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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제안의 모든 챕터: 챕터 381 - 챕터 390

1272 챕터

제381화

온하랑은 송이의 사료, 고양이 모래와 간식들을 차 트렁크에 실었다.혹시나 싶어 뒤를 확인해 보니 다행히 부승민이 쫓아 오지는 않았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어딘가 실망스러운 듯한 마음을 숨길 수는 없었다.운전석에 올라탄 온하랑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이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연민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온하랑에게서 전화가 걸려 오자 연민우는 소스라치게 놀랐다.그는 조심스레 수신 버튼을 눌러서 전화를 받았다.“네, 여보세요. 온하랑 씨?”“연 비서님, 송이 지금 어느 동물병원에 있는지 알고 계세요?”‘송이가 누군데?’‘온하랑은 왜 이걸 나한테 묻고 있는 건데?’연민우는 조금 전 부승민이 했던 그 이상한 말을 떠올렸다.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대답했다.“죄송합니다, 온하랑 씨. 제가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송이는 다른 비서님께 맡겼거든요. 그래서 송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저도 잘...”“...”온하랑은 어이가 없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그녀는 순간적으로 설마 송이가 죽어서 부승민이 이토록 질질 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했다.연민우가 말을 이었다.“제가 그 비서님한테 대신 여쭈어보고 다시 전화 드릴게요.”말을 마친 연민우가 전화를 끊고 다급하게 부승민에게 전화를 걸었다.부승민의 지시를 받은 연민우는 꽤 빨리 온하랑에게 연락했다.전화를 받은 온하랑이 물었다.“송이는 지금 어디 있는데요?”“온하랑 씨, 정말 죄송합니다. 지금 그 비서님이 연락이 안 되어서요. 연락 닿는 대로 빠르게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온하랑은 결국 송이를 데려오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며 차를 몰고 더원파크힐을 벗어나 김시연에게 계좌이체를 해주기 위해 은행으로 향했다.2억이라는 금액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었기 때문에 은행 직원은 온하랑을 데리고 VIP 휴게실로 이동했다. 은행 지점장까지 나서 그녀에게 차를 대접하고 있었다.온하랑은 건네받은 차를 한 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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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만약 진지하게 연구 개발에만 집중하고 싶다면 나는 두 회사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랑 네 전공이 맞아떨어지는지를 고려해 봐야 한다고 생각해. 그리고 회사 이념이랑 네 이념이 맞아떨어지는지도 생각해 봐야 하고. 오랫동안 일하고 싶다면 BX를 추천하고 승진을 빨리하고 싶다면 금영을 추천할게.][솔직히 말하면 저는 BX가 더 끌리는 것 같아요. BX의 연구 이념이 저랑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전 대표로 계셨던 부승민 대표님도 수학 계열 전공이셨잖아요. 그분도 소프트웨어 개발해 보셨고.][그 사람은 수학과랑 금융학과 복수전공이었는데.][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전에 그분께서 해외에 계실 때 했던 인터뷰를 본 적이 있거든요. 진심으로 존경스럽더라고요. 누나는 그분 알아요?]“...”[알아.][내 전남편이야.]사실 온하랑은 이 말을 할 기회만 계속 엿 보고 있었다.온하랑이 이미 결혼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 민지훈도 더는 자신에게 관심을 두지 않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민지훈이 본격적으로 무언가를 시작하기도 전에 먼저 이혼 사실을 밝히는 것은 어딘가 어색하게 느껴졌다.지금이 바로 그 기회였다.이 사실은 민지훈에게 꽤 큰 충격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휴대전화 화면 너머의 상대는 오랫동안 아무런 답장이 없었다.민지훈이 충격을 받은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그는 여태껏 온하랑이 유부녀였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온하랑은 어려 보였다.그는 일전 김시연의 입에서 “전남편”이라는 세 글자를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까지만 해도 “전남편”이라는 사람이 단순히 온하랑의 전 남자 친구였을 것이라 생각했지 전남편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게다가 맥락으로 따지고 보면 잘못을 저지른 쪽은 부승민 같았다.몇 분 정도 흐르자 민지훈에게서 답장이 왔다.[누나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데, 누나랑 이혼한 그 사람만 손해죠.][우리가 이혼한 이유가 뭐가 됐든 일에 있어서만큼은 책임감이 정말 강한 사람이야. 직원들한테도 친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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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일전 온하랑은 이미 자신의 짐들을 전부 김시연과 함께 등원하는 저택으로 옮긴 적이 있었다. 그리고 필요한 옷들만 챙겨 노르빈으로 향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캐리어는 여전히 방에 쌓여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다.이미 이곳에 살기로 했으니 온하랑은 자신의 짐을 제대로 한 번 정리해 보고 싶었다.자신의 모든 옷가지와 생필품들을 정리하니 아버지의 유품만이 남아 있었다.새해 첫 연휴 기간이 지나고 곧 있으면 새로운 한 해인 설날이었다. 이렇게 또 1년이 지나간다.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로 또 1년이 지나갔다.트럭 운전기사는 이미 석방되어 편한 나날들을 보내고 모아놓은 돈으로 해외여행까지 다니고 있다.그에 반해 아버지는 온하랑의 곁을 떠나 차디찬 땅속에 묻혀 영원한 잠에 들었다.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온하랑은 마음속 한구석이 시큰해지기 시작하더니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워졌다.그녀는 조심스레 아버지의 노트를 꺼냈다. 천천히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시간이 지나 색이 바랜 속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 위에 적힌 익숙한 글씨체는 이미 수도 없이 문질러왔다.노트를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갑자기 그 안에서 사진 한 장이 떨어졌다.아마도 그 당시 일어났던 납치 사건과 관련된 사진처럼 보였다.온하랑은 손을 뻗어 바닥에 떨어진 그 사진을 줍고는 다시 노트 안으로 집어넣었다.하지만 그녀의 뇌리를 순간적으로 스치는 무언가가 떠올라 넣어두었던 사진을 다시 꺼내 자세히 살펴보았다.사진의 각도가 이상했다. 마치 어느 기둥 뒤에 숨어 몰래 찍은 듯 사진의 한쪽 귀퉁이가 기둥에 의해 가로막혀 있었다.사진 속에는 두 사람이 찍혀있었는데 한 사람은 옆모습만 찍혀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45도 각도의 옆모습이 찍혀있었다.멀리서 찍은 사진이라 얼굴이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대충 구분은 가능한 정도였다.온하랑은 여전히 그 45도 각도의 옆모습에서 알 수 없는 기시감을 느꼈다. 어디에서 본 적이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전에 이 사진을 봤을 때는 못 느꼈던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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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사건 현장에서 인질을 구조할 때, 그곳에 기자가 있어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었다.그렇다면 아버지는 대체 어떻게 납치범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걸까?연락을 받은 아버지가 모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현장 근처에 잠입해 몰래 사진을 찍었다는 건가?이건 아버지가 할 만한 짓이긴 했다. 애초에 그 식품 첨가제 사건도 아버지가 스스로 공장에 취직해 간첩 노릇을 한 덕에 증거를 수집할 수 있었다.아마도 아버지가 몰래 사진을 찍을 때 발각된 것이 분명했다. 그때 납치범에게 단단히 찍혀 그렇게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던 것이라.아버지는 그때 이미 보도가 가능할 수준으로 기사를 작성하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답은 둘 중 하나였다. 인질이 풀려났거나, 죽었거나.노트에 적힌 아버지의 채 완성되지 않은 원고에서알 수 있는 것은 납치 사건 발생 날짜였다. 그 연도의 4월 12일, 그리고 아버지의 기일은 4월 18일이었다.여기서 알 수 있는 건 바로 납치범은 사건이 알려진 후 곧바로 체포된 것이 아닌, 아버지가 사망한 후에도 여전히 밖에서 자유롭게 활보했다는 사실이다. 그게 아니라면 트럭 운전기사는 이 일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다.인질의 생사, 그리고 납치범의 체포 여부에 대해서 온하랑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그 시절, 온하랑은 아버지의 사고와 이 사건을 연관 지어볼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아버지가 살인을 당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한다 해도 일전 아버지의 정의적인 보도로 인해 피해를 본 누군가의 소행일 것이라고만 예상했다.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몇 초 동안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더니 아버지의 노트와 사진만 따로 빼두었다.아버지의 사고는 이미 교통사고 법률에 따라 트럭 운전기사가 징역살이를 마치고 밖으로 나온 상태였다. 순전히 그녀의 추측만으로 경찰에게 수사 요청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 시간에 대해서는 그녀 혼자 따로 알아보는 수밖에 없었다.아버지의 죽음이 사회적으로 큰 반응을 불러왔던 만큼 경찰 역시 많은 사람의 시선 속에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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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문밖에서 김시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랑 씨, 점심은 직접 해 먹을 거예요, 아니면 또 배달시킬 거예요?”온하랑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물을 한 모금 들이켜고 노트북을 덮었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문을 열고 김시연의 말에 대답했다.“다 괜찮아요.”김시연이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그럼 배달시키죠.”“좋아요.”온하랑도 요리를 할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김시연과 함께 배달 어플을 보며 점심 메뉴를 정한 후 소파에 넋 나간 사람처럼 앉아 있었다. 납치범에게 이 정도의 능력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납치된 그 인질도 보통 인물은 아닐 게 분명했다.온하랑이 정말 이 사건에 대해 깊게 파고들 생각이라면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무슨 생각을 그렇게 심각하게 해요?”김시연이 생각에 잠긴 온하랑을 바라보며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정신을 차린 온하랑이 뒤늦게 웃어 보였다.“맞다, 시연 씨. 강남에 아는 사립 탐정 있어요?”“사립 탐정이요? 갑자기 탐정은 왜요?”놀란 듯 눈을 크게 뜬 김시연이 물었다.“누구 뒷조사라도 하려고요?”온하랑은 절반 정도의 진실을 감춘 채 말을 이어갔다.“아버지를 죽은 그 트럭 운전사의 뒤를 좀 캐고 싶어서요.”온하랑의 별다른 부가 설명은 없었지만 김시연은 온하랑의 뜻은 이해한 듯했다.부씨 가문에 입양된 후 온하랑에게는 사회로부터 받은 기부금, 온강호가 모아두었던 재산, 그리고 그녀 스스로 노력해서 받아낸 장학금과 고등학교, 대학교에 진학하며 신청했던 지원금까지 있던 상태라 그녀에게는 돈이라면 절대 부족하지 않았다. 그러니 돈은 그녀의 인생에 있어 걸림돌이 될 수 없었다. 온하랑은 오직 자신의 아버지를 죽게 만든 그 트럭 운전사가 마땅한 대가를 치르기만 바라고 있었다.트럭 운전사에게는 이미 무거운 형량이 내려진 후였지만 온하랑에게 있어 아버지를 죽게 만든 것은 몇 년간의 교도소 생활만으로는 용서할 수 없는 큰 죄였다. 그녀가 불만을 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온하랑은 자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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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온하랑이 이주혁의 시선을 피하며 침착하게 먼 곳을 바라보았다.“나한테 괜히 시간 낭비하지 마.”“그 새낀 바람도 피웠는데, 넌 아직도 그 사람을 사랑하는 거야?”“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든 말든 이 일이랑 상관없어. 이혼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다른 사람을 만나? 나한테 그 정도 체력은 없어.”“기다릴게. 네가 완전히 그 결혼생활에서 벗어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 나는.”이주혁이 한 치의 물러남과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만약 내가 평생 못 벗어난다면 어떡할 건데?”“그럼 난 평생을 기다릴게!”온 하랑은 머리가 지끈거렸다.그녀는 지금 상황이 절대 장난이 아닌 진심이었다.첫 번째 결혼으로 이미 온하랑이 마음은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그녀에게는 재혼 생각이 아예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대로 평생 혼자 살아갈 생각도 했다.혼자 사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게다가 온하랑은 지금 이런 일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오직 아버지의 복수에만 몰두하고 싶었다.온하랑이 무어라 말을 하기 위해 입을 열려던 그 순간, 옆에서 “짝, 짝, 짝”하는 소리가 들려왔다.부성민이 손뼉을 치며 걸어오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온하랑과 이주혁의 주위를 맴돌며 차가운 냉소를 지었다.“평생 기다리겠다... 정말 감동적이네요!”부승민을 발견한 온하랑은 순간적으로 놀라는 듯싶더니 이내 이주혁을 비꼬는 부승민의 말에 다급하게 입을 열어 두 사람의 싸움을 제지했다.“가자, 가서 밥 먹어야지.”“가자.”이주혁도 그런 부승민을 깔끔하게 무시하고는 온하랑과 함께 나란히 룸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에게 대놓고 무시를 당해버린 부승민의 낯빛이 분노에 붉으락푸르락 해지기 시작하더니 온하랑이 자신의 앞을 지나치던 그 순간, 그녀를 불러세웠다.“하랑아!”하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는 온하랑에 부승민은 주먹을 꽉 쥐었다.“송이는 그냥 버리고 갈 셈이야?”온하랑의 걸음이 뚝 멈추더니 잔뜩 화가 난 듯 부승민의 앞으로 걸어가 말했다.“우리 송이 어떻게 했어?”부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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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그는 추서윤을 좋아하지 않았다. 부승민이 추서윤에 대한 마음은 그저 죄책감에서 비롯된 보답이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심은혜가 온하랑을 다치게 하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등 일련의 일이 발생한 뒤로 일말의 죄책감마저 사라졌다.부승민이 좋아하는 건 다름 아닌 온하랑이었지만 온하랑은 믿어주지 않았다. 만약 진짜 오랫동안 좋아했다면 왜 이혼하자 한 건지, 만약 이혼하기 얼마 전 좋아하게 된 거라면 어떻게 그렇게 빨리 변심할 수 있었던 건지.“추서윤 일 그만두게 만든 적 없어. 결혼하고 싶었던 적은 더더욱 없었고. 하랑아, 나 너 많이 좋아해. 네가 안 믿는 거 알아. 그래도 말해주고 싶어. 난 너 좋아해, 아주 오래전부터 쭉 좋아해 왔어. 그저 내가 너무 못나서 내 마음을 알아채지 못했어...”온하랑은 그 말이 우스워 소리 내 웃었다.“오래전부터 날 좋아했다고? 자기 마음을 몰랐을 뿐이었다고? 오빠, 그딴 변명 내가 믿을 거로 생각해?”“날 좋아한다면서 한 달이나 출장 가서 추서윤을 만나? 날 좋아한다면서 나랑 이혼하자고 했어? 날 좋아한다면서 임신했다고 얘기했는데 아이를 지우라 했어? 날 좋아한다면서 다른 사람이 나 내연녀라고 할 때 눈 뜨고 지켜만 봤어? 날 좋아한다면서 우리 결혼기념일에 추서윤 만나러 가? 날 좋아한다면서 결혼할 때 고모님이랑 우리가 이혼할 거라 얘기했어?”온하랑은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따져 물었다. 말하고 말하다 눈시울이 붉어진 온하랑이었다. 추서윤 엄마인 심은혜 때문에 아이를 지키려 침대에 온종일 누워있어야 했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아이를 잃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좋아한 지 오래됐다고? 정말 가소롭기 짝이 없었다.“정말 그런 거라면 부승민 당신이 우리 아이 죽게 한 거나 다름이 없어. 난 더더욱 당신이랑 재혼하고 싶은 마음 없고. 그러니까 생각 접는 게 좋을 거야.”온하랑은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이제 겨우 다 놓으려고 했는데 부승민 때문에, 그가 매달리며 질척거리는 바람에 온하랑은 또다시 아픈 기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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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온하랑은 공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인터넷에 사진이 많지 않았다. 카운터 직원은 온하랑을 알아보지 못하고 부승민의 새 애인인 줄 알았다. 직원이 스몰 사이즈의 넥카라를 한 송이를 우리에서 안아 들어 케이지 안에 넣는데 온하랑이 직접 나서 송이를 안아 들며 말했다.“제가 할게요.”카운터 직원은 잠시 망설였다.“아가씨, 고양이 피부병은 사람한테 옮아요.”“알아요. 괜찮으니 이리 주세요.”말을 듣고 직원은 건넸고 부승민을 향해 말했다.“부승민 고객님, 두 분 여기서 기다리고 계시면 송이 약 좀 갖고 올게요.”“그렇게 해요.”온하랑은 옆에 놓인 소파에 앉아 송이의 넥카라를 살짝 들고는 자세히 살폈다. 한 달 안 본 사이에 송이는 많이 컸지만 그래도 귀여운 아기 고양이에 불과했고 털만 조금 길었을 뿐이었다. 만져보니 배가 볼록 나온 것이 밥도 잘 먹는 것 같고. 뒷다리의 어느 한 부분은 털이 깔끔히 제거되어 있었는데 그중 한 곳이 눈에 띄게 붉었다. 아마 피부병이 발작한 곳인듯싶었다.온하랑은 마음이 아파 송이의 등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며 대답했다.“야옹.”“냥.”송이는 계속 울어댔다.“야옹~”온하랑도 열심히 그에 대답했다. 한 인간과 한 고양이는 그렇게 마주 보며 한참을 야옹야옹댔다. 그 모습을 보는 부승민의 입가에도 부드러운 곡선이 그어졌다.아마 온하랑에게서 익숙함을 느꼈는지 송이는 온하랑의 손에 얼굴을 비비적거리려 다가왔다. 하지만 시도는 넥카라에 의해 막혀버렸고 송이는 안간힘을 다해 넥카라를 벗어내려 버둥거렸다.온하랑은 그 모습에 웃음을 참을 수가 없어 손가락으로 송이의 코끝을 살짝 터치했다. 송이는 뒤로 살짝 물러나더니 이내 입을 크게 벌려 온하랑의 식지를 왕 물어버리고는 잘근잘근 씹었다. 새끼 고양이라 그런지 아프진 않고 간지럽기만 했다.카운터 직원이 약을 들고 와 부승민에게 어떻게 사용하는지 가르치는 동안 온하랑은 한쪽으로 송이와 놀아주고 한쪽으로 열심히 귀담아듣고 있었다.“알겠어요. 다 기억했어요.”부승민은 약상자를 들고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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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온하랑을 다시 붙잡을 수 있을까. 온하랑은 다시 입을 열었다.“약 안 줘도 돼. 다시 들어가서 사면 되니까. 먼저 가.”말을 마친 후 온하랑은 케이지를 들고 다시 동물병원으로 들어갔다.“잠깐.”부승민은 등 뒤에서 그녀를 불렀다. 그리고 씁쓸함과 슬픔을 간신히 참은 채 온하랑에게 말했다.“다시 살 필요 없어. 내가 주면 되잖아, 약.”온하랑은 발걸음을 멈추고 뒤로 돌아섰다. 부승민은 언제 왔는지 그녀의 뒤에 서있었다. 그는 약을 온하랑에게 건네고 입술을 뻐끔거리다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온하랑은 약을 건네받은 뒤 고개를 들고 그를 쳐다봤다.“송이 병원에서 쓴 비용 얼마나 돼? 계좌이체 해줄게.”“그럴 필요는 없어.”“필요 있어. 우린 이혼한 사이니까.”부승민은 일순간 마음속의 좌절이 극에 달하자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너 나랑 그렇게 딱딱 나눌 거면 확실히 해. 내가 소매치기범 손에서 네 지갑 되찾아준 거 너 어떻게 보답할래? 내가 인파에 깔린 널 구해낸 건 어떻게 보답할래? 내가 너 허명진 손에서 구해내 너의 약효를 완화시켜 급하게 병원에 보내서 치료받게 한 건 또 어떻게 보답할 건데? 아니면 한 번에 다 갚을래?”온하랑은 미간을 찌푸렸다. 늘 단호하던 부승민이 이렇게까지 따지고 들 줄이야. 하지만 따지고 보면 다 사실이었다. 부승민은 확실히 온하랑을 많이 도왔기 때문에 배은망덕하게 굴 수는 없었다. 온하랑은 잠시 생각하다 말았다.“그래 좋아. 내 지갑 대신 찾아줘서 고마워. 얼마를 원해?”“인파에서 꺼내준 것도 고마워. 어떻게, 훈장이라도 수여해 줘?”“허명진 일은 뭔가 쓸데없는 행동이긴 했어도 뭐, 좋은 의도에서 비롯된 거니까 고마워. 어떻게 치료비는 얼마나 필요해? 이체해 줄게. 아님 뭐 훈장 두 개나 수여해 줘?”“아, 그리고 그때 그 교통사고도. 치료비 얼마 나왔어? 다 계좌로 보내줄게. 보상금도 줄 수 있고.”온하랑이 정말 진지하게 받아치고 허명진의 일을 들먹이며 약 올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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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온하랑은 방갈로로 돌아와 케이지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송이는 낯선 환경에 놓여 다소 놀란 듯했다. 한참이나 케이지 안에 옹송그리고 있으면서 조심조심 케이지에 뚫려있는 구멍들로 밖을 관찰했다.온하랑은 츄르를 하나 갖고 와 케이지 입구에 짜놓았다. 송이는 냄새를 맡더니 코를 벌름벌름거렸고 꼬리를 빳빳이 쳐들고 신중하게 두리번거렸다. 아마도 온하랑이 익숙했던 탓인지 송이는 경계를 늦추고 머리를 숙여 허겁지겁 먹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닭고기 맛 츄르가 사라졌다. 깨끗해진 바닥을 보며 송이는 핥고 또 핥았다. 한쪽으로 핥고 한쪽으로 냄새를 맡으면서 냄새가 더는 맡아지지 않자 고개를 들어 온하랑을 바라봤다.“야옹-!”온하랑은 마음이 약해져 고양이 밥그릇을 가져와 츄르를 전부 짜 넣었다. 송이는송이는 게 눈 감추듯 먹어버렸고 밥그릇은 이내 깨끗해졌다. 먹고 난 뒤 놈은 고개를 들어 새 환경을 둘러보았고 조심조심 탐색했다....저녁 9시경, 김시연이 돌아왔을 무렵, 송이는 제법 용기가 생겨 거실에서 돌아다녔다. 문 여는 소리가 들리자 송이는 쌩 테이블 아래로 몸을 숨겼다. 그건 김시연을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아까 커다란 쥐 한 마리 지나가지 않았어요?”“하하하하...”온하랑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커다란 쥐라니요, 송이예요!”“냥이요?”김시연은 말을 듣고 가방을 소파 한쪽에 내팽겨친채 무릎을 꿇어 바닥에 얼굴을 갖다 대고는 테이블 밑을 쳐다봤다. 송이의 포도 같은 동그란 눈이 김시연의 눈과 마주쳤다. 김시연의 눈이 반짝였다.“너무 귀여운 고양이예요! 이리 나와봐, 누나가 안아줄게!”송이는 테이블 아래서 몸을 움츠린 채 나오기를 겁냈다. 온하랑은 동결건조 간식이 든 캔을 갖고 와 김시연에게 건넸다. 김시연은 캔을 열어 닭가슴살을 두 개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테이블 아래에 내밀었다.“냥이야, 일로 와. 맘마 먹자!”송이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김시연은 꿇고 있던 게 힘들었던지 닭가슴살을 바닥에 놔두고 몸을 일으켜 옆의 소파에 털썩 누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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