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41화

작가: 고운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8-03 19:00:00
“왜 불러?”연도진이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김시연을 쳐다보았다.

“지금 여름이야.”

이미 간질간질한 계절은 다 지났다는 거다.

“난 그냥 너 과외 해주던 그 날에 우연히 너희 어머님 만났다는 얘기하려고 했던 건데, 어디까지 생각했던 거야?”

연도진이 눈썹을 들썩이며 물었다.

그 말에 김시연이 당황한 듯 멈칫했다.

김시연의 집에서 과외를 하던 그 날, 김시연의 어머니를 우연히 마주쳤던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건 2학기 때의 일이었다.

연도진은 일부러 1학기 때의 그 날을 들먹이며 의도적으로 김시연에게 오해하게 한 게 분명했다.

만약 김시연이 여기서 연도진의 기억이 잘못된 것이라고 짚어낸다면 연도진의 덫에 걸려들어 주는 셈이나 다름없었다. 김시연이 여기서 더 말을 얹는 순간 그녀는 연도진과 함께 했던 그 옛 기억에 얽매여 계속 과거만 회상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지금 여름 아냐? 넌 또 무슨 생각 한 건데?”

김시연은 당당하게 반격했다.

말을 마친 김시연은 곧장 몸을 돌려 앞으로 걸어 나갔다.

“됐어, 얼른 다음 가게도 가보자.”

10시가 다 되도록 밖에서 놀던 두 사람은 함께 호텔로 돌아왔다.

김시연은 연도진이 차가 아닌 택시를 타고 혼자 돌아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런 김시연의 행동에 연도진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

“나 너랑 같은 호텔이야.”

“...”

이런 상황은 처음이 아니었다.

전에 온하랑이 필라시에서 처음 연도진의 사진을 찍어줄 때, 김시연은 온하랑에게 연도진이 자신을 언급했는지를 물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온하랑의 대답은 생각보다 모호했다.

“요 며칠 동안은 안 했던 것 같은데.”

그야 그 연도진이 필라시로 돌아간 지 얼마 안 됐던 때였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김시연이 온하랑에게 이런 질문을 하기 전부터 연도진은 이미 김시연이 한가할 때마다 찾아갔었다. 김시연이 출장을 가든, 강남에 남아있든 연도진은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고 있는듯했다.

“연도진, 너 대체 뭐 하잔 속셈이야?”

“모르겠어? 시연아, 나 지금 너 꼬시는 중이잖아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위태로운 제안   제942화

    강남 시.토요일 점심, 이엘리아는 더원파크힐로 가 부시아를 데리고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그녀는 웃는 얼굴로 부시아에게 말했다.“엄마가 어제 시아 데리러 유치원까지 가고 싶었는데 네가 했던 말이 떠올라서 오늘 이렇게 왔어. 오후 내내 우리 시아랑 잘 놀아줄게, 어때?”부시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저 오후에 숙제해야 하는데요. 점심만 먹으면 될 것 같아요.”“알겠어. 뭐 먹고 싶은 건 있어?”“양고기 먹으러 가요.”부시아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오늘 삼촌이 저랑 점심 같이 먹을 거라고 했는데 올지는 모르겠어요.”이엘리아의 눈빛이 반짝였다.“정말이야?”“삼촌이 그랬어요. 아줌마, 저 데리러 온 건 저랑 단둘이 있고 싶어서 아니었어요? 왜 자꾸 삼촌이 이쪽으로 오길 바라는 것 같죠?”아이가 천진난만한 얼굴로 물었다.“아줌마... 아줌마가 아빠랑 얘기할 게 있어서 그래. 우리 가족이 다 같이 밥 한 끼 먹었으면 싶은 것도 있고.”이엘리아가 곧바로 핑계를 찾아 둘러댔다.이 아이, 꽤 영리했다.“아.”“아줌마가 바로 가게 알아볼게. 우리 먼저 도착하면 아빠한테 전화해.”“네.”부시아가 망설임 없이 대답하자 이엘리아가 미소를 지었다.똑똑해봤자 아직 어린 아이인데 먹는 것과 노는 걸 싫어할 리가 있을까?아이는 조만간 이엘리아에게 넘어갈 것이다.가게로 향하는 길, 이엘리아가 슬쩍 입을 열었다.“사실 난 네가 본가에 있을 줄 알고 찾아갔었는데 할머니께서 너희 아빠가 너 여기로 데려다줬다고 얘기해주셨어. 언제 온 거야?”“이틀 전에요.”“여기 너랑 너희 아빠 빼고 다른 사람 있어?”부시아는 이엘리아가 얘기하는 다른 사람이 온하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도우미 아주머니도 계세요.”“아빠는 왜 갑자기 널 여기로 데리고 온 걸까?”“그날에 아줌마가 학교 찾아오는 바람에 애들이 저한테 사생아라고 했거든요. 그게 너무 힘들어서 학교 끝나고 숙모네 집 찾아갔었어요...”이엘리아의 심장이 철렁했다.“그리

    최신 업데이트 : 2024-08-03
  • 위태로운 제안   제943화

    이엘리아는 무의식적인 척 머리를 정리하며 표정에서부터 새어 나오는 기쁨을 숨길 수 없었다.아무래도 이엘리아의 방식이 틀리지 않은 듯했다.부시아에게 접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부승민의 태도가 유순해지기 시작했으니 말이다.20분 정도가 지나자 부승민이 레스토랑 룸 안으로 들어섰다.그날 이후, 두 사람의 첫 만남이었다.그는 부시아의 다른 한쪽에 자리 잡고 앉아 이엘리아에게 간단히 고개만 까딱였다.“실례하겠습니다. 식사 같이 해도 되죠?”“그럼요, 앉으세요.”이엘리아의 표정은 차가웠다. 처음 만났을 때 부선월의 앞에서 대놓고 자신을 거절했던 부승민에게 아직도 화가 나 있는 것처럼 보였다.“제가 일이 좀 바빠서요, 시아 때문에 많이 곤란하시죠.”“시아는 제 딸인데, 제가 돌보는 게 당연한 거죠. 정말 오실 줄은 몰라서 아무거나 시켰어요. 나중에 더 시키실 거 있으면 시키세요.”“저는 가리는 거 없이 다 잘 먹습니다.”부승민이 말했다.곧이어 직원이 주문한 메뉴를 테이블 위에 올려주었다.부승민은 테이블 위에 잔뜩 올려진 양고기들을 바라보며 한동안 침묵을 유지하다 고개를 숙인 채 부시아를 힐끔 쳐다보았다.부시아는 제 발 저린 듯 작은 머리를 푹 숙였다.이엘리아가 젓가락을 집어 들며 말했다.“사양 말고 얼른 먹어요.”부승민은 잠시 주저하더니 말했다.“네.”이엘리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저도 아주머님께서 그렇게 바로 저희더러 같이 살라고 할 줄은 몰랐어요. 승민 씨가 생각도 않고 바로 거절할 줄은 더더욱 예상 못 했고요. 정말 조금의 가능성도 고려 안 해보셨던 건가요?”이엘리아의 말 속에는 전에 만났을 때 했던 제안이 부선월의 독단적인 결정일 뿐 본인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강력한 어필이 숨겨져 있었다.“전혀요. 아이 때문에 합치는 거라고 해도 아이한테는 그저 하나의 족쇄에 불과하니까요.”“저도 생각 해보고 나서 거절하려고 했는데요. 아주머니께선 시아가 엄마랑 아빠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는 걸 원하셨을 거예요. 저도 시아 인

    최신 업데이트 : 2024-08-03
  • 위태로운 제안   제944화

    일이 벌어지고 나서야 결코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만약 부모님과 삼촌 부부가 이엘리아에게 밖에서 낳은 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시아를 이엘리아의 본가로 데리고 가야 할지도 몰랐다.“이엘리아 씨, 시아랑 가까워지는 데 시급하신 건 알겠는데요. 그렇다고 너무 성급하게 행동하진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자꾸 시아 유치원에 찾아간다든가 그러시면 시아 일상생활에도 방해가 되고요.”“이미 들었어요. 다음부턴 유치원 안 찾아갈 거예요. 많이 안 드신 것 같은데, 음식이 입맛에 안 맞으세요?”“... 오기 전에 좀 먹고 와서요.”점심 식사를 마치자 부시아는 부승민과 함께 가겠다고 떼를 썼다.부시아는 다섯 살 어린아이의 필살기의 울고 불며 떼쓰기를 잘 사용했다. 딱히 별다른 이유가 없었던 탓에 이엘리아도 별다른 수가 없었다.이엘리아는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을 따로 보내고 서정훈의 집으로 돌아갔다.“왔어, 이엘리아?”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앨리스를 발견한 이엘리아가 곧장 그녀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어떻게 됐어? 카이사르 때문에 C 시까지 갔다 왔잖아. 우연히 만난 척하면서 식사라도 같이했어?”앨리스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대답했다.“아니.”“왜? 그게 얼마나 좋은 기회인데 그걸 날려?”“일하느라 바쁘더라고. 방해하기 싫었어, 괜히 더 미움받으면 어떡해.”“넌 좀 뻔뻔해질 필요가 있어! 페이 절반만큼만 요사스러웠으면 이 정도까진 아니었어.”앨리스가 억지로 웃어 보였다.“일단 나 말고, 넌 어떻게 됐는데?”이엘리아가 미소를 지었다.“오늘 점심에 승민 씨랑 시아랑 같이 밥 먹고 왔어. 승민 씨가 일단은 페이랑 재혼할 생각 없다고 하더라. 게다가 내가 승민 씨 앞에서 대놓고 페이 뒷담 깠는데 딱히 반박도 안 했어.”비록 부시아가 떼를 써대는 바람에 끝맺음이 아름답지는 못했지만 전체적인 상황만 봤을 때, 이엘리아는 오늘 점심 식사가 나름 만족스러웠다.“들어보니까 진전이 꽤 나쁘지 않

    최신 업데이트 : 2024-08-03
  • 위태로운 제안   제945화

    이엘리아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더니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연도진을 바라보았다.“네가 정말 날 오빠라고 생각한다면 내 말 들어. 내일 당장 필라로 돌아가!”연도진은 침착한 자세로 소파에 앉은 채 고개만 들어 이엘리아를 바라보았다.“전 안 돌아가요!”이엘리아는 잔뜩 화난 듯한 표정으로 차갑게 대답하고는 다시 소파 한쪽 구석에 앉았다.“돌아갈 거면, 혼자 돌아가요!”“부승민은 절대 좋은 사람이 아니야. 너랑 같이 낳은 아이가 있다고 해도 절대 너한텐 눈길도 안 줄 거라고.”부승민이라면 이미 불륜 스캔들도 크게 터졌었고 게다가 여전히 인연을 끊지 못한 전 부인까지 있는 사람이었다. 딸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부모라면 절대 부승민을 사위로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승민 씨가 좋은 사람이 아닐 거라는 건 어떻게 확신하는데요? 무슨 근거로 나한텐 눈길도 안 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데요? 오늘 점심엔 같이 밥도 먹었다고요!”정신을 못 차리고 부승민에게 아예 정신이 팔려있는 이엘리아를 보며 연도진은 그저 안타깝고 한심하다는 생각에 차가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단둘이 같이 먹은 게 아니라, 옆에 부시아가 있었겠지. 안 그래?”이런 결정적인 상황에 부승민이 이엘리아와 단둘이 식사를 할 리가 있나? 온하랑과 깔끔히 헤어졌으면 모를까.“... 맞아요. 시아는 제 딸이니까요.”연도진의 허를 찌르는 말에 이엘리아가 말을 더듬으며 최대한 나름의 핑곗거리를 대려 애썼다.“우리 세 가족이 같이 식사를 했다는 것부터 부승민이 저한테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설명해주는 거 아니겠어요?”연도진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이엘리아를 한참이나 아무 말 없이 바라보았다.이 여자가 정말 연도진과 같은 부모를 두고 있는 친동생이 맞을까?어떻게 이렇게 멍청할 수가 있지?함께 식사한다는 건 어떤 인간관계에서든 벌어질 수 있는 일이었다. 친구끼리도, 동료끼리도, 동창끼리도, 고객과도, 심지어 난생처음 보는 사람과도 식사 정도는 얼마든지 함께할 수 있었다.그러니까 연인 사이에 식사를

    최신 업데이트 : 2024-08-04
  • 위태로운 제안   제946화

    “어쨌든 난 안 돌아가.”“만약 카이사르가 이 일을 부모님께 알리면, 부모님께선 돌아가시라고 할까?”이엘리아가 입술을 달싹였다. 딱히 아무 계획도 없었으면서 고집스럽게 말했다.“아무튼, 난 절대 안 돌아가.”“아니면 이러는 건 어때? 우선 외삼촌한테 얘기해보는 건 어때? 어렵게 아이랑 다시 만났는데 여기서 조금 더 오해 지내고 싶다고. 아이가 부승민이랑만 너무 오래 지내다 보니까 너랑은 아직 안 친해서 냉큼 필라로 데리고 갈 수는 없다고. 그러니까 외삼촌이 카이사르 좀 설득해보라고 말이야.”“오빠는 절대 안 믿을걸.”“오빠가 믿든 안 믿든 그건 다른 문제고. 일단 외삼촌이 카이사르 설득만 하면 돼.”“알겠어. 일단 해볼게.”이엘리아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밤 열시, 서재에서 업무를 보던 부승민에게 서정훈의 전화가 걸려왔다.“여보세요, 서 의원님?”“승민아, 나다.”익숙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서정훈의 말투가 사뭇 진지했다.“너랑 이엘리아의 일에 대해선 이미 들었다.”부승민이 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허심탄회하게 말했다.“의원님, 이엘리아 씨 일에 대해선 죄송하게 생각합니다.”부승민은 이엘리아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었다.부승민이 제정신이 아니던 그때, 방을 잘못 찾은 이엘리아와 강제로 관계를 맺었다. 이엘리아가 혹시라도 경찰에 신고할까 두려웠던 부선월은 어린 이엘리아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점을 이용해 이엘리아의 경찰 신고를 막고 아이를 낳게 했다.만약 이엘리아가 부시아의 존재를 알기 전, 둘이 시테니와 필라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부승민은 최대한 이엘리아의 조건을 만족시켜주려 했을 것이다. 그녀와 사귀는 것만 빼고 말이다.하지만 부승민이 필라시에서 이엘리아를 알게 되었을 때, 그녀가 부선월과 거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엘리아가 부시아를 다시 찾아온 목적이 자신과 온하랑을 갈라놓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눈치챈 순간, 그녀에게 품고 있던 부승민의 죄책감은 눈 녹듯 사라졌다.하지만 서정훈의 앞

    최신 업데이트 : 2024-08-04
  • 위태로운 제안   제947화

    서정훈의 아내, 이엘리아와 연도진이 거실에서 부승민과 부시아를 기다리고 있었다.먼저 말을 꺼냈던 사람은 서정훈의 아내였다. 밖에서 누군가가 들어오는 인기척에 부시아에게 시선을 옮긴 그녀는 아이를 보자마자 두 눈을 반짝였다.“할머니가 제 외외종 할머니세요? 칭찬 해주셔서 감사해요.”아이가 새하얀 앞니를 드러내며 밝게 웃어 보였다.“아이고, 애가 참 똑똑하네. 어서 할머니한테 와보렴.”부시아는 망설임 없이 그녀에게로 다가가 어여쁜 목소리로 말했다.“외외종 할머니, 혹시 우리 친할머니랑 동년배예요? 보기엔 우리 친할머니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데요.”누군가에게 이끌려 공항으로 가고 있던 부선월이 듣는다면 말을 잃을 게 분명했다.“...”서정훈의 아내는 아이의 달콤한 말에 해맑게 웃으며 안주머니에서 용돈 봉투를 꺼내 아이에게 쥐여주었다.“애가 말도 참 예쁘게 하네. 자, 첫 만남이니까 할머니가 주는 선물이야. 받아.”“감사합니다, 외외종 할머니. 하트 드릴게요.”용돈 봉투의 두께를 확인한 부시아가 기쁜 듯 밝은 웃음을 지었다.거실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시아야, 할머니가 할아버지 불러올게.”서정훈의 아내가 몸을 일으켜 위층으로 향했다.부승민은 건너편 소파에 앉아있던 연도진과 눈이 마주쳤다.“이건 무슨...?”이엘리아가 분위기를 틈타 말을 얹었다.“우리 오빠예요. 시아야, 외삼촌이야. 얼른 외삼촌이라고 해봐.”부승민이 눈썹을 꿈틀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이엘리아의 오빠를 보는 순간, 부승민은 낭천에서 만났던 김시연의 전 애인인 혼혈 남자를 떠올렸다.“외삼촌, 안녕하세요.”부시아는 연도진을 바라보며 예의 있게 인사를 건넸다.“그래, 안녕. 이건 외삼촌이 주는 첫 만남 선물.”연도진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용돈 봉투를 건넸다.봉투를 건네받은 부시아는 두둑한 봉투 두께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아이는 입을 벌려 활짝 웃으며 말했다.“감사합니다, 외삼촌. 외삼촌 진짜 좋아요!”연도진은 아이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최신 업데이트 : 2024-08-04
  • 위태로운 제안   제948화

    부시아의 마지막 체리가 누구에게 향할지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하지만 그 시선들이 무색하게 아이는 마지막 한 알의 그 체리를 자신의 입속에 넣어버렸다. 부시아의 작은 입이 체리로 꽉 차 볼록하게 부풀어 올랐다.“어머, 시아야. 얼른 뱉어!”그 모습을 보던 서정훈의 아내는 혹시라도 체리가 아이의 목에 걸릴라 깜짝 놀라 외쳤다.“걱정하지 마세요, 사모님. 시아도 씨는 뱉어낼 줄 아니까요.”부승민이 말했다.서정훈의 아내는 그제야 안심하는 듯했다.“그래? 그럼 다행이고. 우리 시아 정말 똑똑하네.”부시아는 입술을 몇 번 오물거리더니 체리 씨를 뱉어 휴지통에 버렸다.부시아는 속으로 이게 뭐가 똑똑하다는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과일에 씨가 있으면 뱉어내는 게 정상인데.부시아가 스스로 씨를 뱉어 휴지통에 넣는 모습을 본 부인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우리 시아, 쓰레기도 버릴 줄 아는 거야? 대단한걸.”부인은 아이가 이렇게 똑똑한 이유는 부승민을 닮아서일 것으로 생각했다.“...”“여보, 이거 좀 봐요. 시아 입, 희수 아가씨 닮지 않았어요?”서희수는 서정훈의 여동생으로 연도진과 이엘리아의 엄마였다.그 말에 서정훈이 부시아를 자세히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닮은 것 같네.”이엘리아가 웃으며 말했다.“제 딸이니까 저희 엄마를 닮은 거겠죠.”이엘리아는 그러면서도 속으로 정말 잘 됐다는 생각을 삼켰다.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부시아가 자신의 아이라는 걸 더 철석같이 믿을 게 분명했다.거실에 모여 한참 대화를 나누던 중, 서정훈이 말했다.“승민아, 나랑 잠시 올라가서 얘기 좀 하지.”“네.”부승민은 서정훈을 따라 몸을 일으키며 부시아에게 당부했다.“시아야, 외외종 할머니 말씀 잘 듣고 있어야 해, 알겠지?”“알았어요.”위층에 있는 서재에 도착하자 서정훈이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앉아, 승민아.”부승민은 서정훈의 건너편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도우미가 서재까지 찻잔과 차를 대령했다.부승민이 먼저 주전자를 들어 

    최신 업데이트 : 2024-08-04
  • 위태로운 제안   제949화

    “주식은 바로 얼마 전에 양도 마쳤습니다. 의원님께서는 모르고 계시겠지만 저는 절대 시아 위축되게 하지 않을 겁니다.”서정훈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서들을 한데 모아 옆에 두며 말했다.“이 성의는 내가 시아 대신 받아들이도록 할게.”부승민이 옅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만족하신다면 다행입니다.”“넌 이엘리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구나.”서정훈이 느긋하게 찻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어제 이엘리아가 모든 일을 얘기해주었을 때, 서정훈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해 부승민의 책임을 물을 것을 요구했지만 이엘리아에 의해 제지당했다. 그녀는 오히려 우물쭈물하며 부승민도 피해자라며 감싸주었다.서정훈이 보기에도 이엘리아는 처음부터 부승민을 마음에 품고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자신이 낳았던 아이의 아버지가 부승민이라는 사실까지 알게 되자 뒤늦게 자신의 아이를 찾아간 모양이었다.만약 부승민에게 결혼 경력도 없고 따로 마음에 품고 있는 사람만 없었다면 절대 결혼 상대로 부족한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부승민은 이미 결혼 경험이 있는 사람이었고 전 부인과도 재혼 생각을 품은 채 계속 만남을 이어가고 있었다.그러니 서정훈은 부승민이 마냥 곱게 보이지는 않았다.“그럼 나도 굳이 돌려 말하지는 않을게. 이엘리아가 단순하고 천진난만한 성격에 어릴 때부터 집에서 예쁨만 받고 자란 탓에 오만방자하거든. 그래서 난 이 아이를 거의 동생으로 생각하고 있어.”“그러니까 차라리 관계를 시원하게 끊어내는 편이 좋겠어. 더는 애한테 헛된 희망 품게 하지 마.”“저는 단 한 번도 희망을 품게 한 적 없습니다. 그저 일이 제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닐 뿐이죠. 이엘리아 씨는 시아 엄마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딸 보겠다고 찾아오는 이엘리아 씨를 막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그 말에 서정훈이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숙여 생각했다.“난 너랑 시아 양육권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고 싶구나.”부승민의 표정이 덤덤했다.“저는 굳이 얘기해볼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른들 입

    최신 업데이트 : 2024-08-05

최신 챕터

  • 위태로운 제안   제1272화

    수화기 너머로 임가희는 잠시 멍해 있다가 임연지가 충동적으로 행동했을까 봐 걱정하며 바로 물었다.“오늘 센트럴 백화점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아? 모르셨어요?”간하림은 간단하게 사건의 경과를 설명했다.“따귀를 맞은 일로 설윤은 굉장히 화가 났어요. 그래서 지금 사모님께 복수할 생각만 하고 있다니까요.”그 말을 듣자 임가희는 안심했다.뺨 한 대 맞고 참지 못해 도망가는, 겨우 스무 살짜리 감정적인 계집애 따위는 신경 쓸 가치도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무심하게 말했다.“이틀 후에 너희 가게로 갈 거야. 그때까지 설윤을 잘 부추겨서 나한테 덤비게 만들어.”간하림은 곧바로 그녀의 의도를 알아챘다.“알겠습니다. 사모님,”설윤이 임가희에게 대드는 장면은 반드시 녹화되어 최국환에게 전달될 것이다.하지만 어떻게 하면 설윤이 임가희에게 대들도록 만들 수 있을까?리우 그룹.최국환은 회의를 마치고 몇몇 오랜 친구들과 식사를 하러 갔다.모임이 끝나고 나서야 비서가 그에게 말할 기회를 찾았다.“오전에 사모님과 설윤 씨께서 전화하셨습니다. 설윤 씨는 가방을 사지 않겠다고 하시며 환불해 달라고 하셨습니다.”“갑자기 왜?”“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전화에서 설윤 씨 목소리가 이상했어요. 울먹이는 것 같았습니다.”최국환은 한창 젊은 애인에게 푹 빠져 있던 터라 설윤에게 전화를 걸었다.거의 끊어지려는 순간, 전화가 연결되었다. 설윤의 목소리는 살짝 쉰 듯했다.“국환 씨.”“김 비서 말로는 가방 환불해 달라고 했다던데. 그렇게 갖고 싶어 하더니 왜 갑자기?”설윤은 잠시 말이 없다가 작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싫어졌어요. 이유는 없어요.”“이유가 없어? 그럼 목소리는 왜 그래? 누가 괴롭혔어? 누군지 말만 해. 감히 내 여자를 괴롭히다니!”“묻지 마세요. 저 때문에 국환 씨와 사모님 사이가 나빠지는 건 싫어요.”“오? 내 마누라와 관련된 일이야?”“말했잖아요, 묻지 마시라고요. 더 물으면 저 진짜 삐질 거예요.”“아이고, 또 어린애

  • 위태로운 제안   제1271화

    “정말... 어이가 없어...”설윤은 시선을 피하며 돌아서려 했다.“어딜 가요? 방금 구매 기록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이제 와서 못 보여주는 건데요?”임연지는 설윤의 길을 막아서며 그녀 손에 든 선물 상자를 잡고 비꼬듯 말했다.“젊은 아가씨가 왜 이렇게 뻔뻔해요? 유부남인 거 뻔히 알면서 끼어들다니. 내 고모부가 그쪽 아빠보다 나이도 많은데, 역겹지도 않아요? 몸 팔아서 얻은 가방을 들고 다니니까 좋아요?” 마침 가게에 들어오던 손님 몇 명이 임연지의 말을 듣고 문 앞에서 수군거렸다.설윤은 수치심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인 채 임연지를 밀치고 가게를 나서 황급히 도망쳤다.간하림은 그 모습을 보고 재빨리 뒤따라갔다.“저기요. 설윤 씨, 가방은...”점원은 임연지의 손에 들린 선물 상자를 보고 두 번 불렀다.그러나 설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이게 다 무슨 일이래!“그만 불러요. 안 올 거예요.”임연지는 웃으며 손에 든 선물 상자를 내려다봤다.“저 여자가 싫다고 두고 갔으니 이 가방 저 주세요.”“임연지 씨, 죄송하지만 설윤 씨는 그런 말씀이 없으셔서...”“걱정 마세요, 분명히 환불할 거예요. 환불하면 이 가방 저한테 남겨 두세요.”임연지는 선물 상자를 점원에게 건넸다.점원은 임연지의 배경을 생각하며 마지못해 대답했다.“설윤 씨가 환불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네.”가방을 못 사서 한진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했는데 상황이 반전되고 내연녀까지 혼내주고 나니 임연지는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윤아, 괜찮아?”마침내 매장 근처를 벗어나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사라지자 설윤은 걸음을 멈추고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간하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넋이 나간 채 앞으로 걸어갔다.“윤아, 어디 가서 좀 앉을까?”설윤은 마침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근처 카페의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간하림이 그녀를 위로했다.“윤아, 너무 속상해하지

  • 위태로운 제안   제1270화

    한진은 큰 도움을 주고도 단지 가방 하나 사달라는 부탁만 했을 뿐인데 실망을 안겨주게 생겼으니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심지어 가방을 선물해주겠다고 호언장담까지 했는데 무슨 생각 할지 걱정되었다. 설마 공짜로 주기 싫어서 쪼잔하다고 오해하면 어떡하지?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임연지가 물었다.“다음번에 언제 입고되나요?”점원은 임연지의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정확하게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회원 가입하시면 나중에 재고를 확보할 때 연락드리고 있어요.”“그래요. 할게요.”임연지는 마지못해 동의했다.“연락처가 어떻게 돼요?”점원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물었다.임연지는 전화번호를 말하며 머릿속으로 한진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했다.“설윤 씨, 어서 오세요. 가방 찾으러 오셨죠? 잠깐 앉아 계시면 금방 가져다드릴게요.”다른 점원의 반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네, 고마워요.”소리의 출처를 따라 고개를 돌린 임연지는 젊은 여자 두 명을 발견하고 다시 시선을 거두었다.“윤아, 여기 점원이랑 아는 사이야? 물건을 엄청 많이 샀나 보네? 부러워.”나지막이 속삭이는 여자 목소리가 임연지의 귀에 똑똑히 들렸다. 이내 경멸이 담긴 표정으로 두 사람을 힐끗 쳐다보았다.‘세상 물정 모르는 촌년들. 잠깐! 왼쪽에 있는 여자가 낯이 좀 익은데?’그리고 고개를 돌려 찬찬히 뜯어보았다.분명 어딘가 본 듯한 얼굴이다.기억을 되짚어보던 찰나 점원이 정교한 선물 상자를 들고나와 두 여자 앞에 내려놓았다. 그러고 나서 뚜껑을 열고 안에 든 가방을 보여주었다.“설윤 씨가 구매한 가방이에요. 한번 확인해 보세요.”설윤은 가방을 꺼내 꼼꼼히 살펴보았다.“확인했어요. 고마워요. 먼저 가볼게요.”점원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려던 순간 불쾌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대뜸 울려 퍼졌다.“재고가 없다면서요? 분명 제가 먼저 왔는데 왜 저 사람한테 주는 거죠?”싸늘한 표정으로 따지는 임연지를 보자 점원이 서둘러 해명했다.“이 가방은 손님께서

  • 위태로운 제안   제1269화

    일과를 마친 설윤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탈의실로 돌아갔다가 간하림과 다시 마주쳤다.이내 먼저 입을 열었다.“하림아, 내일 쉬는 날인데 같이 쇼핑하러 가지 않을래?”임가희가 부탁한 일을 떠올리자 간하림은 흔쾌히 동의했다.다음 날, 두 사람은 약속 시간에 맞춰 센트럴 백화점 근처의 카페에 도착했다.일단 만나자마자 설윤은 밀크티 두 잔을 주문했고, 백화점으로 걸어가면서 쪽쪽 빨아 마셨다.간하림이 말했다.“여긴 명품밖에 없을 텐데? 지난번에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발견했다가 가격 보고 기겁했잖아. 그나저나 꽤 익숙한 곳인가 봐? 여기 자주 와?”“내가 무슨 재주로? 국환 씨 따라 몇 번 다녀갔을 뿐, 며칠 전에 가방 하나 주문했는데 오늘 픽업하러 가는 거야.”“헐! 회장님 너무 근사하잖아.”설윤을 바라보는 간하림의 눈빛에 부러움이 가득했다.“그러니까 얼른 행동 개시해야 한다고. 사모님과 이혼시키고 너랑 결혼할 방법을 찾아야 해.”비록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질투심이 활활 타올랐다.목적을 이루기 위해 연기하는 게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는 감정이었다.사실 그녀는 속으로 뻔했다. 최국환과 임가희는 결혼 전에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설윤에게 준 돈은 부부의 공동 재산에 속하지 않는지라 다시 빼앗아 갈 자격이 없었다. 물론 최국환이 직접 개입하면 회수가 가능했지만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설령 나중에 임가희가 설윤에게 본때를 보여주거나 최국환의 마음이 식는다고 해도 그동안 받았던 값비싼 선물은 여전히 가져갈 것이며 현금화하면 그래도 두둑이 챙길 수 있다.결국 임가희가 손을 쓰는 이상 설윤은 곧 최국환에게 찬밥 신세 당하므로 얼추 비슷한 액수의 보수를 받을뿐더러 임가희라는 인맥까지 확보하기에 괜찮다고 스스로 다독였다.그제야 간하림은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다.설윤의 표정은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어젯밤에 돌아가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네 말이 맞아. 국환 씨 아내와 적이 된 이상 내가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상대방이 봐주는 건 아니지. 고작 돈 몇 푼

  • 위태로운 제안   제1268화

    “자, 이제 그만하고 출근하자. 아니면 매니저한테 또 혼날라.”설윤은 옷매무새를 다듬고 탈의실을 나가려고 했다.“먼저 가. 나 립스틱만 바르고.”“알았어.”설윤이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간하림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사모님이 부탁한 일이 어려운 것도 아니군.’...병원에 도착한 최동철은 올라가는 대신 온하랑에게 전화를 걸었다.온하랑은 부승민과 작별 인사를 하고 병실을 나섰다.유치원 확인하러 직접 다녀온다고 하는데 굳이 말릴 이유가 없었다.차에 타고 나서 메이슨을 데리러 갈 줄 알았던 그녀의 예상과 달리 최동철이 말했다.“별장에 계신 이모님이 연락이 와서 오늘 메이슨이 일어나자마자 발이 아프다고 했다네. 아마도 어제 강행군이었나 봐. 그래서 집에서 쉬겠다고 해서 우리 둘만 가면 돼.”온하랑은 미안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어제 많이 걸어 다니긴 했죠. 메이슨을 말렸어야 했는데...”“네 탓 아니야. 내가 너무 바빠서 녀석이랑 놀아주지 못하는 바람에 무리한 거지.”이에 온하랑은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동철 오빠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메이슨도 철이 들었고.”최동철이 피식 웃었다.“우리 사이에 남사스럽게 뭔.”이동하는 동안 두 사람은 담소를 나누면서 편안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했다.동언 국제 유치원에 도착하자 젊은 선생님이 반갑게 맞이하며 소개와 함께 내부를 구경시켜주었다.“우리 유치원은 총 3개의 반으로 나뉘는데 최대 학생 수를 각각 20명 이내로 확보하여 교사들이 모든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게끔 노력하죠. 교실에는 멀티미디어 교육 장비가 구비되어 있으며 전용 독서 공간, 놀이 공간, 수공예 공간, 실내외 감시 카메라, 그리고...”꼼꼼하게 알아본 결과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 편이라 온하랑은 꽤 만족했다.이내 유치원을 나서고 최동철에게 의견을 물었다.최동철이 말했다.“몇 군데가 노후한 것만 빼고 기본적인 인프라는 괜찮네. 시설 개조 명목으로 2억을 기부할 생각이야. 게다가 메이슨도 특별한 케이스라

  • 위태로운 제안   제1267화

    설윤은 그녀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봤어? 다른 사람한테 절대 얘기하면 안 돼.”“당연하지.”간하림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나 몰라? 걱정 붙들어 매.”그리고 다정하게 설윤의 팔짱을 끼고 클럽 탈의실로 향했다.아직 아무도 없었고, 간하림은 옷을 갈아입으며 궁금한 듯 물었다.“윤아, 최 회장님과 어떻게 알게 되었어?”딱히 언급하고 싶지 않은 설윤은 대충 둘러댔다.“우연한 기회에 마주쳤어. 전에 일하던 곳에 놀러 왔다가 마침 내가 접대를 담당했거든.”그러고 나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간하림은 부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이내 손을 뻗어 설윤의 잘록한 허리를 꼬집었고, 뽀얀 피부에 선명한 붉은 자국을 바라보았다.“최 회장님이 네가 진짜 마음에 드나 봐. 직접 출근하는 곳까지 데려다주고, 정말 좋겠네.”설윤은 피식 웃으며 옷을 갈아입었다.“너도 든든한 지원군이 있잖아.”“든든하긴 개뿔! 하늘과 땅 차이거든?”간하림이 툴툴거렸다.“가게에 오면 지명할 뿐이지 너처럼 최 회장님 전속 담당이 아니야.”심지어 손님마저 감히 설윤에게 집적거리지 못했고, 누가 봐도 사전에 단단히 경고한 게 분명했다. 반면, 그녀는 치근덕거리는 사람이 있어도 꾹 참아야만 했다.설윤은 웃으면서 아무 말 없이 거울을 보며 헤어스타일을 다듬었다.“윤아, 나중에 사모님이 되면 날 잊지 마.”“무슨 소리 하는 거야? 우리가 뭐 하는 사람인지 정녕 몰라?”이내 거울을 보며 립스틱을 바르더니 간하림을 흘겨보았다.“국환 씨가 싫증이 나기 전에 돈이라도 두둑이 챙기면 땡큐고, 사모님은 감히 넘보지도 않아.”간하림은 납득할 수 없는 듯 바짝 다가갔다.“우리가 뭐 어때서? 최 회장님 와이프도 결국에는 사모님 자리에 오르는 데 성공했잖아. 그리고 며칠 전 기사 못 봤어?”“무슨 기사?”곧이어 출입구를 힐끗 쳐다보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누군가 최 회장님 와이프의 얼굴을 칼로 난도질해서 끔찍한 상처를 입었대.”“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 위태로운 제안   제1266화

    임연지는 집에 도착하자 거실 소파에 앉아 굳은 얼굴로 손에 든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는 임가희를 발견했다.테이블에 놓인 등기 전용 서류 봉투 위에 여러 장의 사진이 널브러져 있었다.“고모, 왜 그래요?”말을 마치고 나서 사진 한 장을 들여다보는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고모부가...”이내 나머지 사진도 확인했는데 전부 어떤 젊은 여자와 다정한 스킨십을 하는 최국환의 모습이 담겨 있었고, 결코 가벼운 사이는 아닌 듯싶었다.“왜 이렇게 소란스러워?”임가희가 싸늘한 얼굴로 그녀를 흘겨보았다.임연지는 목을 움츠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그리고 쪼그리고 앉아 임가희를 올려다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고모, 이제 어떡해요?”“어떡하긴?”임가희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당연히 모른 척해야지. 지금 네 고모부 덕분에 우리가 먹고 사는 거야. 괜히 추궁했다가 홧김에 쫓아내기라도 한다면 더 손해이지 않겠어?”그렇다고 마냥 당할 수는 없었다.지금껏 비슷한 사례가 여러 번 있었지만 하나같이 머리가 텅 빈 여자들이라 그녀의 도발에 넘어가서 부랴부랴 찾아와 따지기 급급했다. 나중에 울면서 최국환에게 하소연하면 정이 떨어진다며 다시는 만나주지 않았다.또한 최국환과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도 신분과 집안, 그리고 사회적 지위 때문이었다.어쨌거나 그 나이 먹고 결혼을 3번이나 하면서 웃음거리로 전락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본처의 자리를 위협받지 않은 이상 고작 여자 문제로 심기를 건드릴 필요가 뭐 있겠는가? 뒤에서 몰래 처리하면 그만이었다.“그냥 넘어가려고요?”비록 고모의 말도 맞지만 그래도 왠지 꺼림칙했다.“넌 신경 쓰지 마. 고모부 앞에서도 티 내지 말고.”임연지는 사진 속 여자를 힐끗 쳐다보며 속으로 ‘여우 년’이라고 욕하고 마지못해 대답했다.“알았어요.”임가희는 사진을 모두 치웠다.무언가를 떠올린 듯 임연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참, 고모, 만약 이 여자가 임신하면 어떡해요?”“네 고모부의 컨

  • 위태로운 제안   제1265화

    “침착해.”임연지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호텔에서 제공한 가운을 느긋하게 껴입었다.“샤워했어? 나랑 같이 씻을래?”“꿈 깨.”이내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으면서 문을 열자 알몸으로 나타나 팔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으려는 오재원을 발견했다.“연지야.”그녀는 남자의 손길을 슬쩍 피했다.“호텔에서 푹 쉬어. 먼저 가볼게.”“아직 이른데? 좀 더 있다 가.”“안돼.”임연지는 단호하게 거절하며 오재원을 스쳐 지나가 침대 옆으로 걸어가서 바닥에 떨어진 옷을 집어 들었다.불쾌한 기색이 역력한 쌀쌀맞은 얼굴을 보자 오재원은 꼬리를 내렸다.“알았어. 그럼 언제 다시 올 거야? 그리고 원하는 집이 있으면 알려줘. 부동산에 물어볼게.”“방 3개, 풀옵션. 나머지는 알아서 해.”“그래.”임연지는 옷매무새와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 방을 나갔다.그리고 문이 닫히는 순간 뒤돌아보며 혀를 찼다.‘역겨운 놈.’집으로 돌아가는 차에 몸을 싣고 한진에게 답장을 보냈다.[호텔을 벗어나니 공기마저 상쾌한 기분이야.]한진이 대답했다.[하하하! 참,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우리 오빠가 인맥을 동원해서 각 언론사에 수시로 주시하라고 했잖아. 그중에서 제보받은 회사가 있는데 편집장이 이메일을 보자마자 오빠한테 연락했대.]그러고 나서 이메일의 스크린샷을 보내주었다.본문의 첫 마디가 온하랑이 필라시에서 유학할 때 최동철과 아이를 낳았다는 것이었다.임연지는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대박인데? 고마워, 한진아. 오빠한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해줘. 네가 아니었다면 진짜 아프리카로 쫓겨났을지도 몰라.]그동안 한진의 오빠가 사전에 뉴스를 차단하지 못하고 자칫 폭로라도 될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이제 결과를 확인한 이상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하지만 대체 누가 제보했단 말이지?한진이 다시 문자를 보냈다.[물론 메일 주소를 역추적한 결과 여전히 너희 집으로 되어 있어. 아마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가상 주소를 사용한 것 같아.][미친놈.]임연지는 화가 나서 머리카락을

  • 위태로운 제안   제1264화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임연지는 그 틈을 타서 오재원의 손을 뿌리치고 재빨리 엘리베이터를 빠져나갔다.오재원은 그녀를 따라 나가려고 했지만 잠시 뒤 자신이 들고 있던 캐리어를 떠올리고 그것을 끌며 엘리베이터를 나왔다.방에 들어가자 오재원은 서둘러 캐리어를 한쪽으로 밀어두고 임연지를 끌어안고는 침대 쪽으로 밀어붙였다. “연지야, 빨리 나 주라고. 더는 참을 수 없어.”“오재원! 이거 놔! 먼저 일어나!”“안 돼. 연지야,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그냥 즐기기만 하면 돼.” 그녀는 그를 힘껏 밀쳤고 마음속에서 강한 반감을 느꼈다. 그녀는 그의 억제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오재원의 힘이 너무 강해 벗어나기 힘들었다. “오재원, 내 말 들어봐. 우리 얘기 좀 해야 해.” 임연지는 차분하게 말하며 그가 자신의 말을 듣길 바랐다.하지만 오재원은 이미 욕망에 눈이 멀어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임연지에게 입을 맞추려 했고 손은 그녀의 몸을 함부로 만지기 시작했다.“얘기할 필요 없어. 네가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걸 알아. 우리는 지금 중요한 일을 하는 거야.” 그는 말을 마친 후 임연지의 입술을 막았다. “연지야, 잘 생각해. 네가 만약 나를 밀어내면 난 바로 나갈 거야.” 임연지는 속에서 역겨움이 밀려왔지만 그녀의 밀치는 손길은 결국 멈춰 섰다.“그래 이거지.”오재원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는 충분히 즐겼다. 모든 일이 끝난 후 오재원은 임연지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너 너무 향기로워. 연지야. 어쩌면 이제 우리 아이가 여기 있을지도 모르겠네.”임연지는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더 이상 그를 피하지 않으면 정말로 오재원에게 뺨을 갈길 것만 같았다.화장실에 들어간 임연지는 핸드폰을 꺼내 한진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진아, 살려줘. 진짜 그 사람이 너무 싫어!][돌아오자마자 나랑 자려고 하고 역겨워 죽겠어!][내가 기다리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