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하랑과 김시연이 버스에 올라타자 수다를 이어가던 버스 안은 잠시 조용해졌다.온하랑과 김시연은 자리를 골라 나란히 앉았다.앞자리에 앉은 젊은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두 분, 어디서 오셨어요? 일하러 오신 거예요, 여행하러 오신 거예요?”젊은 남자 일행으로 보이는 사람이 잠시 온하랑을 바라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두 남자 앞에 앉은 아저씨도 거들었다.“나이를 보아 학생 같지는 않은데.”김시연은 웃으며 말했다.“저희는 여기 여행 중이고, 고향은 강남이예요. 그쪽은요?”고향 얘기가 나오자 차 안의 관광객들은 너도나도 자기 고향을 알리기 바빴고, 같은 지역 출신이 아니면 늘 비슷한 말로 공감대를 형성하려 들었다.“내 친구가 거기 사람인데…”이윽고 7, 8명 정도 더 차에 올라탔고, 가이드가 명단을 확인한 후 문을 닫고 출발했다.차에 시동을 걸자 차 안은 정적이 흘렀고 사람들은 각자 할 일을 했다.어떤 사람은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어떤 사람은 헤드폰을 끼고 노래를 듣고, 어떤 사람은 카메라로 풍경을 찍고 있었다.젊은 남자의 일행은 뒤를 한번 돌아보고는 남자를 팔꿈치로 찌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저 뒤에 앉은 여자 둘, 한 명은 온하랑 같은데?”“온하랑이 누군데?” 남자는 처음에 알아채지 못했다.“몰라? 부승민 아내!”남자는 기억을 떠올리며 놀란 눈빛으로 일행을 바라보았다.“정말 그 온하랑이야?”“내가 봤을 땐 맞아. 옆에 있는 친구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시연이야.”처음 부승민과 온하랑의 소식이 전해졌을 때, 기숙사에서 한창 떠들어댔던 게 생각났다. 다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남들과는 출발선부터 다른 부승민을 부러워했었다.남자는 호기심이 생겼다.“내 기억이 맞다면 얼마 전에 부승민과 이혼하지 않았나?” “맞아.”남자의 일행은 한숨을 쉬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분명 부승민한테서 재산도 나눠 가졌으니 부자일 거야! 재혼이긴 하지만 젊고 돈도 많잖아. 그래도 재벌가 쪽에서는 다시 저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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