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지 않은 곳의 검은색 세단 옆, 부승민이 모자에 털 달린 검은색 롱패딩을 입고 있었다. 열어젖힌 패딩 안으로 옷이랑 벨트가 보였다. 그는 조수석 문 앞에 서서 온하랑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온하랑이 이리 빨리 여름섬을 떠나는 게 이주혁때문이었단 사실을 안 뒤 부승민의 마음속에서 열불이 끓어올랐다. 씁쓸하기도 괴롭기도, 또 이주혁에 대한 질투도 조금 섞인 채.그리고 방금, 이주혁과 온하랑이 껴안고 키스하는 걸 보고 부승민은 더 이상 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 이주혁은 일하는 시간도 짜내 온하랑을 보러 왔고, 온하랑은 그에 감동받은 건가? 두 사람이 만나기라도 하나? 온하랑이 이주혁의 아내가 되어 보통 부부들처럼 친밀한 사이가 될 것을 생각하면 부승민의 마음은 칼에 갈기갈기 찢기고 뼈저린 고통이 엄습하는 기분이었다.온하랑은 그의 것일 수밖에 없다 생각했다. 그는 그저 온하랑이 혼란스러울까 그녀를 보살피느라 그녀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뿐이었다.온하랑은 여기에 왜 부승민이 있는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부승민은 그녀가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그녀가 타고 온 차로 걸어오고 있었다. 왜 그런지 몰라도 온하랑은 괜스레 죄지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마치 바람 피우다 딱 걸린 사람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깨달았다, 그녀는 전혀 제 발 저릴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온하랑과 부승민은 이미 이혼한 사이고 이주혁과도 정상적인 친구 관계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정말 만에 하나 무슨 관계가 있다 해도 부승민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여기까지 생각한 온하랑은 허리를 꼿꼿이 펴고 부승민이 보는 아래 얼굴에 일말의 동요도 없이 차 옆으로 다가가 차 문을 열었다. 마침 뒷좌석에 앉으려는데 뒤에서 부승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랑아.”온하랑의 몸이 경직됐다. 그녀는 차 문을 닫고 몸을 돌려 부승민을 바라봤다. 입꼬리가 올라가며 앵두 같은 그 입술이 떨어졌다.“둘째 오빠, 진짜 이런 우연도 있네? 오빠도 여기 출장 온 거야?”며칠 안 봤다고 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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