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가 끝나고 주현이 차를 운전해 공항으로 갔다. 공항 주차장에 도착하자 온하랑은 이주혁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잘 가, 오주에서 보자.”이주혁은 멈칫하다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하랑아, 나 안 바래다줘?”온하랑은 잠시 주춤하다 별생각 없이 반대편 차 문을 열고 내렸다. 마침 주현을 부르려는데 이주혁의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주현 씨, 차에서 잠깐 기다려 줄래요?”“네!”주현은 재빠르게 대답하고 웃으며 온하랑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밖이 추워서 난 안 갈래요, 하랑 씨가 나 대신 이주혁 씨 잘 바래다주고 와요.”온하랑은 별수 없이 이주혁한테 물었다.“터미널까지 데려다줘?”“응.”이주혁이 배시시 웃었다. 차 안의 김시연과 주현이 서로 의미심장한 얼굴로 눈을 마주쳤다.온하랑과 이주혁은 나란히 터미널 입구까지 걸었다. 가는 길 내내 온하랑은 의식적으로 화제를 찾아 대화를 이어나갔다,“폰세에서의 촬영 스케줄이 이번 년 마지막이야?”이주혁이 고개를 저었다.“아니, 내가 남은 스케줄을 모두 앞당긴 거야. 너희랑 여행 갈 보름 정도 남기려고. 이것도 쉬는 방식이니까.”“뭘 그렇게까지 서둘러. 그때 가서 몸 다 버려서 병원 갈 생각 말고 워라밸 좀 지켜. 네 직업 특성상 휴일 정하는 거 꽤 자유롭잖아, 굳이 올해가 지나가기 전에 쉴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그냥 내가 혼자 여행 가는 거 재미없기도 하고 해서 그래. 너랑 같이 가려고.”이주혁의 깊은 눈이 온하랑을 보고 있었다. 온하랑의 얼굴이 아주 잠시 조금 경직됐으나 이주혁의 암시를 알아듣지 못한 것처럼 그녀는 말을 이었다,“그건 그래. 친구가 함께하면 아주 편하긴 할 거야. 됐다, 터미널 도착. 너 얼른 들어가, 나도 차에 들어가게. 밖이 너무 추워.”“잠깐만, 하랑아.”이주혁이 롱패딩의 주머니에서 주먹만 한 케이스 하나를 꺼냈다. 케이스 위에는 영어가 몇 글자 새겨져 있었는데 럭셔리 브랜드의 로고였다. 이주혁은 조심조심 케이스를 열었다. 안에는 눈부실 정도로 정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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