시연이 아주 만족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아주머니. 시연이는 제가 잘 돌볼 겁니다.”연도진이 소파에 앉으며 웃는 얼굴로 자신의 곁에 있던 김시연을 바라보더니 어머니의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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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968화

    그 몇몇 부잣집 자식들이 돈을 투자했고 연도진은 GP(일반 파트너)로서 회사의 총 책임자이자 관리자였다. 모든 프로젝트의 투자와 철수는 연도진이 결정하는 것이었다.7년 후, 라네즈 투자 회사는 M 국 업계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고 그동안 투자했던 프로젝트 대부분이 성공적으로 상장해 라네즈에 엄청난 경제적 수익을 안겨주었다.투자 회사의 주식구조만 살펴보아도 도현민의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할 수 있었다.게다가 조금 전 연도진을 말로만 미루어 보아도 그가 지능이 정말 높은 사람인 데다가 생각도 깊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사교 능력 또한 뛰어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김시연 같은 단순한 사람은 연도진이 의도적으로 접근했을 때 그의 손에 쉽게 놀아날 게 뻔했다.이런데 엄마로서 어떻게 마음을 놓을 수 있을까?하지만 생각을 바꾸어 보면 공부와 회사 업무 쪽으로 약한 김시연이 연도진과 함께라면 서로 보완해줄 수 있지 않을까?오직 연도진과 김시연이 한마음이라면 연도진은 김시연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적어도 지금 상황으로만 봤을 때 연도진은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히 털어놓을 수 있을 만큼 김시연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 같아 보였다.하지만 나중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마치 그녀도 결혼할 때까지는 김웅이 바람이 날 줄은 몰랐던 것처럼.여러 생각이 뇌리를 그녀의 뇌리를 스치다가 결국 김시연의 어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하지만 시연이가 널 안 좋아한다고 했으면 넌 어떻게 할 생각이었어?”“그럴 일은 없을 거란 자신이 있었습니다.”연도진이 김시연을 바라보다가 미소 지었다.김시연이 입술을 삐죽이며 속으로 생각했다.‘자신? 자아도취에 빠졌구먼!’정말 자기 체면 하나는 잘 살리는 사람이었다.어머니는 자신의 딸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두 사람이 서로 주고받는 눈빛을 바라보다가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겼다. 그 시절 시연이는 분명 공부라면 질색을 하던 아이였는데 어쩌다가 누군가한테서 과외를 받을 생각을 했을까?이런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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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969화

    김웅이 추측했다.“집이 그리웠던 거야?”“부모님께서 다 돌아가셨는데, 집이 어디 있겠습니까?”연도진은 옆에 있는 김시연을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시연이가 강남이 있으니까,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김시연은 연도진을 흘겨보며 마음속으로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쳤다.말은 아주 청산유수였다.하지만 그녀의 부모님은 연도진의 말에 완전히 홀려있었다.김웅은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지만 속으로는 다른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이렇게 뛰어난 사위를 제이엔 그룹에 영입하면 김씨 가문은 점점 잘 될 것이다.그렇게 되면 나중에 김윤재가 회사에 들어가도 연도진이 형부로서 잘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디민 제이엔 그룹의 의류 업계는 화영 캐피털보다 잘난 게 없었으니, 자신의 제안을 연도진이 승낙할지 말지는 미지수였다.아무래도 상황을 지켜보며 천천히 얘기를 꺼내 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김시연의 부모는 이미 연도진을 미래의 사위로 생각하고 있었고 연도진 역시 그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 덕에 세 사람의 점심 식사 자리는 화목하기 그지없었지만 김시연만은 속이 답답했다.그녀도 자신이 왜 답답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부모님이 연도진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은 충분히 좋은 일이었는데 말이다.연도진이 부모님을 즐겁게 해주는 모습을 보자 김시연은 그저 속이 답답해 났다.점심을 먹고 김시연의 어머니는 김시연에게 연도진을 2층으로 데리고 가 잠시 쉬도록 했다. 의도적으로 둘만의 시간을 만들어 주려던 생각이었다.연도진은 김시연을 따라 2층으로 걸음을 옮겼다. 2층에 도착하자 김시연은 아무 방문이나 열며 말했다.“여기서 잠깐 쉬고 있어.”연도진이 김시연의 손목을 잡더니 말했다.“같이 들어가자, 할 말 있어.”“무슨 말인데?”김시연이 연도진의 뒤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연도진이 문을 닫더니 입을 열었다.“결혼 얘기는 오늘이 아니라 다음에 얘기할 생각이야.”“응, 어쨌든 다음에 얘기해도 부모님께서 다음 달에 바로 하는 결혼을 허락하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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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970화

    어릴 때부터 학업에는 흥미를 보이지 않는 김시연을 어머니는 엄하게 다루지 않았다. 김시연은 애교만 부리면 당시의 모든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다. 그 후부터 김시연은 아예 학업에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어머니는 그런 자신의 양육방식을 후회하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엄하게 가르치는 게 진정 김시연을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너무 뒤늦게 알아버렸다.김시연을 입술 삐죽 내밀며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머니가 다시 물었다.“나한텐 솔직히 얘기해. 너 연도진이랑 고등학생 때 사귄 적 있지?”김시연이 입술을 꾹 다물고 더는 숨길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어색하게 웃으며 어머니의 손을 흔들었다.“엄마, 그게 다 언제적 일인데 인제 와서 그런 말을 왜 해요?”어머니는 김시연의 말을 듣고 자신의 추측이 맞았음을 알게 되었다.“그때 너희 아빠랑 내가 너 유학 보내려고 했을 때, 네가 죽어도 안 가겠다고 버티던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니?”“음... 사실 그건 아니에요. 그냥 유학 가기가 싫었고, 엄마랑 떨어지기 싫었어요!”“다 지난 일이고 너랑 연도진은 지금 혼담까지 오고 가는 사이인데, 솔직히 말해봐. 솔직히 말한다고 내가 널 어떻게 할 수 있겠니?”김시연이 잠시 생각하더니 머뭇거리며 말했다.“우리 고등학생 때 사귀었었는데 연도진이 유학 간 이후로 헤어졌어요. 그리고...”“그리고 귀국하고 나서 다시 너 쫓아다녔니?”“네.”“너도 아직 걜 좋아하는 거야? 계속 같이 있고 싶어?”“네...”“에휴, 너 하고 싶은대로 하렴. 네가 뭘 하든 엄마는 널 응원할 거야. 다만 내가 걱정되는 건, 네가 연도진을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만약 연도진이 마음먹고 널 이용하려고 한다면 네 지능으로는 네가 팔려간다고 해도 걔한테 돈을 쥐여줄걸?”“엄마, 어떻게 딸한테 그런 말을 해요?”“내 말이 틀려?”“...”“엄마는 걱정이 너무 많아. 나한테 팔아넘길 게 뭐가 있다고.”김시연이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엄마, 연도진이 우리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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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971화

    스튜디오 입구.김시연은 오늘 하루의 촬영을 마치고 입구에서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색의 마이바흐가 다가와 그녀의 앞에 멈춰 섰고 차창이 내려가면서 익숙한 얼굴이 드러났다.“얼른 타.”“갑자기 여긴 웬일이야?”김시연은 어리둥절한 듯 미간을 찌푸리더니 꼼짝도 하지 않았다.“나 이제 네 남자 친구야. 퇴근하는 여자 친구 데리러 온 게 그렇게 이상해?”연도진은 가볍게 웃었다.“아주 과몰입했네.”김시연은 메이크업 박스를 트렁크에 넣고 조수석 문을 열고 앉아 안전벨트를 맸다.“고마워.”“남자 친구한테 고맙다고 인사하는 건 너무 거리감이 느껴지잖아.”차는 과속 방지턱을 지나 어느덧 도로에서 주행했다.“연기가 적정에 맞나 보네?”김시연이 비웃듯이 말하자 연도진은 곧바로 입을 열었다.“계약한 이상 내 역할에 성실히 임해야지. 물론 계약서에는 연장자 앞에서만 연기한다고 적혀있어도 우린 항상 조심해야 돼.”“막말로 곧 결혼할 사이인데 사적으로 아예 안 만나면 아버님이 의심하지 않을까? 그리고 만에 하나 네가 실수로 아버님 앞에서 나한테 고맙다는 말하면 어떻게 생각하겠어? 당연히 의심하지.”미간을 찌푸린 채 듣고 있던 김시연은 그의 말이 꽤 설득력 있었지만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밀려왔다.“다음 달이면 결혼하는데 우리 아빠 어떻게 설득할지 생각해봤어? 어머님은...”“우리 엄마는 내가 이미 설득했으니까 걱정하지 마. 아버님께는 대충 둘러대면 되지 않을까? 회사 상사의 딸이 날 좋아한다고 할까? 너무 집착해서 다음 달에 여자 친구랑 결혼한다고 거짓말했는데 꼭 참석하겠다며 난리를 피워서 어쩔 수 없이 진짜 결혼식을 올려야 한다고 얘기하지 뭐.”“자기애가 남다르네...”김시연은 입을 삐죽였다.“그 상사가 누군데? 지어낸 얘기라면 우리 아빠 아예 안 믿을걸?”“정훈 삼촌.”“그래?”김시연은 의아해하며 물었다.“따님이 있으셨나?”“응. 서이란이라고 학교 후배야.”유학 시절 같은 학교를 다닌 후배인 모양이다.“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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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챕터

  • 위태로운 제안   제1272화

    수화기 너머로 임가희는 잠시 멍해 있다가 임연지가 충동적으로 행동했을까 봐 걱정하며 바로 물었다.“오늘 센트럴 백화점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아? 모르셨어요?”간하림은 간단하게 사건의 경과를 설명했다.“따귀를 맞은 일로 설윤은 굉장히 화가 났어요. 그래서 지금 사모님께 복수할 생각만 하고 있다니까요.”그 말을 듣자 임가희는 안심했다.뺨 한 대 맞고 참지 못해 도망가는, 겨우 스무 살짜리 감정적인 계집애 따위는 신경 쓸 가치도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무심하게 말했다.“이틀 후에 너희 가게로 갈 거야. 그때까지 설윤을 잘 부추겨서 나한테 덤비게 만들어.”간하림은 곧바로 그녀의 의도를 알아챘다.“알겠습니다. 사모님,”설윤이 임가희에게 대드는 장면은 반드시 녹화되어 최국환에게 전달될 것이다.하지만 어떻게 하면 설윤이 임가희에게 대들도록 만들 수 있을까?리우 그룹.최국환은 회의를 마치고 몇몇 오랜 친구들과 식사를 하러 갔다.모임이 끝나고 나서야 비서가 그에게 말할 기회를 찾았다.“오전에 사모님과 설윤 씨께서 전화하셨습니다. 설윤 씨는 가방을 사지 않겠다고 하시며 환불해 달라고 하셨습니다.”“갑자기 왜?”“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전화에서 설윤 씨 목소리가 이상했어요. 울먹이는 것 같았습니다.”최국환은 한창 젊은 애인에게 푹 빠져 있던 터라 설윤에게 전화를 걸었다.거의 끊어지려는 순간, 전화가 연결되었다. 설윤의 목소리는 살짝 쉰 듯했다.“국환 씨.”“김 비서 말로는 가방 환불해 달라고 했다던데. 그렇게 갖고 싶어 하더니 왜 갑자기?”설윤은 잠시 말이 없다가 작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싫어졌어요. 이유는 없어요.”“이유가 없어? 그럼 목소리는 왜 그래? 누가 괴롭혔어? 누군지 말만 해. 감히 내 여자를 괴롭히다니!”“묻지 마세요. 저 때문에 국환 씨와 사모님 사이가 나빠지는 건 싫어요.”“오? 내 마누라와 관련된 일이야?”“말했잖아요, 묻지 마시라고요. 더 물으면 저 진짜 삐질 거예요.”“아이고, 또 어린애

  • 위태로운 제안   제1271화

    “정말... 어이가 없어...”설윤은 시선을 피하며 돌아서려 했다.“어딜 가요? 방금 구매 기록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이제 와서 못 보여주는 건데요?”임연지는 설윤의 길을 막아서며 그녀 손에 든 선물 상자를 잡고 비꼬듯 말했다.“젊은 아가씨가 왜 이렇게 뻔뻔해요? 유부남인 거 뻔히 알면서 끼어들다니. 내 고모부가 그쪽 아빠보다 나이도 많은데, 역겹지도 않아요? 몸 팔아서 얻은 가방을 들고 다니니까 좋아요?” 마침 가게에 들어오던 손님 몇 명이 임연지의 말을 듣고 문 앞에서 수군거렸다.설윤은 수치심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인 채 임연지를 밀치고 가게를 나서 황급히 도망쳤다.간하림은 그 모습을 보고 재빨리 뒤따라갔다.“저기요. 설윤 씨, 가방은...”점원은 임연지의 손에 들린 선물 상자를 보고 두 번 불렀다.그러나 설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이게 다 무슨 일이래!“그만 불러요. 안 올 거예요.”임연지는 웃으며 손에 든 선물 상자를 내려다봤다.“저 여자가 싫다고 두고 갔으니 이 가방 저 주세요.”“임연지 씨, 죄송하지만 설윤 씨는 그런 말씀이 없으셔서...”“걱정 마세요, 분명히 환불할 거예요. 환불하면 이 가방 저한테 남겨 두세요.”임연지는 선물 상자를 점원에게 건넸다.점원은 임연지의 배경을 생각하며 마지못해 대답했다.“설윤 씨가 환불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네.”가방을 못 사서 한진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했는데 상황이 반전되고 내연녀까지 혼내주고 나니 임연지는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윤아, 괜찮아?”마침내 매장 근처를 벗어나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사라지자 설윤은 걸음을 멈추고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간하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넋이 나간 채 앞으로 걸어갔다.“윤아, 어디 가서 좀 앉을까?”설윤은 마침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근처 카페의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간하림이 그녀를 위로했다.“윤아, 너무 속상해하지

  • 위태로운 제안   제1270화

    한진은 큰 도움을 주고도 단지 가방 하나 사달라는 부탁만 했을 뿐인데 실망을 안겨주게 생겼으니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심지어 가방을 선물해주겠다고 호언장담까지 했는데 무슨 생각 할지 걱정되었다. 설마 공짜로 주기 싫어서 쪼잔하다고 오해하면 어떡하지?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임연지가 물었다.“다음번에 언제 입고되나요?”점원은 임연지의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정확하게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회원 가입하시면 나중에 재고를 확보할 때 연락드리고 있어요.”“그래요. 할게요.”임연지는 마지못해 동의했다.“연락처가 어떻게 돼요?”점원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물었다.임연지는 전화번호를 말하며 머릿속으로 한진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했다.“설윤 씨, 어서 오세요. 가방 찾으러 오셨죠? 잠깐 앉아 계시면 금방 가져다드릴게요.”다른 점원의 반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네, 고마워요.”소리의 출처를 따라 고개를 돌린 임연지는 젊은 여자 두 명을 발견하고 다시 시선을 거두었다.“윤아, 여기 점원이랑 아는 사이야? 물건을 엄청 많이 샀나 보네? 부러워.”나지막이 속삭이는 여자 목소리가 임연지의 귀에 똑똑히 들렸다. 이내 경멸이 담긴 표정으로 두 사람을 힐끗 쳐다보았다.‘세상 물정 모르는 촌년들. 잠깐! 왼쪽에 있는 여자가 낯이 좀 익은데?’그리고 고개를 돌려 찬찬히 뜯어보았다.분명 어딘가 본 듯한 얼굴이다.기억을 되짚어보던 찰나 점원이 정교한 선물 상자를 들고나와 두 여자 앞에 내려놓았다. 그러고 나서 뚜껑을 열고 안에 든 가방을 보여주었다.“설윤 씨가 구매한 가방이에요. 한번 확인해 보세요.”설윤은 가방을 꺼내 꼼꼼히 살펴보았다.“확인했어요. 고마워요. 먼저 가볼게요.”점원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려던 순간 불쾌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대뜸 울려 퍼졌다.“재고가 없다면서요? 분명 제가 먼저 왔는데 왜 저 사람한테 주는 거죠?”싸늘한 표정으로 따지는 임연지를 보자 점원이 서둘러 해명했다.“이 가방은 손님께서

  • 위태로운 제안   제1269화

    일과를 마친 설윤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탈의실로 돌아갔다가 간하림과 다시 마주쳤다.이내 먼저 입을 열었다.“하림아, 내일 쉬는 날인데 같이 쇼핑하러 가지 않을래?”임가희가 부탁한 일을 떠올리자 간하림은 흔쾌히 동의했다.다음 날, 두 사람은 약속 시간에 맞춰 센트럴 백화점 근처의 카페에 도착했다.일단 만나자마자 설윤은 밀크티 두 잔을 주문했고, 백화점으로 걸어가면서 쪽쪽 빨아 마셨다.간하림이 말했다.“여긴 명품밖에 없을 텐데? 지난번에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발견했다가 가격 보고 기겁했잖아. 그나저나 꽤 익숙한 곳인가 봐? 여기 자주 와?”“내가 무슨 재주로? 국환 씨 따라 몇 번 다녀갔을 뿐, 며칠 전에 가방 하나 주문했는데 오늘 픽업하러 가는 거야.”“헐! 회장님 너무 근사하잖아.”설윤을 바라보는 간하림의 눈빛에 부러움이 가득했다.“그러니까 얼른 행동 개시해야 한다고. 사모님과 이혼시키고 너랑 결혼할 방법을 찾아야 해.”비록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질투심이 활활 타올랐다.목적을 이루기 위해 연기하는 게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는 감정이었다.사실 그녀는 속으로 뻔했다. 최국환과 임가희는 결혼 전에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설윤에게 준 돈은 부부의 공동 재산에 속하지 않는지라 다시 빼앗아 갈 자격이 없었다. 물론 최국환이 직접 개입하면 회수가 가능했지만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설령 나중에 임가희가 설윤에게 본때를 보여주거나 최국환의 마음이 식는다고 해도 그동안 받았던 값비싼 선물은 여전히 가져갈 것이며 현금화하면 그래도 두둑이 챙길 수 있다.결국 임가희가 손을 쓰는 이상 설윤은 곧 최국환에게 찬밥 신세 당하므로 얼추 비슷한 액수의 보수를 받을뿐더러 임가희라는 인맥까지 확보하기에 괜찮다고 스스로 다독였다.그제야 간하림은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다.설윤의 표정은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어젯밤에 돌아가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네 말이 맞아. 국환 씨 아내와 적이 된 이상 내가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상대방이 봐주는 건 아니지. 고작 돈 몇 푼

  • 위태로운 제안   제1268화

    “자, 이제 그만하고 출근하자. 아니면 매니저한테 또 혼날라.”설윤은 옷매무새를 다듬고 탈의실을 나가려고 했다.“먼저 가. 나 립스틱만 바르고.”“알았어.”설윤이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간하림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사모님이 부탁한 일이 어려운 것도 아니군.’...병원에 도착한 최동철은 올라가는 대신 온하랑에게 전화를 걸었다.온하랑은 부승민과 작별 인사를 하고 병실을 나섰다.유치원 확인하러 직접 다녀온다고 하는데 굳이 말릴 이유가 없었다.차에 타고 나서 메이슨을 데리러 갈 줄 알았던 그녀의 예상과 달리 최동철이 말했다.“별장에 계신 이모님이 연락이 와서 오늘 메이슨이 일어나자마자 발이 아프다고 했다네. 아마도 어제 강행군이었나 봐. 그래서 집에서 쉬겠다고 해서 우리 둘만 가면 돼.”온하랑은 미안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어제 많이 걸어 다니긴 했죠. 메이슨을 말렸어야 했는데...”“네 탓 아니야. 내가 너무 바빠서 녀석이랑 놀아주지 못하는 바람에 무리한 거지.”이에 온하랑은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동철 오빠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메이슨도 철이 들었고.”최동철이 피식 웃었다.“우리 사이에 남사스럽게 뭔.”이동하는 동안 두 사람은 담소를 나누면서 편안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했다.동언 국제 유치원에 도착하자 젊은 선생님이 반갑게 맞이하며 소개와 함께 내부를 구경시켜주었다.“우리 유치원은 총 3개의 반으로 나뉘는데 최대 학생 수를 각각 20명 이내로 확보하여 교사들이 모든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게끔 노력하죠. 교실에는 멀티미디어 교육 장비가 구비되어 있으며 전용 독서 공간, 놀이 공간, 수공예 공간, 실내외 감시 카메라, 그리고...”꼼꼼하게 알아본 결과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 편이라 온하랑은 꽤 만족했다.이내 유치원을 나서고 최동철에게 의견을 물었다.최동철이 말했다.“몇 군데가 노후한 것만 빼고 기본적인 인프라는 괜찮네. 시설 개조 명목으로 2억을 기부할 생각이야. 게다가 메이슨도 특별한 케이스라

  • 위태로운 제안   제1267화

    설윤은 그녀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봤어? 다른 사람한테 절대 얘기하면 안 돼.”“당연하지.”간하림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나 몰라? 걱정 붙들어 매.”그리고 다정하게 설윤의 팔짱을 끼고 클럽 탈의실로 향했다.아직 아무도 없었고, 간하림은 옷을 갈아입으며 궁금한 듯 물었다.“윤아, 최 회장님과 어떻게 알게 되었어?”딱히 언급하고 싶지 않은 설윤은 대충 둘러댔다.“우연한 기회에 마주쳤어. 전에 일하던 곳에 놀러 왔다가 마침 내가 접대를 담당했거든.”그러고 나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간하림은 부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이내 손을 뻗어 설윤의 잘록한 허리를 꼬집었고, 뽀얀 피부에 선명한 붉은 자국을 바라보았다.“최 회장님이 네가 진짜 마음에 드나 봐. 직접 출근하는 곳까지 데려다주고, 정말 좋겠네.”설윤은 피식 웃으며 옷을 갈아입었다.“너도 든든한 지원군이 있잖아.”“든든하긴 개뿔! 하늘과 땅 차이거든?”간하림이 툴툴거렸다.“가게에 오면 지명할 뿐이지 너처럼 최 회장님 전속 담당이 아니야.”심지어 손님마저 감히 설윤에게 집적거리지 못했고, 누가 봐도 사전에 단단히 경고한 게 분명했다. 반면, 그녀는 치근덕거리는 사람이 있어도 꾹 참아야만 했다.설윤은 웃으면서 아무 말 없이 거울을 보며 헤어스타일을 다듬었다.“윤아, 나중에 사모님이 되면 날 잊지 마.”“무슨 소리 하는 거야? 우리가 뭐 하는 사람인지 정녕 몰라?”이내 거울을 보며 립스틱을 바르더니 간하림을 흘겨보았다.“국환 씨가 싫증이 나기 전에 돈이라도 두둑이 챙기면 땡큐고, 사모님은 감히 넘보지도 않아.”간하림은 납득할 수 없는 듯 바짝 다가갔다.“우리가 뭐 어때서? 최 회장님 와이프도 결국에는 사모님 자리에 오르는 데 성공했잖아. 그리고 며칠 전 기사 못 봤어?”“무슨 기사?”곧이어 출입구를 힐끗 쳐다보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누군가 최 회장님 와이프의 얼굴을 칼로 난도질해서 끔찍한 상처를 입었대.”“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 위태로운 제안   제1266화

    임연지는 집에 도착하자 거실 소파에 앉아 굳은 얼굴로 손에 든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는 임가희를 발견했다.테이블에 놓인 등기 전용 서류 봉투 위에 여러 장의 사진이 널브러져 있었다.“고모, 왜 그래요?”말을 마치고 나서 사진 한 장을 들여다보는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고모부가...”이내 나머지 사진도 확인했는데 전부 어떤 젊은 여자와 다정한 스킨십을 하는 최국환의 모습이 담겨 있었고, 결코 가벼운 사이는 아닌 듯싶었다.“왜 이렇게 소란스러워?”임가희가 싸늘한 얼굴로 그녀를 흘겨보았다.임연지는 목을 움츠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그리고 쪼그리고 앉아 임가희를 올려다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고모, 이제 어떡해요?”“어떡하긴?”임가희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당연히 모른 척해야지. 지금 네 고모부 덕분에 우리가 먹고 사는 거야. 괜히 추궁했다가 홧김에 쫓아내기라도 한다면 더 손해이지 않겠어?”그렇다고 마냥 당할 수는 없었다.지금껏 비슷한 사례가 여러 번 있었지만 하나같이 머리가 텅 빈 여자들이라 그녀의 도발에 넘어가서 부랴부랴 찾아와 따지기 급급했다. 나중에 울면서 최국환에게 하소연하면 정이 떨어진다며 다시는 만나주지 않았다.또한 최국환과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도 신분과 집안, 그리고 사회적 지위 때문이었다.어쨌거나 그 나이 먹고 결혼을 3번이나 하면서 웃음거리로 전락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본처의 자리를 위협받지 않은 이상 고작 여자 문제로 심기를 건드릴 필요가 뭐 있겠는가? 뒤에서 몰래 처리하면 그만이었다.“그냥 넘어가려고요?”비록 고모의 말도 맞지만 그래도 왠지 꺼림칙했다.“넌 신경 쓰지 마. 고모부 앞에서도 티 내지 말고.”임연지는 사진 속 여자를 힐끗 쳐다보며 속으로 ‘여우 년’이라고 욕하고 마지못해 대답했다.“알았어요.”임가희는 사진을 모두 치웠다.무언가를 떠올린 듯 임연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참, 고모, 만약 이 여자가 임신하면 어떡해요?”“네 고모부의 컨

  • 위태로운 제안   제1265화

    “침착해.”임연지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호텔에서 제공한 가운을 느긋하게 껴입었다.“샤워했어? 나랑 같이 씻을래?”“꿈 깨.”이내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으면서 문을 열자 알몸으로 나타나 팔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으려는 오재원을 발견했다.“연지야.”그녀는 남자의 손길을 슬쩍 피했다.“호텔에서 푹 쉬어. 먼저 가볼게.”“아직 이른데? 좀 더 있다 가.”“안돼.”임연지는 단호하게 거절하며 오재원을 스쳐 지나가 침대 옆으로 걸어가서 바닥에 떨어진 옷을 집어 들었다.불쾌한 기색이 역력한 쌀쌀맞은 얼굴을 보자 오재원은 꼬리를 내렸다.“알았어. 그럼 언제 다시 올 거야? 그리고 원하는 집이 있으면 알려줘. 부동산에 물어볼게.”“방 3개, 풀옵션. 나머지는 알아서 해.”“그래.”임연지는 옷매무새와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 방을 나갔다.그리고 문이 닫히는 순간 뒤돌아보며 혀를 찼다.‘역겨운 놈.’집으로 돌아가는 차에 몸을 싣고 한진에게 답장을 보냈다.[호텔을 벗어나니 공기마저 상쾌한 기분이야.]한진이 대답했다.[하하하! 참,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우리 오빠가 인맥을 동원해서 각 언론사에 수시로 주시하라고 했잖아. 그중에서 제보받은 회사가 있는데 편집장이 이메일을 보자마자 오빠한테 연락했대.]그러고 나서 이메일의 스크린샷을 보내주었다.본문의 첫 마디가 온하랑이 필라시에서 유학할 때 최동철과 아이를 낳았다는 것이었다.임연지는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대박인데? 고마워, 한진아. 오빠한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해줘. 네가 아니었다면 진짜 아프리카로 쫓겨났을지도 몰라.]그동안 한진의 오빠가 사전에 뉴스를 차단하지 못하고 자칫 폭로라도 될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이제 결과를 확인한 이상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하지만 대체 누가 제보했단 말이지?한진이 다시 문자를 보냈다.[물론 메일 주소를 역추적한 결과 여전히 너희 집으로 되어 있어. 아마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가상 주소를 사용한 것 같아.][미친놈.]임연지는 화가 나서 머리카락을

  • 위태로운 제안   제1264화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임연지는 그 틈을 타서 오재원의 손을 뿌리치고 재빨리 엘리베이터를 빠져나갔다.오재원은 그녀를 따라 나가려고 했지만 잠시 뒤 자신이 들고 있던 캐리어를 떠올리고 그것을 끌며 엘리베이터를 나왔다.방에 들어가자 오재원은 서둘러 캐리어를 한쪽으로 밀어두고 임연지를 끌어안고는 침대 쪽으로 밀어붙였다. “연지야, 빨리 나 주라고. 더는 참을 수 없어.”“오재원! 이거 놔! 먼저 일어나!”“안 돼. 연지야,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그냥 즐기기만 하면 돼.” 그녀는 그를 힘껏 밀쳤고 마음속에서 강한 반감을 느꼈다. 그녀는 그의 억제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오재원의 힘이 너무 강해 벗어나기 힘들었다. “오재원, 내 말 들어봐. 우리 얘기 좀 해야 해.” 임연지는 차분하게 말하며 그가 자신의 말을 듣길 바랐다.하지만 오재원은 이미 욕망에 눈이 멀어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임연지에게 입을 맞추려 했고 손은 그녀의 몸을 함부로 만지기 시작했다.“얘기할 필요 없어. 네가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걸 알아. 우리는 지금 중요한 일을 하는 거야.” 그는 말을 마친 후 임연지의 입술을 막았다. “연지야, 잘 생각해. 네가 만약 나를 밀어내면 난 바로 나갈 거야.” 임연지는 속에서 역겨움이 밀려왔지만 그녀의 밀치는 손길은 결국 멈춰 섰다.“그래 이거지.”오재원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는 충분히 즐겼다. 모든 일이 끝난 후 오재원은 임연지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너 너무 향기로워. 연지야. 어쩌면 이제 우리 아이가 여기 있을지도 모르겠네.”임연지는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더 이상 그를 피하지 않으면 정말로 오재원에게 뺨을 갈길 것만 같았다.화장실에 들어간 임연지는 핸드폰을 꺼내 한진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진아, 살려줘. 진짜 그 사람이 너무 싫어!][돌아오자마자 나랑 자려고 하고 역겨워 죽겠어!][내가 기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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