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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위태로운 제안: Chapter 921 - Chapter 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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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1화

“말해봐.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야.”김시연은 더 이상 놀라지도 않았다.온하랑은 무거운 마음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아이가 있었어.”“뭐라고?”그 말을 들은 김시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내가 지금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아이가 있다니?”“응... 나랑 결혼하기 전에 생긴 아이야. 너도 알아. 부시아.”“X발. 말도 안 돼. 시아가 부승민 씨 딸이라고?”“응...”“야, 부승민 씨 정말 너무한 거 아니냐? 어떻게 자기 딸을 데려와서 같이 키울 수가 있지? 이제 막 좋아하는 감정이 생겼는데 이런 걸 얘기해줬다고? 정말 미친 거 아니야? 누가 봐도 지금 널 가스라이팅 하는 거잖아. 잘못은 묻지도 말고 일단 아이부터 키워라? 이거잖아. X발. 듣기만 해도 화가 나는데 넌 오죽하겠냐.”“승민 씨는 시아의 존재에 대해서 몰랐던 것 같아.”“그 입 닥쳐. 이런 상황에서 승민 씨 편을 들고 싶냐? 또 이딴 소리 할 거면 당장 나가.”세상 난폭한 김시연의 모습에 온하랑은 순순히 입을 다물었다.“그래서 누구랑 낳은 딸인데?”“이엘리야...”정말 듣고도 믿기지 않지만 현실이었다.너무나 충격적인 말에 김시연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두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언제 만난 거야?”“그건 나도 모르겠어.”“설마... 그 여자 이번에 돌아온 게 승민 씨 때문인 건 아니겠지?”“아마 그런 것 같아.”온하랑은 고개를 푹 숙였다.처음에 이엘리아는 부선월의 핑계를 대며 본가를 방문했다.부시아는 태어나자마자 부선월에게 입양되었으니 어쩌면 둘 사이에 일종의 거래가 있었을지도 모른다.게다가 온하랑을 향한 혐오의 감정이 극에 달한 시점에서 부승민과 둘이 잘되어 가는 것 같으니 이때다 싶어 출생의 비밀을 밝히며 이엘리아와 맺어줄 발판으로 삼았다.강남 BX 그룹의 대표와 필라시 윌슨 가문의 아가씨. 얼마나 잘 어울리는 한 쌍의 커플인가?“내가 그렇게 말렸는데도 끝까지 버티더니 이제 정신 좀 차릴 것 같아? 어쩌면 애가 있는 남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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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2화

“네. 알겠습니다.”부승민은 차창을 올리고 핸드폰을 꺼내 온하랑의 전화번호를 입력했다. 엄지손가락은 통화 버튼 주위를 한참 동안 서성였으나 끝내 움직이지 못했다.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부승민은 핸드폰을 거두고 운전해서 회사로 향했다.‘저녁에 돌아오면 사실대로 다 얘기해야지.’BX 그룹의 대표 사무실.업무 보고를 마친 연민우는 부승민 앞에서 쭈뼛거리며 나가지 않았고 정신 사나웠던 부승민은 서류를 훑어보며 무심하게 물었다.“무슨 일 있어?”“그게... 사모님이 다녀가셨습니다...”부승민은 번쩍 고개를 들었다.“언제? 왜 왔는데?”“아마 대표님을 만나러...”부승민은 말을 잇지 못했다.그 말인즉 온하랑에게 회사에 있다고 말했을 때 거짓말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회사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 어디로 갈까? 이변이 없는 한 무조건 본가로 갔을 것이다.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으며 목이 타들어 간 부승민은 ‘퍽’하고 서류를 닫고선 되레 화를 냈다.“그걸 왜 이제야 말하는 거야?”부승민은 곧장 운전기사에게 전화를 걸었고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재빨리 물었다.“아직 하랑이랑 같이 있어?”“아니요.”“회사에 왔었어? 그다음엔 어디로 갔는데?”부승민은 온하랑이 다른 곳으로 가길 바라며 일말의 희망을 품었다.“본가로 가셨습니다.”기사의 답에 부승민이 숨이 막혀왔다. 가슴을 짓누르던 돌이 쿵 하고 떨어진 느낌에 절망감이 밀려와 정신이 혼미해졌다.그녀는 알았다.어쩌면 온하랑은 모든 걸 알고 있을 수도 있다...부승민이 아무 말이 없자 기사는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본가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습니다. 입구에 잠깐 서 있다가 바로 차에 돌아오셨습니다.”부승민의 입가에는 쓴웃음이 떠올랐다.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만 있다가 돌아갔다는 건 뭔가를 들은 게 틀림없다.“본가에서 나오고는 어디로 갔어?”“클래식 캐슬로 이동했습니다.”기사는 김시연이 살고 있는 동네를 말했다.“일단 알았어.”부승민은 곧바로 전화를 끊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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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3화

온하랑은 침묵을 지키다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맞아. 다 알게 됐어. 시아가 친딸이더라. 어쩐지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왜 난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던 거지?”“하랑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널 속일 의도는 아니었어. 사실 나도... 어젯밤에 알았거든. 시아가 내 딸이라는 걸.”부승민은 떨리는 목소리를 억제하며 간신히 말했다.“그럼 이엘리아 씨랑은 어떻게 된 거야?”온하랑은 참지 못하고 조용히 물었다.아예 무시하는 것보다는 지금처럼 뭐라도 물어보는 게 낫다는 생각에 부승민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정말 맹세하는데 모르는 사이었어. 6년 전에 그 사고가 있기 전까지는.”6년 전 여름, 어느 칵테일파티에서 부승민은 갑자기 몸이 안 좋아졌고 누군가에 의해 약에 취했다는 사실을 깨닫고선 곧장 호텔 위층으로 올라가 잠을 청했다.마침 그가 정신을 잃었을 때 어떠한 여자가 나타나 그를 덮쳤다.그러나 이튿날 아침에 그가 일어났을 때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고 혼자 덩그러니 침대에 누워있었다.부승민은 사람을 시켜 조사했지만 끝내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고 그 여자는 한여름 밤의 꿈으로 남았다.오랫동안 조사했지만 그 어떤 단서도 발견되지 않았기에 점점 이 일을 방치하였고, 시간이 흐르며 완전히 잊어버렸다.어제 부선월이 이엘리아가 그날 밤의 여자라고 말했다.알고 보니 그때 당시 이엘리아는 강남에 놀러 왔다. 파티가 끝날 무렵 술김에 호텔 방을 착각했고 그렇게 사고로 부승민과 하룻밤의 관계를 가졌다.그 일이 있은 후 이엘리아는 충격과 공포에 사로잡혔고 부승민에게 알리는 게 무서워 재빨리 호텔 방을 뛰쳐나와 신고하려던 참에 부선월을 만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알고 달려온 부선월은 재빨리 이엘리아를 설득했다.부선월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이엘리아를 위로했고 무조건 모든 흔적을 완벽하게 지우겠다며 약속했다.당시 이엘리아는 이제 막 스무 살이 되었고 가족의 사랑을 받으며 공주처럼 자라온 보물 같은 딸이었다. 철없는 나이에 부선월의 말만 믿고 마음 편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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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4화

핸드폰 너머로 침묵이 흐리자 온하랑은 허탈함이 밀려왔고 애써 감정을 억제하며 말했다.“만날 생각 없으니까 돌아가.”“하랑아...”“진정할 때까지 시간을 좀 줘.”온하랑은 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채 소파에 기대 눈을 감으며 생각을 정리했다.‘내가 정말 승민이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더 이상 어둠 속의 햇살 같은 존재는 아니었지만 여전히 부승민을 사랑했다.‘난 시아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게 맞나?’비록 친딸은 아니지만 부시아는 활기차고 귀여운 아이다. 똑똑한 건 물론 예의까지 바르고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오며 이미 자기 딸로 생각하고 있었다.‘이 일이 정말 승민이의 잘못일까?’어쩌면 부승민도 계획에 이용됐을지도 모른다. 부시아 출생의 비밀에 대해 아예 모르고 있었으니까.‘시아는 무슨 잘못이지...’부시아는 더더욱 잘못이 없다.그동안 자신이 고아라고 생각하며 늘 예민한 마음을 갖고 자랐는데 부모를 선택할 수도 없는 상황에 아이를 탓하는 건 말이 안 된다.각자의 입장이 모두 이해가 됐지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예전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힘들었다.온하랑은 극심한 갈등과 모순에 휩싸여 고통스러웠고 한편으로는 이런 상황이 너무 불편했다.바로 이때 핸드폰이 또다시 울렸다.한숨을 내쉬고 눈을 뜬 온하랑은 곧장 핸드폰을 집어 들었고 발신자를 보니 부승민이었다.온하랑은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전화를 끊었으나 그 순간 또다시 핸드폰이 울렸다.화가 머리를 끝까지 치솟은 온하랑은 버럭 호통쳤다.“시간 좀 달라고 했잖아. 그만 전화해.”“온하랑, 나야.”핸드폰 너머로는 피곤함이 덕지덕지 쌓인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순간 흠칫 놀란 온하랑은 재빨리 핸드폰을 귀에서 떼고 발신자를 확인했다.추서윤이다.아버지 사건을 재수사한 결과, 장국호와 민성주의 자백을 받아냈고 추서윤은 2주 전에 이미 체포되었다.‘갑자기 왜 연락한 거지?’온하랑이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자 추서윤이 다시 한번 물었다.“온하랑, 듣고 있어?”목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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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5화

온하랑은 즉시 차에서 내려 살펴봤다. 차 뒷부분은 완전히 박살이 났고 바로 뒤에 있던 흰 차도 비슷한 상황이었다.흰색 차주도 내려와 상황을 살펴보았고 심하게 망가진 두 차를 보고선 곧장 뒤로 가더니 뒤차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X발, 운전을 왜 이따위로 하는 거야?”검은색 차주는 벌벌 떨며 운전면허를 꺼냈다.“죄송합니다... 초보 운전이에요...”온하랑은 그제야 연속 추돌사고라는 걸 알았다.검은색 차가 흰차를 들이받았고 차간 거리를 제대로 유지하지 못했던 흰차는 그대로 온하랑의 차를 박았다.검은색 차주는 재빨리 차에서 내려 바리케이드 두 개를 놓았다. 그렇게 세 사람은 길가에 서서 경찰과 보험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사건은 매우 간단했지만 일련의 절차를 거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경찰들이 상황을 정리한 후 온하랑은 부랴부랴 추서윤에게 갔지만 이미 면회 시간이 지난 지 오래였다.온하랑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며 돌아섰고 내일은 기필코 제시간에 올리라 다짐했다....서수현은 요즘 점점 게을러졌고 아침에 일어나는 게 너무 힘들었다.하여 곧 인턴 기간이 끝나니 ‘조금만 참자’라는 마인드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버텼다.회사 로비에 도착한 시간은 8시 27분이었다. 서수현은 닫히는 엘리베이터를 보고선 종종걸음으로 달려가며 소리쳤다.“잠시만요.”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서수현은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서서 다음 엘리베이터가 빨리 오기를 간절히 기다렸다.조금이라도 지체하는 순간 지각이었다.그런데 이때 갑자기 엘리베이터의 문이 다시 열렸다.순간 두 눈이 반짝인 서수현은 재빨리 엘리베이터를 탔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이마의 땀을 닦았다.“고마워요.”“아닙니다.”옆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뭔가 익숙했다.서수현은 곧장 고개를 돌려 옆사람을 바라봤고 반가움에 저도 모르게 인사했다.“매제!”말이 끝나자 엘리베이터 안은 쥐 죽은 듯한 정적이 흘렀고 부현승은 표정이 잔뜩 어두워진 채로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그럼 제가 처형이라고 불러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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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6화

“네?!!! 추서윤이 죽었다고요?”“네. 동기가 오늘 아침에야 발견했다고 합니다. 시체는 이미 부검실로 옮겼습니다.”“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갈게요.”전화를 끊은 온하랑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추서윤의 부고를 들은 온하랑의 마음도 묘하게 불편했다.사실 온하랑은 추서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아닌지 긴가민가하던 상황이었다. 그러던 오늘 추서윤이 갑자기 감옥에서 죽었다니 여간 수상한 게 아니었다.이 사건으로 온하랑은 추서윤을 믿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추서윤은 정말 다른 사람에게 철저히 이용당한 것이었다. 추서윤 뒤에 숨은 진짜 범인은 추서윤이 모든 사실을 발설할 것이 두려워 그녀를 처리해버린 게 분명했다.구치소에 갇혀있는 사람에게 손을 댈 수 있을 정도면 그 배후도 결코 만만한 사람은 아닐 것이다.그 말인즉슨, 어제 연속으로 일어난 그 일들도 절대 우연이 아니었다는 거다. 누군가 일부러 온하랑의 발목을 잡아두려고 일부러 벌인 짓이 분명했다.그럼 그때 검은 차랑 하얀 차 둘 중 어느 차가 그 배후가 보낸 차였을까?배후의 진범이 추서윤과 함께 아버지를 죽이려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온하랑은 의아함 섞인 놀라움을 숨긴 채 경찰서로 향했다.다행히 그녀의 휴대폰에 있는 녹음본 덕분에 온하랑은 간단한 조서만 쓰고 녹음본을 경찰 측에 넘긴 후 바로 경찰서를 벗어날 수 있었다.온하랑은 경찰서에서 걸어 나오며 생각에 잠겼다.“하랑아!”온하랑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부승민이 큰 보폭으로 성큼성큼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부승민 역시 추서윤의 부고 소식을 듣자마자 경찰서로 달려온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곳에서 온하랑을 마주할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부승민은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온하랑의 앞에 다다랐다.온하랑은 입술을 오므리고는 물었다.“너도 추서윤이 죽었다는 얘기 듣고 온 거야?”“응.”부승민은 탐욕으로 이글거리는 눈으로 온하랑의 얼굴을 바라보았다.“그럼 너도 얼른 들어가 봐.”온하랑의 말투는 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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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7화

유치원.휴식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유치원 한가운데 모여 웃고 떠들며 신나게 놀고 있었다.원장이 걸어와 아이들을 쭉 둘러보더니 이내 부시아를 발견하곤 웃는 얼굴로 아이를 불렀다.“시아 어린이, 엄마가 시아 보러 오셨는데 잠깐 선생님이랑 원장실 갔다 올까요?”그 말에 부시아의 두 눈동자가 반짝였다.‘숙모가 온 건가?’‘설마 삼촌이 숙모 드디어 꼬신 건가?’‘이제 숙모도 삼촌 안 싫어하나?’숙모가 지금 찾아온 건 혹시 부시아한테 속 얘기를 털어놓기 위해서일까?“네.”부시아는 큰 소리로 대답하고는 바로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타 밑으로 내려갔다. 아이는 짧은 다리로 원장과 걸음을 맞추며 고분고분 원장의 뒤를 따랐다.원장실 입구에 다다르자 원장은 부시아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엄마는 안에 계셔. 시아 어린이랑 엄마랑 얘기하는 데 방해되지 않게 원장님은 여기 있을게요.”“네. 고맙습니다, 원장 아줌마!”부시아는 고개를 들어 원장을 바라보며 예의 있게 말했다.“괜찮아요. 아유, 우리 시아 어린이, 착하기도 해라.”원장은 아이의 동그랗고 큰 눈망울을 바라보더니 저도 모르게 부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속으로 감탄했다.사실 부시아는 부승민과 본처가 낳은 아이가 아닌 부승민이 결혼 전에 만났던 여자와 함께 낳은 사생아였다.전에 유치원으로 와 자신을 대표님의 조카딸이라고 소개했던 여자가 바로 부시아의 친엄마였다.그녀가 오늘 원장실로 찾아와 자신을 부시아의 엄마라고 소개하며 부시아를 만나고 싶다 했을 때, 원장은 의아하게 여길 수밖에 없었다. 부시아의 아버지에게 따로 전화를 걸어 확인을 거치고 나서야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믿을 수 있었다.한껏 신난 발걸음으로 원장실에 들어선 부시아는 이엘리아를 마주하는 순간, 저도 모르게 얼굴에 남아있던 웃음기가 사라지더니 걸음을 멈추고는 잔뜩 실망한 표정으로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아줌마가 여긴 어쩐 일이에요?”“시아야, 엄마는 너 보러 왔지!”이엘리아는 자신을 마주하던 부시아의 표정 변화를 보자 순간적으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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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8화

만약 삼촌이 아빠만 아니었다면 부시아는 이엘리아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이다.어찌 된 영문인지 이엘리아는 부시아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어딘가 모르게 위축되었다.어떻게 어린아이에게서 저런 눈빛이 나오지?이엘리아가 급히 시선을 돌리며 대화 주제를 바꿨다.“엄마가 시아 먹으라고 간식 사 왔는데 좋아할지 모르겠네. 일단 아무거나 사 왔는데 한 번 볼래?”부시아가 비닐봉지를 열어보았다. 안에는 낱개로 포장된 간식들이 잔뜩 들어있었다. 감자 칩, 오레오, 빵 등등 딱 봐도 맛있어 보이는 간식들이 한가득이었다.부시아가 식지 손가락을 가볍게 문 채 어딘가 무안한 듯한 눈빛으로 이엘리아를 바라보았다.“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에요. 고맙습니다, 아줌마.”이엘리아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다행이네, 나중에 엄마가 또 사줄게.”‘역시, 내가 뭐랬어. 어린 애는 단순하다니까!’약점만 알고 있으면 장땡이었다.단지 부시아가 이엘리아와 친해지는 것이 싫어 자신의 물건이라면 건드리지도 않을까 봐 걱정이었다.언젠가 부시아가 이엘리아에게 엄마라고 부르는 날이 오고야 말 것이다.부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업 종소리가 울리자 부시아가 말했다.“수업해야 해서 저는 먼저 가볼게요. 다음에 봐요, 아줌마.”“그래, 안녕.”부시아는 커다란 간식 보따리를 들고 교실로 돌아갔다.그다음 휴식시간이 되자 부시아는 간식들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민지야, 너 감자 칩 좋아하지? 이거 줄게.”“고마워. 이렇게 많은 간식은 다 어디서 갖고 온 거야?”“이상한 아줌마가 주고 갔어. 안 먹으면 손해야. 연주야, 여기 네가 좋아하는 오레오...”역시 어린아이라 그런가 이까짓 간식 더미들로 이리도 쉽게 넘어오다니.정말 순진하기 짝이 없었다.“시아야, 마침 잘 왔다. 나 진짜 배고파 죽을 것 같아.”“...”이틀도 지나지 않아 이엘리아가 다시 유치원을 찾아왔다.유치원의 점심은 정말 풍성했다. 아이들이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면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낮잠까지 케어해주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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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9화

어린아이의 맑은 두 눈을 마주하는 순간 이엘리아는 무의식적으로 해명을 시작했다.“나는 다음에 우리 세 가족이 밥 한 끼 같이 먹고 싶어서.”“우리 아빠는 양고기 좋아해요!”어린아이의 검은 눈동자가 도르륵 굴러갔다.“양념장 양고기도 좋아하고 그냥 삶은 양고기도 좋아하고 구운 양꼬치도 좋아하고 양고기로 우린 탕도 좋아해요.”“그래?”“네.”어린아이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대답했다.“알겠어, 잘 기억하도록 할게. 아직 아빠가 점심을 드셨을지 안 드셨을지 모르겠네? 시아야, 아빠한테 전화 한 번 해볼래? 아빠도 식사하셨는지 한 번 물어보는 게 어때?”‘이렇게나 빨리 본성을 드러낸다고?’‘인내심이 너무 없는 거 아닌가?’부시아가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안돼요. 지금 삼촌은 아마 손님 접대 중일 거예요. 방해하면 안 돼요.”“이게 어떻게 방해야? 아빠도 전화 받으시면 분명 기뻐하실 거야!”부시아가 고집스레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싫어요.”이엘리아가 잔뜩 어두워진 표정으로 부시아를 빤히 바라보았지만 부시아는 신경도 쓰지 않고 본인 식사에만 집중했다. 마치 솜뭉치에 주먹을 꽂는 듯한 의미 없는 타격감에 이엘리아도 힘이 빠졌다.어린아이 주제에 경계심만 많았다.점심 식사가 끝나고 이엘리아는 부시아를 유치원까지 다시 데려다주었다.점심 휴식시간이 아직 끝나지 않은 탓에 부시아는 자신의 자리를 찾아 잠시 잠을 청했다.수업 종소리가 울리자 아이들이 하나둘씩 교실 안으로 들어섰다.부시아의 짝꿍이었던 민지가 궁금함을 못 이기고 물었다.“시아야, 오늘 점심에 너 데리러 왔던 사람, 혹시 너희 엄마야? 왜 전에 교문 앞에서 만났던 사람이랑 다른 것 같지?”“나 알아! 나 알아!”뒷자리에 앉아있던 남자아이가 갑자기 입을 열어 떠들기 시작했다.“우리 아빠가 알려줬는데 부시아 사생아래!”이엘리아는 대표의 조카딸로서 모두가 그녀의 라인을 타 대표님과 가까운 사이가 되길 바랐던 탓에 이엘리아의 일거수일투족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러니 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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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0화

아이들은 문 앞에 모여있었고 선생님들 또한 아이들과 함께 교문 앞에서 학부모님들이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부시아 혼자 다시 학교 안으로 들어갔고 딱히 위험할 건 없으리라 판단했던 선생님은 아이를 따라 들어가지 않은 채 교문 앞에서 부시아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을까?“시아가 학교 안에서 사라진 건 확실한 거죠?”“이것도 단정 지을 수는 없어요.”원장 역시 확답을 내놓기는 어려웠다.“저희가 CCTV를 다 확인해 봤거든요.”“지금 바로 갈게요.”“네.”전화가 끊기자 온하랑은 바로 앞치마부터 벗은 채 신발을 갈아 신고 차키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차를 몰고 유치원으로 향하던 도중, 온하랑은 또다시 원장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CCTV 확인 결과, 부시아가 후문으로 나갔다는 소식이었다.매일 대량의 신선한 식자재를 준비해야 하는 유치원이었기에 식당과 상대적으로 더 가까운 후문을 통해 식자재를 공급해오고 있었다. 식자재를 납품받을 때 빼고는 후문을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아이는 후문으로 유치원을 빠져나가기 전, 식당 관리인 아저씨를 철저히 따돌리는 것도 잊지 않은 모양이었다.유치원 CCTV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였다. 부시아가 유치원을 빠져나간 이후엔 어디로 갔는지 아직 알 수 없었다.“경찰에 신고는 했나요?”온하랑이 물었다.“이미 했어요.”온하랑은 곧바로 유치원 근처의 파출소로 향했다.원장과 본가의 운전기사가 이미 온하랑보다 먼저 도착해 있었다. 경찰에게 상황설명을 마치고 바로 유치원 근처의 외부 CCTV를 확인해보았다.CCTV 화면에는 미니스커트를 입은 한 여자아이가 책가방을 멘 채 길을 걷고 있는 장면이 포착됐다.“이 아이예요.”경찰이 빨리 감기를 눌러 부시아의 행적을 계속 뒤쫓아갔다. 이윽고 화면 속의 아이는 한 버스 정거장에 도착해 버스에 올라탔다.경찰은 아이가 탄 버스를 특정하고 버스가 멈춰서는 역을 하나씩 추적해 나갈 수밖에 없었다.몇 개의 정거장을 지나 아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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