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에서 돌아와 숲속 캠핑장에 도착하니 가이드는 이미 다른 관광객들과 함께 한쪽에 자리를 내고 모닥불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온하랑과 김시연은 따로 챙겨온 도시락을 꺼냈다. 반찬은 간단하게 스팸구이와 불고기로만 이루어져 있었지만 열악한 야외조건에서 이 정도면 정말 만족스러운 한 끼 식사였다.허명진은 가이드를 도와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누어주고 있었다.“아가씨들, 커피 드세요.”그는 두 잔의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들고 오더니 김시연과 온하랑에게 건네며 말했다.“더 필요하면 저쪽 가서 받아요.”“네, 감사합니다.”온하랑은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가볍게 한모금 마시고는 바닥에 내려놓았다.그 모습을 보던 허명진의 눈빛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평소 신경이 쇠약한 탓에 장천수는 집을 나서기 전 꼭 수면제를 챙기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여행을 온 지금은 수면제를 먹지 않아도 잠이 잘 왔다. 장천수는 수면제를 괜히 챙겨 짐만 더 만든 듯한 기분이라며 불평했다.어쨌든 도움은 된 거 아닌가?저녁 식사를 마친 후 온하랑은 조금 전 받았던 커피잔을 손에 들고 다시 한 모급 들이켰다.가이드는 차에서 몇 병의 맥주병을 꺼내더니 모닥불 근처에 앉아읶던 관광객들에게 물었다.“여기 맥주도 있는데, 마실래요?”맥주를 마시겠다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알다. 기껏해야 대여섯명 정도만 가이드의 말에 대답을 했다.가이드는 그들에게 맥주 한 병씩 건넨 뒤, 또다시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다들 한 잔씩 안 하실 거에요? 이 달빛에 이 야경인데도요? 이런 기회 흔치 않아요. 맥주 한 병이 무슨 술입니까, 그냥 음료수죠. 마셔도 안 취해요.”가이드의 말이 끝나자 또 몇 명의 사람들이 너도나도 한 병씩 달라며 입을 열었다. 그 중에는 김시연도 포함이었다. 그녀는 맥주 두 병을 받아와 한 병은 온하랑에게 던져주며 말했다.“이런 기회 흔한 거 아니에요, 한 잔 하죠?”맥주병을 받아든 온하랑은 병마개를 돌려땄다.이국 땅의 야외에서, 익숙한 얼굴의 이방인들이 함께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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