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하랑이 이주혁의 시선을 피하며 침착하게 먼 곳을 바라보았다.“나한테 괜히 시간 낭비하지 마.”“그 새낀 바람도 피웠는데, 넌 아직도 그 사람을 사랑하는 거야?”“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든 말든 이 일이랑 상관없어. 이혼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다른 사람을 만나? 나한테 그 정도 체력은 없어.”“기다릴게. 네가 완전히 그 결혼생활에서 벗어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 나는.”이주혁이 한 치의 물러남과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만약 내가 평생 못 벗어난다면 어떡할 건데?”“그럼 난 평생을 기다릴게!”온 하랑은 머리가 지끈거렸다.그녀는 지금 상황이 절대 장난이 아닌 진심이었다.첫 번째 결혼으로 이미 온하랑이 마음은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그녀에게는 재혼 생각이 아예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대로 평생 혼자 살아갈 생각도 했다.혼자 사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게다가 온하랑은 지금 이런 일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오직 아버지의 복수에만 몰두하고 싶었다.온하랑이 무어라 말을 하기 위해 입을 열려던 그 순간, 옆에서 “짝, 짝, 짝”하는 소리가 들려왔다.부성민이 손뼉을 치며 걸어오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온하랑과 이주혁의 주위를 맴돌며 차가운 냉소를 지었다.“평생 기다리겠다... 정말 감동적이네요!”부승민을 발견한 온하랑은 순간적으로 놀라는 듯싶더니 이내 이주혁을 비꼬는 부승민의 말에 다급하게 입을 열어 두 사람의 싸움을 제지했다.“가자, 가서 밥 먹어야지.”“가자.”이주혁도 그런 부승민을 깔끔하게 무시하고는 온하랑과 함께 나란히 룸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에게 대놓고 무시를 당해버린 부승민의 낯빛이 분노에 붉으락푸르락 해지기 시작하더니 온하랑이 자신의 앞을 지나치던 그 순간, 그녀를 불러세웠다.“하랑아!”하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는 온하랑에 부승민은 주먹을 꽉 쥐었다.“송이는 그냥 버리고 갈 셈이야?”온하랑의 걸음이 뚝 멈추더니 잔뜩 화가 난 듯 부승민의 앞으로 걸어가 말했다.“우리 송이 어떻게 했어?”부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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