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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제안의 모든 챕터: 챕터 941 - 챕터 950

1272 챕터

제941화

“왜 불러?”연도진이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김시연을 쳐다보았다.“지금 여름이야.”이미 간질간질한 계절은 다 지났다는 거다.“난 그냥 너 과외 해주던 그 날에 우연히 너희 어머님 만났다는 얘기하려고 했던 건데, 어디까지 생각했던 거야?”연도진이 눈썹을 들썩이며 물었다.그 말에 김시연이 당황한 듯 멈칫했다.김시연의 집에서 과외를 하던 그 날, 김시연의 어머니를 우연히 마주쳤던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건 2학기 때의 일이었다.연도진은 일부러 1학기 때의 그 날을 들먹이며 의도적으로 김시연에게 오해하게 한 게 분명했다.만약 김시연이 여기서 연도진의 기억이 잘못된 것이라고 짚어낸다면 연도진의 덫에 걸려들어 주는 셈이나 다름없었다. 김시연이 여기서 더 말을 얹는 순간 그녀는 연도진과 함께 했던 그 옛 기억에 얽매여 계속 과거만 회상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지금 여름 아냐? 넌 또 무슨 생각 한 건데?”김시연은 당당하게 반격했다.말을 마친 김시연은 곧장 몸을 돌려 앞으로 걸어 나갔다.“됐어, 얼른 다음 가게도 가보자.”10시가 다 되도록 밖에서 놀던 두 사람은 함께 호텔로 돌아왔다.김시연은 연도진이 차가 아닌 택시를 타고 혼자 돌아갈 계획이었다.하지만 그런 김시연의 행동에 연도진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나 너랑 같은 호텔이야.”“...”이런 상황은 처음이 아니었다.전에 온하랑이 필라시에서 처음 연도진의 사진을 찍어줄 때, 김시연은 온하랑에게 연도진이 자신을 언급했는지를 물어본 적이 있었다.하지만 온하랑의 대답은 생각보다 모호했다.“요 며칠 동안은 안 했던 것 같은데.”그야 그 연도진이 필라시로 돌아간 지 얼마 안 됐던 때였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대답이었다.하지만 김시연이 온하랑에게 이런 질문을 하기 전부터 연도진은 이미 김시연이 한가할 때마다 찾아갔었다. 김시연이 출장을 가든, 강남에 남아있든 연도진은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고 있는듯했다.“연도진, 너 대체 뭐 하잔 속셈이야?”“모르겠어? 시연아, 나 지금 너 꼬시는 중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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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2화

강남 시.토요일 점심, 이엘리아는 더원파크힐로 가 부시아를 데리고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그녀는 웃는 얼굴로 부시아에게 말했다.“엄마가 어제 시아 데리러 유치원까지 가고 싶었는데 네가 했던 말이 떠올라서 오늘 이렇게 왔어. 오후 내내 우리 시아랑 잘 놀아줄게, 어때?”부시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저 오후에 숙제해야 하는데요. 점심만 먹으면 될 것 같아요.”“알겠어. 뭐 먹고 싶은 건 있어?”“양고기 먹으러 가요.”부시아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오늘 삼촌이 저랑 점심 같이 먹을 거라고 했는데 올지는 모르겠어요.”이엘리아의 눈빛이 반짝였다.“정말이야?”“삼촌이 그랬어요. 아줌마, 저 데리러 온 건 저랑 단둘이 있고 싶어서 아니었어요? 왜 자꾸 삼촌이 이쪽으로 오길 바라는 것 같죠?”아이가 천진난만한 얼굴로 물었다.“아줌마... 아줌마가 아빠랑 얘기할 게 있어서 그래. 우리 가족이 다 같이 밥 한 끼 먹었으면 싶은 것도 있고.”이엘리아가 곧바로 핑계를 찾아 둘러댔다.이 아이, 꽤 영리했다.“아.”“아줌마가 바로 가게 알아볼게. 우리 먼저 도착하면 아빠한테 전화해.”“네.”부시아가 망설임 없이 대답하자 이엘리아가 미소를 지었다.똑똑해봤자 아직 어린 아이인데 먹는 것과 노는 걸 싫어할 리가 있을까?아이는 조만간 이엘리아에게 넘어갈 것이다.가게로 향하는 길, 이엘리아가 슬쩍 입을 열었다.“사실 난 네가 본가에 있을 줄 알고 찾아갔었는데 할머니께서 너희 아빠가 너 여기로 데려다줬다고 얘기해주셨어. 언제 온 거야?”“이틀 전에요.”“여기 너랑 너희 아빠 빼고 다른 사람 있어?”부시아는 이엘리아가 얘기하는 다른 사람이 온하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도우미 아주머니도 계세요.”“아빠는 왜 갑자기 널 여기로 데리고 온 걸까?”“그날에 아줌마가 학교 찾아오는 바람에 애들이 저한테 사생아라고 했거든요. 그게 너무 힘들어서 학교 끝나고 숙모네 집 찾아갔었어요...”이엘리아의 심장이 철렁했다.“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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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3화

이엘리아는 무의식적인 척 머리를 정리하며 표정에서부터 새어 나오는 기쁨을 숨길 수 없었다.아무래도 이엘리아의 방식이 틀리지 않은 듯했다.부시아에게 접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부승민의 태도가 유순해지기 시작했으니 말이다.20분 정도가 지나자 부승민이 레스토랑 룸 안으로 들어섰다.그날 이후, 두 사람의 첫 만남이었다.그는 부시아의 다른 한쪽에 자리 잡고 앉아 이엘리아에게 간단히 고개만 까딱였다.“실례하겠습니다. 식사 같이 해도 되죠?”“그럼요, 앉으세요.”이엘리아의 표정은 차가웠다. 처음 만났을 때 부선월의 앞에서 대놓고 자신을 거절했던 부승민에게 아직도 화가 나 있는 것처럼 보였다.“제가 일이 좀 바빠서요, 시아 때문에 많이 곤란하시죠.”“시아는 제 딸인데, 제가 돌보는 게 당연한 거죠. 정말 오실 줄은 몰라서 아무거나 시켰어요. 나중에 더 시키실 거 있으면 시키세요.”“저는 가리는 거 없이 다 잘 먹습니다.”부승민이 말했다.곧이어 직원이 주문한 메뉴를 테이블 위에 올려주었다.부승민은 테이블 위에 잔뜩 올려진 양고기들을 바라보며 한동안 침묵을 유지하다 고개를 숙인 채 부시아를 힐끔 쳐다보았다.부시아는 제 발 저린 듯 작은 머리를 푹 숙였다.이엘리아가 젓가락을 집어 들며 말했다.“사양 말고 얼른 먹어요.”부승민은 잠시 주저하더니 말했다.“네.”이엘리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저도 아주머님께서 그렇게 바로 저희더러 같이 살라고 할 줄은 몰랐어요. 승민 씨가 생각도 않고 바로 거절할 줄은 더더욱 예상 못 했고요. 정말 조금의 가능성도 고려 안 해보셨던 건가요?”이엘리아의 말 속에는 전에 만났을 때 했던 제안이 부선월의 독단적인 결정일 뿐 본인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강력한 어필이 숨겨져 있었다.“전혀요. 아이 때문에 합치는 거라고 해도 아이한테는 그저 하나의 족쇄에 불과하니까요.”“저도 생각 해보고 나서 거절하려고 했는데요. 아주머니께선 시아가 엄마랑 아빠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는 걸 원하셨을 거예요. 저도 시아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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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4화

일이 벌어지고 나서야 결코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만약 부모님과 삼촌 부부가 이엘리아에게 밖에서 낳은 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시아를 이엘리아의 본가로 데리고 가야 할지도 몰랐다.“이엘리아 씨, 시아랑 가까워지는 데 시급하신 건 알겠는데요. 그렇다고 너무 성급하게 행동하진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자꾸 시아 유치원에 찾아간다든가 그러시면 시아 일상생활에도 방해가 되고요.”“이미 들었어요. 다음부턴 유치원 안 찾아갈 거예요. 많이 안 드신 것 같은데, 음식이 입맛에 안 맞으세요?”“... 오기 전에 좀 먹고 와서요.”점심 식사를 마치자 부시아는 부승민과 함께 가겠다고 떼를 썼다.부시아는 다섯 살 어린아이의 필살기의 울고 불며 떼쓰기를 잘 사용했다. 딱히 별다른 이유가 없었던 탓에 이엘리아도 별다른 수가 없었다.이엘리아는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을 따로 보내고 서정훈의 집으로 돌아갔다.“왔어, 이엘리아?”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앨리스를 발견한 이엘리아가 곧장 그녀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어떻게 됐어? 카이사르 때문에 C 시까지 갔다 왔잖아. 우연히 만난 척하면서 식사라도 같이했어?”앨리스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대답했다.“아니.”“왜? 그게 얼마나 좋은 기회인데 그걸 날려?”“일하느라 바쁘더라고. 방해하기 싫었어, 괜히 더 미움받으면 어떡해.”“넌 좀 뻔뻔해질 필요가 있어! 페이 절반만큼만 요사스러웠으면 이 정도까진 아니었어.”앨리스가 억지로 웃어 보였다.“일단 나 말고, 넌 어떻게 됐는데?”이엘리아가 미소를 지었다.“오늘 점심에 승민 씨랑 시아랑 같이 밥 먹고 왔어. 승민 씨가 일단은 페이랑 재혼할 생각 없다고 하더라. 게다가 내가 승민 씨 앞에서 대놓고 페이 뒷담 깠는데 딱히 반박도 안 했어.”비록 부시아가 떼를 써대는 바람에 끝맺음이 아름답지는 못했지만 전체적인 상황만 봤을 때, 이엘리아는 오늘 점심 식사가 나름 만족스러웠다.“들어보니까 진전이 꽤 나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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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5화

이엘리아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더니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연도진을 바라보았다.“네가 정말 날 오빠라고 생각한다면 내 말 들어. 내일 당장 필라로 돌아가!”연도진은 침착한 자세로 소파에 앉은 채 고개만 들어 이엘리아를 바라보았다.“전 안 돌아가요!”이엘리아는 잔뜩 화난 듯한 표정으로 차갑게 대답하고는 다시 소파 한쪽 구석에 앉았다.“돌아갈 거면, 혼자 돌아가요!”“부승민은 절대 좋은 사람이 아니야. 너랑 같이 낳은 아이가 있다고 해도 절대 너한텐 눈길도 안 줄 거라고.”부승민이라면 이미 불륜 스캔들도 크게 터졌었고 게다가 여전히 인연을 끊지 못한 전 부인까지 있는 사람이었다. 딸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부모라면 절대 부승민을 사위로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승민 씨가 좋은 사람이 아닐 거라는 건 어떻게 확신하는데요? 무슨 근거로 나한텐 눈길도 안 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데요? 오늘 점심엔 같이 밥도 먹었다고요!”정신을 못 차리고 부승민에게 아예 정신이 팔려있는 이엘리아를 보며 연도진은 그저 안타깝고 한심하다는 생각에 차가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단둘이 같이 먹은 게 아니라, 옆에 부시아가 있었겠지. 안 그래?”이런 결정적인 상황에 부승민이 이엘리아와 단둘이 식사를 할 리가 있나? 온하랑과 깔끔히 헤어졌으면 모를까.“... 맞아요. 시아는 제 딸이니까요.”연도진의 허를 찌르는 말에 이엘리아가 말을 더듬으며 최대한 나름의 핑곗거리를 대려 애썼다.“우리 세 가족이 같이 식사를 했다는 것부터 부승민이 저한테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설명해주는 거 아니겠어요?”연도진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이엘리아를 한참이나 아무 말 없이 바라보았다.이 여자가 정말 연도진과 같은 부모를 두고 있는 친동생이 맞을까?어떻게 이렇게 멍청할 수가 있지?함께 식사한다는 건 어떤 인간관계에서든 벌어질 수 있는 일이었다. 친구끼리도, 동료끼리도, 동창끼리도, 고객과도, 심지어 난생처음 보는 사람과도 식사 정도는 얼마든지 함께할 수 있었다.그러니까 연인 사이에 식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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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6화

“어쨌든 난 안 돌아가.”“만약 카이사르가 이 일을 부모님께 알리면, 부모님께선 돌아가시라고 할까?”이엘리아가 입술을 달싹였다. 딱히 아무 계획도 없었으면서 고집스럽게 말했다.“아무튼, 난 절대 안 돌아가.”“아니면 이러는 건 어때? 우선 외삼촌한테 얘기해보는 건 어때? 어렵게 아이랑 다시 만났는데 여기서 조금 더 오해 지내고 싶다고. 아이가 부승민이랑만 너무 오래 지내다 보니까 너랑은 아직 안 친해서 냉큼 필라로 데리고 갈 수는 없다고. 그러니까 외삼촌이 카이사르 좀 설득해보라고 말이야.”“오빠는 절대 안 믿을걸.”“오빠가 믿든 안 믿든 그건 다른 문제고. 일단 외삼촌이 카이사르 설득만 하면 돼.”“알겠어. 일단 해볼게.”이엘리아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밤 열시, 서재에서 업무를 보던 부승민에게 서정훈의 전화가 걸려왔다.“여보세요, 서 의원님?”“승민아, 나다.”익숙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서정훈의 말투가 사뭇 진지했다.“너랑 이엘리아의 일에 대해선 이미 들었다.”부승민이 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허심탄회하게 말했다.“의원님, 이엘리아 씨 일에 대해선 죄송하게 생각합니다.”부승민은 이엘리아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었다.부승민이 제정신이 아니던 그때, 방을 잘못 찾은 이엘리아와 강제로 관계를 맺었다. 이엘리아가 혹시라도 경찰에 신고할까 두려웠던 부선월은 어린 이엘리아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점을 이용해 이엘리아의 경찰 신고를 막고 아이를 낳게 했다.만약 이엘리아가 부시아의 존재를 알기 전, 둘이 시테니와 필라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부승민은 최대한 이엘리아의 조건을 만족시켜주려 했을 것이다. 그녀와 사귀는 것만 빼고 말이다.하지만 부승민이 필라시에서 이엘리아를 알게 되었을 때, 그녀가 부선월과 거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엘리아가 부시아를 다시 찾아온 목적이 자신과 온하랑을 갈라놓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눈치챈 순간, 그녀에게 품고 있던 부승민의 죄책감은 눈 녹듯 사라졌다.하지만 서정훈의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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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7화

서정훈의 아내, 이엘리아와 연도진이 거실에서 부승민과 부시아를 기다리고 있었다.먼저 말을 꺼냈던 사람은 서정훈의 아내였다. 밖에서 누군가가 들어오는 인기척에 부시아에게 시선을 옮긴 그녀는 아이를 보자마자 두 눈을 반짝였다.“할머니가 제 외외종 할머니세요? 칭찬 해주셔서 감사해요.”아이가 새하얀 앞니를 드러내며 밝게 웃어 보였다.“아이고, 애가 참 똑똑하네. 어서 할머니한테 와보렴.”부시아는 망설임 없이 그녀에게로 다가가 어여쁜 목소리로 말했다.“외외종 할머니, 혹시 우리 친할머니랑 동년배예요? 보기엔 우리 친할머니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데요.”누군가에게 이끌려 공항으로 가고 있던 부선월이 듣는다면 말을 잃을 게 분명했다.“...”서정훈의 아내는 아이의 달콤한 말에 해맑게 웃으며 안주머니에서 용돈 봉투를 꺼내 아이에게 쥐여주었다.“애가 말도 참 예쁘게 하네. 자, 첫 만남이니까 할머니가 주는 선물이야. 받아.”“감사합니다, 외외종 할머니. 하트 드릴게요.”용돈 봉투의 두께를 확인한 부시아가 기쁜 듯 밝은 웃음을 지었다.거실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시아야, 할머니가 할아버지 불러올게.”서정훈의 아내가 몸을 일으켜 위층으로 향했다.부승민은 건너편 소파에 앉아있던 연도진과 눈이 마주쳤다.“이건 무슨...?”이엘리아가 분위기를 틈타 말을 얹었다.“우리 오빠예요. 시아야, 외삼촌이야. 얼른 외삼촌이라고 해봐.”부승민이 눈썹을 꿈틀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이엘리아의 오빠를 보는 순간, 부승민은 낭천에서 만났던 김시연의 전 애인인 혼혈 남자를 떠올렸다.“외삼촌, 안녕하세요.”부시아는 연도진을 바라보며 예의 있게 인사를 건넸다.“그래, 안녕. 이건 외삼촌이 주는 첫 만남 선물.”연도진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용돈 봉투를 건넸다.봉투를 건네받은 부시아는 두둑한 봉투 두께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아이는 입을 벌려 활짝 웃으며 말했다.“감사합니다, 외삼촌. 외삼촌 진짜 좋아요!”연도진은 아이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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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8화

부시아의 마지막 체리가 누구에게 향할지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하지만 그 시선들이 무색하게 아이는 마지막 한 알의 그 체리를 자신의 입속에 넣어버렸다. 부시아의 작은 입이 체리로 꽉 차 볼록하게 부풀어 올랐다.“어머, 시아야. 얼른 뱉어!”그 모습을 보던 서정훈의 아내는 혹시라도 체리가 아이의 목에 걸릴라 깜짝 놀라 외쳤다.“걱정하지 마세요, 사모님. 시아도 씨는 뱉어낼 줄 아니까요.”부승민이 말했다.서정훈의 아내는 그제야 안심하는 듯했다.“그래? 그럼 다행이고. 우리 시아 정말 똑똑하네.”부시아는 입술을 몇 번 오물거리더니 체리 씨를 뱉어 휴지통에 버렸다.부시아는 속으로 이게 뭐가 똑똑하다는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과일에 씨가 있으면 뱉어내는 게 정상인데.부시아가 스스로 씨를 뱉어 휴지통에 넣는 모습을 본 부인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우리 시아, 쓰레기도 버릴 줄 아는 거야? 대단한걸.”부인은 아이가 이렇게 똑똑한 이유는 부승민을 닮아서일 것으로 생각했다.“...”“여보, 이거 좀 봐요. 시아 입, 희수 아가씨 닮지 않았어요?”서희수는 서정훈의 여동생으로 연도진과 이엘리아의 엄마였다.그 말에 서정훈이 부시아를 자세히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닮은 것 같네.”이엘리아가 웃으며 말했다.“제 딸이니까 저희 엄마를 닮은 거겠죠.”이엘리아는 그러면서도 속으로 정말 잘 됐다는 생각을 삼켰다.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부시아가 자신의 아이라는 걸 더 철석같이 믿을 게 분명했다.거실에 모여 한참 대화를 나누던 중, 서정훈이 말했다.“승민아, 나랑 잠시 올라가서 얘기 좀 하지.”“네.”부승민은 서정훈을 따라 몸을 일으키며 부시아에게 당부했다.“시아야, 외외종 할머니 말씀 잘 듣고 있어야 해, 알겠지?”“알았어요.”위층에 있는 서재에 도착하자 서정훈이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앉아, 승민아.”부승민은 서정훈의 건너편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도우미가 서재까지 찻잔과 차를 대령했다.부승민이 먼저 주전자를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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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9화

“주식은 바로 얼마 전에 양도 마쳤습니다. 의원님께서는 모르고 계시겠지만 저는 절대 시아 위축되게 하지 않을 겁니다.”서정훈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서들을 한데 모아 옆에 두며 말했다.“이 성의는 내가 시아 대신 받아들이도록 할게.”부승민이 옅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만족하신다면 다행입니다.”“넌 이엘리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구나.”서정훈이 느긋하게 찻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어제 이엘리아가 모든 일을 얘기해주었을 때, 서정훈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해 부승민의 책임을 물을 것을 요구했지만 이엘리아에 의해 제지당했다. 그녀는 오히려 우물쭈물하며 부승민도 피해자라며 감싸주었다.서정훈이 보기에도 이엘리아는 처음부터 부승민을 마음에 품고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자신이 낳았던 아이의 아버지가 부승민이라는 사실까지 알게 되자 뒤늦게 자신의 아이를 찾아간 모양이었다.만약 부승민에게 결혼 경력도 없고 따로 마음에 품고 있는 사람만 없었다면 절대 결혼 상대로 부족한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부승민은 이미 결혼 경험이 있는 사람이었고 전 부인과도 재혼 생각을 품은 채 계속 만남을 이어가고 있었다.그러니 서정훈은 부승민이 마냥 곱게 보이지는 않았다.“그럼 나도 굳이 돌려 말하지는 않을게. 이엘리아가 단순하고 천진난만한 성격에 어릴 때부터 집에서 예쁨만 받고 자란 탓에 오만방자하거든. 그래서 난 이 아이를 거의 동생으로 생각하고 있어.”“그러니까 차라리 관계를 시원하게 끊어내는 편이 좋겠어. 더는 애한테 헛된 희망 품게 하지 마.”“저는 단 한 번도 희망을 품게 한 적 없습니다. 그저 일이 제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닐 뿐이죠. 이엘리아 씨는 시아 엄마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딸 보겠다고 찾아오는 이엘리아 씨를 막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그 말에 서정훈이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숙여 생각했다.“난 너랑 시아 양육권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고 싶구나.”부승민의 표정이 덤덤했다.“저는 굳이 얘기해볼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른들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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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0화

“아직이요.”“딱히 별다른 일만 없으면 하루빨리 재혼하도록 해.”이엘리아가 마음을 접을 수 있게 하라는 뜻이었다.부승민이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내쉬었다.“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에요. 하랑이도 원래 저랑 재혼하려고 했는데 이 일로 저한테 반감이 생긴 것 같아서 재혼이 조금 힘들어진 것 같네요.”서정훈은 온하랑을 총알받이로 쓰고 싶은 모양이었다.지금 부승민이 온하랑과 다시 재혼을 해버리면 이엘리아의 총구는 바로 온하랑에게 향하지 않겠나?이엘리아는 부승민에게 차마 무슨 짓을 벌일 수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교묘하게 방식만 바꿔 온하랑을 공격하려 할지도 모른다.임신한 상태의 온하랑에게는 이엘리아의 공격을 버텨낼 능력이 없었다.“...”“그러니까 의원님께서는 이엘리아 씨가 저한테 시간 낭비하는 게 싫으시다면 이엘리아 씨 좀 설득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그게 아니면 필라시로 돌아가서 잠깐 진정하는 편도 나쁘진 않겠네요.”연도진도 이엘리아를 필라시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중이었다.서정훈이 말했다.“생각 좀 해볼게.”...점심 식사를 마치자 부시아는 서정훈 가족들을 향해 작별인사를 건넸다.이엘리아는 이 기회를 틈타 두 사람과 함께 나가려 했지만 연도진 만큼이나 예리한 서정훈이 그녀가 하려는 짓이 무엇인지 예측하고 제지했다.그 때문에 이엘리아의 심기가 불편해졌다.차에 올라탄 부시아는 볼록한 작은 배를 문지르다가 용돈 봉투를 뜯어 한 장 한 장 세기 시작했다.“시아야, 외외종 할머니랑 외외종 할아버지 좋아?”“네, 좋아요.”부시아는 고개도 들지 않고 계속 돈을 세는 데에 집중하다가 뭔가가 떠오른 듯한 표정으로 말을 더했다.“외삼촌은 싫어요.”“...”“다음부터 삼촌이 자주 데리고 올게.”“네.”부시아가 웃으며 말했다.“외외종 할아버지네 집 경호원 아저씨 엄청 멋있어요!”부승민이 아이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그건 경호원이 아니라 경비원이었다.“시아야, 지금 숙모 보러 가자. 어때?”“좋아요!”부승민이 차를 몰고 더원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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