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삼촌이 아빠만 아니었다면 부시아는 이엘리아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이다.어찌 된 영문인지 이엘리아는 부시아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어딘가 모르게 위축되었다.어떻게 어린아이에게서 저런 눈빛이 나오지?이엘리아가 급히 시선을 돌리며 대화 주제를 바꿨다.“엄마가 시아 먹으라고 간식 사 왔는데 좋아할지 모르겠네. 일단 아무거나 사 왔는데 한 번 볼래?”부시아가 비닐봉지를 열어보았다. 안에는 낱개로 포장된 간식들이 잔뜩 들어있었다. 감자 칩, 오레오, 빵 등등 딱 봐도 맛있어 보이는 간식들이 한가득이었다.부시아가 식지 손가락을 가볍게 문 채 어딘가 무안한 듯한 눈빛으로 이엘리아를 바라보았다.“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에요. 고맙습니다, 아줌마.”이엘리아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다행이네, 나중에 엄마가 또 사줄게.”‘역시, 내가 뭐랬어. 어린 애는 단순하다니까!’약점만 알고 있으면 장땡이었다.단지 부시아가 이엘리아와 친해지는 것이 싫어 자신의 물건이라면 건드리지도 않을까 봐 걱정이었다.언젠가 부시아가 이엘리아에게 엄마라고 부르는 날이 오고야 말 것이다.부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업 종소리가 울리자 부시아가 말했다.“수업해야 해서 저는 먼저 가볼게요. 다음에 봐요, 아줌마.”“그래, 안녕.”부시아는 커다란 간식 보따리를 들고 교실로 돌아갔다.그다음 휴식시간이 되자 부시아는 간식들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민지야, 너 감자 칩 좋아하지? 이거 줄게.”“고마워. 이렇게 많은 간식은 다 어디서 갖고 온 거야?”“이상한 아줌마가 주고 갔어. 안 먹으면 손해야. 연주야, 여기 네가 좋아하는 오레오...”역시 어린아이라 그런가 이까짓 간식 더미들로 이리도 쉽게 넘어오다니.정말 순진하기 짝이 없었다.“시아야, 마침 잘 왔다. 나 진짜 배고파 죽을 것 같아.”“...”이틀도 지나지 않아 이엘리아가 다시 유치원을 찾아왔다.유치원의 점심은 정말 풍성했다. 아이들이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면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낮잠까지 케어해주었다
Last Updated : 2024-08-0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